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이스라엘 총리와 베니 간츠(오른쪽) 청백당 대표가 20일 연합정부 구성에 합의했다. 사진은 레우벤 리블린(가운데) 이스라엘 대통령 등 세 사람이 지난해 919일 시몬 페레스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손을 맞잡은 모습. 예루살렘/EPA 연합

코로나19로 정치위기 벗어나강경 중동정책 이어질 듯

베냐민 네타냐후(70) 이스라엘 총리가 경쟁자인 베니 간츠(60) 청백당 대표와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했다. 비리 의혹과 잇단 연정 실패로 위기에 처했던 네타냐후 총리가 코로나19 대응을 계기로 다섯번째 총리직을 맡게 됐다.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 구성을 사실상 주도해, 이스라엘의 강경한 중동 정책이 이어질 전망이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가디언> 등의 보도를 보면, 우파 진영인 리쿠드당의 네타냐후 총리와 중도 진영인 청백당의 간츠 대표는 20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비상내각구성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2018년 말 연립정부가 무너진 뒤 14개월 만이다. 총리 임기 3년 중 네타냐후가 먼저 18개월을 맡고, 간츠 대표는 다음 18개월간 총리직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네타냐후가 총리를 맡는 동안 간츠 대표는 국방부 장관을 맡는다.

합의안에는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 일부를 합병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네타냐후 총리가 추진해온 대로, 오는 71부터 유대인 정착촌이 있는 요르단강 서안에 주권을 적용하는 법안의 의회 표결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1월 중동 평화 구상안을 내놓으며, 서안 지구 정착촌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해 국제적 논란이 된 바 있다.

팔레스타인은 이런 내용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날 본인 트위터에병합 정부 구성이 국제법과 결의에 따라 수립된 팔레스타인 주민의 권리와두 국가 해법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협상에서 본인의 비리 재판을 막는 장치도 만들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뇌물 수수와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네타냐후 총리는 다음달 24일 첫 재판을 받는데, 그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대법관 선임 위원회를 장악하고 검찰총장 임명 거부권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 최현준 기자 >

                   

 미국인 일자리 보호와 보이지 않는 적의 공격 고려

  민주당위기 이용해 반이민 밀어붙이려 해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미국으로의 이민을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밖으로 돌리면서 이 위기를 자신의반이민정책 강화에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트위터에우리 위대한 미국 시민들의 일자리를 보호할 필요성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적(코로나19)의 공격을 고려해, 나는 미국으로 이민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민 중단을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언제 행정명령에 서명할지 등 구체적인 설명은 덧붙이지 않았다.

미국은 이미 코로나19 사태 속에 국경을 차단해왔다. 또 지난 1월 말 중국발 외국인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유럽 국가 여행객들의 미국 입국을 차단했다. 또 북쪽의 캐나다, 남쪽의 멕시코와도 사실상 국경을 차단했다. 전세계 모든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일상적인 비자 서비스도 일시 중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민 중단 조처는 이런 국경 봉쇄를 전혀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번 조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반이민정책에 대한 보수층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여당인 공화당에서는 “‘중국 바이러스때문에 지난달 2200만명의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었다. 외국인을 더 수입하기 전에 미국인들이 일자리로 돌아가는 것부터 돕자”(톰 코튼 상원의원, 트위터)며 코로나19 파장과 반이민을 연결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강력 비판했다. 호아킨 카스트로 하원의원은 트위터에이 행동은 트럼프의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인명 구조 실패에 대한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시도일 뿐만 아니라, 위기를 이용해 자신의 이민 정책을 밀어붙이려는 권위주의적인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도 트위터에트럼프는 첫날부터 이 위기를 심각하게 다루는 데 실패했다. 이제 그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자신의 반이민 의제를 강화하기 위해 정치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



                    서울 명동에서 구두수선점을 운영하는 김병양씨.

구두수선공 할아버지 평생 모은 12억 대학장학금으로 선뜻 내놔

장성 출신 김병양씨 전남대에 기부
서울서 30여년간명동 스타사운영

중학교에 입학하라는 어머니의 말이 듣지 않은 것이 평생 한이었습니다. 저같은 학생들이 더는 없도록 좋은 곳에 써주시길 바랍니다.”

17일 광주 전남대에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노 신사가 찾아왔다. 서울에서 명품 수선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병양(84·사진)씨였다. 그는 평생 모은 현금과 주택 등 재산 12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죽기 전에 고향에서 제일 좋은 학교인 전남대에 좋은 일을 하고 싶다. 아내와 자녀들이 동의해줘 뜻을 이루게 됐다.”

