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망 소진 돼 전략 요충지 우선 방어
전비, 하루 수억달러, 한 달 최소 120억달러
전 모사드 간부, “2∼3일이 전쟁 끝낼 기회”

 

 
 
18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방공 시스템인 ‘아이언 돔(Iron Dome)’이 이란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텔아비브 상공에서 요격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라이징 라이언(Rising Lion)’ 작전을 시작하며 이란을 공격한 이후 상호 공습을 주고받고 있다. 텔아비브/AP 연합

 

이란을 공격한 이스라엘이 하루 최소 2억달러를 전비로 소모하는 데다 방공망이 급속히 소진되고 있다. 2주 이상 전쟁이 장기화하면 전쟁 수행 능력에 심각한 한계가 올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방공망 가동에만 수천만달러에서 2억달러까지 쓰는 데다, 전투기 출격, 이란 미사일에 의한 피해, 산업 가동 중단 등으로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2주 혹은 한 달간 전쟁이 지속되면 이스라엘 경제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9일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레이치먼대학교의 아론경제정책연구소의 평가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전쟁이 한 달 동안 지속하면 약 120억달러를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전쟁 수행에서 가장 비싼 비용은 방공망 운영이다. 하루에 최소 수천만 달러에서 2억 달러가 소요된다. 이스라엘의 다중 방공망 중 하나인 ‘다윗의 새총’은 미사일, 드론, 항공기 요격용인데, 매번 작동될 때마다 요격 미사일이 최소 2대가 발사돼, 약 70만달러 비용이 든다. 장거리 탄도 미사일 요격용인 애로우-3는 매번 400만달러가 소요된다. 이란은 이번 분쟁에서 이스라엘에 지금까지 400기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상당수가 이스라엘 방공망을 돌파했다.

 

최신예 전투기인 F-35는 1시간 비행에 연료비용으로만 1만달러가 소요된다. 이란과의 거리가 적어도 1천㎞여서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재급유 비행기 가동이 필요하다. 통합직격탄(JDAM), 2천파운드 범용 폭탄인 MK84 등의 전투기 장착 폭탄 등은 별개의 비용이다.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맞아서 폐허가 된이스라엘 남부 소로카 병원의 20일 모습. EPA 연합
 

더구나, 이스라엘은 이번 이란과의 분쟁에서 건국 이후 본토에서 최대의 전쟁 피해를 보고 있다. 수천채의 건물과 가옥들이 완파되거나, 훼손됐다. 적어도 4억달러의 피해이다. 무엇보다도,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으로 경제가 마비 상태이다. 이스라엘 경제는 최근 며칠 동안 이란의 미사일 공격 앞에 마비됐다. 필수 사업체 노동자들만이 일했고, 식당 등 대부분 업종은 문을 닫았다. 국제공항도 며칠 동안 폐쇄됐고, 현재는 부분 운영 중이다.

 

아론경제정책연구소의 즈비 에스테인 소장은 “매일, 가자 전쟁이나 헤즈볼라의 전쟁보다도 훨씬 비싼 비용이 든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행의 카르닛 플루그 전 총재는 “전쟁 비용을 결정할 주요 요인은 그 기간”이라며 “일주일 정도라면 괜찮지만, 2주일이나 한 달이면, 전혀 다른 얘기”라고 우려했다.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 방위의 핵심 자산인 방공망 소진도 심각해질 것으로 진단됐다. 이스라엘은 전쟁 초기 세계 최고 수준의 방공망으로 이란 미사일을 요격하며 공세를 이어갔으나, 요격미사일 소모 속도가 생산 속도를 앞지르기 시작해 급속한 소진이 우려된다고 뉴욕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전략적 요충지와 인구 밀집 지역에 우선적으로 방공망 등 방어 자원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애로우’ 시스템을 포함해 최소 7종의 방공 체계를 운용 중이며, 미국으로부터는 함정 기반 요격 시스템과 레이저 무기까지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전선이 다방면으로 확장되면서 방어망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고, 디모나 원자로나 텔아비브의 군사본부 같은 전략 시설을 보호하는 요격을 우선 순위로 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비역 공군 준장 란 코하브는 “요격미사일은 쌀알이 아니고, 수량은 유한하다”며, 방공망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하루 수백 발의 미사일을 요격하고 있으며, 일부는 중복으로 요격되기도 해 정확한 소모량조차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전 고위 관계자 조하르 팔티는 “지금이 이스라엘에는 이란의 핵 시설 목표물들을 타격하는데 성공해서, 승리를 선언하고 전쟁을 끝낼 2∼3일의 창이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조기에 종전을 하지 않으면, 전략적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 이스라엘이 요청하는 대이란 공격 참여 결정을 2주 안으로 내리겠다고 밝혀, 이스라엘로서는 그동안 방공망 소진과 전비 부담이 가중되는 전략적 딜렘마가 어른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 정의길 기자 >

