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로 심는 위성사진과 영상 진위 논란
이해영·한설, 윤석열 정권 의도에 주목
김건희 스캔들·드론 북한 침투 덮기용?
우크라에 살상무기·병력 파견 우려 제기
러시아에 북한의 대규모 파병 공식화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와 한국 단 두 곳
북한이 대규모 병력을 러시아에 파병했다는 국가정보원의 공식 발표는 어디까지 진실일까?
지난 18일 국정원의 발표 내용을 정리하면 △북한이 특수작전부대인 11군단(폭풍군단) 소속 4개 여단 병력 1만2000명을 러시아에 파병하기로 했다 △ 1차로 1500명이 블라디보스토크로 1차 이동했다 △ 청진·함흥·무수단 인근 지역에서 러시아 태평양함대 상륙함 4척과 호위함 3척을 이용했다 △ 지금은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 하바롭스크, 블라고베셴스크 등지의 러시아 군부대에 분산돼 적응훈련 중이다 △ 러시아 군복과 무기를 받았고, 시베리아 야쿠티야·부라티야 주민으로 위장하고 가짜 신분증을 받았다 △ 조만간 2차 수송 작전이 진행될 것이다 △ 북한은 지금까지 컨테이너 1만3000개 이상 분량의 포탄·미사일·대전차로켓 등 인명 살상 무기를 러시아에 지원했다 등이다.
국정원 공식 발표, 어디까지가 진실?
근거 삼은 위성사진·영상 진위 논란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정원은 배포한 '북한 특수부대 러·우크라 전쟁 참전 확인' 보도자료에서이 정보를 뒷받침할 근거로 위성사진 3장을 제시했다. 당시 '북한 병력 수송 러시아 함정 활동' 사진에는 출처가 없었고, 이 사진 밑에 러시아 상륙함 2척이 동해상에서 북한 병력을 함흥과 청진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송했다는 내용이 담긴 그림지도를 첨부했다. '연해주 우수리스크 소재 군사시설'과 '하바롭스크 소재 군사시설'에 관한 다른 2장의 사진은 외국 위성사진 제공 민간업체인 'AIRBUS'가 출처로 명기돼 있었다.
'북한 병력 수송 러시아 함정 활동' 사진에 출처가 없으면서 '신뢰성'에 의문이 생긴 것을 의식한 탓인지 정부 소식통은 20일 "우리가 운용하는 위성이 촬영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와 관련해 연합뉴스는 "지난 12일 청진항에서 러시아 함정이 북한 병력을 이송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은 우리나라가 운용하는 합성개구레이더(SAR) 탑재 위성이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 군이 작년 12월과 올해 4월에 각각 발사에 성공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와 2호기도 활용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나라가 운용하는 위성과 외국 업체가 운용하는 위성이 촬영한 사진 등 감시자산을 종합 분석해 북한 특수부대가 러시아를 위해 파병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에 의하면, 외국 민간업체(AIRBUS)가 제공한 위성사진 2장에는 러시아 우수리스크와 하바롭스크 소재 군사시설에 북한 인원 각각 400여명, 240여명이 모여있는 모습이 담겼다.
러시아에 북한의 대규모 파병 공식화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와 한국 단 두 곳
그러나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한국 국정원과 우크라이나 군 정보국 단 두 곳만이 사실이라고 주장했을 뿐, 우크라 전쟁에 깊게 개입해 있는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그리고 러시아조차도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라고 하고 있고 북한은 전혀 반응이 없다.
