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의 자택 압수수색해 확보한 관봉권 띠지와 스티커 등 "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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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연합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수사했던 검찰이 핵심 증거인 관봉권 띠지와 스티커를 분실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치권에서 ‘해체를 자초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검찰이 해체해달라고 몸부림치고 있다”며 “수사를 하는 게 아니라 구멍을 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씨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 박건욱)가 지난해 12월 전씨의 서울 서초구 자택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관봉권 띠지와 스티커 등을 조사 과정에서 분실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데 대한 반응이다.

 

박주민 의원은 수사 역량 약화 등을 이유로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에 반대하는 검찰이 되레 검찰개혁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청을 해체하면 수사 공백을 어떻게 할 거냐 걱정하시는데, 수사를 이따위로 하기 때문에 빨리 해체해야 한다”고 거듭 비판했다.

 

관봉권은 한국은행이 조폐공사로부터 신권을 공급받을 때 돈의 액수와 상태 등에 문제가 없음을 보증하기 위해 십자 모양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밀봉해 포장한 현금 뭉치다. 관봉권 5만원권 100장 단위는 띠지로 묶고, 이 묶음 10개를 다시 비닐로 포장해 스티커를 붙인다. 띠지와 스티커에는 △현금 검수 날짜와 시간 △담당자 코드 등 현금의 출처를 식별할 수 있는 여러 정보가 기재돼 있다. 당시 검찰이 전씨의 자택에서 압수수색한 현금은 5만원권 3300장(1억6500만원)이었고, 이 가운데 5천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의 관봉권이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정치권에서는 관봉권 띠지·스티커가 뇌물, 정치자금 수사 등의 기초 자료인 만큼 분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검찰은 분실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뒤 한국은행에서 관련 정보를 파악하려 했지만 자금 출처 규명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방송에 나온 검사 출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관봉권 띠지와 스티커는) 뇌물 수사의 기본이다. 저걸로 (돈뭉치가) 어디서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있다. 저걸로 (범죄 혐의를) 많이 밝혀내고 있다”며 “법무부나 대검찰청에서 직접 감찰하고 수사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도 같은 방송에서 “쌍방울(그룹)에 압수수색 정보를 미리 알려준 수원지검 검찰 수사관이 구속되고 항소심에서 실형을 받았는데, 그것보다 훨씬 큰 범죄로 보인다”며 “엄벌에 처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검찰이 관봉권 띠지·스티커 분실과 관련한 감찰을 실시하지 않은 점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지난 4월 ‘압수물을 공식 접수하기 위해 현금을 세는 과정에서 직원 실수로 띠지와 스티커를 버렸다’는 사실을 파악했으나 “수사 진행 중에 감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감찰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방송 뒤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감찰까지 무마하려 했다면 명백한 조직적 사건 은폐이며, 관련 사건 축소 은폐는 특검의 수사 대상”이라며 “황당하기 짝이 없는 증거 훼손에, 이를 무마하려고까지 한 수사기관이 더 이상 필요하냐. 오히려 그대로 두는 것이 국가적 손실이자 망신”이라고 말했다.                                                                                              < 심우삼 기자 >

 

‘스모킹 건’ 놓친 검찰…건진 관봉권 띠지 분실, 자금 출처 규명 실패

분실 건 감찰도 안 해... 수사 - 처벌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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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 연합
 

검찰이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찾은 1억6500만원에 이르는 현금 뭉치의 띠지와 스티커 등을 분실한 것으로 18일 드러났다. 검찰은 분실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뒤 한국은행에서 관련 정보를 파악하려 했지만 결국 자금 출처 규명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 박건욱)는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관봉권의 띠지와 스티커 등을 조사 과정에서 분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검찰이 압수한 현금은 5만원권 3300장(1억6500만원)이었고, 이 가운데 5천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의 ‘관봉권’이었다. 관봉권은 5만원권 100장 단위로 띠지로 묶여있고, 관봉권 10개 묶음은 비닐로 포장한 뒤 ‘스티커’를 붙인다.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18일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로 들어가고 있다. 전씨는 2022년 4∼8월께 윤모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으로부터 교단 현안 관련 청탁과 함께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백 등을 받은 뒤 이를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관봉권의 스티커와 띠지에는 △현금 검수 날짜와 시간 △담당자 코드 등 현금의 출처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기재돼 있다. 나머지 현금다발 1억1500만원을 묶은 띠지에도 검수관의 도장과 취급지점 등이 표시돼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띠지·스티커 등의 분실 사실을 지난 4월에야 인지했고 내부 조사를 통해, ‘압수물을 공식 접수하기 위해 현금을 세는 과정에서 직원 실수로 띠지와 스티커를 버렸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한다. 당시 서울남부지검 지휘부는 “수사 진행 중에 감찰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띠지 분실 건에 대한 자체 감찰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검찰은 지난 4월25일 한국은행을 방문해 현금 뭉치의 지급 방식과 기재 정보 등을 파악하려 했지만, 한국은행이 개별 포장된 현금 뭉치의 지급 내역을 따로 기록하지 않아 출처 규명에 실패했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기도비로 받은 건데 누구한테 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임재우 기자 >

