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 정화설비 ALPS 배기 필터 5개소 파손 추가확인 발표

 

폭발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오염수를 처리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에서 필터 파손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오염수 정화설비인 ALPS 배기 필터 5개소의 파손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21일 발표했다.

 

도쿄전력은 최근 24개소에서 배기 필터 파손이 발견된 뒤 추가 조사를 벌여 새로운 파손 부위와 이로 인한 오염도 확인했다.

 

도쿄전력은 그러나 오염 범위가 좁아 작업원이나 외부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LPS의 오염수 정화 성능에 영향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까지 29개소의 조사를 마친 도쿄전력은 앞으로 22개 부위를 더 조사할 예정이다.

 

    다핵종제거설비(ALPS). [교도=연합뉴스]

 

도쿄전력은 지난 9일에도 ALPS의 침전물 탱크 필터에서 파손 부위가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년 전에도 유사한 일이 있었지만 원인 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운전을 계속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자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오염수에서 방사성 물질 62종을 분리해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ALPS는 트리튬(삼중수소)을 제거하지 못한다.

 

일본 정부 결정에 따라 ALPS로 여과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처리수)를 이르면 2023년부터 태평양으로 방류할 예정인 도쿄전력은 오염수의 트리튬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추기 위해 바닷물로 희석할 방침이다.

불법감금·고문 얼룩진 미국의 ‘치부’

부시 · 오바마, 폐쇄 약속 이행 못해

바이든도 공화당 반대 등으로 난제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2007년 10월 교도관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관타나모/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를 완료함으로써, 20년 전 9·11 테러 직후 시작된 아프간 전쟁 종료를 선언했다. 그러나 미국이 역사상 최장기 전쟁 수렁에서 군화발을 뺀 것만으로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테러와의 전쟁’이 만들어낸 미국의 치부인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는 일이 남아있다. 쿠바 관타나모만의 미 해군기지 안에 있는 이 수용소에는 9·11 테러 용의자 5명을 포함한 39명이 수감중이다. 불법 감금과 가혹 행위 등 인권 유린의 흑역사로 얼룩진 이 시설을 바이든 대통령은 약속대로 임기 내에 폐쇄할 수 있을까?

 

가혹행위 무법천지…“지구상 가장 비싼 교도소”

 

관타나모 수용소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각종 테러 용의자들을 수감하고자 이듬해 1월 쿠바 관타나모만에 있는 미 해군기지 안에 급조한 시설이다. 아프간, 파키스탄 등 주로 중동에서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이들이 이곳에 구금됐다. 경비 병력 1800명이 배치됐다. 현재까지 누적 수감자 수는 770명이며, 부시 정부 시절인 2003년에는 한때 677명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법치는 실종되고 인권 유린이 난무했다. 용의자들 상당수는 체포 동의 등 적법한 절차 없이 수감됐다. 부시 정부는 이들을 ‘적 전투원’으로 분류해 국제협약에 따른 포로 대우에서 제외시켰고, 민간 법정이 아닌 새롭게 만들어진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도록 했다. 부시 정부 시절 이곳에서 구타, 물고문, 수면박탈 등 가혹행위가 ‘향상된 심문기법’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됐다. 최소 9명의 수감자가 숨졌고 이 가운데 6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약 15년간 구금돼 있다가 2016년 무혐의로 풀려난 모하메드 울드 슬라히(50)는 지난 12일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2003년 여름 이 수용소에서 고문 당한 기억을 털어놨다. 그는 교도관들이 맹견으로 자신을 위협하며 구타해 갈빗뼈가 부러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조사관이 테러에 공모했다고 인정할 것을 요구하면서 “인정하지 않으면 네 어머니를 납치해서 성폭행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 수용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교도소’로 불리기도 한다. <뉴욕 타임스>는 이 시설에 40명이 수감돼 있던 2018년 기준으로 교도소와 관련 시설, 경비 인력, 부속 군사법원 등을 유지하는 데 5억4000만달러가 들었다고 2019년 보도했다. 1인당 약 1300만달러(약 152억원)가 들어간 셈이다.

 

현재 이곳에는 알카에다 전 작전사령관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 등 9·11 테러 설계에 가담한 용의자 5명을 포함해 39명이 수감돼 있다.

 

오바마, 폐쇄 실패…바이든은 할 수 있을까

 

불법 감금과 고문이라는 오명 때문에 인권 단체 등은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이 수용소를 처음 만든 부시 행정부에서도 약 540명의 수감자를 파키스탄, 아프간,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송환하며 규모를 줄였다. 그 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월 관타나모 수용소를 1년 이내에 폐쇄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수감자들을 뉴욕연방법원으로 이송해서 재판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안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테러리스트를 미 본토로 들여서는 안 된다며 반대해,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예산안은 부결됐다. 오바마는 재임 8년 동안 수용소 폐쇄는 하지 못한 채, 수감자 197명을 석방하거나 제3국으로 옮겨 40명으로 줄이는 데 그쳤다.

