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인사로 분열된 광복절 경축식

일본 책임 언급 없이 가짜뉴스 탓만
친일 편향을 통일로 덮으려는 얄팍한 수

지금 필요한 것은 남북 평화공존 방안

 

 

올해 제79년 광복절 기념식은 사상 초유로 세 군데로 나뉘어 치러졌다. 윤 대통령이 참석한 정부 주최의 경축식과 민주당 등 야당들이 참석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주최의 경축식, 그리고 광복회를 비롯한 37개 독립운동단체들이 개최한 경축식이다. 특히 개관 이래 독립기념관에서 매년 열리던 광복절기념식도 취소되었다.

이번 사태의 직접 발단은 독립기념관장에 뉴라이트 인사를 임명한 것을 항의한 데서 시작됐지만, 광복회의 성명처럼 “(윤석열) 정부의 친일 편향적인 정책에 항의하고 일제 극복과 함께 자주독립을 되찾은 광복절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 배경에 깔려 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는 국권 침탈을 말하면서도 어느 나라한테 국권을 침탈당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일본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언급도 없다. 이런 국론 분열의 와중에 윤 대통령은 생뚱맞게 '8.15통일 독트린'이란 것을 내놓았다. 이것은 역대 보수정부가 시도해 온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형해화 작업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보수진영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형해화 시도

우리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다. 이 통일방안은 1989년 노태우 대통령의 국회 특별연설을 통해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으로 제시되었다가, 1994년 김영삼 정부에서 화해·협력, 남북연합, 통일국가의 3단계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으로 재정립된 것이다.

비록 보수정부에서 제안된 것이지만,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초당파적인 합의와 동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이 방안이 너무 북한에 포용적이라든가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다며 몇 차례 개정을 시도했다.

이명박 대통령(당시)은 2010년 8.15경축사에서 “주어진 분단 상황의 관리를 넘어서 평화통일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밝히면서 새로운 남북관계의 패러다임으로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 민족공동체 등 단계적으로 형성되는 '3대 공동체 통일 비전'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통일방안은커녕 새로운 패러다임과도 거리가 멀었다.

새로운 통일방안을 제시하려는 시도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고, 이 위원회에서 △통일헌장 △통일방안 △통일로드맵의 3대 작업에 착수했다. 박근혜 정부도 통일로드맵만 만들어냈을 뿐, 초당파적인 합의가 필요한 통일헌장과 통일방안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윤석열 정부도 역시 새로운 통일방안의 제정에 관심을 보였다. 작년 1월 통일부는 윤석열 정부의 통일정책 방향을 담은 ‘신통일미래구상’을 마련해 연말에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참석해 통일미래기획위원회가 준비한 '신통일미래구상' 초안을 검토했으나 최종 발표는 이뤄지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씨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24.8.1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8.15 통일 독트린’의 반헌법성

금년 2월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30주년을 맞아 “헌법적 가치를 더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방안으로 통일방안이 새롭게 모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통일구상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통일방안을 제시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결국 이번에 광복절 경축사에서 '8.15 통일 독트린'의 이름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이 독트린은 미래 통일한국의 모습을 그린 3대 비전과 국내·북한·국제 등 대상별 3대 통일 추진전략, 그리고 액션플랜인 7대 통일 추진방안으로 구성되어 있다. '8.15 통일 독트린'을 관통하는 핵심용어는 '자유통일'이다. 그동안 용산 대통령실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자유주의적 철학 비전이 누락되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자유 통일’ 담론은 국내적으로 보수적인 자유 가치관의 확산, 북한 내에 자유 통일에 대한 열망 촉진, 국제적으로 자유 통일에 대한 지지 확보를 전략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유 통일’의 정체는 무엇인가?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에 규정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해 대법원과 법제처는 “the basic order of freedom and democracy”로 번역해 놓고 있다. 여기서 자유는 공산독재를 제외하고,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이 말하는 자유는 협소한 의미의 보수주의 정치이념이다.

이는 일본 보수정당인 자유민주당(liberal party of Japan)의 당명에서처럼 정치적 보수주의 가치를 의미하는 자유이다. 또한 이승만의 4대 건국정신(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한미동맹, 기독교입국론)에 입각한다는 전광훈 목사의 극우정당인 자유통일당과 용어가 같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일개 정당이라면 보수적인 자유의 가치를 정강정책으로 내걸 수 있으나, 명색이 정부를 대표하는 국가원수가 공식 국가행사에서 헌법에 배치되는 보수이데올로기를 독트린이라는 이름으로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천만부당한 일이다.

