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종식을 막으려는 알박기”라는 비판 거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열흘 뒤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8일 지명했다. 국회 선출 103일 만인 이날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끼워넣기 인사’를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두 자리는 ‘대통령 몫’인데다 이완규 처장은 내란 가담 의혹도 사고 있어 “위헌”이자 “내란 종식을 막으려는 알박기”라는 비판이 거세다. 야당은 한 권한대행 재탄핵 검토에 들어갔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 앞서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최상목) 경제부총리 탄핵안이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고,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심판 역시 진행 중인 상황에서 헌재 결원 사태가 반복돼 헌재 결정이 지연될 경우 대선 관리 등에 심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오는 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후임자 없이 퇴임하면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0~12월처럼 다시 ‘6인 체제’가 돼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헌재가 위헌이라고 거듭 판단해 더는 미룰 명분이 없는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는 동시에 이들을 지명한 것이다. 한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제청과 국회 동의 과정을 마친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도 대법관으로 임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덕수 총리에게는 그런(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할) 권한이 없는데, 자기가 대통령이 된 걸로 착각한 것 같다. 토끼가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고 호랑이가 되는 건 아니다”라며 “오버하신 것 같다”고 비판했다. 헌재는 국회 선출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 대통령 임명 3명으로 구성되는데, 임명직 총리가 선출직 대통령과 똑같은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얘기다. 민주당은 이 처장 등이 지명되자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권한쟁의 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률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선 한 권한대행 재탄핵 목소리가 쏟아지는 가운데, 조국혁신당은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이완규 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데 한층 격앙됐다. 이 처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46년 지기인데다, 12·3 비상계엄 이튿날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회동을 해 내란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된 상태다. 민주당은 공수처의 즉각 수사를 촉구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내란 공범 혐의자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건, 윤석열의 의지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이 공석이 될 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 처장은 미스터 법질서, 미스터 클린”(권성동 원내대표)이라고 반겼다. 하지만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 한겨레 장나래 전광준 김채운 기자 >
한덕수, 이완규 인사 검증은 했나…직무 복귀 뒤 15일 만에 지명
통상 인사 검증에 한 달 걸려

위헌·월권 논란이 커지고 있는 ‘이완규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과정에서 인사검증을 했는지를 두고도 의혹이 제기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직무 복귀 기간을 고려하면, 제대로 된 인사검증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사검증 없이 지명부터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참석 뒤 기자들을 만났다. 이 처장은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소식을 언제 들었냐는 질문에 “어제 들었다”고 했다. 언제 인사검증에 동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통상 정부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기간은 한 달 정도라고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고위공직을 지낸 인사는 “국세청 납세내역부터 준비해야 할 자료가 많다. 탄핵 기각으로 한덕수 권한대행이 직무에 복귀한 시점을 고려하면 검증 자체가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 정상적 지명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직무정지 상태에서는 어떤 지시도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대통령 지명도 없이 민정수석 등 참모가 자기 마음대로 인사검증을 시작할 수도 없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달 2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했다. 직무 복귀 당일 이완규 처장에 대한 인사검증을 지시했다고 가정해도, 당사자에게 지명 사실을 알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5일에 그친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한덕수 총리가 복귀한 지 고작 2주인데 그동안 한 총리 스스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찾고 검증까지 마쳤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인 사찰 논란으로 폐지됐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위한 신원조사 기능을 부활시켰다. 고위공직 경험이 있는 인사는 “국정원에서 지인 등을 대상으로 평판 조회에 들어가면 곧바로 소문이 난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한 권한대행이 이완규 처장을 지명하는 배경에 파면된 윤석열이나 국민의힘 친윤석열계 의원, 용산 대통령실 참모 등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12·3 비상계엄 이전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이완규 처장을 헌법재판관에 임명하려 한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돌았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내란 수괴 윤석열의 의지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인사”라고 했다.
법제처장은 국회 인사청문 대상이 아니다. 앞서 법제처장 임명을 앞두고 인사검증을 했더라도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을 상대로 엄격한 인사검증을 했다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 김남일 기자 >
정규재 “간신배 한덕수, 윤석열 은밀한 지령 수행”…이완규 지명 맹비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기습적으로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위헌적 월권 행위’라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보수 논객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무능하지만 기회주의적인, 노회한 직업관료 인생에 대미를 장식하는 화룡점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 권한대행은 임명직에 불과해 민주적 정당성이 없음에도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은 현상유지 차원에서만 행사돼야 한다’는 학계의 통설을 깨고 전날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지명해 거센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정 전 주필은 특히 이 처장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에 윤 전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 처장은 윤 전 대통령의 대학 친구이자 사법연수원 동기로 46년 지기다. 정 전 주필은 “이완규를 임명(지명)한 것은 전적으로 파면당한 윤석열의 지시요 부탁이다. 한덕수가 이완규를 임명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한덕수의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절대적이며 마지막인 충성”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주필은 앞서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해야 한다”며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거부한 뒤 최상목 당시 권한대행 역시 마은혁 후보자를 제외한 2명만 임명한 배경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윤석열 탄핵 판결에서 5 대 3으로 팽팽한 가운데 추가로 1명이 더해져 6 대 3 파면이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소위 (탄핵) 반대표를 줄이기 위한 꼼수였음이 입증되는 것”이라며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한덕수를 비롯한 이들 무리는 탄핵을 방해하는 헌정 유린의 죄를 범한 것이 되고 만다”고 주장했다.
정 전 주필은 한 권한대행 등에 대한 처벌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 권한대행 등은 명확하게 헌법재판소 구성을 방해한 중범죄자들이다. 이들에 대한 의법처리가 필요하다”며 “한덕수 같은 간신배들이 윤석열의 은밀한 지령을 수행하면서 나라를 어지럽히게 둘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12·3 내란사태 하루 뒤 윤 전 대통령과 안가 회동을 한 4인방 가운데 한 명으로 내란에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이 처장에 대해서도 “내란죄 공범으로 수사가 즉각 신속하게 재개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심우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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