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인종차별모든 차별에 맞서 나는 반대한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이 세상을 떠나자, 19시민들이 워싱턴 연방대법원 앞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긴즈버그 대법관의 사진과 촛불을 들고 그의 영면을 기원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오늘날 여성이 직면한 고용 차별은 소수집단의 차별만큼 만연해 있지만 훨씬 교묘해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성별에 따른 차별은 여성이 열등하다는 편견을 낳고 낙인으로 작용해 여성 보호란 미명하에 여성의 고소득 취업과 승진을 방해합니다. 이러한 차별의 결과로 여성의 사회 진출은 제약받고 여성은 늘 남성보다 낮은 지위에 머무릅니다.”

지난 18일 저녁 췌장암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이 1973프론티에로 대 리처드슨소송에서 변호인으로 한 변론의 일부다. ‘군인 가족들에 대한 혜택이 성별에 따라 달리 주어지는 것이 차별인지를 가리는 게 소송의 쟁점이었다. 긴즈버그는 여성에게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다. 우리 목을 밟고 있는 그 발을 치워달라는 것뿐이라는 노예제 폐지론자 세라 그림케의 말을 인용하며 성차별이 인종차별과 다를 바 없음을 드러내 승소했다. 2020년 대한민국 법정에서 들어도 낯설지 않을 이 변론은 미국을 넘어 세계 여성 인권사에 한 획을 그은 명변론으로 기록됐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1993년 긴즈버그를 미국 역사상 두번째 여성 연방대법관이자, 첫번째 여성 유대인계 대법관으로 지명하면서 대법관 자리가 아니더라도 이미 역사 교과서에 실릴 만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여성 인권 향상에 힘써왔음을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27년간 대법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그의 공헌은 여성 인권 향상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이성 부부가 누리는 혜택을 동성 부부는 받을 수 없도록 한 결혼보호법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이끌어내는 등 성소수자 보호와 투표권, 이민, 사형제 등 다양한 의제에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며 미국 사법 역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긴즈버그를 세상의 모든 차별에 맞서 인권을 추구한 인물로 만들어준 건 차별의 경험이었다. 그는 1933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여성의 역할을 가사와 육아로 한정 짓고, 여성을 2등 시민 취급하던 시절이었다.

변호사가 되고자 진학한 하버드대 법대에서조차 차별에 직면해야 했다. 500명 중 여학생은 단 9. 교수들은 9명의 여학생들 면전에서 남자들의 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노골적인 차별 발언을 쏟아냈다. 컬럼비아대 법대로 옮긴 뒤 수석 졸업을 했지만 그에게 일자리를 제안하는 로펌은 어디에도 없었다. ‘유대인이자 여성, 어머니라는 세가지 차별에 직면했던 것이다. 긴즈버그는 2007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도리어 운이 좋았다월가의 로펌이 나를 고용했더라면 오늘날 내가 뭐가 됐겠냐고 말했다.

1963년 그가 럿거스대에서 교편을 잡을 무렵, 미국 사회에선 민권운동 진전에 힘받아 성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내성적이고 진지한 성격인 긴즈버그는 시위에 앞장서는 대신 성차별 관련 소송 변론을 맡아 여성 인권 향상에 기여했다. 그는 미 수정헌법 제14조가 보장한 법률에 의한 평등한 보호의 보장 범위를 여성에까지 확대하는 전략을 통해,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이뤄진 6개의 성차별 소송 중 5개를 승소로 이끌었다.

특히 남성이 차별받는 사건도 변론하며,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은 법이 실제로는 여성이 남성에게 의존해야만 한다는 인식을 강화시키고 있는 것을 드러냈다. 1975년 남성이라는 이유로 자녀를 부양하는 한부모 가정에 주어지는 특별수당을 받지 못한 것은 성차별이라며 제기한 와이즌펠드 대 와인버거 사건이 그 예다.