 

트럼프 “이란 ‘정신 차릴 시간’ 2주가 최대치”…지상군 파병은 일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미국이 동참할지 여부를 정하기 위해 제시한 ‘2주’ 시한이 “최대치”에 해당하는 기간이라며 이란에 핵 개발을 포기할 것을 촉구했다. 이란에 지상군을 파병하는 일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2주 뒤 이란에 대한 공격에 나설 것이냐’는 질문에 “그들(이란)에게 시간을 주고 있다. 2주가 최대치라고 말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2주라는 시간이 “(이란)사람들이 정신을 차리는지 보는” 시간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19일)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이란과 협상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앞으로 2주 안에 (공격을)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란을 공격하더라도, 공습을 넘어 지상군까지 파병할 가능성은 사실상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상군 파병이 “가장 원치 않는 일”이라며 “(이를)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나서서 이스라엘을 설득해 공습을 멈추도록 할 가능성도 거의 내비치지 않았다. 그는 이란 외무장관이 “미국이 협상에 진지하다면 공습을 중단하도록 이스라엘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이기고 있는 누군가에게 (공습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지고 있는 이에게 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에 대해 “이스라엘이 잘하고 있고, 이란은 그보다 덜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는 이란과 대화해 왔고, 어떻게 될 지 지켜보겠다”고도 했다. 다만,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휴전은 “상황에 따라” 지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 5% 수준의 국방비를 지출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면서도, “우리(미국)도 그래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나토를 오랜 기간 지원해왔다. 많은 경우 우리가 비용의 거의 100%를 지불했다고 생각한다”며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이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국내총생산 5%의 국방비 지출이 어렵다고 밝힌 스페인을 콕 집어 “(낮은 국방비 지출로) 악명이 높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은 지난해 기준 지디피의 3.4%에 상당하는 국방비를 지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과 25일 이틀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에 지디피 5% 수준의 국방비 지출 서약을 요구할 예정이다.  < 정인선 기자 >

 

하버드대 상대로 내렸던 인증 취소 조치는 재판 진행 기간 동안 법원이 금지

 

 
 
                     미국 하버드대 졸업생들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열린 졸업식에 참석하고 있다. AFP 연합
 

유학생 입국 문제를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하버드대 사이의 갈등이 이르면 다음주쯤 풀릴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많은 사람이 하버드와 무엇이 진행 중인지, 우리가 다루면서 해결책을 찾고자 한 그들의 대규모 부적절 행위에 관해 궁금해하고 있다"며 "우리는 하버드와 긴밀히 협력해왔으며, 다음 주쯤 합의가 발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임기를 시작한 뒤 하버드대를 비롯한 미국 대학들에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및 다양성 정책(DEI) 근절 등을 명분으로 한 교내 정책 변경을 요구해 왔다. 하버드대가 ‘학문과 대학 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공개 반발하자, 연방정부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온갖 행정조치를 동원해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버드에서 공부하려는 유학생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국토안보부가 이들의 비자 후원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천문학적 규모의 지원금 및 연방 정부와의 계약을 동결하기도 했다. 하버드대는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하며 법정 다툼에 들어갔고 일부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결국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그들(하버드대)은 협상 과정에서 극도로 적절하게 행동해왔고, 올바른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논의 중인 기준에 따라 합의가 이뤄진다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역사적이 될 것이며 미국에 매우 유익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이 국토안보부가 지난달 하버드대를 상대로 내린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 인증 취소 조치에 대해 이날 예비 금지명령을 내렸다고 블룸버그 등은 전했다. 이에 따라 국토안보부가 하버드대를 상대로 내렸던 인증 취소 조치는 재판 진행 기간 동안 시행되거나 효력을 가질 수 없게 됐다.  < 정인선 기자 >

유럽우주국 '프로바 3호' 사상 첫 성공
위성 2대가 정밀 편대비행하면서 촬영

 
 
유럽우주국 프로바 3호 위성이 지구에서 6만km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인공일식을 일으켜 촬영한 태양 코로나. 유럽우주국 제공

 

세계 처음으로 우주에서 일으킨 ‘인공 일식’을 통해 촬영한 태양 코로나 사진이 공개됐다.

 

유럽우주국(ESA)은 최근 인공위성 ‘프로바 3호’(Proba-3)가 지구에서 6만km 떨어진 우주에서 인공일식을 통해 태양 대기층 최상층부인 코로나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관측은 3월23일 이뤄졌다.

 

프로바 3호는 ‘오컬터’와 ‘코로나그래프'라는 이름의 두 위성으로 이뤄져 있다. 두 위성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비행하다가 원반형의 오컬터가 태양을 가려주면 코로나그래프가 아스픽스(ASPIICS)란 광학 장비로 태양을 관측하고 촬영한다. 프로바 3호는 근지점 600km, 원지점 6만km의 고타원 궤도를 돌다가 원지점에 도달했을 때 정밀 편대 비행을 하며 ‘인공 일식’을 만든다.

