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중국 기원설 자료, 미국내 중국 스파이 정보 등 넘겨”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 앞두고 확대 우려 대응 나서

 

                             중국 국가안전부 부부장 둥징웨이

 

중국의 첩보기관인 국가안전부(MSS) 고위 관료가 미국에 망명했다는 소문이 확산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 관료가 전달한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자료를 접한 뒤 음모론으로 치부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연구소 유출설을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공식 반응은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될 경우 시진핑 체제에 큰 타격이 예상돼 인터넷 등을 활용해 대응에 나서는 등 미·중 양국간 고도의 첩보전이 벌어지고 있다.

 

20일 대만 자유시보와 미국 더선 등은 지난 2월 중순 홍콩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간 뒤 미 국방정보국(DIA)에 망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고위직이 중국의 CIA(중앙정보국)인 국가안전부 부부장(차관급) 둥징웨이(57)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둥의 망명이 사실로 확인되면 미국으로 망명한 중국인 중 가장 높은 자리의 인물이다.

 

둥 부부장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비서진을 많이 배출한 허베이성 국가안전부를 이끈 인물로, 시 주석 체제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2006년 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허베이성의 국가안전부장을 역임했다. 2017년 4월 국가안전부 정치국장에 임명된 뒤 불과 1년뒤인 2018년 4월 부부장으로 승진했다.

 

둥 부부장은 지난 2월 중순 딸 둥양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에 도착한 뒤 DIA 측에 연락을 취해 망명 계획과 함께 그가 보유한 정보 등을 알렸다.

 

지난 3월 미중간 알래스카 회담에서 중국 측이 둥 부부장의 송환을 요청했지만 미국 측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DIA 외부로 둥 부부장 망명 사실이 알려진 것은 최근 3∼4주 사이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역시 당시에는 둥 부부장의 망명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둥 부부장이 DIA 측에 제공한 정보 중에는 중국의 코로나19 초기 병원성 연구에 대한 내용과 중국에 정보를 제공하는 미국 시민, 미국에서 일하거나 미국 대학에 다니는 중국 스파이, 중국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은 미국 사업가와 공무원 등의 명단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정부가 최근 코로나19의 중국 연구소 유출설에 대해 재조사를 요구하는 등 이전과 달리 강하게 주장하는 데는 둥 부부장이 제공한 정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인 헌터 바이든의 노트북 하드디스크 복사본도 있다. 둥 부부장이 제공한 하드디스크 복사본에는 논란이 된 헌터 바이든의 음란물 문제와 그의 중국 사업 관련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이 같은 소문에 대해 일체의 반응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자칫 문제가 확대될 것을 우려해 언론 플레이 등을 통해 아무 문제 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앙정치법률위원회(정법위)의 소셜미디어를 인용해 지난 18일 미국에 망명한 것으로 알려진 둥 부부장이 방첩활동 규정에 관한 세미나에서 중국 정보 관리들에게 반중국 세력과 결탁하는 외국 요원과 내부자 색출에 박차를 가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정법위가 둥 부부장의 대외 활동을 갑자기 인터넷을 통해 공개한 것이다.

 

하지만 둥징웨이가 참석한 세미나의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고, 그의 참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 역시 없었다. 또 중국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에서도 둥 부부장에 대한 사진 등이 삭제됐다.

 

미국의 전 외교관이자 ‘공산당의 스파이 공작: 정보입문’ 저자중 한 명인 매튜 제임스는 “내가 중국에서 이를 담당하는 사람이었다면 둥 부부장의 사진을 첨부하거나 둥 부부장의 딸의 발언을 붙였을 것”이라며 “중국이 해외에서 떠도는 루머를 깨려하고 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2일 민주당 뉴욕시장 경선…본선은 11월2일

양, 높은 인지도로 선두 달리다 최근 3~4위로

기본소득·경제회복에서 범죄대처로 화두 이동

NYPD 출신 흑인 에릭 애덤스 여론조사 1위로

아시아계 정체성 정치도 양날의 칼로 작용

 

미국 뉴욕시장 민주당 후보 경선에 나선 앤드루 양(왼쪽) 후보와 캐스린 가르시아 후보가 19일(현지시각) 뉴욕에서 합동 연설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서 첫 아시아계 뉴욕시장이 탄생할 수 있을까?

