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대선, 좌파 카스티요 ‘당선 유력’

● WORLD 2021. 6. 11. 12:3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99.3% 개표 진행 0.4%p  앞서…후지모리 재검표 요구

 

페루 대통령 선거에서 사회주의 성향인 페드로 카스티요 후보의 승리가 유력해지고 있다.

자유 페루당의 카스티요(51)는 페루 대선 결선 투표의 개표가 99.3% 진행된 상황에서 50.2%를 얻어, 국민권력당의 게이코 후지모리(45) 후보(48.2%)를 0.4% 포인트 앞서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11일 보도했다. 전체 유권자 2500만여 표 중에서 약 7만774여 표에 해당하는 근소한 차이지만, 뒤집히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러나 후지모리가 “개표 과정이 의심스럽다”며 일부 무효화 및 재검표를 요구하고 나서, 최종 선거결과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후지모리가 9일 페루 선관위에 투표소 800곳 20만여표의 개표 결과에 대해 무효화를 요구했으며, 선관위가 이를 심리하는 데는 열흘 정도 걸릴 것이라고 <아에프페>(AFP)가 전망했다. 후지모리는 또 다른 투표소의 30만표에 대해 재검표를 요구했다. 후지모리는 트위터에 “우리는 마지막까지 수백만 페루인의 합법적 권리를 지킬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에 대해 카스티요의 자유페루당은 “투·개표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행위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독립적인 선거감시 단체들도 대체로 선거가 깨끗하게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페루 주변국에서는 카스티요 당선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아르헨티나 대통령 알프레도 페르난데스는 트위터에 카스티요를 가리켜 “대통령 당선인”이라고 표현하며 곧 만나서 라틴 아메리카의 이익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페루 정부는 성명을 내어 최종 결과가 발표되기 전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코멘트가 나온 것과 관련해 “항의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오 다 실바 전 대통령은 “페루의 선거결과는 우리 라틴 아메리카 대중투쟁의 전진을 상징한다”고 당선을 기정사실화했고,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카스티요를 “영혼의 형제이며 투쟁 동지”로 부르며 “승리”를 축하한다고 밝혔다.

후지모리(왼쪽)와 카스티요

 

이번 선거의 격차 0.4%는 박빙의 차이지만,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후지모리가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후보에게 졌을 때의 격차 0.24%보다는 크다. 그럼에도 후지모리가 2016년 대선 당시 패배를 순순히 인정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후지모리가 대선 패배가 확정되면 곧바로 감옥에 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후지모리는 브라질 건설업체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1년 넘게 구속됐다가 이번 대선을 앞두고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실패하면 대통령 재임기간 누릴 면책 특권의 혜택을 받지 못 하고 곧바로 수감될 우려가 크다. 실제 검찰은 10일 법정에서 “후지모리가 관련 사건 증인과의 만남을 금지한 보석 조건을 어긴 혐의가 있다”며 즉각적인 보석 취소를 요청했다. 검찰은 그동안 재판이 진행되면 부패 혐의를 받는 후지모리에게 30년 이상의 형을 구형하겠다고 밝혀왔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교사 출신인 정치신인 카스티요는 내륙 안데스 산간의 빈농과 광산지역 노동자 등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독재자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장녀인 후지모리는 이번 세 번째 대선 도전에서 주로 리마 등 태평양 연안 대도시 부유층의 지지를 받았다. 박병수 기자

대만은 군사 · 전략적 의미 큰 부여
중 “민진당 정치적 위기 모면 목적”

 

미국 연방 상원의원들이 지난 6일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타이베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상원의원단이 대만을 방문하면서 미 공군 전략 수송기를 이용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대만 쪽에선 군사·전략적 의미를 크게 부여한 반면, 중국 쪽에선 ‘살라미 전술’을 이용한 의도적 도발이라고 평가절하했다.

 

7일 대만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태미 덕워스(민주·일리노이) 등 미 연방 상원의원 3명을 태운 미 공군 C-17 수송기가 전날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착륙했다. 이들은 차이잉원 총통을 예방하고, 미국 쪽이 대만에 코로나19 백신 75만회분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심의 초점은 이들이 타고 온 항공기에 집중됐다. 통상 미 고위직은 해외 방문 때 하와이 히컴 공군기지에 주둔한 미 공군 제15비행단이 운영하는 C-40 ‘클리퍼’를 이용한다. 지난해 8월 알렉스 아자르 당시 미 보건장관이 대만을 방문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번엔 한국 오산기지에서 출발한 미 공군의 대형 전술·전략 수송기인 C-17 ‘글로브 마스터’를 이용했다.

