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6·3 대선 후보 티브이(TV) 토론에서 여성 혐오 발언을 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의원직 제명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이틀 만인 6일 15만명의 동의를 받으며 국회에서 심사를 받게 됐다.
지난 4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누리집에 공개된 ‘이준석 의원의 의원직 제명에 관한 청원’은 6일 오후 2시 기준으로 15만6653명의 동의를 받았다. 공개 이후 30일 이내에 5만명 이상 동의해야 한다는 청원 성립 요건을 충족해 국회 심사를 받게 된 것이다. 다만 심사를 맡을 소관위원회는 확정되지 않았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대선 3차 티브이(TV) 토론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 발언을 한 데 대해 ‘정치하는 엄마들’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위원회 등이 2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시민 3만7728명과 함께 고발장을 낸다고 밝혔다. 김혜윤 기자
청원에는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였던 이 의원이 지난달 27일 마지막 티브이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여성 신체에 대한 폭력을 묘사하는 언어 성폭력을 저질렀다며 국회의원이 지켜야 할 헌법과 국회법을 위반한 만큼 의원직을 제명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5월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센터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1차 후보자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는 이재명 대선후보(왼쪽),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오른쪽). 국회사진기자단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투표한 이유를 물었더니 ‘내란 종식’과 ‘직무·행정 능력’을 꼽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6일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4~5일 전국 제21대 대통령선거 투표자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21대 대통령선거 사후 조사(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응답률 12.3%, 전화조사원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 투표자에게 투표 이유를 물은 결과 ‘계엄 심판·내란 종식’이 27%로 가장 높았다. 이어 ‘직무·행정 능력’(17%), ‘경제 기대·경제 정책’(15%), ‘다른 후보보다 나아서’(13%), ‘신뢰·믿음직함’(9%), ‘정책·공약’(9%) 등 차례였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투표한 이유는 ‘도덕성·청렴’이 33%로 가장 높았고, ‘이재명이 싫어서’(30%), ‘신뢰·믿음직함·정직’(28%), ‘국민의힘을 지지해서’(8%), ‘경력·경험’(8%), ‘정책·공약’(8%), ‘진실함·거짓 없음’(6%) 순이었다.
한국갤럽은 “지난 5월 대선 후보 지지 이유를 물었을 때도 이재명 지지자는 경험과 역량에 기반한 국정 기대감, 내란 종식에 관해 많이 언급했고, 김문수 지지자는 주로 청빈함을 비롯한 개인 자질과 이재명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고 해석했다.
이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는 ‘사법 리스크·범죄 혐의’(30%), ‘신뢰 부족·거짓말·진실하지 않음’(18%), ‘도덕성 부족·사리사욕’(14%), ‘과거 언행·논란’(6%) 등을 답했다. 반면 김 전 장관에게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는 ‘계엄 옹호·내란 동조’(30%), ‘국민의힘이 싫어서’(19%), ‘신뢰 부족·거짓말’(4%), ‘후보가 싫어서’(4%) 등을 지적했다.
장덕현 한국갤럽 연구수석은 “이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은 이유는 대부분 이 대표 개인 문제가 많았다면, 김 전 장관은 국민의힘이나 계엄 동조 등에 대한 이유가 컸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 대통령 투표자의 90%는 이 대통령이 당선될 것이라고 보고 투표했다고 답한 반면, 김 전 장관 투표자의 경우, 45%에 불과했다. 투표 후보 결정 시기도 이 대통령 투표자는 88%가 투표 한 달 전에 마음을 굳혔다고 했지만, 김 전 장관에 대해선 투표 한 달 전 마음을 굳힌 유권자는 55%에 그쳤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경우에는 1주 이내에 결정한 유권자가 32%로 가장 많았고, ‘2~3주 전’이란 응답도 29%에 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투표 후보 결정 시 참고한 정보원(2개까지 응답)으로는 ‘티브이(TV)토론’이 45%로 가장 많았고, ‘신문·방송 보도’와 ‘유튜브’가 각각 27%로 나타났다. 이어 ‘인터넷 뉴스’(18%), ‘가족·주위 사람’(11%), ‘선거 유세’(8%),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엑스 등 에스엔에스(SNS)’(7%), ‘선거 공보·벽보’(6%), ‘신문·방송·인터넷 광고’(3%) 등 차례였다.