 

오는 22일(현지시각) 열리는 미 민주당의 뉴욕시장 후보 경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대만계인 앤드루 양(46)이 11월2일 본선행 티켓을 쥘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공화당도 22일 경선을 치르지만 뉴욕시장 선거는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 민주당 경선이 곧 본선으로 받아들여진다.

 

13명이 출마한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 경선에서 양은 여론조사에서 초기 선두를 달리다가 최근에는 3~4위권으로 추락했다. 2020년 대선 민주당 경선에 보편적 기본소득이라는 화두를 들고 뛰어들어 새 바람을 일으키며 쌓은 높은 인지도와 언론의 집중 덕분에 그는 뉴욕시장 출마 선언 이후 지지율 고공행진했다. 대만계 이민자 부모에게서 뉴욕주에서 태어난 양은 브라운대에서 경제학과 정치학을 전공하고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 활동에 이어 창업 지원 비영리단체인 ‘벤처 포 아메리카’ 대표 등을 지낸 사업가다.

 

양은 뉴욕시장에 출마하면서도 뉴욕의 극빈층 50만명에게 연 평균 2000달러의 기본소득을 제공하고 기금을 늘려가며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업가 출신의 강점을 살려 뉴욕 경제 회복을 내세우고, ‘뉴욕을 다시 재미있게’ 만들겠다고 약속하며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그는 5월 초 뉴욕경찰(NYPD) 출신의 흑인 남성인 에릭 애덤스 브루클린 구청장(61)에게 1위를 내주더니, 경선이 다가올수록 내려앉았다. 지난 14일 공개된 마리스트의 여론조사(6월3~9일 실시)의 경우, 애덤스가 24%로 1위, 뉴욕시 위생국장 출신의 백인 여성인 캐스린 가르시아(17%)가 2위, 흑인 여성 인권변호사 마야 와일리(57) 3위다. 양은 14%로 4위다. 다른 조사들에서도 애덤스가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양은 3~4위다.

 

양이 고전하는 것을 두고 미 정치 전문가들은 양의 높은 인지도가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가를 한다. 여러 명의 후보들이 난립한 가운데, 대선 경선을 통해 전국적 지명도를 쌓은 양에게 언론의 검증과 경쟁자들의 공격이 집중되면서 약점이 노출됐다는 것이다.

 

정책 분야에서 양은 기본소득과 경제회복을 내세웠지만, 조 바이든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와 더불어 미 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그의 공약의 호소력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난 4월16일 <뉴욕 타임스> 기고에서 양의 경제상황 진단과 기본소득 공약을 비판하면서 “좋은 시장이 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혹평했다.

 

반면, 5월 타임스퀘어 총기 난사 등 뉴욕의 범죄·치안 문제가 선거의 주요 의제로 부각되면서 경찰 출신인 애덤스가 상승세를 탔다. 양 또한 아시아계 증오범죄 해결 등 치안 강화를 강조하지만 정치 컨설턴트인 행크 셰인코프는 “양은 범죄를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다. 애덤스 같은 경험이 없다”고 뉴욕 지역 매체 <고담 가제트>에 말했다. ‘아이디어를 뒷받침할 행정 경험 부족’이라는 지적이 양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양이 후보자 토론에서 경찰 관련 주요 법안에 대해 모르거나, 이미 있는 정책을 제안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공격의 대상이 됐다. <뉴욕 타임스>는 양이 ‘벤처 포 아메리카’를 통해 일자리 10만개 창출을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150개에 그쳤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양이 ‘뉴요커’가 아니라는 시선도 그를 괴롭힌다. 25년 동안 뉴욕시에 살았지만 뉴욕시장 선거 때 투표를 한 적이 없다는 게 주요 공격 지점이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지하철역을 타임스퀘어역으로 꼽았는데, <뉴욕 데일리 뉴스>는 만평에 눈 찢어진 양이 타임스퀘어역을 관광객처럼 걸어 나오는 모습을 담아 인종주의 논란까지 일으켰다. 아시아계를 영원한 외국인으로 바라보는 미 주류의 시선까지 녹아든 결과다.