전남 장성군에서 태어난 김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초등학교도 겨우 마쳤다. 학업 대신 직장을 택한 그는 광주 북구 신안동의 한 식용유 제조공장을 다니며 가족 생계를 책임졌다. 그 시절 공장 인근에 있던 전남대는 그에게 선망과 추억의 대상이었다.

30대 초반이던 1969년 상경한 그는 남대문 시장, 명동 일대에서 식용유·얼음 등 배달일을 하며 돈도 벌었다. 1988년 배달일로 인연을 맺었던 명동 코스모스백화점 앞 귀퉁이의 한 구두수선가게를 인수했다. 쉰살 넘어 구두수선공이 된 그는명동 스타사라는 그럴듯한 간판도 내걸었다.

명동 스타사는 구두뿐 아니라 가방·핸드백도 고쳤다. 명품을 수선하려면 외국으로 보내야 했던 손님들이 찾아오며 수입명품 전문수리점으로 자리잡았다. 독한 가죽 염색약 냄새를 참아가며 일을 하다 보니 한때는 직원이 25명까지 늘었고 명품 판매점과 백화점, 대기업들도 단골이 됐다. 지금은 딸이 물려받아 성업 중이다.

김씨는 은퇴를 하고보니 학업을 중단했다는 아쉬움과 함께 어머니 말씀을 거슬러 상처를 드렸다는 죄스런 마음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이제는 나이 탓에 귀도 잘 들리지 않고 아내 역시 건강이 좋지 못하다. 자녀들은 다 결혼해 더 해줄 것도 없다. 학생들이 그저 열심히 공부해 훌륭하게 성장하도록 미력이나마 돕고 싶다.”

전남대는 감사패를 전달과 함께 김씨의 기부 정신을 기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김용희 기자 >


'-37달러' 5월물 WTI, 만기일에도 마이너스권

국제유가의 가파른 폭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수요가 사실상 실종되면서 수급 거래 자체가 붕괴한 모습이다.

2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오전 920분 현재 배럴당 29.6%(6.05달러) 내린 14.38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벤치마크 유종인 브렌트유는 20달러 선이 깨졌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는 22.96%(5.87달러) 하락한 19.7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유례없이 강한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급감하고 공급이 넘쳐나면서, 유가 수준과는 무관하게 더는 원유를 저장할 공간이 없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정유업계나 항공업계의 실수요자는 아예 사라진 상황이다. 실수요자가 아닌 선물 트레이더들로서는 최대한 인수를 늦추면서 장기계약으로 갈아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6월물을 건너뛰고 곧바로 7월물로 갈아타는 움직임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6월물 만기(5 19)까지도 코로나19 사태 및 원유공급 과잉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만기일(21)을 맞은 5월물 WTI는 여전히 마이너스권이다.

비슷한 시각, 5월물 WTI는 배럴당 33달러가량 오른 -4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날 '-37달러'라는 기록적인 수준에서 종가를 형성한 바 있다.

인간 전쟁서 몸값 올린 석유, 바이러스와 전쟁에 무릎꿇다

양차대전으로 석유가 최고 전략자원으로 부상
현대 지정학적 격변에 석유가 배후
2008
년 금융위기 이후 석유 가치 하락
코로나19과의 새로운 전쟁이 석유 조락에 쇄기

현대의 최고 전략자원 석유의 운명이 역사적 변곡점에 들어섰다.

인류 역사상 최대 전쟁으로 석유 가치가 치솟았고, 인류 초유의 전쟁이 그 가치를 바닥으로 밀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는 세계대전으로 최고 전략자원으로 등극했으나, 코로나19와의 싸움으로 전략적 가치가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유가의 기준인 서부텍사스중질유(WTI) 5월 인도분이 20일 거래에서 -37.63달러라는 석유 거래 사상 첫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한 것은 조락하는 석유 운명을 상징한다. 물론 석유 저장 능력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선물거래 5월 만기일(21)이 겹쳐 벌어진 일시적인 상황이나, 수요가 급감하고 공급이 초과하는 최근의 석유 시장 상황을 그대로 드러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이동제한 및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급감이 근본 원인으로, 이런 추세가 달라질 요인은 단기적론 보이지 않는다.

