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힘 박덕흠 복당 ‘이중의 불공정’

● 칼럼 2022. 1. 11. 03:18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박덕흠 의원이 국회의원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공사 수주라는 사적 이익을 챙긴 혐의는 불공정의 극치다. 이런 혐의를 받는 국회의원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것 또한 명백한 불공정이다. 검찰의 수사 지연이 비판받아도 모자랄 판에 이를 이용해 당적을 되찾기까지 했으니 박 의원의 복당은 ‘이중의 불공정’이 작동한 결과다.

 

박용현/ 논설위원

 

 

국회 국토교통위원을 지내면서 가족 회사를 통해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대 관급공사를 수주한 의혹이 제기되자 국민의힘을 탈당했던 박덕흠 의원이 지난 연말 슬그머니 복당했다. 이를 승인한 국민의힘 충북도당은 검찰과 경찰이 1년4개월 동안 소환조사도 기소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혐의가 없는 게 아니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참 편리한 해석이다.

 

국민의힘 주장과 달리, 핵심 혐의인 관급공사 특혜 수주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는 한참 진행 중이다. 지난해 9월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박 의원의 가족 회사와 관련 있는 건설사를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5월에는 공사 발주처인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도 압수수색했다. 2020년 9월 고발이 이뤄진 점에 비춰보면 수사 속도가 느린 것은 사실이나 강제수사에 착수한 상황은 분명하다.

 

반면 또 다른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는 말 그대로 감감무소식인 상태다. 박 의원이 대한전문건설협회장 재직 때 지인 소유의 골프장을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여 협회에 손실을 끼친 혐의 등으로 고발된 사건인데, 검찰 수사에 진척이 없자 고발인인 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에 수사 촉구 요청서를 내기도 했다.

 

검찰이 이렇게 수사를 지연시키는 것은 ‘봐주기 수사’의 한 유형이다. 수사에 손을 놓은 채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려 무혐의 처분했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력 검찰 간부의 형인 윤 전 서장은 10년 만의 재수사 끝에 얼마 전 기소됐다. 박 의원의 경우 검찰의 수사 지연이 복당의 근거가 됐으니 이미 그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박 의원이 국회의원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공사 수주라는 사적 이익을 챙긴 혐의는 불공정의 극치다. 이런 혐의를 받는 국회의원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것 또한 명백한 불공정이다. 검찰의 수사 지연이 비판받아도 모자랄 판에 이를 이용해 당적을 되찾기까지 했으니 박 의원의 복당은 ‘이중의 불공정’이 작동한 결과다.

 

한 가지 더. 박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전국 41곳에 220억원 상당의 토지를 소유한 ‘땅부자 1위’ 의원이다. 그러나 지난해 ‘LH 사태’로 국민권익위가 정당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할 당시 그 전에 탈당해 무소속 신분이었던 그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혜택’까지 누렸다. 박용현 논설위원

추위에도 300여명 모여 추모

 

10일 연세대학교 이한열 동산에서 열린 배은심 여사 추도식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30년을 살다 보니까 이렇게 왜 살고 있지? 내가 나한테 물어보고도 싶고 괴롭습니다…미우나 고우나 우리는 노랑옷 가족이 돼버렸네요. 그래서 가족의 힘으로 이 나라가 조금 밝아질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끌어 나간다는 것이 경험입니다. 우리 애기들의 모습 잊지 마시고. 그 모습 잊지 않으려고 (나는) 30년 동안 대중 속에서 살았습니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고 배은심 여사의 추도식이 시작되기 전, 배 여사의 생전 육성이 울려 퍼졌다. 2017년 5월 세월호 유가족들이 광주 5·18 국립묘지를 찾았을 때 남긴 메시지다. 10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 마련된 ‘한열 동산’에서 이한열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배 여사의 추도식에는 추운 날씨에도 3백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 촛불을 켜고 자리를 지켰다. 한 손엔 핫팩, 한 손엔 추도사가 인쇄된 종이를 들고 선 이들은 20대 청년부터 머리가 희끗한 50대, 60대 장년까지 다양했다.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한열 동산’에서 열린 고 배은심 여사의 추도식에 참여한 시민들. 장예지 기자

 

추도식은 야외에서 한 시간가량 진행됐지만 이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묵념을 하거나 “세월이 이렇게 갔구나”라며 서로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6월 합창단 등이 준비한 추모의 노래를 끝으로 추도식이 끝나자 참석자 모두 나와 흰 국화를 헌화했다.

