"약탈?", 윤석열이 먼저 답해야 할 것

● COREA 2021. 7. 6. 13:19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윤석열 전 총장은 현 정부를 ‘약탈 정권’이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가 누구에게서 무엇을 약탈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최저임금을 올려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해서 ‘약탈’이라 비난하는 건 타당한가. 윤 전 총장이 ‘약탈 정권’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건 기득권층의 이익, 검찰과 같은 권력기관의 이익은 아닌가, 대답해야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찬수 / 한겨레신문 선임논설위원

 

지난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은 그로서는 최선의 선택인 것처럼 보인다. 많은 언론이, 심지어 <동아일보> 같은 보수 신문도 윤 전 총장이 ’정권 교체’를 외치긴 했지만 그걸 넘어서는 비전을 제대로 보여주진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평생 누군가의 비리를 캐는 검사로 지냈고 불과 넉달 전에 검찰총장직을 내던진 사람이 ’대통령으로서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 나갈지’ 고민하는 생활을 했을 리는 없다. 속성 과외 받듯이 ’국정 열공’을 했다고 해도, 그에게서 비전과 정책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윤석열 자신도 그걸 잘 알고 있을 터이다. 그러니 출마선언문의 대부분을 문재인 정부를 거칠게 공격하고 ’내가 정권교체의 최적임자’라는 걸 야당 지지자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집중했다. “이 정권이 저지른 무도한 행태는 일일이 나열하기 어렵습니다. 정권과 이해관계로 얽힌 소수의 이권 카르텔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마비된 먹이사슬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정권은 권력을 사유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집권을 연장하여 계속 국민을 약탈하려 합니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 머리에 떠오르는 건 이 대목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최순실 집단과 다를 게 없는 ‘이권 카르텔’이고 국민을 약탈하는 정권이다, 이것 외엔 기억나는 부분이 없고, 사실 기억할 필요도 없다.

 

거친 수사로 비전과 정책의 부재를 가리는 전략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처럼 보인다. 출마 선언 직후 부인 김건희씨 인터뷰로 ‘윤석열 X파일’ 논란이 다시 불거졌고, 사흘 뒤엔 장모가 요양급여 수십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법정 구속됐다. 그럼에도 윤 전 총장 지지율은 예상만큼 흔들리지 않았다. 5일 공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를 보면 윤석열 31.4%, 이재명 30.3%로 양강 구도는 여전히 굳건하다. 7월1일 출마 선언을 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강력한 경제부흥 정책을 내걸고 외연 확장을 꾀한 것과 달리, 윤석열은 격렬한 ‘반문재인’ 언어로 야권 지지자를 결집하려 애썼다는 게 다를 뿐이다.

 

이것은 대선 후보 윤석열의 선거 전략이 어떨지를 예고한다. 어느 정도 흉내는 낼 수 있을지 모르나, 지난 넉달간 채우지 못한 비전과 정책을 앞으로 8개월간 충분히 갈고 닦아서 국민 앞에 제시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오로지 ’기승전-반문재인’ 기조의 선거운동에 힘을 쏟을 수밖엔 없다. 대통령 될 준비를 하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 되지 말란 법도 없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서 우리는 그런 사례를 이미 봤다.

 

2차 세계대전의 영웅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나토(NATO) 총사령관을 그만둔 지 5개월 만에 미국 대선에서 승리해 백악관에 입성했다. 물론 전쟁을 승리로 이끈 최고 군지휘관과, 현 정권과 대립하는 몇몇 사건 수사로 인기를 얻은 검찰총장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백번 양보해서 오로지 ‘반문재인’만으로도 대통령 자격이 있다 치더라도, 지금 윤석열이 대답해야 할 부분은 남는다. 비전과 정책을 내놓진 못해도, 현 정권을 향한 격렬한 비난의 근거는 무엇이고 그것이 과연 적절한지는 국민에게 말해야 한다.

