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거 시점에는 이미 물증이 훼손·증발할 수도"

이번 주말에 대통령 관저에서 나올 거로 예측

군인권센터 "수사외압 증거 이미 파기됐을지도"
김용현 비화폰·김건희 디올백 등 증거품 다수
"형사 사건 대비해 증거 물품을 찾는 게 중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번주 관저에서 퇴거할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사람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2025.4.7. 연합

 

윤석열이 파면된 지 5일이 지났는데도 한남동 관저에서 퇴거하지 않아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파면당한 대통령이 너무 오래 관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에는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만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된지 이틀 만에 청와대를 나왔다.

 

윤석열이 관저에서 나오지 않자 그 저의를 의심하는 말들이 회자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 여러 형사 재판의 피의자인 윤석열이 오랜 기간 관저에 머물며 핵심 증거들을 모두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오는 14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의 1차 공판을 연다. 앞으로 매주 형사재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해야 된다. 윤석열은 대통령직을 상실해 불소추특권도 없으며 탄핵심판에서 내란죄와 관련해 상당 부분 인정된 만큼 형사재판에 불리한 상황이다. 결국 윤석열과 김건희 씨가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증거 인멸'을 하는 것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원칙적으로 윤석열은 대통령 관저 내 개인물품을 제외하고 손을 대면 안 된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다. 이 때문에 윤석열이 퇴거하기 전에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실을 압수 수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 문제를 두고 "경호처가 밀봉했다는 김용현 비화폰 등을 관저 이전을 앞둔 혼란 속에 증거 인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윤석열이 증거 인멸을 시도할 거라며 '채 상병 사건'을 두고 윤석열을 즉각 구속하고 대통령실을 압수수색하라고 촉구했다. 군인권센터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구속 수사하고 대통령실과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처럼 집요하고 어이없는 방해 공작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수사외압의 주범인 윤석열이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라며 "본인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는 불소추특권의 방패 뒤에 숨고, 관련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대통령실이 안보시설이란 이유로 피해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뿐 아니라 하수인들도 수사기관과 군사법원에 나가 안보, 기밀을 핑계 삼아 대통령과 관련된 사실관계 확인 일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군인권센터는 또 "이미 지난해 12월 3일 이래 경호처를 통해 내란 범죄 증거를 파기해 온 의혹을 받고 있다"며 "수사외압 관련 증거 역시 이미 파기됐거나, 관저 퇴거를 늦추는 사이 실시간으로 파기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파면 나흘째인 7일 한남동 관저에서 머물며 퇴거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5월 대통령 취임 후에도 6개월가량 머물렀던 서초동 사저로 거처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7일 윤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던 서울 서초구 주상복합 아크로비스타의 모습. 2025.4.7. 연합

 

군인권센터는 '02-700-8080' 번호로부터 이종섭 전 장관에게 걸려 온 전화와 관련해 정확한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누가, 어떤 내용으로 건 것인지, 당시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에서 파견 근무 중이던 박현수 서울경찰청장과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1차장, 임종득 2차장, 임기훈 국방비서관 등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통화 내용이 무엇인지 전방위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비화폰(보안 휴대폰)에 대한 압수수색을 지난해 12월 10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경호처 관계자는 지난 2월 25일 국회 내란 혐의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김 전 장관 비화폰이 경호처에 보관돼 봉인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대통령경호처에 해당 비화폰이 보관돼 있으니 이를 입수하면 주요 임무 종사자 간 통화를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용현 전 장관의 비화폰은 12·3 비상계엄 당시 주요 수뇌부들과 통화한 내용을 고스란히 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장관은 양손에 비화폰을 들고 사령관들에게 "대통령님의 뜻을 받들어 업무명령을 하달한다"고 지시했다. 그런 만큼 내란 과정의 주요 내용이 기록돼 있을 것이다. 비화폰 확보가 어느 것보다도 시급한 이유다.