 

이날 추도사를 낭독한 김거성 전 이한열기념사업회 상임이사는 “(배 여사의 생전) 사진을 찾으려 사진첩을 뒤적여봤다. (하지만) 2020년 6월 대통령에게 모란장을 받을 때에도 사진엔 어머니의 마음속 그늘이 찍혀 나왔다. (2020년 6월9일) 경찰청장이 찾아와 용서를 구할 때에도 어머니는 ‘33년이 지났어도 나한티는 87년 그날이여. 그래서 마음이 아퍼요’라고 말하셨다”고 했다. 그는 “그 아픔 우리가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 해맑은 웃음 (찾으실) 그날 위해 다시 다짐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청년들도 배 여사를 추모했다. 연세대 학생들이 이한열 열사를 기억하기 위해 만든 단체 ‘열의걸음’ 강새봄 대표는 추도사에서 “5·18 역사공부를 해 본다고 5월 광주를 찾아가면 (배 여사는) 무더운 날씨에도 지친 몸을 이끌고 버선발로 달려오셨다”며 “배은심 어머니와 이한열 선배, 그리고 다른 열사분들이 바라던 세상은 지금 모습이 아닐 것이다. 열사들이 물려주신 유산은 어떤 시련에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였다. 우리 시대의 일을 묵묵히 해내는 청년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이한열 장학생’, 6·10항쟁 참여 시민도 “뜻 잇는 분, 많이 있으니…”

 배은심 여사 서울 분향소 마련... 추모하는 시민들 방문 이어져

 

10일 서울 마포구 이한열 기념관에 차린 배은심 여사 분향소. 오른쪽으로 이한열 열사의 사진이 보인다. 연합뉴스

 

“이한열군이 숨졌을 때 20대 직장인이었는데 너무 가슴이 아파서 6·10항쟁에 참여했어요. 엄마가 돼보니 자녀가 먼저 죽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같아요. 배은심 여사께서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그냥 보낼 수 없어서 직접 왔어요.” (경기 부천 63살 황영희씨)

 

10일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의 서울 분향소가 차려진 마포구 노고산동 이한열기념관에는 그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하루종일 계속됐다. 이한열기념사업회 등은 ‘민주의 길 배은심 어머니 사회장 장례위원회’를 꾸려 배 여사의 빈소가 차려진 광주 조선대병원 장례식장 외에 이한열기념관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분향소를 찾은 이들은 어머니에서 ‘민주 투사’로 살아가며 한국 현대사에 발자국을 남긴 배 여사의 삶을 되짚으며 그의 마지막을 추모했다. 신영옥(65)씨는 “이한열 열사의 관에 쓰러지듯 엎드려 오열하던 여사님의 모습이 기억난다”고 했다. 문진수(59)씨는 “배은심 여사는 인생 자체가 헌신이며 이 시대의 어머니라고 생각한다. 이제 마음의 평안을 얻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백송이(21)씨는 “대학 역사동아리 친구들 네 명이 함께 조문왔다. 그간 많이 힘들게 지내셨을 것 같아서 수고하셨다고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이한열 장학생’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이한열기념사업회는 2009년부터 학기마다 10명 안팎의 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분향소 자원봉사자로 온 김평강(26)씨는 “장학금을 받게 돼 저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배 여사를 두어번 뵀는데 차분하면서 올곧으신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따뜻한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며 “배 여사가 떠나게 돼 먹먹하지만 슬퍼 만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분의 뜻을 잇는 분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진리(37)씨는 “힘들었을 때 장학금을 받게 돼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다. 많은 시민들이 빈소를 찾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활동가들은 배 여사를 ‘늘 곁에 있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최수동 518민주화운동서울기념사업회 전 회장은 “배 여사님께서 민주화 관련 행사마다 참석하셨다. 그걸 볼 때마다 마음이 짠했다”고 했다. 정명호 한국전쟁유족회 상임대표는 “두 달 전 집회에서 마지막으로 뵀다. 좋은 일,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오시던 분이다. 정정하셨는데 갑자기 돌아가셔서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이날 오후 5시 현재 분향소에는 150여명의 시민, 정치인들이 찾았다. 이주빈 기자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 동산’. 노수석열사추모사업회에서 꽃을 올려놓았다.