 

이번 관측 때엔 원지점에서 두 위성이 150m 간격을 두고 비행하고 있었다. 두 위성은 몇시간 동안 이 간격을 유지하면서 태양과 일직선을 이룬 뒤 오컬터의 1.4m 크기 원반이 태양을 가리자 코로나그래프 위성의 광학장비가 코로나를 촬영했다. 유럽우주국은 “두 위성은 상대적 위치의 오차를 1mm 이하로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편대 비행을 하는 프로바 3호 위성을 묘사한 그림. 유럽우주국 제공

 

우주에서 인공일식을 일으키는 이유 2가지

 

우주에서 촬영한 인공 일식 사진이 지상에서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일식을 촬영한 사진과 크게 다를 건 없다. 하지만 굳이 우주에 위성을 보내서 인공 일식을 만드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코로나를 자주 관측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상에서 코로나를 관측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개기일식 때다. 그러나 개기일식은 일반적으로 약 18개월에 한 번씩 일어난다. 그것도 그때마다 관측할 수 있는 장소가 달라진다. 반면 프로바 궤도 주기가 19.6시간인 3호 위성은 궤도를 한 바퀴 돌 때마다 일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

 

둘째는 오랜 시간 관측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개기일식은 지속 시간이 몇분에 불과하다. 반면 프로바 3호 위성은 최대 6시간 동안 인공 일식을 유지할 수 있다. 벨기에 왕립천문대 수석연구원 안드레이 주코프는 “첫 시도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며 “이제 한 번에 관측할 수 있는 시간을 6시간으로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우주국의 3개 위성이 촬영한 태양을 조합한 사진. 맨 안쪽은 프로바 2호 위성이 찍은 태양, 가운데는 이번에 프로바 3오 위성이 찍은 태양 코로나, 맨 바깥쪽은 소호 위성이 찍은 태양 코로나다. 유럽우주국 제공

 

코로나 관측은 태양풍, 즉 태양에서 우주 공간으로 끊임없이 흐르는 물질의 흐름을 밝히는 데 필수적이다. 특히 태양 활동이 활발한 시기에 고에너지를 입자를 폭발적으로 방출해 지구 자기장을 교란시키는 코로나 질량 방출(CME)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 이런 현상은 일반인에겐 오로라 황홀경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이지만 통신이나 전력 전송, 항법 시스템 등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이번 인공일식을 위한 편대 비행은 지상 관제팀의 감독 아래 자율적으로 이뤄졌다. 유럽우주국은 “앞으로는 감독 없이 위성이 완전히 자율적으로 편대비행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로바 3호는 유럽우주국 주도 아래 유럽 14개국 29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해 제작했으며 2024년 12월 인도 스리하리코타섬 사티시다완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 곽노필 기자 > 

 “민생 회복의 마중물로 삼기 위한 추경에까지 저주를 퍼붓다니”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왼쪽)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20일 이재명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규정하며 “동의할 수 없다”고 한 국민의힘을 향해 “당리당략을 위해 국민의 삶과 대한민국을 무너뜨릴 작정이냐”고 비판했다.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생 회복의 마중물로 삼기 위한 추경에까지 저주를 퍼붓다니 정말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며 “내란으로 나라경제를 망친 내란동조 정당이 부끄러운 줄 모르고 망언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추경은 한마디로 사이비 ‘호텔경제학’의 대국민 실험장”이라며 “취임 2주 만에 뚝딱 만들어진 정부의 졸속 추경안은 민생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치적 포퓰리즘 추경에 불과하다”고 하자, 민생 발목잡기로 규정하며 반박에 나선 것이다. 송 원내대표는 이번 추경을 “대통령 당선 축하 파티 열 듯이 돈을 마구 뿌리는 정치 추경”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2025년 5월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참여연대와 소상공인들이 차기 정부의 민생 문제 해결 촉구 중소상인·자영업자 민생위기 성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김 대변인은 “국민들은 허리띠를 조이고 지갑을 닫고 있고, 자영업자들은 말라붙은 내수 속에 쓰러지고 있다”며 “국민의 고통을 덜고, 경기의 순환이 얼어붙은 지금 소비 진작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생과 경제 회복의 마중물 노릇을 할 추경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매도하는 것도 모자라 ‘당선 축하금’ ‘사이비 경제학 실험장’이라고 매도하며 정쟁에 밀어넣을 셈인가”라 지적했다.                           < 김채운  손현수  신민정 기자 > 

 

