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뒤흔든 5가지 순간

박빙지역 민주당 싹쓸이사전투표함서 지지표 쏟아져
TK
높은 투표율은 보수 결집…87년 이후 첫양당 독주

21대 총선이 끝났습니다. 개표 결과 대한민국은 좌우로 파랗게, 빨갛게 나뉘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과 호남 지역을, 미래통합당은 TK(대구·경북) PK(부산·울산·경남)지역을 거의 싹쓸이하며 두자릿수 3당이 없는양당 독주체제를 구축하게 됐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제3당이 두자릿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건 이번 총선이 처음입니다.

16일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의석 163석을 얻어 압승했습니다. 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예상 의석 17석과 열린민주당 3석을 더하면, 범민주당 의석만으로 183석입니다. 미래통합당은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을 합쳐 103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선거엔 35개 정당이 등록함에 따라 비례투표용지 길이가 48.1㎝에 달해 손 개표가 실시됐는데요. 그 탓에 개표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16일 오전 10시를 넘겨서야 비례대표 당선자가 확정됐습니다. 득표차가 백표 혹은, 천표 안팎의초초초박빙지역도 많아 16일 새벽 4~5시까지 당선자를 알 수 없는 지역도 속출했습니다. 새벽까지 개표 결과를 지켜보지 못했을 유권자들을 위해 4·15 총선 개표 결과로 보는결정적 장면들을 정리했습니다.

1. 접전지역은 민주당이 휩쓸었다

15일 오후 615분에 발표된 방송 3사 공동 예측 출구조사 결과(95% 신뢰 수준 ±2.2~6.9%p 오차 범위)는 애초부터 민주당 압승이었습니다. 관건은 미래통합당이 박빙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자리를 가져가냐는 것이었습니다.

한국방송(KBS)의 예상은 민주당이 155∼178, 통합당이 107∼130석이었습니다. 문화방송(MBC)은 민주당이 153∼170, 미래통합당이 116∼133, 에스비에스(SBS)는 민주당 154∼177, 통합당 107∼131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개표 결과, 민주당은 접전 지역을 싹쓸이했습니다. 출구조사 최대치인 178석을 넘어 180석을 차지했습니다.

2. 사전투표, 박빙지역 승부 갈랐다

이번 총선의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높은 사전투표율이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였습니다. 지난 10~11일 실시된 사전투표에는 유권자의 4분의 1(26.7%)이 참여했는데요. 출구조사 표본에는 사전투표가 포함되지 않아 높은 사전투표율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더욱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개표 결과, 사전투표는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민주당이 막판 역전에 성공하거나, 표 차이를 벌이기 시작한 건 사전투표함이 개봉되는 순간부터였습니다.

대표 지역구가 경기 안산단원을입니다.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예상 특표율은 50.8%, 박순자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3.7%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16 0시까지 개표결과에서 앞서 나간 건 박순자 후보(50.8%)였습니다. 개표가 90.2% 진행된 새벽 3시께야 김 후보가 50.4%를 얻어 역전에 성공했는데, 이는 사전투표함의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통상 관외 사전투표함은 개표 막바지에 개봉되기 때문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개표단위별 개표결과를 보면, 실제 관외 사전투표 득표수는 김남국 후보 4582표로 박순자 후보(2830) 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김 후보는 새벽 5시께야 당선을 확정지었습니다.

부산 남구을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출구조사 결과 박재호 민주당 후보가 50.7%로 오차범위 내에서 1.9%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왔지만, 오후 1130분께 이언주 미래통합당 후보가 역전에 성공하며 출구조사 결과가 바뀌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남구을은 김무성 미래통합당 의원이 15~18대 총선까지 내리 4선을 지낸 전통적인보수텃밭으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개표율 90% 정도까지 이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앞섰지만, 막판에 사전투표함이 열리면서 박 후보의 표가 쏟아졌습니다. 박 후보는 이 후보에 1400여표 차로 승리했습니다. 중앙선관위의 개표단위별 개표결과를 볼까요? 관외 사전투표에서 박 후보는 4773표를 얻어 이 후보 보다 1835표를 더 얻었습니다. 그야말로 사전투표가 승부를 가른 겁니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진태 미래통합당 후보가 맞붙은 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갑 역시 사전투표가 승부를 갈랐습니다. 관외 사전투표에서 허 후보는 김 후보보다 2배 이상 많은 6323표를 받았습니다.