 

배은심 여사 조문 온 윤석열에 대학생들 거센 항의시위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10일 배은심 여사 빈소 찾아 조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대학생들의 항의를 받으며 장례식장을 떠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조선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배은심 여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조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장례식장 들머리에 나와 있던 장례위원들은 장례식장에 도착한 윤 후보에게 “어머님이 마지막까지 외쳤던 것이 민주유공자법을 제정하라는 목소리였다”며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민주유공자법)’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윤 후보는 “법안 내용과 경위를 잘 모르다보니 제가 (서울) 올라가서 그 부분은 원내지도부에게 검토를 요청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장례위 관계자는 “정말 부탁드리겠다. 어머니 마지막 소원이셨다”라고 재차 당부했다. 윤 후보는 이후 빈소를 찾아 헌화와 분향을 마치고 배 여사의 아들 이훈열씨를 위로한 뒤 장례식장을 나섰다.

 

윤 후보가 조문하는 동안 장례식장 주변에서는 진보 성향 대학생 단체 회원들이 조문 반대 항의가 이어졌다. 이들은 “전두환이 5·18빼고 정치를 잘했다는 사람이 어떻게 추모를 하냐, 어떻게 열사를 기억하냐”고 외치고, `민주화운동을 정치적 홍보용으로 여기지 말라', `당신에게 필요한 건 멸콩 아닌 열공' 등의 손팻말을 든 채 거세게 항의했다. 김태형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고 배은심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대학생 진보 단체들의 시위인파 가운데로 장례식장을 향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배은심 여사 빈소 조문을 마치고 돌아가던 중 한 시민의 항의를 받고 있다.

병사 200만원 월급 주려면 5조1천억원 더 필요

윤석열 “엄격한 세출 구조조정 통해 재원 마련”

병사 월급 인상 땐 초급 간부도 함께 올려줘야

병력 안줄이면 ‘월급이냐 무기냐’ 선택해야 할 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대 남성을 겨냥해 내놓은 ‘병사 봉급 월 200만원’ 10자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고생하는 병사들의 처우를 개선하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돈이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자신의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의 꿈’에 올라온 질문에 “그 공약(병사 월급 200만원)은 헛소리”라고 거칠게 비판한 것도 구체적 재원 조달 계획이 없다는 점 때문인 듯 보인다.

 

윤석열 후보는 재원 조달 방법으로 “엄격한 세출 구조조정”을 들고 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현재 병사 봉급은 연간 2조1000억원이 소요되는데, 이를 최저임금으로 보장할 경우 지금보다 5조1천억원이 더 필요하다”며 “엄중한 안보 현실 속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청년들에게 국가 재정 지출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간 5조1천억을 마련해 병사들 월급만 올려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란 지적이 나온다. 병사 월급은 장교, 부사관 등 군인 전체 인건비와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하사 1호봉은 175만원 가량(수당 제외)이다. 병사 월급 200만원은 현재 중사 3호봉(197만원)보다 많다. 병사 월급 200만원(연봉 2400만원)은 중위 2호봉(2436만원) 수준이다.

 

군 관계자들은 병사 월급을 인상하면 소위·중위, 하사 등 초급 간부 봉급도 상응해서 올려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도 우수한 초급 간부를 확보하기가 어려운데 앞으로 병사 월급보다 적은 돈을 받으며 근무할 초급간부를 확보하기는 더욱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병사 월급 200만원을 현실화시키려면 초급 간부 월급과 연계해서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 이 경우에는 윤 후보가 추정한 5조1천억원보다 휠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0일 “부사관 월급도 200만원 안 된다”며 “도대체 부사관 월급, 또는 장교 월급은 어떻게 할 건지 말해줘야 한다”고 지적한 게 이런 배경이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임기 안에 선택적 모병제를 도입하고 병사 월급을 단계적으로 인상해 2027년까지 200만원을 맞추겠다”고 공약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2030년부터 한국형 모병제를 전면 실시하고 병사 초봉 300만원을 지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두 후보 모두 의무 복무하는 징집병 규모를 줄이거나 없애는 모병제 틀 속에서 병사 월급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국군 50만명(의무복무 30만명+간부 20만명)은 징집된 병사들에게 낮은 급여를 주고 인건비를 절감해 대규모 병력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정된 국방예산으로 병사 급여를 높이려면 병력을 줄이는 게 불가피하기에 다른 후보들은 30만명 감군 등을 전제로 한 모병제를 꺼낸 것이다. 하지만 윤 후보는 모병제에는 “장기과제”라며 부정적인 태도이다.