 

2017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의 방침을 뒤집었다. 그는 2018년 1월 국정연설에서, 관타나모 수용소를 유지할 것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명령했다고 밝혔다. 미국 보호에 필요하다면 이곳에 수감자를 추가로 보내겠다고도 했다.

 

지난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관타나모 숙제를 넘겨받았다. 그는 ‘임기 내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공약했다. 그 첫 걸음으로 미 국방부는 지난 7월 관타나모에 수감중이던 압둘 라티프 나시르를 본국인 모로코로 돌려보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미 상원의원 24명이 바이든 정부에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국내적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또한 오바마가 넘지 못한 장애물을 마주하고 있다.

 

공화당의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넬과 상원 군사위 간사인 제임스 인호프 의원 등은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는 미국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관타나모에 있는 수감자들을 미국 본토로 옮기는 것 또한 오바마 시절 의회가 법으로 금지해 어렵다.

 

<워싱턴 포스트>는 11일 바이든 정부가 출범 8개월이 됐지만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과정에 오바마가 마주했던 법적, 정치적 장애물을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대한 계획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폐쇄로 가는 길이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오바마 정부 때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특사였던 클리프 슬론은 바이든 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전담해서 부처 사이에 조율을 할 수 있는 비슷한 직제를 설치해야 한다고 이 매체에 말했다. 또한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으로 양분하고 있는 상원이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쪽으로 기울기 전에 바이든 정부가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9일 관타나모 수용소에 대해 “이것은 말 그대로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우리의 국제적 입지에서도 비용이 많이 드는 시설”이라며 백악관이 이 수용소의 운용상황 검토를 지휘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연합뉴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0일 북한이 핵 프로그램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날 열린 제65차 IAEA 총회에서 “북한에서 플루토늄 분리와 우라늄 농축, 다른 활동들에 대한 작업이 전속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IAEA 이사회에서 영변 핵시설 원자로 재가동 조짐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우라늄 농축 공장의 재가동 징후도 공개했다.

 

아울러 북한 강선 지역에 위치한 핵시설에서 계속되는 활동 징후가 있었다면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 지속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관련 결의안을 명백히 위반하는것으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IAEA는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북한 영변 핵시설 내 5MW 원자로와 관련해 “2021년 7월 초부터 냉각수 배출을 포함해 원자로 가동과 일치하는 정황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5MW 원자로는 북한의 핵무기 제작과 관련된 핵심 시설로, 여기에서 가동 후 나오는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이 추출된다. 이와 함께 IAEA는 올해 2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5MW 원자로 근처에 있는 폐연료봉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 연구소가 가동된 정황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IAEA 사찰단은 2009년 4월 추방된 이후 북한 핵 시설에 직접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IAEA는 북핵 프로그램 감시를 위해 정보 수집을 강화하고 고해상도 상업 위성의 이미지 수집과 분석을 확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열차 미사일’…들키지 않게 쏘고 숨기 가능할까?

 동시다발 분산 공격 가능하나 ‘게임 체인저급’엔 미달

 북한 철도 사정 너무 나빠 ‘은밀·기동·기습’ 효과 제약

 

<노동신문>은 “철도 기동 미사일 연대는 9월15일 새벽 중부산악지대로 기동하여 800㎞ 계선의 표적 지역을 타격할 임무를 받고 훈련에 참가”해 “조선 동해상 800㎞ 수역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1면에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열차에서 쏜 탄도미사일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북한 전역에 거미줄처럼 깔린 철도망을 플랫폼 삼아 마음대로 위치를 바꿔 미사일을 마구 쏘면 큰 일이란 주장이다. 북한 미사일을 실은 열차가 여기저기 철도 터널에 숨어있다 미사일을 발사하고 다시 터널로 숨어버리면 사전 탐지, 사후 대응 공격이 어렵다는 것이다.

 

열차 미사일은 은밀·기동·기습이 장점이다. 지난 15일 열차 미사일 발사훈련을 지도한 박정천 북한 노동당 비서가 “지형 환경 등을 고려해 전국 각지에서 분산적인 화력임무 수행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위협세력에 심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 타격 수단”이란 자랑도 이런 이야기다.

 

하지만, 열차 미사일이 진일보한 새로운 전략기술은 아니다. 열차 미사일 방식은 이미 40년전 미국과 소련이 대결할 때 등장해 군사적 장단점이 드러났다. 새롭거나 전장의 판도를 바꿀 획기적 기술은 아니란 뜻이다.