4286표차로 승리한 경기 남양주시병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어떨까요? 김 후보는 주광덕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4286표 차이로 승리했는데, 관외 사전투표에서 주 후보 보다 2506표를 더 받은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3. 높은 대구 투표율은 보수대결집

21대 총선 투표율이 급상승한 가운데 유독 높아진 대구의 투표율도 관심을 끌었습니다. 선관위 집계를 보면, 대구의 최종 투표율은 67%로 전국 평균인 66.2%보다 높았습니다. 대구의 지난 총선 투표율이 54.8%로 전국 꼴지였던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대구 격전지로 불리는 수성구의 투표율은 대구 내에서도 72.8%로 가장 높았습니다. 진보 결집이냐, 보수 결집이냐 의견이 분분했던 가운데 그 결과는 보수대결집이었습니다.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대구의 선택은 미래통합당이었다. 사진 네이버 화면 갈무리

대구 12개 지역구 가운데 11곳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들이 당선됐습니다. 나머지 1곳은 수성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준표 후보에게 돌아갔습니다. 통합당이 대구 전 지역을 석권한 건 새누리당 시절인 2012 19대 총선에 이어 8년 만입니다. 4년 전 총선에서 ‘31년 만의 대구 승리라는 기록을 세운 김부겸 민주당 후보가 재선에 도전했지만 20.6%포인트 차로 패배했습니다.

4. 황교안 대표는 자정 전에 일찌감치 대표직을 사퇴했다

21대 총선 결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황 대표가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할 것이란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종로에 출마한 황 대표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8.2%포인트 차이로 패배하는 것으로 나왔고, 미래통합당의 성적 역시 나빴기 때문입니다.

16일 자정을 넘기기 직전인 15일 밤 1140분께 황 대표는 개표상황실이 차려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황 대표는국가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나라가 잘못 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며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이번 선거는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황 대표에게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황 대표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의 맞대결을 피하기 위해 종로 출마 선언을 차일피일 미루다 떠밀려서 출마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종로에서도 큰 표 차이(17308)로 낙선했기 때문입니다.

5. 개표방송 승자는 KBS?

개표방송 방송국 가운데 승자는 누구일까요? 시청률의 승자는 한국방송(KBS)이었습니다. 한국방송의 개표방송은 1~5부 모두 각각 시청률 3.4%, 11.7%, 10.5%, 9.6%, 6%(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다른 지상파 방송 및 종편을 압도했습니다.

한국방송이 개표방송에서 각종 선거 관련 정보를 깔끔하고 차분하게 전달했다면, 문화방송(MBC)과 에스비에스(SBS)는 컴퓨터그래픽(CG)을 이용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난 대선 개표방송에서 미국 드라마왕좌의 게임을 패러디해 국외 언론에까지 보도된 에스비에스는 이번에도 영화 알라딘의 요술램프 등을 결합해 재미 있는 합성 이미지를 선보였습니다. < 황춘화 기자 >


문 대통령위대한 국민의 선택에 막중한 책임감 느껴

 위기 극복에 힘 실어준 국민이 존경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더불어민주당의 대승으로 끝난 21대 총선 결과에 관해위대한 국민의 위대한 국민의 선택에 기쁨에 앞서 막중한 책임을 온몸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총선 결과 관련 입장문에서국민들께서 선거를 통해 보여주신 것은 간절함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간절함이 국난극복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정부에게 힘을 실어주셨다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겠다고 말했다. 그는결코 자만하지 않고 더 겸허하게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 “(코로나19 여파 탓에) 겪어보지 못한 국가적 위기에 맞서야 하지만 국민을 믿고 담대하게 나아가 반드시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그는정부의 위기극복에 힘을 주셔서 감사하다자랑스럽고 존경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속에 총선을 무사히 치러낸 저력에도 자부심과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는이번 총선은 다시 한번 세계를 경탄시켰다국민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참여 덕분에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도 우리는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전국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영국 등 세계 40여개 국가는 코로나19의 영향 탓에 선거를 연기했다.