 

윤 전 총장은 현 정부를 ‘약탈 정권’이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가 누구에게서 무엇을 약탈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잘못과 실패는 무수히 지적할 수 있다. 윤석열과 최재형 같은 이를 요직에 기용하고 유능한 인사를 폭넓게 발탁하지 못한 ‘인사 실패’는 대표적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올려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해서 ‘약탈’이라고 비난하는 게 타당한가.

 

윤 전 총장은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정책으로 청년, 자영업자, 저임금 근로자에게 고통을 안겼다”고 말했지만,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서 좀더 세금을 걷겠다는 ‘포퓰리즘’이 약탈인가. 윤 전 총장이 ‘약탈 정권’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건 기득권층의 이익, 검찰과 같은 권력기관의 이익은 아닌가, 대답해야 한다. 평생을 증거에 몰두해온 윤 전 총장이 ‘약탈 정권’의 의미를 “청년과 서민의 꿈을 빼앗은 것”이라고 문학적으로 표현하진 않았을 거라 본다.

 

앞으로 윤 전 총장의 가장 큰 라이벌은 민주당 대선 후보가 아니라, 자신의 임명권자였던 문 대통령이 될 것이다. 윤석열 본인이 잘해서 지지율을 올리기보다, 현 정권의 철저한 실패에 기대야만 지지율을 유지하고 반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지도자를 꿈꾸는 이가 이렇게 수동적이고 과거 회귀적이고 위태로운 모습을 보는 건 슬픈 일이다.

 

“월성 원전이 정치참여 계기”…윤석열, ‘탈원전 비판’이 첫 ‘민생행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만나 ‘원전 수사 압박’ 출마 정당성 주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정치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월성 원전 사건”이라고 밝히며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찾았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것으로 대선 도전 선언 뒤 첫 ‘민생행보’의 방향을 잡은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와 비공개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제가 검찰총장을 그만두게 된 것 자체가 월성 원전 사건 처리와 직접 관련이 있다”며 “이 사건이 고발돼서 대전지검에 전면 압수수색을 지휘하자마자 바로 감찰과 징계청구가 들어왔다. 그 사건 처리에 대해 음으로 양으로 굉장한 압력이 들어왔지만 제가 넘어가진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검수완박이라고 하는 검찰 수사권 박탈이 백운규 산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계기로 해서 이뤄졌다”며 “그래서 더 이상 자리에 앉아있을 수 없다고 판단해 나왔고, 지금 정치에 참여한 계기가 된 것 역시 월성 원전 사건과 무관하지 않고, 정부 탈원전과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야권의 ‘대선 예비군’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대해서도 “정치에 참여할지 모르겠지만 원장을 관둔 것 역시 월성 원전 사건과 관계돼있다”고도 했다. 자신의 정치 참여 명분으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월성 원전 수사에 대한 압박을 꼽은 것이다. 또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이 중도에 사퇴하고 대선전에 뛰어드는 건 정치적 중립성을 크게 훼손하는 행보라는 비판에 ‘원전 수사·감사에 대한 정권의 핍박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식으로 본인의 대선 출마의 정당성을 주장한 셈이다.

 

윤석열 캠프는 이날 ‘민심행보’의 정식 명칭을 ‘윤석열이 듣습니다’로 정했다며 “첫 일정은 내일 예정된 행사다. 오늘 서울대 방문은 내일 행사를 앞두고 가진 사전면담”이라고 공지했다. 윤 전 총장은 6일 대전의 한국과학기술원을 방문해 원자력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만날 예정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대 주 교수를 만나기 전 “(서울대 교정) 벤치에 앉았는데 학생들이 사진을 좀 같이 찍자고 와서” 10분간 대화했다고 했다. “원자핵공학과 1학년생인데 부푼 꿈을 안고 입학했다가 탈원전 정책이 시작돼서 공부하면서 고뇌도 많았고 의기소침해져있다”는 얘기였다. 탈원전 정책이 청년들의 꿈과 좋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공세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나래 기자