 

김건희 씨의 디올백도 압수수색 대상이다. 김건희 디올백 수수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에 의해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됐다. 검찰이 압수수색도 하지 않고, 통신 내역도 들여다보지 않은 채 결론을 내렸다. 이 사건은 항고장이 접수돼 서울고검이 재수사해야 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김건희 씨의 디올백은 현재 국고로 귀속된 상태라고 한다. 김씨가 소유권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디올백의 공매 절차가 논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건희 씨의 디올백 수수 현상을 폭로한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와 최재영 목사는 더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소송을 통해 디올백을 돌려받아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으나 항고하고 재항고하고 재정신청까지 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에 근무했던 한 익명의 제보자는 "윤석열과 김건희가 관저에 퇴거한 시기는 이미 증거인멸이 끝난 시기로 봐야 할 수 있다"고 확언했다. 형사 사건에서 관련자들의 진술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물증은 대단히 중요하다. 사라지기 전에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 윤석열과 김건희가 관저에서 퇴거하기 전에 반드시 압수수색을 해야 하는 이유다. 익명의 제보자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통령실과 경호처의 대다수 실무자가 윤석열의 말을 안 듣고 있다는 점"이라며 "그렇다고 해도 시간이 갈수록 물증은 훼손되고 증발할 위험이 큰 만큼 하루빨리 압수수색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윤 파면 뒤 모처럼 평온하던 국민에 '개헌 폭탄'

내용상 부적절, 절차상으로도 불가능한 '오발탄'

조기 대선 6월 3일로 확정…앞으로 불과 56일
법정 공고 기간 최소 38일 빼면 남는 건 18일
권력구조 개편까지 여야 합의? 졸속 야합 불가

이재명 "내란 종식이 먼저, 대선 뒤 신속 개헌"
사전투표 불가능한 현행 국민투표법도 장애물
조국혁신당도 반대…"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개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4.6. 연합

 

우원식 국회의장이 일요일 낮에 느닷없이 투척한 '개헌 폭탄'은 윤석열 파면 뒤 모처럼 평온한 휴식을 취하던 시민들에게 잠시 황당함과 짜증을 안겼을 뿐 '불발탄' 또는 '오발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입법부 수장의 '대선·개헌 동시 투표론'은 비록 그 의도가 순수했다고 해도 내란 종식이라는 민주 진영의 최우선 당면 과제에 필요한 동력과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대선 프레임을 '헌정 파괴 세력 심판'이 아닌 '개헌 대 반개헌 대립'으로 물타기 할 수 있으며, 주권자인 국민의 숙의 절차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즉각적인 반대 및 시민사회의 거센 비판을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내용상의 여러 문제를 따지기 이전에, 대통령 선거까지 남은 기간이 너무 촉박해 애초에 개헌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은 근본적인 한계라고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에 따라 60일 안에 실시돼야 하는 조기 대선의 선거일은 8일 열리는 국무회의를 통해 오는 6월 3일로 확정될 예정이다. 8일을 기점으로 불과 56일 뒤에 대선이 치러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헌법과 국민투표법상 헌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개헌안을 마련하고 재적의원 과반수로 발의를 한다고 해도 국민투표에 부쳐지기까지는 최소 38일간의 공고 기간을 거쳐야 한다. 국회 의결 전 헌법 개정안 최소 공고 기간 20일과, 국민투표 전 국민투표안 및 투표일 최소 공고 기간 18일이 그것이다. 그래서 우원식 의장 본인도 6일 기자회견에서 "(국민투표까지) 최소한 38일이 필요하다. 개헌특위에서 내용을 논의해야 하니까 이에 맞춰 해보려면 특위를 빨리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헌법 개정안 제안 및 의결 결과 이송에도 최소 각 1일씩 2일이 소요되지만, 편의상 이 부분을 생략한다고 해도 38일은 무조건 필요하다.

 

그러면 6월 3일 대선일까지 총 56일 중에서 법정 소요 기간 38일을 빼면 남는 건 18일뿐이다. 겨우 2주 남짓한 기간에 여야가 개헌특위를 구성해 각당 입장이 첨예하게 충돌할 수밖에 없는 권력구조 개편까지 포함한 헌법 개정안을 채택‧발의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계산이다. 말 그대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여야가 졸속으로 추진한다면 이론적으로 가능할지 모르지만 민주당이 '내란 잔당' 취급하는 국민의힘과 그런 야합을 할 리 없고 시민들이 수용할 리도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5.4.7. 연합

 

