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요 원작 성모 마리아의 복제화가 훼손된 모습.

        

스페인서 무리요 원작 복제화, 가구 복원가에 훼손돼

2012년 예수 벽화·2018년 성인 목각상 이어 아찔한 사고

      

스페인에서 성모 마리아를 그린 명화 복제화가 어설픈 복원 작업으로 훼손되면서 미술계를 충격에 빠뜨렸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이 2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 발렌시아가 지역의 한 미술품 수집가는 바로크 회화 거장인 무리요의 성모 마리아 그림의 복제화를 소장하다가 이를 손보는 과정에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수집가는 한 가구 복원가에게 복제화의 세척 및 복원을 맡겼다가 그림 속 성모 마리아의 얼굴이 "완전히 못 알아볼" 지경이 됐다는 것이다.

이 수집가는 다른 전문가를 고용해 수습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스페인예술품보존협회(ACRE) 관계자는 명화 복원 자격의 엄격한 관리를 촉구했다고 NYT는 전했다.

복원 과정에서 훼손된 스페인의 예수 벽화

이 그림의 원본을 소장 중인 마드리드 소재 프라도 미술관은 이와 관련한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비전문가에게 맡겨진 명작이 졸지에 졸작이 되는 게 드문 일이 아니다.

앞서 2012년 보르하시에서는 100년 된 예수 벽화가 80대 신도의 손에 맡겨졌다가 원숭이를 연상시키는 형상이 되는 수모를 겪었다.

2018년 에스텔라시에서는 16세기 제작된 성() 조지 나무 조각상이 원작과 달리 알록달록한 색으로 복원되면서 미술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11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웃고 있다.

          

트럼프 재선 원치 않는 시민들, 1200달러 수표 통째로 기부

바이든, ‘실탄전서 트럼프 앞질러오바마 가세하면서 탄력

       

6주 전,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선거자금 모금 계정에서 이상한자금 흐름을 발견했다. 온라인 후원금치고는 큰 액수인 1200달러짜리 기부금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처음엔 20, 그 다음엔 40, 그리고 80건씩 이어졌다. 톰 페레즈 전국위 위원장은 어찌된 영문인지 직원들에게 조사를 지시했다. 조사 결과, 이 통 큰 기부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원치 않는 시민들이 지난달 정부로부터 받은 코로나19 긴급 재난지원금 수표를 통째로 보낸 것이었다.

이런 시민들의 지원에 힘입어,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선거자금 모금액에서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앞질렀다고 <뉴욕 타임스>23일 보도했다. 바이든 캠프는 5월까지 8080만달러(971억원)의 선거자금을 모아 트럼프 캠프의 선거자금 모금액 7400만달러를 크게 앞질렀다. 6월 종료를 일주일 가량 남겨둔 이날까지 이미 지난달 모금 총액인 3440만달러를 넘겨, 6월까지 목표액인 1억달러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캠프 관계자의 얘기다.

특히 이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바이든 지지 행사에 나서면서 선거자금 모금은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오바마는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모금 행사에서 여러분이 지금까지 무엇을 얼마나 했든,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연설하며 바이든 지지를 호소했다. 이런 전폭적인 지지 덕분에 바이든은 이날 175천여명의 풀뿌리 후원자들로부터 760만달러를 모금하는 등 이날 하루만 1100만달러를 모으는 대성공을 거뒀다. <AP> 통신은 이번 모금액을 기록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한 교회에서 열린 보수 학생단체와의 만남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 캠프로 선거자금이 몰리고 있는 데는 반트럼프 정서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대응 실패와 이에 따른 경기 침체,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폭발한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가 작용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분석했다. 최근 이런 분위기 속에, 바이든은 전국 여론조사는 물론 6개 경합주에서 모두 트럼프 대통령을 이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 20일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재개했던 유세가 흥행 참패로 끝난 이후, 트럼프는 대규모 유세를 이어가며 지지층 마음에 불을 지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이날도 미-멕시코 국경장벽 완공 기념식이 열린 애리조나 샌 루이스를 방문한 데 이어, 피닉스에서 보수 학생단체를 만나 바이든은 완전히 급진좌파에 휘둘리고 있다그들이 원하는 것은 국경 개방이다, 그들은 범죄 은신처를 원한다, 그들은 작동하지 않는 모든 것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 이정애 기자 >


