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상아 그대로 남아 있어 밀렵 가능성은 적어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최근 코끼리 수 백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물 웅덩이 근처, 바닥에 쓰러져 숨진 코끼리 사체엔 값 나가는 상아가 그대로 붙어 있었다. 코끼리 떼죽음 원인을 놓고 당국에서 조사에 나선 가운데, 일각에선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동물 보호단체 국립공원 구조대가 오카방고 삼각주에서 350여 마리의 코끼리 사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고 <BBC> 방송이 2일 보도했다. 코끼리 사체가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 5월 초부터다.

아프리카 보츠와나 오카방고 삼각주에서 최근 석달 새 350여 마리의 코끼리가 원인 모를 떼죽음을 당해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국립공원 니알 맥캔 소장은 이렇게 많은 코끼리들이 한번에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목숨을 잃은 건 처음 본다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보츠와나에는 전체 아프리카 코끼리 개체 수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3만마리의 코끼리가 서식하고 있다. 사건이 알려진 직후, 당국은 즉각 코끼리 집단폐사 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보츠와나 환경·천연자원·보전·관광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 캐나다의 3개 연구소에서 코끼리 사체에서 체취한 샘플을 처리하고 있다결과를 얻으려면 몇 주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밀렵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코끼리 사체에 상아가 그대로 있다는 점 등의 이유로 일단 밀렵은 이번 코끼리 떼죽음의 원인에서 배제되는 분위기다.

맥캔 소장은 최근 생존 코끼리들이 기력이 쇠약해진데다, 원을 그리며 돌고 있는 모습이 목격된 점 등을 들어 코끼리들의 신경계가 파괴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 원인이 물이나 토양에 있다면 인수 교차 질병일 가능성도 있다며 코끼리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 이정애 기자 >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9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NBA 리그 사무국은 3"624일부터 29일 사이에 선수 9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이로써 623일 이후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351명 가운데 25명이 확진자로 분류됐다"고 발표했다.

NBA는 또 "스태프 등 팀 관계자 88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10명으로부터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올해 3월 코로나19 때문에 2019-2020시즌 일정을 중단한 NBA31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22개 팀이 모여 정규리그를 재개할 예정이다. 10일부터는 트레이닝 캠프가 시작된다. 애덤 실버 NBA 커미셔너는 최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크게 확산할 경우 시즌 재개 일정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오드리 스트라우스 검사가 2일 기자회견을 열어 도피 중 체포된 길레인 맥스웰의 범죄 혐의를 설명하고 있다. 맥스웰은 미성년 성착취 등으로 수감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백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최측근으로, 그의 성착취를 돕고 관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측근 맥스웰, 호화별장 은신중 FBI에 체포

검찰, 성범죄 공모·위증 등 6개 혐의로 기소

앤드루 왕자 등 유명인사 성추문 재점화될 듯

            

미성년 성착취 혐의로 수감 도중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방 사교계의 거물 제프리 엡스타인(사망 당시 66)의 최측근 길레인 맥스웰(58)이 도피 끝에 체포됐다. 맥스웰은 엡스타인의 성착취를 조력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의 체포로, 미성년 성착취 의혹을 받고 있는 앤드루(59) 영국 왕자 등 엡스타인의 사교 모임에 어울렸던 유명 인사들의 행각 전모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맥스웰은 2일 아침 미국 뉴햄프셔주 브래드퍼드의 한 호화 별장에 숨어있다가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 의해 체포됐다. 맥스웰은 성범죄 및 위증 등의 혐의로 체포된 직후 뉴햄프셔 연방지방법원으로부터 자신의 사건이 기소된 뉴욕 법원으로 이송 명령을 받았다.

연방수사국 뉴욕 지국의 윌리엄 스위니 부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맥스웰의 행방에 대해 은밀하게 탐지해왔다최근 들어 그가 뉴햄프셔의 호화 부동산으로 도피해 특권적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길레인 맥스웰이 은거하다가 체포된 뉴햄프셔주 브래드포드의 저택.