 

냉전 때 미국과 소련은 상대의 선제 핵공격을 받을 경우 반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이동식 차량·기차에 분산 배치했다. 1980년대 소련은 열차 이동식 핵 미사일 RT-23을 개발해 실전배치했다. 미국도 ‘피스키퍼’란 핵 미사일을 개발해 열차에 탑재하려했으나 1991년 소련이 망하면서 계획이 취소됐다.

 

미국 철도 총 선로 길이는 22만8218km로 세계 1위 철도대국이고, 러시아 철도 총길이는 8만5155km로 세계 2위 철도대국이다. 냉전시절 미국과 소련이 열차에 미사일 분산배치가 가능했던 것은 땅이 크고 철도가 길어 숨을 곳이 많았서였다. 미국과 소련에 견줘 북한은 땅이 작고 철도 길이도 짧다. 북한 철도 총길이는 5235km이다.

 

소련이 실제 운용했던 열차 미사일 RT-23의 치명적 약점은 무게였다. 이 미사일 1발의 중량이 100톤이 넘었다. 미사일에 열차 무게까지 합치면 너무 무거워졌다. 철길 붕괴 사고를 막기위해 RT-23을 실은 열차는 지반이 든든한 철길로만 다닐 수 있었다. 낡은 철교, 제방에 깔린 철길에서는 운행하기 힘들었다. 드넓은 소련 국토에 깔린 철도를 마음대로 달리지 못하고 운행할 수 있는 길이 제한됐다. 무거운 미사일을 끌고 다니느라 디젤기관차가 3량이 붙는바람에 일반 열차와 모양이 너무 달라 미국 정찰위성에 쉽게 발각됐다. 열차 미사일의 최대 장점인 은밀함과 기동 효과가 반감됐다.

 

지난 15일 발사한 북한 열차 미사일은 소련처럼 대륙간탄도탄(ICBM)이 아닌 단거리탄도미사일이라 상대적으로 가볍다. 북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무게는 20~30t이고 열차 무게까지 합치면 대략 50t 안팎이 될 것이다. 북한 처지에서 열차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면 50t짜리 열차가 북한 철길을 마음대로 안전하게 다닐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는 북한 철도 사정에 달려있다.

 

2013년 12월12일 경북 의성의 중앙선 철로에서 화물 무게를 못이견 화물열차 바퀴가 깨져 탈선 사고가 났다. 당시 코레일은 “화물열차 한 량의 경우 최대로 실을 수 있는 화물의 무게가 50톤이고, 차체 무게가 18.5톤이라 70톤 가까운 무게가 이 아래쪽 바퀴에 실렸다. 겨울철 열차 바퀴에 무거운 하중이 걸리면 손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열차에서 발사 준비를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은 남한보다 철도 사정이 휠씬 열악하다. 2018년 4월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북측을 통해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고 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문 대통령께서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 평창 올림픽 갔다 온 분들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거리가 237km인데, KTX로 2시간이면 간다. 평양에서 신의주까지 230km인데, 북한 기차로는 12시간이 걸린다. 평양-신의주 노선의 표정속도(scheduled speed·열차가 운행하는 구간거리를 소요시간으로 나눈 수치)는 시속 45km라서 원래 5~6시간 걸려야 하지만, 실제는 12시간이 걸린다.

 

북한 열차가 20km 정도로 다닐 수밖에 없는 것은 철도 시설이 워낙 낡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2차례 남북이 합동으로 북한 철도시설을 점검한 결과를 보면, 북한 철도 교량과 터널은 건설 당시 시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노후화가 심각했다. 궤도 침목이 깨져있고 철길 단면 마모가 많아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기관차의 마력이 디젤기관차에 비해 커서 경사가 심한 북한 산악지형에 적합하기 때문에 북한은 철도 전철화에 주력해 80% 넘는 철도가 전철이다. 북한은 전력난이 심해 전철이 다수인 열차의 정상 운행이 어렵다.

