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무력 침공 가능성 대비 2030년까지 GDP의 5% 국방비로 사용

 

 
 
로이터 자료사진. 2025년 3월 21일, 대만 타이베이 송산 공군기지를 방문한 대만 라이칭더 총통의 모습. 타이베이/로이터연합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만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을 침공하지 않도록 중국을 설득한다면 노벨 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7일 라이 총통이 미국의 라디오 쇼 ‘클레이 트래비스와 벅 섹스턴 쇼’에 출연해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이 내 임기중엔 대만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언급했던 점을 거론하며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 지지를 기대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대만에 대한 군사적 침략을 영구적으로 포기하도록 설득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의심할 여지 없이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노벨 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는 오는 10일 노르웨이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라이 총통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경우 어떤 조언을 할 것인지 묻자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계속하고 군사력을 확대하는 현실에 주목하라고 권고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현재의 양안 상황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다면, 시진핑 주석이 대만 해협 뿐 아니라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 배치를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 주시기를 제안하고 싶다”며 중국이 군사 훈련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만 대통령실이 공개한 라이 총통 발언록에 따르면 라이 총통은 “중국 항공모함은 제1도련선(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말라카 해협을 잇는 가상의 선으로, 중국이 대미방어선으로 설정한 개념)과 제2도련선(서태평양의 오가사와라 제도에서 괌·사이판·파푸아뉴기니를 잇는 선)을 넘어 이동하고 있으며, 북방 함대는 일본 주변을 일주일 동안 항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라이 총통은 중국의 군사 활동이 단순히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경고했다. 그는 “일단 중국이 대만을 병합하면 국제 사회에서 미국과 어깨를 겨룰 만한 힘을 얻게 되며, 이는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훼손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이는 미국 본토의 이익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계속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대만은 중국의 무력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사용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 정유경 기자 >

 [특검 완전정복]

통일교, 불투명한 회계 처리 탓 고위 간부들 횡령 등 사건 매번 몸살

 

 

 
2022년 6월29일(현지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만다린 오리엔탈 리츠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간담회에서 박수를 치는 김건희 여사와 서울 용산구 통일교 본부 모습. 연합
 

“윤영호(통일교 전 세계본부장)가 통일교에서 이쪽 정권에 가까운 사람들을 좀 만나는 역할을 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잘못 골라서 저를 고른 것입니다. 제가 힘 있는 줄 알고.”

 

통일교 쪽에서 김건희 여사에게 줄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대신 받아 전달했던 ‘건진법사’ 전성배씨는 지난 1월5일 서울남부지검 조사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김건희 여사와의 ’통로’ 중 하나로 전씨를 잡았던 윤영호 전 본부장은 전씨에게 ‘고문료’라며 생활비 명목으로 수백만원의 현금을 건넸다고도 한다. 윤 전 본부장은 2023년 12월부터 1년여간 전씨와 336차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고 이런 내용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모두 포착됐다. 윤석열 정부와 통일교의 ‘정교 유착’ 의혹은 이렇게 수면 위로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이 윤영호 전 본부장을 압수수색했던 지난해 12월부터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지금까지, 통일교와 윤석열 정부의 관계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현금 뭉치(관봉권)와 ‘왕(王) 노리개’ 등의 금품으로 얼룩졌다. 교세를 확장하기 위한 로비 의혹의 단면이 드러나면서 뒤늦게나마 통일교 내부에서도 불투명한 재정 집행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금 집행은 초극비…“구두 보고 사안”

 

검찰과 특검의 수사 내용, 그리고 통일교 내부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통일교에선 통상 현금이 사용됐고, 집행은 구두 보고로 비밀스럽게 이뤄졌다. 윤영호 전 본부장의 비서실장 역할을 한 서아무개씨에 대한 통일교의 업무상 횡령 등 고소장을 보면, 서씨는 2023년 7월13일 통일교 총재비서실의 감사를 받으며 ‘헌금을 받거나 공금을 현금으로 전달받게 되면 공식적으로 누구에게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하나’라는 질문에 “보고서를 쓴 적이 없고 구두로 보고한다”고 답했다. “보안 때문에 기록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총괄 조직인 세계본부 내부에서도 현금 관련 보고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취지다.

