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 고문이 지난 2018년 10월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메콩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도쿄/ EPA 연합뉴스
미얀마 군사정권이 10일 아웅산 수치(76) 국가 고문에게 4년의 금고형을 추가했다. 수치 고문에 대한 총 형량은 지난달 초 선고된 2년에서 4년을 더해 6년으로 늘어났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이날 미얀마 법원이 수치 고문에 대해 무전기 불법 수입·소지와 코로나19 방역 조치 위반 등 3개 혐의를 인정해 금고 4년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수치 고문은 지난해 12월 초 선동과 코로나19 방역 조치 위반 혐의 등의 혐의로 금고 4년이 선고된 바 있다. 당시엔 군 최고 실력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 사령관이 형기를 2년 줄인 바 있다.
미얀마 군부는 2020년 11월 치러진 총선에서 수치 고문이 압승하자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2월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후 수치 고문을 가택 연금하고 뇌물수수, 공직자 비밀 엄수법 위반 등 10여개 혐의를 뒤집어 씌워 기소했다. 이들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수치 고문에게 100년형 이상이 선고될 수 있다. 미얀마 법원이 이날도 수치 고문에게 높은 금고형을 선고함에 따라 남은 재판에서도 가혹한 판결이 나올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앞선 7일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미얀마의 수도 네피도를 방문해 민 아웅 흘라잉 최고 사령관과 회담했다. 지난해 2월 쿠데타가 일어난 뒤, 외국 정상이 미얀마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훈센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지난해 4월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폭력행위의 즉각 정지 △아세안 특사의 미얀마 내 ‘모든 관계자’에 대한 면담 허용 등 5개 항목을 이행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캄보디아는 올해 아세안의 의장국이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아세안 특사와 수치 고문과의 면담을 의미하는 5개 항목의 이행을 줄곧 거부해 왔다. 훈센 총리도 이번 방문에서 수치 고문과 면담을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세안은 미얀마가 자신들의 요구를 거부하자, 회원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오랜 전통을 깨고 지난해 10월 정상회의에 미얀마를 초대하지 않았다. 미얀마는 맹렬히 반발했다. 길윤형 기자
카자흐스탄의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이 11일 하원 회의에서 시위 진압을 위해 파병된 러시아 중심의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평화유지군이 이틀 내에 철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카자흐스탄 대통령 누리집 갈무리
시위 진압을 위해 카자흐스탄에 파견된 러시아군이 주축이 된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평화유지군이 이틀 내로 철수를 시작할 전망이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하원에 출석해 “집단안보조약기구 평화유지군의 주요 임무가 성공적으로 완료됐다. 이틀 안으로 평화유지군의 단계적인 철수가 개시된다. 철수 과정은 열흘은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자흐스탄의 대테러 진압 작전은 끝났고 현재 모든 지역이 안정을 되찾았다. 쿠데타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고 선언했다.
중앙아시아의 자원 부국인 카자흐스탄에선 지난 2일 연료 가격 급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시작돼 4일 최대 도시 알마티 등으로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 관저가 습격당하는 등 대혼란이 벌어졌다. 사태 악화로 통치 기능이 정지될 것을 우려한 카자흐스탄 정부는 5일 집단안보조약기구에 평화유지군 파병을 요청했다. 그러자 옛 소련 국가들에 대해 절대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러시아는 이튿날부터 공수부대 등으로 구성된 병력 2500여명을 현지에 파견했다. 카자스흐탄의 군경과 평화유지군이 시위 진압에 나서며, 최소 164명이 숨지고 8천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된다.
도카예프 대통령은 파병 요청을 정당화하기 위해 부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권력 찬탈을 위해 전문가들(테러단체들)이 준비를 했었다. 이것이 카자흐스탄에 대한 국제테러단체의 무장 공격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법적 근거를 갖고 집단안보조약기구 회원국에 평화유지군 파견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부 테러 세력이 어떻게 시위에 개입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또 신임 총리 후보자로 알리한 스마일로프(49) 제1부총리를 지명하며 시민들이 요구한 ‘경제 개혁’을 시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번에 발생한 비극적 사태는 상당 부분 심각한 사회·경제 문제와 일부 국가기관의 비효율적이고 무능한 업무 탓”이라며 “새 정부 구성안과 사회·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의회에 제출하겠다. 국민에 합당한 몫을 돌려주고 제도적으로 국민을 도울 때가 됐다”고 말했다.
