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삭스 "유엔 헌장 포기 여부 결정해야"


중국 "주권, 안보, 정당한 권익 짓밟아"
러시아 "미국 두려워 침략 정당화 말라"
브라질 멕시코 쿠바 콜롬비아 규탄 대열

아르헨 파나마 라트비아, 트럼프지지
미국 "마약 테러 수배자들 체포 작전"

베네수엘라 "불법적 무력 공격 당해"

 

"오늘 문제가 되는 이슈는 베네수엘라의 성격이 아니다. 문제는 어떤 유엔 회원국이 무력, 강압 또는 경제적 옥죄기를 통해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미래를 결정하거나 베네수엘라의 내정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는지다."

 

제프리 삭스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의장이자 컬럼비아대 지속가능발전센터 소장은 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미국의 베네수엘라 불법 침공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 현황 보고자 자격으로 나와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안보리는 어떤 국가의 영토 완전성이나 정치적 독립에 맞서 무력의 위협이나 사용을 금지하는 유엔 헌장 제2조 제4항을 수호할지 아니면 포기할지를 결정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5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사무엘 몬카다 유엔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가 발언하는 동안 사람들이 경청하고 있다. 2026. 01. 05 [AP=연합]

 

이날 회의는 침략 피해 당사국인 베네수엘라가 소집 요청 서한을 콜롬비아가 안보리에 전달함으로써 개최됐다. 이러한 삭스의 '정상적'주장에도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일부는 불법 침공과 주권국가 정상 부부를 납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국제법과 유엔 헌장 위반을 비판하지 않고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독재’에 초점을 맞춰 충격을 안겼다.

 

유엔 공보국 발표에 따르면, 미국은 일단 자국의 불법 침공을 합리화했다. 마이클 왈츠 주유엔 대사는 발언을 통해 "미국은 "마약 테러리스트 니콜라스 마두로와 실리아 플로레스"로 기소된 두 명의 수배자를 체포하고자 "정밀한 법 집행 작전"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베네수엘라나 그 국민에 대한 전쟁은 없다"면서 이번 작전을 1989년 마누엘 노리에가 체포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마두로를 수배자이자 "악질 외국 테러 조직"의 리더로 묘사하며, "불법 마약을 무기"로 사용하는 마약 밀매 네트워크와의 연계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광범위한 인권 문제를 언급하며 초법적 살인, 고문, 자의적 임의 구금 의혹을 주장했다.

 

3일(현지시간)베네수엘라의 체포된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가 미국 마약단속국(DEA) 국장 테리 콜과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두로는 미국 연방 항공기에서 구금된 채 내려 뉴욕주 뉴버그에 위치한 스튜어트 공군 방위군 기지로 이송됐다. 2026.1.3. 로이터 연합
 

파나마의 엘로이 알파로 데 알바 대사는 이중적 스탠스를 취했다. 그는 한편으론 다자주의, 주권 및 유엔 헌장에 대한 자국의 약속을 재확인했으나, 다른 한편으론 베네수엘라의 위기가 지속적인 민주주의 침식에서 기인했다면서 "불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정권"에 대한 인정을 거부했다. 그는 베네수엘라 정치범들의 즉각적 석방을 요구한 뒤, 2024년 베네수엘라 선거에서 표현된 의사를 반영하는 평화롭고 민주적인 전환을 촉구했다.

 

올해 최초로 이사국인 된 동유럽의 라트비아는 한술 더 떴다. 사니타 파블루타-데슬란데스 대사는 마두로 정권이 "대규모 탄압, 부패, 마약 밀매를 포함한 조직범죄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지역과 세계의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마두로 정권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 지지해 유엔 헌장을 반복적으로 위반하고 국제법을 약화시켰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면서 "라트비아는 베네수엘라의 평화롭고 민주적이며 정의로운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도 이중적 스탠스를 보였다. 제임스 카리우키 대사대리는 "마두로의 행동이 극심한 수준의 빈곤, 폭력적 탄압, 기초 서비스의 실패를 초래했으며 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이주 위기를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두로의 권력 장악은 사기였다"면서 베네수엘라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합법적 정부로의 안전하고 평화로운 전환을 희망했다. 그러면서 국제법과 헌장에 명시된 원칙들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했다.

 

마이클 왈츠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 사태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 01. 05 [AP=연합]

 

극우 정권이 잡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역시나'였다. 프란시스코 파비안 트로페피 대사는 트럼프 불법 침공을 "결단력 있는 조치"라고 환영한 뒤 "수백만 명의 베네수엘라인을 빈곤으로 몰아넣고 약 800만 명을 탈출하게 만든 탄압을 종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불법 침공 규탄은 콜롬비아가 선도했다. 레오노르 잘라바타 토레스 대사는 "유엔 헌장은 자위권과 같은 예외적 상황에서만 무력 사용을 허용할 뿐 다른 국가의 정치적 통제권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성토했다.