법전에 충실한 판결을 고집하는 보수적 법관들과는 달리 판사는 그날의 날씨가 아닌 시대의 기후를 고려해야 한다”(2015년 미시간대 법대 학생들과의 만남에서의 발언)는 자세를 취했지만, 처음부터 그가 법원 내 진보파로 불렸던 건 아니다. 법관들의 합의를 중시하고, 판례를 쌓아가며 단계적 변화를 추구해온 그는 오히려 합리적인 중도파로 분류되곤 했다.

그가 법원 내 진보계로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2006년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의 퇴임으로 연방대법원 내 유일한 여성 대법관이 되면서부터라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그는 이 시기 이후 법정에서 소수의견을 낭독하며 다수의견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 의견을 펼치기 시작했다. 긴즈버그는 2007년 인터뷰에서 반대 의견을 적극 개진하는 이유에 대해 동료 법관들을 설득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훗날의 지성들에게 호소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이런 뜻은 미래 세대에게도 가닿았다. 2013년 연방대법원이 5 4투표권법’ 4조를 무효화하는 결정(셸비 카운티 대 홀더 소송)을 내렸을 당시 그가 낸 반대 의견에 젊은층이 열광했다. 투표권법은 미국 민권운동의 결과로 소수인종에 대한 참정권 차별 감시를 위해 1964년 만들어진 법인데, 당시 재판에서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한 보수 성향의 판사 5명은 ‘50년 동안 미국 사회가 충분히 변했다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결정했다. 긴즈버그는 이에 대해 투표 과정의 인종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오늘 판결은 폭풍이 여전히 몰아치는데도 우산을 버린 꼴이라고 강한 반대 의견을 냈다. 새삼 사법부 역할의 중요성을 깨달은 젊은이들은 루스 없이는 진실도 없다며 열광했다. 긴즈버그의 이름 이니셜과 미국 인기 래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B.I.G.)의 이름을 합쳐 노토리어스 아르비지(R.B.G.)’라고 부르고, 그의 모습을 문신으로 새겨 넣는 이들까지 나왔다.

적극적인 반대 의견 표명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연방 대법원이 5 4보수 대 진보구도로 바뀌며 더욱 도드라졌다. 그는 숨지기 며칠 전까지 나의 가장 강렬한 소망은 새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교체되지 않는 것이라는 소망을 피력하며, 트럼프 치하 대법원의 지나친 우경화로 미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을 막고자 분투했다.

긴즈버그의 별세 소식에 미국 사회에선 지칠 줄 모르는 굳건한 정의의 수호자”(존 로버츠 미 연방대법원장), “모두를 위한 인권을 맹렬하게 추구한 여성”(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을 잃었다는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긴즈버그와 내내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트럼프 대통령도 긴즈버그가 남긴 유산과 미국 역사에 대한 공헌은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을 내고 백악관과 모든 연방정부 건물에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이날 밤 워싱턴에선 성소수자들의 무지갯빛 깃발이 나부끼는 등 긴즈버그로부터 도움을 받은 이들의 밤샘 추도회가 이어졌다. < 이정애 기자 >

 

긴즈버그 후임임명 전쟁, 미 대선판 뒤흔든다

트럼프 여성 후보, 매우 빨리 지명인준땐 보수 6-진보 3’ 저울 기울어

바이든 새 대통령이 대법관 골라야”.. 공화 · 민주 모두 지지층 결집 계기

 