 

 

 ‘계엄 위자료 소송’ 대리 김경호 변호사

“내란 주범 윤석열과 공동불법행위 채무자 김건희 상대 12억2250만원 위자료

 청구권에 기초해 김건희 소유의 아크로비스타 아파트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8월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비상계엄에 따른 정신적 피해를 주장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시민들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집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아파트에 가압류를 신청하기로 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이 아파트를 처분해 재산을 숨길 소지를 없애려는 차원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상대로 ‘계엄 위자료 소송’을 대리하는 김경호 변호사(법률사무소 호인)는 19일 “내란 주범 윤석열과 공동불법행위 채무자 김건희를 상대로 제기한 12억2250만원의 위자료 청구권(피보전권리)에 기초해 김건희 소유의 아크로비스타 아파트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전날 김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시민들에게 1인당 10만원씩 위자료를 줘야 한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는 1만2000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김 변호사는 “(김 여사는) 대통령 파면과 구속, 자신을 향한 수사와 거액의 민사소송 등 중대한 사법적 위기 상황에서 장래의 강제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유일한 주요 재산인 아크로비스타 아파트를 매매, 증여 등으로 처분하거나 은닉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며 “만약 본안 소송 중에 해당 부동산이 처분된다면, 1만 명이 넘는 채권자들은 승소 판결을 받더라도 실질적인 권리구제를 받을 수 없게 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가압류 신청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채권자들은 본안 판결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장래의 강제집행을 보전하기 위해 피보전권리의 존재와 보전의 필요성을 소명해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하는 것”이라며 “채무자의 부당한 재산 처분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고, 향후 판결이 확정됐을 때 채권자들이 신속하게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했다.                              < 곽진산 기자 >

 

"웨스팅하우스의 사실상 허가가 없으면 수출이 불가능

원전 1기 수출 때마다 약 1조원 이상 현금이 웨스팅하우스에

계약 기간도 50년...기술주권과 원전 주권 팔아먹고 국부유출 매국 행위"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체코 신규 원자력 발전소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원천기술을 가진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불합리한 계약을 맺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청구 등 진상 조사 방침을 밝혔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정부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문제 제기로 교착상태에 빠진 체코 원전 수주를 성사하기 위해 웨스팅하우스와 불평등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한 의장은 “우리 기업이 소형 모듈 독자기술을 개발해도 웨스팅하우스의 사실상 허가가 없으면 수출이 불가능하고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약 1조원 이상의 현금이 웨스팅하우스에 가도록 돼 있으며, 계약 기간도 50년에 달한다”며 “‘영업사원 1호’를 자처한 윤석열은 기술주권과 원전 주권 팔아먹고 국부유출 매국 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상임위 중심으로 관련 내용을 진상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상혁 원내소통수석부대표도 “이런 불공정 협정을 맺은 근본적 배경은 (윤 전 대통령) 자신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이를 반등시키고자 한데서 출발한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국익을 포기하는 게 매국노 아니면 무엇이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수원·한국전력공사 및 웨스팅하우스(WEC)간의 타협 협정서를 파기, 재협상하고, 굴욕적인 노예계약을 체결한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매국적인 밀실협정의 선봉에 섰던 부역자 안덕근 전 산업부 장관의 책임을 묻고 김동철 한전 사장,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당장 사퇴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국정조사와 감사원 감사 청구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또 “이번 비밀협정에 대한 국회의 전면 검증 절차를 추진하겠다”며 “국회에서 협정·계약 비공개, 허위 답변을 반복해 위증의 죄를 범한 관련 공무원들도 책임을 철저히 묻겠다”고 했다.

 

조국혁신당도 정부 차원의 철저한 감사와 수사를 촉구했다. 서왕진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원전 산업 진흥이라는 표현은 내란 수괴의 치적 쌓기를 위해 국가의 미래를 팔아넘긴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1천억원이 넘는 세금 낭비와 국론 분열을 초래한 대왕고래 프로젝트 제2탄이라 할 만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 차원의 청문회와 국정조사는 물론 한수원, 한전 이사회의 배임 행위 여부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용산 대통령실의 강압적 하명 여부에 대한 부분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  고한솔  기민도 기자 >

 

 

스크린골프장 공사비 약 2억 출처 불분명
현대건설에 하도급 받은 업체가 공사
영빈관 신축이 대가였다면 뇌물공여 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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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 연합
 

현대건설이 윤석열 정부 당시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공사 등을 해주는 대가로 800억원대 규모의 새 영빈관 공사 수주를 약속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앞서 대통령 관저의 스크린골프장이 현대건설로부터 하도급을 받은 업체의 공사로 들어섰고 2억원에 가까운 공사비의 출처가 밝혀지지 않았는데, 현대건설이 영빈관 신축 공사 계약을 대가로 이런 공사 비용을 대신 떠안았다면 뇌물공여 소지가 짙어진다.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이전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도 최근 이런 정황을 포착하고 윤석열 정부 초기 관저 공사 등을 관장했던 김종철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을 출국금지했다.