한편, 여론조사 공표금지기간 내에 벌인 두 차례 조사에서는 이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격차가 미세하게 좁혀지는 추세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6∼7일 전인 지난 5월27∼28일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에서 이 대통령 46%, 김 전 장관 36%, 이준석 의원 10%, 권영국 민주노동당 전 후보 1%로 나타났다. 대선 2∼3일 전인 지난 5월31일∼6월1일 유권자 150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2.5% 포인트)에서는 이 대통령 45%, 김 전 장관 38%, 이준석 의원 9%, 권 전 후보 1% 등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 한겨레 장나래 기자 >
투표에 ‘TV토론’ 가장 많이 참고…유튜브가 신문·방송 맞먹어
한국갤럽 제21대 대선 사후 조사…18~29세, 보수 성향 투표자의 ‘TV토론 참고’ 응답률 두드러져
▲서울역에서 대선 후보들 TV토론을 보고 있는 시민들 ⓒ연합
이번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할 후보를 결정할 때 TV토론을 가장 많이 참고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6일 공개한 대선 사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후보 결정 시 참고한 정보원으로는 응답자 45%가 ‘TV토론’을 꼽았고 ‘신문·방송 보도’와 ‘유튜브’가 각 27%로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는 ‘인터넷 뉴스’(18%), ‘가족·주위사람'(11%), ‘선거 유세’(8%), ‘인스타그램·페이스북·엑스 등 SNS’(7%), ‘선거 공보·벽보’(6%), ‘신문·방송·인터넷 광고’(3%) 순으로 나타났다. 1인당 2개까지 복수응답을 허용한 결과다.
‘TV토론’과 ‘신문·방송 보도’는 2012년, 2017년 대선에 이어 상위 두 개 정보원으로 나타났으나, 올해는 ‘유튜브’를 참고한 경우가 ‘신문·방송 보도’에 맞먹었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혔다.
TV토론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이 참고한 정보원이었다. 특히 18~29세는 57%, 30대는 48%로 다른 연령대보다 비중이 높다. TV토론을 참고했다는 응답률은 70대 이상은 44%, 60대(42%)·40대(41%)·50대(40%)는 40% 선으로 집계됐다.
투표한 대상별로 응답자를 비교하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 투표한 이들 80%가 TV토론을 가장 많이 참고했다고 밝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뽑은 이들은 47%, 현 대통령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경우는 40%였다. 이를 밝히지 않거나 응답하지 않은 경우는 37%(비표명·응답거절)였으며,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투표자는 별도로 집계되지 않았다.
18~29세는 다른 연령대보다 SNS(22%), 가족·주위 사람(20%)을 참고했다는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SNS를 참고했다는 응답자는 29세 이하와 30대(13%)를 제외하면 한 자리 수였다.
정치 성향 별로는 자신이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의 52%가 TV토론을 가장 많이 참고했다고 밝혀 중도(43%), 진보(41%), 모름·응답거절(40%) 등을 상회했다.
▲한국갤럽 대선 사후 조사 결과 일부 갈무리.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 관련 자료 등은 한국갤럽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이전 2022년 20대 대선의 경우 이재명 투표자 59%, 윤석열 투표자 34%가 TV토론을 가장 많이 참고했다고 밝혔다. 2017년에는 심상정(90%)·유승민(82%)·홍준표(80%)·문재인(57%)·안철수(43%) 순이었다. 이를 두고 한국갤럽은 “당시 TV토론은 지지도 열세 후보인 심상정·유승민의 존재감을 키우고 끝까지 완주하는 원동력이 됐다”며 “2012년 대선 TV토론은 기존 구도를 뒤집을 정도의 큰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기에 지지후보를 바꾸기보다는 기존 지지후보에 대한 확신을 강화하는 효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 바 있다”라고 부연했다.
또한 지난 20대 대선과 마찬가지로 이번 대선에서도 ‘신문·방송’은 연령대가 높을 수록, ‘SNS’는 연령대가 낮을 수록 참고한 비중이 높은 경향이 확인됐다.