무엇보다 개헌의 열쇠를 쥔 제1야당 사령탑이자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개헌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는 요지로 우 의장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이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가 전에 말씀드렸다. 개헌,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5년 단임제라고 하는 이 기형적 제도 때문에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부터 레임덕이 시작된다. 재평가받을 기회도 없기 때문에 국정에 안정성이 없다"며 "그래서 4년 중임제로 바꾸자, 전 국민이 공감하지 않나? 또, 때만 되면 국민의힘도 하는 이야기가 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자, 몇 년째 말만 하고 있다. 이번에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문제는, 지금은 정말 내란 종식이 먼저다. 군사 쿠데타를 통해서 국가 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통째로 파괴했다. 국민들의 힘으로 간신히 복구하는 중"이라며 "지금 당장은 민주주의의 파괴를 막는 것이 훨씬 더 긴급하고 중요하다. 우선은 내란 종식에 좀 집중해 줬으면 좋겠다. 개헌으로 적당히 넘어가려는 생각을 국민의힘이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사전투표가 불가능한 현행 국민투표법이 장애물로 작용하는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현재 국민투표법상으로는 사전투표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대선과) 동시에 개헌을 하려면 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본투표일에만 (투표를) 할 수 있고, 사전투표하는 사람은 개헌 투표를 할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개헌에 필요한) 과반수가 안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그러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것이 또 시한이 있다. 이번 주 안에 처리가 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60일 안에 대선과 동시에 개헌을 하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선을 다해 국민투표법 개정을 해 보도록 노력하겠다. 만약에 국민투표법이 신속하게 합의돼서 개정이 되고 시행이 된다면 개헌이 물리적으로는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여지는 열어놨다. 또 "개헌 문제를 가지고 일부 정치 세력이 기대하는 것처럼 논점을 흐리고, 내란의 문제를 개헌 문제로 덮으려고 하는 그런 시도를 하면 안 되겠다"면서 "그러나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게재하는 문제, 또 계엄 요건을 강화해서 함부로 친위 군사 쿠데타를 할 수 없게 하는 것, 이것은 국민의힘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前文) 수록과 계엄 요건 강화 정도는 국민투표법 개정을 통해 개헌이 가능하다면 이번 조기 대선일에 바로 처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극히 제한적인 '원 포인트 개헌' 수준을 넘어 우 의장이 제안한 것처럼 '권력구조 개편'까지 이뤄내는 건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결국 6월 3일까지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니 일단 대선을 치르고 난 이후에 개헌을 최대한 빨리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대통령의 4년 연임제 또는 중임제, 감사원의 국회 이관, 국무총리 추천제 도입, 결선투표제, 자치분권 강화, 국민의 기본권 강화, 이런 것들은 매우 논쟁의 여지가 커서 실제로 결과는 못 내면서 논쟁만 격화되는, 어쩌면 국론 분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며 "이런 복잡한 문제들은 각 대선 후보들이 국민에게 약속을 하고, 대선이 끝난 후에 최대한 신속하게 그 공약대로 개헌을 하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지금은 개헌도 중요하고 더 나은 민주주의도 중요하지만 민주주의 파괴를 막는 것, 파괴된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 내란 극복이 훨씬 더 중요한 과제라는 데 초점을 맞춰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민의힘 윤상현, 나경원, 김기현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최소한 방어권 보장 촉구 및 불공정성 규탄과 관련해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면담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2.17 [공동취재] 연합

 

민주당 지도부의 다른 구성원들도 반대 의사를 뚜렷하게 나타냈다. 내란 동조 세력이 개헌론을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내각제 논의'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은 데다, 위헌 정당으로 해산돼야 마땅한 국민의힘과 한 테이블에서 개헌 협상을 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거부감이 매우 강하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내란 수괴 윤석열 탄핵 이후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시급한 일은 무엇인가? 바로 단호하고도 철저한 내란 종식"이라며 "개헌은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의 권력을 연장하고 주도권을 잡으려는 내각제, 이원집정부제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개헌 논의에 참여하려면 국민의힘의 내란 종식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국민의힘은 개헌을 논의하기 전에 1호 당원인 내란 수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즉각 출당 조치하라. 대선후보 공천은 꿈도 꾸지 말라. 내란 종식을 위한 내란 특검, 김건희·명태균 특검 통과에 동참하라"고 엄포를 놨다.

 

김병주 최고위원도 "지금 개헌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 매우 부적절하고 기간도 60일 정도로 대단히 부족해 졸속으로 진행될 수 있다. 국민투표제로 봤을 때 어렵다"며 "대선에서는 사전투표와 본투표가 있는데 국민투표에서는 사전투표와 본투표를 할 수가 없다. 한 곳에서만 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50% 넘기도 어렵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내란 종식"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개헌에 대해서는 대통령 후보들이 공약으로 발전시키고 실제 집권 시 임기 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하더라도 방향은 내각제가 아니라 대통령 연임제, 또는 중임제가 해답"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개별 의원들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채현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대한민국은 지금 조기 대선이라는 초유의 상황에 놓여 있다. 60일 안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민주주의 회복과 국민 통합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오롯이 감당해내야 할 시간"이라며 "이 상황에서 개헌까지 병행하자는 제안은 현실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국민 정서상으로도 무리다. 두 달 내에 경선과 본선을 치르며 동시에 권력구조 개편까지 논의하고 국민적 합의까지 이루자는 것은 지나치게 조급한 선택이다.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새로운 민주정부가 출범한 이후, 2026년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추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순서"라고 짚었다.

