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삼성, ‘4세 경영은 어차피 어려운 터에

재벌 대기업에서 ‘3세 경영시대를 처음 연 것은 1981년 두산그룹이었다. 40년에 이르는 국내 재벌 3세 체제의 역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재계 1위 그룹의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위인 현대차그룹의 경영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정의선 총괄 수석 부회장은 그 상징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6일 대국민 사과문에서 언론의 집중 관심을 끈 대목은 ‘4세 경영포기 발언이었다. 다음날 주요 신문의 1면은 삼성 경영권 대물림 않겠다’, ‘4세 경영 포기 선언’, ‘제 아이들에게 경영권 물려주지 않겠다는 제목의 기사로 덮였다.

4세 경영 포기가 재계를 놀라게 했을지는 몰라도 경영계 동심원 바깥까지 흔든 것 같지는 않다. 이 부회장의 아이들20살 아들과 16살 딸이라 4세 경영 여부는 먼 미래 일이다. 또 그가 총수 역할을 하기 시작한 지 6년밖에 되지 않았다.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과 2세 이건희 회장의 재임 기간(49, 27)에 견주면 멀었다.

더 중요하게는 그룹의 핵심 중 핵심인 삼성전자의 덩치가 커져 특정 가문이 장악하기는 어렵고 더 어려워지고 있다. 4세 경영 포기라는 게 실상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안 하겠다고 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허망함을 띠고 있다.

이 부회장 가문과 삼성 계열사 보유의 삼성전자 지분은 다 합쳐 20%를 갓 넘는 수준이다. 이건희 회장(4.18%), 삼성물산(5.01%), 삼성생명(8.51%)이 주요 축이며, 이 부회장 몫은 0.7% 수준이다. 그가 지주회사 격인 물산의 주식을 17.08% 확보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또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따른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은 검찰 수사 대상이다. 도덕적 정당성 부족에 법적 위험이 겹쳐 있다. 편법과 탈법에 얽힌 탓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부회장이 아버지로부터 주식을 온전히 물려받으려면 막대한 세금을 물어야 한다. 현금을 10조원 이상 마련해야 할 것이란 추정이 있을 정도다. 다음 세대로 넘길 때마다 상속세 때문에 몫이 절반씩 줄어든다는 사정을 고려하면 4세 경영이 정상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삼성에서 4세 경영을 한다는 것은 곧 지금까지 한 것보다 더 심한 편법, 불법으로 지분을 부풀려야 한다는 얘기나 마찬가지”(김진방 인하대 교수).

헌법상의 노동 3권에 정면 배치되는 무노조 경영이야 말할 필요조차 없고, 삼성에서 4세로 경영권을 넘기는 일 또한 정상적, 합법적으로는 어렵다. 기업 인수와 합병, 증자를 통해 덩치를 불린 데 따라 총수 가문의 지분율이 급락한 국내 최상위권 재벌의 공통 고민이다. ‘총수 자리에 오른 뒤 능력을 입증하려는비정상에서 벗어나 능력을 인정받아 총수 자리에 오르는정상 궤도 쪽으로 등 떠미는 요인이다.

아이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이 부회장의 선언을 깎아내리기만 할 일이 아님은 물론이다. 허망함을 띤 선언이라도 안 한 것보다는 나을 테고, 후속 조처의 알맹이에 따라선 좋은 변곡점을 마련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다음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연 뒤 노동 3권의 실효성 있는 보장, 시민사회의 신뢰 회복 방안과 함께 준법 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을 지속가능한 경영체계 수립을 주문했다. 총수와 가신을 중심으로 한 전횡 체제를 개선하라는 요구로 읽힌다. 사과의 진정성은 이에 대한 응답과, 진작 내놓은 약속의 이행 수준으로 판명 날 것이다.

이 부회장에 앞선 두 삼성 총수의 대국민 사과, 그에 따른 약속은 실천으로 뒷받침되지 않았다. 사카린 밀수 사건에 얽혔던 창업자 이병철 회장의 1966년 은퇴 선언은 1년 뒤 복귀로 번복됐다. 2008년 이건희 회장의 사퇴 선언과 차명계좌 45천억원 사회 환원, 지배구조 개선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 부회장의 신약(새 약속)이 의구심을 남기는 것과 무관치 않은 사연이다. 구약(옛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터에 제시된 신약이 미덥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다.

