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면 “체르노빌보다 10배 피해”

러시아-우크라 교전지역 주변 원전에 불

우크라 재난당국 “소방관 40여명 진화 중”

”유럽 최대 원전 공격 러시아 처벌될 것”

 

4일 새벽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의 화재 상황. 유투브(Запорізька АЕС) 화면 갈무리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교전이 벌어지는 지역 인근에 있는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에 4일(현지시각) 새벽 화재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에 이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피해는 1986년 체르노빌 참사보다 “10배는 더 클 것”이라며 포격 중단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남부에 자리한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발전소가 이날 아침 불에 휩싸였다. 인근 도시인 에네르호다르 시장인 드미트로 오를로프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유럽에서 가장 큰 원자력발전소의 건물과 시설들에 대한 적들의 계속된 포격의 결과로 자포리자 핵발전소에 불이 났다. 이는 전세계에 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화재 상황을 보여주는 유튜브 계정(Запорізька АЕС)을 보면, 이날 새벽 1시50분께 원전 부속 건물의 하나로 보이는 건물에 불길이 솟아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주차장으로 보이는 도로 한 가운데 탱크나 장갑차인 듯한 차량들이 보인다. 방사선량 정보 공개 사이트를 보면 자포리자 원전과 주변 지역 등 15개 지점에서 측정하는 방사선 선량은 0.1μSv(시버트) 안팎으로 평상시와 다르지 않은 상태다.

 

우크라이나 국가비상사태청(한국의 재난안전관리본부)은 “불이 난 것은 주 원자로 시설 밖에 있는 연수용 건물”이라며 “오전 5시20분 현재 비상사태청이 화재에 대응하고 있다. 40명의 소방관과 10개팀이 화염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유럽에서 가장 큰 원전을 공격을 한 점령군은 엄한 처벌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포리자 원전은 6대의 원자로를 갖춘 유럽 최대 원전으로 주변을 흐르는 드니프로강을 끌어와 냉각수로 사용한다. 러시아군은 3일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먼저 남부 거점 도시 헤르손을 장악했고, 북진하며 에네르호다르 인근에서 교전 중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공격 중단을 요구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남긴 메시지에서 “러시아군이 유럽에서 가장 큰 원전인 자포리자를 을 향해 사방에서 포격을 하고 있다. 이미 불이 났다. 만약 폭발이 일어난다면 체르노빌보다 10배는 클 것이다(큰 피해가 날 것이다). 러시아는 즉시 포격을 멈추고 소방관들이 안전지대를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이 사태를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하루 24시간, 일주일 7일’ 대응 태세를 갖추고, 우크라이나 정부와 소통 중이다. 미국 백악관도 자료를 내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화재와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와 통화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러시아에 “이 지역에서 군사 활동을 멈추고 소방관들과 긴급대응 요원들의 시설 접근을 허용할 것”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주변 지역의 주민들이 2일 러시아군을 상대로 원전을 지키기 위해 도로를 막고 있다. 트위터 갈무리

 

앞서,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러시아군이 이 발전소를 점령하려는 시도를 강화하고 있고, 탱크를 몰고 인근 마을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그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발전소를 지키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치며 대치 중이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등을 보면, 2일 지역 주민들이 원전을 지키기 위해 대거 몰려와 도로를 막았고 차량·타이어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쳤다. 이들이 저항하는 모습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영상과 사진으로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우크라이나 당국이 자포리자 원전 자체의 통제권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정의길 김정수 기자

한은 "경기회복·원화절상·물가 등 영향"

홍남기 부총리 "3만5천달러, 괄목할 성과…10위 경제 강국 안착"

4분기 성장률 1.2%, 속보치보다 0.1%p↑… 연간 4.0%는 그대로

 

작년 1인당 국민소득 3만5천168달러, 10.3%↑…3년만에 반등 (CG) [연합뉴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경기 회복과 원화 가치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 등의 영향으로 사상 처음 3만5천달러를 넘어섰다.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속보치보다 0.1%포인트(p) 높아졌지만, 연간 성장률(4.0%)에는 변화가 없었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21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5천168달러로 2020년(3만1천881달러)보다 10.3% 증가했다.

 

[그래픽] 1인당 국민총소득(GNI) 추이

경제규모, 1인당 국민소득 등 추이 [한국은행 제공]

 

원화 기준으로는 4천24만7천원으로 1년 전보다 7.0% 늘어났다.