‘8.15 통일 독트린’의 반민족성, 시대착오성

통일은 남북한의 체제와 이념 차이는 물론 남한 사회 내의 다양한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통합하는 복합적인 과정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내놓은 통일 독트린의 핵심인 '자유통일'은 대한민국 헌법과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서 말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과 커다란 개념 차이가 있다.

윤석열 정권이 광복절 경축사의 '8.15 통일 독트린'에서 '자유통일'을 내세우며 우리 주도와 북한 변화를 제시한 것은 대화와 협상에 의해 평화통일을 추구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이는 보수 가치로의 통일, 사실상 보수우파에 의한 북한 흡수통일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통일 독트린은 우리 민족에게 통일 미래의 희망을 안겨주는 것이 아니라 남북의 대립과 대결을 고취하는 반민족적인 분열 구상이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가 과도한 친일 편향으로 국내 분열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모자라 남북대결까지 고취함으로써 우리 민족을 갈기갈기 찢어놓으려고 하고 있다.

이처럼 이 독트린은 남한사회에서조차 특정 세력에게만 통용되는 이데올로기를 북한사회로까지 확산하려는 무모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연초에 '적대적 2개 국가관계'를 발표하고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 된 상태에서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흡수통일을 지향하는 '자유통일'을 내건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통일 독트린보다 평화공존 방안이 필요

미·중 전략경쟁이 가속화되고 있고 신냉전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현 국제정세 속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성 없는 통일 독트린이 아니라 남북한이 전쟁 위험 없이 대화와 협력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평화공존 방안이다.

북한이 '적대적 2개 국가관계'를 내세웠다고 해서 우리마저 통일을 포기하는 것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 그렇다고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을 상대로 정보유입으로 체제 붕괴를 유도하고 우리 주도로 흡수통일하겠다며 통일 독트린이나 발표하고 나서는 것도 어리석고 위험한 짓이다.

우리는 초당파적으로 합의한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을 견지하며 평화통일을 추구하되, 당면한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자세이다. 윤 대통령은 가짜뉴스 타령을 할 것이 아니라, 더 늦기 전에 '8.15 통일 독트린'을 철회하기 바란다.

                                                   < 필자=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

15일 방위상과 경제안보상 등 현직각료와 78명의 의원들
한국정부 유감 표명, 성찰 반성 촉구했으나 공허한 울림

기시다 총리 14일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하지 않겠다”
“자민당이 바뀌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첫 걸음” 야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기시다 총리는 내달 하순께 치러지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한다고 밝혔다. 2024.08.14. AFP 연합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가 9월의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다음날인 15일, 기하라 미노루 방위상 등 현직 각료들과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등 차기 총리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들 외에 78명의 국회의원들이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기하라 방위상, 다카이치 경제안보상 등 참배

일본의 ‘종전일’(패전일)인 이날 기하라 방위상은 도쿄 구단기타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뒤 기자단에 “고귀한 생명을 희생하신 모든 분들에게 애도의 정성을 바치고 존숭하는 마음을 표시하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사비로 다마구시(신사에 바치는 예물)를 사서 바쳤다. 그는 자신의 야스쿠니 참배가 한일관계에 끼칠 영향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국과는 계속 관계를 강화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직 방위상으로서는 기시 노부오가 2021년 8월 13일에 야스쿠니를 참배했고, 방위청 시절인 2002년 8월 15일에 나카타니 겐 당시 방위청장관이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일본 국회의원들이 8월 15일, 일본의 2차 세계대전 항복 79주년을 맞아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기 위해 신토 사제(오른쪽)를 따라가고 있다. 2024.8.15. AFP 연합
 

또 현직 각료이자 9월의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차기 총리 지망자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도 이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참배 뒤 “국책에 따라 순국하신 분들의 영령에 대해 존숭의 염으로 감사의 마음을 받치고 왔다”고 했다.

신도 요시타카 경제재생담당상도 이날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포스트 기시다’ 인물들로 거론되는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과 고뱌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상도 역시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다음달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힘으로써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될 기시다 총리는 직접 참배하지 않고 대리인을 통해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사비를 들여 다마구시를 바쳤다.