 

러시아가 뒤를 이었다. 바실리 네벤자 대사는 미국이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베네수엘라를 무력 침공했다고 규탄한 뒤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과 그 배우자를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안보리 이사국들을 향해 이중잣대를 버리고 "미국이라는 세계 경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토록 지독한 침략 행위"를 정당화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천연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행동이 "신식민주의와 제국주의에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경고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그의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가 변호인 배리 폴락, 마크 도넬리와 함께 미국 연방 법정에 출석해 있다. 이들은 마약 테러, 공모, 마약 밀매, 돈 세탁 등을 포함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 장면은 2026년 1월 5일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대니얼 패트릭 모이니한 연방 법원에서 작성된 법정 스케치에 담겼다. 2026. 01. 05 [로이터=연합]

 

중국의 겅솽 차석 대사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이고 불법적이며 위협적 행위"에 "깊은 충격을 받았으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다자주의보다 힘을, 외교보다 군사 행동을 우위에 두며 "베네수엘라의 주권, 안보, 정당한 권익을 함부로 짓밟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남미와 그 너머의 평화에 대한 중대한 위협을 경고한 뒤 미국이 국제사회의 "압도적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중남미의 브라질, 멕시코, 쿠바, 칠레도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브라질의 세르지오 프란사 다네지 대사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무력 개입을 단호히 거부하며, 이를 유엔 헌장과 국제법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남미는 평화 지대"라면서 베네수엘라 영토에 대한 폭격과 대통령 체포는 "용납할 수 없는 선을 넘은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국제 규범이 이익이나 이념에 근거한 어떠한 예외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멕시코 대표는 "미국의 행동은 유엔 헌장 위반이자 다자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용납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안보리가 "단호하게, 이중잣대 없이 행동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인권을 완전히 존중하는 가운데 "주권적인 국민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 체포 압송에 분노해 반미시위를 벌이는 수도 카라카스 시민들.  일본경제신문 1월 4일

 

쿠바 대표는 미국의 "패권적이고 범죄적 계획"이 지역 안정에 심각하고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일방적 강압 조치, "경제적 질식", 심지어 해상 테러까지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이러한 행위들이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무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마두로 부부 납치가 "베네수엘라의 영토와 천연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차지하려는 탐욕에 의해 추진되었다면서 "제국주의적이고 파시스트적인 침략"이라고 비난했다.

 

피해 당사국인 베네수엘라의 사무엘 몬카다 대사는 자국의 주권뿐만 아니라 "국제법의 신뢰성"과 유엔의 권위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베네수엘라가 지난 3일 미국에 의해 어떠한 법적 정당성도 없고 유엔 헌장, 제네바 협약 및 주권 평등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불법적인 무력 공격"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원수의 납치"와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묵인하는 것은 "법이 선택 사항"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경고하며, 이번 침략이 베네수엘라의 천연자원과 지정학적 위치에 의해 추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이유 기자 >

미국 눈에 중남미는 '주권국' 보다 '관리 대상'

● WORLD 2026. 1. 5. 15:1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미 이권에 도전한 베네수엘라 '실패 국가'로 낙인

강대국 판단이 정의가 되면, 약소국은 불안과 체념뿐

 

3일(현지시간)베네수엘라의 체포된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가 미국 마약단속국(DEA) 국장 테리 콜과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두로는 미국 연방 항공기에서 구금된 채 내려 뉴욕주 뉴버그에 위치한 스튜어트 공군 방위군 기지로 이송됐다. 2026.1.3. 로이터 연합
 

미국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과 개입 논의는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오랜 제국의 기억, 자원의 유혹, 그리고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권력의 문법이 켜켜이 쌓여 형성된 결과다. 이 글은 찬반의 감정적 대결을 넘어서, 그 내면을 구성하는 구조와 논리를 차분히 해부하고자 한다. 무엇이 미국을 베네수엘라로 향하게 만드는가. 그 과정에서 어떤 언어가 동원되고, 무엇이 가려지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 사태를 어떤 눈으로 바라봐야 하는가.

 

1. 제국은 왜 남쪽을 내려다보는가: 미국 외교의 구조적 습관

 

미국의 대(對)중남미 정책에는 일관된 습관이 있다. 그것은 이 지역을 ‘주권적 타자’라기보다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먼로 독트린에서 시작된 이 인식은 냉전 시기를 거치며 반공의 이름으로 강화되었고, 탈냉전 이후에는 ‘민주주의 수출’과 ‘안보 안정화’라는 언어로 재포장되었다. 표현은 바뀌었지만 구조는 유지되었다.

 

베네수엘라는 이 구조적 시선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자국의 정치적 선택이 미국의 이해와 어긋날 때, 그것은 곧 ‘불안정’, ‘위협’, ‘실패국가’라는 낙인으로 번역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실제 현실의 복잡성이 아니라, 워싱턴의 정책 프레임에 얼마나 부합하는가이다. 제국은 타자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보다, 자신이 다루기 쉬운 이야기로 단순화한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 이후 파손된 건물. 이 공습 과정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그의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가 베네수엘라 카티아 라 마르에서 체포됐다. 2026.1.4. 로이터 연합
 

군사적 개입 논의 역시 이러한 단순화의 산물이다. 외교적 실패, 제재의 부작용, 국제 질서의 균열은 스스로의 책임으로 성찰되기보다, ‘개입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결론으로 미끄러진다. 그 결과, 무력은 언제나 마지막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호출되는 선택지가 된다. 이것이 제국 외교의 구조적 습관이다.

 

2. 석유, 제재, 그리고 권력의 경제학: 이해관계의 맨얼굴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문제를 도덕의 언어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불충분하다. 그 밑바닥에는 냉정한 경제학이 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수준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나라다. 에너지 전환이 진행 중이라 해도, 석유는 여전히 국제정치의 핵심 변수다. 특히 에너지 안보가 다시 전략적 이슈로 부상한 국면에서, 베네수엘라는 결코 주변부가 아니다.

 

여기에 제재라는 도구가 결합된다. 제재는 명목상 정권을 겨냥하지만, 실제로는 민중의 삶을 직접 타격한다. 경제가 붕괴되고 생활이 피폐해질수록, 그 책임은 외부의 압박보다 내부의 무능으로 전가된다. 이때 제재는 단순한 압박 수단이 아니라, 체제 변화의 촉매로 기대된다. 문제는 이 기대가 현실에서 얼마나 잔혹한 결과를 낳는가이다.