문 대통령은국민들께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질서있게 선거와 투표에 참여해주셨고, 자가격리자까지 포함하여 기적같은 투표율을 기록해주셨다고 수고를 감수한 국민을 추어올렸다.

그는큰 목소리에 가려져 있었던 진정한 민심을 보여주셨다고도 했다. ‘큰 목소리란 보수 언론과 일부 종교 세력이 주장한 중국인 입국 금지 비판이나 방역 실패론 공세와 여러 막말 사건 등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 성연철 기자 >

민주당 180, 무슨 일 할 수 있나

 재적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사실상 개헌만 빼고 다 할 수 있어
국회의장 외 부의장 1명 몫도 차지 상임위원장 16개 중 10~11개 배정

21대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그야말로개헌 빼고 다 할 수 있는막강한 의회 권한을 갖게 됐다.

더불어민주당(163)과 더불어시민당(17)이 이번 총선에서 확보한 의석수는 모두 180석으로, 전체 300개 의석 가운데 5분의 3에 해당하는 수치다. 우선, 국회 본회의에서재적의원 과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의 찬성으로 의결이 가능한 대부분의 법안을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킬 수 있다. 국회 임명 동의가 필요한 국무총리·대법관·헌법재판관 등에 대한 임명동의안도 과반 의석만 있으면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180’이 매직 넘버인 까닭은 야당이 반대하는 법안도 시간문제일 뿐 모두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을 지정할 수 있고, 의사 진행을 막는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도 중단시킬 수 있다. 야당이 국회법 테두리 안에서 쓸 수 있는 견제 장치는 거의 무력화되는 셈이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에서도 확실한 주도권을 쥘 것으로 예상된다. 본회의 진행·법안 직권상정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국회의장은 관례에 따라 다수당인 민주당이 가져가게 된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21대 국회에서 여당 내 최다선인, 6선에 오른 박병석 민주당 의원이다.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제3당이 사라지면서 부의장 1명 몫도 민주당이 가져올 수 있다. 국회 부의장에는 5선 반열에 오른 김진표·이상민·변재일 민주당 의원이나, 4선 의원인 정진석·주호영 미래통합당 의원 등이 거론된다.

법안의 운명을 가르는 상임위 구성에서도 민주당의 입김이 세질 것으로 보인다. 전체 16개 상임위원장은 원내교섭단체 소속 의원 수 비율에 따라 배정하는 만큼, 민주당은 10~11개 상임위원장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 상임위로 꼽히는 법제사법위원장은 보통 야당이 맡는 것이 관례였으나, 전적으로 교섭단체 간 협상에 의존해 상임위원장 배분이 정해지므로, 여당이 가져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이 압도적 과반을 차지하면서 전반기 원구성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커졌다. 국회법에 따르면 오는 67일까지는 전반기 원구성을 마쳐야 한다. 다만 통상적으로 야당이 자체 몸값을 높이기 위해 국회 원구성을 하나의 협상 카드로 활용해온 만큼, 원구성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황금비 기자 >

http://linkback.hani.co.kr/images/onebyone.gif?action_id=fde2f341c5e092e993b905d2d5dd253지도부 궤멸통합당비대위 체제 격랑 속으로

황교안 사퇴·심재철 낙선공백조기 전당대회 통한 수습 불가피
유승민·김종인 비상대책위장 거론  무소속서 생환한중진 4인방주목


유례없는 참패로 풍비박산이 난 미래통합당이 새 지도부를 꾸려야 한다. 빨리 수습하려면 조기 전당대회가 불가피하지만, 당 지도부가 무더기로 낙선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혹독한 인물난에 직면한 통합당이 새 지도부를 꾸려 보수 진영의 방향성을 다시 제시하기까지는 상당 기간 동안 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참패 이튿날인 16. 통합당에는 고요한 불안감만 감돌았다. 전날 밤 황교안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퇴 발표는 리더십 부재 상황을 몰고 왔다. 당헌 당규에는 당대표 유고 시에는 원내대표가 대행을 맡게 돼 있다. 그러나 심재철 원내대표마저 낙선의 고배를 피하지 못했다. 당 지도부 가운데살아남은이는 조경태 최고위원(부산 사하을)이 유일했다.