 

우리나라 1인당 GNI는 2017년(3만1천734달러) 처음 3만달러대에 들어선 뒤 2018년 3만3천564달러까지 늘었다가 2019년(3만2천204달러)과 2020년(3만1천881달러) 2년 연속 뒷걸음쳤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경기가 회복하고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3% 떨어지면서 3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작년 1인당 GNI 급증에 대해 "실질 GDP 4.0% 증가, 원/달러 환율 3.0% 하락, GDP디플레이터 2.3% 상승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작년 1인당 GNI 증가폭(3천287달러)을 요소별로 나눠보면, 경제 성장(실질GDP)이 1천272원, 환율 하락이 1천61달러, 물가(GDP디플레이터)가 762원 정도 기여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2020년에 이어 지난해 1인당 GNI가 이탈리아를 앞지를 가능성에 대해서는 "4일 이탈리아의 지난해 1인당 GNI가 유로화 기준으로 발표되는데, 달러 환산 이탈리아 GNI는 5월이나 6월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의 발표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2020년 우리나라 1인당 GNI는 3만1천881달러로, 세계 36위를 기록했고 인구 5천만명이상 국가 중에서는 이탈리아를 앞질러 6위에 올랐다.

 

아울러 최 부장은 1인당 GDP가 4만달러를 넘는 시점과 관련해 "환율 등 변동성이 큰 요인들이 있지만, 코로나를 잘 극복하고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수 년 내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1인당 GNI가 3만달러를 돌파한지 4년 만에 3만5천달러를 뛰어넘은 점이 가장 눈에 띈다"며 "특히 해당 4년 중 2년이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위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이 2023년까지도 우리 경제가 상위 10위(Top 10) 지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위기를 기회 삼아 세계 10위 경제 강국에 안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연간 실질 GDP 성장률 잠정치는 지난 1월 공개된 속보치와 같은 4.0%로 집계됐다.

 

하지만 4분기 성장률(전분기대비)은 1.1%에서 1.2%로 높아졌다.

 

4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보면, 수출이 반도체·석탄·석유 제품 중심으로 5.0%, 수입은 원유·화학제품 등 위주로 4.8% 증가했다.

 

민간소비는 1.6% 늘었다. 승용차 등 내구재가 줄었지만, 숙박음식·오락문화 등 서비스와 의류 등 준내구재가 성장을 이끌었다.

 

정부소비도 물건비·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1.3% 확대됐고, 건설투자도 2.9% 증가했지만 설비투자는 기계류를 중심으로 0.7% 감소했다.

 

업종별 성장률은 ▲ 제조업 1.1% ▲ 건설업 2.4% ▲ 서비스업 1.4% ▲ 농림어업 1.5% 등으로 집계됐다.

 

속보치와 비교해 서비스업(+0.1%포인트)과 재화수출(+0.4%포인트)이 상향조정된 반면 설비투자(-0.1%포인트)는 낮아졌다.

 

물가 변동이 반영된 명목 GDP의 경우 지난해 2천57조4천억원으로 전년보다 6.4% 불었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미국 달러화 기준(1조7천978억달러) 증가율은 9.7%로 더 높았다.

 

GDP디플레이터는 2020년보다 2.3% 상승했다. GDP디플레이터는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으로, 수출입 등까지 포함한 전반적 물가 수준이 반영된 거시경제지표다.

 

지난해 총저축률은 36.1%로 전년보다 0.2%포인트 올랐다. 최종소비지출 증가율(6.5%)이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6.8%)을 밑돌았기 때문이다.

“주권과 영토 보존되어야 하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노력지지”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반드시 역경을 이겨낼 것이라 믿으며, 굳건한 지지와 한국 국민들의 연대를 보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단히 안타까운 상황에서 다시 통화하게 되었다”며 “러시아의 무력 침공으로 희생당한 분들과 유가족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하며 침략에 결연히 맞서 싸우는 대통령님과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용기와 희생에 경의를 표한다”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오후 5시35분부터 6시5분까지 30분 동안 통화를 했다. 문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는 지난 2020년 4월 10일 이후 약 1년 11개월만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전황을 설명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위기 극복과 방어를 위한 가용한 지원을 한국 쪽에서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국은 전쟁을 겪었기 때문에 전쟁의 참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겪고 있는 슬픔과 역경에 깊이 공감한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조속히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기를 기원하며 한국이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가 보존되어야 하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노력을 지지한다”면서 “한국은 우크라이나 국민과 피난민들을 위해 총 1천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긴급 제공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우선적으로 생명 보호를 위한 의료품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한국에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안심하게 체류할 수 있는 ‘특별 체류 조치’도 했다고 밝힌 뒤 우크라이나에 남아있는 한국 국민들이 안전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단결과 희생이 있기에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해낼 것으로 믿고, 한국과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와 함께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용기를 내시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인 교민 보호 필요성에 공감하며 우크라이나 외교부에 전하겠다고 말한 뒤 문 대통령의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용기를 주는 말씀에 감사하며 우크라이나 국민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전에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놀라운 국가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019년 10월 한국에 개인적으로 방한한 적이 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통화를 마친 뒤 트위터를 통해 통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리트윗하며 “한국은 전쟁을 겪은 나라로서 강인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러시아에 항전 중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세계 나라 정상들과 통화를 통해 ‘반러 연합’ 구축을 도모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30분 동안 통화를 하고 “반러 제재와 국방 지원에 대해 논의했다. 우리는 가능한 빨리 침략자를 막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밖에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 등과도 소통했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린 바 있다. 이완 기자

