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는 이미 8월에 차단…요새화 공사 진행할 듯

군, 군사분계선 이남 지역에 대응사격…"우리 피해는 없어"

 

북, 동해선 도로 일부 폭파 장면=북한이 15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합참은 이날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북한군은 오늘 정오께 경의선 및 동해선 일대에서 (남북) 연결도로 차단 목적으로 추정되는 폭파 행위를 자행했으며, 현재는 중장비를 투입해 추가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사진은 우리 군 CCTV에 잡힌 동해선 도로 폭파 장면. 2024.10.15 [합참 제공 영상 캡처]

 

북한이 15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합참은 이날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북한군은 오늘 정오께 경의선 및 동해선 일대에서 (남북) 연결도로 차단 목적으로 추정되는 폭파 행위를 자행했으며, 현재는 중장비를 투입해 추가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를 차단한 북한이 이번엔 경의선 및 동해선 도로도 폭파해 남북 간 육로를 완전히 끊은 것이다.

 
남북 경의선-동해선 도로(CG) [연합]
 

합참은 북한의 폭파로 인한 우리 군의 피해는 없다면서 "우리 군은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에 대응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군은 북한군의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한미 공조 하에 감시 및 경계태세를 강화한 가운데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끊어진 남북연결도로에서 요새화 공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군 총참모부는 지난 9일 보도문을 통해 "9일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를 진행되게 된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같은 날 유엔군사령부에 보낸 통지문에서 "(관련) 공사에는 다수의 우리 측 인원과 중장비들이 투입될 것이며 폭파 작업도 예정돼 있다"고 밝혔는데, 이날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경의선 도로 인근에 쌓인 흙더미 = 북한이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 폭파를 준비하는 정황이 우리 군 감시장비에 포착된 가운데 14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북측 지역의 경의선 도로 위 구조물 인근에 흙더미(붉은원)가 쌓여 있다. 2024.10.14

 

 

우리 군은 북한이 남북 육로 완전 단절을 선언한 이후 북한군의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 폭파 준비 정황을 감시해왔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도로에 가림막을 설치해 놓고 그 뒤에서 도로를 폭파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는 것이 식별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작년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한 뒤 그 일환으로 남북 육로 단절을 진행해 왔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작년 11월 경의선 도로 인근에 나뭇잎 지뢰를 살포했고, 같은 해 12월 동해선에 지뢰를 매설했으며, 올해 3월 동해선 도로 펜스를 철거했고, 4월엔 경의선 도로 가로등을 철거했다.

이어 5월에는 동해선 철도 레일 및 침목을 제거했고, 6월에 동해선 도로 가로등을 철거했으며, 7월엔 경의선 철도 레일 및 침목을 제거했고, 8월엔 경의선 열차 보관소를 해체했다.

김명수 합참의장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동참모본부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남북 육로 차단 작업 관련 사진을 공개하면서 "경의선과 동해선(철도)은 8월에 차단됐다"고 밝힌 바 있다.

남북 연결 육로는 이제 사실상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통로만 남게 됐다. 화살머리고지도 있지만 차량이 이동할 수 없어 육로로서 의미가 없다.

북한은 남북연결도로 폭파 장면을 주민들에게 공개해 대남 적개심 고취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4년여 전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쇼'를 벌여 선전 도구로 활용한 것과 비슷한 행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육로 연결 사업에는 우리 정부의 현물 차관이 지원됐다. 차관 규모는 2002∼2008년에 걸쳐 1억3천290만달러 상당으로, 현재 환율 기준 1천800억 원에 달한다. < 연합 김호준 기자 >

 
          북한이 10월15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 합참 제공
 

 

전국비상시국회의, 미국 대한반도 정책 일신 호소

김상근 "미국, 일본 우선주의 정책 폐기하라"
함세웅 "약소국 돌보는 아름다운 미국 되길"