 

강득구 의원은 "우원식 의장님이 정말 뜬금없이 개헌을 주장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계엄 못지않은 충격이었다. 한 번 뱉은 말씀이니 지울 수는 없겠지만 지금이라도 스스로 거두어 달라"면서 "내란의 큰불은 껐지만 대한민국은 나라도 국민도 상처투성이다. 개헌보다 먼저 무너진 민주주의를 온전히 회복하고, 국정을 회복하고, 민생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지금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개헌이 아니라 심판이고 회복이다. 개헌 프레임에 휩쓸리면 심판도 회복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민형배 의원은 우 의장의 개헌 주장에 '단호하게' 반대하는 이유로 크게 네 가지를 꼽았다.

 

첫째, 물리적으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1987년 개헌안 마련에 90일이 걸렸다. 여당과 야당, 국민적 합의 수준이 높았던 시기에 최소 석 달이 걸렸는데 정치권과 국민적 분열이 극대화한 지금 60일 동안 개헌안을 마련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만약 기어코 마련한다면 지금보다 좋은 헌법이기는커녕 더 나쁜 졸속 개헌안이 나올 수도 있다.

 

둘째, 정치적 선택과 집중이라는 점에서 우원식 의장의 제안은 잘못됐다. 지금은 내란 종식과 민주 정부 수립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런 중차대한 과제에 개헌 논의를 얹어 버리면, 내란 종식과 민주 정부 수립의 역량이 분산된다. 더욱 걱정인 것은, 개헌 내용에 대한 의견 차에 따라 우리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다.

 

셋째, 지금 개헌 논의를 시작하는 건 내란 세력에게 도피처를 제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개헌안 마련은 모든 정당이 함께 모여 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현재 의석수만큼의 지분을 가지고 개헌 논의에 참여하게 된다. 내란당 해체는커녕 그들을 국가의 백년지대계에 정중히 참여시키는 꼴이다.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

 

넷째, 헌법의 주인이 국민이듯 개헌의 주인도 국민, 곧 주권자 시민이라야 한다. 지금 개헌을 한다는 것은 정치권이 제 맘대로 개헌안을 마련하고, 주권자에게는 찬반투표만 맡기겠다는 거다. 정치인보다 더 똑똑하고 더 열정적인 대한민국 국민이 이런 방식을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거꾸로 가야 한다. 주권자 시민들의 지혜와 열정에서 논의를 시작해 개헌안을 만들고,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그것을 다듬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개헌이 탄생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일인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윤석열 8대0 파면을 위한 끝장 대회' 참가자들이 거리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2025.4.4. 연합

 

원내 3당인 조국혁신당도 민주당과 비슷한 기조를 보였다. 김선민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우선 내란 종식과 내란 세력 일소가 우선돼야 한다. 조국혁신당은 반헌법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제안한 바 있다. 독립적인 기구로 반헌특위를 발족해 내란의 실상을 낱낱이 조사하고 내란 특검도 함께 실시해야 한다"며 "그런 연후에 국민이 안심할 수 있고 개헌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 개헌특위를 조기 대선 직후 띄울 것을 제안한다"며 "개헌 국민투표는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제시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윤석열 파면에 "배아픈" 조선일보의 '놀부 심보'

● COREA 2025. 4. 9. 14:25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헌재 선고 다음날 드러낸 '말기암 환자' 불안감

이재명·민주당에 악담? '악마가 천사 욕하는 격'
개헌론 불지피는 이유? '윤석열 잊어달라는 것'

국힘 대통령 '3연속 감옥· 2연속 탄핵’' 어쩌나
확증편향에 거짓으로 쌓은 성 무너질까 불안감

 

                                                                          송요훈 편집위원(전 MBC기자)

 

마침내, 결국, 드디어, 윤석열은 탄핵되었다. 온갖 분탕질로 나라를 어지럽힌 윤석열 부부 정권은 막을 내렸고, 윤석열의 이름 뒤에는 ‘전(前)’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다. 그렇다고 내란 수괴 윤석열이 파면된 것 빼고 달라진 건 없다. 기가 꺾이긴 했지만 내란 세력은 여전히 준동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 창출에 ‘일등공신’인 조선일보도 그러하다. 홍장원 전 국정원 차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해야 성이 차는 ‘대(大)’ 조선일보는 윤석열에 이어 또 다른 윤석열을 창출하려고 안달하고 있다. 윤석열이 탄핵된 다음날의 조선일보에 그렇게 쓰여 있다.