뉴욕 남부지검은 맥스웰이 엡스타인을 위해 미성년을 유인한 것을 포함해 성범죄 공모와 위증 등 6개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맥스웰이 유죄 확정시 최대 35년의 징역형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맥스웰 사건을 맡고 있는 오드리 스트라우스 검사(뉴욕남부지검장 대행)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맥스웰은, 엡스타인이 미성년 희생자를 골라 사귀게 하고, (성적으로) 길들이는데 도움을 주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때때로 맥스웰도 그 성착취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스트라우스 검사는 맥스웰이 희생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여성인 척 행동하며, 덫을 놓았다고 비난했다.

검찰은 이날 공개한 16쪽의 공소장에서 엡스타인과 맥스웰을 개인적, 사업적 관계로 규정했다. 두 사람이 1994년부터 1997년까지 친밀한 관계를 맺었고, 엡스타인이 맥스웰에게 여러 재산들을 관리하게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맥스웰이 엡스타인에게 마사지를 하도록 자신들을 유인한 뒤 성관계를 강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맥스웰은 생활, 학교, 가족 등에 대해 질문을 하며 피해자들과 친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 소녀들에게 쇼핑과 영화 관람을 시켜주는 식으로 친분을 쌓은 뒤 피해자들 앞에서 스스로 옷을 벗고 성적 얘기를 하며 성착취를 일상화했다. 이런 성적 길들이기는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와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엡스타인의 저택이나 뉴멕시코의 산타페 목장, 런던의 집에서 주로 벌어졌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맥스웰은 미성년 피해자 앞에서 엡스타인에게 마사지를 해주기도 했고, 때로는 그들에게 전라나 반라의 상태로 성적인 마사지를 포함한마사지를 하라고 시키기도 했다. 심지어 공소장에는 멕스웰이 미성년 피해자를 성착취할 때 함께 있거나, 동참하기도 했다적혀 있었다.

맥스웰의 체포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인 앤드루 왕자의 성추문 의혹도 재점화될 조짐이다. 앞서 엡스타인의 피해자 중 하나인 버지니아 주프레는 맥스웰이 자신을 엡스타인의 모임에 유인했다고 고소한 바 있다. 주프레는 고소장에서 엡스타인 뿐만 아니라 앤드루 왕자 등 그의 친구들과의 성관계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20012002년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던 앤드루 왕자와 런던과 뉴욕, 카리브해 섬에서 3차례 강제 성관계를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앤드루 왕자가 2001년 맥스웰의 자택에서, 당시 17살이었던 주프레의 허리를 감싼 채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된 바 있다. 사진에는 맥스웰도 함께 찍혔다.

스트라우스 검사는 이번 사건 수사가 앤드루 왕자에게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선 일단 누구의 상태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앞서 말한대로 우리의 문을 열려 있다그가 와서 우리에게 진술을 들을 기회를 주겠다면 환영한다고 앤드루 왕자의 진술을 기대했다.

길레인 맥스웰이 200092일 앤드루 왕자의 여자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한 뒤 앤드루 왕자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떠나고 있다.

앤드루 왕자의 한 소식통은 이와 관련 왕자의 변호사가 지난달 두 차례나 미국 법무부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공작(앤드루 왕자의 작위)의 팀은 지난달 미국 법무부와 두 차례나 소통했고 그 반응을 받지 못했음을 감안하면 어리둥절할 뿐이다고 말했다.

앤드루 왕자 외에도 엡스타인의 사교 모임에 어울렸던 유명 인사들의 행각 전모도 드러날지 관심이 집중된다. 엡스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자랑했던 인물 중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있다. 트럼프는 2002년 엡스타인을 소개한 한 잡지의 기사에서 제프를 15년 간 알았다. 대단한 친구다라며 그는 함께 하기에 아주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내가 아름다운 여인들을 좋아하는 것처럼 그도 그렇고, 그런 여인 중 다수는 젊은 여인들이라고도 말했다. 트럼프와 현재 부인 멜라니아, 엡스타인과 맥스웰 두 커플이 1992년 트럼프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파티를 하며 찍은 사진도 공개된 바 있다.