 

군사적 개입 논의는 종종 제재의 ‘다음 단계’로 등장한다. 제재로 충분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을 때, 힘의 직접적 사용이 검토된다. 이는 도덕적 분노의 결과가 아니라, 계산된 선택의 연장선이다. 석유, 금융, 지정학적 영향력—이 모든 것이 얽힌 권력의 경제학 앞에서, ‘인권’은 진정성 있는 목표이기보다 설득을 위한 언어로 소환되기 쉽다.

 

3. ‘자유’와 ‘인권’이라는 이름의 수사학: 누가 말하고 누가 침묵하는가

 

미국의 군사적 개입 담론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자유와 인권이다. 이 단어들은 강력하다. 반대하기 어렵고, 질문하기조차 부담스럽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단어들이 사용되는 방식이다. 자유는 보편적 가치이지만, 그것을 정의하고 집행하는 권한이 특정 국가에 독점될 때, 자유는 무기가 된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그의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가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웨스트사이드 헬리포트에 도착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마약 테러 혐의로 뉴욕의 미국 연방 법원에 기소돼 출두할 예정이다. 2026. 1. 3 AFP 연합
 

베네수엘라의 현실은 복잡하다. 정치적 갈등, 경제적 실패, 사회적 분열이 뒤엉켜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복잡성은 군사적 해결의 논리 안에서 삭제된다. 대신 ‘독재 대 민주’, ‘선 대 악’의 이분법이 자리를 차지한다. 이분법은 판단을 쉽게 만들지만, 책임을 흐린다. 폭격 이후의 삶, 붕괴된 사회의 재건, 민중의 상처는 담론의 중심에서 밀려난다.

 

또한 질문해야 할 침묵이 있다. 왜 어떤 인권 침해에는 즉각적인 분노가 쏟아지고, 어떤 침해에는 전략적 침묵이 유지되는가. 왜 동맹국의 폭력은 ‘안보 상황’으로 설명되고, 비동맹국의 폭력은 ‘개입의 명분’이 되는가. 이 선택적 도덕성은 인권 담론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인권이 진정 보편이라면, 적용 역시 보편이어야 한다.

 

4. 침공 이후의 세계를 묻다: 평화는 폭력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가

 

군사적 개입을 논할 때 가장 자주 빠지는 질문이 있다. “그 다음은 무엇인가?” 침공은 시작일 뿐이며, 끝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외부의 무력 개입이 안정과 민주주의를 가져온 사례는 드물다. 오히려 권력 공백, 내전, 장기적 불안정이 뒤따른 경우가 더 많다. 베네수엘라도 예외일 것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개입이 국제 질서에 남기는 상흔이다. 힘이 규범을 대체하는 순간, 국제법과 주권의 개념은 공허해진다. 강대국의 판단이 곧 정의가 된다면, 약소국에게 남는 것은 불안과 체념뿐이다. 이는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가 어떤 규칙 위에 서 있을 것인가의 문제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평화는 폭력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가. 정의는 미사일의 궤적 위에 세워질 수 있는가. 베네수엘라의 미래는 베네수엘라 사람들의 선택과 회복 속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외부의 역할이 있다면, 그것은 압박과 위협이 아니라, 제재의 재검토, 대화의 중재, 인도적 지원의 확대여야 한다.

 

미국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개입 논의는 한 나라의 정책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세계를 용인할 것인가에 대한 시험지다. 제국의 언어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그 언어의 이면을 묻고 다른 길을 상상할 것인가. 깊이 들여다볼수록 분명해지는 것은 하나다. 침공은 해답이 아니다. 그것은 질문을 더 깊은 비극으로 밀어 넣을 뿐이다.  < 박철 기자 >

“어느 나라 정당인가... 매국정당 내란정당 국민힘의 해체뿐”  각당 논평

 
3일(현지시각) 미군이 기습적인 군사 작전으로 체포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오른쪽)과 국민의힘 당사(왼쪽). 연합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침공을 ‘주권 침탈’이라며 규탄하는 목소리가 국내외에서 쏟아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베네수엘라와 같은 길로 접어들 수 있다”며 이재명 정부를 비판하자 정치권에선 “어느 나라 정당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3일(현지시각) 미국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침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한 뒤 미국으로 압송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의힘에선 미국 정부가 아닌 이재명 정부를 비판하는 취지의 입장이 연이어 나왔다.

 

국민의힘은 4일 조용술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베네수엘라의 몰락은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며 “과도한 돈 풀기와 권력의 독주, 야권 탄압과 언론 압박이 일상화된다면 대한민국 역시 같은 길로 접어들 수 있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이 경고를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권력에 불리한 판결과 발언을 봉쇄하고, 야권을 말살하려는 노골적 만행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베네수엘라가 걸었던 길을 빼닮았다”고 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영토와 주권을 침탈한 데 대한 평가보다 한국 정부가 베네수엘라와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주장을 앞세운 모양새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백승아 원내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국민의힘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을) ‘대한민국에 대한 경고’라는 황당한 프레임으로 포장하며,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가 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식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복합적인 정치·경제적 위기 상황을 현 정부에 대한 공포 조장과 흠집 내기로 연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극우 세력의 목소리를 국민의힘이 대변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진보당은 이날 홍성규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국민의힘이) ‘지금이라도 이 경고를 직시해야 한다'고 했는데, 대체 무슨 경고입니까”라며 “미국과 트럼프에 납작 엎드려 꼬리를 흔들지 않으면 언제든, 주권자 우리 국민의 의사를 짓밟으면서까지 미국의 침공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입니까. ‘윤어게인'을 외치며 아직도 거리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탈출'을 도와달라고 트럼프에 애걸복걸하고 있는 무도한 자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이라도 하겠다는 것입니까”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 소식이 전해진 뒤,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 대통령도 마두로 대통령처럼 곧 잡혀갈 거라는 식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진보당은 “도대체 어느 나라 정당인지, 미국의 정당인지 한국의 정당인지 그 정체부터가 의심스러운 내란본당 국민의힘의 작태를 거듭 강력히 규탄한다”며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가 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했습니까? 그러기 위하여 취해야 할 단 하나의 조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매국정당 내란정당 국민의힘의 해체뿐임을 거듭 강력히 못 박아둔다”고 덧붙였다.                       < 심우삼 기자 >