헌재의 윤석열 파면을 전하는 조선일보의 1면 제목에는 별 감흥이 없다. 조선일보의 1면 제목은 ‘“국가 긴급권 남용” 윤석열 대통령 파면’인데, 의도적으로 어려운 법률 용어를 써서 물타기를 한 게 아닌가 싶다. 참고로 동아일보의 1면 제목은 ‘8:0 전원일치 “윤 계엄은 위헌”’이고, 중앙일보도 1면에 ‘8:0’이라는 숫자를 큼지막하게 박았다. 한겨레는 ‘윤석열 파면...민주주의 지켰다’로 제목을 뽑았고, 경향신문은 1면을 기사 없이 ‘끝내, 시민이 이겼다. 다시, 민주주의로’라는 15글자로 채웠다.

 

헌재의 윤석열 파면 선고 다음날인 4월5일자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1면 모습.

 

배가 아프다. 속이 쓰리다. 요즘 조선일보가 그렇다. 조선일보 활자에는 놀부 심보가 묻어난다. 조선일보의 행간에선 놀부 마누라와 뺑덕어미가 고개를 삐죽 내민다. 윤석열은 결국 파면됐고 이재명은 마침내 대통령이 될 것 같다. 8:0 파면이라는 현실은 부정해야 하고, 희망회로를 풀가동하여 윤석열은 갔어도 정권은 뺏기지 않을 거라는 환상을 심어줘야 한다.

 

대선까지 시간은 촉박하지만 국힘당에는 후보가 많아 경선 흥행을 기대할 만하단다. 이재명 지지율이 높긴 하지만 ‘지지 후보 없음’이 이재명 지지율보다 높단다. 지난주에 나온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지지율은 34%다. 국힘당에서 가장 높은 김문수의 8%보다 네 배 이상 높고, 이재명 지지율은 국힘당 후보군을 다 합친 20%보다도 높다. 그런 여론조사 결과를 조선일보는 ‘차기 지도자는 1위는 '없음·모름'씨... 부동층이 이재명 제쳐’라고 보도했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지지율은 49.5%로 50%에 육박했고, 김문수· 홍준표· 오세훈· 한동훈 등 국힘 후보군을 합친 34.9%보다 훨씬 높았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왜 굳이 부동층이 1위이고 이재명 대표가 2위라고 보도할까? 배가 아프고 속이 쓰려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으로 1위라는 걸 제 입으로 말하고 싶지 않은 거다. 국힘당 후보들은 그 누구도 실력이든 능력이든 자질이든 인성이든 그 무엇으로도 이재명과 싸워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재명은 비호감이라는 ‘혐오 프레임’을 계속 씌우려는 거다. 지난 대선에서 그랬듯이 이재명을 이기는 유일한 선거전략은 이재명에게 혐오 프레임을 씌우는 것밖에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보도를 하는 언론이 아니라 정치 선전을 하는 매체라는 걸, 조선일보는 그렇게 자백한다.

 

4월 5일자 조선일보 4면. 

 

언론은 사실을 전해야 한다. 칼럼도 마찬가지다.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라는 게 언론 윤리이고, 조선일보의 윤리규범 가이드라인에도 그렇게 쓰여 있다. 그런데 지키지 않는다. 조선일보에서 언론 윤리란 돼지 목의 진주목걸이다.

 

윤석열 파면 다음 날, 조선일보 박정훈 논설실장은 기명 칼럼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가 시종 찬성 측을 압도했던 것은 계엄 지지자가 많아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민주당 때문에) 나라가 잘못되고 있다는 위기감을 토로하며 광장에 쏟아져 나와서 그런 거라고. 꼭 윤석열을 지지해서도 아니고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상황을 눈감고 있을 수 없어 나온 거라고. 진짜 그런가? 명색이 자칭 일등신문의 논설실장인데 사실 왜곡을 넘어 흑과 백을 바꿔 말하고 있는 거 아닌가?

 

이제 ‘탄핵의 강’을 넘어 ‘이재명의 강’을 넘어야 한단다. 국정 안정에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할 거대 야당 대표가 도리어 혼란을 부추기는 ‘리스크 유발자’라며 이재명 대표에 대한 악담을 늘어놓고 저주를 퍼붓는다. 고장난 레코드판이 같은 구간을 반복하는 듯한 그 악담과 저주를 옮기는 건 가짜뉴스를 살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차마 옮길 수 없다. 이재명을 악마화하다 자기가 악마가 된 조선일보는 ‘이재명 공포증’에 사로잡혀 이재명 대통령 탄생을 기필코 막으려 한다. 조선일보가 그러는 건, 이재명에게 지은 죄가 많아서다. 죄지은 자는 경찰서 간판만 봐도 가슴이 철렁하여 멀리 돌아가는 것과 같다고 할까.