하지만 엡스타인의 체포 뒤 트럼프는 태도를 바꿨다. 그는 팜비치의 모든 사람이 그를 아는 정도로, 나도 그를 알았을 뿐이라며 나는 그와 사이가 나빠져 15년 간이나 말도 안 했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해 자신이 2002년과 20034차례에 걸쳐 엡스타인의 전용 제트기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클린턴 재단의 공무에 엡스타인 전용기를 이용했을 뿐, 잘못된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클린턴과 맥스웰이 연인 관계라고 주장하는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백만장자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20여명과 성매매를 하는 등 수십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7월 체포돼 기소됐다. 한 달 뒤 그는 수감 중이던 메트로폴리탄 교도소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 정의길 기자 >

맥스웰은 누구?영국 언론재벌 딸, 미국 건너와 사교계 유명인물로

맥스웰은 영국 언론 재벌이자 의원을 지낸 로버트 맥스웰의 딸이다. 아버지가 사망한 뒤 맥스웰이 상속인이었으나, 아버지의 기업은 임금체불 상태로 사실상 파산 상태였다. 그는 1년에 10만달러씩 받는 신탁재산을 물려받았고, 1991년 뉴욕으로 왔다. 이후, 존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아들인 존 케네디 2세의 절친이 되는 등 사교계의 유명인사가 됐다.

그의 또 다른 절친 중 하나가 제프리 엡스타인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맥스웰은 엡스타인의 저택의 여인이었고, ‘사업 동반자였다. 엡스타인의 직원과 친구들은 맥스웰이 엡스타인의 해결사이자, 매니저, 사회적 생명줄이었다고 말한다.

맥스웰은 지난해 엡스타인이 체포된 이후, 자취를 감추고 도피 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지난해 12월 현금 100만달러(12억원)를 주고 산 뉴햄프셔주 브래드퍼드의 한 저택에서 은신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맥스웰은 이 집을 익명으로 사려고 했으나 부동산 업자가 이를 거부하자, 법인체를 만들어 거래를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15개가 넘는 맥스웰의 은행 계좌 잔고는 2016년 이후 최대 2천만달러가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안보실장에 서훈정의용·임종석은 외교안보특보로

 

문재인 대통령이 3일 박지원 전 국회의원을 국가정보원장으로 깜짝 발탁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대북 라인 투톱으로 꼽혀온 서훈 국정원장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외교안보특보로 자리를 옮긴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외교안보특보로 함께 임명됐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이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 공석이 된 자리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정됐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강 대변인은 박 전 의원을 국정원장으로 내정한 데 대해 “4선 경력 정치인으로 메시지가 간결하면서 정보력과 상황판단이 탁월할 뿐 아니라 정보위원회 활동을 하며 국정원 업무에 정통하다박 후보자가 오랜 의정활동으로 축적된 다양한 경험과 뛰어난 소통력을 바탕으로 국정원이 신뢰받는 정보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16일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뒤 일부에서는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경질론이 제기됐지만, 이번 인사 발표를 보면 사실상 전열 가다듬기에 가깝다. 대북 관계를 주도해온 서 원장이 청와대로 자리를 옮겨 계속 업무를 해나가게 되고, 정의용 실장은 비상임외교안보특보로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조언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서영지 기자 >

안보라인 북한통 총동원남북대화 복원강력 메시지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국가정보원장으로 박지원 전 민생당 국회의원을 전격 발탁했다. 기존의 대북 라인을 이끌었던 서훈 국정원장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통일부 장관으로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내정됐다.