 

특히 ‘현금을 전달받고 이를 본부에 전달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지’를 물었을 땐 그는 “한학자 총재님께서 특정 지도자를 지정해서 현금을 주실 때 그런 경우가 있다”고 했다. “대륙본부에서 ‘귀빈’에게 (현금을) 전달하라고 하는 경우에도 (본부에) 신고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엔 윤영호 전 본부장의 승인을 받아 처리하고, 현금은 “개인적으로 며칠간 장롱에 보관한다”고 설명했다.

 

수십억의 현금을 로비 등에 활용할 때 사용처를 숨겨 처리한 의혹도 있다. 통일교 총재 일가의 재산 분쟁과 관련한 형사 사건을 담당했던 한 변호사에 대한 통일교 쪽의 고소장 등을 살펴보면, 당시 통일교는 이 변호사한테 속았다고 주장하며 “(변호사 등이) ‘수사관, 검사, 판사 등 로비에 사용할 돈이 필요하다’며 현금을 요구”했고 실제로 지급했다고 했다. 사건 해결을 위한 판·검사 로비 자금으로 현금 수억원을 건넸다는 실토였다. 다만 이를 위한 현금을 조달할 때 들었던 명목은 ‘특별지원금’이었다. 한겨레가 확보한 관련 현금 영수증에도 명목은 ‘○○○(소송) 관련된 특별지원금 수령건’이었고 세부 내역으로 금액 정도만 기재돼 있었다. 이런 사실이 외부로 알려져 통일교가 되레 뇌물공여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을 때 이 문건은 고소장 내용과 달리 ‘로비자금과 무관하다’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했고,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피해갔다.

 

추적 어려운 현금 뭉치

 

윤영호 전 본부장이 통일교 교단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에 청탁한 방식도 이와 유사하다. 윤 전 본부장의 아내이자 세계본부 재정국장이었던 이아무개씨는 김 여사에게 전달할 6220만원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2024년 7월29일 전액 상품권으로 구매했다. 통일교가 국내외 귀빈에게 수천만원의 명품 선물을 하면서 현금이 사용된 경위 등을 보고서로 남기지도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씨는 두달 뒤인 2022년 9월23일에야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구입을 ‘선교물품구매’ 명목으로 회계 처리했다. 김 여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이는 802만·1271만원 ‘샤넬’ 가방 역시 이씨가 개인카드로 샤넬 매장에서 구매한 뒤 사후에 회계 처리했다.

 

뇌물성 청탁을 한 당사자가 인정하는데도, 증빙이 어려운 현금의 특성 탓에 진술이 극명히 엇갈리는 점도 특징적이다. 윤 전 본부장은 윤석열 정부의 실세이자 ‘윤핵관’으로 불렸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겐 ‘관봉권’ 형태의 현금 1억원을 건넨 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 당시 1억원은 5000만원씩 각자 다른 색의 비단으로 포장됐고 노리개가 달려있었으며 이 중 하나에는 임금을 뜻하는 ‘왕(王)자’ 자수가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통일교 내부에선 당시 전달된 자금 일부가 대선 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의 몫으로 준비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권 의원은 1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통일교는 불투명한 회계 처리 탓에 고위 간부들의 횡령 등 사건으로 매번 몸살을 앓는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고가의 금품과 불법 정치자금 로비 역시 윤 전 본부장이 만들어 둔 비자금에서 나왔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 부인 이씨가 찍어둔 현금 사진과 목걸이·가방 영수증 등의 정황 증거를 통해 혐의 입증에 매진하고 있지만, 현금 추적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일교 내부 “재정·운영 투명성 확보하라” 성토

 

한 총재가 지난달 23일 새벽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뿐만 아니라, 업무상 횡령 혐의로도 구속되며 내부에선 성토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 총재가 구속된 당일 통일교 전국 교구장들은 사상 처음으로 공동 입장문을 내고 현 지도부의 사죄와 사퇴를 촉구하는 동시에 “공적 재정과 행정의 불투명성을 바로 잡기 위해 독립적 감사위원회를 설치해 투명한 운영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0여명의 청년층 간부들도 지도부 쪽에 각종 판공비와 연봉 테이블, 수련원 비용 사용처 등까지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통일교 쪽은 윤영호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라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통일교는 지난 21일 “당시 세계본부는 가정연합(통일교)에서 가장 큰 권한을 가진 조직으로, 세계본부장은 예산과 자금을 사실상 독자적으로 다뤘으며 재무 책임자 자리까지 그의 배우자가 맡았다”고 해명했다.                                          < 김가윤 기자 >

 

‘김건희 특검’ 사무실에 일본 기자들 ‘북적’…왜? 