대검 문건에 ‘자체 수사 뒤 종결할 수 있다’ 방침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 대검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검사의 비위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하지 않고 자체 수사한 뒤 종결할 수 있다는 검찰의 방침이 공식 문서로 확인됐다. 검찰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를 막고 검찰개혁을 위해 출범한 공수처의 설립 취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한겨레>가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확보한 대검찰청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이첩 대상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검토’ 문건을 보면, 검찰은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자체적으로 불기소 처분할 수 있다는 방침을 세웠다. “수사 필요성 또는 수사 가치가 없거나 수사를 마친 시점에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여 혐의없음 등 불기소 결정을 할 경우에는 공수처에 이첩할 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공수처 출범 전처럼 검사 비위 사건을 자체적으로 수사해 불기소 결정까지 내릴 수 있다는 게 검찰의 논리인 셈이다.

 

검찰은 이 문건에서 검사 비위 사건의 공수처 이첩 시기를 ‘수사를 통해 범죄 혐의가 있음을 확인한 경우’로 명시했다. 공수처법 25조2항은 검찰 등이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검은 “‘범죄혐의를 발견한 경우’는 해당 수사기관의 입장에서 조사, 검증 등을 통해 범죄혐의가 있음을 확인한 경우로 해석함이 타당하다”며 “검찰에서 범죄 혐의를 발견하기 위해 수사를 진행할 수 있으며, 그 수사과정에서 확보된 증거에 의하여 혐의를 발견한 경우 해당 사건을 수사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 착수에 앞서 혐의를 인지했을 때 사건을 즉시 이첩해야 한다는 공수처의 의견과 달리, 대검은 이첩 전에 검찰이 자체적으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먼저 할 수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이 문건은 검찰의 공수처 소통 창구인 대검 형사정책담당관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지난달 중순 ‘검사에 대한 불기소처분 내역을 달라’는 공수처 요청을 대검이 사실상 거절하면서 회신한 공문에도 첨부됐다.

 

대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공수처가 검사 비위에 대한 전속 수사 권한을 가진 게 아니란 내용이 공수처법 24조 등에도 담겨있다”고 말했다. 공수처법 24조에는 ‘수사처 범죄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 범죄수사에 대해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수사처에서 수사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면 수사기관은 응해야 한다’는 조항과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즉시 수사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이첩도 하지 않은 검사 비위 사건의 수사 권한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검찰의 이런 방침과 해석을 두고 공수처 설립 취지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자체 수사를 통해 검사 비위 사건의 불기소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주장은 공수처법 취지를 벗어난 것”이라며 “(검찰 주장은) ‘제 식구 감싸기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자기 직역 수호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최근 5년간 검찰의 검사 사건처리 현황’을 보면, 검찰의 검사 관련 사건 불기소율은 99%에 달한다. 전체 사건 불기소율(59%)에 견줘 과도하게 높은 수준으로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송기헌 의원은 “공수처 출범 뒤 검찰은 공수처 권한을 최대한 좁게 해석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두 기관 간 갈등에 따른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이다. 기관끼리 협의가 되지 않는다면 모호한 법 조항을 개정하는 등 입법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정세균 “여배우 스캔들 답해야” 추궁에

이재명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 발끈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자인 이재명(오른쪽 부터), 정세균, 최문순, 김두관, 추미애, 이낙연, 박용진, 양승조 후보가 5일 서울 마포구 JTBC 스튜디오에서 열린 합동 TV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5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2차 티브이(TV) 토론회는 사실상 ‘이재명 청문회’였다. 기본소득 ‘공약’ 논란에 개인사 검증까지 더해지며 이 지사를 향한 공세가 1차 토론 때보다 더욱 매서워졌다. 이광재 후보가 정세균 후보와 단일화로 빠지면서 ‘후보 간 연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주자들 간에 형성되는 미묘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다수의 후보들은 “기본소득 공약을 한 적이 없다”는 이재명 후보의 발언을 ‘말바꾸기’, ‘공약 후퇴’라고 지적하며 화력을 집중했다. 박용진 후보가 “임기 내 기본소득을 도입하겠다고 한 적 없다고 했는데 맞느냐”며 포문을 열었다.

