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이 대통령, 민주당이 왜 저런 결정 내렸나 가장 많이 물어”

“사법부 비정상적 행위, 파헤치되 보복하듯 보여선 안돼”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지난 9월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6일 “비정상적인 사법부 행위에 대해 파헤치고 진상이 드러나야 하지만, 복수하고 보복하듯이 보이는 것은 올바른 방식은 아니”라며 “국민이 납득하고 좋아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정의롭다고 해서 늘 지혜로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 수석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출연해 지난 5월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전례 없이 초고속으로 이재명 당시 대통령선거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 환송한 것과 관련해 “조희대 대법원장이 당시 유력한 야당 후보를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판결을 내린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귀연 판사가 내란수괴(윤석열 전 대통령)를 풀어줘서 거리에 활보하게 한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우 수석은 이와 관련해 “앞으로 여당과 대통령실이 협력해 개혁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개혁하지 않을 수는 없다”면서도 “중도진영, 합리적 보수진영에 계신 분들 가운데서는 ‘개혁하는 것은 좋은데, 싸우듯이 하는 것은 불편하고 피곤하다’며 피로를 얘기하는 분들이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국민의 사랑을 받고,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접근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지금 민심은) ‘여권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런데 세상이 조금 시끄럽다’는 게 총평으로 보인다. 시끄럽지 않게 개혁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논란이 됐던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수사와 기소 분리가 이뤄졌으니 앞으로는 국민 입장에서 물 흐르듯, 탈이 나지 않게 시스템 개혁이 흘러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소개했다.

 

우 수석은 또 ‘이재명 대통령이 정무수석에게 가장 많이 질문하는 게 무엇이냐’는 사회자의 물음에 “‘당이 왜 저런 결정을 내렸나’(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한다). 대통령이 당에 간섭하지 않다 보니 (당 결정의) 배경을 알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대통령의 생각을 (여당에) 전달하면 당이 곤혹스러워할 때가 있다”며 “저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나 취지에 전부 동의하지만 가끔 (대통령실과 여당 사이에) 속도나 온도에 차이가 난다”며 “이로 인한 고민을 할 때 제일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기소 분리와 관련해 특검 검사들이 원대복귀 입장을 낸 데 이어 내란 특검 검사들도 검은색 정장과 타이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것에 대해 “반발이라기보다는 수사·기소 분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저 정도 해프닝은 모른 척하고 지나가는 것이 바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현지 제1부속실장(전 총무비서관)을 둘러싼 국정감사 출석 논란에 대해선 “(1인 체제의) 대변인은 부하가 걸려서 언론 담당 경험이 있고 기자 출신이며 이재명 대통령 복심을 잘 이해하는 김남준 부속실장을 (두번째)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다른 분들의 연쇄 인사이동이 있는 과정에서 김 총무비서관을 부속실장에 임명한 것인데 김 총무비서관을 국회에 출석시키지 않기 위해 김 부속실장을 대변인으로 임명했다는 것은 정말 억지 주장이다. 국회에서 의결하면 김 총무비서관은 (국회에) 100% 나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현재 몇 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냉정하게 말하면 57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 시일에 국가 정상화를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마이너스 경제를 플러스 경제로 돌려놨다. 코스피가 3500을 돌파했다. 경제가 살아나고 있고 미래 희망이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다자외교를 통해 외교 정상화도 이뤘다. 이제는 민생 회복과 성장동력 확보가 과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특별히 관심을 갖는 현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다. 산업재해와 자살률 등이다. 두번째는 대한민국의 미래 먹을거리다. 진보 성향 대통령 가운데 경제성장에 관심을 가장 많이 갖고 있다”고 전했다.   < 김광수 기자 > 

 

민주 김영진 “‘조희대 청문회’ 한 사람들 성찰해야”…추미애 · 지도부 직격

“이 대통령, 잘못한 것 없는데도 지지율 최저치”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영진 의원실 제공
 