19일 미국 워싱턴 연방대법원 앞에서 볼티모어의 영어 교사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를 추모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진보진영의 아이콘으로 꼽혀온 연방대법원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지난 18일 질환으로 숨지면서, 보수 우위의 미 대법원 이념지형을 더 강화하느냐 저지하느냐 역사적인 싸움이 시작됐다. 후임 대법관 임명 문제 자체가 40여일 남은 대선 판을 뒤흔들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종신직인 미 대법원 9명의 대법관은 긴즈버그를 포함한 진보 4명과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한 보수 5명의 구도로 유지돼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긴즈버그의 빈자리를 자신의 임기(2021120) 안에 보수 대법관으로 서둘러 채우려 하고, 민주당은 대선(113) 이후로 넘겨야 한다고 맞서며 전쟁이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노스캐롤라이나주 페이엇빌에서 열린 유세에서 다음주 (대법관) 후보를 지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이 될 것이다. 아주 재능 있고 훌륭한 여성이라고 말해, 이미 마음속에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사실, 매우 빨리 진행될 것이라고도 했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 상원에서 표결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대법관은 대통령의 후보 지명과 상원 인준 청문회 및 표결 절차를 거치며, 지명부터 공식 임명까지 통상 70일이 걸린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 53, 민주당과 무소속 47명으로 공화당이 다수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내년 120, 상원 임기는 13일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연내에 속도를 내면 미 대법원을 보수 6, 진보 3명으로 보수로 확 기울어진 구도로 강화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대선이 40여일 남은 만큼, 새 대통령이 후임 대법관을 지명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들에게 유권자들이 대통령을 뽑아야 하고, 대통령이 대법관을 골라서 상원이 고려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특히 4년 전의 전례를 들어 공화당을 비난하고 있다. 20163월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대법관 후보에 진보 성향의 메릭 갈런드를 지명했으나, 당시 상원 다수당이던 공화당은 그해 대선이 있다는 점을 들어 의회에서의 인준 절차를 거부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뒤 닐 고서치 대법관을 지명해 임명에 성공했다. 민주당은 긴즈버그가 숨지기 며칠 전 손녀에게 나의 가장 강렬한 소망은 새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교체되지 않는 것이라고 밝힌 점을 들어, 그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후임 대법관 지명 문제는 코로나19 대응과 인종차별 문제가 지배해온 미 대선 판의 새로운 변수다. 대법관 구성 변화는 여성, 성소수자, 이민, 임신중지, 총기 소유, 환경, 건강보험 등 미국 사회의 민감한 의제들의 방향성과 연결되는 첨예한 문제다. 이 때문에 대법관 후임 인선을 언제, 누가, 어떤 사람으로 진행하느냐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층이 각각 결집하며 세를 모으는 매개가 될 수 있다.

공화당 안에서는 대선 전에 후임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상원 인준 표결까지 마치자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전략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한 빨리 새 대법관 후보자를 지명하고 공화당이 의회에서 인준 청문회를 진행하되, 인준 표결은 대선 뒤로 넘기는 게 좋다는 견해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등 국정운영에 실망한 공화당 유권자들에게, 대법관 문제가 대선 투표율을 높이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관 문제는 민주당 지지층 또한 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공화당이 똘똘 뭉치면 트럼프 대통령의 새 대법관 임명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수는 오히려 공화당 내부의 반대 기류다.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워온 공화당의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은 새 대법관은 11월 대선에서 당선되는 대통령이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3~4명 정도가 대선 전 대법관 인선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공화당도 내부 표단속이 급한 처지다. <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

 

"미국 유권자들, 바이든이 후임 대법관 임명하길 원한다"

NYT·폭스 여론조사NYT "후임 논란, 바이든 유리할 듯"

 

미국 대법원 밖에 모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추모객들

 

()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의 별세로 후임자 임명 문제가 정치 이슈화하는 가운데 미국인들은 차기 대법관을 더 잘 지명할 대선후보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공개된 NYT-시에나대의 메인·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주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차기 대법관을 선택하기를 바란다'는 답변이 53%로 과반을 차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하기를 바란다는 답변은 41%로 바이든 후보보다 12%포인트나 뒤졌다.

NYT 여론조사는 긴즈버그 대법관이 별세하기 전인 지난 1016일 애리조나 유권자 653, 메인 유권자 663, 노스캐롤라이나 유권자 653명을 대상으로 각각 진행됐다.

이에 앞서 폭스뉴스의 최근 전국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바 있다.

폭스뉴스가 지난 710일 미 전역의 유권자 1191명을 대상으로 '누가 대법관 지명을 더 잘할 것이라고 신뢰하느냐'고 물어본 결과 바이든 후보라는 응답이 52%로 트럼프 대통령(45%)7%포인트 앞섰다.