 

병력을 줄이지 않고 병사 월급 200만원이 가능하려면 국방 예산 자체를 크게 늘리거나 무기 개발·구입에 쓰는 방위력개선비를 손봐야 한다. 윤 후보는 세출 구조조정을 내세웠지만 밑돌 빼서 윗돌 괴기다. 돈 쓸 곳이 많은 정부 예산 사정을 감안하면,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국방예산은 크게 무기를 마련하는 방위력개선비와 인건비와 복지 등 전력운용비로 나뉜다. 올 국방예산은 54조6천억원인데, 방위력개선비(16조7천억원)가 30%, 전력운용비(37조9천억원)가 70% 가량이다. 전력운용비는 감축의 여지가 없는 경직성 경비라서 인상된 병사 월급을 감당하려면, 무기를 개발하거나 구입하는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병사 월급 200만원에 필요한 연간 5조1천억원 예산이면 해군의 숙원 사업인 경함모 2대를 건조할 수 있고, 공군 최신예 전투기인 F-35에이(A)를 42대 구매할 수 있다. 윤 후보 구상대로라면 자칫 병사 월급과 무기를 놓고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밸런스 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병사 월급은 △병장 67만6100원 △상병 61만200원 △일병 55만2100원 △이병 51만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병사 월급은 3배 가량 올랐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2017년 기준 21만6천원이었던 병장 월급은 올해 67만6100원으로 올랐지만, 최저임금(월 191만원)의 3분의 1을 약간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병장 월급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엔 9만7500원이었고, 박근혜 정부 말기였던 2016년엔 19만7000원이었다.

 

전세계에서 징병제를 유지하는 나라 중에서 병사 월급이 우리보다 낮은 곳은 찾기 어렵다. 이런 배경에는 ‘의무에는 충분한 보상이 필요없다’는 인식이 강했다. 병사 봉급 현실화는 2000년대 노무현 정부 이후 본격화됐다. 2002년 가을 <한겨레21>이 추석 때 당시 평균 2만여원에 불과하던 병사 월급 문제를 공론장에서 처음으로 제기한 게 계기였다. <한겨레21>은 일당 700원짜리 병사 근무 여건을 ‘대한민국 사병은 거지인가’란 도발적인 제목으로 제기했다.

 

병사 월급은 한정된 예산을 어디에 먼저 사용하느냐는 문제다. 역대 병사 월급은 재정여건,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에 달라졌다. 결국 사회적 합의와 집권 세력의 정책적 의지의 문제이다. 페이스북에 한줄 짜리 공약으로 던지기엔 뜯어보고 따져볼 내용이 너무 많다. 권혁철 기자

 

막말 더한 윤석열 청년본부장 “여가부 한 번 깔끔하게 박살 내야”

장예찬 청년본부장 라디오서 발언

류호정 “윤 후보부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본부장(오른쪽)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중앙선거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쪽 청년본부장이 여성가족부를 두고 “한 번 깔끔하게 박살을 내놓고 제로 베이스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장예찬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청년본부장은 10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성가족부가 사실상 남성혐오부로 작용하고 있다”며 “남성은 성범죄의 잠정적 가해자로 취급하고 모든 남성이 성범죄 가해자라는 오해를 받아도 시민적으로 의무를 지고 이걸 열심히 해명해야 된다는 게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에서 만든 유튜브 성인지 교육으로 배포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가족부의 문제는 복지 사업이나 약자 보호 사업의 문제가 아니라 10~20% 정도 배정되는 성인지 교육에서 뿌리 깊은 젠더 갈등을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라며 “더군다나 각종 여성 시민단체에 무차별적으로 지원되는 사업도 많기 때문에 한 번 깔끔하게 박살을 내놓고 제로 베이스에서 출발해야 된다”고 말했다.