‘원조 친명계’로 알려진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와 민주당 정당 지지도가 정권 교체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과 관련해, 당 지도부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추미애 위원장을 향해 “성찰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 의원은 2일 와이티엔(YTN)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거의 50%, 52% 이런 수치가 나오고 (민주당) 정당 지지율도 정권 교체 이후로 지금 사상 최저로 나오고 있다”며 “왜 그랬을까. 당 지도부와 지금 조희대 청문회를 진행했던 법사위원장과 많은 사람들이 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 대통령께서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지지율이 우하향해서 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고 집권 여당과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으로서 저는 다시 한번 성찰해 보고 새롭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조 대법원장 ‘대선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한 추미애 위원장의 국회 법사위와 관련해 “조희대 없는 조희대 청문회가 됐는데 썩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며 “지금 대한민국 국회 법사위가 재구조화될 필요가 있다. 너무 소모적이고 국민들 보시기에 적절한 법사위 운영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더 이상 법사위가 마치 대한민국 국회의 표본인 양 보이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가 지금 그 문제 가지고 여야 국회의원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은 상황은 아니”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우상호 정무수석이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당은 지지층을 의식해 개혁과제를 중심으로 당을 끌고 가고, 대통령은 국민 전체를 상대로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강렬한 지지층 의견에 따르는 민주당 지도부나 의원들의 반응 등이 일부분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어려움이 있기도 한 상황들이 있다”고 했다. 그는 “그것이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와 정당 지지율에 반영됐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대해 우 수석이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편,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에서 1부속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현지 실장의 국정감사 출석 문제와 관련해서는 “부속실장이 국정감사에 나온 예가 없기 때문에, 대통령실의 판단 그리고 여야 원내대표 간에 협상을 통해서 국정감사 증인을 선택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 맞춰서 결정하면 된다”며 “더 이상 김 실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가지고 논쟁하는 건 별로 그렇게 유익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김 실장이 총무비서관이던 때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실 당연직 국정감사 대상으로 (국감장에) 나왔기 때문에 총무비서관을 맡는 사람이 누구더라도 나와서 소명하는 게 도리”라고 말한 바 있다. ​     < 고한솔 기자 >

 

 “국민 세심히 살피는 것이 대통령 가장 큰 책무임을 명절 맞아 다시금 새겨”

 

이재명 대통령 엑스(X)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이 “때로는 간과 쓸개를 다 내어주고, 손가락질과 오해를 감수하더라도 국민의 삶에 한 줌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7일 오전 인스타그램과 엑스(X) 계정에 글을 올려 이렇게 언급한 뒤 “국민 여러분의 오늘과 민생의 내일을 더 낮은 마음으로, 더 세밀히 챙길 것을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추석 인사 때 찍은 것으로 보이는 한복 입은 대통령 내외의 사진 여러장도 함께 올렸다.

 

최근 국가전산망 마비 사태 중에 예능 프로그램인 ‘냉장고를 부탁해’ 녹화를 한 일로 야권의 비난이 거센 가운데, 이번 방송 출연이 ‘추석 명절을 맞은 케이(K)푸드 홍보 취지’였음을 강조하며 ‘비판도 감내하겠다’는 입장을 에둘러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어 이 대통령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기 다른 환경과 상황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국민 여러분을 세심히 살피는 것이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임을 명절을 맞아 다시금 새겨본다”며 “이번 추석 인사에서도 말씀드렸듯 명절의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기에는 민생의 현실이 결코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사랑하는 이들과 서로를 응원하고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그럼에도’ 웃으며 함께 용기를 나누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썼다.       < 최예린 기자 >

 

‘식사 번개’ ‘즉석 간담’→‘공식 만남’…이 대통령 달라진 소통

 

이재명 대통령이 6월1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지하 1층 구내매점에서 출입기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오늘 이 대통령이 어디에 나타날까?”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6~7월,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은 이 대통령의 ‘위치’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 대통령이 종종 예고 없이 대통령실 커피숍과 식당을 찾아 기자들과 차담을 나누거나 ‘점심 번개’를 하며 현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의견을 들었기 때문이다. 새내기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거리가 되는 상황이라, 대통령의 위치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기자들 용어로 ‘물을 먹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렇게 비공식적으로 기자들을 만나는 파격 행보를 즐겼다. 기자들 사이에 알려진 이 대통령과 기자들의 비공식 만남은 6월10일, 11일, 26일, 7월8일 등 총 네 차례에 이른다. 이외에 알려지지 않은 비공식 만남이 더 있을 수 있다. 이전 대통령 때는 쉽게 보기 힘든 행보였다. 기자들 사이에 이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격의 없는’ 소통을 한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이런 비공식적 만남은 기자들에게 대통령의 고민과 속내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고, 이재명 정부의 정책과 비전에 대한 보도를 더욱 내실 있게 할 수 있게 만드는 자양분이 됐다.