‘신문·방송’을 가장 많이 참고한 경우는 이재명 투표자 비중(31%)이 가장 높고 김문수(23%)가 뒤를 이은 가운데, 이준석 투표자 중에선 9%에 불과했다. ‘인터넷 뉴스’를 참고한 경우는 이준석 투표자(24%)가 상대적으로 많고 이재명(19%)·김문수(16%) 투표자는 큰 차이가 없었다
한편 이번 투표에선 전체 응답자의 63%가 투표한 후보가 당선될 거라 보고 투표했다고 밝혔다. 18~29세(41%)를 제외한 전 연령대가 당선될 것 같은 후보를 뽑았다고 밝힌 가운데 40대(78%)·50대(74%) 비중이 특히 높았다.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후보를 뽑은 경우는 18~29세(56%), 30대(46%) 비중이 다른 연령대를 압도했다.
한국갤럽 자체 조사인 이번 조사는 21대 대선 다음날부터 이틀 간인 2025년 6월 4~5일 대선 투표에 참여한 1003명 대상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2.3%(8126명 중 1003명 응답 완료), 표본오차는 ±3.1P(95% 신뢰수준)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가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 디시(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간 동맹이 결국 파국을 맞았다.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법안을 “역겹고 혐오스러운 법안”이라 비난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와 관련된 연방 계약을 전면 철회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프리 엡스타인 연루 의혹을 조롱하며 공개적으로 탄핵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와 백악관 회담 중 머스크를 향해 “매우 실망했다”고 말하며 관계 악화를 공식화했다. 그는 “일론(머스크)과 나는 좋은 관계였다. 우리(관계)가 더 이상 좋을지 모르겠다. 나는 놀랐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자신의 감세 법안을 비판한 이유로 전기차 보조금 혜택 폐지와, 머스크가 지지한 인사의 미 항공우주국(NASA) 국장 지명을 철회한 것, 정부효율부(DOGE) 수장 임기를 의도치 않게 끝내게 된 것 등을 꼽았다.
머스크는 곧바로 반격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엑스에 “이 법안에서 전기차·태양광 인센티브 삭감을 유지해라. 하지만 법안 속의 역겨운 특혜의 산더미를 차버려라”라며 “크고 추악한 법안 또는 얇고 아름다운 법안 중 하나를 가져야 한다. 얇고 아름다운 것이 정답이다”라고 썼다. 이어 “내가 없었다면 트럼프는 졌을 것이고,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했을 것”이라며 “이런 배은망덕은 처음 본다”고 비난했다. 또 “이제 정말 큰 폭탄을 터뜨릴 시간이다. 트럼프는 엡스타인 문서에 있다. 그래서 그 파일이 비공개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엡스타인 사건은 미 전역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온 사안이다. 수많은 온라인 이용자들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수사 문서,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에 유력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고 의심하며 공개를 요구해왔다. 지난 2월 트럼프 행정부는 ‘1단계 공개’라며 일부 자료를 발표했지만 대부분 이미 알려진 내용이었다. 현재 법무부와 연방수사국은 남은 문서의 공개를 위한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관련자 명예훼손 우려로 공개 시점은 불투명하다.
머스크는 또한 보수성향 정치평론가의 ‘트럼프는 탄핵돼야 한다’는 엑스 게시글을 재게시하면서 “예스”라고 적었고,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대외 경제 정책인 관세 정책에 대해서도 “관세로 올 하반기 경기 침체가 예상된다”고 비난했다.
‘마가’ 진영 전략가인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도 뛰어들었다. 그는 “머스크의 이민 신분과 마약 복용 여부 등에 대한 공식 수사가 필요하다”며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머스크는 불법 체류자일 가능성이 있으며, 즉시 추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와 맺은 계약 전면 취소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머스크와 맺은 계약만 파기해도 엄청난 빚을 줄일 수 있다”고 적었다. 머스크의 전기차, 우주항공, 인공지능 기업들은 지난해에만 17개 연방 기관으로부터 약 30억 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따낸 바 있다. 이번 사태의 여파로 테슬라 주가는 이날 오후 15% 가까이 급락했다.
머스크는 최근까지 연방정부의 지출 감축 자문역으로 활동하며 트럼프 정부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머스크를 “세계 최고의 혁신가 중 하나”라고 치켜세웠다. 머스크는 지난해 대선에서 약 2억 5천만 달러를 트럼프 쪽에 지원하며 막대한 기여를 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머스크 “트럼프 탄핵 Yes”…불붙은 쌍방 보복 8가지 시나리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기업들에 대한 정부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3월14일 백악관에서 플로리다 자택으로 출발 전, 머스크와 대화하는 모습이다. 불과 석 달만에 두 사람의 관계는 최악으로 악화했다. AFP연합
한때 동맹에서 갈라선 일론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이끄는 기업들에 대해 정부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머스크는 미 우주항공국(NASA) 업무에 필수적인 스페이스엑스(X)의 ‘드래곤’ 우주선 운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실질적인 보복 조처로 이어질 경우 서로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머스크와 트럼프가 서로에게 가할 수 있는 8가지 압박 수단’이란 제목의 보도에서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짚었다.