객석메운 식물들 앞에서…오페라 대극장 연주

● WORLD 2020. 6. 25. 02:45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2(현지) 스페인 바르셀로나 리세우 대극장에서 4명의 연주자가 식물 관객 2292개 앞에서 푸치니의 엘레지 국화를 연주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리세우 대극장 재개관 기념 화분 2292개 앞 공연

식물 관객 여러분, 부디 휴대폰은 꺼주세요코로나 사태 위로

 푸치니의 비가 국화연주의료진 등에 전달 예정

          

관객 여러분, 휴대폰은 꺼주시고 사진 촬영은 금지돼 있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유서 깊은 오페라 극장 리세우 대극장에서 22(현지시각) 현악 4중주 공연을 앞두고 안내 방송이 나왔다. 안내가 끝나자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를 든 4명의 연주자가 각자의 악기를 들고 입장해 극장을 꽉 채운 관객들 앞에서 연주를 시작했다.

1층부터 6층까지 전체 관객석 2292석에는 사람이 아닌 식물이 앉았다. 산세비에리아, 개운죽, 아레카야자 등 종류가 다양했다. 일부 화분은 의자가 접혀 넘어지기도 했다. 7분여 공연 동안 조용히 앉아있던 식물들은 연주가 끝나자 잎을 흔들며 박수를 보냈다.

2천개가 넘는 식물들은 근처 종묘장 등에서 공수해 온 것이라고 한다. 공연 뒤 식물들은 코로나19에 맞서 싸운 바르셀로나 의료진 등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이날 연주된 곡은 오페라로 유명한 이탈리아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의 현악 4중주를 위한 엘레지 국화라는 곡이다. 푸치니가 지인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곡으로 알려져 있다. 리세우 대극장 쪽이 밝히지 않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스페인에서는 22일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29만여명에 이르며, 사망자는 28천여명이다.

이날 공연은 코로나19로 인해 석 달 동안 취해진 봉쇄조치가 풀린 것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됐다. 리세우 대극장도 석 달 동안 닫았다가 최근 문을 다시 열었다. 리세우 대극장 쪽은 누리집에 이번 공연은 우리의 활동 재개를 알리는 편지 같은 것이라며 예술, 음악, 자연의 가치를 옹호하는 상징적인 행위라고 설명했다. 공연을 기획안 개념예술가 에우헤니오 암푸디아는 코로나19 봉쇄 기간 동안 새들의 노래 소리를 더 많이 듣게 됐고, 식물들이 더 빨리 자라는 것을 더 많이 보게 됐다사람과 자연이 훨씬 더 친밀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유튜브로 생중계됐고, 사진 작품으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 최현준 기자 >


    

       

22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명의 서한 발송

 

한국 정부가 일본이 군함도(하시마)와 관련한 왜곡된 내용의 전시물을 도쿄 산업유산정보센터에 전시한 사실과 관련해 22일 유네스코에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취소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전날인 22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명의로 이러한 내용이 담긴 서한이 유네스코 사무총장 앞으로 발송됐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서한에서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취소 가능성 검토를 포함하여 여러 가지 사항을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에 충실한 후속조치 이행을 촉구하는 결정문이 채택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와 지지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세계유산위원국을 대상으로 이 사안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제고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 전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2015년 군함도 등 일본 근대산업시설 23곳을 세계유산에 올리면서 1940년대 수많은 조선인이 군함도 등 시설에서 일제에 의해 강제 노역을 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이 지난 14일 외부에 공개한 도쿄 산업유산정보센터에는 조선인의 강제 노역 사실을 부정하는 내용의 증언 및 자료만 전시됐다. < 노지원 기자 >

해외 네티즌 25천명 '일 강제징용 왜곡' 비판 포스터에 '호응'

", 세계유산 모든 정보 공개" "유네스코, 등재 철회" 등 목소리

"일본 정부는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에 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해 유엔이 교육적, 역사적으로 올바른 정보를 후대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필리핀의 한 네티즌이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가 제작해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배포한 영문 포스터에 올린 댓글 내용이다.

포스터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거짓말을 반복하는 피노키오에 비유했다. 최근 도쿄(東京)에 문을 연 산업유산정보센터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가 발생한 대표적인 장소인 군함도 탄광을 소개하면서 징용 피해 자체를 부정하는 증언과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이는 일본 정부가 2015년 군함도 등 메이지 산업유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정보센터를 설치해 강제징용 피해자를 기억하는 조처를 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한국 정부는 21일 유네스코에 세계유산 등재 취소를 요구했고, 일본은 "약속을 이행했다"고 다시 억지를 부리고 있다.