 

한국대사관, 체르니우치서 업무재개 준비…태극기 달고 이동

체류 교민 38명으로 줄어… "키이우에 남은 교민들에도 계속 연락"

 

러군 무차별 공습에 지하역서 노숙하는 우크라 키이우 시민들= 러시아군의 침공 일주일째인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시민들이 지하철역을 방공호 삼아 노숙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군은 수도 키이우와 제2 도시 하르키우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무차별 폭격을 가해 민간인 사상자가 크게 늘고 있다. (키이우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내 전황이 악화하면서 공관원의 안전까지 위협받자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철수한 한국 대사관이 루마니아 접경인 체르니우치로 옮겨와 업무 개시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3일 외교부에 따르면 김형태 대사를 비롯한 공관원들은 현지시간으로 2일 밤 체르니우치에 도착해 임시로 대사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체르니우치에는 이미 공관원 일부가 임시사무소를 꾸리고 루마니아 등으로 철수하는 교민 지원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키이우에서 체르니우치까지는 약 600㎞ 거리로 평소 5시간 정도 걸리지만, 김 대사 일행은 우크라이나 경찰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검문소 통과와 교통체증 등으로 12시간 남짓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사 일행은 이동 중 차량 앞유리창 등에 태극기를 부착했는데, "검문을 통과하거나 다른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아울러 현지인 차량 10여 대가 한국인 일행 뒤에 따라오며 함께 움직였다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다.

 

한편 우크라이나에 체류하는 교민은 이날 오후 10시(현지시간 3일 오후 3시) 기준 38명(공관원 및 크림지역 교민 10명 제외)으로 집계됐다.

 

전날 밤까지만 해도 현지 체류 교민은 총 42명이었지만, 몰도바와 루마니아로 각각 2명씩 총 4명의 교민이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민 38명 가운데 현지 상황을 보며 철수할 예정인 인원은 12명, 잔류 희망자는 26명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사관이 키이우에서 이동하면서 한 분이라도 더 모셔가려고 노력했었다"면서 "대사관이 새로운 지역에서 업무를 계속하겠지만 키이우에 남은 이들에게도 연락을 계속하며 (철수를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합

국제원자력기구 “러시아군 자포리자 원전 주변 장악 통보”

지역 주민들 ‘바리케이드’ 치며 원전 지키기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주변 지역의 주민들이 2일 러시아군을 상대로 원전을 지키기 위해 도로를 막고 있다. 트위터 갈무리

 

우크라이나 남동부에 있는 자포리자 원전을 놓고 러시아와 지역 주민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군이 원전 주변까지 진입했고, 지역 주민들이 발전소를 지키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치며 막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일(현지시간) 자료를 내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주변 지역을 장악했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15기 중 6기를 보유한 가장 큰 원전이다. 우크라이나는 원전이 전체 발전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원전을 러시아군이 장악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등을 보면, 2일 자포리자 원전을 지키기 위해 지역 주민들이 대거 몰려와 도로를 막았으며 차량, 타이어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자포리자 지역 주민들의 저항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영상과 사진으로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우크라이나 당국이 자포리자 원전 자체의 통제권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핵시설에 대한 러시아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달 27일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제2의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에 위치한 핵폐기물 저장소에 미사일이 떨어졌다고 국제원자력기구에 통보한 바 있다. 주요 건물이 파손되거나 방사성 물질 유출은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986년 폭발 사고로 가동이 중단된 체르노빌 원전 시설 통제권은 러시아가 장악한 상태다. 김소연 기자

 

러-우크라 2차 협상 시작…우크라 주요 도시 헤르손 점령당해

 

푸틴, 우크라 비무장·중립화 조건 제시

“무슨 수를 써서든 목표 이뤄낼 것”

수도 키이우 쪽으로는 러시아 진격 느려

 

미 국방부 “전열정비 뒤 총공세 가능성”