 

이 후보가 “기본소득이 많은 재정이 필요하고,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순차적으로 단기·중기·장기를 나눠서 장기 목표를 두고 시작하겠다”며 반박하자, 박 후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한 말이 없지, 한 말을 뒤집은 적은 없다”며 “이재명 후보가 했던 말도 뒤집으니까 국민들이 할 말이 없는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야권의 1위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소환하며 이재명 후보를 공격한 것이다.

 

정세균 후보도 “분명한 입장을 말해주는 것이 이 후보나 당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가세했고 최문순 후보는 “기본소득을 빨리 털어버리시는 게 어떤가 권고드린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에 “공식적으로 선거운동이 개시되기 전에 (공약을) 말하면 선거법 위반”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공약한 것이 없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본소득 공약 논란이 과열되자 추미애 후보는 “윤석열 후보를 가지고 와서 우리 후보를 비난하는 것은 원팀으로 가는 데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며 진화에 나섰다. 또 “윤석열 대선 후보는 최대의 거짓말을 한 사람이다. 검찰총장으로 정치 중립 의무 아니다라고 법원을 속이고 직무배제 판결로 뒤집어서 스스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박용진 후보께서 윤석열을 가지고 와서 이재명 후보가 기본소득에 대해서 말을 뒤집는다고 하는 것은 조금 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재명 후보가 과거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를 제안한 점을 거론하며 “국토보유세도 함께 강하게 주장하셔서 (기본소득) 재원 대책에 대한 (우려를) 깔끔하게 털어버리시라”고 조언했다. 이재명 후보는 “추 후보자가 지원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개인사와 관련된 민감한 질의가 오가면서 이재명 후보가 발끈하기도 했다. 정세균 후보는 “윤 전 총장에 대한 도덕성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면, 이 후보에 대한 검증도 철저해야 한다”며 “소위 말하는 스캔들 해명 요구에 대해서 회피를 하거나 거부를 하는 것은 대선후보로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여배우 김부선씨가 주장하는 스캔들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재명 후보가 “가족 간 다툼이 녹음돼서 물의를 일으켰다”며 ‘형수 욕설’ 문제를 해명하자 정세균 후보는 "다른 문제다, 소위 스캔들에 대해서 ‘그 얘기는 그만하자’고 하셨었다”며 거듭 캐물었다. 이에 이재명 후보가 “제가 혹시 바지를 한 번 더 내릴까요”라고 되물으면서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앞서 김부선씨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후보의 신체 특정 부위에 있는 점을 실제로 봤다고 주장하자 이 후보는 아주대병원에서 신체검증을 받았고 의료진은 “언급된 부위에 점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선 후보 간 연대·단일화도 주된 화두였다. 김두관 후보는 추 후보에게 ‘추-명(추미애-이재명)연대’를 거론하며 이재명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물었지만 추 후보는 “가장 개혁적인 주장을 하는 분과 경쟁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낙연 후보는 정세균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연대나 구체적인 협력의 방안에 대해서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양승조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중용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는 사회자 질의에 “정 전 총리와 이 전 대표와 함께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심우삼 기자

 

이낙연, 민주당 ‘적통’ 앞세우며 이재명과 차별화에 집중

국정경험·안정감·품격 내세워 이재명 ‘튀는 발언’ 리스크 부각

기본소득 등 정책 취약점 맹공...한자릿수 지지율 극복이 관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배경으로 5일 비대면으로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민주당 대선 경선(9월5일)을 두 달 앞두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당내 2위 후보인 그가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시간도 딱 두 달이다. 이 전 대표는 신중하고 안정적인 이미지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일한 자신이 민주당의 정통성을 이어갈 주자라는 점을 앞세워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차별화를 시도하며 대역전극을 노리고 있다.