초대 대통령인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는 30년 가까이 이 나라를 통치하며 자원 개발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어냈지만, 엄청난 격차를 만들어냈다. 지난 시위를 통해 드러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를 이루며 권력을 안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길윤형 기자
중, ‘테러’ 명분 내세워 카자흐 사태에 적극 나서나
왕이 외교부장, 반정부 시위 ‘테러’로 규정
테러리즘·분리주의·극단주의 등 ‘3대 악’ 대응
카자흐 외교장관, “중국과 함께 싸울 것”
10일 카자흐스탄 수도 누르술탄에서 거리를 순찰하던 병사들이 한 남성을 붙잡아 어디론가 끌고 가고 있다. 누르술탄/타스 연합뉴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카자흐스탄의 반정부 시위 사태를 ‘테러’로 규정하고 나섰다. ‘대테러 활동’을 명분으로 중국이 카자흐스탄 사태에 적극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11일 중국 외교부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왕 부장은 전날 무크타르 틀레우베르디 카자흐스탄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한 전화 통화에서 “영구적인 전면 전략 동반자로서 중국은 폭력 사태를 멈추고 안정을 유지하려는 카자흐스탄 정부의 조처를 단호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테러 진압 과정에서 희생된 최일선 법 집행요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카자흐스탄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를 ‘테러’로 못박았다. 왕 부장은 또 테러리즘·분리주의·극단주의 등 이른바 ‘3대 악’을 거론하면서 “중국은 외세로부터 카자흐를 보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틀레우베르디 장관도 “3대 악에 맞서 중국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왕 부장이 언급한 ‘3대 악’은 중국 당국이 신장위구르 자치구 문제를 언급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문구다. 국제사회가 인권탄압이라 비판하는 위구르족 집단 수용시설 운영에 대해서도 중국은 위구르족이 주축이 된 분리독립운동 조직인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 등을 거론하며 “3대 악에 맞서기 위한 직업교육 시설”이라고 주장해 왔다.
중국은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카불에 입성한 뒤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 무장세력이 신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중국~아프간 국경지대는 76㎞에 불과해 자체 방어가 충분한 상태다. 하지만 인접한 키르기즈스탄과 카자흐스탄은 중국과 각각 1063㎞와 1782㎞씩 국경을 맞대고 있어, 테러단체가 ‘우회 통로’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카자흐스탄의 내부 혼란을 극도로 경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카자흐스탄 정부도 이번 사태를 ‘테러단체’와 연계시키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카자흐스탄 외교부는 전날 성명을 내어 “지난주 정부 청사를 공격하고 보안군과 맞선 세력 가운데 외국에서 훈련받은 이슬람주의 과격파가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이번 사태를 이슬람주의 무장세력과 연결시킨 것이다. 이들은 이어 “초기 수사 결과 반정부 공세에 나선 세력 가운데 해외 전투현장 참전 경험이 있는 과격 이슬람주의 단체 조직원이 포함돼 있다. 카자흐스탄은 현재 외국에서 훈련받은 잘 조직된 테러범들의 무장 공세에 직면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외교냐 대결이냐…미-러, ‘우크라 위기’ 놓고 연쇄회담 돌입
9일 제네바에서 실무만찬 하며 탐색전
미 “주권과 영토 온전성 원칙 강조”
러시아 “쉽지 않았지만 실제적 대화”
유럽의 미래 결정할 중요한 한주될 듯
8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 우크라이나 군인이 친러시아 반군의 참호를 감시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 부근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한 고위급 실무회담인 ‘전략안정대화’(SSD)를 10일 열었다. 도네츠크/AP 연합뉴스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1991년 말 소련 붕괴 이후 가장 중요한 변곡점 위에 올라섰다. 13일까지 진행되는 연속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외교적 해법을 도출해내지 못하면, 러시아의 군사행동과 미국의 보복조처가 이어지며 유럽 전체가 신냉전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될 수 있다.