 

특히 지난 7월8일 이 대통령은 김민석 신임 국무총리와 함께 대통령실 구내매점에서 출입 기자 10여명을 만나 커피를 마시며 현안에 대해 문답을 주고받는 즉석 간담회를 가졌다. 이 대통령은 ‘비보도’를 전제로 공개 석상에서 하기 힘든 국정의 뒷이야기들을 쏟아냈고 기자들이 취재하면서 어려운 점이 없는지 묻기도 했다. 이날 모임은 사전 약속이 아닌 그야말로 우연한 만남이었고, 10여명의 기자들은 운 좋게 이 대통령과 장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보도가 가능한 즉석 간담회도 종종 있었다. 완전한 ‘조우’는 아니고 공식-비공식 만남의 중간쯤 되는 만남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17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캐나다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20분간 즉석 기자간담회를 했고, 7월23일 일본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는 50분간 기자 질문을 받았다. 이날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 어떤 자세로 임하는지 솔직한 심정을 보도 가능한 수준에서 충분히 설명했다.

 

취임 두 달을 넘긴 8월부터 이 대통령은 이런 비공식 만남을 급격히 줄였다. 이 대통령이 구내매점 등에서 기자들과 ‘번개 만남’을 갖는 경우는 사라졌고, 국정 뒷얘기를 들을 기회도 거의 없어졌다. 대신 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르게 100일 만에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여는 등 공식적인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의 소통 스타일이 바뀐 이유로 ‘대통령실 체제 완비’를 먼저 꼽았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초기에는 홍보수석도 없었고, 대통령실 체제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지금은 대통령실 진용이 완전히 갖춰지니 안보는 안보실장이, 정책은 정책실장이, 전체적인 것은 홍보수석이 설명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는 자리가 줄어든 면이 있다”고 말했다.

 

‘외부일정 확대’도 취재진과의 비공식 접촉이 줄어든 이유 중 하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비공식 접촉을 일부러 줄인 것은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일정을 보면 알겠지만, 워낙 일정이 많고 바쁘다. 이전에 기자들과 구내식당에서 식사할 때 조우하면서 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일정이 없다 보니 비공식 접촉도 줄어든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8월부터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본격화하는 등 비공식 간담회에서 풀어내기 어려운 민감한 주제가 많아진 것도 이 대통령이 비공식 접촉을 줄인 이유 중 하나이다. 국익을 위해 보도되어서는 안 되는 사안이 늘면서 이 대통령이 기자들과의 격의 없는 만남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 신형철 기자 >

 

‘냉부해’ 김풍 요리에 이 대통령 “보기와 다르네…문화자산 핵심은 음식”

‘세계 알릴 K푸드·식재료 시래기’ 요리 요청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김혜경 여사가 6일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모습. 유튜브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추석을 맞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문화자산의 핵심은 음식”이라며 ‘케이(K) 푸드’를 세계에 알릴 식재료 ‘시래기’로 요리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제이티비시(JTBC)는 이날 밤 10시, 이 대통령 부부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특집 방송을 방영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예능 프로그램에 나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앞서 ‘케이 푸드를 홍보하자’는 취지 아래 지난달 28일 사전 녹화를 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본격적 요리 대결에 앞서 “추석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풍성함”이라며 “우리 국민 여러분 모두 즐거운 추석이 되셨으면 좋겠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문화가 (중요한) 자산이다. 그중 케이팝이나 드라마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문화의 핵심은 음식”이라며 “음식은 (입맛이) 고정되면 잘 바뀌지 않는 만큼 지속성이 있어 산업적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식을 세계에 알리고 나아가 케이푸드 수출에 도움이 되고자 프로그램에 나왔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자원이 많지 않지만 문화는 세계가 주목할 자산”이라며 “케이푸드를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셰프들에게 부탁한 요리 주제 역시 ‘전 세계에 알리고 싶은 케이푸드’와 ‘전 세계에 알리고 싶은 케이식재료, 시래기’로 정했다. 이 대통령은 “시래기는 (저에게 있어) 추억의 음식이자, 맛도 좋고 비타민도 풍부한 건강식”이라며 “원산지 ‘한국’을 표시해 얼마든지 수출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시래기를 ‘전 세계에 알리고 싶은 식재료’로 꼽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김 여사의 요리 중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시래기 고등어조림’을 꼽기도 했다.

 

정지선 셰프는 멥쌀가루를 섞은 시래기 반죽으로 만든 송편 ‘시래기 떡상’을 내놨고, 김풍 작가는 누룽지로 만든 도우에 들기름과 버터를 섞어 볶은 시래기, 비트로 물들여 페퍼로니처럼 만든 연근을 올린 ‘이재명 피자’를 선보였다. 다소 낯선 조합으로 이뤄진 김 작가의 음식을 먼저 시식한 김 여사가 “이게 왜 맛있냐”며 웃자, 이 대통령 등 출연진도 함께 웃었다. 이 대통령도 이후 피자를 한입 먹고는 “보기와는 다르다”며 “독자적인 상품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감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승리는 김 작가에게로 돌아갔다.