세 사람 모두 대북문제에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이들로, 악화된 남북관계를 돌파하기 위해 청와대가 가용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을 총동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심을 모았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로 임명됐다.

이날 인사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사람은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박 후보자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으며 현 정부에서도 남북문제 자문역할 하는 등 북한 문제 전문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4선 국회의원 경력의 정치인으로 메시지가 간결하면서 명쾌하고 정보력과 상황판단이 탁월할 뿐 아니라 18·19·20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국정원 업무에 정통하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박 후보자는 최근까지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남북미 세 정상 간 회담은 가능성이 보이지 않더라도 항상 추진해야 하며, 그 중재자 역할은 문 대통령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다며 북한과 대화를 강조해왔다.

신임 국가정보원장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통일부 장관에 내정된 박지원 전 민생당 국회의원(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출신이 아닌 정치인을 중용한 것은 박 후보자가 처음으로, 그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절박함과 함께 북한을 향한 강력한 대화 의지를 전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서훈 국정원장이 맡아 대통령을 곁에서 보좌하며 한반도 문제 및 대외관계의 중심을 잡게 됐다. 국정원 출신 외교·안보 전문가로 미국, 일본의 고위 인사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등 현안을 성공적으로 기획·조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그는 현 상황에 대해 신중하게 대응하되, 때로는 담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통일부 장관으로는 민주당 남북관계발전 및 통일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인영 의원이 지명됐다. 그는 내정 발표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시 평화로 가는 오작교를 다 만들 수는 없어도 노둣돌 하나는 착실하게 놓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도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에 임명돼 현안에 대한 자문 역할을 맡게 된다. 문 대통령은 이르면 오는 6일 국가안보실장과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임명하고, 통일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할 예정이다.

박지원, 첫 남북정상회담 성사 주역탕평·협치 의미도

서훈 대북 물밑지원사령탑교체, “한반도 평화, 제도적 정착이 목표

이인영 86세대 대표원내대표 지낸 4..남북문제 관심깊어 통일 걷기진행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유지하며 새 추진 동력 장착 절묘한 선택

문재인 대통령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세 사람은 5년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2015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경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문재인 후보가 박지원 후보의 축하를 받고 있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박지원 후보의 관록과 경륜, 이인영 후보의 젊음과 패기, 제가 다 업고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외교·안보라인 인선을 단행해 새 진용을 갖춘 것은, 국정 후반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기조를 재확인하면서 추진 동력을 새로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최근 북한이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대남 압박에 나서며 긴장을 고조시킨 위태로운 국면을 되돌릴 전기가 될지 주목된다.

국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은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카드.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6월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송호경 북한 특사와 막후 비밀협상을 벌여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성사시키는 데 결정적 구실을 했다. 오랜 기간 북쪽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쌓은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 등을 동원해 남북관계 복원에 나서주길 기대하는 인선으로 해석된다.