신홍범 "근본적 해결은 미‧북 대화와 수교"
황석영 "전쟁은 이미 시작됐으며 진행 중"
명진 "평화 위해 윤석열 탄핵 횃불 들어야"
이부영 "윤, 분단체제의 남쪽 기득권 대표"

 

민주화 운동 원로 108인이 14일 전국비상시국회의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 서울라운지에서 한반도 평화 를 위한 외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 10. 14 시민언론 민들레
 

평생을 좌고우면 없이 이 나라의 민주화와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투신해온 각계 원로들이 전쟁의 먹구름이 뒤덮는 한반도 상황을 더는 두고볼 수 없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각계 원로 108인은 전국비상시국회의 주최로 14일 서울 프레스센터 18층 서울라운지(구 외신기자클럽)에서 진행된 외신 기자회견에서 일촉즉발의 위태로운 국면에 처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군사적 해결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와 공존의 해법을 찾아야 하며, 특히 미국이 제재와 봉쇄 등 강경 일변도의 대북한 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전국비상시국회의 신형식 정책위원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외신 기자회견에는 각계 대표인사로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 강우일 천주교 주교, 박경조 성공회 주교, 이경호 성공회 주교, 김중배 전 MBC사장, 김상근 원로 목사, 함세웅 원로 신부, 명진 스님, 신낙균 전 문화관광부 장관,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황석영 작가, 현기영 작가, 김영주 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장임원 민교협 초대 의장,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박석무 다산연구소장, 권영길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 강정채 전 전남대 총장, 박찬석 전 경북대 총장, 이부영 동아투위 위원장 등이 직접 참석했다.

전국비상시국회의는 작년 1월 19일 민주화운동 원로 100인의 시국 기자회견을 계기로 검찰 독재, 민생 파탄, 전쟁 위기를 막아내기 위해 결성한 전국적 시민운동단체다. 앞서 9월 20일에는 '친일매국 반국가세력'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국선언을 발표함으로써 검찰독재‧친일매국 정권을 향한 총궐기에 시민들이 동참하도록 독려했다.

 

전국비상시국회의 주최 민주화 원로 108인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외신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2024. 10. 14 시민언론 민들레
 

이들은 '9‧20 시국선언 참여 인사들과 전국비상시국회의' 명의의 기자회견문을 통해 "윤석열 정권 집권 이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조선·북한)의 핵무력은 날로 강화되고, 남북 상호 간의 적대와 위협이 가중되며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대한반도 안보·외교·경제 정책도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한국 국민은 역사적으로 한반도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아 온 미국과 일본의 한반도 정책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행정부와 유엔을 상대로 네 가지 주요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는 미국과 북한의 국교 수립을 위한 대화 제의와 수교 협상을 통한 북한의 안전보장과 핵 문제 동시 해결이다. 이들은 노태우 정부의 북방외교에 따라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과 더불어 미·중·일·러 4개국의 남북한 교차승인이 추진됐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남한과 수교한 반면에 미국과 일본은 북한과의 수교를 거부함으로써, 고립된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본격화해 지금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보유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허리케인 밀튼 피해 복구 작업과 관련해 진전 상황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4. 10. 11 [EPA=연합]
 

원로들은 "미국의 수교 거부와 봉쇄 정책은 이 같은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으며, 미국은 한반도, 특히 대조선 정책이 결정적으로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미국의 새 대통령은 실패의 첫 단추로 돌아가 조선과 수교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조선의 핵무장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시도에도 빌미를 제공하고 있으며 자칫 한국, 일본, 대만까지 핵을 보유하게 된다면 핵 비확산 체제(NPT)가 무력화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둘째는 한반도에 군사적 재진출을 열망하는 일본 극우 세력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미·일·한 군사동맹 추진은 한국 국민의 큰 저항을 부를 것인 만큼 이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원로들은 "미국과 일본이 고질적, 고압적이고 대국주의적 대응으로 미·일·한 군사동맹을 계속 강화한다면 윤석열 정권의 정치, 경제, 사회 등 총체적 무능에 대한 불만과 합쳐져 2016~17년 같은 시민항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대조선 수교 협상을 통한 새로운 접근이 남북 한반도 주민뿐 아니라 국제 사회의 더 큰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한‧일 과거사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에 기초하지 않은 윤석열 정권의 노골적인 친일 정책은 지역‧세대‧계층‧성별과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국민적 저항을 불러오고 있어 미국과 일본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독일의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부 장관과 폴 러캐머라 유엔사령관이 독일 국기를 의장대 병사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 행사는 독일이 유엔사 멤버가 된 것을 공표하는 의미로 마련됐다. 2024. 8. 2. [dpa 연합]
 