 

열악한 북한 철도 사정은 열차 미사일의 생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무거운 미사일 열차가 안전하게 운행 가능한 북한 철도 구간이 제한되므로 한미 정보당국이 철도구간과 터널을 특정해 집중 감시할 수 있다. 유사시 미사일 열차가 숨어있던 터널에서 신속하게 나와 재빨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다시 터널로 대피해야 하는데 북한의 철길과 전기 사정이 나빠 미사일 열차가 고속기동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다. 한미 정찰기, 군사위성이 미사일 열차의 움직임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열차 미사일이 유사시 북한의 동시 다발 타격 능력을 키우지만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급의 전략무기라고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 권혁철 기자

매켄지 미 중부사령관 기자회견 열어 발표

“희생자 가족에 깊은 위로…전적으로 내 책임”

IS-K의 테러 막는다며 8월29일 드론 공격

어린이 7명 포함한 무고한 민간인 10명 숨져

미국내 책임론과 향후 드론 공격 의문 커질 듯

 

 케네스 매켄지 미군 중부사령관이 지난달 30일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관련해 화상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왼쪽은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하 호라산)의 테러를 예방한다며 지난 29일 카불에서 실시한 드론 공습이 오폭이었다고 17일(현지시각) 인정했다. 이 공격으로 어린이 7명을 포함해 무고한 민간인 10명이 숨졌다. 바이든 정부의 책임론과 더불어 향후 드론을 활용한 테러리스트 공격에 대한 미국의 신뢰에도 의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의 케네스 매켄지 사령관은 이날 화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달 29일의 무인기 공습에 대해 “7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10명의 민간인이 그 공격으로 비극적으로 숨졌다”며 “더구나 (공격받은) 차량과 숨진 이들이 호라산과 관련 있거나 미군에 직접적 위협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 공습은 (카불) 공항에 있는 우리 군대와 (민간인) 대피자들에 대한 임박한 위협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깊은 믿음에서 이뤄졌다”며 “하지만 그것은 비극적 실수였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숨진 이들의 가족과 친지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공격과 비극적인 결과는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표는 중부사령부의 자체 조사 결과 뒤 나온 것이다.

 

지난달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및 민간인 대피 과정에서 26일 호라산이 카불 공항 입구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일으켜 미군 13명과 민간인 170여명이 숨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테러 직후 “끝까지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선언했고, 하루 뒤인 27일 아프간 동부 낭가하르주에서 무장 드론을 활용한 공격을 시행한 데 이어 29일 카불에서 드론 공격을 가했다. 당시 미군은 29일 공격에 대해, 대상 차량에 폭탄이 실려 있었고 카불 공항에 대한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보였다면서 “올바른 공격”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공격 직후 2차 폭발이 있었다면서 이는 상당한 양의 폭발물이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발표 뒤 <뉴욕 타임스> 등 미 언론은 공격 당시의 영상과 아프간 현지 사망자 가족·동료 등을 취재해, 피해자들이 호라산과는 무관한 민간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군이 공격한 차량을 운전한 남성은 제마리 아흐마디(43)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구호단체 ‘영양과 교육 인터내셔널’(NEI)에서 일하던 전기 기술자였다. 호라산과 전혀 무관할 뿐 아니라 오히려 미국을 도운 민간인을 미군이 오인했다는 얘기다.

 

미 관리들은 미군이 헬파이어 미사일로 공격한 것은 애초 주장한 것처럼 폭발물이 아니라, 아흐마디가 차량에 싣고 있던 물통이었다고 인정했다. 또한 당시 발생한 ‘2차 폭발’은 공격당한 주택가에 설치된 가스 탱크 폭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관리들은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이날 보도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성명을 내어 오폭을 시인했다. 그는 “우리는 아흐마디와 호라산 사이에 아무 관련이 없고, 그날 그의 행동은 전혀 무해하고 우리가 마주하고 있다고 믿었던 임박한 위협과 전혀 관련 없다는 것을 안다”며 “아흐마디는 비극적으로 숨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무고한 희생자였다”고 밝혔다. 그는 중부사령부의 조사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오스틴 장관의 검토 지시에는 오폭 책임 여부 등이 포함된다고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에서 말했다.

 

미국의 오폭은 미 안팎에서 큰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민주당의 루벤 갈레고 하원의원이 성명을 내어 국방부 발표에 좌절감을 나타내면서 의회에 설명을 요구하는 등 정치권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문책론까지 나올 가능성이 있다. 혼돈의 아프간 철수를 마치고 중국 견제나 국내 인프라·복지 투자로 초점을 옮기고자 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호라산 테러로 인한 미군 13명 사망이라는 타격에 더해 ‘민간인 오폭’이라는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 더구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말 아프간 전쟁을 끝마치면서, 테러 대응을 위해 현지에 지상군을 배치하지 않고도 장거리 무인기 공습 등으로 대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으나 이번 오폭으로 그에 대한 신뢰 또한 의심받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폭에 대해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후에는 주말을 보내기 위해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의 르호봇 해변으로 갔다.

 

매켄지 사령관은 오폭 희생자 가족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군이 아프간에서 완전히 철수한 터라, 이에 대한 원활한 논의 또한 난항이 예상된다고 미 언론은 전하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