 

아시아계 정체성은 양에게 양날의 칼이다. 그는 대선 후보 경선 때는 자신의 아시아계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으나, 뉴욕시장에 출마해서는 자신의 출신이나 3월 아시아계 여성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조지아주 총격 사건을 적극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는 미 언론 인터뷰에서 “뉴욕과 미국에서 자신들의 위치가 의심받는다고 느끼는 뉴욕시의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대표할 책임을 많이 느낀다”며 아시아계에 구애했다. 역시 대만계인 그레이스 멩 하원의원이 그를 지지한다. 하지만 뉴욕시장 당선에 결정적 비중을 차지하는 흑인들은 단단하게 애덤스 쪽으로 기울어있다.

 

그럼에도 양은 “이길 걸로 믿는다”며 총력을 쏟고 있다. 그는 19일 경쟁자 중 하나인 가르시아와 합동유세를 벌였다. 이번 경선은 유권자들이 최대 5명까지 순서를 정해 선호 후보를 고르는 방식인데, 양은 “나를 1위, 가르시아를 2위로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강자인 애덤스를 함께 견제하려는 것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이슬람 율법사 출신 강경파…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대리인

미국과의 핵협상 고비…취임 전까지 기회의 창

‘핵 협상 타결 부담을 온건파 현 정부에 떠넘길 것’

 

*이란 대통령에 당선된 에브라힘 라이시를 지지하는 이란 시민들이 19일 테헤란에서 그의 사진을 들고서 축하 집회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닉슨만이 중국에 갈 수 있었다.” 미국의 반공산주의 강경파인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오히려 1979년 중국과 수교의 문을 열 수 있었다는 이 말이 이란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강경파인 에브라힘 라이시(60)가 당선돼, 미국과의 이란국제핵협정 복구 등 대외관계에 큰 전기가 예상된다. 라이시는 이슬람공화국인 이란에서 권력 체제의 핵심인 종교율법사 출신이다. 최고 권력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사실상의 대리인이자, 그의 후계자로 지목된다.

 

하지만, 선거결과는 이란 체제의 위기를 드러낸다. 압돌레자 라마니 내무장관이 투표일 하루 뒤인 19일 국영 텔레비전을 통해 발표한 선거결과를 보면, 이번 선거는 5900만명 유권자 중 과반에도 못 미치는 2890만명이 투표해 투표율은 48.8%였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가장 낮았다. 무효표는 370만표에 달한다. 라이시는 약 1790만표를 얻어서, 약 62%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2위인 모센 레제이 전 혁명수비대 사령관에 비해 340만표를 더 얻었다.

 

이란 대선의 투표율은 지난 대선 때 72% 등 보통 70%가 넘었는데, 이번에 과반에도 못 미친 것은 유력 후보들의 출마가 막히고 경제난 등에 분노한 유권자들의 투표 거부에 따른 것이다. 대선에 출마하려면 헌법수호위원회의 심사를 거처야 하는데, 600명의 출마 신청자 중 7명만이 승인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유력 온건파 후보 3명 등 라이시에 대항할 수 있는 후보들이 모두 탈락했다. 입후보가 승인된 주자들은 라이시의 당선을 돕는 페이스 메이커라는 혹평을 받았다.

 

성직자 집안 출신인 라이시는 이슬람법을 전공하고 이란 혁명 뒤 검사로 공직을 시작해 검찰총장을 거쳐, 대법원장에 해당되는 사법부 최고재판관을 역임한 보수적인 이슬람 성직자이다. 그가 검사를 시작할 때 후견인이 현재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다. 그는 이란 혁명 뒤 수감 중인 5천여명의 ‘반혁명분자’들이 처형한된 것으로 추정되는 비밀재판에 관여한 재판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는 이 사건 등으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인물이다.

 

그의 입후보와 당선은 이란의 이슬람 성직자와 강경파들이 지난 2015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란국제핵협정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파기 이후 이란의 경제난 등 체제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라이시는 당선 뒤 성명에서 “여러분의 고귀한 투표와 예외적인 자신감으로 나는 열심히 일하는 혁명적인 반부패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당선으로 이란은 미국과의 핵협상에서 강경 자세를 강화할 것이나, 타결 가능성 역시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과 서방의 분석가들은 그가 취임하는 8월 초까지 6주간이 협상 타결 문을 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핵협정 복구는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의지여서, 그의 대리인인 라이시가 취임하기 전에 협정 복구의 부담을 물러나는 정부에 지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복구된 협정이 이란의 경제난 등을 완화하지 못하면 그 책임을 온건파 등 전임 정부에 돌리고, 결과가 좋다면 라이시 정부의 공으로 주장하겠다는 의미라고 신문은 전했다.