셋째는 유엔 사무총장에게 유엔사령부(UNC)의 정체성을 해명하고 평화협상의 주선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원로들은 "유엔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로 미국 지휘 하의 군사기구로 만들어져 한국 전쟁에서 큰 역할을 했지만, 종전 후에도 유지되며 애초의 목적과는 반대로 오래전부터 평화의 장애물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총장에게 △ 유엔사는 유엔 산하 기구인가, 아니면 미국과 그 구성국들의 자율적 기구인가 △ 만약 유엔 산하 기구라면 남북 공동 활동을 막아온 유엔사의 결정은 지금까지 유엔이 내린 것인가 △ 그렇지 않다면 '유엔'이란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등을 질의했다. 그러면서 "유엔은 지금이라도 세계 평화라는 설립 목적에 맞게 군사 기구 유엔사를 해체하고 평화 협상을 주선하라"면서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해체되어야 할 유엔사가 도리어 강화되는 현실에 깊이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넷째는 최악의 남북관계 속에도 현실적인 평화공존의 방안을 마련하고 실현함으로써 평화통일의 꿈을 지켜나가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원로들은 윤 대통령의 '자유(흡수) 통일론'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거론한 뒤 "남북 양측 기득권 정치인들의 입장은 오랜 세월 외세의 침략과 내부의 폭정을 견디면서 살아온 민중들을 대변한다고 할 수 없다"면서 "반독재 민주화운동과 평화통일 운동을 벌여온 한국의 시민사회는 독립운동과 민족해방운동을 계승해 겨레와 나라의 하나 됨을 이뤄가야 한다는 더욱 큰 소명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조선의 국교 수립을 위한 미국의 대화 제의를 촉구한다. 해리스‧트럼프 대선 후보들은 한국 국민의 요청에 답변해야>란 제목의 기자회견문은 류태선 목사와 김애영 한신대 교수,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황순식 전국비상시국회의 대외협력위원장이 돌아가며 낭독했다.

 

14일 전국비상시국회의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 서울라운지에서 열린 민주화 운동 원로 108인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외신 기자회견에서 김상근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2024.10.14 [오마이TV 캡처]
 

"피 토하는 심정"이라며 인사말에 나선 김상근 목사는 미국을 향해 "한반도 평화의 길을 찾고 구현할 의무와 책임을 다하라고, 당신들의 패권을 위해 우리에게 반하는 일본 우선주의, 대한민국 하위적 외교‧군사 정책을 폐기하라고,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해 대조선 정책을 일신하라고, 오늘 우리는 요구한다"며 "미국에 구걸하는 게 아니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전쟁 때 북한 정권에 의해 아버지를 잃었다는 김 목사는 마무리 발언에서는 "1980년 광주살상의 참상을 겪으며 인권, 민주화운동에 나섰지만, 그에 앞서 남북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이 땅에서 인권, 민주화운동은 어려운 일이란 깨우침을 얻었다"고 회고했다.