삼성과 이 부회장에게 신약 개발보다 더 필요한 것은 구약 이행일 것 같다. 구약 중에는 지금이라도 돌이켜 교정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다. 구약의 이행이야말로 신약의 신뢰도를 높일 더없는 묘약이다. 신약에 따른 후속 조처의 실행은 금상첨화의 양약일 테고.

< 김영배 논설위원 >


12일 미 국무부, 외교부에 자료 복사본 전달

외교부 조만간 시민들께도 공개 예정

                       

미국 정부가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5·18 민주화 운동 관련 기록물을 추가로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외교부가 12일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미국은 11일 한국에 미국 기록물의 추가적인 비밀해제 사실을 설명하고 문서 사본을 전달했다외교부는 201911월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에 5·18 민주화 운동 관련 문서의 비밀해제 검토를 공식 요청한 바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설명을 들어보면 이번에 추가로 비밀해제된 기록물은 모두 43건으로 140쪽 분량이다.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주한미국대사관이 미 국무부에 보낸 전문 등 모두 미 국무부 문서라는 게 외교부 설명이다. 외교부는 이 문서들의 대부분은 일부 내용이 삭제된 채로 비밀해제됐으나 이번에 미국이 이 문서들을 완전히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1996년 미국 정부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주한미국대사관과 미 국무부가 주고 받은 3471쪽 분량의 비밀 문서를 공개한 바 있다. 미 국무부와 주한미국대사관이 주고 받은 전신 자료와 미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이 생산한 자료가 주를 이루는데 당시 자료는 일부 내용이 삭제된 채로 공개가 됐었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이 추가로 비밀해제를 결정하면서 삭제된 내용 일부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조만간 해당 자료를 시민들한테 공개할 방침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유관기관과 논의를 거쳐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자료를 시민들한테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정부는 앞으로도 5·18 민주화 운동 관련 미국 기록물의 추가적인 공개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미국과 계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며 정부는 미국이 인권·민주주의 등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동맹 정신을 바탕으로 이번에 추가적인 비밀해제를 위해 협력해 준 데 대해 평가한다고 밝혔다. < 노지원 기자 >

그림으로 만나는 80년 오월 광주강연균부터 홍성담까지

5·18 40주년 맞아광주 아시아문화전당·5·18문화센터 등서

오월 아픔을 미술로 승화한 전시가 광주 곳곳에서 열린다.

12일 광주 예술공간 집은 이달 7일부터 24일까지 강연균(79) 화백을 초대해 5·18 40주년 특별전 하늘과 땅 사이-5’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강 화백이 25년 만에 여는 5·18 전시로, 1981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5·18 연작 하늘과 땅 사이의 다섯 번째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작품은 지난해 11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열린 시민집담회에서 강 화백이 공개한 작품 7점과 작품 구상과정에서 그린 스케치 5점 등 모두 12점이다.

강 화백은 처참했던 당시 경험을 본인의 경험담을 화폭에 옮겼다. 시민군이 쓴 철모에 고인 피와 그 옆에 놓였던 빵조각, 와이더블유시에이(YWCA)에 선명한 핏자국, 무명열사의 관, 논에 처박힌 시민군의 버스, 살벌했던 계엄군의 눈빛 등을 목탄으로 표현했다.

이태호 명지대 명예교수는 생동감 있는 이번 그림을 통해 광주항쟁이 역사가 아닌 지금 우리 현실임을 각인시킨다고 말했다.