 

사설도 그러하다. 윤석열이 파면된 다음 날의 조선일보에는 두 개의 사설이 실렸는데, 첫 번째 사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판하며 개헌론에 불을 지피는 것이고, 두 번째 사설은 헌재도 민주당의 전횡과 횡포를 비판했다는 내용이다.

 

조선일보 4월5일자 사설.

 

먼저 첫 번째 사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좌절감은 클 거란다. 그들은 민주당의 줄탄핵과 방탄, 입법 폭주로 국정이 흔들리는 상황에 분노하여 거리로 나온 거란다. 그러하니 민주당과 탄핵 찬성 단체들이 그들을 폄하하며 탄핵을 자축하는 것은 옳지 않단다. 민주당 일부 의원이 ‘반헌법 행위자 처벌법’을 발의한 것은 경솔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란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본말이 전도되고 주객이 전도되고 흑과 백이 바뀌고 선악이 뒤바뀐 것 같아서. 박정훈 논설실장의 칼럼이 그러하듯 이건 사실 왜곡이 아니라 사탄이 천사를 나무라는 격이다. 일제 고등계 형사가 독립투사의 뺨을 때리는 격이다.

 

지금의 대통령제로는 더 이상 나라가 원만하게 운영되기 힘들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분명하게 드러났단다. 1987년 개헌 이후 선출된 대통령 8명 중 3명은 퇴임 후 구속됐고, 1명은 수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했고, 3명이 탄핵 소추되어 2명이 파면됐다며 슬쩍 노무현 대통령을 끼워 넣는다. 고약하다. 그렇게 노무현을 모욕하더니 고인이 되었는데도 모욕을 멈추지 않는다. 언제나 그렇듯 비열함은 조선일보의 주특기 중 하나다.

 

한나라당-새누리당-국민의힘으로 이어지는 이 나라의 보수정당은 간판을 바꿔 달아가며 3연속으로 감옥에 가는 대통령을 배출했고 그중에 2명은 연속으로 탄핵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그런 대기록을 이룬 정당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진정한 반성은 없었다. 박근혜 탄핵 때는 반성하는 척 사죄쇼라도 하더니 윤석열 탄핵 국면에선 방귀 뀌고 성을 낸다. 그러면서 개헌론에 불을 지핀다. 묻고 싶다. 보수정당이 달성한 ‘3연속 감옥행-2연속 탄핵’ 대통령 배출이라는 대기록이 대통령제 탓인가? 그런 대통령은 왜 보수정당에서만 나오는 건가?

 

보수정권이 게걸스럽게 배를 채우고 밥상을 어지럽히고 물러나면 진보정권이 설거지를 하고 새로 밥상을 차리는 내내 ‘베짱이’ 보수정당은 보수언론과 합동으로 뒤에서 훼방을 놓고 악담을 해대며 국민의 피로도를 높여 정권을 넘겨받아 밥상을 어지럽히고... 그런 악순환이 대통령제 때문인가? 윤석열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나라의 보수정당야말로 ‘패악질을 일삼는 범죄자 집단’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조선일보가 개헌론에 불을 지피는 건, 윤석열의 내란을 잊어달라는 거다. 민주주의를 조롱하고 법치를 무시한 윤석열의 분탕질을 잊어달라는 거다. 김건희도 잊고 디올백도 잊고 주가조작도 잊어달라는 거다. 이태원 참사도 잊고, 채 상병 사건도 잊고, 부산 엑스포도 잊고, 의료 대란도 잊고, 대파 한 단에 ‘875원’도 잊고, 다 잊어 달라는 거다. 내란이 종식되지 않았고, 대선을 바로 앞둔 지금 상황에서의 ‘개헌론’은 기억을 지우는 지우개로 유권자의 기억에서 지난 3년을 지우겠다는 거다. 나도 개헌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조선일보가 이른바 정치 원로들까지 동원하여 열심히 불을 지피는 개헌론은 유권자들에게 ‘윤석열의 시간’을 망각하게 하는 기억상실증 마약을 살포하여 국민을 개 돼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4월 5일자 조선일보 사설.