 

미국언론보다 더 친미적인 한국언론

베네수엘라 침공, 마치 승전보 전하듯이 보도
미국 발표 그대로 받아쓰며 '성공적 작전' 평가
미 언론도 자국의 폭력 ·약탈 비판하는 것과 대조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했다. 주권국가의 수도는 군홧발 아래 놓였고 포성과 시민들의 비명이 터졌다. 그러나 환호성이 터진 곳도 있다. 다름 아닌 한국의 언론에서다. 5일 아침 이 소식을 전하는 한국의 신문들의 1면 머릿기사 제목은 마치 승전보를 전하는 듯, 주권국가를 침략한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게 축전이라도 보내는 듯하다.

 

<13년 독재를 3시간 만에 무너뜨렸다>(동아일보).

<“까불면 다쳐” 경고 날린 백악관…세계 경찰, 서반구 지배자 됐다>(중앙일보)

<트럼프 힘의 정치 과시>(조선일보)

 

중앙일보의 5일 아침 인터넷 지면의 머릿기사 제목과 사진.

 

주권국가에 대한 무력 침공을 ‘전격적 독재자 제거’로, ‘경찰’이 법질서를 바로잡으려 범죄자를 제압한 것으로 표현한다. 명백한 국제법 위반은 ‘경고 메시지’로, 제국주의적 폭력은 ‘힘의 정치’로 포장되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무력 앞에 함부로 맞서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다. 조선일보의 제목처럼 트럼프의 ‘힘의 과시’는 최소한 한국 언론에는 제대로 통한 듯하다.

 

이들 언론은 미국의 군사작전 명칭인 ‘확고한 결의(Absolute Resolve)’를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의 침략을 지도자의 확고한 결단인 듯 그대로 전하고 있다. 주권국가에 대한 제국주의적 폭력이자 주권국가의 영토보전과 정치적 독립을 보장한 국제법을 위반한 전쟁범죄적 행위지만 한국의 유력 언론들은 그 불법성과 제국주의적 성격을 따지지 않는다. 단지 미국의 언어를 받아 적는 데 그치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공격은 불법이고 현명하지 못하다”라고 비판했다. NYT는 베네수엘라가 현대적 제국주의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제적 정당성이나 합법적 권한, 국내적 지지 없이 일방적으로 (공습을) 추진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러시아 그리고 옆나라를 지배하고자 하는 권위주의자들에게 침략의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석유를 노린 노골적인 약탈"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한국의 주류 언론에서는 이런 비판과 규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미국 언론보다 더 트럼프의 침공에 우호적인 한국 유력 신문들의 보도는 미국 언론보다 더 친미적인 한국언론의 한 실상을 보여준다.

 

한국 언론의 보도는 마치 자국 군대의 군사작전을 전하는 듯하다. 조선일보는 트럼프와 미 합참의장의 발언을 중심으로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미국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며, 군사작전의 신속성과 기민함을 평가한다. 유엔의 긴급회의 소집 움직임이나 미국 의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불법 논란은 한동안 적법성 공방이 벌어지는 정도로 말미에 짧게 덧붙여지는 정도다. 침공의 불법성은 부수적 문제에 불과하다.

 

용어에서도 미국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 쓰고 있다. 마두로에 대해 ‘체포’라는 말부터가 타당한지 의문이다. 주권국가의 대통령을 외국 군대가 강제로 데려간 행위에 ‘납치’ 혹은 ‘강제 연행’이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닌가 검토한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침공’이나 ‘침략’이라고 표현해야 할 상황이지만 한겨레 경향 외에는 이런 용어는 보이지 않는다. 단지 ‘급습’이며 ‘작전’이며 ‘압송’일 뿐이다.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미국 국민을 약탈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석유 매장량 1위 국가에 대한 약탈 의도에 대한 규탄과 지적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국제 질서 지배한 힘의 논리 보여줘> <더 거칠어진 ‘힘과 국익’의 시대> <‘힘으로 국익’ 적나라하게 드러내다>는 ‘현실’에 대한 설명만 있다. 게다가 그 설명조차 한 면만을 보는 것일 뿐이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더 거칠어지는 힘과 국익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사설 “안보와 통상 등 모든 면에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강 건너 불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한국 언론의 ‘현실 논리’야말로 힘의 논리를 더욱 노골화하고 힘의 과시를 더욱 거칠어지게 하는 것이며, 힘으로 국익을 밀어붙이는 것을 더욱 적나라하게 하는 것이다. 힘의 논리를 현실로 받아쓰면서 그 폭력적 힘을 비판하는 대신 정당화한다. ‘제국’의 언어의 전달자가 되는 것이며, 전달자 이상의 확성기 역할을 자처한다.