 

한겨레가 복수의 관저 공사 관계자 취재 내용을 18일 종합해 보니, 현대건설은 윤석열 정부 출범 뒤 대통령경호처한테서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을 용산 대통령실 앞 부지에 지상 3~4층, 지하 3~4층 규모의 영빈관 공사 수주를 약속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청와대에서 귀빈을 맞이했던 영빈관을 용산 대통령실 근처에 신축하기로 하고 이를 현대건설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현대건설 쪽은 2022년 7월께 건물 조감도를 작성해 경호처 쪽에 전달하고 기초 설계작업을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외빈 접견과 각종 행사 지원 등을 위해 새 영빈관(대통령실 주요 부속시설)을 신축하기로 하고 878억6300만원의 예산을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반영한 사실이 2022년 9월에 드러나기도 했다.

 

경호처는 지난해 초까지도 영빈관 신축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했으나 2024년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이 재연되면서 거액의 영빈관 공사에 예비비를 사용하는 것을 국회에서 승인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전경. 김영원 기자 

 

특검팀의 수사는 당시 관저 공사와 영빈관 신축 계획이 윤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당시 경호처장)과 김종철 당시 경호차장을 중심으로 추진됐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전 차장은 육사 동기인 현대건설 자문역 이아무개씨와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해 이를 실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은 관저의 스크린골프장과 경호초소 등을 다른 업체에 부탁하면서 ‘현대건설의 다른 건설 현장의 일감을 주는 방식으로 공사 비용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관저·대통령실 공사와 관련된 여러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현대건설 쪽은 처음엔 “공식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루트에서는 (경호처로부터 영빈관 신축 공사 수주를 약속받았다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으나, 이후 “(새 영빈관) 건물 조감도를 경호처의 요청에 의해 제출한 사실은 맞지만, 그 이후에 설계에 착수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겨레는 김 전 차장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해명을 요청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관저 공사를 맡았던 21그램 등 관련 업체 등을 광범위하게 압수수색하면서 관저·대통령실 공사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 김지은  정환봉 기자 >

 

관저 뇌물 의혹, ‘육사 44기’ 경호차장-현대건설 자문역 연결고리

특검, 김종철 전 경호차장 출국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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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2023년 8월30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현대건설의 공사비 무상·대납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종철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출국금지되면서,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현대건설과 경호처 간 연결고리를 규명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로 수사를 확대할지 관심이 쏠린다.

 

김 전 차장은 현대건설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스크린골프장 등을 무상 또는 저가로 지어주고, 그 대가로 800억원 규모의 영빈관 공사를 약속받는 데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특검팀은 육군사관학교 44기인 김 전 차장이 자신의 동기인 현대건설 자문역 이아무개씨와의 인맥을 통해 경호처와 현대건설 간 징검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한남동 대통령 관저의 경호초소와 스크린골프장, 대통령실 야외정원인 파인그라스 경내 건물 등의 건축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관저 이전 예산이 부족함에도 공사 비용 상당 부분을 현대건설이 떠안고, 대신 대가성으로 다른 사업을 수주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대건설이 공사 비용을 하청업체에 돌리거나 다운계약서·무상시공으로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하면서 공사가 진행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더해 현대건설이 용산 대통령실 앞 부지에 지어질 예정이던 영빈관 공사에 대한 수주를 약속받았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대가성 관저 공사’ 의혹은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 초기 역점 사업이었던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사업에 현대건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배경으로는 대통령경호처와 현대건설의 ‘육사 라인’이 주목된다. 당시 경호처장이었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육사 38기, 김종철 전 차장과 현대건설 자문역 이아무개씨는 육사 44기 동기다. 김 전 장관은 한남동 관저의 공사 현장을 직접 챙기며 식재의 위치까지 지정해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건희 특검법’에선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 등 국가계약 관련 사안에 부당하게 개입’한 의혹도 수사 대상으로 규정해놨다. 특검 수사의 핵심은 윤 전 대통령의 관여·개입 여부다. 윤 전 대통령이 이런 내용을 인지했거나 보고받았는지 여부가 수사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법조계에선 윤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의 관저 공사와 영빈관 신축 공사 약속을 보고받았다면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한 검찰 간부는 “현대건설과 대통령 직속 조직 간의 계약을 대통령이 결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윤 전 대통령이 관저 등) 리모델링 공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그 대가로 현대건설에 영빈관 공사 기회를 제공해주려 했다면 뇌물 혐의가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현대건설로부터 국유재산이 아닌 사적 목적으로 의심되는 공간인 관저 스크린골프장 등을 제공받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이득을 충족한 걸로 볼 수 있어 뇌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 배지현 김지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