머스크가 트럼프에게 할 수 있는 일
머스크는 첫번째로 막대한 자금을 공화당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돌려 정치 세력을 조직할 수 있다. 머스크는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와 공화당 지원에 2억5000만달러 이상을 썼는데, 앞으로 미국 민주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에게로 자금을 돌릴 수 있다. 실제로 머스크는 국가 지출을 늘리는 트럼프의 재정 정책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을 낙선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머스크가 트럼프에게 약속한 1억달러의 후원금 중 미집행된 부분을 철회할 수도 있다.
둘째로 자신이 보유한 소셜미디어를 통한 여론 공세다. 머스크는 엑스에서 “미국에 중도 80%를 대표하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 때가 되었는가?”라는 여론조사를 올렸고, 약 200만 명 중 80% 이상이 ‘찬성’표를 던졌다. 머스크는 ‘트럼프를 탄핵해야 한다’는 게시물을 재인용하기도 했다. 젊은 층에 소구력 있으며 뉴스 소비가 활발한 ‘엑스’를 통해 중도층 위주의 정치 세력을 조직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셈이다.
또다른 강력한 무기는 ‘폭로’다. 머스크는 엑스에서 근거를 제시하진 않은 채 “트럼프 행정부가 ‘제프리 앱스타인 파일’을 고의로 공개지연한 것은 트럼프의 이름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라며 “이 글을 기억해두라. 진실은 곧 드러날 것”이라고 썼다. 제프리 앱스타인은 미국의 금융인이자 미성년 성착취 성범죄자다. 그의 성범죄 관련 수사·재판 과정에서 나온 방대한 자료 가운데 현직 정치인들이 연루된 흔적이 있다는 의혹이 줄곧 제기돼 왔다.
네번째로는 자신의 회사를 활용해 행정부 업무에 차질을 끼칠 수 있다. 실제로 머스크는 국제우주정거장(ISS) 보급에 쓰이는 자사 우주선 ‘드래곤’을 즉시 퇴역시키겠다고 경고했는데,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스티브 배넌은 “대통령령을 내려 스페이스엑스를 자정까지 국유화하면 된다”고 맞받았다.
트럼프가 머스크에게 할 수 있는 일
트럼프는 머스크의 회사들과 맺은 정부 계약을 끊어버리겠다며 위협 중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머스크 기업들과의 계약을 끊는 것이 예산을 절감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썼다. 지난해 머스크 관련 기업은 17개 정부기관과 총 30억달러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귀화한 머스크의 체류 자격을 새삼 문제삼을 수도 있고, 약물 사용 문제도 거론할 수 있다. 배넌은 5일 “나는 그가 불법 체류자라고 강하게 믿으며, 그렇다면 즉시 추방해야 한다”며 체류 자격에 대해 공식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넌은 또 머스크의 약물 복용 문제와 중국 관련 기밀 접근 시도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머스크에게 줬던 보안 인가를 박탈할 수도 있다. 배넌은 조사가 이뤄지는 동안 머스크의 기밀 접근 권한을 즉시 정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만약 트럼프가 실행에 옮길 경우 머스크는 민감한 정보를 다루거나 정부기관에 출입할 수 없게 된다. 머스크의 기업 스페이스엑스가 하고 있는 정부 관련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의 권력을 동원해 머스크에 대한 직접적인 보복을 할 수 있다. 대통령령, 법무부 지시, 규제기관 활용 등 트럼프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행정 권한은 막대하다. 머스크가 추진해 온 ‘정부효율부(DOGE)’를 폐지하거나, 머스크가 지지해 온 남아프리카 공화국 백인 이민 지원 정책을 중단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양측의 갈등이 격화되면, 트럼프의 재정 정책과 머스크의 사업 기반 모두에 심대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의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의 주가는 양쪽이 날을 세웠던 5일 하루만에 14% 하락했다. < 정유경 기자 >
트럼프-머스크 결별에 뉴욕증시 ‘흔들’…테슬라 14% 급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지난 5월30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
집권 초기 ‘케미’를 과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공개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맹비난을 주고받으면서, 잘 나가던 뉴욕 증시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5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25% 하락한 42319.74로 장을 마쳤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장중 한때 전날보다 0.41%가량 오르더니, 장 마감 시각에 가까워지며 하락 전환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0.53% 하락한 5939.30에 마감했다.