518기념재단은 1980년 이후 5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시대를 대변하며 활발하게 창작된 미술작품과 활동을 정리하는 특별전을 이달 6일부터 다음달 16일까지 연다. 2018년부터 추진한 오월민중미술아카이브 사업을 정리하는 전시로 그동안 수집된 오월민중미술작품과 기록물 중 미술작품 200여점, 기록물 200여 점을 선보인다.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진행되는 5·18특별전 검은 하늘, 붉은 눈물’(6616) 전시에 설치된 오월전사작품. 5·18기념재단 제공

5·18기념문화센터 전시실에서 진행되는 검은 하늘, 붉은 눈물전시는 오월 항쟁을 묘사한 판화중심의 연대별 작품과 오월민중미술 관련 서적 등 기록물을 전시한다. 홍성담, 이준석, 전정호 등 16명의 작가·단체의 작품이 전시된다.

광주광역시 동구 오월미술관에서 진행되는 그곳에 우리가 있었다는 미발표 작품을 중심으로, 5·18민주화운동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사람들의 부채감과 분노를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 기록한 작품을 전시한다. 송필용, 하성흡, 최진우 등 작가 12명이 참여했다.

또 광주미술인들이 연대한 오월미술제도 처음 진행되고 있다. 오월미술제 추진위원회는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직시, 역사와 대면하다라는 대주제 아래, 1역사적 진실과 재현의 생명력’(112일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2현재 속에 살아 있는 오월’(919일 미로센터 무등갤러리), 3지금 여기, 경계 너머’(924)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6관에서 각 공간별 주제전을 개최한다.

5·18 시민군 출신 김근태 작가는 13일부터 621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오월 별이 된 들꽃'이란 주제로 특별 전시회를 마련했다. 오월 항쟁에 참여한 광주시민을 표현한 토우 1천인, 한지로 만든 1천인 등 2천개 군상과 지적장애인을 그린 작품 400여점을 전시한다. < 김용희 기자 >

황석영 작가 옛집 터에 임을 위한 행진곡표지석

‘19824월 첫음반 녹음한 주택 자리황 작가·김종률·오정묵씨 등 참석

이 곳이 민주주의 상징곡이 태어난 곳입니다.’

‘5월 광주의 정신이 담긴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이 맨 처음 만들어졌던 창작 공간에 표지석이 세워진다. 암울했던 시절 5·18 진실을 노래로 세상에 알리고자 했던 이들의 노력을 기억하자는 취지에서다.

광주문화재단은 5·18광주민주화운동 40돌을 맞아 13일 오전 11시 광주문화예술회관 국악당 옆에 표지석을 설치한다. 이날 표지석 제막식엔 황석영 작가와 김종률 작곡가 등 당시 음반제작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참석한다.

표지석이 세워지는 국악당 앞은 19805월 당시 황 작가가 살던 운암동 154-5번지주택이었다. 황 작가와 김종률·전용호·오창규·임영희·임희숙·윤만식·김은경·이훈우·김선출·김옥기·홍희담 등 지역 문화운동가들은 19824월 황 작가 집 2층에서 넋풀이음반을 제작했다. 그해 220일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 소식을 들은 뒤 두 사람을 추모하는 노래극 형식의 테이프다. 김종률 작곡가가 지은 노래극의 주제곡 임을 위한 행진곡을 대학생 오정묵이 최초로 불렀다.

임을 위한 행진곡1980~90년대 민주화를 요구하는 거리와 노동자·서민들의 생존권 투쟁 현장에서 불리면서 한국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노래가 됐다. 김윤기 광주문화재단 대표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상징곡으로 자리잡은 임을 위한 행진곡의 역사적인 가치를 조명하고 광주정신을 기리기 위해 표지석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광주문화재단은 민주주의 상징 문화콘텐츠 제작사업을 통해 임을 위한 행진곡대중화·세계화 사업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올해는 황호준의 님을 위한 서곡-빛이 있는 마을’, 김신의 님을 위한 행진곡에 의한 교향적 환상곡등 창작관현악곡 연주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다음달엔 익산시교향악단(2), 군산시립교향악단(4) 연주회가 예정되어 있으며, 이후 인천(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경기(김포필하모니), 강원(삼척윈드오케스트라), 전남(여수심포니오케스트라) 등에서 연주회를 진행한다. < 정대하 기자 >

 