 

현재 빈에서 유럽 국가 중재로 협정 복구 협상을 벌이는 이란과 미국은 이미 몇주 전에 복구되는 협정의 세부사항을 마련해 놓고, 이란 대선 결과를 기다려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이란은 미국이 향후에 복구되는 협정을 다시 파기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공식 문서로 요구하고, 미국은 협정 복구 뒤 미사일이나 2030년 이후 이란 핵 개발 문제 등에 관한 포괄적 추후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협상에 정통한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 교수는 <뉴욕 타임스>에 “이란에 지금은 닉슨이 중국에 가는 순간이다”며 “보수파가 아닌 이들이 바이든과 협상을 타결한다면, 그들은 견뎌낼 수 없을 것이다. 보수파 외에는 타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라이시의 이란 대통령 당선으로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정의길 기자

 

 

국제앰네스티 "이란 새 대통령, 반체제인사 대숙청…수사받아야"

"재작년 반정부시위 때 당국 불법행위도 면책"

 

*18~19일(현지시간) 치러진 이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강경보수 후보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가 18일 테헤란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당선인이 과거 반(反)체제인사 대숙청을 주도했으니 범죄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국제인권단체가 주장했다.

 

국제앰네스티는 1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반인도범죄를 저지른 라이시 당선인은 수사받아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아녜스 칼라마르 앰네스티 사무총장은 "라이시 당선인이 살인과 고문, 강제실종과 같은 반인도 범죄에 대해 수사받는 대신 대통령직에 오르게 된 것은 이란에서 대권을 잡으면 처벌받지 않는 점을 암울하게 상기한다"라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는 2018년 보고서에서 지난 1988년 이란 정부가 감옥에 수용된 반체제 정치범 수천명을 비밀리에 처형하고 시체를 유기했을 때 이를 주도한 소위 '사망위원회'에 라이시 당선인도 속해있었다고 고발했다.

 

이란 정부는 아직도 당시 상황과 시체유기 장소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있으므로 반인도범죄는 현재도 진행 중이라는 것이 국제앰네스티 주장이다.

 

검사 출신 라이시는 1988년 이란과 이라크 간 전쟁이 끝난 뒤 당시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루홀라 호메이니 지명으로 반체제인사 숙청을 주도했다.

 

국제앰네스티는 라이시가 사법부 수장으로서 반체제인사와 인권옹호가, 소수자 인권탄압을 주도했다고도 주장했다.

 

또 재작년 11월 이란에서 대규모 반정부시위가 벌어졌을 때 정부와 보안군이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라이시의 사법부가 포괄적 면책을 해줬다고도 비판했다.

 

칼라마르 사무총장은 "과거에 발생하고 현재도 진행 중인 국제법상 범죄에 개입한 라이시 당선인 수사를 지속해서 요구할 것"이라면서 "보편관할권 행사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편관할권은 반인도 범죄에 대해서는 발생 장소나 가해·피해자 국적과 무관하게 모든 국가가 관할권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란 강경보수 대통령에 이스라엘 촉각 "핵시설 공격 불가피“

 

*라이시 이란 대통령 당선인 [AFP=연합뉴스]

 

이란 대선에서 강경보수 성향의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가 당선되자 적성국 이스라엘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최고 지도자들을 비롯한 관리들은 라이시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뜻에 따라 핵무장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다시 한번 이란 핵시설 공격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20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TV 중계된 각료회의를 주재하면서 라이시의 당선을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네트 총리는 라이시가 자유로운 선거가 아닌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뜻에 따라 선출됐다면서 "라이시 당선은 세계 강국들이 핵합의 복원 이전에 현실을 자각하고 그들이 누구와 함께 일하는지를 깨닫는 마지막 계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잔혹한 사형집행인의 정권이 대량 파괴 무기(핵무기)를 갖게 해서는 안 된다"며 "이에 대한 이스라엘의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네트 총리의 연정 파트너이자 정부 내 서열 2위인 야이르 라피드 외무장관도 라이시의 당선을 경계했다.