 

‘2인자’ 이낙연 후보에게는 ‘1인자의 실수’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지사의 거침없는 발언이 ‘구설’에 오를 경우 상대적으로 국정 경험이 풍부하고, 신중하고 안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이 후보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일 경북 안동을 찾아 ‘영남 역차별론’을 제기한 이 지사를 향해 “지역주의 망령이 되살아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된 이 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에 대해선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인은 어떤 말이 미칠 파장까지도 생각을 해보는 게 좋다”고 비판했고, ‘이 지사가 본선 리스크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당의 많은 의원이 (안정감 부분에서) 걱정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캠프는 경선 과정에서의 공개토론을 지지율 반등의 계기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3일 민주당 예비경선 후보들의 첫 티브이(TV) 토론과 4일 당이 주최한 ‘국민면접’을 통해 이 전 대표 쪽은 상당한 성과를 냈다고 자평한다. 이 전 대표는 실제로 ‘국민면접’ 뒤 판정단에게 가장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경선이 진행되면서 ‘반이재명 연대’가 구체화하는 것도 그에게는 유리한 지점이다. 3일 첫 티브이 토론에서 이 전 대표는 다른 후보들과 함께 기본소득이 1호 공약은 아니라고 물러선 이 지사를 거세게 몰아세우며 ‘반이재명 전선’ 구축에 성공했다.

 

이낙연 캠프는 “이 전 대표는 국정 경험, 안정감, 품격, 외교력을 갖춘 유능한 후보”라며 “여당의 최후 필승 카드”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치에 입문하고, 노무현 대통령 후보·당선자의 대변인, 문재인 정부 총리를 역임한 이력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4기 민주정부’ 창출의 적임자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필승 카드’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정권교체의 열망을 잠재우고 본선에서 승리할 경쟁력 있는 후보라는 점을 납득시켜야 한다. 하지만 지난 2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차기 지도자 선호도’ 조사를 보면, 이 전 대표에 대한 선호도는 6%로 이재명 지사(24%)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25%)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대세론’을 꺾고 한자릿수에 머무는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이 전 대표의 주요 과제인 셈이다.

 

이를 위해 당장 ‘반이재명 연대’의 단일화가 관심을 모은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정세균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이 비슷하다. 문재인 정부의 첫번째, 두번째 총리로 일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정권 재창출, 민주정부를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할 특별한 책임이 있고, 이를 위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금으로서는 이 후보한테 역전의 기회가 올지 섣불리 말하기가 어렵다”며 “이재명의 불안정성에 반해 이낙연은 안정적이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민들로 하여금 집행력, 실행력이 있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이재명 후원회장에 강금실 전 장관…친노 끌어안기 포석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후원회장을 맡는다.

 

이 지사 캠프는 5일 강 전 장관이 이 지사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된 사실을 알리며 “이재명 후보와 강금실 전 장관은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우리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 보호, 나아가 국민의 인권신장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삶의 궤적이 닮아 있다”며 “강 전 장관이 삶에서 보여준 소수자, 약자를 위한 헌신은 이 후보가 지향하는 ‘억강부약'과 맥을 같이 한다. 국민의 인권과 약자를 위해 헌신해온 강 전 장관이 후원회장으로 위촉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지난 2017년 대선에는 청년과 해고노동자, 소상인과 농민 등 ‘흙수저’ ‘무수저’들로 구성된 후원회를 출범시킨 바 있다.

 

강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의 첫 법무부 장관 출신으로 ‘여성 첫 법무부 장관’이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강 전 장관으로 후원회장으로 선정한 것은 친노(친노무현) 지지층도 적극적으로 끌어안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앞서 이 지사를 제외한 8명의 후보도 후원회장 선정은 마친 상태다. 이낙연 후보의 후원회장은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경북대 교수), 정세균 후보는 배우 김수미씨를 후원회장으로 위촉했다. 추미애 후보와 박용진 후보의 후원회장은 각각 장영달 우석대 명예총장과 안광훈(본명 브레넌 로버트 존) 신부가 맡기로 했다. 이광재 후보 후원회장은 작가 조정래씨다. 최문순 후보는 이해찬 전 대표, 김두관 후보는 강형기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에게 후원회장을 맡아달라고 했다. 양승조 후보는 방기홍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 등 약 15명을 공동 후원회장으로 선임했다. 서영지 기자