이는 두 후보의 전반적인 지지율 차이보다 더 큰 격차다.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 '오늘 투표한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바이든 후보(51%)를 택한 응답자가 트럼프 대통령(46%)이라고 답한 유권자보다 5%포인트 많았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 등을 근거로 NYT는 긴즈버그 별세에 따른 후임 대법관 지명 논란이 45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쳤다.

아직 지지 후보를 확실히 정하지 않은 유권자와 투표에 적극적이지 않은 유권자들이 후임 대법관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의 손을 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NYT에 따르면 공화·민주 양당을 모두 지지하지 않는다는 유권자 또는 아직 마음을 바꿀 수 있다고 답한 유권자들은 차기 대법관 지명을 더 잘할 후보로 트럼프 대통령(31%)보다 바이든 후보(49%)를 꼽았다. 격차가 18%포인트에 달한 것이다.

대선에 투표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는 않다고 답한 응답자들 사이에서는 그 차이가 29%포인트(바이든 52%, 트럼프 23%)로 더 벌어졌다.

2016년 대선 전 별세한 앤터닌 스캘리아 당시 연방대법관 후임 논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상황이, 이번에는 바이든 후보에게 적용될 차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대선 출구조사에서 대법관 지명을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고 꼽은 유권자가 무려 21%에 달했는데, 이들 중 56%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해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후보(41%)를 크게 앞섰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선 전 대법관 후임을 지명해 공화당 지지층의 위기감을 부른 것과 달리, 이번에는 거꾸로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대법관 지명을 강행하려는 분위기여서 민주당 유권자들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2014년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 시위

왕궁 근처 도로에 국민의 명판설치

국왕은 유럽 외유레드불 손자기소

 

타이의 반정부 시위대가 20일 수도 방콕의 왕궁 인근 도로에 새로 설치한 국민주권 선언 명판. 로이터 연합뉴스

 

두달째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는 타이(태국)의 대학생과 시민들이 20일 수도 방콕 왕궁 인근에 주권은 왕실이 아닌 국민에 있음을 선언하는 명판을 설치했다.

전날 시위를 시작해 왕궁 옆 민주화 성지인 사남루앙 광장에서 밤을 지새운 수만명의 시위대는 20일 광장 옆 도로에 국민의 명판을 설치했다. 명판에는 국민은, 이 나라가 왕실이 아닌 국민의 것임을 선언한다고 적혀 있다.

명판이 설치된 곳은 1932년 절대왕정에서 입헌군주제로 이행한 시암 혁명을 기리는 민주화 혁명 기념판이 있던 곳이다. 원래 기념판은 2017년 마하 와치랄롱꼰 현 국왕이 취임한 직후 아무런 설명 없이 사라졌고, 대신에 국가, 종교, 에 대한 충성을 상기시키는 명판으로 대체됐다.

이번 시위에는 수만명(주최 쪽 추산 10만명, 경찰 2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2014년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 시위다. 경찰이 이날 명판 설치와 시위를 막지 않아 폭력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시위를 주도한 청년학생과 시민들은 새로운 명판 설치와 함께 봉건주의 타파, 국민 만세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군부 쿠데타로 민선 정부를 무너뜨리고 집권한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의 사임, 신헌법 제정과 선거 실시, 왕실 개혁 등을 촉구했다. 시위대는 타이 국민들에게 개혁을 위한 총파업을 촉구하면서 왕실과 연계된 에스시비은행에서 돈을 인출하고 계좌를 불태우자고 제안했다.

문란한 사생활과 각종 기행으로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는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은 현재 유럽에서 장기간 외유 중이다. 소셜미디어에는 코로나19로 경제가 붕괴되고 있는데, 타이에서 최고 부자인 국왕은 외유를 즐기고 있다는 비난이 넘치고 있다.