 

이같은 언론의 보도는 국민의힘 대변인이 논평에서 “베네수엘라의 몰락은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과도한 돈 풀기와 권력의 독주, 야권 탄압과 언론 압박이 일상화된다면 대한민국 역시 같은 길로 접어들 수 있다”고 주장한 것과도 겹친다. 국힘 대변인은 “마두로는 부정선거 논란 속에 재집권하며 국제사회의 고립을 자초했고, 누적된 국민적 분노와 내부 붕괴는 결국 오늘의 사태로 이어졌다”라고 베네수엘라가 자초한 결과라고 비난했다. 현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한국을 베네수엘라에 빗댄 이 논평과도 흡사한 논리다. 

 

아마존에 인수된 뒤 친권력적 성향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는 워싱턴포스트(WP)는 <베네수엘라의 정의>(Justice in Venezuela)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전 세계, 특히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독재자 마두로의 몰락을 축하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체포하기로 한 결정은 수년간 대통령들이 취한 가장 대담한 조치 중 하나였으며, 작전 자체는 의심의 여지없는 전술적 성공”이라고 했다.

 

이같은 트럼프에 대한 노골적 찬사에 WP 독자들은 “백악관이 쓴 선전 문구인 줄 알았다”는 비판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WP 독자들은 한국에도 그 같은 ‘백악관 선전 언론’들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을 것이다.

 

미국의 유력 언론조차 자국의 폭력을 문제 삼지만 한국의 주류 언론은 오히려 그 폭력을 정당화하는 역설적인 풍경, 미국의 언론보다 더 친미적인 한국언론의 한 현실이다.

                                                                                       < 이명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미군이 기습적인 군사 작전으로 체포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근황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공개했다. ⓒ 트루스소셜
 


2026년 새해 벽두, 세계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미국 특수부대가 남미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기습 연행하여 미국으로 이송한 것이다. 주권국가의 현직 국가원수를 해당국 동의 없이 무력으로 체포한 이번 사건은 국제법 체제에 거대한 균열을 낸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마두로 정권의 권위주의와 부패, 그가 연루된 범죄 혐의에 대한 비판은 오래되었다. 그러나 귀책 사유가 무엇이든, 타국 정상을 일방적으로 납치하는 행위는 국제법상 주권 침해이자 유엔 헌장의 무력사용 금지 조항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조치다.

국제법을 존중하는 척했던 러시아와 국제법 자체를 경시하는 미국의 대비

문제의 본질은 미국이 이 엄청난 결정을 내리면서도 과거처럼 국제법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조차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러시아처럼 노골적인 권위주의 국가조차 국제법의 언어를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감행하면서도, 유엔 헌장 51조의 자위권과 자국민 보호, 심지어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계 주민에 대한 제노사이드(Genocide)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법적 명분을 내세웠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객관적 사실이나 국제법 해석상 설득력이 없었고 법률가들의 검증을 견디지 못하는 궤변이었다. 그럼에도 러시아 정부는 자국 행위를 국제법 용어로 포장하며 최소한 표면적인 합법성이라도 주장하려 했다. 국제법을 위반하면서도 동시에 국제법의 틀 안에서 자기 정당화를 시도하는 이러한 아이러니는, 역설적이게도 침략국조차 법률 용어로 자기 행동을 설명해야 할 필요를 느꼈음을 보여준다.

반면 자칭 자유민주 진영의 리더인 미국의 최근 행보에서는 그런 최소한의 법적 수사(rhetoric)조차 찾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5년 복귀 이후 국제 규범을 경시하는 태도를 노골화했다. 그는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을 강제 이주시키는 방안을 공공연히 거론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합병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 심지어 그린란드와 캐나다 일부를 점령하거나 파나마 운하를 탈취하는 시나리오까지 암시함으로써, 명백한 불법 행위를 고려 가능한 옵션으로 격하시켜 국제 규범의 금기를 희석시켰다.

이러한 언행들이 세계 질서를 법의 지배(Rule of Law)에서 힘의 지배로 회귀시킬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고, 현실로 나타난 미국의 행동은 정확히 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2025년 이후 카리브해와 태평양 일대에서 마약 카르텔 간부를 대상으로 한 드론 공습, 그리고 마침내 2026년 1월 3일 주권국 정상에 대한 직접적인 납치까지, 미국은 넘지 말아야 할 금단의 선을 넘어섰다.

과거 미국은 군사행동 시, 때로 억지스럽더라도 유엔 헌장상 자위권이나 인도적 개입 등 근거를 찾으려 애써왔다. 1989년 파나마 침공이나 2003년 이라크 전쟁 때도 나름의 논리를 동원했다. 그러나 이번 마두로 체포와 같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 행위에 대해 미국 정부는 별다른 법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는 규범에 구애받을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는 태도다. 국제법을 위반하면서도 존중하는 척했던 러시아와, 아예 국제법 자체를 경시하는 미국의 대비는 오늘날 국제 규범 지형의 역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잘못 적용된 논리라도 내세우는 행위는 국제법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반면 이번처럼 아예 무시해버리는 태도는 자신이 남들에게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기대 자체를 내포하기에 훨씬 더 위험하다.

자유민주국가들이 규범을 저버리고 국제기구가 침묵하는 상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한 '확고한 결의' 작전 진행 상황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마러라고 자택에서 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과 함께 지켜보고 있다. ⓒ EPA 연합
 

국제 규범이 이처럼 흔들릴 때, 그 파장은 단순한 조약 위반 사례를 넘어선다. 특히 국제 규범을 설계하고 지지해온 자유민주국가들 스스로 규범을 경시하거나 저버릴 때 질서는 근본부터 흔들리게 된다. 이는 역사가 입증한 교훈이다.