석유가 현대에서 최고 전략자원으로 떠오른 결정적 계기는 영국이 1913년 주력 전함으로 제작한퀸 엘리자베스호가 최초로 석유 동력 엔진을 장착하면서부터다. 퀸 엘리자베스는 기존의 석탄 동력 전함에 비해 월등한 기동력과 효율을 과시해, 영국 해군의 경쟁력을 배가했다. 퀸 엘리자베스가 가동될 때에 이미 미국에서는 텍사스 등지에서 유전이 개발됐다. 포드는 대중적 자동차인 포드-T를 출시해 1914 50만대 이상을 판매했다. 군수와 민수 양 분야에서 석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곧 영국의 해군장관이 되는 윈스턴 처칠은 미래의 전략자원이 석유임을 간파했다. 그는 한창 유전이 개발되기 시작하던 중동에 대한 영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열렬한 마지막대영 제국주의자가 됐다. 2차 대전의 승패를 가른 스탈린그라드 전투도 나치 독일이 당시 소련의 유전지대인 카스피해로 진출해, 중동까지 나아가려는 전략 때문에 벌어졌다. 나치 독일은 무리하게 이 전선에 집중하다가 스탈린그라드에서 대패하며, 몰락의 길로 갔다.

2차 대전 전승국 지도자들은 얄타 회담으로 전후 세계 분할을 논의했다. 얄타 회담 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귀국길에 병환의 몸을 이끌고 신생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이븐 사우드를 만난 것은 석유 때문이었다. 이란의 민족주의 성향 모하마드 모사데크 정부가 석유 국유화를 단행하자 미국이 중앙정보국(CIA)을 동원해 전복시킨 것도 석유 때문이었다. 그 후 미국이 중동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한 것 역시 모두 석유가 첫번째 동인이었다.

석유가 배후 요인이던 중동분쟁 와중에서 발발한 1973년 오일쇼크는 석유의 전략적 가치를 최고로 고조하며, 지정학적 격변도 불렀다. 자본주의 경제는 10년 이상의 장기불황에 돌입해, 서방 선진국들은 지식경제와 신자유주의 체제로 전환해 나갔다. 넘쳐나는 오일달러로 사우디 등 중동국가 내에서는 빈부격차와 성속갈등이 고조돼, 이슬람주의가 분출했다. 이란에서는 최초로 이슬람 혁명에 이은 이슬람공화국이 성립됐다. 이미 1960년대부터 중공업 경제가 정체됐던 소련은 석유값이 오르자 오히려 제3세계 분쟁에 더 개입하며 영향력을 확장하려 했다. 1979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대표적 예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들어 석유값이 폭락하자, 소련은 과잉전개된 국력을 수습하지 못하고, 몰락의 길로 갔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석유지정학의 절정이었다. 미국은 중동민주화라는 미명 하에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고 중동 전체에서 미국에 우호적인 질서를 만들려다가, 수렁에 빠졌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철수하던 2008년에는 금융위기로, 석유값이 역사적인 저점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셰일 석유가 개발돼,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비용과 환경오염이 문제였지, 그 매장량은 미국의 한 셰일 유정에서만 100년 이상이나 쓸 수 있는 양으로 측정됐다. 비관적으로 보였던 전통적 유전이나 천연가스도 예상 이상으로 개발돼, 시장에 석유나 가스 등 화석연료 공급은 넘쳐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산업 동력과 친환경 개발 욕구에 바탕한 대체에너지 개발도 활발해졌다.

금융위기 이후 하향 안정화를 보이던 석유값은 지난 3월초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인류가 서로 떨어져야 하는이동제한이어서, 석유 수요는 하루 3천만배럴이나 급감했다.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30%에 해당된다. 석유값이 배럴당 20달러를 맴돌자, 50달러 이상이어야 수지가 맞는 셰일 석유 기업이 파산위기에 몰리고, 전통적 석유 메이저들도 비틀거리고 있다.

핼리버튼의 위기가 석유의 위기를 대표한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전쟁 용병들을 투입하고 이라크 석유 이권을 거의 독점했던 석유 장치 기업인 핼리버튼은 올해 1분기 10억달러의 적자를 봤다. 이라크 전쟁의 주역인 딕 체니 당시 미 부통령이 최고경영자였던 핼리버튼은 이라크 전쟁의 배후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석유지정학이 만든 기업이었다.

이번마이너스 유가사태는 원유저장 시설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물 투자자들이 일제히 5월물을 팔아치우고 6월물을 사들이면서 일시적으로 빚어졌다. 석유를 싸게 사서 쌓아둔 투자자들은 올 가을 이후대박을 전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가 잦아들어도, 석유에 대한 욕구가 전처럼 회복될 전망은 어둡다. 공급이 넘쳐나는 데다, 코로나19가 제기한 환경위기와 새로운 삶의 양식이 그 수요를 반감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이라는 인류에게는 초유의 전쟁이 석유의 가치를 극적으로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 정의길 기자 >

돈 줄테니 석유 가져가라첫 마이너스 유가 어디로 가나

                             

서부텍사스중질유 5월분 가격 -37.63달러

저장 시설 꽉찬데다 선물만기 겹쳐

세계 저장능력 60% 소진현재 유조선에 14100만배럴                        

국제 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돈을 줄테니 석유를 가져가라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석유 수요가 줄어들자, 넘쳐나는 석유를 저장할 수 없어 벌어진 사태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05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유(WTI)가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석유값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석유 1배럴을 가져가면, 37.63달러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17일 종가 18.27달러에서 55.90달러, 305% 폭락한 수치다.

