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로 심는 위성사진과 영상 진위 논란

이해영·한설, 윤석열 정권 의도에 주목
김건희 스캔들·드론 북한 침투 덮기용?
우크라에 살상무기·병력 파견 우려 제기

러시아에 북한의 대규모 파병 공식화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와 한국 단 두 곳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 올가을 들어 첫눈이 내리고 있다. 2024. 10. 14 [타스=연합]
 

북한이 대규모 병력을 러시아에 파병했다는 국가정보원의 공식 발표는 어디까지 진실일까?

지난 18일 국정원의 발표 내용을 정리하면 △북한이 특수작전부대인 11군단(폭풍군단) 소속 4개 여단 병력 1만2000명을 러시아에 파병하기로 했다 △ 1차로 1500명이 블라디보스토크로 1차 이동했다 △ 청진·함흥·무수단 인근 지역에서 러시아 태평양함대 상륙함 4척과 호위함 3척을 이용했다 △ 지금은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 하바롭스크, 블라고베셴스크 등지의 러시아 군부대에 분산돼 적응훈련 중이다 △ 러시아 군복과 무기를 받았고, 시베리아 야쿠티야·부라티야 주민으로 위장하고 가짜 신분증을 받았다 △ 조만간 2차 수송 작전이 진행될 것이다 △ 북한은 지금까지 컨테이너 1만3000개 이상 분량의 포탄·미사일·대전차로켓 등 인명 살상 무기를 러시아에 지원했다 등이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지난 8일부터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합성개구레이더(SAR) 탑재 위성이 촬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증거 사진을 18일 공개했다. 해당 사진은 지난 12일 북한 병력 수송 목적 러시아 함정 활동. 2024.10.18 [국가정보원 제공]
 

국정원 공식 발표, 어디까지가 진실?

근거 삼은 위성사진·영상 진위 논란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정원은 배포한 '북한 특수부대 러·우크라 전쟁 참전 확인' 보도자료에서이 정보를 뒷받침할 근거로 위성사진 3장을 제시했다. 당시 '북한 병력 수송 러시아 함정 활동' 사진에는 출처가 없었고, 이 사진 밑에 러시아 상륙함 2척이 동해상에서 북한 병력을 함흥과 청진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송했다는 내용이 담긴 그림지도를 첨부했다. '연해주 우수리스크 소재 군사시설'과 '하바롭스크 소재 군사시설'에 관한 다른 2장의 사진은 외국 위성사진 제공 민간업체인 'AIRBUS'가 출처로 명기돼 있었다.

'북한 병력 수송 러시아 함정 활동' 사진에 출처가 없으면서 '신뢰성'에 의문이 생긴 것을 의식한 탓인지 정부 소식통은 20일 "우리가 운용하는 위성이 촬영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와 관련해 연합뉴스는 "지난 12일 청진항에서 러시아 함정이 북한 병력을 이송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은 우리나라가 운용하는 합성개구레이더(SAR) 탑재 위성이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 군이 작년 12월과 올해 4월에 각각 발사에 성공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와 2호기도 활용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나라가 운용하는 위성과 외국 업체가 운용하는 위성이 촬영한 사진 등 감시자산을 종합 분석해 북한 특수부대가 러시아를 위해 파병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에 의하면, 외국 민간업체(AIRBUS)가 제공한 위성사진 2장에는 러시아 우수리스크와 하바롭스크 소재 군사시설에 북한 인원 각각 400여명, 240여명이 모여있는 모습이 담겼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인민군 제2군단 지휘부를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휘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나라를 적국, 타국이라 부르며 "한국이 주권을 침해하면 물리력을 조건에 구애됨 없이, 거침없이 사용하겠다"고 위협했다. 2024.10.18 [연합]
 

러시아에 북한의 대규모 파병 공식화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와 한국 단 두 곳

그러나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한국 국정원과 우크라이나 군 정보국 단 두 곳만이 사실이라고 주장했을 뿐, 우크라 전쟁에 깊게 개입해 있는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그리고 러시아조차도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라고 하고 있고 북한은 전혀 반응이 없다.