당 주변에서는 수습책으로현 지도부가 일괄 사퇴한 뒤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방법당 지도부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인 조 최고위원이 당대표 대행을 맡는 방법당선자 가운데 원내대표를 당겨 선출해 비대위 구성을 맡기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통합당은 2월 오는 831일까지 다음 전당대회를 열기로 했다. 새 지도부가 선출되는 시점까지는 원내대표가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하거나 비대위를 꾸리는 업무를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4선 이상이 원내대표를 맡았던 전례에 비춰 보면, 주호영(대구 수성갑권영세(서울 용산) 당선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공백이 된 리더십을 메우는 데엔 공천 탈락에 불복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생환한중진 4인방도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소속 출마 때부터살아서 당에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온 이들인 만큼, 조만간 입당 절차를 밟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4선 고지를 점한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과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은 당 밖에 있는데도 이미 원내대표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보수 잠룡으로 꼽히는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대구 수성을)는 복당한 뒤 당대표를 노릴 것 같다. 이들 역시 공천에 불복한 무소속 당선자들이지만 지금 통합당에는공천 불복을 비판하고 이들의 복당을 막을 리더십조차 없는 상태다.

유승민 비상대책위원장가능성도 거론된다. 유 의원은 총선에 출마하지 않은 채 지원 유세를 폈다. 유 의원은 총선에서 유의동(경기 평택을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류성걸(대구 동갑) 등 자신과 가까운 전·현직 의원이 다수 당선되면서 세력을 구축할 기반을 마련했다. 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보수의 책임과 품격을 지키지 못했다. 백지 위에 새로운 정신, 새로운 가치를 찾아 보수를 재건하겠다고 향후 움직임을 예고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비대위원장 후보로 입길에 오른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비대위원장 요청이 온다면 역할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런 가운데 참패가 고질병인 당내 계파 갈등을 완화시켜 재건의 큰 걸림돌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기득권을 행사해온 친박계는 대거 낙선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이번 총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천에 관여하지 않은 사실상의 첫 선거였다. 극단적 친박들은 공천에서 대거 배제되거나 낙선했다초선 의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계파 구분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김미나 기자 >


저질 보수, 더이상 설 자리 없다준엄한 민심의 경고장

성공적 방역에국가 효능감확인사실상 문 대통령의 승리


유권자에 심판당한정권심판론탄핵당하고도 성찰·방향전환 없어
퇴행적 이념정치 매몰돼 신뢰 상실 대안 없이 극단적 파당정치 매몰
태극기세력 눈치 보며 망언 고질병 세월호 막말·사후처리 보며 민심 분노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심판론을 앞세워 1당 지위 회복을 노렸다. 하지만야당 심판의 거센 파도에 휘말려 치명상을 입었다. 극단적 주장을 일삼는 수구 세력의 눈높이에 맞춘퇴행적 보수로는 더 이상 설 곳을 찾기 힘들다는 민심의 준엄한 경고장을 받아든 셈이다. 사실상의 양당 구도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통합당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얻은 비례대표 19석을 더해 103개의 의석을 얻어 제1야당 지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모두 180석을 내줘 국회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하게 됐다. 통합당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황교안 대표가 물러나고, 심재철 원내대표 등 최고위원들도 대부분 낙선하면서 지도부마저 붕괴했다.

이런 보수의 위기의 원인으로는 선거 전략의 뼈대였던정권심판론이 전혀 유권자를 설득하지 못한 점이 꼽힌다. 퇴행적 이념 정치에 매몰돼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대안 세력으로 자리매김할 기회를 저버린 결과다. 보수 세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치른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완패했지만, 성찰과 근본적인 방향 전환 없이 친박·비박으로 편을 나눠 주도권 다툼에만 골몰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통합은 이뤄냈지만, 중도층으로 외연을 넓히기 위한 쇄신의 과정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더구나 황교안 대표 본인이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를 지낸 이력을 정치적 자본으로 활용했다. 탄핵까지 당한 낡은 수구 세력이라는 낙인 속에 스스로를 가둔 셈이다.