유엔, 러 규탄 결의안 만장일치로 채택

미, 러 정유사들에 대한 기술 수출 차단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어린이들이 3일 폴란드 국경지대의 프셰미실에 마련된 대피소에 모여 있다. 프셰미실/AP 연합뉴스

 

러시아가 침공 8일째인 3일(현지시각) 남부 항구도시 헤르손을 장악했다.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제2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저지하고 있지만,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황이 이어지고 있다. 속전속결로 전쟁을 조기 종결하는 데 실패한 러시아가 ‘포위전 뒤 총공세’로 전술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는 무슨 수를 쓰든 우크라이나 비무장화와 중립화 목표를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지연시키려 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요구사항을 더 늘릴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두 나라는 이날 오후 벨라루스 서남부 브레스트에서 2차 협상을 시작했다.

 

인구 30만의 요충지인 헤르손의 이호르 콜리하예우 시장은 이날 <뉴욕 타임스>에 무장한 군인 약 10명이 시청 건물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그는 더 이상 우크라이나군이 도시 내에 없으며, 거주민들은 “시 정부로 들어온 무장한 이들(러시아 병력)”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시엔엔>(CNN)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를 처음 점령했다며, 이를 ‘중요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2대 도시인 동부의 하르키우에선 격렬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군은 도심의 시 의회, 전화국, 텔레비전 탑 등을 겨냥해 포격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주민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과 소련 사이에 처참한 격전이 이어졌던 전투를 빗대 “하르키우가 21세기의 스탈린그라드”가 되고 있다고 평했다.

 

수도 키이우에선 외곽에 구축된 길이 64㎞에 달하는 러시아군 전력이 여전히 도심으로 진입하지 않고 대기 중이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일 러시아군이 “지난 24~36시간 동안 주목할 만한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며 그 이유로 △우크라이나군의 저항 △예상치 못한 군수지원 차질 △전열 재정비·재평가를 꼽았다. 미군은 수도를 기습 타격해 전쟁을 손쉽게 끝내려던 러시아군이 이제 주요 도시들을 포위하고 물자 공급과 탈출로를 차단해 항전 의지를 분쇄한 뒤 기갑부대를 동원해 일거에 공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국방부는 2일 개전 후 처음으로 러시아 병사 498명, 우크라이나 병사 2870명이 사망했다며 피해 규모를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앞서 러시아 병사를 최소 5840명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유엔은 2일 긴급특별총회를 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찬성 141표, 반대 5표, 기권 35표라는 압도적 지지로 채택했다. 백악관은 러시아의 주요 산업인 정유산업을 타격하기 위해 석유·천연가스 추출 장비 기술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는 추가 조처를 내놨다. 이 조처가 이어지면, 에너지산업에서 러시아의 지위는 장기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에 대한 금수 조처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어떤 것도 테이블 밖에 있지 않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전쟁의 포화를 피하려는 우크라이나인들의 탈출 행렬은 이어졌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UNHCR) 대표는 개전 후 2일까지 100만명의 난민이 폴란드 등 이웃 나라로 탈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 인구(약 4400만명)의 2%가 넘는 규모다. 황준범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러시아 루블화 가치 사상 최저…신용 ‘투기등급’으로

  3일 오전 한때 달러당 118.69루블

“정크” 수준 신용에 더 떨어질 가능성

 

2일(현지시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시민들이 전광판에 표시된 환율을 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세계 각국이 가한 경제제재 때문에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3일 또다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러시아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낮추면서 루블화 가치가 3일(현지시각)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이날 오전 모스크바 외환거래소에서 루블화 환율이 달러당 118.69루블까지 치솟았다가 소폭 하락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가 달러당 110루블을 넘어간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루블화 환율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 달러당 80루블 아래였으나 지난달 24일 80루블을 돌파한 이후 계속 오르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28일 루블화 추가 하락을 막으려고 기준금리를 9.5%에서 20%로 대폭 올렸지만 루블화 가치 하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루블화 가치는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잇따라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이른바 “정크” 수준으로 불리는 투기등급으로 낮추면서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무디스와 피치는 이날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6계단씩 낮췄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피치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종전 ‘BBB’에서 ‘B’로 낮추고 ‘부정적 관찰 대상’에 올렸다. 피치는 한 국가의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6계단 떨어뜨린 건 1997년 외환위기 때 한국 이후 처음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제재로 거시금융의 위험이 부각되고 은행들에 대한 제재가 추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Baa3’에서 ‘B3’로 등급을 낮췄다. 세계 3대 평가사 중 나머지 한곳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앞서 지난주 러시아의 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내린 바 있다.    신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