그렇다 보니 국정원 발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이런 내용을 '은밀하게 활동하는' 국정원 답지않게 만천하에 공개한 의도를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신대의 이해영 글로벌인재학부 교수는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현재 전 세계에서 북한군이 1만 명(우크라이나 측) 혹은 1만2000명(한국 측)이 파병될 것이며 이미 1500명이 도착해서 연해주 인근에서 훈련받는 중이라고 '확인'한 곳은 오직 우크라이나 군 정보국과 대한민국 국정원 외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의 소스는 우크라이나 군 정보국(GUR)과 그 산하 '전략소통 정보보안센터'이다. 이 GUR이란 곳은 부다노프가 국장으로 있는데, 요인암살, 테러, 사보타지, 가짜 정보를 제작하는 곳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 출처가 전혀 불분명하고 그 내용마저도 확인될 수 없는 영상을 우크라이나군이 뿌리기 시작하자 특히 한국언론이 이를 대규모로 받아쓰기하면서 이 소동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국정원은 새로운 정보라기보다 증거능력이 의심스러운 위성사진 몇 장에다 심야에 간첩선을 연상시키는 지도를 제시하면서 북한 병력 밀수 현장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 오카노 마사타카 일 외무성 사무차관이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홍균 차관,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 오카노 마사타카 일외무성 사무차관. 2024.10.16 [연합]
 

이해영 "한국언론 받아쓰기로 소동 확대"

한설 "서구 언론, 한·우크라 주장 바탕 보도"

한설 전 장군(예비역 준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원의 정보가 신뢰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은데도 언론은 문제점을 제기하기보다는 기정사실로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에 따르면, 국정원이 '북한군 1500명이 연해주에서 현지 적응훈련을 받고 있으며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야쿠티야, 부리야트 주민 신분증을 받았다'는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제시한 영상은 우크라이나 정보부가 언론에 제공한 것이며, 그 영상만 보면 등장하는 병사들이 북한군인지 식별이 쉽지 않다.

한 전 장군은 "한국 국정원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내용을 밝힌 이후 우크라이나는 한국 국정원의 출처를 이용해서 다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밝히고 있다. 거기에 조금씩 내용을 더 추가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11월 1일 북한군이 전선에 투입된다는 것이다"라며 "서구 언론은 한국 국정원과 우크라이나 정보부의 주장을 바탕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위성이 찍었다는 '북한 병력 수송 러시아 함정 활동' 사진에 대해서도 그는 이날 시민언론 민들레와의 통화에서 "정보의 신뢰성은 중첩성(크로스 체크)에서 나온다"면서 "나토도 미국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사람의 얼굴 식별도 안 되는 그런 해상도의 위성사진을 가지곤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정보부가 말한 것처럼 11월 1일 이후 북한군이 전선에 투입되는지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출처도 불명확하고 신뢰성도 떨어지는 동영상과 사진 몇 장으로 북한군을 파병했는지 아닌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주가조작 연루 사실이 도이치모터스 사건 1심 판결문에 기록된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김건희 스캔들·드론 북한 침투 덮기용?

우크라에 살상무기·병력 파견 우려 제기

이들이 더 문제 삼는 건 사실 여부를 떠나 왜 이 시점에 국정원이 '공개'했느냐 하는 점이다.

한 전 장군은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스캔들, 무인기 북한 침투 사건 등을 거론한 뒤 "윤석열 정권은 최근 두 가지 문제로 정치적인 곤경에 처해 있었다"면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문제를 자신들이 처한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정략적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 아닌가?"라고 따졌다.