 

14일 전국비상시국회의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 서울라운지에서 열린 민주화 운동 원로 108인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외신 기자회견에서 함세웅 신부가 발언하고 있다. 2024.10.14 [오마이TV 캡처]
 

함세웅 신부는 "오늘 작은 나라, 한반도의 한 시민, 국민으로서 우리나라를 갈라놓고 지배하고 민주주의와 인권 옹호, 평등의 원리를 많이 도와주었지만, 도와주면서도 크게 방해했던 미국의 회개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에서 미국으로 처음 이주했던 그 선구자들, 워싱턴을 비롯한 초대 정치인들의 그 아름다운 마음, 그것을 간직해서 약소국, 약자들의 마음을 돌보는 평등의 원리를 간직한, 아름다운 미국인, 미국의 정치인, 미국의 신앙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4일 전국비상시국회의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 서울라운지에서 열린 민주화 운동 원로 108인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외신 기자회견에서 신홍범 전 조선투위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4.10.14 [오마이TV 캡처]
 

뒤이어 신홍범 전 조선투위 위원장은 "수십 년에 걸쳐 남북 간 대화도 했지만, 그 모든 선언, 회담의 결과들이 결국 역사적 기록으로만 남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그런 허무함을 느낀다. 현재 남북관계, 대화는 완전히 단절되고 통로를 잃었다. 이런 상태에선 위기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다"며 "우발적 사고로 인해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그런 두려움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 해결할 길은 미국과 북한이 수교하고 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내용을 미국 국민에게 미 정치 지도자들에게 잘 전달해서 한반도 문제에 이 전쟁 위기를 막고 돌파구를 마련해 줄 것을 외신기자들에게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14일 전국비상시국회의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 서울라운지에서 열린 민주화 운동 원로 108인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외신 기자회견에서 황석영 작가가 발언하고 있다. 2024.10.14 [오마이TV 캡처]
 

황석영 작가는 남북 간 대북 전단-대남 오물 풍선 사태와 평양 무인기 침투 등에 대해 "오래 중단됐던 남북 선전전이 세계 최대의 무력이 맞서는 휴전선에서 벌어지고 점점 더 상승하고 있다"며 "수십 년 전쟁 위기 속에서 살아와 국민이 실감하지 못하지만, 이미 전쟁은 시작됐고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데 크나큰 책임이 있고, 현재 윤석열 정부가 대단히 모험주의적 길을 걷고 있어 우려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한반도 상황을 겪어온 원로들로서 한반도 평화뿐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위기를 자초하는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지금이라도 공식적이기 전에라도 물밑에서 북한과 접촉해서 대화를 시작할 것을 간곡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14일 전국비상시국회의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 서울라운지에서 열린 민주화 운동 원로 108인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외신 기자회견에서 명진 스님이 발언하고 있다. 2024.10.14 [오마이TV 캡처]
 

뒤이어 나온 명진 스님은 "미지막 분단의 땅, 허리 잘린 한반도. 북쪽은 하반신 마비, 남쪽은 상반신 마비가 된 채로 80년을 싸우고 있지만, 주변에선 박수 치며 즐기고 있다"며 "이런 한반도에서 언제 포탄이 날아오고 날아갈지 일촉즉발의 전쟁의 위기가 눈앞에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윤 대통령의 대북 '선제타격' 발언을 거론한 뒤 "수십, 수백만의 인명이 살상되는, 대량살상무기가 사용되는 전쟁을 예닐곱 살 먹은 어린애들의 병정놀이로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명진 스님은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과 관련해 "드론을 띄우는 건 전쟁 행위다. 전시작전권은 미국에 있는데, 미국 허락을 받고 이 땅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드론을 띄웠는지 묻고 싶다"고 따졌다. 그는 윤석열의 무지, 무식, 무모, 몽매함과 저급함이 국민을 위험해 빠뜨리고 있다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이 정권을 탄핵하는 촛불, 횃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명진 스님은 "언젠간 외국 군대도 물러나고 언젠가는 분단의 벽도 무너져야 한다. 빠를수록 좋다. 이를 막고 있는 건 누군가"라면서 "자치권만 겨우 보장되고 국방과 외교는 미국의 눈치를 보고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미국의 준 식민지 치하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7일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김정은국방종합대학을 축하방문하고 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2024.10.8 [연합]
 