 

‘전 세계에 알리고 싶은 케이푸드’를 주제로 한 대결에선 손종원 셰프가 잣을 활용한 타락죽과 보리새우강정, 더덕 섭산삼, 콩가루 다식을 선보였고, 최현석 셰프는 외국인들의 입에 더 잘 맞도록 튀긴 닭을 이용한 삼계탕을 내놨다. 두 사람의 대결에 이 대통령과 김 여사가 각각 한 표씩을 던졌지만, 이 대통령 부부는 상의 끝에 손 셰프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프로그램에서 김 여사는 “(이 대통령이) 부부싸움을 하면 장문의 편지를 써서 주는 습관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제가 잘못해서 싸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냉장고를 부탁해는 추석 특집으로 특별 편성됐다. 애초 지난 5일 방영 예정이었지만, 최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국가전산망 장애를 수습하던 행정안전부 공무원이 사망해 전 부처가 추모의 시간임을 들어 지난 4일 대통령실 쪽에서 방영일을 연기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방송이 하루 연기됐다.                          < 이정애 기자 >

존 클라크 · 미셸 드브로예 · 존 마르티니스

 

 
 

 

스웨덴 왕립과학원이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양자컴퓨터 등 현존하는 양자기술의 근본 원리를 규명한 과학자 3명을 선정했다.

 

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존 클라크(83)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와 미셸 드브로예(71)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 존 마르티니스(67) 미국 산타바바라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를 선정했다고 7일 발표했다. 과학원은 이들의 수상 이유로 “초전도 회로를 이용한 거시적 양자 터널링과 에너지 양자화 현상의 발견”을 주요 공로로 꼽았다. 이는 전기회로 실험을 통해 양자역학 현상 중 하나인 ‘터널링’을 파악한 것으로, 양자 컴퓨터 개발의 핵심적 토대를 마련한 주요 업적으로 꼽힌다. 진공관이 트랜지스터로 바뀌면서 현재의 컴퓨터가 시작됐듯, 양자 컴퓨터가 가능하게 한 기초를 닦은 것이다.

 

원래 중첩과 얽힘, 터널링 같은 양자 현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원자나 전자의 세계에서만 일어난다고 인식돼 있다. 한데 이들 세 과학자는 ‘조셉슨 접합’(Josephson junction)이란 특별한 초전도 소자를 이용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크기의 전기 회로에서 양자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 장벽을 뚫고 지나가는 입자를 확인했는데, 이 인공원자가 바로 오늘날 양자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초전도 큐비트’(superconducting qubit)의 시초다.

 

드보르예 교수와 마르티니스 교수는 클라크 교수의 지도를 받아 1980년대에 이 획기적 실험을 성공시켰고, 이후 각자의 연구실에서 큐비트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왔다. 노벨위원회는 “100년 된 양자역학이 끊임없이 새로운 놀라움을 선사한다”며 “양자역학은 모든 디지털 기술의 기초이므로 매우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노벨 물리학상은 스웨덴 왕립과학원이 매년 물리학 분야에서 인류 발전에 기여한 과학자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과학계 최고 권위의 영예로 꼽힌다. 1901년 ‘X선’을 발견한 뢴트겐이 첫 수상자로, 6차례(1916·1931·1934·1940~42년) 수상자를 내지 못한 것을 제외하면 매년 수상자를 배출해왔다. 아인슈타인은 1921년 광전효과로 수상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은 메달과 증서, 상금 1100만 스웨덴크로나(약 16억5500만원)를 나눠 갖는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 박기용 기자  >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이정표…‘조절T세포’ 발견으로 노벨생리의학상

‘말초 면역 관용’ 원리 규명…임상시험단계 치료법도 여럿

 

 
 
6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발표된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AP 연합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조절T세포’(Regulatory T cell, Treg)를 발견해 면역체계가 자기 몸을 공격하지 않도록 하는 ‘말초 면역 관용’(peripheral immune tolerance) 원리를 규명한 공로로 매리 브런코, 프레드 램스델(이상 미국), 사카구치 시몬(일본) 등 3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6일(현지시각)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상 선정 위원회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면역체계가 우리 몸을 공격하지 않도록 막는 ‘말초 면역 관용’을 획기적으로 발견했다”라며 세 과학자를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매리 브런코는 미국 시애틀 시스템생물학연구소의 선임 프로그램 매니저이고, 프레드 램스델은 샌프란시스코의 소노마 바이오테라퓨틱스 과학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시몬 사카구치는 일본 오사카대학교 석좌교수다.