그렇다 보니 국정원 발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이런 내용을 '은밀하게 활동하는' 국정원 답지않게 만천하에 공개한 의도를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신대의 이해영 글로벌인재학부 교수는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현재 전 세계에서 북한군이 1만 명(우크라이나 측) 혹은 1만2000명(한국 측)이 파병될 것이며 이미 1500명이 도착해서 연해주 인근에서 훈련받는 중이라고 '확인'한 곳은 오직 우크라이나 군 정보국과 대한민국 국정원 외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의 소스는 우크라이나 군 정보국(GUR)과 그 산하 '전략소통 정보보안센터'이다. 이 GUR이란 곳은 부다노프가 국장으로 있는데, 요인암살, 테러, 사보타지, 가짜 정보를 제작하는 곳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 출처가 전혀 불분명하고 그 내용마저도 확인될 수 없는 영상을 우크라이나군이 뿌리기 시작하자 특히 한국언론이 이를 대규모로 받아쓰기하면서 이 소동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국정원은 새로운 정보라기보다 증거능력이 의심스러운 위성사진 몇 장에다 심야에 간첩선을 연상시키는 지도를 제시하면서 북한 병력 밀수 현장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해영 "한국언론 받아쓰기로 소동 확대"
한설 "서구 언론, 한·우크라 주장 바탕 보도"
한설 전 장군(예비역 준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원의 정보가 신뢰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은데도 언론은 문제점을 제기하기보다는 기정사실로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에 따르면, 국정원이 '북한군 1500명이 연해주에서 현지 적응훈련을 받고 있으며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야쿠티야, 부리야트 주민 신분증을 받았다'는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제시한 영상은 우크라이나 정보부가 언론에 제공한 것이며, 그 영상만 보면 등장하는 병사들이 북한군인지 식별이 쉽지 않다.
한 전 장군은 "한국 국정원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내용을 밝힌 이후 우크라이나는 한국 국정원의 출처를 이용해서 다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밝히고 있다. 거기에 조금씩 내용을 더 추가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11월 1일 북한군이 전선에 투입된다는 것이다"라며 "서구 언론은 한국 국정원과 우크라이나 정보부의 주장을 바탕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위성이 찍었다는 '북한 병력 수송 러시아 함정 활동' 사진에 대해서도 그는 이날 시민언론 민들레와의 통화에서 "정보의 신뢰성은 중첩성(크로스 체크)에서 나온다"면서 "나토도 미국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사람의 얼굴 식별도 안 되는 그런 해상도의 위성사진을 가지곤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정보부가 말한 것처럼 11월 1일 이후 북한군이 전선에 투입되는지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출처도 불명확하고 신뢰성도 떨어지는 동영상과 사진 몇 장으로 북한군을 파병했는지 아닌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건희 스캔들·드론 북한 침투 덮기용?
우크라에 살상무기·병력 파견 우려 제기
이들이 더 문제 삼는 건 사실 여부를 떠나 왜 이 시점에 국정원이 '공개'했느냐 하는 점이다.
한 전 장군은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스캔들, 무인기 북한 침투 사건 등을 거론한 뒤 "윤석열 정권은 최근 두 가지 문제로 정치적인 곤경에 처해 있었다"면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문제를 자신들이 처한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정략적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 아닌가?"라고 따졌다.
이해영 교수도 민들레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이 발표하면서 내놓은 증거라는 것을 믿기 어렵다"며 "용산에서 드론 (무인기 북한 침투)사태와 국내 정치적 위기를 덮을 수 있는 대형소재가 필요했던 것 아닌가?. 문제의 핵심은 윤 정권의 의도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준전시, 비상 체제인 북한이 자국군 1만2000명을 파견한다는 게 전략적으로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한 뒤 "11월 1일 전선 투입을 얘기하는 데 밤새 훈련받고 2주 후에 전장 투입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지난 18일 윤 정부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전 장군은 "예상할 수 있는 조치는 우크라이나로 포탄을 비롯한 살상무기를 보내는 것, 우크라이나로 한국군을 파병하는 것 정도가 될 것이다. 추가하자면 우크라이나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 정도가 될 것이다."라면서 북한이 러시아로 파병한다고 해서 우리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윤석열이 저렇게 소란을 피우는지 알 수 없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교수도 "우리가 이미 우크라이나에 자주포와 포탄, 드론 부품 등 대량살상무기를 지원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 "한국군의 우크라이나 파병도 과연 실익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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