 

8월 15일,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항복한 지 79주년을 맞아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 경내에 모인 우경단체 회원들이 일본 국기를 들고 참배하고 있다. 2024.8.15. AFP 연합
일본 패전 79주년인 8월 15일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러 온 일본인들이 고개를 숙이고 묵념하고 있다. 2024.8.15. AFP 연합
8월 15일, 일본의 2차 세계대전 항복 79주년을 맞아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러 온 일본인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2024.8.15. AFP 연합
 

한국 외교부 유감 표명하며 성찰과 반성 촉구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한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기하라 방위상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일본의 책임있는 지도자급 인물이 공물료를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하고 있는 데에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며, “일본의 책임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 역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 줄 것을 촉구한다. 이것은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발전의 중요한 토대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와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 한일간의 과거사 청산 과제들이 얽힌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그 동안 일본정부 입장과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해 온 상황에서 공허하게 들린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날 기시다 총리는 내달 하순께 치러지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한다고 밝혔다. 2024.08.14. AFP 연합
 

기시다 총리 14일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하지 않겠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14일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해 일본정부 관료들에 충격을 안겼으며, 그들은 총리가 교체될 경우 이제끼지의 정책 변화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14일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출마 의사를 표명하면서 “이번 총재선거에서는 자민당이 바뀌는 모습, 신생 자민당을 국민들에게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열린 선거, 무엇보다 자유활달한 논전이 중요하다. 자민당이 바뀌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알기 쉬운 첫 걸음은 내가 물러나는 것이다. 나는 오는 총재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년간 총리로 재직하면서 초저금리 완화정책에서 벗어나는 탈'아베노믹스' 시동, 임금인상 등 경제 살리기와 원전 재가동, 적 기지 반격능력 보유와 방위(국방)비 대폭 증액, 그리고 주요 7개국(G7)과의 외교 성과 등을 거론하면서 “큰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고 자찬했으나,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해 집권 2년 만에 물러난 뒤 정권을 탈환한 이후의 자민당 역대 정권 중에서 가장 낮은 지지율로 고전했다.

특히 자민당 내 파벌들의 불법 정치자금 조성 사실이 폭로된 뒤 지지율은 20% 안팎을 오르내렸다. 그 동안 집권 연장 의지를 보여 온 기시다 총리가 이번에 불출마 결정을 한 것은 내년 9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그를 당의 간판으로 내세워서는 승산이 없고 자칫 또 다시 정권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당내 여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는 모테기 도시미치 당 간사장과 아소 다로 당 부총재와 손을 잡고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협력을 얻어 기존 우익 아베 정권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정권을 유지해 왔으나,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 이후 수습책으로 파벌들의 해체를 선언하고 정치자금규정법을 개정하는 등의 쇄신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거의 바뀐 게 없다는 비판 속에 밑바닥 지지율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자민당이 바뀌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첫 걸음”

자민당은 지난 4월 28일의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유일하게 자당 후보를 내세운 시마네 1구에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에 패배했으며, 후보를 내지도 못한 도쿄 15구와 나가사키 3구까지 전패했다. 7월 7일의 도쿄도 지사 선거와 같이 치러진 도의회 보궐선거에서도 고전해, 자민당 내에서는 “기시다 총리로는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싸울 수 없다”는 위기감이 급속히 퍼졌다.

기시다가 자민당이 바뀌는 모습을 보여줘야 자민당이 산다면서 자신의 사퇴가 그 최초의 한 걸음이라고 한 것을 두고, 자민당이 선거 간판 얼굴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자민당이 바뀌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첫 걸음”이라는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는 자민당이 체질을 바꾸는 환골탈태가 아니라,  퇴행적 체질을 그대로 온존시키면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얼굴만 살짝 바꾸는 이제까지의 낡은 행태를 되풀이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일본 국회의원들이 8월 15일, 일본의 2차 세계대전 항복 79주년을 맞아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2024.8.15. AFP 연합
 

‘포스트 기시다’ 물망에 오른 정치인들

모테기 간사장은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유일하게 살아남은 파벌(아소파. 54명)을 이끌고 있는 아소 부총재가 차기 자민당 총재 간택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포스트 기시다’ 물망에 오른 후보들은 앞에 든 몇 사람 외에 간사장을 지낸 이시바 시게루, 가미카와 요코 외상,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고노 다로 디지털담당상, 그리고 3년 전 기시다에게 밀려 총리직에서 물러났던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등이다.