"코로나 피해 제한적" “대외신인도 확인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각각 ‘Aa2’안정적으로 평가하며 현재 수준을 유지했다.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하나인 무디스는 12일 누리집을 통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발표했다. 무디스는 한국은 강한 거버넌스와 충격에 대한 효과적인 거시경제·재정·통화 관리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코로나19 발생 기간 동안 이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은 수출 지향 제조업에 의존하고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하고 있어 코로나 충격에 노출돼 있으며 그 결과 국내 소비와 투자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도 한국의 경제적 피해가 제한적이며, 유사한 등급의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정부 재정 및 부채 상황이 크게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고령화와 북한 관계를 잠재적 위험 요소로 평가했다. 무디스는 장기적으로는 고령화가 생산인구 감소로 성장을 제약하고 정부 부채에도 부담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진전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정학적 위험이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201512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현재 수준으로 상향한 뒤 4년째 유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둔화 등 대내외 여건 악화에도 한국 경제에 대한 대외신인도를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매년 한국을 방문해 기재부와 연례협의를 진행한 무디스는 올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달 컨퍼런스콜(다자 간 화상회의)을 진행한 바 있다. < 이정훈 기자 >


윤미향 -일 위안부 합의 본질은 피해자 요구 반영 안한 것

잘못된 합의 책임져야할 외교부 관계자들이 논란 키워답답함 토로

합의 전날, 일본정부 책임 인정·사과·국고 거출 등 딱 3가지 통보 후 발표

소녀상 처리·불가역적 합의·국제사회 비난 자제 등 담겨 수용할 수 없었다

              

-일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 요구를 반영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이뤄졌다. 그게 문제의 본질이다. 그런데 당시 그 잘못된 합의의 책임을 지고 반성해야 할 외교부 관계자들이 지금 (위안부 지원단체와 관련한) 논란을 키우고 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활동과 딸의 미국 유학자금 출처 의혹 등 논란의 중심에 선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자가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합의가 일방적으로 이뤄진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윤 당선자는 11~12<한겨레>와 통화 및 문자로 2015년 한-일 합의 당시 상황과 딸의 유학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2015년만 해도 외교부 한-일 국장 회의가 여러 차례 진행됐다. 그때마다 우리가 외교부 쪽에 협상 진행 상황을 물어봤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진척이 없다였다. 20158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후 70주년) 담화에서 한국 식민 지배에 대해서 말하지 않고 일본군 위안부문제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광복 70주년이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매듭짓고 가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아베 담화가 엉망인 것을 보고 모두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51224일 아베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에게 올해 안에 위안부 합의를 마무리 하기 위해 방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때도 외교부에 협상 상황을 물어봤지만 진척 없다는 똑같은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2015년에만 15차례 피해자 등과 협의했다고 밝혔지만, 당시 대화 내용이 2015년 한-일 합의 내용과 구체적으로 연관이 없었다는 것이다. 윤 당선자는 외교부가 15차례 만났다고 이야기했는데 그 숫자는 명절 방문 등도 모두 포함한 것이다. 피해자 쪽과 협의했다는 명분용일 뿐이다. 외교부의 그런 발표를 보고 김복동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그럼 명절 때도 만나지 말았어야 했네라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윤 당선자는 외교부에서 실제 일본과의 합의 관련 내용을 통보를 받은 것은 20151227일 저녁이라고 밝혔다. 그는 “1227일 저녁에야 외교부 동아시아 국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날 한-일 국장 회의가 오후 늦게 끝났는데 그 뒤 전화를 해 온 것이다. 당시 외교부 국장은 일본 정부 책임 인정, 사과, 국고 거출 등 딱 3가지를 통보했다. 이 합의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 지 감이 잘 안잡혔다. 그래서 다음날 한-일 외교당국의 기자회견을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했다. 1228일 오전 법률가들과 이용수 할머니 등과 함께 합의 내용을 확인했다. 그런데 합의문에 소녀상 처리, 불가역적 합의, 국제사회 비난 자제 등 내용이 담겨있었다. 1227일 전혀 통보받지 못한 핵심적이고 민감하며 후퇴한 내용이 담긴 것이다. 우리와 피해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합의였다고 말했다. 지금 논란이 되는 것은 정대협이 피해자들과 미리 의논을 안 했다는 것인데, 1227일 저녁에 문구 하나 수정할 수 없는 합의 내용을 핵심적인 부분을 모두 제외한 채 일부만 전달했고, 바로 그 다음날 발표를 해버렸다. 도대체 그 짧은 시간 동안 누구랑 어떻게 합의했어야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윤 당선자는 딸의 유학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남편이 (간첩 조작사건 재심 일부 무죄로) 받은 형사보상금과 가족들이 받은 손해배상금으로 유학 비용을 부담했다. 딸에게 이 돈은 너의 꿈을 펼치는데 쓰라고 이야기했다. 시민단체 활동가 딸이라고 해서 꿈을 펼치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나. 사실 가슴 아픈 가족사다. 누구에게 형사보상금을 받아 딸 유학을 보냈다고 이야기하겠나. 그런데 그걸 공개해야 하는 상황이 서글프다고 밝혔다.