 

이들은 ‘면역 시스템의 경비원’이라고도 불리는 ‘조절 T세포’를 발견하고 그 작용 원리를 밝혀 자가면역질환의 이해와 치료에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조절 T세포’는 다른 면역세포를 감시하고, 몸의 면역체계가 자신의 조직을 스스로 공격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올레 캄페(Olle Kämpe) 노벨위원회 의장은 “이들의 발견은 면역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또 왜 우리가 모두 심각한 자가면역질환을 겪지 않는지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시몬 사카구치는 1995년 당시 많은 연구자들이 ‘중심 면역 관용’(central tolerance) 과정을 통해서만 유해한 면역세포가 제거된다고 믿을 때, 면역체계가 이보다 훨씬 복잡하며 자가면역질환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새로운 유형의 면역세포가 존재한다는 걸 발견했다.

 

매리 브런코와 프레드 램스델은 이어 2001년 쥐의 특정 종이 자가면역질환에 특히 취약한 이유를 밝혀냈다. 이는 ‘Foxp3’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기 때문으로, 만약 사람에게서도 같은 유전자 변이가 생기면 ‘IPEX(면역조절이상·다발성 내분비병증·장염·X염색체 연관)증후군’이라는 심각한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로부터 2년 뒤, 사카구치는 2003년 앞선 두 발견의 연결고리를 찾아냈다. 그는 ‘Foxp3’ 유전자가 자신이 앞서 1995년에 발견한 ‘조절T세포’의 발달과 기능을 조절하는 핵심 유전자임을 밝혀냈다.

 

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왼쪽부터) 매리 브런코, 프레드 램스델, 시몬 사카구치. 노벨위원회 (© The Nobel Committee for Physiology or Medicine.)

 

세 과학자의 발견은 ‘말초 면역 관용’ 연구 분야의 문을 열었고, 이후 암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의 기반이 됐다. 또 장기이식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현재 이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여러 치료법이 임상시험단계에 있다.

 

노벨생리의학상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6억 5000만원)는 수상자 세 명에게 똑같이 나눠 지급될 예정이다. 노벨위원회는 이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7일 물리학상, 8일 화학상, 9일 문학상, 10일 평화상, 13일 경제학상 등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한다. < 박다해 기자 > 

푸틴 러 대통령, 시진핑 중 국가주석,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거론

 

 
 
1997년 구달이 3년생 암컷 침팬지 바하티와 함께 즐겁게 놀고 있다. 나니유키(케냐)/ AP 연합
 

최근 별세한 세계적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가 생전 인터뷰에서 “내가 싫어하는, 우주로 보내버리고 싶은 사람들”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을 언급했다.

 

영국 가디언은 6일 지난 1일 세상을 떠난 구달이 지난 3월 인터뷰에서 자신의 삶과 일, 생각에 대해 말했다. 약 55분 분량의 인터뷰 영상은 구달 사후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인터뷰에서 구달은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을 머스크의 우주선에 태워 그가 발견할 행성으로 보내고 싶다”며 “머스크와 함께 트럼프와 트럼프 지지자들도 함께 태울 것”이라고 했다. 구달은 우주선에 함께 태우고 싶은 인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거론했다.

 

 

인터뷰에서 구달은 수컷 침팬지 행동에 빗대 갈등과 충돌이 계속되는 글로벌 정세에 대한 통찰을 이야기했다. 구달은 2022년 미국 엠에스엔비시(MS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다른 침팬지와 우위를 다투는 수컷 침팬지 같은 행동을 보인다”고 비판한 바 있다.

 

올해 인터뷰에서도 구달은 “침팬지 수컷 우두머리는 지배력 강화를 위해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쪽과 ‘머리를 끄는’ 부류로 나뉜다”며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수컷 우두머리는 강하고 싸움을 하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하고 두뇌를 쓰는 쪽은 훨씬 오래 간다”고 설명했다.

 

구달은 수컷 침팬지가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흥분해 털을 곤두세우며 분노와 두려움을 느낀 표정을 지으면 그 감정을 다른 수컷도 느끼고 공격적으로 변하는 것을 설명하며 “(공격성은) 전염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침팬지들의 집단행동 중 일부는 공격적으로 변하고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간다”며 “모두 공격적으로 변하고 싶어 하고 여기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적 억압과 기후 위기 맞서 싸우는 이들에게 구달은 “오늘날 지구가 어두워도 희망은 있다”고 격려하며 “희망을 잃지 말라. 희망을 잃으면 무관심해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 최예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