 

정세균-이광재 민주당 첫 단일화…반이재명 연대 확대될까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의원이 5일 국회 소통관에서 정세균 전 총리로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대선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정 전 총리로 후보 단일화를 하는 데 합의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가 시작된 이후 후보 간 단일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두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단일화 결과를 발표했다. 이 의원은 정 전 총리 지지를 선언하면서 “안정 속에 개혁이 지속돼야 미래로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 전 총리는 “오늘의 필승 연대는 노무현 정신과 문재인 정부의 계승, 4기 민주정부 수립과 대한민국 미래 경제 창달을 위한 혁신 연대”라며 “이 후보의 미래 경제에 대한 원대한 포부와 꿈을 함께 실현해나가겠다”고 화답했다.

 

두 후보는 여론조사 등을 참고해 정치적 합의를 이뤘다고 했을 뿐, 구체적인 방법은 거론하지 않았다. 정 전 총리를 돕고 있는 김민석 의원은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큰 틀에서 통 큰 합의를 이뤘다”며 “공약과 정책의 화학적 결합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으로 비이재명계 후보들 간의 추가 단일화가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정 전 총리는 ‘결선투표’를 전제로 다른 예비후보들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당 안팎에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의 단일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앞서 두 후보는 지난 3일 만나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를 계승 발전시킬 민주정부 4기의 탄생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연대 원칙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출연한 이 전 대표는 정 전 총리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협력을 해야 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친문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받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경기지사와 각을 세우는 데 상대적으로 소극적이고, 박용진 의원도 독자 완주를 고수하고 있어 ‘반이재명 연대’ 차원의 합종연횡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도 있다. 심우삼 기자

인구 대비 부자 비율 가장 높은 도시는 미국 새너제이

 

 

지난해 우리나라의 3천만달러(약 339억원) 이상 초고액 순자산가(UHNWI)가 6천80명으로 전년보다 15%나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4일 마켓워치 등 보도에 따르면 리서치 업체 웰스X는 최신 보고서에서 한국이 지난해 국가별 3천만달러 이상 초고액 순자산가 순위에서 이탈리아와 러시아를 제치고 11위로 올라섰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웰스X는 한국의 초고액 순자산가 증가세가 빠르게 나타나 올해는 인도 등과 10위 자리를 놓고 다툴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해 초고액 순자산가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으로 10만1천240명이었다.

 

이어 중국(2만9천815명), 일본(2만1천300명), 독일(1만5천435명), 캐나다(1만1천10명), 프랑스(9천810명), 홍콩(9천435명), 영국(8천765명), 스위스(7천320명), 인도(6천380명)가 10위권 안에 들었다.

 

지난해 지역 인구 대비 초고액 순자산가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중심 도시 새너제이로 인구 727명당 1명 수준인 것으로 추정됐다.

 

스위스 바젤이 인구 776명당 1명으로 이 비율이 세계에서 2번째로 높았다.

 

홍콩(787명당 1명), 제네바(880명당 1명), 취리히(924명당 1명), 샌프란시스코(1천186명당 1명), 시애틀(1천519명당 1명), 보스턴(1천589명당 1명), 브리지포트(미국 코네티컷주. 1천655명당 1명), 뉴욕(1천35명당 1명)이 그 뒤를 이었다.

 

다만 인구 비율을 따지지 않고 초고액 순자산가가 가장 많이 사는 도시를 보면 뉴욕이 1만1천475명으로 1위였고 홍콩, 도쿄,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파리, 워싱턴, 오사카, 댈러스 등 순이었다.

 

지난해 전 세계 초고액 순자산가 수는 전년보다 1.7% 늘어난 29만5천450명이었다.

 

100만달러(약 11억원) 이상을 가진 고액 순자산가(HNWI) 중 초고액 순자산가 비율은 1.2%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보유자산은 35조5천만달러로 100만달러 이상 부자 재산의 34%를 차지했다.

 

웰스X는 지난해 초고액 순자산가 수가 늘어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부의 양극화가 심화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새너제이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