윤 당선자의 딸은 2016년 학비 장학금을 받고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음악대학으로 유학을 갔다. 그리고 2018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음악 대학원에 진학했다. 체류비에 더해 학비가 들기 시작한 것은 20189월부터이며, 이때부터 지금까지 딸에게 들어간 비용은 1억원 남짓이라고 밝혔다. 윤 당선자는 꼭 배상금이 아니라도 딸 유학을 보낼 수 있다. 내가 정대협에서 30년을 일했다. 여성재단에서 사무처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남편은 언론사 대표로 일하고 있다. 알뜰살뜰하게 모으면 가능한 일 아니냐며 최근 논란과 관련한 답답함을 내비쳤다.

"딸 대학 학생들 취재 시작... 탈탈 털린 조국 장관 생각나"

한편 윤미향 당선인은 12일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언론의 의혹 제기를 향해 "6개월간 가족과 지인들의 숨소리까지 탈탈 털린 조국 전 법무장관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최근 자신의 딸이 다니는 UCLA 음대생들을 기자가 취재하기 시작했다고 전하며 "딸이 차를 타고 다녔냐, 씀씀이가 어땠냐, 놀면서 다니더냐, 혼자 살았냐 등을 묻고 다닌다더라"며 이렇게 밝혔다.

윤 당선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딸이 장학금을 받았다고 했다가 남편의 간첩조작사건 피해보상금으로 유학비를 마련했다고 말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한 번도 딸이 장학금을 받았다고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자신이 상임대표로 있었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현 정의기억연대)에 모인 기부금과 성금 약 49억원 중 9억원만 피해자에 지급했다는 비판에는 "직접지원은 피해자 운동을 위한 사업들 중 일부"라고 설명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을 사전에 인지했고, 외교부와 피해자 할머니들 간 접촉을 막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음해이자 가짜뉴스"라며 "외교부가 합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 팩트"라고 반박했다.

그는 2018년 정의연 후원의 날 행사가 열린 서울 종로의 한 주점에 3천여만원의 경비가 지출됐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선 "참석자들에 대한 식사 준비와 제공 등에 드는 경비"라며 "관련해 정의연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최근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과정에 함께한 가자평화인권당 최용상 공동대표를 향해 "피해자의 상처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할머니가 얘기하지 않은 것도 말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어보인다"고 비판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일요일 이용수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지역을 6시간 해멨는데, 만나주지 않아 돌아왔다""최근 한시간 넘게 통화했는데, '위안부 문제를 다 해결하고 가라'고 하시더라. 서운하신 것 같다"고 했다.

정의기억연대 "일부 언론매체 의혹 제기는 인권운동 탄압"

후원금 회계 관련 논란에 휩싸인 '일본군성노예제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12일 추가 해명과 함께 의혹을 제기한 일부 언론 매체를 작심하고 비판했다.