박 후보자는 대북 햇볕론자지만 더불어민주당 출신이 아니고 문 대통령과 정치적 악연도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그를 국정운영에 핵심적인 정보 수장으로 중용한 것은 탕평 인사의 의미로 국내 정치기반을 넓히려는 뜻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인선은 전방위로 가용자원을 총동원한 것이라며 박지원 전 의원의 지명은 탕평과 협치의 의미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는 국가정보원에서 오랫동안 대북문제를 전담하며 잔뼈가 굵은 전문가로, 애초부터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해온 인물이다. 이번 인사로 서훈 내정자는 그동안 국가정보원장으로서 물밑에서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다가 전면에 나서 직접 외교·안보 정책을 이끄는 컨트롤타워 구실을 맡게 됐다. 문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에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변함없이 추진해나가겠다는 뜻이 반영된 인선으로 해석된다. 서 내정자는 이날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한반도 평화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목표다. 아울러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의 통일부 장관 후보자 지명은 중진 의원다운 정치력과 추진력으로 꽉 막힌 남북관계를 돌파해달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인 이 후보자는 4선의 국회의원으로 20대 국회 마지막 원내대표를 지냈다. 평소 남북문제에 관심이 깊은 이 후보자는 2017년부터 매해 여름 비무장지대(DMZ)를 걷는 통일 걷기행사를 진행해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 후보자에 대해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교착상태의 남북관계를 창의적이고 주도적으로 풀어감으로써 남북 화해협력과 한반도 비핵화라는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를 두루 살펴보면, 기존 대북라인의 핵심 축이었던 서훈 국가안보실장 내정자가 그동안 추진해온 정부의 대북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하면서 이인영·박지원 후보자가 새로운 추진 동력으로 가세하는 구도로 보인다. 여기에 기존의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에 더해 정의용 안보실장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삼각 날개로 보좌하는 모양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인선에 대해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대통령의 절묘한 선택이며 대북 메시지라며 남북관계에 정통한 이인영, 박지원 후보자가 새로 배치되면서 기존의 대북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서훈 내정자와 삼각 구도로 정립됐다. 남북 간 교착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각종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박병수 서영지 기자 >

반문재인앞장섰던 박지원, 문재인 정부에 중용

3일 청와대의 외교·안보 인선의 백미는 무엇보다도 국정원장 인사였다. 한때 문재인 대통령을 매일 아침 공개적으로 비난해 문모닝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야박하게 굴었던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이 중용된 것은 모두의 허를 찌르는 일이었다.

문 대통령과 박 후보자 간 구원의 역사는 참여정부 때인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호남의 몰표를 받아 집권했지만 김대중 정권 시절 벌어진 대북송금에 대한 특검을 수용했고, 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박 후보자는 검찰수사에 휘말려 옥살이를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두 사람의 갈등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의 2·8 전당대회에서 최고점을 찍었다. ‘대세론을 앞세운 문 대통령과 당권-대권 분리론을 주장하는 박 후보자가 대표직을 놓고 격돌했다. 막말과 네거티브 공세가 난무한 가운데, 박 후보자는 참여정부 호남 홀대론’ ‘친문 패권주의를 내세워 문 대통령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3.5%포인트 아슬아슬한 차이로 문 대통령이 승리했지만 이미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진 이후였다.

이때 문 대통령에게 각인된 호남 트라우마는 좀처럼 털어내기 어려운 상처였다. 박 후보자가 불 지핀 호남 홀대론은 반문(재인)정서를 타고 일파만파 번지며 새정치민주연합을 분열시켰다. 박 후보자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만든 국민의당에 입당해 2016년 총선에서 당선됐다. 문 대통령은 총선 직전 광주를 찾아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겠다면, 저는 미련 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며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으나 호남은 총 28석 중 25석을 국민의당에 몰아주며 좌절감을 안겼다.

2017년 대선 당시 국민의당 원내대표였던 박 후보자는 오전 공개회의 때마다 문재인 때리기에 앞장섰으나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우호적 태도로 급선회했다. 취임 첫날인 2017510일 국회를 찾은 문 대통령에게 오늘은 굿모닝입니다라며 ‘10년만의 정권교체를 축하한 일화는 유명하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론을 계승한 그는 험난한 남북관계의 격랑 속에서도 한반도 평화와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의지를 잃지 않은 문 대통령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다.

국정원장 내정 소식이 알려진 이날 박 후보자는 문 대통령에게 충성을 약속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역사와 대한민국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님을 위해 애국심을 가지고 충성을 다 하겠다앞으로 내 입에서는 정치의 ’()자도 올리지도 않고 국정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국정원 개혁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오랜 악연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박 후보자를 기용한 것은 험악해진 남북관계 돌파를 위한 강한 의지와 절박함의 표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 후보자는 20년 전 첫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튿날인 지난달 17일 청와대로 외교·안보 원로들을 불러 조언을 들은 자리에도 박 후보자를 초대한 바 있다. < 이지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