피노키오의 코 위에 군함도 사진을 넣고, 그 위에 '아베 총리는 피노키오? 거짓말을 숨길 수 없습니다. 진실은 드러납니다'라는 글이 적힌 포스터에는 배포 5일 만인 23일 현재 필리핀 네티즌을 포함해 25천여 명이 '좋아요'를 누르며 호응하고 있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13623, 인도 5777, 필리핀 3378, 말레이시아 985, 홍콩 275명 등의 네티즌이다.

한 독일인 네티즌은 "왜 일본 정부가 아직도 사과하지 않고, 강제징용을 인정하지 않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유네스코가 뭔가를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저도 국제청원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포스터에는 일본 정부의 거짓말 행태를 전 세계 204개 유네스코 회원국에 고발하는 국제청원 주소(www.maywespeak.com/unesco)가 링크돼 있다.

일본인 네티즌(永添泰子)도 이 청원을 호응하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가해국인 일본은 학교에서도 침략의 긴 역사를 배울 수 있게 해야 하고, 감옥으로 불리던 군함도를 찾는 외국 여행객들도 그곳에서 발생한 심한 인권침해를 알도록 해야 한다""그게 싫다면 유네스코의 유산 등재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크는 각국 네티즌의 호응에 힘입어 인도네시아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베트남어, 독일어, 네덜란드어, 중국어 등 7개 언어로 포스터를 추가로 제작, 현재 SNS로 확산하고 있다.

204개 회원국, 21개 유네스코 세계유산 위원국 SNS에 일본의 세계유산 등재 취소를 요구하는 캠페인도 시작했다.

박양우 장관 "일본 근대산업유산, 세계문화유산 의미 상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일본이 강제동원 사실을 기재하지 않은 산업유산정보센터를 강하게 비판하며 약속 이행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양우 장관은 2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역사는 진실해야 하며 거짓된 역사는 역사라고 부를 수 없다"면서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개인은 물론 국가의 도리이며 용기"라고 밝혔다.

이어 "잘못을 은폐하고 인정하지 않는 것은 용기가 없고 자신이 없다는 고백과 같다""일본 정부는 지금이라도 역사 은폐와 왜곡을 사과하고 국제사회의 정직한 일원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장관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회원국들에 공개적으로 약속했던 대로 수많은 한국인 등이 본인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 노역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록에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일본의 역사적 사실 왜곡과 약속 위반은 진실과 신뢰를 근간으로 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제도의 존재 이유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근대산업유산은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의미를 이미 상실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 장관은 문체부가 이미 지난해부터 관계부처, 유관기관과 함께 일본이 유네스코와 국제사회에 약속한 사항들이 이행되도록 유네스코와 협의를 해왔다고 소개하며 "앞으로도 일본 정부의 약속 이행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유네스코를 비롯한 국제기구와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다양한 대응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도 이날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군함도 사진과 함께 "약속을 지켜라"(#keep_your_word)라는 포스터를 게재했다.

문체부는 세계유산 등재 당시 사토 쿠니 주유네스코 일본대사가 "수많은 한국인 등이 가혹한 조건하에서 강제 노역한 사실을 알리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한 발언을 소개하면서 일본 정부에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앞서 22일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에게 일본 산업유산정보센터 개소와 관련해 세계문화유산 등재 취소 가능성 검토를 포함해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에 충실한 후속 조치 이행을 촉구하는 결정문이 채택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와 지지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일본 군함도 세계유산 지정 취소가능? ‘물리적 훼손때만 가능

최근 일본의 역사 왜곡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군함도’(하시마)에 대해 정부가 지정 취소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지정 취소. 가능한 일일까요?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쉽지 않아보입니다.

지정 취소 카드를 가장 먼저 꺼내든 이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습니다. 그는 1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대상 간담회 업무보고에서 유네스코에 지정 취소를 요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러자 문체부가 22일 보도해명자료를 내놓습니다. “정부는 (군함도에 대한 역사 왜곡 정보를 전시하고 있는) 산업유산정보센터와 관련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취소 요구를 공식 발표한 바 없다외교부 등과 협의해 일본이 약속을 이행하도록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힙니다. 박 장관의 발언에서 두 걸음쯤 물러선 듯한 내용입니다.