머스크 최고경영자의 테슬라가 상장된 나스닥 지수는 다른 지수보다 내림 폭이 컸다. 나스닥 지수 역시 미-중 대화 소식에 오전 장중 0.77%까지 올랐지만, 결국 0.83% 하락 마감했다. 이중 테슬라 주가는 14.26%나 빠지며 눈에 띄게 급락했다. 장중 한때는 17.72%까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미 증시에서 시장을 주도하는 ‘매그니피센트7’ 가운데서는 테슬라 외에 엔비디아와 애플이 각각 1.36%, 1.08%씩 내렸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관계는 사실상 파국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백악관에서 회담하던 중 머스크를 향해 “매우 실망했다”면서 “우리(관계)가 더는 좋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머스크가 자신의 감세 법안을 비판한 이유로 전기차 보조금 혜택 폐지, 머스크가 지지한 인사의 미 항공우주국(NASA) 국장 지명 철회, 정부효율부(DOGE) 수장 임기 조기 종료 등을 꼽았다.
머스크 최고경영자도 곧바로 반격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에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법안을 재차 비판하면서 “내가 없었다면 트럼프는 졌을 것이고,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했을 것”, “이런 배은망덕은 처음 본다”고 비난했다. 이에 더해 미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대규모 성범죄 및 권력형 스캔들에 트럼프 대통령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주장도 했다.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고 적극적으로 캠페인에 나서는 등 최대 우군으로 활약했다. 이후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 최고경영자를 연방정부의 지출 감축 자문역인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임명한 바 있다. < 한겨레 노지원 기자 >
유가족들이 직접 영상 감정 맡기고 필적 감정하고 분신방조 없었다는 목격자들 진술까지 확보됐는데
무능한 경찰, 고의 없고 증거 불충분이라며 불송치 2년간 수사해놓고 이제와서 무혐의 처분이라니… 건설노조·열사사업회 "명예 회복 위해 싸울 것"
가짜뉴스로 양회동 노동자와 동료, 가족들을 두 번 죽인 조선일보의 행태를 막기 위한 수단이 절실히 필요하다. 당시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2년간 수사 결과가 겨우 이것인가.
윤석열 정권의 비인간적인 '건폭몰이'에 항거한 고 양회동 열사의 분신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유출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또 CCTV를 바탕으로 양 열사의 분신이 기획 방조라는 취지로 보도한 최훈민 기자(당시 조선NS 소속) 등 <조선일보> 관계자에 대해서도 증거 불충분이라는 이유를 들어 검찰에 넘기지 않았다.
양 열사의 유서에 대해 대필 의혹을 제기한 <월간조선> 김광주 기자와 월간조선 관계자, 허위 보도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에 대해서도 경찰은 혐의 없다며 검찰에 넘기지 않기로 결정했다.
5일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양 열사 CCTV 유출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변호인(법무법인 지향)을 통해 '증거 불충분, 혐의 없음'으로 수사 결과를 통지했다. 수사결과 통지서는 지난달 23일 작성돼 변호인에게 우편으로 보내졌다.
앞서 양 열사는 노동자의 날이었던 지난 2023년 5월 1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윤석열 정권의 '건폭몰이'에 항거하며 분신해 숨졌다. 이로 인해 윤석열 정권의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노조탄압 정책에 대한 비판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선일보>는 2023년 5월 16일자 인터넷판 기사와 5월 17일자 지면 기사에서 건설노조 강원지부 홍성헌 부지부장이 양회동 열사 분신 당시 "가만히 선 채로 양 씨를 지켜봤다"면서 극단적 선택을 방조한 것처럼 보도했다. 이어 <월간조선>은 5월 18일자 기사를 통해 "양회동 씨 유서 3장 중 1장은 글씨체가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굳이 필적 감정을 하지 않고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확연히 차이가 났다"면서, 마치 양 열사의 유서가 누군가에 의해 위조됐거나 대필한 것처럼 보도했다. 필적 감정 등 근거 제시도 없었다.