이해영 교수도 민들레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이 발표하면서 내놓은 증거라는 것을 믿기 어렵다"며 "용산에서 드론 (무인기 북한 침투)사태와 국내 정치적 위기를 덮을 수 있는 대형소재가 필요했던 것 아닌가?. 문제의 핵심은 윤 정권의 의도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준전시, 비상 체제인 북한이 자국군 1만2000명을 파견한다는 게 전략적으로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한 뒤 "11월 1일 전선 투입을 얘기하는 데 밤새 훈련받고 2주 후에 전장 투입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군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는 1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에 '단독'(Exclusive)이란 표제아래 "러시아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소로부터 새로 입수한 영상은 우크라이나 배치 준비를 위해 러시아 군 장비를 보급받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2024. 10. 18. [SPRAVDI 'X' 계정 캡처]
 

지난 18일 윤 정부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전 장군은 "예상할 수 있는 조치는 우크라이나로 포탄을 비롯한 살상무기를 보내는 것, 우크라이나로 한국군을 파병하는 것 정도가 될 것이다. 추가하자면 우크라이나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 정도가 될 것이다."라면서 북한이 러시아로 파병한다고 해서 우리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윤석열이 저렇게 소란을 피우는지 알 수 없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교수도 "우리가 이미 우크라이나에 자주포와 포탄, 드론 부품 등 대량살상무기를 지원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 "한국군의 우크라이나 파병도 과연 실익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북한, '우크라전 파병' 한국 발표에 '침묵'으로 일관

● WORLD 2024. 10. 21. 12:52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당국·대내외 매체 '무반응'…주민에 '파병' 소식 알리기도 부담

 

국정원 "북한군 러시아 파병 위한 병력 이동 시작"=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지난 8일부터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위성 사진 등 관련 자료를 18일 공개했다.국정원은 "북한군의 동향을 밀착 감시하던 중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 북한군의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사진은 지난 12일 북한 병력 수송 목적 러시아 함정 활동. 2024.10.18 [국가정보원 제공]

 

북한이 러시아를 위해 우크라이나전에 대규모 파병을 결정했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에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확인했다며 1차로 1천500명의 북한군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21일 오전 8시 현재까지 국정원의 이 같은 발표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조선중앙TV 등 북한의 대내외 매체들도 잠잠하다.

우크라이나전에 대한 북한 매체 보도는 지난 12일 노동신문이 우크라이나가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러시아 군 사령관의 주장을 실은 것이 마지막이다.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국제사회 지적에 그동안 "조작"이라고 잡아떼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는데, '파병'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침묵을 이어가는 건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이달 초 우크라이나 언론 등을 통해 북한군 파병설이 제기됐을 때만 해도 '가짜뉴스'라며 맞받아쳤으나 국정원 발표가 나온 이후에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정원, AI 안면인식 기술로 북한군 러-우크라 전선 활동 확인=국가정보원은 최근 우크라이나 정보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러-우크라 전선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보이는 북한군 추정 인물의 사진을 확보했다며 18일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북한군과 지난 8월 북한 노동신문에 게재된 해당 인물의 모습. 2024.10.18 [국가정보원 제공]

 

북한의 무대응은 국정원이 내민 파병 증거가 명확해 이를 부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파병을 인정해봤자 실익도 없다.

대내적으로도 파병 사실을 알리는 데 부담감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정권이 온갖 명분으로 파병을 포장하더라도 총탄이 오가는 전장에 아들·딸을 보내는 주민 입장에선 불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연합 오수진 기자 >

"필요 조치 검토"…살상무기 우크라 직접 지원·군사요원 파견 등 검토 가능성

"국정원의 북한군 파병 발표 전 미국과 공유하고 조율"

 

우크라이나 군이 공개한 보급품 받는 북한군 추정 병력=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2024.10.21 [우크라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 X캡처]
 

국방부는 21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돕기 위한 북한의 특수부대 파병은 유엔 결의를 위반한 불법 행위이며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러시아의 침략 전쟁에 가담한 것은 유엔 결의 위반이며 국제사회로부터 비난받아야 할 불법적 행위"라며 "엄중히 규탄하고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북한군 파병이 우리 정부가 설정한 북·러 군사협력 관련 레드라인(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선 것이냐'는 질문에는 평가를 유보했다.