1930년대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 체제 붕괴는 표면적으로 이탈리아, 일본, 독일 등 권위주의 국가들의 침략이 원인이었으나, 그 이면에는 영국과 프랑스 같은 민주국들의 책임 방기와 이중 잣대가 자리했다. 1935년 이탈리아의 에티오피아 침공 당시, 영국과 프랑스는 이를 제어하기는커녕 묵인함으로써 국제연맹의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켰다. 규범 붕괴 조짐 앞에서 지도자들은 단호히 대처하지 못했고, 그 결과 히틀러의 독일은 오스트리아 합병, 폴란드 침공으로 폭주하며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파국을 초래했다. 당시 자유 진영 지도자들조차 식민지 이익을 위해 원칙을 선택적으로 적용했던 위선이 규범 수호 의지를 약화시킨 것이다.

오늘날 양상도 이와 섬뜩할 정도로 닮아 있다. 서방 민주국가들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강조하면서도, 자국이나 우방에 불리하면 국제법을 무시하거나 편법으로 피해왔다. 미국은 국제형사재판소(ICC) 관할을 부정하고 제재를 가하거나 유엔 인권기구를 탈퇴하는 등 규범 체제를 경시해왔다. 특히 2023년 가자지구 전쟁에서 수천 명의 민간인이 희생될 때 일부 서방 지도자들이 보인 방조적 태도는 전후 국제질서의 막이 내리는 신호탄과 같았다.

더욱 통탄스러운 현실은 국제연합(UN), 그 중에서도 세계 평화와 안전의 일차적 책임을 지닌 안전보장이사회의 처참한 몰골이다. 오늘날 안보리는 사실상 뇌사 상태에 빠져 있다. 국제법 위반을 제재하는 수단이 아니라, 강대국과 그 동맹들의 불법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정치적 방패로 전락했다. 헌장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유엔의 현주소는, 1930년대 국제연맹의 무능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때, 힘을 앞세운 국가들은 더욱 대담해지게 마련이다.

자유민주국가들이 규범을 저버리고 국제기구가 침묵하는 상황은 독재국가의 일탈보다 훨씬 근본적인 위험을 초래한다. 규범을 설계하고 수호자를 자임했던 이들이 규칙을 어길 때, 규칙 자체의 정당성이 무너지고 지지 기반이 붕괴되기 때문이다. 규범 위반 자체보다 심각한 것은 규범을 지킬 의지의 소멸이다.

인류에게 국제법보다 더 나은 언어와 규칙은 아직 없다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위대가 마켓 스트리트를 따라 유엔 광장까지 행진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군의 군사 행동에 반대하고 있다. ⓒ EPA 연합


그렇다면 이 혼란 속에서 국제법은 사망 선고를 받은 것인가? 혹자는 강대국이 제 마음대로 행동하는 현실 앞에서 조약 따위는 종이 호랑이에 불과하다고 자조한다. 국제법학자로서 깊은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현실주의와 자유주의의 이론적 논의를 넘어서, 우리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사람이 이렇게 많이 죽어 나가는 사태를 법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혹은 최소한의 절차라도 갖추어야 한다는 '레드 라인은 존재해야 하지 않는가?"

그로티우스(Grotius) 시기부터 전쟁법이 국제법의 핵심으로 다루어진 이유는, 전쟁이 일반 살인과 다르지 않다면 야만과 다를 바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국제인도법은 전쟁을 허용하려고 태어난 법이 아니다.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허용될 수 없는 잔혹함의 하한선을 그어 인간성을 보존하기 위한 장치다. 인권 관점에서 국제법의 존재 이유는 이상주의적 평화의 약속이 아니다. 오히려 폭력의 비용을 올리고, 정당화의 부담을 키우며, 사후 책임 추궁의 경로를 남기는 냉혹한 현실적 필요성에 있다.

역사는 위기와 재건의 연속이었다. 국제연맹의 실패 위에서 유엔이 출범했고, 뉘른베르크의 교훈 위에서 제네바 협약과 인권 체제가 섰으며, 냉전 후 학살을 딛고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탄생했다. 이 모든 과정은 국제법이 죽은 법이 아니라, 비극을 통해 학습하고 진화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지금 국제법 체제가 시험대에 올라 있다면, 독재자들의 도전 때문만이 아니라 자유 세계의 규범적 리더십 부재와 유엔 시스템의 마비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법을 포기하는 길은 해답이 될 수 없다. 국제법은 단지 규칙 집합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공통 언어이자 최소한의 윤리적 기준이다. 심지어 북한이나 하마스 같은 행위자들조차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국제법을 거론한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국제법의 규범력이 완전히 죽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국제법은 완벽하지 않다. 강대국에겐 관대하고 약소국에겐 엄격하다는 비판도 뼈아픈 진실이다. 하지만 국제법이 없었다면, 우리는 침략을 침략이라 부를 수 없고, 전쟁범죄를 범죄라 규탄할 기준조차 갖지 못했을 것이다. 국제법 없는 세계는 오직 힘의 논리와 약육강식만이 지배하는 야만의 세계일 뿐이다.