이들 가운데 대중적 인기가 가장 높은 사람은 이시바 시게루지만, 그는 자민당 내에서는 인기가 없어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제1당 총재가 총리가 되기 때문에 자민당 총재선거 승리자가 곧 다음 총리가 된다. 그런데 자민당 총재는 자민당 국회의원들과, 같은 수의 당원 및 당우(黨友)의 투표로 뽑기 때문에 당내 지지도가 낮은 이시바가 총리가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 한승동 기자 >

KBS, 광복절 태극기까지 뒤집었다…기미가요·이승만다큐 이어 방송 파문

광복절 경축식 전 좌우 바뀐 태극기 방송 내보내
KBS “제작자 실수 태극기 그림 반전… 진심 사과”

 
 
 
 
▲사진=8월15일 KBS 방송화면 갈무리
 
 

KBS가 광복절에 내보낸 날씨 예보에서 잘못된 태극기를 노출해 비판을 받고 있다. KBS는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제작진의 실수로 방송사고가 불거졌다고 설명했다.

KBS는 15일 오전 광복절 경축식 직전  ‘KBS 뉴스 930’ 날씨 예보에서 건곤감리 위치가 잘못된 태극기를 방송에 노출했다. 광복절날 좌우가 뒤바뀐 태극기를 방송에 내보낸 것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KBS는 15일 입장문을 내고 “태극기 이미지 표출에 실수가 있음을 확인하고 즉시 수정했다”며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향후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서 제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KBS는 방송사고가 불거진 이유에 대해 “인물이 태극기를 들고 있는 장면에 맞추기 위해 제작자가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태극기 그림을 반전시킨 결과”라고 설명했다.

KBS는 광복절인 15일 자정 군국주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기미가요 선율이 들어간 오페라를 편성해 비판을 받았다. KBS는 제작진의 불찰로 편성을 잘못 했다며 사과의 뜻을 표했다. KBS는 “당초 7월 말에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올림픽 중계로 뒤로 밀리면서 광복절 새벽에 방송되게 됐다. 바뀐 일정을 고려해 방송 내용에 문제는 없는지, 시의성은 적절한지 정확히 확인, 검토하지 못한 제작진의 불찰”이라며 진상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 윤수한 기자 >

 

KBS노조 “박민 취임 1년도 안 돼 KBS 뿌리째 흔들려… 사퇴하라”

 
 
 
▲지난해 11월14일 서울 영등포구 KBS 아트홀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진행한 박민 KBS 사장. 사진=KBS
 
 

공영방송 KBS가 8·15 광복절 79주년에 방송사고, 편성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KBS를 두고 “NHK 서울지국”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5일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 KBS’의 정체성이 낙하산 박민 사장 취임 이후 1년도 지나지 않아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며 15일 KBS에서 불거진 논란과 사측 해명을 강하게 비판했다.

KBS본부는 KBS가 15일 자정 기미가요 선율이 있는 오페라를 방영한 것에 대해 “낙하산 박민 취임 이후 KBS의 시스템이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KBS는 올림픽 중계 때문에 방영 일정이 연기돼 오페라가 15일 방영됐다고 설명했는데 KBS본부는 “비겁한 변명이다. 그런 어설픈 설명으로 시청자게시판에 분노를 표출하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했다.

KBS본부는 “가뜩이나 수신료 분리고지로 시청자들의 불편과 불만이 높은 지금, 프로그램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다른 위험은 없는지를 챙겨야할 시기에 이런 변명이 통할 거라고 보는가”라고 밝혔다.