 

맥도널더글라스와 보잉이 공동 개발한 이 수송기는 길이 53m, 무게 265t, 최대항속 시속 1080km에 이른다. 대만 <자유시보> C-17의 재원을 상세히 소개한 뒤, “71t의 화물을 탑재하고 최대 4480km를 비행할 수 있으며, 공중 재급유를 받으면 항속거리를 1만1000km까지 늘릴 수 있다”며 “M1 에이브럼스 탱크와 스트라이커 경장갑차 등도 실을 수 있고, 활주로가 짧은 소형 공항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대만중앙통신>(CNA)은 미 현직 상원의원단의 대만 방문이란 정치·외교적 의미 외에 ‘군사·전략적 의미’를 강조하고 나섰다. 통신은 린잉요우 중정대 교수의 말을 따 “C-17은 전략 전술수송기로 이번엔 상원의원이 탑승했지만, 비상 사태 발생시 미군이 긴급 수송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짚었다.

 

쑤쯔윈 대만 국방안전연구원 연구위원도 통신에 “C-17은 여러차례 한-미 연합훈련에 동원됐지만, 한국에 착륙한 것은 지난 5월 대구공항이 처음”이라며 “대구공항은 쑹산공항과 마찬가지로 민군 겸용공항이며, 이번 방문길에 쑹산공항에 착륙한 것은 긴급 상황시 대형 수송기의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시킨 것도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중국 쪽에선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정치적 위기를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만 앞선 미 고위인사의 대만 방문 때처럼 공군기를 동원한 ‘위협 비행’ 등은 벌이지 않았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대만 쪽도 이같은 행동이 대만 해협의 긴장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긴장을 고조시킨 것은 대만인의 관심을 본토 쪽으로 돌려 민진당 정권에 대한 불만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신문은 “미국과 대만이 (단계별로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살라미 전술을 이용해 도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이를 좌시한다면 더욱 대담하게 도발의 강도를 높여갈 수 있으므로 절대 용인해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본토는 대만에 대한 압도적 군사력 우위 속에 대만해협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미국의 개입을 차단할 능력도 있다”며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행동을 실행에 옮길 실질적 자유를 갖췄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천안문 시위 32년 맞은 지난 4일 MS 검색엔진 ‘탱크맨’ 검색 안돼

아직까지 탱크맨 신원 안 밝혀져...당시 사진작가 “4명한테 끌려가”

 

    1989년 6월 중국 톈안먼 민주화운동의 상징이 된 탱크맨. AP 연합뉴스

 

1989년 6월5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톈안먼) 광장 앞 큰 길에서 시위 진압에 나선 인민해방군의 탱크를 막아섰던 이른바 ‘탱크맨’이 천안문 민주화 운동 유혈진압 32주년을 맞아 재소환되고 있다. 여전히 신원 미상인 탱크맨은 중국 현대사의 가장 쓰라린 사건 중 하나인 천안문 민주화 시위 진압 사건의 상징적 존재이다.

 

<CNN>과 <가디언> 등은 6일 중국 천안문 유혈진압 32주년을 맞은 4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검색엔진 빙(Bing)에서 탱크맨(tankman)의 사진이나 영상 등이 검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애초부터 천안문 사건 관련 검색이 제한된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독일, 싱가포르, 프랑스, 스위스 등에서도 탱크맨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 대변인은 “사진 등이 실수로 오프라인으로 전환됐다. 인간의 실수였다”고 말했다. 탱크맨 사진은 하루 뒤인 5일부터는 다시 검색에 나타났다.

 

5일 동유럽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도 탱크맨이 등장했다. 중국과 헝가리 정부가 지난 4월 합의한 상하이 푸단대학의 헝가리 분교 건립에 반대하는 시위에 부다페스트 시장 게르겔리 카라소니가 탱크맨 사진을 들고 나온 것이다.

세계 100위권 안에 드는 중국 국립대학을 유치하는 것이지만, 헝가리 시민들은 거대한 중국 대학의 분교를 수도 부다페스트에 세우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건립 비용이 2조원이나 들고, 이 중 1조7천억원을 중국에서 차관 형태로 받는 것도 반대를 키운다. 카라소니 시장은 이날 “우리는 5천억 포린트(약 16억달러)나 되는 시민들의 세금을 중국의 엘리트 대학 캠퍼스에 퍼붓고 싶지 않다”고 주장했다.

 

탱크맨은 1989년 6월 천안문 사태 당시 보여준 용감한 행동으로 중국 현대사의 상징 중 하나가 됐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그해 4월 시작된 중국 학생들의 민주화 시위를, 50일 만인 6월4일 새벽 무력으로 진압하기 시작했다. 이튿날인 5일 중국제 59식 탱크 10여대가 줄지어 천안문 광장 앞 큰 길로 진입하자, 검은 바지에 흰 셔츠를 입은 남성이 가로막는다.

 

돌발 사태에 잠시 머뭇거리던 탱크가 비켜가려 방향을 틀자 남성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다시 가로막는다. 그러기를 몇 차례, 남성은 탱크 위로 뛰어올라 군인과 몇 마디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남성과 탱크 부대의 짧은 승강이는 멀찍이 떨어져 사진을 찍던 외신 기자들의 카메라에 담겼고, 전 세계에 영상과 사진으로 퍼져나갔다. 세상은 이 남성을 ‘탱크맨’이라 부르고 천안문 사건의 상징으로 기억하고 있다.