양회동 열사 유가족과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2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묵상을 하고 있다. 2024.4.22. 건설노조 제공
이에 양 열사의 유가족과 건설노조는 5월 22일 춘천지검 강릉지청 CCTV 영상을 유출한 성명불상의 수사기관 관계자와 유출된 CCTV를 바탕으로 건설노조의 분신 방조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 기자 등에 대해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했다. 필적감정 등 제대로 된 검증도 하지 않고 양 열사의 유서가 대필됐다고 보도한 <월간조선> 기자 등에 대해서도 사자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또 양 열사의 유족과 건설노조는 영상 감정을 통해 <조선일보>가 보도에 인용한 CCTV 영상이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민원실 CCTV 영상과 동일한 영상이라는 점도 직접 확인했다. 수사기관 내부의 비밀이 조선일보에 유출된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아울러 당시 분신 현장에 있었던 건설노조 강원지부 홍성헌 부지부장이 양 열사에게 다른 노조원과의 통화를 권하는 등 분신을 적극 만류했고, 현장을 목격한 <YTN> 강릉지국 기자들도 홍 부지부장이 양 열사의 분신을 말렸다고 한 진술 등도 모두 확인했다. 이뿐 아니라 유족과 건설노조는 유서대필 허위 보도와 관련해서도 필적 감정을 통해 양 열사의 유서가 모두 본인의 필적이라는 사실까지 밝혀냈다. 이에 <월간조선>은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디지털과학수사연구소으로부터 받은 감정 내용. 사진 위가 원본 영상이고 아래가 조선일보에 인용된 사진이다. 나무들의 줄기 및 가지의 형태와 형상이 동일하다. 2023.7.25. 건설노조 제공
민주노총 건설노조 법률 대리인인 여연심 변호사(법무법인 지향)가 국제법과학감정원에 의뢰해 받은 필적 감정서. 문증 필적(문제가 되는 필적, 감정 목적물)과 지증 필적(감정 대상자 필적, 비교대상물)의 세부 특징을 비교했다. 청색 실선은 유사하게 나타는 특징을 표시한 것이다. 2023.5.24. 민주노총 건설노조 제공
그러나 경찰은 2년 동안 수사했으면서도 CCTV 유출자를 찾지 못한 채 "해당 CCTV가 공개된 장소를 촬영하고 안내된 만큼 외부에 알려진다고 국가의 기능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거나 수사의 보안 또는 기밀을 침해하는 등 수사의 목적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직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조선일보> 기자 등에 대해서도 "자극적인 단어나 과장된 표현이 사용되었기는 하나 (…) 고소인들 및 망인을 비방할 목적이나 명예훼손의 고의로 이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하기 위해 허위사실임을 알면서도 기사를 작성·보도하였다고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윤석열 정권이 양 열사의 분신으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는 상황에서 극우매체인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이 각각 분신방조, 유서대필 의혹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의도와 정황은 뚜렷해 보인다. 수사기관의 자료가 언론사에 넘어간 정황 역시 권위주의적이고 폭압적인 정권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원희룡 전 장관이 <조선일보> 보도를 인용한 점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경찰은 이러한 정황들은 외면한 채 이들이 '고의로 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전부 무혐의 처분을 내려 면죄부를 줬다.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했는지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달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진행된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 씨의 노제를 마친 참가자들이 세종대로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2023.6.21. 연합
건설노조는 "이 건의 가장 핵심은 CCTV를 누가 조선일보에 유출했는지를 찾는 일이었다. 경찰은 그동안 40여 명의 관계자를 조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유출자를 찾지 못하고, 뜬금없는 대법원 판례를 핑계로 혐의가 없다고 하는 것은 경찰의 수사능력이 무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언론의 악의적 거짓·허위·혐오보도에 맞서 피해자는 국가 수사기관인 경찰의 무능하고 의지 없는 수사 태도를 어떻게 믿고 맞서야 하는가"라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건설노조와 양회동열사정신계승사업회는 경찰의 무능한 수사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것이며, 짓밟힌 명예와 진실을 위해 투쟁해 나갈 수밖에 없다"면서 "거짓·허위·혐오로 칠해진 언론이라는 칼날로 누군가가 상처입고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깊게 새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