 

이어서 두 번째 사설. ‘헌재도 비판한 민주당의 전횡과 횡포’... 제목이 가관이다. 헌재의 결정문에 있는 “윤 대통령이 국회의 권한 행사가 국정 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존중돼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이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이 마비된다고 인식해 이를 타개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 것 같다”는 구절을 그대로 옮겨와 헌재도 민주당의 전횡과 횡포를 비판했단다.

 

인터뷰도 그렇지만 남의 글에서 일부를 인용할 때는 전체적인 맥락이나 글의 취지를 왜곡해선 안 된다. 그 또한 언론의 윤리다. 조선일보 사설이 인용한 헌재 결정문의 구절은 윤석열의 주장을 그대로 적은 것이고, 보수성향 재판관의 주장을 결정문에 반영하고 그들의 체면을 살려줌으로써 헌재가 이른바 ‘5대3의 교착’에 빠지는 파국을 막고 가능하면 전원일치의 결정으로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읽힌다. 윤석열 파면 선고를 하고 헌재재판관들이 심판정을 떠날 때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이 김형두 재판관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는데, 아마도 보수성향 재판관들을 설득하여 전원일치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기에 그랬을 것이다. 헌재의 결정문에서 조선일보가 인용한 구절이 있는 단락을 빼면 문맥은 더 매끄러워지고 내용은 더 명료해진다.

 

자칭 ‘일등신문’ 조선일보가 그걸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헌재가 민주당의 전횡과 횡포를 비판했다고 하는 건, ‘윤 대통령이 없는 이제 이 나라에서 가장 통절하게 반성하고 자책해야 할 사람은 이 대표’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이고 ‘민주당 일각은 마치 점령군이나 된 듯이 환호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 ‘혐오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서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에게 ‘점령군 행세가 아니라 국가적 불행을 야기한 것에 대한 책임감을 먼저 가져야 한다’고 훈계를 한다. ‘민주당이 국익을 우선하는지 자신들의 권력욕을 앞세우는지 지금부터 국민들이 냉정하게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겁을 준다. 마치 불을 끄고 나니 방화범이 불쑥 나타나 소방관을 야단치고 훈계하는 것 같다. 그런 걸 일컬어 적반하장이라고 한다.

 

무지와 무능, 독선과 불통으로 나라를 엉망으로 만든 건 대통령 윤석열이다. 지지율이 10%를 겨우 넘는 ‘정치적 사망’의 지경에 이르자 저 살자고 군대를 동원한 친위 쿠데타로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것도 윤석열이다. 12.3 계엄의 밤에 계엄은 실제상황이고 국회로 와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한 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이고 담을 넘어 국회의사당으로 들어가 국회의 권능으로 계엄을 해제한 건 민주당 등 야당의 국회의원들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 출범의 일등공신이고 윤석열 탄핵을 막으려고 끝까지 헌법재판소를 흔들어대던 조선일보는 매를 들고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야단치고 있다. 하나님도 자기한테 까불면 죽는다는 전광훈이라는 목사가 설쳐대는 이 나라에선 사탄이 천사를 야단치는 몰상식과 몰염치가 심심찮게 벌어진다.

 

조선일보의 확증편향이 중증으로 깊어지고 있다. A4 용지로 100쪽이 넘는 헌재의 결정문에서 의도에 맞는 몇 문장을 가져와 입맛대로 해석하여 기사에 인용하는 것은 수많은 사실 중에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편향된 취사선택이고 보고 싶은 대로 보는 막무가내 아전인수이며 확증편향이고 언론윤리 위반이다. 조선일보는 대체 왜 그러는 걸까? 거짓으로 쌓은 조선일보라는 거대한 성이 무너질까 두렵고 불안하여 그럴 것이다. 윤석열 탄핵 다음 날의 조선일보 지면에선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암 환자의 심리적 공황이 행간을 비집고 나오고 있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123일 만의 결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임 비서실장 임명 발표를 한 뒤 단상에서 내려가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했다.

 

헌재는 4일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사건 선고기일을 열어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밝혔다. 12·3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123일 만의 결론이다.