한편 타이 검찰은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반정부 시위의 도화선이 된 레드불 창업 3세 음주 뺑소니 사건 불기소방침을 철회했다. <방콕 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이날, 검찰이 18일 성명을 내어 워라윳 유위타야에 대해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과실치사 혐의 및 새로운 코카인 복용 혐의와 관련해 기소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 정의길 기자 >



태국서 대규모 반정부 집회 … 금기 깨고 "군주제 개혁"

경찰 추산 최소 5천명 참여, 외신은 "수만 명 운집" 보도

 

태국 학생운동 세력과 반정부 단체들이 19일 수도 방콕에서 2014년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집회를 열었다.

일부 집회 참석자들은 왕실 문제 언급이라는 금기를 깨고 군주제 개혁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19일 일간 방콕 포스트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학생단체인 '탐마삿과 시위 연합전선'은 이날 오후 2시 방콕 시내 탐마삿 대학의 타쁘라찬 캠퍼스에서 반정부 집회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주최 측은 최다 1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고, 경찰도 집회 참석자가 5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비가 내리는데도 오전부터 학생 수백명이 탐마삿 대학으로 몰리자 애초 집회를 불허했던 대학 측은 승강이 끝에 걸어 잠갔던 정문을 개방했다.

이어 참석자가 꾸준히 늘어 경찰 추산 최소 5천명으로 불었고, 블룸버그 통신은 수만 명이 운집했다고 보도했다.

인근에 있는 왕궁 맞은편 사남 루엉 광장으로도 대규모 인파가 몰렸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2014년 일으킨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다.

919일은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2006년 쿠데타로 축출된 날이기도 하다.

태국 반정부 집회서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태국의 반정부 집회는 지난해 3월 총선 과정에서 젊은 층의 광범위한 지지를 많은 퓨처포워드당(FFP)이 올해 2월 강제 해산되면서 촉발했고, 현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7월부터 다시 불붙었다.

주최 측은 애초 군부 제정 헌법 개정, 의회 해산 및 총리 퇴진과 새로운 총선 실시, 반정부 인사 탄압 금지 등을 촉구하면서 세를 불려 나갔다.

군부정권이 2017년 개정한 헌법은 정부가 상원의원 250명을 지명하고, 총리 선출 과정에 국민이 뽑은 하원의원과 동등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 군부의 장기집권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다가 태국에서 금기시되던 군주제 개혁 문제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점차 반정부 집회의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왕실 모독죄 철폐와 경제적 상황을 고려한 왕실 예산 편성, 왕실의 정치적 견해 표현 금지 등의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탐마삿과 시위 연합전선'을 이끄는 빠누사야 시니찌라와타나꾼은 "우리가 왜 쁘라윳 정권을 축출하고 군주제를 개혁할 필요가 있는지 국민에게 알리고 소통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주제 개혁 이슈는 코로나19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경기침체로 올해 태국의 국내총생산(GDP)8%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왕실 예산은 16%나 인상한 898천만바트(3356억원)로 편성돼 더 확산하는 추세다.

특히 왕실이 보유한 38대의 여객기 및 헬기 유지 비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는 형국이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봉건제 타도, 국민 만세"를 연호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쁘라윳 총리는 반정부 집회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허용하겠지만, 군주제 개혁 요구는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집회 주최 측은 밤새 반정부 집회를 이어간 뒤 20일 거리 행진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최 측은 애초 20일 오전 총리실로 행진하겠다고 밝혔다가 구체적인 행진 방향은 당일 밝히겠다고 입장을 변경했다.

현지 경찰은 집회 현장 주변에 경력 1만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3000만개 출하2100만개 스위스 손목시계 따돌려

 

애플 워치(왼쪽)와 스위스의 대표적인 시계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롤렉스.

 

디지털 세상이 된 지 상당한 세월이 흘렀지만 세상이 변했다는 걸 실감하게 해주는 또 하나의 통계가 나왔다. 손목시계의 최강자가 스위스에서 애플로 넘어갔다.

애플 워치가 처음 나온 것은 20149월이었다. 당시 스위스 시계 제조업체 스와치그룹의 닉 하이에크 회장은 공개적으로 "우리는 스마트워치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에 따르면 그로부터 불과 6년이 지난 지금 애플 워치의 출하량은 200년 전통의 스위스 손목시계를 추월했다.