뒤이어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은 북미 대화 재개와 국교 수립이 미국에 어떤 이익이 있겠느냐는 질문에 "지금 북한이란 나라를 외교적으로 승인하지 않고 봉쇄해서 무너뜨리려는 게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냐, 아니면 핵 협상을 다시 시작해서 북한의 안전보장과 미국의 핵무기 동결 또는 해체 등과 맞바꾸는 협상을 하는 게 도움이 되겠느냐, 이것이 미국의 세계전략에도 보탬이 되면 됐지 해로울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주한미군을 엄청나게 주둔시키고 항상 핵무기, 잠수함 항공기들을 보내서 엄청난 군비를 여기다 쏟아붓고 하는 게 미국에 도움이 되는가. 지금이 미국이 한반도, 동아시아 정책을 바꿀 때다. 그 핵심은 미국과 북한의 대화 시작이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흡수 통일론'과 김 위원장의 '두 국가론'과 관련해 이 명예이사장은 "분단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고통당하는 민중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권력을 지닌 실력자들, 기득권 위주로 이런 발언이 나오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동족의 파멸에 심각한 고민이 없이 전쟁을 통해서라도 통일할 수 있다는 망언을 하고 분단체제 남쪽의 기득권자를 가장 대표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남쪽에서 오랫동안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해왔거나 평화통일 운동을 해왔던 사람으로서 남북 양쪽의 기득권 세력에서 어떤 얘기가 나오든 괘념치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민주화운동 입장에서, 평화통일 운동 입장에서 민족의 하나됨, 나라의 하나됨을 위해 주장하고 필요하다면 평화를 위한 투쟁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12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0차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2024.10.12. 이호 작가
 

이에 황석영 작가는 "내가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도 직접 들은 얘기다. '한반도내지 북한에 미군의 군사기지가 존재하는 것을 우리는 반대하지 않는다' '미국이 오히려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균형을 위해 한반도에 존재한다는 걸 우리는 인지하고 있다'라고 분명히 얘기했다. 이는. 북한의 일시적 전략은 아닌 것 같다"면서 "북한이 계속 핵을 쏘는 건 '날 좀 봐주라' '나랑 얘기 좀 하자' 그런 미국에 대한 신호였다"고 풀이했다. 이어 "만약 미국과 북한이 수교하면 동북아에 지금과는 훨씬 다른 천지가 개벽하는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그 변화에 가장 중심에 서 있는 게 중국이다. 미국이 이런 것들 전략적으로 이미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황 작가는 "도대체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70년 동안 전쟁을 지속하고 있는가. 현 정전체제를 종전하고 평화 체제로 바꾸는 게 우선이고 그 뒤에 통일을 얘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분단과 전쟁에 깊게 관련돼 있고 책임 있는 게 유엔이다. 유엔이 깊은 과오와 책임을 책임을 지닌 만큼 힌국에서 평화의 실마리를 끌어내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 기자회견문 전문(국문‧영문)과 참여 인사 108인 명단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광화문 광장 관람 무대에서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을 지켜보고 있다. 2024.10.1 [대통령실 제공 연합]


한국과 조선(북한) 당국의 '치킨 게임'이 설전을 지나 실제 무력충돌 위험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발단은 조선 외무성이 11일 "한국은 지난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켜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한국의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국정감사장에선 "그런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 하지만 1시간 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낸 공식 입장은 "확인해 줄 수 없다"였다. 위험한 심리전에 돌입한 것이다. 특히 합참은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비열하고 저급하며 국제적으로 망신스러운 오물 및 쓰레기 풍선 부양 등 도발을 자행하고 있는 북한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조선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한 맞대응으로 대북 민간단체가 무인기를 이용한 전단 살포에 나서고 이를 군당국이 묵인·방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동반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조선의 오물 풍선에 "군사적 조치"를 운운하고 무인기 평양 침투 주장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를 고수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무력충돌과 확전 가능성 높아지고 있어

북한 외무성은 11일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중대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은 지난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대북전단)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청사구역 상공에서 삐라를 살포하는 적무인기"라고 쓰여 있다.[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


그러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2일 담화를 내고 "한국 국방부는 주범 내지는 공범"이라고 비난하면서 평양에서 한국 무인기가 다시 발견되면 "끔찍한 참변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우리 국민 안전에 위해를 가한다면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의 종말이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위협 수준을 높였다.