문체부가 한발 앞으로 치고 나가자 외교부도 입장을 내놓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김인철 대변인은 23전날 유네스코 사무총장 앞 서한을 통해 등재 취소 가능성 검토를 포함해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에 충실한 후속조치 이행을 촉구하는 결정문이 채택될 수 있도록 협조와 지지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등재 취소를 언급하고는 있지만, 강조점은 일본에 충실한 후속조치 이행을 촉구하는 결정문 채택을 추진하겠다는 뒷부분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같은 서한을 문체부·외교부가 각각 내는 등 부처 간 세 싸움을 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미쓰비시 하시마 탄광 강제노역 현장을 찾은 관광객들.

유네스코가 세계유산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1972년부터입니다. 이후 지금까지 48년 동안 지정 취소가 이뤄진 예는 두 건밖에 없습니다. 첫째는 2006년 오만의 오릭스 보호구역’, 두번째는 독일 드레스덴의 엘베강 협곡이었습니다. 두 사례 모두 해당국 정부가 유산 보호보다 개발을 원했습니다. 오만 정부는 이 지역에 유전을 개발하려 했고, 독일은 협곡에 경관을 훼손하는 교량을 건설했습니다. 실제, ‘세계유산조약이행을 위한 작업지침을 보면, 지정 취소는 등록이 결정된 자산이 그 특징이 상실될 정도로 망가진 경우유네스코가 요구한 (유산의 물리적 보호와 관련된) 개선 조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 한정됩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도 이번처럼 역사 왜곡을 사유로 제3국 정부가 지정 취소를 요구한 전례는 없다고 말합니다. 실제, 지정 취소를 위해선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일본 도쿄 신주쿠구 산업유산 정보센터내부에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로 악명이 높은 하시마(군함도)의 모습이 파노라마 영상으로 전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일본의 파렴치한 역사 왜곡에 손 놓고 있어야 하나요? 그렇진 않습니다. 일본은 20157월 군함도 등 메이지 시기 일본의 산업 발전을 보여주는 23개 시설을 등재하며 군함도 등 일부 산업시설에서 “1940년대 한국인 등이 자기 의사에 반해’(against their will) 동원되어 강제로 노역’(forced to work)했던 일이 있었다.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인포메이션센터 설치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15일 일반 공개가 시작된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전시물의 내용을 보면, 한반도 출신자가 군함도 등에서 차별적 대우를 받은 적이 없었다는 증언이 소개되는 등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있음이 확인됩니다.

15일 일반에 공개된 도쿄 신주쿠 산업유산정보센터 누리집 갈무리. 이 센터는 군함도에서 일했던 조선인에 대한 차별은 없었다는 증언을 소개하는 등 역사 왜곡 논란을 빚고 있다.

물론, 일본 정부는 약속 위반논란을 피하기 위해 일본 정부 대표의 20157월 발언 내용을 그대로 전시하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꼼수가 자기 의사에 반해 강제로 노역 당한 조선인의 사연등 유산에 대한 모든 역사(full history of each site)를 전시하라는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 내용을 이행한 것이라 볼 순 없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센터의 관장이 아베 신조 총리와 수정주의적 역사 인식을 공유하는 오랜 친구 가토 고코(아베 총리의 측근인 가토 가쓰노부의 처형)라는 점입니다. 일본의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아베 총리의 고집이 이 문제를 계속 꼬이게 만들고 있는 주 원인인 셈입니다.

다행히 유네스코에서도 한국의 우려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를 세계유산위원회의 자문기구에 전달했다는 취지의 회신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외교 목표는 사실상 불가능한 지정 취소대신 약속을 미 이행하고 있는 일본이 잘못을 시정할 수 있도록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내 여론을 모아가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그 목표는 일본의 산업유산정보센터가 이 섬을 둘러싼 모든 역사를 알 수 있도록 전시물을 보강하는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일본정부의 군함도 강제동원 사실 인정과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일은 2017년 위안부 관련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OW)로 등재하는 과정에서 큰 갈등을 빚었습니다. 일본은 2016~2017년 유네스코 분담금(2020년 현재 중국에 이어 2위 분담국)지급 유예는 물론 탈퇴 위협까지 하며 이 등재를 끝내 저지했습니다. 당시 이 사업을 추진했던 한혜인 국제연대위원회 사무단 총괄팀장은 미국이 2017년 탈퇴를 선언한 마당에 일본까지 이런 협박을 해오니 유네스코는 당연히 조직의 와해 가능성을 염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당시 같은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정부의 합리적이고 치밀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 길윤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