 

 

 
윤석열 정권과 통일교가 연관된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7월2일 출범 뒤 매일 오후 기자들을 대상으로 정례 브리핑을 한다. 공보 담당 특검보가 주요 수사 내용 등을 설명하고,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자리다. 브리핑룸을 메운 언론사는 당연히 국내 매체들이었다. 그런데 특검팀이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정교유착’ 수사 과정에서 의혹의 정점인 한학자 총재를 본격 겨누기 시작하면서, 브리핑룸에 일본 언론사 기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어떻게 된 영문일까.

 

 

지난달 17일 일본 교도통신 등 외신 기자들이 서울 종로구 케이티(KT)광화문빌딩 웨스트 지하 1층에 마련된 브리핑룸을 찾았다. 이날은 한 총재가 특검팀 소환 요구에 세 차례 불응한 뒤 처음 조사를 받으러 나온 날이다. 김 여사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각종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한 총재가 구속된 지난달 23일엔 아사히신문·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주요 일간지 기자들이 줄지어 특검팀 브리핑룸을 찾았다. 이들은 △한 총재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는지 △한 총재 혐의는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한 총재의 최후진술은 무엇이었는지 △한 총재가 독방에 수감됐는지 등 한 총재와 관련한 질문을 이어가며 열띤 취재 열기를 보였다. 지난달 23일 새벽 일본 현지 언론들은 한 총재 구속 사실을 속보로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들이 이웃 나라 특검팀의 통일교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통일교-자민당’ 유착 의혹이 정치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일본 내 정세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 특검팀 브리핑에 참석한 한 일본 매체 기자는 한겨레에 “일본에선 통일교 비자금 문제 때문에 자민당 자체가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며 “한국이 통일교 본산이고, 한 총재를 둘러싼 통일교 수사 향방에 따라 일본 정치권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취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특검팀의 통일교 수사 과정에서 일본 정치권이 연루된 정황이 조금이라도 나오면 그 파급력은 상당할 수 있다는 게 일본 기자들 설명이다. 일본에선 2023년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사제총으로 저격해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가 통일교에 대한 원한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뒤, 자민당 일부 의원들과 통일교 유착 의혹이 큰 정치 문제로 비화했다. 이후 도쿄지방법원은 지난해 통일교의 불법 헌금 모금 등을 이유로 종교법인 해산을 명령했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또 다른 일본 매체 기자는 “통일교의 영향력은 한국보다 일본이 훨씬 더 크다. 이번 특검팀의 통일교 수사에서 비자금 등 일본 내 통일교 영향력을 드러낼 만한 정황이 드러날지 관심 있게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선 매년 3800억원이 넘는 통일교 헌금 수익이 한국으로 송금돼 사용되고 있을 거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통일교를 탈퇴한 일본인 신도 200여명은 통일교를 상대로 6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최근엔 통일교 신자 자녀들이 정신적 피해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3일 일본에서 통일교 피해자를 지원하는 전국통일교회피해대책변호단은 “위법 활동 배후에 있는 통일교의 풍부한 자금은 일본에서 송금된 거액의 돈이 원천인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피해자에게 돌아가야 할 돈이 한국 내 통일교 영향력 확대를 위해 사용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주장했다.          < 박지영 기자 >

법조출신- 개신교- 탄핵 후 등장- 극우행보...황교안 폭망도 데자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시청역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사법파괴 입법독재 국민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마이크를 쥐고 사자후를 토해내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최근 서울 장외집회에서 본 장 대표는 집회 경험이 많은 학생운동권 출신처럼 말의 장단과 강약 조절이 능수능란했다. 흥미로운 건 이런 장 대표의 모습에서 황교안 전 대표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장 대표에게서 2019년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자꾸 겹쳐 보이는 건 닮은 점이 많아서다. 일단 두 사람은 법조인 출신이다. 검사 출신인 황 전 대표는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냈고, 장 대표는 판사 출신으로 국회의원 경력이 길지 않은데도 당대표가 됐다.