특히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13일 KBS의 일요진단에 출연해 "북한 주민은 가난하고 잃을 게 별로 없지만 북한의 모든 의사결정을 틀어쥔 김정은은 지구상에서 가장 부자이고 가장 강력한 권력이 있다"라며 "우리가 김정은을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을 직접 겨냥한 제거 위협이 조선의 무력도발을 억제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나온 발언이라지만, 이런 식으로 '치킨 게임'의 수위를 높일수록 정작 한반도 주민들의 안위는 백척간두에 서고 만다. 더구나 이런 식의 화법은 국제법의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실제로 평양 침투 무인기의 정체와 진실은 오리무중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무력충돌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조선 총참모부는 국경 부근 완전무장 8개 포병여단이 사격대기 태세로 전환했다며, 그 사유로 "한국 무인기가 또다시 국경을 넘었을 때 대상물을 타격하는 상황, 타격으로 인해 무력충돌로 확대되는 상황"을 언급했다.

이는 우발적 무력충돌 및 확전의 위험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군사적 긴장과 적대감이 극도로 고조되면 조선군이 휴전선 부근에서 무인기뿐만 아니라 대북 전단 풍선이나 새를 무인기로 오인해 타격에 나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조선군의 방공 탄환이나 포탄이 남측에 떨어지면 한국군이 대응 사격에 나서고 확전이 일어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

북한이 남측과 연결되는 도로·철도를 9일부터 완전히 끊고 '남쪽 국경'을 완전히 차단·봉쇄하는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고 선언했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보도문을 통해 "9일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되게 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사진은 이날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 초소[연합]


기우이길 바라지만, 언제든 무력충돌이 발생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남북 당국의 적개심과 군사적 준비태세는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과거엔 이렇게 위기가 고조되면 물밑에서 대화를 시도하거나 제3자가 중재에 나서기도 했지만, 오늘날에는 이조차도 찾아볼 수 없다.

현재의 위기 상황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지만, 발단은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풍선 살포에 있다. 이에 대해 조선은 오물과 쓰레기를 담은 대남 풍선 살포로 응수했고, 한국 군당국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고 조선도 대남 확성기 방송을 틀었다. 이렇게 양측에서 보내는 풍선과 틀어대는 확성기 방송이 한반도를 어지럽히고 소란스럽게 만드는 사이에 급기야 무인기 소동까지 가세하고 있다.

조선의 언행도 유치하고 위험스럽지만, 위기관리와 무력충돌 방지에 도통 관심을 보이지 않는 윤석열 정부의 행태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정권안보'를 위해 국가안보상의 위기를 일부러 조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게 낭설이라면, 윤석열 정부는 풍선이나 무인기를 이용한 대북 전단 살포를 제지하고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면서 조선에 상응조치를 요구하면 된다. 그런데도 조선의 호응이 없으면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국민통합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다. 오늘날 남남갈등의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는 정부가 할 바를 하지 않으면서 조선과 국내의 비판·저항 세력을 싸잡아 비난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 정욱식 기자 >

“한국군이 사건 주범…똥개 길러낸 주인 책임”
‘미 연대책임’·‘무인기 침투 재발방지 요구’ 메시지

 
 
북한 외무성이 지난 11일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국이 무인기를 평양에 침범시켜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대북전단)를 살포”했다며 공개한 사진. [조선중앙통신 연합]
 

북한이 14일 ‘평양 무인기 전단 살포’의 기획과 실행 주체를 “대한민국 군부”로 지목하면서 미국에 대해서도 “주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무인기를 북한 영공으로 날려 보낸 게 한국군의 행위가 명백하니, 정전협정 관리 책임이 있는 미국이 나서 이를 통제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남쪽을 향해서는 연일 강경 담화와 상응한 군사 조처를 입에 올리면서 미국을 향해선 군사적 긴장이 더 이상 확대되는 걸 북한 역시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준 셈이다. 