 

장 청년본부장과 함께 출연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이에 대해 “정부 예산의 0.2% 수준인 1조4천억원 정도로 운영되는 여성가족부는 저소득, 한부모, 청소년 부모, 1인 가구 등의 가족 서비스를 하고, 학교 밖 사회안전망 강화나 여성 피해자 지원, 여성 고용 유지 등 우리 사회의 소외된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한다”며 “몇 가지 실책이 있었다고 해서 부서를 통째로 없애야 된다고 말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 부처의 권한과 자원이 부족한 게 오히려 문제이니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장 청년본부장은 이날 방송에서 “여성가족부의 2020~2021년 2년간 남성혐오적 프로젝트와 성인지 교육에 대해 뽑아왔는데 에이(A)4 용지가 모자랄 지경이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류 의원은 이에 “(그렇게 치면) 에이4 용지가 모자랄 만큼의 망언을 쏟아낸 윤석열 후보는 싹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떤 실수나 실책에 의해 무조건 문 닫아야 한다고 하면 문 열고 있을 수 있는 부처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재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어 “장 청년본부장의 발언은 윤석열 후보의 대선 전략이 ‘멸공’과 ‘여가부 폐지’라는 자백과 마찬가지”라며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인 정치로 폭주하는 윤석열 후보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고 밝혔다. 오 대변인은 이어 “정치가 박살내야 할 것은 여성가족부가 아닌 성차별, 성폭력”이라며 “윤석열 후보가 거리낄 것이 없다면 티브이(TV) 토론이든 무제한 맞장토론이든, 지금 당장 정정당당하게 직접 실력으로 겨룰 수 있는 자리에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재훈 기자

관종의 횃불

● 칼럼 2022. 1. 11. 02:57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최근 ‘멸공 논란’을 빚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갈무리.

 

김남일ㅣ사회부장

 

관심을 가져주면 안 되는 대상이 있다. 이제는 사회문화적 연구 대상이 된 관심종자, 줄여서 관종이 분명할 때다. 어그로 끄는 것이 뻔한데 관종이라 비웃으면 당사자는 오히려 좋아한다. 그게 바로 좌와 우, 진영을 가리지 않고 창궐하는 관종이라는 종의 특징이다. 관종은 외부 시선을 먹고 산다. 관종 행태에 ‘좋아요’를 눌러주는 이들뿐만이 아니다. 관종은 자신의 언행을 두고 부들부들 떠는 사람들로부터도 만족을 얻는다. 너희들이 나를 어쩔 건데라는 심리가 깔렸다. 정치적 지분이 아닌 돈을 특권과 자랑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관종이 될 때 특히 그러하다. 이러면 정말 약이 없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그간 행태를 상식 있는 사람들이 무시한 이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재벌 3세의 관종 행태에 ‘묻고 더블로 가’ 외치기 전까지는.

 

세습으로 취업하는 재벌 3세가 관종을 ‘부캐’에서 ‘본캐’로 삼았다. 짜증은 시민과 주주 몫, 뒤치다꺼리는 신세계 직원 몫이다. “난 콩 상당히 싫다” “콩콩콩콩 콩콩콩”. 멸공의 횃불을 높이 든 1968년생 재벌 3세 부회장이 이런 유치한 글을 인스타그램에 쓰고 있다. 세계 8대 무역국이 된 한국 재계가 다 같이 부끄러워해야 할 수준이다.

 

기업 가치를 총수 이익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제지 등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그의 이런 관종 행태를 그럴듯하게 포장해왔다. ‘마케팅을 위한 철저히 계산된 행보’라는 평가는 그나마 회계장부 테두리 안에 있었다. 장난처럼 보였던 “공산당이 싫어요” 발언이 표현을 바꿔가며 거듭된 뒤로는 짐짓 한국 최대 수출국인 중국 리스크를 언급하기도 했다. 대신 ‘재벌 총수의 이례적 정치적 발언’ ‘과감한 소신 발언’이라며 추켜세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과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정치 4류, 행정 3류, 기업능력 2류’ 발언과 “콩콩콩”을 슬그머니 견주기도 했다. 언론의 질소충전식 과대포장이 더해지니 떨어지는 지지율에 멸치 허리나 콩깍지라도 잡고 싶은 윤석열 후보가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덥석 집은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개+사과도 했는데 멸치+콩이 대수겠는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멸공 구호를 옹호하는 발언이 마지막으로 나온 것은 1988년 1월이었다. “그간 공공건물에는 승공, 반공, 멸공 등 구호가 많이 나붙어 있었다. 그런데 현재 이러한 구호마저 우리 사회에서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마저도 전두환 정권 말기 민정당 의원이 내지르는 단말마에 불과했다. 불과 1년 뒤 본회의장에선 “시대착오적 멸공통일론을 고창하는 극우단체들이 준동하는 현실”을 질타하는 대정부 질문이 나왔다.