이념적 퇴행은 경제적·정책적 해결 능력을 갖춘시장경제 보수로의 진화마저 가로막았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보수의 정치적 뿌리를 나눠보면안보 보수시장경제 보수가 있는데, 통합당은 보수의 본류인 시장경제 보수 대신 반대 방향인 안보 보수 쪽으로 갔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통합당 득표율이 과거 보수 진영이 얻은 지지율보다 10%포인트 남짓 낮아진 사실을 언급한 뒤유권자와 정당 사이의 연결이 약화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보 보수를 상징하는 황교안 대표가 뒤늦게시장 보수인 김종인 전 의원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지만, ‘화학적 결합대신 인식차만 노출했던 게 대표적인 장면이다.

스스로 선명한 정치적 메시지를 생산하지 못하면서, 통합당은 집권당의 정책과 주장을 무조건 거부하는 극단적 파당정치로 치달았다. 이 과정에서 통합당은 습관화된 장외투쟁으로 20대 국회를 역대 최악의 식물국회로 만들었고, 이는 다시 통합당이 대안적 정치세력으로 성장하는 것을 가로막았다.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집권 3년차에 치러진 총선이어서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가 될 수밖에 없는 구도였는데, 유권자들은 정권 심판을 외치는 야당에 과연 심판의 자격이 있는지를 표로 물었다고 진단했다. 김만권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도통합당은 보수를 지키겠다고 말해왔지만 정작 무엇이 보수의 가치인지에 정책과 입법을 통해 아무런 내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금의 유권자는 구체적인 콘텐츠가 없는 정당에 쉽게 신뢰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콘크리트 지지층 눈치 보기까지 겹쳤다. 차명진 후보의세월호 막말과 그 사후처리 과정이 대표적이다. 수도권에서 선거운동을 했던 한 통합당 관계자는차명진 후보의 막말이 터진 뒤 확실히 지역에서 대하는 눈빛이 달라졌다. ‘너희는 정말 어쩔 수 없구나라는 인상을 중도층에 심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16일 개표 결과를 보면 수도권에서 5천표 이내 차이로 승부가 갈린 지역구만 15곳에 이른다. 적어도 이들 지역구의 승부 결과에는 막말 파동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관후 연구위원은결과적으로 2016년 촛불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 총선을 거치며 보수 세력이 포위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이번 총선에서 드러났다다만 개헌저지선을 지켜낸 티케이를 중심으로 보수 세력이 견고하게 결집할 경우 정치 지형의 양극화가 길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 노현웅 이지혜 기자 >

민주당 압승 ‘3가지 요인

코로나 방역 굳건한 지지 국가가 중요한 역할 하는구나인식
통합당 막말 릴레이 차명진 등이 보여준 혐오감역풍
세대별 결집 현상 4050 똘똘 뭉쳐 여당 지지해석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록적 압승을 거둔 요인으로 전문가들은성공적인 코로나 방역을 첫손에 꼽았다. 미래통합당 후보들의 릴레이 막말 파동과 선거 막판 확연해진 세대별 결집 현상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끈 선거 문 대통령의 높은 인기는 민주당 승리의 일등 공신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총선 직전 조사(4 7, 8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57%로 치솟았다. 덩달아 민주당 지지율도 두달여 만에 10%포인트를 회복하며 44%를 기록했다. 총선은 이런 환경 속에서 치러졌다. 정병기 영남대 교수는코로나 사태 대응을 잘한 것 등을 포함해 문 대통령 인기가 좋았고, 대통령 후광효과를 민주당이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라는 국가 위기 상황 자체가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유권자들이코로나라는 미증유의 위기 앞에서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다면 대한민국이란 공동체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도 “9·11 사태 이후 부시 미국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간 것과 같은 애국결집효과라며예전에는정치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생각했다면, 코로나 사태 이후국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구나라며 국가효능감이 높아진 것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민주당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었다면 결정적인 승기는 미래통합당이 제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성공적인 코로나 방역에 대해 국제사회의 호평이 쏟아지면서 보수언론과 통합당이 짜놓은무능 정권 심판프레임이 무력화됐다. 그러나 더 결정적인 것은 통합당이 선거운동 기간 내내 보여준 행태들이 유권자들에게 혐오감을 갖게 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세대로 갈린 표심 민주당은 지역구 163석 중 103석을 수도권(121)에서 가져왔다. 역대 선거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압승이다. 지방에서도 선전했지만 수도권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이런 현상을 두고 비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은노장년층 유권자 비율이 높은 지방과 달리, 수도권은 60대 이상이 많아야 20%대에 그친다. 이런 데서 40~50대 초반이 똘똘 뭉쳐 민주당을 지지하니 통합당으로선 판세를 뒤집기가 힘들었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중요한 건 40대에서 50대 초반이 수가 많고 인구 비중도 갈수록 늘어난다는 점이라며통합당은 이들이 수용하기 힘든 비합리적 언행을 일삼다가 심판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이 민심을 얻은 건 맞지만, 180석을 가져갈 정도로 싹쓸이를 한 데에는소선거구제의 도움도 컸다. 정병기 교수는소선거구제이기 때문에 40% 안 되는 정당득표율로도 의석의 60%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반대로 말하면 상대가 40%만 가져도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 김원철 서영지 황금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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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민주당 압승보수야당의 반성없는 정치에 대한 또 하나의 탄핵