 

탱크맨의 신원은 사건 30여년이 넘도록 미궁이다. 중국 활동가와 외국 언론들이 그를 찾아나섰지만 아직 공식 확인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분명한 것은 그가 당시 광장에서 탱크 부대에 의해 사망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사건 당시 직접 사진을 찍었던 <에이피>(AP) 통신의 미국인 사진기자 제프 와이드너는 “그가 4명에 의해 끌려갔으며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2014년 독일 <도이체 벨레>에 말했다.

 

와이드너는 “그(탱크맨)는 탱크가 오는 것을 보았고, 자신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며 “가족이나 친척이 군에 의해 죽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탱크맨에 대해 수감설, 사망설 등 여러 추측이 돌고 있다. 2017년에는 미국에서 중국 인권운동을 하는 ‘공민역량’이 “탱크맨은 현재 중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그 자신이 외국에도 널리 알려진 것을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현준 기자

 

스쿼, 니그로, 레드맨 ... 인종차별 지명, 곳곳에 아직도 많아

원주민 여성 비하 지명 ‘스쿼’, 호수 · 계곡 등 799곳에 여전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종교, 사회적 회합인 파우와우(Pow-Wow) 모습.

 

미국 전역의 마을과 호수, 개울, 산 등 1000여 곳에 ‘스쿼’, ‘니그로’ 등 인종차별적인 지명이 남아있다고 현지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6일 내무부 산하 연방지명위원회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이날 보도에서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의 기념물을 제거하고 인종차별주의자의 이름을 딴 공공건물의 이름을 바꾸는 작업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지만, 곳곳에 이런 인종차별의 유산이 끈질기게 살아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자료를 보면,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을 비하하는 용어인 ‘스쿼’(Squaw)가 들어간 곳이 799곳으로 가장 많다. 미네소타에는 ‘스쿼 호수’가 있으며, 캘리포니아의 유명한 ‘스쿼 계곡 스키 리조트’는 1960년 겨울 올림픽이 열린 곳으로 지난해에야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항의로 이름이 바뀌었다.

 

또 아메리카 원주민의 피부색과 연관된 차별적 용어 ‘레드 맨’(Redman)은 82곳에, ‘레드 스킨’(Redskin)은 12곳에 남아있다.

 

흑인을 비하하는 ‘니그로’(Negro)란 말이 621곳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일리노이에 ‘빅 니그로 개울’이 있고, 버지니아에는 ‘니그로 발’이란 지명이 있다. 니그로 발은 노예가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발을 자른 끔찍한 사례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흑인의 검은 살갗을 비아냥거리는 ‘다키’(Darkey)도 7곳에 남아있고, 흑인의 야간통행 금지를 뜻하던 ‘Ain’t No(N-words) Allowed’를 가리켰던 ‘애나’(Anna)란 말도 5곳에서 살아 있다.

 

중국계 미국인을 경멸적으로 표현한 ‘차이나맨’(Chinaman)은 29곳에서 사용하고 있다. 오리건에 ‘차이나맨 모자’란 곳이 있고, 콜로라도엔 ‘차이나맨스 협곡’이 있다.

 

멕시코인을 차별한 말도 남아있다. ‘그리저’(greaser)는 12곳에 남아있고, ‘웻백 탱크’(Wetback Tank)는 뉴멕시코 저수지의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 동부 유럽이나 남부 유럽 출신 백인들을 차별하는 용어도 남아있다. 폴란드 출신을 겨냥한 ‘폴락’(Polack)이 6곳, 이탈리아계를 가리키는 ‘데이고’(dago)도 20여곳에서 흔적을 남기고 있다.

 

정부는 과거 인종차별적 지명을 변경하려고 노력도 했다. 내무부 장관 스튜어트 유달은 1963년 지도상 모든 연방 지명에서 흑인 비하를 뜻하는 ‘N-word’를 없애도록 했다. 그는 나중에 일본인을 모욕하는 ‘잽’(Jap)이란 표현을 쓰지 말라는 지시도 내렸다.

 

미국 정부에는 사람들이 지명 변경을 제안할 수 있는 창구가 있다. 그러나 지역사회의 주민들은 기존 지명이 그들 집안이 몇 세대에 걸쳐 살아온 지역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이들 지명의 본질적 의미를 외면하고 있다고 악시오스가 지적했다.

 

아메리카 원주민 권익옹호단체의 활동가 ‘크리스털 에코 호크’는 “미국은 원주민을 비인간화하고 원주민의 전통과 문화를 조롱하고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끊임없이 만들어낸 오랜 역사가 있다”며 “인종차별적 지명 변경은 시작이며 더 나아가 원주민을 보는 미국인의 시각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