전 대변인은 그동안 정부가 자제해왔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도 검토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북·러 군사협력) 동향에 따라서 필요한 부분이 검토되고 조치될 것"이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관련 동향을 지켜볼 것이고, 그에 따라 (국방부를 포함해) 정부 차원에서 논의해 필요한 조치들이 검토되고 강구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우리 군이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군사요원 파견을 검토한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포탄(살상무기) 지원을 포함해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 일일이 확인해드릴 것이 없다"며 "전반적으로 가능성을 열어놓고 필요한 부분을 검토하겠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군 파병과 이에 따른 러시아의 대북 군사기술 지원 동향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155㎜ 포탄을 비롯한 살상무기 지원이나 군사요원 파견 등도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방부를 포함한 범정부 차원에서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력한 대책으로 155㎜ 포탄 직접 지원이 꼽힌다. 한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에 155㎜ 포탄을 수출한 적이 있는데 이런 방식을 다시 가동하거나 아예 우크라이나에 직접 제공하는 방안 등도 언급된다.

전 대변인은 '북한군 파병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미국은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는 상태를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는 "국정원 또는 대통령실에서 관련 내용을 공개하기 전에 제가 알기로는 그러한 사실들을 미국과 공유하고 조율해온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 연합 김지헌 기자 >

가디언 "북한군의 우크라전 파병, 러의 심각한 인력난 방증"

 

우크라이나 군이 공개한 보급품 받는 북한군 추정 병력=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2024.10.21 [우크라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 X캡처]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파병으로 전세계가 긴장한 가운데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 북한을 포함한 최빈국 용병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외신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레드 라인'을 건넌 북러의 밀착 속에 극도로 악화하는 러시아 경제가 북한의 고립 경제와 유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일(이하 현지시간) 사설에서 "한국 국가정보원에서 북한이 특수 부대를 우크라이나전에 파병하고 있다는 충격적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는 북러 밀착이 통상적 수준을 넘어섰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는 출산 장려 정책에도 출산율 저하를 막지 못했다"면서 북한군 파병의 현실적 이유로 러시아의 군 병력을 포함한 심각한 인력 부족을 지목했다.

신문은 "일부 불법 이민자들이 돈이나 시민권 획득을 미끼로 러시아군 입대를 회유받을 수 있다"며 "다른 일부는 속거나 강제적으로 군에 끌려갈 수 있다"고도 했다.

특히 인도와 네팔의 노동자들이 우크라이나전의 최전선에 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우간다 등 아프리카에서 모집된 200여명의 여성들이 타타르스탄의 드론 공장에서 일하며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됐다는 AP 보도를 거론했다.

미국 경제지 포천은 "러시아 경제 붕괴를 앞둔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북한군에 기대고 있다"며 "북한군 파병 소식은 러시아가 겪고 있는 심각한 인력난을 대변한다"고 보도했다.

포천은 "서방의 대규모 제재에 더해 러시아는 전쟁으로 인한 수십만명의 사상 및 젊은 엘리트 노동력의 도피로 극심한 인력난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내년 본격적인 경제 붕괴를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주된 수입원인 석유 및 무기 수출이 원천 봉쇄된 와중에 전쟁을 지속하기 위한 막대한 군사비 지출이 이어지며 붕괴 수준의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 웁살라대 스테판 헤드룬트 교수는 "러시아가 일부 수출을 유지할 수 있다 하더라도, 지속되는 제재에 러시아의 생산업자들의 핵심 중간재 접근이 원천 차단될 것"이라며 "고립의 장기화는 북한 경제와 유사한 상황으로 러시아를 내몰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 18일 "북한이 특수부대 등 4개 여단 총 1만2천명 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최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북한군의 이동이 이미 시작됐다"고 확인했다.

주요 7개국(G7) 국방장관 회의 참석차 이탈리아를 방문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관련해 해당 내용을 확인할 수 없으나 사실이라면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연합 김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