KBS본부는 사측이 이승만 전 대통령 미화 논란이 있는 다큐멘터리 ‘기적의 시작’을 15일 방영하는 것을 두고 “실무진들은 영화 자체도 논란을 많이 담고 있을 뿐더러 독립영화 심사에서조차 혹평을 받은 낮은 수준에 KBS에서 방송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반복해서 제시했다”며 “사측이 편성권을 운운할 자격이나 실력이 있기나 한가”라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이번 사태는 실력도 자격도 없는 낙하산 박민 사장이 편성권이 본인만의 고유 권한이라고 오도하면서 그동안 쌓아온 KBS의 방송제작 시스템을 깡그리 망가뜨려 생긴 일”이라며 “(시청자게시판에) KBS를 일컬어 ‘NHK 서울지국’이라는 모욕적인 비유도 등장한다. 이런 상황에 오늘 밤 ‘기적의 시작’마저 방영된다면 이제 KBS는 ‘뉴라이트’ 방송이라는 딱지마저 붙게될 것”이라고 했다.

KBS본부는 “낙하산 박민 사장은 지금이라도 당장 ‘기적의 시작’ 방영을 취소하라”며 “광복절에 ‘나비부인’ 방영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지고 물러나라. 그것만이 KBS를 국민의 방송으로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 윤수한 기자 >

 

 “KBS 광복절 기미가요, 친일정권에 공물 바친 것”

민주당 원내대변인 “광복절과 독립정신 대한민국 국민 향한 의도된 조롱”

 
 
 
 
▲KBS가 15일 0시에 방영한 나비부인이라는 오페라방송에서 기미가요가 흘러나오고 있다. 사진=노종면 페이스북
 
 

광복절 0시에 기미가요를 방송한 KBS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KBS가 친일정권에 공물을 바쳤다”고 비판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5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광복절 0시에 ‘기미가요’를 튼 KBS는 친일 정권에 순국선열을 조롱하는 ‘공물’을 바쳤다”며 “윤석열 정부의 노골적인 친일 행태가 공영방송마저 망가뜨렸다”고 비판했다.

노 원내대변인은 “광복절 79주년인 오늘 0시, KBS를 시청하던 국민은 눈을 비비고 귀를 의심해야 했다”며 “일본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은 여성들이 화면을 채웠고, 일제 강점기 우리 선조들에게 강요되었던 일본 국가 ‘기미가요’가 흘러나왔다”고 설명했다. 노 원내대변인은 “KBS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편성한 것뿐이라고 변명하겠지만 광복절과 독립정신, 대한민국과 국민을 향한 의도된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노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정부가 친일 매국 행태에 끓어오르는 국민적 분노에도 ‘마이웨이’를 계속하겠다고 당당히 선언했다”며 “대통령의 방송도 모자라 친일 방송을 만들려고 그렇게 기를 쓰고 KBS를 장악했느냐. ‘광복절 기미가요’는 친일 정권에 바치는 ‘공물’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되물었다.

KBS는 15일 0시 1TV에서 방송한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푸치니 나비부인 1부>에서 19세기 일본을 배경으로 한 자코모 푸치니 작곡의 오페라 극을 보여줬는데, 결혼식 장면에서 기미가요의 선율이 나온다.  <조형호 기자 >

정부 비판하는 야당, 시민사회단체, 언론 등을 적대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에서 ‘자유 통일’을 이룰 첫번째 과제로 명시한 것은 ‘국민 가치관과 역량’이다. 하지만 행간이 겨냥한 상대는 야당과 비판 세력으로, 이들을 “사이비 지식인과 선동가”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 “검은 선동 세력” 등으로 규정하고 편 가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정 운영 동력이 흔들릴 정도로 윤 대통령 부부를 상대로 한 비판과 분노가 거센 상황에서 책임을 반대자에게 돌리고, 분명한 적대적 메시지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풀이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국민들이 자유의 가치와 책임의식으로 강하게 무장해야, 한반도의 자유 통일을 주도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동’ ‘날조’ 등의 격한 표현을 사용하며 “국민들이 진실의 힘으로 무장하여 맞서 싸워야 한다”고 했다. “사이비 지식인과 선동가들은 선동과 날조로 국민을 편 갈라, 그 틈에서 이익을 누리는 데만 집착할 따름”이고 “국민을 현혹해 자유 사회의 가치와 질서를 부수는 것이 그들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사이비 지식인들은 가짜 뉴스를 상품으로 포장·유통하며, 기득권 이익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허위 선동과 사이비 논리는 자유 사회를 교란시키는 무서운 흉기”라고도 했다.

경축사에서 윤 대통령은 ‘반자유·반통일 세력’이 누구인지 특정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헌법 4조에 반하는 세력이고 자유·통일에 반하는 세력”이라고만 했다.