 

두 사람 모두 독실한 개신교 신자라는 점도 같다. 장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이번 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고 언급해 논란을 빚었다. 황 전 대표는 검사 시절 낸 책에서 “실정법보다 교회법이 위에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불교계를 찾았을 때는 두 사람 다 합장을 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장 대표는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을 예방하며 합장 반배 대신 목례로 인사를 대신했다. 황 전 대표도 201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에서 다른 참석자들이 합장하고 고개를 숙일 때, 두 손을 내린 채 앞을 보는 모습이 포착돼 ‘무례하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두 사람은 극우 개신교 세력을 기반으로 삼아 아스팔트 우파와 결집하는 방식으로 장외 투쟁 동력을 확보해왔다. 장 대표는 첫 장외집회를 열기 전인 지난달 14일 구속된 손현보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교회를 찾아 손 목사의 구속을 ‘종교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투쟁을 독려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는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씨를 비롯한 강성 유튜버들의 면접에 참여하기도 했다. 황 전 대표는 2019년 청와대 앞에서 단식할 당시, 전광훈 목사와 손을 맞잡고 연단에 오르며 투쟁을 결의했다.

 

장외투쟁 연단에 올라 내놓은 메시지도 비슷하다. 장 대표는 대구 첫 집회에서 “이재명을 반드시 끌어내야 한다”고 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 서울 집회에서는 “이재명 정권을 끝내고 다시 정권을 되찾아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전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내 건 보수 성향의 기독교단체 집회 등을 수시로 찾으며 “문재인 정권 이대로 둬서 되겠나.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내놨다.

 

자당 소속 대통령의 탄핵 이후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탄핵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당대표에 당선됐다는 공통점도 있다. 장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윤 전 대통령 면회를 가겠다고 공약한 대표적인 반탄(탄핵 반대)파 주자였다. 황 전 대표는 2019년 2월 전당대회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법률적으로 부당하다고 주장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당내에선 ‘황교안 데자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황 전 대표는 무려 9개월동안 장외집회에 화력을 집중했지만, 2020년 총선에서 103석이라는 보수정당으로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장동혁 대표가 공을 들인 지난달 28일 서울 집회에 국민의힘은 15만명 이상 모였다고 주장했지만, 경찰 추산으로는 1만명이 조금 넘는 숫자가 모였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여기서 멈춰야 하는데, 장외집회를 더 이어가면 말 그대로 ‘황교안 시즌2’가 된다. 장 대표가 장외에 나가 강경 보수층에 자신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높이는 데만 주력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했다. 한 초선 의원은 “처음에는 ‘전한길당’이 될까 우려했는데, 이제는 황교안 데자뷔가 걱정된다”며 “장외 집회마저도 호응이 떨어지면 황 전 대표처럼 삭발이나 단식 같은 더 극단적인 방법밖에 안 남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런 우려와 선을 긋는다. 장 대표는 원외 인사였던 황 전 대표와 달리 현역 국회의원 신분이어서 선택지가 많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원내 당대표는 원내에서도 싸울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원외 당대표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장외집회도 더 이어갈 계획이 아직 없다”고 했다.         < 장나래 기자 >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 위해 대화와 협력의길 동참하길”

 

이재명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연설하는 모습. 연합
 

“한국 영토가 안전한 곳으로 될 수 있겠는가”라고 말한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을 향해 대통령실이 대응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5일 언론 공지를 통해 “북한은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대화와 협력의 길에 동참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정은 총비서는 전날 평양에서 열린 무장 장비 전시회 ‘국방발전-2025’에 참석해서 한 기념 연설에서 “적들은 자기의 안보 환경이 어느 방향으로 접근해가고 있는가를 마땅히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 영토가 결코 안전한 곳으로 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판단할 몫”이라고 밝혔다.