정의연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회계 관련 의혹을 제기한 언론 매체명을 거론하며 "기자회견에서 충분히 설명한 내용조차 맥락을 삭제한 채, 또다시 왜곡하거나 각색해 보도함으로써 정의연에 마치 심각한 도덕적 문제가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5년 한·일 합의 당시 외교부 관료들을 인용한 일부 보도에 대해 "한일 합의 당시 정대협이 '진전 없다'(박근혜 정부의) 성의 없는 답변에 항의하고자 요청했던 면담을 '15회에 걸친 피해자 의견수렴'으로 호도하며 윤미향 전 정의연 대표를 거짓말쟁이로 몰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한 매체는 정의연이 2018년 서울 종로구의 맥줏집 '옥토버훼스트'에서 모금 행사를 열고 난 후 '모금사업' 명목으로 사용한 3300여만원의 지급처를 옥토버훼스트 운영자인 디오브루잉주식회사로만 명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정의연은 "이는 50개 지급처에 140여건 지급한 모금사업비 지출 총액이고, 사업비 지출금액이 가장 큰 후원의 밤 사업비용 9654천원 지급처인 디오브루잉주식회사를 대표 지급처명으로 입력한 것"이라고 재차 해명했다.

이어 "기부금품의 지출명세서 구분 코드는 장학, 학술, 사회복지, 문화, 기타와 각종 경비로 지출되는 인건비, 임대료, 기타로 구분되는데, 정의연 사업 특성상 장학사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비용 지출은 33'기타'로 구분된다""수혜인원을 '9999'으로 기재한 것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비를 입력할 때 사용되는 통상적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연은 일부 언론 매체의 의혹 제기에 대해 "피해자 증언을 흠집 내고 위안부의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는 국내외 세력과 2015년 한일 합의 주역들인 적폐세력이 피해자의 말을 의도적으로 악용해 '진실공방'으로 사태 본질을 호도하는, 인권운동 전체에 대한 탄압으로 규정한다"고 강조했다.

위안부 운동 훼손 말라시민단체들 정의연 지지연대 성명

34개 여성 단체 정의연 활동지지” “일각에서 갈등 키워” SNS에서도 지지 목소리

미래한국당과 보수언론 등이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 사용처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에 대해 여성단체 등이 정의연의 활동을 지지하는 연대 성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일부 보수세력이 일본군 위안부피해 생존자 이용수(92) 할머니의 발언을 악용해 피해자와 지원단체 간의 갈등을 부각하면서 30년 동안 이어진 일본군에 의한 성노예 문제에 대한 저항에 흠집을 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여성민우회와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34개 여성단체는 12최초의 미투 운동이었던 일본군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의 운동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제목의 연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1990년 정의연(당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설립 이후 피해자와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기림의 날이 지정되는 등 위안부문제가 널리 알려질 수 있었다며 “‘위안부운동을 분열시키고 훼손하려는 움직임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와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의문사지회 등 과거사 관련 21개 시민사회단체도 이날 성명을 내어 정의연은 피해자 지원뿐만 아니라 운동단체로서 법적책임을 묻기 위한 국제연대 활동과 기념사업, 교육, 추모사업을 충실히 수행했다그런데도 언론이 정의기억연대의 예산을 문제 삼으면서 과거사 문제 해결의 중요한 원칙을 무시하고 피해자 지원예산만 부각해 정의연의 활동을 폄훼하는 것은 과거사 운동에 대한 왜곡이라고 밝혔다.

전국여성연대도 전날 성명을 내어 일각에서 정의연의 기부금 의혹을 확대재생산하며 일본군 위안부운동과 역사를 뒤흔들려 하고 있다정의연은 특정 액수를 모금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가 아니라 배상과 사죄, 올바른 역사를 홍보하고 정착시키는 데 목적을 둔 단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정의연은 우리 사회가 잊고 있던 위안부피해 문제를 사회의 양지로 가지고 왔다윤미향 당선자는 이 운동을 30년 동안 지켜온 활동가라고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지지 움직임이 이어졌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소장은 페이스북에서 정의연은 11일 기자회견에서 회계부정 의혹 등에 대해 성실히 해명했다피해자와의 소통에 문제는 없었는지 살피고, 일부 지적된 부분들을 개선해 운동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연은 술집에 하루 3300만원 기부처리’, ‘기부금 사용 내역은 비공개등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언론 보도 등에 대해서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정환봉 박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