최근의 혼란 앞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체념이 아니라, 법적 금지선과 절차적 정당성을 다시금 분명히 하는 결단이다. 특히 작동 불능에 빠진 유엔 안보리를 대신해서라도 각 국가와 시민사회는 법의 레드 라인을 재확인해야 한다. 민간인 학살 금지, 영토 강제병합 불인정, 주권 존중과 같은 기본 원칙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1945년 유엔 헌장의 약속은 지금 숨이 가쁘고 상처 입었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인류에게 국제법보다 더 나은 언어와 규칙은 아직 없다. 국제법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난폭한 힘이 난무하는 분열된 세계에서 인류의 존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백범석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미국 백악관의 엑스(옛 트위터) 긴급대응 계정은 3일(현지시간) 뉴욕에 있는 마약단속국(DEA) 사무실에서 구금 상태로 복도를 걸어가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영상을 공개했다. ⓒ 백악관 긴급대응 엑스 계정 게시물
 


2026년 1월 3일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하여 베네수엘라 현 대통령인 니콜라스 마두로를 체포하는 사태가 발발했다.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주도하던 초강대국 미국이 국제규범 등을 모조리 무시하며 자국법에 따라 타국의 대통령을 '납치'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예상치도 못한 전격적인 기습에 베네수엘라 당국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으며 채 2~3시간만에 마두로 대통령이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납치되어 미국으로 호송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민주적 정당성이 약한 마두로 정권이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

이 충격적인 사태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번 사태는 미국의 제재가 얼마나 효과적이지 못한지를 잘 드러내는 사례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베네수엘라는 오랫동안 이중권력 상태에 놓여 있었다. 선거부정 등을 이유로 후안 과이도(Juan Guaidó) 국회 의장이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직을 맡겠다고 선언하고 유럽, 미국 등의 친서방 세력 50여 개국이 그걸 승인한 순간부터 그랬다.

분명 마두로 정부는 선출 과정에서 문제가 많았기에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대통령 연임에 성공했지만 야당후보들을 탄압했을 뿐만 아니라 친(親)마두로 성향의 의원들이 다수 포진된 초헌법적 기구인 '제헌의회'가 선거를 주관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과이도를 정부 수반으로 인정한 뒤에 미국은 거듭해서 베네수엘라를 제재했고 베네수엘라는 달러 수입의 대략 98%에 해당하는 수입원인 원유수출길을 상실했다. 안그래도 파탄으로 내몰리고 있던 베네수엘라 경제는 파국에 직면했다. 미국은 과이도 임시정부를 앞세워서 마두로 정권을 무너뜨리고 군부를 비롯한 다른 국가기관들의 이반을 유도하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이미 2020년 4월 일부 망명자들이 주도한 무장반란은, 쿠바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처참하게 실패했고 마두로 정부는 제재 이전보다 오히려 더 안정적인 권력유지를 해냈다.

결국 2022년 임시정부 해산이 결정되면서 후안 과이도는 임시대통령에서 물러났을 뿐만 아니라 국회의장직에서도 물러나면서 정치적으로 몰락했다. 석유공급지로서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과 척을 지자 바이든 행정부는 서둘러 베네수엘라와의 관계개선 의지를 표명했고 그것이 마두로 정권에 힘을 실어줬던 것이다. 그렇게 2023년 베네수엘라 임시정부가 완전히 소멸하면서 2026년 현재까지 마두로 정권이 유지될 수 있었다.

후안 과이도 임시정부로 대표되는 베네수엘라 내의 반체제 세력과 미국 및 서방세력의 압박을 통한 '평화적'인 정권이양은 실패로 끝났고 마두로 정권의 권력은 더욱 공고해졌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한 게 바로 오늘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군사적 개입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보면 미국은 외과수술과도 같은 정밀 타격을 통해 마두로 정권의 수뇌부를 제거하고, 정권 내에서의 권력변동에 따른 협력자의 등장을 꾀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작년에 있었던 이란 핵시설 타격의 연장으로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다시 말해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핵시설 타격, 베네수엘라 참수작전 등과 같은 외과수술적인 군사적 개입을 통해 변화를 유도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난 변수에 기초해 협상을 이어가는 방식을 선호한다.

'다른 수단에 의한 전쟁' 제재의 효과가 약해진 결과
차베스의 '21세기 사회주의'는 마두로의 '마피아 자본주의'로 후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지난 12월 1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린 지역사회 기반 단체들의 취임 선서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마두로 정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열린 행사다. ⓒ 로이터/연합뉴스관련사진보기


이와 같은 방식의 군사적 개입을 왜 반복해서 시도하는 것일까.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협상 스타일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미국의 한계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미국은 광범위하게, 특히 러시아, 중국 등에 대해 제재를 남발해왔다.

미국의 제재 외교를 분석한 일본의 스기타 히로키는 <미국의 제재 외교>라는 책에서 제재 외교가 등장하게 된 이유로 전쟁에 반대하는 국민여론, 핵무기 등으로 대표되는 압도적인 살상력 등으로 인해 더 이상 대규모의 지상전을 치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라 지적한다. 전쟁이 불가능해진 상황이지만 갈등과 분쟁은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제재'이다.

스기타는 이런 맥락에서 제재를 "다른 수단에 의한 전쟁"이라 지적한다. 미국은 전쟁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제재라는 다른 수단을 통해 계속해서 전쟁을 해왔던 것이다.

문제는 제재의 효과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러시아, 중국, 베네수엘라 등의 국가들에 광범위한 제재를 가해왔지만 그 효과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왜 그럴까. 베네수엘라를 예시로 설명하자면 제재의 목적과 효과에 대한 적절한 고려 없는 '남발' 때문이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광범위한 제재 이전에 이미 경제가 파탄나고 있었기 때문에 제재로 인한 효과와 진행중이던 경제붕괴의 추세를 뚜렷하게 구별하기 어려웠다. 아마 대체로 효과도 크지 않았을 것이다. 2013년부터 2021년까지 베네수엘라의 1인당 GDP는 80% 이상 감소했지만 그 대부분은 제재가 이뤄지기 이전인, 2017년 이전에 발생한 것들이었다. 즉, 미국의 제재는 무너지는 경제에 가속도를 붙였을 뿐, 정권의 명줄을 끊는 결정적 변수는 되지 못했던 셈이다.