 

김 총비서는 2021년부터 첨단 무기를 앞세운 무기 전시회를 매해 열고 있다. 지난 2021년엔 당 창건 기념일 다음 날인 10월11일부터 22일까지 열흘간 평양 3대 혁명전시관에서 국방발전 전람회 ‘자위-2021’을 처음 열고 기념 연설을 했다.            < 오세진 기자 >

 

김정은 “미군무력증강 비례해 한국 중요 표적에 특수자산 할당”

4일 개막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5’” 기념연설
당 창건 80돌 앞두고 ‘군사성과’ 자랑하기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4일 개막한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5’”에 참석해 한 ‘기념연설’을 통해 “한국 지역의 미군 무력 증강과 정비례하여 우리는 특수자산을 그에 상응하게 중요 관심 표적들에 할당했다”라고 밝혔다고 5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한국 지역의 미군 무력 증강과 정비례하여 우리는 특수자산을 그에 상응하게 중요 관심 표적들에 할당했다”라고 밝혔다고 5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미군 무력 증강’을 빌미삼아 한국을 겨냥한 핵무기 등을 배치했다는 주장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4일 개막한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5’”에 참석해 한 ‘기념연설’을 통해 “적들은 자기의 안보 환경이 어느 방향으로 접근해가고 있는가를 마땅히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고는 “한국 영토가 결코 안전한 곳으로 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판단할 몫”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에두른 발언인데, 김 총비서가 전에도 해온 위협으로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김 총비서는 “미한 핵동맹의 급진적인 진화와 이른바 핵작전 지침에 따르는 위험천만한 각본들을 현실에 구현하고 숙달하기 위한 각종 훈련들이 감행되고 있으며, 미국의 무력 증강 행위가 유사시 상대방에 대한 선제타격을 용이하게 하는데 기본목적을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총비서는 “우리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안전환경과 그 불안정성은 순간의 안도나 자만도 결단코 허용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군사적 능력은 부단히 갱신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미 ‘핵억지력’ 확보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는 한반도 정세가 김 총비서의 ‘핵억지력 무한 강화’와 그에 맞선 한-미의 대응 능력 강화가 맞물려 전형적인 ‘안보 딜레마’ 상황에 빠져들고 있음을 뜻한다. ‘안보 딜레마’란 나의 군사력 강화가 상대방의 군사력 강화를 촉발해 결과적으로 안보 불안이 심화하는 역설을 지적하는 국제정치학 개념이다.

 

김 총비서는 ‘국방발전-2025’ 전시회에 “핵억제력을 근간으로 하는 조선의 군사력 구조를 부단히 현대화, 고도화하여 온 중대사업의 최근 결실들이 집결돼 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에 공개된 전시회 사진을 보면 미국을 사정권에 뒀다는 평가를 받는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포-18’형과 ‘화성포-19’형 등이 진열돼 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4일 개막한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5’”에 참석해 한 ‘기념연설’을 통해 “한국 지역의 미군 무력 증강과 정비례하여 우리는 특수자산을 그에 상응하게 중요 관심 표적들에 할당했다”라고 밝혔다고 5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

 

‘국방발전-2025’ 전시회는 전시 무기와 김 총비서의 연설 내용 말고도 ‘시점’ 선택에 정치적 함의가 크다. 김 총비서는 “국방현대화의 긍지높은 발전 성과로써 10월의 혁명적 명절을 더 뜻깊게 해준 전체 국방과학기술집단과 군수로동계급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80성상에 이른 당의 역사적 행로에 대한 가장 훌륭한 칭송으로 될 것”이라고 자찬했다. 오는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80돌 경축행사를 염두에 둔 정치적 수사다.

 

김 총비서는 2021년부터 첨단 무기를 앞세운 ‘무기 전시회’를 해마다 열어왔다. 지난 2021년엔 당 창건 기념일 다음날인 10월11일부터 22일까지 열흘간 평양 3대 혁명전시관에서 ”국방발전 전람회 ‘자위-2021’을 처음 열고 기념연설을 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의 한복판을 지나던 2022년엔 무기전시회를 열지 않았으나, 2023년엔 7월26일 세르게이 쇼이구 당시 러시아 국방장관과 함께 ‘무장장비전시회-2023’에 참석했다. 김 총비서는 2024년 러시아-우크라이나전에 조선인민군을 파병하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에는 11월21일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에 참석해 한 기념연설을 통해 “미국과 함께 협상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다. 우리 손으로 군사적 균형의 추를 내리우는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라며, ‘핵포기 불가’ 의사를 밝혔다.                                                  < 이제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