미국이 한국 ‘제어’하라는 요구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14일 밤 낸 담화에서 “우리는 평양 무인기 사건의 주범이 대한민국 군부 쓰레기들이라는 것을 명백히 알고 있다”며 “핵보유국의 주권이 미국놈들이 길들인 잡종개들에 의하여 침해당하였다면 똥개들을 길러낸 주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한국과 미국을 싸잡아 비난했다. 앞서 북한은 13일 북한 군사당국이 군사분계선 일대 전방 부대에 ‘완전 사격 준비 태세’를 갖추도록 지시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김여정 부부장의 이날 담화는 ‘무인기 전단 살포’를 한국군 소행으로 단정하는 동시에 유엔사를 통해 정전협정 유지·관리를 책임진 미국이 한국을 제어해 무인기가 북쪽으로 오지 못하게 하라는 요구로 해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여정이 사흘 연속 이례적인 담화를 냈는데 거친 용어를 쓰면서도 재발 방지를 위한 무력시위에 방점을 두고 있다”며 “미국이 정전협정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비난하면서도 ‘무인기 침투’ 재발 방지에 적극 나서 달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도 “남쪽이 무인기를 보냈다면 미국 모르게 할 수 없다고 판단해 미국에 연대책임을 따지는 동시에, 미국이 한국을 제어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엔사는 이날 김 부부장의 담화가 나오기에 앞서 “유엔사는 현재 이 문제에 대해 정전협정을 엄격히 준수하며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리전에서 ‘참수 작전’으로 국면전환 판단?

 북한은 이번 ‘무인기 사건’을 이전 대북 전단 대응과 근본적으로 다른 국면으로 판단하고, ‘무력 충돌 불사’의 군사적 대응 태세로 전환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이 국경선 부근에 “전시 정원 편제대로 완전무장된 8개의 포병여단을 13일 20시까지 사격 대기 태세로 전환시키고 각종 작전보장 사업을 완료”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밝힌 게 그 예다.

무인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21세기 전쟁’의 가장 중요한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와는 달리 무인기 침투를 “군사적 공격 행위”(11일 김여정 담화)라고 규정하며 이전과 다른 대응에 나섰다. 북한은 지난 3일과 9일, 10일 대한민국 무인기가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해 삐라(전단)를 살포했다고 주장했는데, 전문가들은 이 주장대로 남쪽이 보낸 무인기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가 있는 평양 중구역까지 도달했다면 ‘김정은 참수 작전’ 능력을 보인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5월 이후 남쪽이 대북전단을 보내고 북쪽이 쓰레기 풍선을 보내는 등 남북 사이에 ‘심리전’이 일상화됐지만, 전단 대신 탄두를 적재한 자폭 무인기가 중구역에 도착한 것이라면 북한 최고지도자를 겨냥한 작전 실행 능력을 입증한 게 돼 훨씬 위태로운 국면으로 전환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두 국가’ 국내 정치적 활용

북한이 ‘무인기 침범’을 내세워 대남 강경 대응을 강조하는 것은 국내적으로 통일을 지우고 ‘적대적 두 국가’를 실현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크게 작용한 결과란 평가가 나온다. 특히 북한은 이전까지 공개적 언급을 꺼리던 대북전단 문제를 주민들이 모두 보는 노동신문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등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용석 연구원은 “지금까지 ‘남반부 통일 혁명’을 내걸고 주민들에게 언젠가는 통일을 통해 잘살게 될 것이라고 해온 북한이 통일을 지우고 두 국가로 만들려는 헌법 개정을 하는 건 정체성을 바꾸는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라며 “무인기 상황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크다”고 분석했다.

< 박민희 권혁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