보수야당의 지리멸렬, 대안 없던 중도와 진보정당,  코로나19 호평도 영향

경실련 전문가 토론회

21대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요인을 두고 보수정당에 대한 엄중한 평가와 코로나19 사태에서 정부 대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중도와 진보 정당에서의 대안 부재 등이 종합적으로 작동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16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토론회를 열고 21대 총선 결과를 분석하고 향후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 결과가 보수야당에 대한 심판 성격으로 여당이 반사이익을 본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은 “(이번 선거는) 보수야당이 개혁 요구를 외면하고 세월호 참사 막말, 공천 문제 등 반성 없는 정치를 한 것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 이뤄진 것이다. 또 하나의 탄핵이라며여당이 잘했다기보다 어부지리 격으로 반사이익을 누린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정치외교학)이번 선거에선 문재인 정부 중간평가와 야당 심판론이 동시에 나왔다는 점에서 굉장히 특수한 형태였다야당이 리더십도 부족하고, 정책, 공천과정 잡음, 막말 논란 등 내홍이 나타나면서 엄중한 심판을 내린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거대 양당 사이에서 출현한 중도와 진보 정당들이 유권자들에게 대안으로서 작동하지 않은 점이 여당에게 표가 몰린 이유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이번 총선은 단순히 보수 야권만이 아니라 진보 야권과 중도 정당에 대한 심판이라며중도는 이합집산하는 모습을 보였고, 정의당도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유권자들에게 선택적 정당이 없던 상황이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의 대처가 적절하다는 국외의 평가도 여당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잘한다는 국외의 칭찬이 이어지면서 투표율이 오르고 (시민들의) 결집이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180석을 차지한 거대 여당이 탄생하면서 개혁 의지가 떨어지고 다양하게 분출되는 사회 문제를 간과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 교수는거대 정당이 탄생해 다른 정당을 포용하기보단 자신의 생존을 위해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민생 문제와 시민사회 요구가 법으로 제정되거나 개정되는 반응성의 정치는 약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고 지적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아쉬울 게 없는 민주당이 지금까지 방치한 기후위기, 젠더, 인권문제, 정치개혁 문제에 제대로 나설지 위기의식이 든다여당은 더는 남 탓할 조건 사라졌으니 개혁 능력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 강재구 기자 >


"전세계가 힘 합칠 때"국제적 리더십 실종 속 국제공조 균열 우려

민주 맹공 속 국내도 '벌집'CDC 국장은 "WHO는 훌륭한 파트너" 소신발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 책임론을 물어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자금지원 중단을 선언한 것을 두고 안팎으로 거센 역풍이 불고 있다.

전 세계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극복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할 시점에 코로나19 대응의 최전방에 있는 국제기구의 '손발'을 묶는 극약처방을 한 것을 두고 미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팬데믹 국면에서 미국이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하기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워온 '()고립주의'의 연장 선상에서 협력과 연대의 대상과의 정면충돌을 불사, 국제적 공조에 균열을 내면서 미국과 국제사회 간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들은 15 "정당화할 수 없다"며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국경을 뛰어넘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지난달 유럽발() 입국 금지에 이어 팬데믹 위기 극복 상황에서 대서양 동맹에 긴장을 조성하는 또 하나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날 밤 성명에서 "WHO나 다른 인도주의 기구의 바이러스 퇴치 활동에 대한 지원을 줄일 때가 아니다"라며 "지금은 국제사회가 연대해 협력해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중국 정부도 15"미국의 결정은 WHO의 능력을 약화하고 국제 방역 협력을 해치며 세계 각국, 특히 능력이 취약한 국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미국에 WHO에 대한 의무를 다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WHO의 돈줄을 끊으면서 그 배경으로 '중국 편향성'을 든 바 있다.