전 국민 15만~50만원 소비쿠폰…이르면 7월 중순 지급 시작

30.5조 새 정부 추경안 국무회의 통과
지출 20.2조 중 11.3조 소비에 할애
성장률 0.1%p↑…추가 대책 필요성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정부가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의 전체 지출 20조2천억원 중 절반 이상인 11조3천억원을 소비쿠폰 등 소비 진작 사업에 할애했다. 1분기 성장률과 민간소비 지표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침체된 경기를 소비 활성화를 통해 끌어올리는 게 이번 추경의 목표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다만 세입경정을 포함해 30조원대에 이르는 추경을 통한 성장률 제고 효과는 올해 0.1%포인트에 그칠 전망이라 ‘0%대 저성장’을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정부 국무회의를 통과한 추경안의 핵심은 국비만 10조3천억원(지방비 포함 13조2천억원) 투입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민생회복지원금)이다. 정부는 1·2차에 걸쳐 1인당 15만~50만원씩 차등 지원키로 했다. 이르면 7월 초 국회에서 추경안이 통과될 경우, 2주 뒤쯤 전 국민에게 1인당 15만원(차상위 계층 30만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40만원)씩 1차 지급 방침이다. 농어촌 인구소멸지역(84개 시·군, 411만명) 주민들은 1인당 2만원씩 추가로 지급받는다. 소득·자산 기준 상위 10%(512만명)을 걸러낸 뒤, 90% 국민들에겐 10만원씩 쿠폰이 추가 지급된다. 건강보험료와 소득정보 등을 기준으로 10%를 걸러내는데, 선별 작업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소비쿠폰은 지역사랑상품권과 선불·신용·체크카드 중 선택해 받을 수 있다. 구체적인 지급 시기와 사용처 등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확정된다.

 

가전제품 최대 30만원 환급 

 

정부는 지역사랑상품권 등 기타 소비 지원책에도 1조원을 투입한다. 지역상품권에만 국비 6천억원을 확대해, 지역에 따라 현행 5~10% 적용된 소비자 할인율이 7~15%로 확대될 예정이다. 냉장고·에어컨 등 11개 가전제품을 에너지 1등급 제품으로 구입하면 최대 240만명까지 10%(최대 30만원)를 환급해준다.

 

숙박·영화 관람 등 5대 분야 할인쿠폰(778억원)도 이달~9월부터 선착순 제공된다. 영화 관람은 멀티플렉스 3사 통합 회당 6천원씩 1인당 최대 4매(2만4천원)까지 할인된다. 전시와 공연예술(대중음악 콘서트 제외)은 인터파크·예스24·멜론티켓·네이버예약·티켓링크 등 5대 플랫폼에서 각각 1회당 3천원, 1만원씩 할인받을 수 있다. 숙박쿠폰은 현행대로 1인당 1박에 2만~3만원 할인, 스포츠시설 이용은 기초연금 수급자들을 대상으로만 5만원씩 할인받을 수 있다.

 

 

한정된 재정여력…효과는?

 

전문가들은 소비 진작안에 대해 대통령 공약과 정부의 재정 여력, 국민 수용성 등을 고려한 타협책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기간 ‘전 국민 25만원, 취약계층 35만원 소비쿠폰 지급’을 핵심으로 한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약속한 바 있다. 사업 규모는 유지한 채 고소득층 지원금을 일부 취약계층에 돌린 모양새다. 소득이 낮을수록 전체 수입 중 저축하지 않고 소비하는 비중(한계소비성향)이 크다는 점에서, 취약 계층을 돌보며 소비 진작 효과도 높이는 방안을 채택한 셈이다.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한정된 재정 여력을 감안해 ‘차등·보편 지급’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으로 지역 상권 소상공인들한테 도움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추경안을 의결한 국무회의에서 “일부는 소득지원의 측면에서, 일부는 경기부양의 측면에서 공평하게 하자는 생각을 했다. 관련 부처에서 이를 잘 고려해주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12·3 내란 사태’ 이후 극심한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급속히 위축되던 경기를 즉각 떠받치지 못하고 실기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 1분기 -0.2% 역성장을 기록할 당시 한국은행과 전문가 등은 경제 주체의 심리를 회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을 요청했지만, 당시 정부는 기존 예산을 서둘러 쓰는 ‘신속집행’에만 매달리다가 경북 지역 대규모 산불 이후인 4월에야 소규모 추경안(13조8천억원) 편성에 나섰다.

 

실제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추경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 하반기 소비 진작으로 이어져도 성장률 제고 효과는 0.1%포인트에 그칠 전망이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1분기가 경기 대응의 골든타임이었는데 이때를 놓친 후과가 크다”며 정책 실기를 인정했다. 이에 정부의 1%대를 밑도는 성장률을 제고하기 위한 추가 경기 대책 필요성도 언급된다. 정부가 7월 이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보다 구조적인 경기 대응 방안과 주요 산업 지원책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 박수지  안태호  최하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