둘째로 제재는 상대방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한 광범위한 경제제재는 중국의 경우에는 미국의 제재를 무력화시킬 여러 수단과 역량을 증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러시아의 경우 최소한 그에 대비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갖추도록 유도하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베네수엘라의 경우도 다르지 않아서 마두로 정권은 국내외의 압박을 계기로 새로운 권력기반을 창출하였다.

예컨대 마두로 정권은 초인플레이션으로 베네수엘라 통화체계가 붕괴된 상황에서 서둘러 국내외의 모든 교환체계를 '달러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비공식 달러화'라고 불리는 현상이 급격하게 퍼지면서 베네수엘라 전체 거래의 절반 이상이 미국 달러로 결제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역설적이지만 이러한 '비공식 달러화'는 기존의 국가통제 하에 놓여 있던 경제를 완전히 '자유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무역자유화와 비공식 달러화가 함께 이뤄지면서 민간의 수요에 맞게 어떠한 형태의 상품이든 공급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한편에서는 국가의 권위주의적인 통제, 특히 마두로 개인의 사적인 지배연합으로 전락해가는 질적 하락이 이뤄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달러화를 매개로 한 시장자유화에 힘입어 자본주의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마두로 정권은 경제위기를 맞이해 조용히 국유자산들을 매각하며 민영화했고 이 과정은 거의 대부분 비밀에 붙여졌다.

이렇듯 차베스의 '21세기 사회주의'는 마두로의 '마피아 자본주의'로 후퇴했던 것이다. 이러한 후퇴에도 불구하고 마두로 정권은 살아남았다. 중국, 튀르키예, 시리아, 이란 등의 반미 성향의 국가들과의 경제적 관계를 강화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무역관계를 형성해나가면서 권위주의적 자본주의를 확장했다. 미국 등의 서방 세력의 압력 속에서 반(反)제국주의를 기치를 내걸고 국영부문을 '구조조정'하는 우경화된 정책들을 견지했던 것이다.

마두로 정권을 전복해야 할 이유가 무엇?… 우리의 시선은 '대만 해협'으로 향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군 공습 이후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마러라고 관저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UPI 연합뉴스관련사진보기


그렇게 7년 간의 구조조정과 새로운 무역관계의 수립, 비공식 달러화를 매개로 한 자본주의의 발전, 군대의 사병화, 국가기구의 사조직화 등의 변화를 거쳐 마두로 정권은 2021년을 기점으로 베네수엘라 경제를 다시금 성장세로 돌렸으며 회복 중이기는 하지만 중남미 내에서 최고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서방세력의 압박이 베네수엘라의 체제 성격을 바꿔놓았던 것이다.

이렇듯 제재의 효과가 낮아지자 미국으로서는 정밀한 외과수술적 타격이라는 군사적 개입의 '최소화'를 전제로 한 내부 변화의 유도를 꾀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마두로 정권을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적 수단을 활용하지 않고 타격해 전복시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군사적 개입이 현실화된 건 이런 맥락이다. 이라크, 아프간 등의 대규모 군사개입의 실패가 경제제재의 남용으로 이어졌고, 그 제재의 효과가 줄어들자 다시금 '최소한'의 군사적 개입으로 선회한 것이다.

지금은 최소한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처럼 미국이 지상군을 주둔시키는, '대규모'의 군사개입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전세계적 개입에서 지역적 개입으로 그 개입 범위를 축소시키면서 경제제재와 군사적 개입이라는 다양한 선택지를 활용하여 세력권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제재의 무력화, 군사적 개입의 최소화 등의 '합리적'인 수단의 활용에도 불구하고 그 목표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이 바로 지금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권을 전복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혹자는 석유 자원의 확보 때문이라고 하고 트럼프 대통령 또한 미국의 석유기업들이 베네수엘라에 투자할 것이라 공언하지만 핑계에 가깝다. 베네수엘라 석유 시설들은 이미 노후화된 지가 오래라 미국이 제대로 수익을 내고자 한다면 상당한 기간, 상당한 정도의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 이는 곧 대규모의 지상군 주둔을 전제로 한다. 지상군 주둔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그리 합리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마약과의 전쟁 운운하는 것도 설득력이 약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미국에 유통되는 마약의 대부분은 태평양을 통해 유입되지, 베네수엘라나 카리브해를 경유하지 않는다. 당장 콜롬비아가 세계 최고 수준의 코카인 생산국이지만 미국이 그를 공격하지 않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베네수엘라 이주민, 난민 등의 유입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합당한 설명이라 보기 어렵다. 중남미 출신 유권자들의 지지를 구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이미 바이든의 민주당 정부에 패했던 전략이다.

수단의 합리성은 보이지만 목적의 합리성이 보이지 않는 이 기묘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메시지란, 미국이 다시금 먼로독트린(Monroe Doctrine)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 정도이다.

앞으로 미국이 멕시코, 캐나다 등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하고 그린란드를 병합하는 일이 정말로 일어날지도 모른다. 대규모의 군사적 개입부터 경제제재까지 활용가능한 수단이 여전히 '효과'를 보일 수 있는 지역으로만 세력권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여러모로 이번 사태는 미국의 제재와 군사적 개입의 효과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는 징표로 해석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앞으로 미국이 베네수엘라, 멕시코, 캐나다, 그린란드 등에 취할 조치를 지켜보면서 우리의 시선은 대만해협을 향해야 한다. 미국이 국가이성을 상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과 대립의 위험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일이 정말로 현실화될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동북아의 평화를 지켜나갈 것인가. 미국 없는 세계 속에서 한국이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고민해볼 때가 아닌가 한다.     

                                                                                                 < 손민석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