 

라피드 장관은 전날 트위터에 "'테헤란의 도살자'로 불리는 이란의 새 대통령은 이란인 수천 명의 사망에 책임이 있는 극단주의자로, 이란 정권의 핵 야욕과 테러 실행을 위해 전념할 것"이라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라이시 당선은 이란 핵 프로그램의 즉각적인 제지와 파괴적인 야욕의 종식에 대한 새로운 결단을 촉발했다"고 덧붙였다.

 

그뿐만 아니라 베니 간츠 국방부 장관도 지난 17일 미국과 함께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면서, 이란 핵무장 제지를 위한 준비상태와 관련 "(군사적 타격을 포함해)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의 일부 고위 관리들은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채널 12 방송이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 관리들은 새 대통령 취임 이전인 오는 8월까지는 이란이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에 합의하지 않은 상태로 최대한 많은 양의 농축 우라늄을 축적할 것으로 판단하고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한 이스라엘 고위 관리는 "이란 핵 프로그램 공격 준비를 다시 하는 것 이외에 대안이 없다. 이를 위해 예산과 자원 재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나탄즈 지하 핵시설의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중동의 유일한 비공식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장을 극도로 경계하면서 이른바 '그림자 전쟁'을 통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지난 2010년 미국과 함께 스턱스넷(Stuxnet)이라는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나탄즈 핵시설 컴퓨터에 침투시켜, 1천여 기의 원심분리기를 무력화했다.

 

또 지난해 8월 나탄즈 핵시설의 고성능 원심분리기 캐스케이드(연결구조)가 폭발과 지난 4월 나탄즈 핵 시설 화재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이스라엘이 배후로 지목됐다.

 

이달 초 퇴임한 이스라엘의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 전 국장 요시 코헨은 최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란 핵시설 공격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훨씬 더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 지배종이 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 수석과학자 수먀 스와미나탄은 18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델타 변이는 엄청난 전염력 때문에 지금 세계를 지배하는 변종이 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변이로, 전파력이 기존 코로나19나 영국발 알파 변이 바이러스보다 40~60% 남짓 전파력이 더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영국에서는 인구의 절반 가까이 2회 접종을 마치는 등 백신 보급이 속도를 내면서 애초 이번 달 21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하루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자 방역 해제 일정을 4주 연기했다. 신규 확진자 증가는 90%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 때문으로 조사됐다.

 

러시아에서도 최근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코로나19가 급증하고 있다. 모스크바에서는 최근 신규확진자가 이틀 연속 9천명을 넘어섰다. 불과 두 주 전 3천명이었던 것에서 세 배 늘어난 것이다. 모스크바 시장 세르게이 소뱌니는 최근 신규 확진자의 90%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말했다.

 

델타 변이의 확산에 따른 각국의 대책도 잇따르고 있다. 포르투갈은 18일~20일 사흘간 리스본의 여행과 출입을 통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21일부터 영국발 여행객에게 의무적인 5일간 격리와 코로나19 검사를 요구하기로 했으며, 벨기에는 27일부터 영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할 방침이다.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는 공항 식당 직원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자, 700편이 넘는 항공기의 운항을 취소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19일 베를린에서 독일-프랑스 정상회담 직전에 기자들과 만나 최근 독일 상황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면서도 “코로나가 끝난 것처럼 행동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격적인“ 델타 변이가 신규확진자 급증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다음 회의에서 유럽국가들이 어떻게 여행 제한 등 방역 대책을 조율할지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나서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미국에서도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책임자 로첼 월런스키는 이날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지배적인 코로나19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이런 우려에 호응하며 “좀 더 전파되기 쉽기 더 치명적이며, 특히 젊은이들에게 위험한 변이”라며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브라질은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50만 명을 넘어섰다. 19일까지 누적 사망자는 전날보다 2301명 많은 50만800명으로 늘었고, 누적 확진자는 1788만3750명으로 전날보다 8만2288명 증가했다.

 

백신 접종은 2회까지 모두 마친 사람이 인구의 11.45%인 2424만3552명이고, 1회를 마친 사람까지 포함하면 인구의 29.1%인 6270만6083명이다. 박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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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려변이' 지정 등 내부단속 강화

지배종 기정사실…학계, 항체 회피할라 우려 목소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해제 시점을 늦추겠다고 발표한 14일(현지시간) 봉쇄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다우닝가 관저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델타(인도발) 변이 확산에 각국이 다시 방역에 고삐를 죄고 있다.