미-러는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한 고위급 실무회담인 ‘전략안정대화’(SSD)를 하루 앞둔 9일(현지시각) 두시간 넘게 실무 만찬을 했다. 미 국무부는 만찬 직후 보도자료를 내어 웬디 셔먼 부장관이 이날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에게 “주권과 영토 온전성에 관한 국제적 원칙, 주권국가가 동맹을 스스로 선택할 자유에 관한 미국의 약속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럅코프 차관도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화가 쉽지는 않았지만, 원칙적으로 현실적이었다”며 낙관할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내일(10일) 시간 낭비를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가 타협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엔 “미국이 타협에 이를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회담을 앞두고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인 셈이다.
이번 회담은 소련 붕괴 이후 30년 동안 러시아와 미국 등 서구 사이 갈등의 핵심 원인이었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진을 둘러싸고 타협점을 찾는 자리이다. 이날 양자 회담을 마친 뒤 12일엔 나토와 러시아의 회담, 13일엔 우크라이나도 참여하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담이 이어진다. 회담이 세차례로 나뉘어 이뤄지는 것은 우크라이나 위기의 당사자인 나토와 우크라이나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겠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를 강조하듯 미 국무부는 “미국은 러시아와의 특정한 양자 사안들을 논의하겠지만, 유럽 동맹, 파트너 없이 유럽의 안보를 논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이번 회담의 중요성을 인식한 듯 양국은 연쇄 회담에 기대치를 낮추는 한편 “양보는 없다”며 서로를 압박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9일 오전 <시엔엔>(CNN) 등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은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에 대한 양보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면서 “다가오는 주에 우리가 돌파구를 찾진 못할 것 같다. 러시아가 10만 병력을 배치해놓고 우크라이나에 총구를 겨누면서 긴장 고조 행위를 계속하면 실질적인 진전을 보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럅코프 차관 역시 만찬에 앞서 “당연히 우리는 압박을 받아 어떤 양보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환상을 가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관영 통신 <리아 노보스티>(RIA)가 보도했다.
하지만 양국은 서로에게 자신들이 가진 카드를 내보인 상태다. 러시아는 지난달 15일 미국에 △나토의 동진 중단 △러시아 국경 인근 공격용 무기 배치 중단 △러시아의 동의 없이 1997년 이후 나토에 가입한 폴란드·헝가리 등에 배치된 나토군 철수 등의 명시적 안전 보장 등을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특히, 나토의 동진 금지 등 핵심 요구 사안에 대해 ‘법적 구속력’ 있는 조약 형태로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8일 고위 당국자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공격형 미사일 배치 감축 △동유럽에서 미국과 나토의 군사훈련 제한 등의 문제는 논의할 수 있다는 여지를 뒀다. 블링컨 장관 역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19년 8월 일방 폐기한 미-러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의 부활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9일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그걸 갱신하는 데 관한 바닥(기본적 논의)을 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러시아가 진지하게 나올 때만 검토할 수 있는 것들”이라며 “지금 진짜 질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외교와 대화의 길을 택할 것이냐, 대결을 택할 것이냐이다”라고 말했다. 럅코프 차관은 이에 대해 “러시아가 원하는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수십년간 이어진 파괴적인 나토의 행위를 축소시키고, 나토를 1997년 수준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양쪽의 입장이 날카롭게 맞선 만큼 이번 회담 결과는 즉각 발표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번의 회담으로 똑 부러진 결론이 나오기 힘든 구조인데다, 실패를 인정할 경우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타협이 이뤄진다 해도 민감한 국내 여론을 살피며 신뢰 회복을 위한 세밀한 사전 정지 작업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제재는 한번 시작하면 뒤로 물리기 어렵다. 제재 대상국이 행동을 바꾸지 않았는데도, 제재를 해제하면 유약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생길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금 상대하는 나라가 약소국이 아닌 강대국이라는 점도 변수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 곧바로 보복성 제재로 응수한다.