 

관종을 자처한 정용진 부회장이야 그렇다 치자. 정권교체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제1 야당 대선 해시태그가 면책특권 넘쳐나는 여의도에서도 34년 전 자취를 감춘 멸공 구호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노태우·김영삼 정부 때도 안 하던 짓을 지금 2022년 국민의힘이 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를 따라 너도나도 멸공 캠페인에 나선다. 공공건물은 어쩔 도리가 없으니 에스엔에스(SNS)라도 멸공 구호로 도배할 기세다. 정 아쉬우면 정권탈환 목표로 16년 만에 사들였다는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전면에 케이(K)-멸공을 내걸지 못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2006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자기 자식 군대 빼돌린 사람들이 국가안보를 외치고 멸공을 부르짖으며, 독재세력에 빌붙었던 무리들이 민주와 자유를 입에 달고 살아도 그리 신경 쓸 필요 없다. 그저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자극적인 언사만 부각되면 그만일 뿐이다. … 과거도 묻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도 묻지 말고 그리고 왜 집권해야만 하는지도 묻지 말고….”

 

정용진 부회장은 몸무게 1㎏을 초과한 고도비만으로, 윤석열 후보는 눈이 나빠 군 면제가 됐다. 면제 뒤 몸무게는 줄었다. 면제 덕에 사시 공부를 오래오래 할 수 있었다. 누구나 살은 찔 수 있고 눈은 나쁠 수 있다. 군가 ‘멸공의 횃불’은 유튜브에 있다. 1절 육군, 2절 해군, 3절 공군이다. 따라 부르면 입으로만 하는 멸공이 가능하다.

 

‘여가부 폐지’에 ‘멸공 챌린지’, 윤석열 퇴행 어디까지인가 [사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선거 캠페인이 역주와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을 극적으로 봉합한 다음날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논쟁적 문구를 띄운 데 이어, 이튿날엔 대형마트에서 식료품을 사며 느닷없는 ‘멸공 챌린지’에 불을 붙였다. 아무리 급락한 20~30대 지지율을 회복하는 게 시급한 처지라고 하나, 상황 타개를 위한 시도가 무책임하고 졸렬하기 짝이 없다.

 

윤 후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를 올린 건 지난 7일 오후였다. 다음날 기자들과 만난 윤 후보는 ‘여가부 폐지’가 자신의 대선 공약임을 분명히 했다. 여가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던 경선 후보 시절의 공약을 아무런 설명 없이 여가부 폐지로 바꾼 것이다. 그는 공약 변경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현재 입장은 여가부 폐지 방침이고, 더는 좀 더 생각해보겠다” “뭐든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주시길 바란다”고만 했다. 설명할 논리도 근거도 빈약함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윤 후보가 여가부 폐지로 입장을 뒤집은 배경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추락한 청년층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 등에서 요구하는 부처 폐지론을 서둘러 공약화한 것이다. 윤 후보나 국민의힘으로선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이 득표를 위해 유권자 집단의 요구를 수용해 정책공약을 내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청년층이 겪는 어려움과 고통은 출발선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사회정책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의식과 혐오감정에 편승하는 방식이어선 곤란하다. 대체 여가부 폐지로 청년층의 처지를 얼마나, 어떻게 개선할 수 있다는 말인가. 사태의 본질과 무관한 분풀이성 공약은 사회에 파괴적 분열과 갈등만 조장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대형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공개 구매하며 ‘멸공’을 이슈화하고 이를 ‘문재인 정부 심판’과 연결 짓는 캠페인 방식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전통 지지층인 강성보수의 재결집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하지만, 북한과 주변국에 대한 증오를 불어넣고 집권세력에 색깔론을 덧씌우는 시대착오적 캠페인으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행여라도 그것이 재기 있고 발랄한 캠페인이라 착각하는 건 아니길 바란다. 문화선진국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남부끄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