하지만 이는 정부를 비판하는 야당, 시민사회단체, 언론 등을 염두에 둔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이라고 하는 등 정부 비판이 일부 세력의 선동 탓이라는 인식을 꾸준히 보여왔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갈등의 진원지로 대다수 국민이 윤 대통령을 지목하는데도 ‘선동과 날조’ 탓으로 돌렸다”며 “자신에 비판적인 이들에 대한 적대감을 광복절 경축사에까지 드러낸 것에서는 반드시 보복하겠다는 섬뜩한 독기가 읽힌다”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도 국회 기자회견에서 “경축사에 야당과 시민사회에 대한 적의만 가득하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자유를 겁박하고 통일을 방해하는 세력이 누구냐”고 따졌다.

지지층 결집용 경축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야당의 탄핵 요구나 ‘친일 프레임’ 공격 등이 강해지는데다, 여당과의 관계도 예전 같지 않으니, 기댈 곳은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밖에 없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진보 세력에 경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생각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승준 임재우 기자 >

 

[사설] 광복절 두쪽 내고 국민 비판에 선전포고한 윤 대통령

 
광복회 등 독립운동 단체가 15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연 광복절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어린이 합창단의 노래에 맞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왼쪽)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정부 경축식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
 

제79돌 광복절 기념식이 결국 둘로 쪼개져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등은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정부 경축식에 참석했다. 반면 광복회 등 대다수 독립운동단체들과 야 6당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등 역사 왜곡에 항의해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별도 기념식을 열었다.

그동안 보수·진보 정권을 가리지 않고 광복절만큼은 온 국민이 한목소리로 독립운동 정신을 기리는 통합의 마당으로 자리해왔다. 그러나 윤 정부 들어 육군사관학교 독립영웅 흉상 철거, 강제동원 등의 일제 책임 부정, 뉴라이트 인사들의 역사기관 장악 등 반헌법적 역사 왜곡 시도가 잇따른 결과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정부와 민간이 별도 기념식을 열기에 이르렀다.

엄밀히 말하자면, 둘로 쪼개졌다고 하기도 어렵다. 독립운동의 역사와 의미를 폄훼하는 윤 대통령의 친일 행태에 맞서 국민 대다수의 뜻을 대변한 독립운동단체들이 독자적인 기념식을 연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경축식은 기려야 할 우리 역사의 고갱이를 놓친 무늬만의 행사에 그친 반면, 진정한 광복절의 의미는 62개 독립운동단체가 연 소박한 기념식에서 온전히 구현됐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최근 진실에 대한 왜곡과 친일사관에 물든 저열한 역사 인식이 판치며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며 “이 역사적 퇴행과 훼손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자체 기념식을 연 이유를 밝혔다. 공감하는 국민이 매우 많을 것이다.

역사적 정통성을 상실한 반쪽 경축식에서 윤 대통령은 공허하고 편향된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했다. “분단 체제가 지속되는 한, 우리의 광복은 미완성일 수밖에 없다”고 한 건 대한민국 대통령이 가져야 할 당연한 인식이다. 그러나 분단 극복의 실효적 방법론이 빠진 번지르르한 수사에 그쳤다. “북녘땅으로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확장돼야 한다”며 흡수통일 의사를 노골화했고, “북한 주민들이 다양한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대북 전단 살포와 대북 확성기 가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흡수통일이라는 이념적 푯대만을 강조하며 국민 생존과 직결된 평화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식의 독단적 주장에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국민을 척결해야 할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으로 몰아세웠다는 사실이다. 윤 대통령은 “허위 선동과 사이비 논리는 자유 사회를 교란시키는 흉기”라며 “사이비 지식인”과 “검은 선동 세력”에 “우리 국민들이 맞서 싸워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야당과 비판 세력을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이라고 하더니, 이제 ‘반통일 세력’ 딱지까지 붙였다. 또 이념으로 국민을 갈라치기 한 것이다. 그러나 흡수통일이 아닌 평화적 통일을 주장하면 반통일 세력이라는 건 얼토당토않은 궤변일 뿐이다. 반면, 역대 대통령들의 경축사에 빠지지 않았던 일본의 역사적 책임에 대한 언급은 전혀 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이처럼 통합의 길을 제시하기는커녕 분열만 부추기는 한 국가지도자 자격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 한겨레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