다만 최근 이 문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장외충돌을 벌였던 당사자인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미국은 WHO에 오랫동안 후한 친구였고 앞으로도 그러기를 바란다"면서 "공동의 위협에 맞서 함께 싸우기 위해 하나가 돼야 할 시간"이라며 직접적 비난은 자제했다.

뉴욕타임스(NYT)"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과 사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로 일격을 가했다"며 팬데믹은 끝나려면 멀었고 다른 세계 지도자들로부터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국내적으로도 벌집을 쑤셔놓은 듯했다. 자신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책임 전가용'이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멤버인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WHO에 대해 "CDC에 있어서는 훌륭한 파트너"라면서 "나와 CDC, 그리고 보건 분야에 있어서는 질병의 확산을 제한하고 미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위해 WHO와 나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소신 발언'을 했다.

WHO의 대응 실패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먼저 우리가 함께 극복해낸 뒤 사후 평가하고 싶다"고 즉답을 피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멀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은 이날 트윗을 통해 "세계의 보건 위기가 닥친 와중에 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는 건 위험한 소리"라고 경고했다.

미국 민주당도 맹공을 가하고 있어 정치권 내에서도 논쟁이 본격 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 결정은 무분별하고 위험하며 불법적이다. 즉시 도전받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과학과 자료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한 국제적 공조를 통해서만 팬데믹을 성공적으로 물리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보건 전문가와 과학자, 최일선에서 싸우는 영웅들의 말을 무시한 채 미국과 전 세계의 사람들의 생명과 삶을 엄청난 위험에 처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출위 간사인 민주당 패트릭 레이히 상원의원도 성명을 내고 적이 다가오고 있는데 우군의 탄약을 뺏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 안 된다고 맹비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책임 전가를 위해 다른 이들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사협회(AMA) 회장인 패트리스 해리스 박사는 CNN방송 인터뷰 등에서 "바이러스는 국경을 모른다. 이는 분명히 국제적 협력을 필요로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위험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개월간 WHO의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높게 평가해놓고 지금 와서 비난을 WHO에 돌렸다면서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번 책임 전가는 다른 나라들이 보다 결연하게 움직일 정도로 코로나19 경보음이 그동안 요란하게 울렸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라며 WHO가 완벽한 기관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늑장 대응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WHO,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 중단 결정에 "유감"

"적절한 때 회원국·독립기구가 WHO의 코로나19 대응 평가할 것"

 

세계보건기구(WHO)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금 지원 중단 명령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은 WHO에 오랫동안 후한 친구였고 앞으로도 그러기를 바란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WHO는 미국의 자금 지원 철회가 우리 업무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있으며, 당면한 재정 부족분을 채우고 우리 업무가 중단 없이 계속되도록 보장하기 위해 파트너와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은 공동의 위협에 맞서 함께 싸우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하나가 돼야 할 시간"이라면서 "만일 우리가 분열되면 코로나19는 그 틈을 이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적절한 때 회원국과 독립적인 기구가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WHO의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면서 "이것은 우리 회원국이 통상적으로 하는 절차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그는 "분명히 개선의 영역이 확인될 것이고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할 교훈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WHO는 최근 며칠 동안 WHO에 대한 지지와 헌신을 표한 많은 국가와 단체, 개인에 감사한다""우리는 이러한 글로벌 연대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브리핑 직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낭비할 시간이 없다"면서 "WHO의 유일한 초점은 모든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코로나19 대유행을 막는 데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열린 기자 회견에서 WHO의 잘못된 대응이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이어졌다면서 관련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WHO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WHO20182019년도 예산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기여금은 89300만 달러(1859억원)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의무 분담금은 23691만 달러(2881억원), 의무 분담률은 22%로 역시 WHO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