지난해 애플 워치 출하량은 3070만개로 2100만개에 그친 스위스 시계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추세를 보면 둘 사이의 격차는 더 크게 느껴진다. 한쪽은 가파른 상승 곡선, 다른 한쪽은 하락 곡선으로 화살표의 방향 자체가 엇갈린다. 애플 워치 출하량은 20182250만개보다 36%나 늘었다. 반면 스위스 시계는 같은 기간 2220만개에서 13%가 줄었다.

다만 애플은 공식적으로 애플 워치 판매량을 밝히지 않기 때문에 이 통계는 시장조사업체의 자체 분석에 기반한 것이다. 애플은 지난 15(현지시각) 혈중 산소포화도 측정 기능 등을 갖춘 '애플워치 6'를 발표함으로써 애플 워치 6주년을 기념했다.

판매액은 아직 스위스 시계가 앞서...독자적 스마트워치 출시도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수석분석가 스티븐 왈처는 "스와치, 티쏘 같은 전통 스위스 시계 제조업체는 노년층 소비자들 사이에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애플은 매력적인 디자인, 사용자 친화적인 기능으로 디지털을 선호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더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태그호이어 등 일부 스위스업체들은 디지털화에 맞춰 독자적인 스마트 워치를 출시하는 전략으로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티쏘는 지난 8월 독자 개발한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워치를 출시하기도 했다.

물론 판매량과 수익성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스위스 시계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 덕분에 애플 워치에 비해 가격이 훨씬 높다. 시장조사업체인 캐널리스(Canalys)의 분석가 빈센트 틸케(Vincent Thielke)`시엔엔' 인터뷰에서 "스위스 시계는 애플 워치보다 평균 약 2배 비싸며 판매액에서는 아직도 스위스 시계가 애플 시계를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 곽노필 기자 >

 

조용히 내리막길 탄 애플2주만에 주가 22% 급락

 

팀 쿡 애플 CEO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도 오히려 고공행진하던 애플의 주가가 심상치 않다.

최근 뉴욕증시의 기술주 거품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야심차게 내놓은 신제품들도 썩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면서 조용히 하락 중이다.

18CNBC방송에 따르면 애플 주가는 지난 2일 장중 137.98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쓴 이후 이날까지 12거래일 동안 22.6% 급락했다.

그 사이 시가총액도 5320억달러가 증발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지난달 41 주식분할 발표 등에 힘입어 8월 한 달에만 21.4% 급등했다가 상승분을 모조리 반납한 셈이다.

지난 16일 올해 첫 신제품 발표회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그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한 이번 발표회에서는 아이폰 신제품이 빠진 데다 각종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하나로 합친 '애플 원'도 아이폰과 연계된 하드웨어가 없어 아쉽다는 평이 나왔다.

번스타인의 수석애널리스트 토니 사코나기는 애플 신제품 발표회가 "상대적으로 감동스럽지 않았다""경쟁 음악, 비디오, 게임 서비스로부터 이용자를 끌어오는 일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급락세는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가 최근 조정기에 들어간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나스닥은 12,000선을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직후 '고평가' 논란에 휩싸여 고점에서 10%가량 내려온 상태다. 이날도 전장보다 117.00포인트(1.07%) 떨어진 10,793.28에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애플의 펀더멘털에는 문제가 없는 만큼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는다고 CNBC는 전했다.


틱톡 다운로드 · 업데이트만 중단전면금지는 대선 후인 1112

바이트댄스-오라클 협상시간 벌어위챗도 미국만 금지돼 타격 작아

 

"20일 시작되는 틱톡과 위챗 금지는 제한적인 범위일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19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확정 발표한 틱톡과 위챗 제재 방안을 이렇게 평가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미국 정부가 전에 엄포를 놨던 것에 비하면 강도가 별로 세지 않다는 설명이다.