이날 서부텍사스유 5월분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원유시장의 선물 만기가 겹쳤기 때문이다. 5월 인도분이 거래 만기일 21일을 하루 앞두고 팔리지 않고 남은데다, 기존 구매자도 이를 인수를 하기보다는 6월물로 앞다퉈 갈아타는 롤오버를 했기 때문이다.

석유 저장시설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5월분 물량이 인수되지 않고 남아돌자 가격이 마이너스로 급격히 곤두박질했다. 팔리지않은 5월분을 저장하는데 돈이 더드는 상황이 되자, 석유를 가져가면 돈을 준다는 마이너스 가격이 형성된 것이다. 특히 서부텍사스유는 내륙에서 생산되는 까닭에 저장 비용이 더 많이 든다.

현재 전 세계의 석유 저장 능력을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가 급감해 팔리지 않은 석유가 저장되면서, 68억배럴 상당의 전 세계 석유 저장 능력 중 60%가 소진된 상태라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3월말 현재 바다에 떠도는 유조선에는 약 1900만배럴이 저장돼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석유 거래회사 를 인용해 전했다. 이는 지난 1714100만배럴로 늘었다.

특히, 미국의 상황이 심각하다. 선물시장에서 거래된 석유가 인도되는 오클라호마 쿠싱의 전략석유비축시설의 저장능력은 8천만배럴이다. 쿠싱에는 현재 2100만배럴의 여력이 있는데, 이는 미국 석유 생산량의 이틀치 분량 밖에 안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가 전략석유비축을 7500만배럴 더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의 전략석유비축은 63500만배럴이다. 문제는 석유를 비축하는데도 하루에 50만배럴정도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이 7500만배럴을 더 비축하면서 시장에서 석유를 거둬들이려해도, 5개월이나 걸린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석유값 회복은 연말이나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국제유가의 기준치인 브렌트유의 11월 인도분은 36.89달러, 서부텍사스중질유 11월분도 31.66달러였다.

이번 석유값 마이너스는 서부텍사스중질유 5월분에 한정된 일시적 현상이다. 서부텍사스유 6월 인도분도 18%가 떨어지는 했으나, 20.4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비록 마이너스 유가가 시장 상황이 왜곡되면서 일부 품종에 한정된 현상이기는 하나, 석유값이 역사적인 변곡점을 맞고 있음을 상징한다.

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본격 확산된 3월 이후 전 세계 석유 수요는 하루 3천만배럴이나 급감했다. 1억배럴 내외인 전 세계 생산량의 30%에 해당하는 수요가 감축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 회원국과 비오펙 산유국으로 구성된 오펙+’가 지난 12일 하루 970만배럴을 직접적으로 감산하고, 다른 산유국과 선진국들도 감산에 동참하기로 하며, 하루 최대 2천만배럴의 감산 효과를 내기로 한 바 있다. 이 합의가 지켜져도 여전히 1천만배럴이나 공급이 넘치는 상황이다.

이런 석유 공급 초과 현상은 2000년대 이후 전 세계에서 새로운 유정이 예상 이상으로 개발되는데다, 셰일유 등 셰일에너지가 2010년 이후 시장에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예견됐다. 코로나19 위기가 잦아들어도, 공급 초과로 인한 저유가 현상이 해결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에서 최대 산업 중 하나인 석유산업과 기업들의 위기도 심화되고 있다. 석유 관련 거대 장치 기업인 핼리버튼은 20일 올해 1분기 10억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보고했다. 핼리버튼은 지난해 동기에는 15200만달러의 흑자를 봤다. 핼리버튼은 이라크 전쟁 뒤 이라크 석유 개발 이권을 따낸 기업이다. 딕 체니 당시 부통령이 최고경영자로 재직한 회사로, 이라크 전쟁의 최대 수혜자이자 심지어 배후 조정을 했다는 의혹을 샀다.

석유값이 배럴당 20달러 이하로 조금 더 지속되면, 미국 텍사스의 수백개 중소 석유회사들은 80%가 파산하고, 25만명이 실직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석유업계 전문가를 인용해 전했다. 30달러대가 되면, 석유 산업을 살아남을 것이나 많은 석유기업들이 망할 것일고 신문은 전했다. , 석유값이 30달러 이하면 산업 자체가 붕괴 위기가 된다는 것이다. < 정의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