 

헌재는 우선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군·경의 국회 침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 시도, 법조인·정치인 등 위치추적 파악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고 보고 모두 위법했기 때문에 비상계엄 선포가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우선 포고령부터 위법이었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이 사건 포고령을 통하여 국회,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을 금지함으로써 국회에 계엄해제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 정당제도를 규정한 헌법 조항과 대의민주주의, 권력분립원칙 등을 위반했다. 비상계엄하에서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한 요건을 정한 헌법 및 계엄법 조항, 영장주의를 위반하여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단체행동권,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가 국회가 줄탄핵, 예산 삭감 등으로 국정마비 사태를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현재는 “국회의 탄핵소추, 입법, 예산안 심의 등의 권한 행사가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중대한 위기상황을 현실적으로 발생시켰다고 볼 수 없다. 국회의 권한 행사가 위법·부당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피청구인의 법률안 재의요구 등 평상시 권력행사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으므로, 국가긴급권의 행사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입장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재는 또한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국회의 권한 행사로 인한 국정마비 상태나 부정선거 의혹은 정치적·제도적·사법적 수단을 통하여 해결하여야 할 문제이지 병력을 동원하여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경고성 계엄’ 또는 ‘호소형 계엄’이라는 윤 대통령 주장에 대해서도 “계엄법이 정한 계엄 선포의 목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 군·경 투입을 한 건 질서 유지 차원이라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국회의원의 활동을 막을 목적이었다고 봤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군경을 투입하여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이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함으로써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였으므로, 국회에 계엄해제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을 위반하였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불체포특권을 침해하였다”고 밝혔다. 국회에 투입한 군과 시민의 대치상황에 대해 헌재는 “이에 피청구인은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고 헌법에 따른 국군통수의무를 위반했다”고도 했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이른바 ‘정치인 체포’를 지시한 것에 대해 적어도 정치인들의 위치 추적을 지시한 행위라고 판단한 헌재는 “(피청구인이) 각 정당의 대표 등에 대한 위치 확인 시도에 관여함으로써 정당활동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봤다. 김명수 대법원장 등에 대한 위치확인 시도도 사법권의 독립 침해라고 판단했다.

 

부정선거 의혹 해소를 위한 계엄선포 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헌법이 정한 계엄선포 요건인 전시·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상황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선관위에 대한 압수 시도도 선관위의 독립성 침해라 위법하다고 봤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전 5분 동안 이뤄진 국무회의에 대해 헌재는 적법한 계엄선포 절차가 아니었다고 봤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계엄사령관 등 이 사건 계엄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고 다른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계엄 선포에 관한 심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피청구인은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비상계엄 선포문에 부서하지 않았음에도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하였고, 그 시행일시, 시행지역 및 계엄사령관을 공고하지 않았으며,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지도 않았으므로, 헌법 및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을 위반하였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런 행위들이 중대한 법 위반이어서 윤 대통령을 파면하는 게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러한 행위는 법치국가원리와 민주국가원리의 기본원칙들을 위반한 것으로서 그 자체로 헌법질서를 침해하고 민주공화정의 안정성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다”며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으므로, 이는 피청구인의 법 위반에 대한 중대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재는 “대통령의 권한은 어디까지나 헌법에 의하여 부여받은 것이다. 피청구인은 가장 신중히 행사되어야 할 권한인 국가긴급권을 헌법에서 정한 한계를 벗어나 행사하여 대통령으로서의 권한 행사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였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피청구인과 국회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되어야 할 정치의 문제다. 이에 관한 정치적 견해의 표명이나 공적 의사결정은 헌법상 보장되는 민주주의와 조화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국회는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하였어야 한다. 피청구인 역시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국회를 배제의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는 민주정치의 전제를 허무는 것으로 민주주의와 조화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또한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함으로써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하여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하였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그러면서 “군경을 동원하여 국회 등 헌법기관의 권한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함으로써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하였다.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한편 헌재는 윤 대통령 쪽이 주장한 절차상의 문제점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회 쪽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사유서에서 내란죄 등 형법 위반 부분을 헌법 위반 행위로 포함해 판단받겠다고 한 부분에 대해 헌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적용법조문을 철회·변경하는 것은 소추사유의 철회·변경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허용된다”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탄핵소추안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다거나 같은 회기에 같은 안건을 발의해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법재판소 윤석열 탄핵심판 111일의 기록

 

윤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검찰 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할 수 있는지를 두고 김형두·이미선 재판관은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을 완화해서 적용할 수 있다며 증거 채택이 가능하다는 보충의견을, 앞으로는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의 보충의견을 남겼다.

 

비상계엄선포권이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행위로서 사법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헌재는 “고위공직자의 헌법 및 법률 위반으로부터 헌법질서를 수호하고자 하는 탄핵심판의 취지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계엄 선포가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행위라 하더라도 그 헌법 및 법률 위반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약 22분에 걸쳐 선고요지를 읽었다. 윤 대통령은 문 대행이 주문을 읽은 이날 오전 11시22분에 대통령 직위가 박탈됐다.  < 한겨레 오연서  김지은  장현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