미국 상무부는 18일 틱톡과 위챗 제재가 오는 20일부터 시작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내용을 들여다보면 틱톡과 위챗 운영사인 중국 바이트댄스와 텐센트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아 보인다.

당장 틱톡 사용엔 문제 없어"대선 뒤에 보자" 먼저 틱톡의 경우 20일부터 미국의 이용자들이 이 앱을 새로 다운로드받거나 기존 앱을 업데이트할 수 없다.

하지만 기존에 스마트폰에 틱톡을 설치한 이들이 계속 이용하는 것에는 큰 제한이 없어 당장 이번 제재가 틱톡의 사업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정부는 1112일에는 틱톡에 완전한 사용 중단을 명령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은 113일 미국 대선일 이후다. 트럼프 대통령이 극도로 민감한 틱톡 전면 사용 금지라는 결정을 당초 예고된 이달 20일이 아니라 대선 뒤로 미뤄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틱톡이 사업을 못 하게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놔다. 사실 이는 틱톡의 미국 사업을 미국 기업에 넘기라는 압박의 성격이 짙은 것이 사실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수가 유력해지자 노골적으로 '중개료'를 내놓으라는 말까지 꺼냈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인공지능(AI) 등 틱톡 핵심기술을 수출 제한 목록에 올리는'재 뿌리기' 전략에 나서면서 판이 완전히 어그러졌다.

헐값에 틱톡의 미국 사업을 매각할 위기에 처했던 바이트댄스는 자국 정부의 수출 제한을 '핑계' 삼아 오라클에 미국사업 데이터 관리를 맡기는 '기술협력' 방안을 들고나왔다.

결국 중국의 '재 뿌리기'가 판도를 크게 바꾸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민감한 자국내 틱톡 사용 금지 결정을 대선 뒤로 미뤄버린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당초 국제사회에서는 중국 정부의 갑작스러운 수출 제한 규정 변경이 성사가 거의 다 된 틱톡의 강제 매각 문제 결정을 미국 대선 뒤로 미뤄두는 것에 근본 목적이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미국 내 틱톡 이용자는 1억명에 달한다. 미국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미성년자를 제외해도 최소 수천만명에 달하는 유권자들이 이용하는 틱톡을 금지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따르는 행위일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가 틱톡 전면 사용 중단을 대선 뒤로 미룬 것은 현재 틱톡과 오라클과의 '기술 협력'을 승인할 것인지를 여전히 결정하지 못했음을 뜻한다.

따라서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틱톡과 오라클 사이의 거래 승인을 1112일까지로 미뤄둔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라시아그룹의 전문가인 폴 트리올로는 SCMP"틱톡의 전면 제재가 1112일까지 발효되지 않는 것은 틱톡 미국 사업 재편에 더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챗은 '중국인용 앱'미국 사용 금지해도 영향 적어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 역시 당장은 예상했던 것과 같은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사용자가 1억명에 달하는 틱톡과 달리 위챗은 중국인 또는 해외의 화교들,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주로 쓰는 중국의 '안방 앱'으로 미국 내 이용자 수는 미미한 편이다.

미국 내 전면 사용 금지를 한다고 해도 텐센트의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만일 미국이 위챗을 미국 외 지역에서까지 금지한다면 텐센트를 비롯한 관련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령 미국이 미국 회사인 애플이 운영하는 모든 국가 앱스토어에서 위챗을 올리지 못하게 한다면 중국 내 아이폰 이용자들은 위챗을 다운로드받아 쓸 수 없게 된다. 애플은 중국인들의 생활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슈퍼 앱'이라는 점에서 만일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중국인들이 아이폰을 포기하고 위챗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트리올로는 "(틱톡과 위챗 금지) 행정명령은 미국 운영에 초점이 맞춰져 범위가 매우 좁다""중국 또는 동남아 같은 핵심 시장 사용자들에게까지 미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텐센트도 비교적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회사는 성명에서 "미국 이용자들의 기본적 통신권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최근 미국 정부와 여러 차례 소통해 타당한 해결 방안을 찾으려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쌍방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계속 미국 정부와 소통해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