 

전염력이 기본 바이러스나 변이보다 강력한 데다가 백신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 영국 봉쇄해제 연기…주변국은 새 진원 영국 경계

 

대표적으로 영국은 21일(현지시간)로 잡아놨던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해제 시점을 다음 달 19일로 최근 연기했다.

 

델타 변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재확산해서다.

 

영국 13~19일 신규 확진자는 6만3천794명으로 그전 7일간보다 33.2%(1만5천896명) 증가했다.

 

11~17일 검사 건수가 616만6천여건으로 4~10일에 견줘 1.3%(7만7천828건) 늘어나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검사가 늘어서 확진자가 많아진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영국은 최근 신규 확진자 90% 이상이 델타 변이에 감염됐다.

 

각국은 델타 변이가 확산하는 영국에 빗장을 걸고 있다.

 

독일은 영국을 변이 우려 지역으로 지정하고 독일 국민이나 영주권자, 이들 직계가족 등만 영국에서 독일로 입국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는 백신접종을 마친 여행자가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가졌을 때만 영국에서 입국할 수 있도록 했고 이탈리아는 19일부터 영국에서 입국할 때 음성 확인서를 요구하고 입국 후 닷새간 반드시 격리하도록 했다.

 

벨기에는 이르면 27일부터 영국발 비(非)유럽연합(EU) 여행객 입국을 금지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경기장에서 20일(현지시간)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전파력에 놀란 미국·호주·중국 등 내부경계 강화

 

각국의 '내부단속'도 강화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5일 델타 변이 규정을 '우려 변이'로 '관심 변이'에서 한 단계 높였다.

 

전파력이 더 높거나 입원과 사망을 늘린다는 증거가 있을 때 등에 우려 변이로 규정된다.

 

인구 대비 신규 확진자가 늘어나는 유일한 EU 회원국인 포르투갈은 델타 변이가 급속하게 확산함에 따라 19~21일 수도 리스본에 이동제한 조처를 발령했다.

 

시드니가 속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는 델타 변이가 확산하자 18일부터 긴급히 광역 시드니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는 델타 변이 감염자가 나오자 공항이용객에게 '48시간 내 받은 코로나19 핵산검사 증명서'를 요구하기로 하는 한편 항공편 700편 이상을 취소시켰다.

 

원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물론 알파(영국발) 변이에 견줘 전파력 60% 강하다고 알려진 델타 변이가 각국과 세계의 '지배종'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평가가 잇따라 나온다.

 

*19일(현지시간)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독일과 포르두갈 경기를 보러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 온 응원단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고 관중석에 앉아 있다. [AFP=연합뉴스]

 

◇ 델타변이 세계지배종 시간문제…항체 회피할라 우려

 

세계보건기구(WHO) 수석과학자 숨야 스와미나탄 박사는 18일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델타 변이는 전파력이 두드러지게 높아 세계적으로 지배종이 되는 과정에 있으며 이는 상당히 진척돼있다"라고 경고했다.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도 이날 미국 ABC방송에서 알파 변이가 미국에서 지배종이 됐듯 델타 변이가 그 길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델타 변이 감염자는 신규 감염자의 6%에 그치지만 증가 속도가 매우 빨라 8월 중순이면 델타 변이가 지배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독일에선 옌스 슈판 보건장관이 "델타 변이가 독일과 유럽대륙 지배종이 될 것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언제, 어떤 조건에서 될 것이냐가 문제"라고 델타 변이가 지배종이 되는 것은 기정사실로 하는 경고를 내놨다.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 주지사는 "3~4주 내 델타 변이가 독일에서 지배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80여개국에 퍼진 델타 변이는 1년 반 넘게 팬데믹과 싸우는 인류에게 또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델타 변이가 기존 코로나바이러스 항체를 회피한다는 연구까지 나왔다.

 

인도 '구자라트 생명공학 연구센터'의 연구진 최근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을 거쳐 델타 변이가 코로나19 감염이나 백신접종으로 신체 내 형성된 항체를 피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 NTD(N-말단 도메인)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항체가 표적으로 식별하기 어려운데, 델타 변이가 그러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주장이다. 다만 해당 연구 결과는 아직 동료평가가 진행 중이다.

*백신보급에도 급격히 꺾이지 않는 확산세[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