중국 최대 인공지능 업체인 센스타임은 지난해 12월 미국의 제재 발표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 홍콩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사진은 상하이에 있는 센스타임 건물 모습.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최대 인공지능(AI) 업체 센스타임은 지난달 10일 미국 재무부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재무부가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내 인권유린과 관련된 투자제한 블랙리스트에 센스타임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홍콩 증시 신규 상장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다. 블랙리스트에 등재되자 애초 기업공개(IPO)에 ‘코너스톤(초석) 투자자’로 참여하기로 돼 있던 기관투자자 9곳 중 4곳이 참여를 거부했다. 일부는 미국 투자기관이 아니었으나 미국의 제재를 받을까 우려해 빠져나갔다. 홍콩의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는 기관투자자가 기업공개 전 공모가를 모르는 상태에서 공모주를 장기투자하기로 하고 배정을 확약받는 투자계약을 말한다.
그러나 센스타임은 미국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30일 홍콩 증시 상장에 성공했다. 공모가는 희망 밴드(범위)의 하단인 3.85홍콩달러(약 594원)였다. 센스타임은 이 기업공개 공모에서 15억주의 신주를 발행해 57억7500만홍콩달러(약 89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센스타임이 무사히 상장할 수 있었던 데는 중국 정부의 도움이 컸다. 상하이인공지능펀드 등 정부의 전략산업 육성 펀드와 여러 국유기업들이 애초 계획보다 더 많은 물량을 배정받거나 새로 참여했다. 이에 힘입어 계획했던 공모가 희망 밴드와 신주 발행 규모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센스타임은 지난달 21일 “(센스타임 주식은) 미국증권법 등 미국의 법률에 따라 등록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 내에서 거래되지도 미국 투자자들에게 팔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시장과 연결되는 걸 차단함으로써 혹시나 미국의 제재에 노출될까 우려하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는 것이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탕샤오어우가 2014년 설립한 센스타임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면인식 기술 보유 업체로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대부분 인공지능 연구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번 공모 성공은 중국 기술 기업이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중국 첨단기술 기업들에 대한 제재의 포문을 연 이래 제재 대상 기업은 현재 200개 이상으로 급격히 늘고 있다. 2018년 10월 반도체 회사인 푸젠진화를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처음 제재 대상에 올렸으며, 2019년 6월 화웨이 제재를 계기로 본격화했다. 중국 군산복합체 기업과 신장위구르 자치구 인권유린에 이용된 기술 기업 등이 주요 표적이었다. 제재 대상 분야는 반도체·5G·인공지능·원자력·클라우드컴퓨팅·데이터·드론 등 대부분 4차 산업혁명 관련이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보안감시·바이오테크·슈퍼컴퓨터 등으로 제재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제재는 외교와 군사개입의 중간적 성격을 띠고 있다. 목표는 모두 상대국의 행동을 바꾸려는 것인데, 그렇게 하기엔 외교는 불충분하고, 군사개입은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제재를 동원한다. 제재는 또한 효과가 어떻든 간에 자국 국민들에게 정부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에 안성맞춤이다. 미국은 1950년대부터 제재를 외교정책의 한 수단으로 사용해왔지만, 지금은 금융제재가 외교정책의 핵심적 도구로 자리잡았다. 금융제재는 크게 세차례의 사건을 계기로 ‘진화’했다. 첫번째는 2001년 9·11 사태다. 미국은 애국법을 제정해 테러조직과 연루된 기관을 ‘자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해 제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도입했다. 이때 재무부가 범죄를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지정할 수 있는 길을 텄다.
두번째로 2010년부터 북한·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이른바 ‘2차 제재’를 본격적으로 사용했다. 1차 제재는 제재 대상자와의 거래제한을 미국인들에게만 한정하지만, 2차 제재는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외국인이 1차 제재 대상이 된 사람과 거래를 할 경우 2차 제재 대상이 되는데, 민형사상의 직접 처벌을 받지는 않지만 미국 금융시장 접근이 거부되기 때문에 사실상 제재 효과가 발휘된다. 2005년 북한이 은행계좌를 갖고 있는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이 제재를 처음 도입해 ‘효과’가 입증되자 2010년 이란 제재부터 본격 적용했다. 후안 자라테 전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저서 <재무부의 전쟁>에서 “중국 은행들도 당시 방코델타아시아은행의 북한 계좌를 동결했다”며 “중국 은행들도 미국의 금융시스템 접근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사실상 미 재무부의 조치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다. 세번째는 2017년 트럼프의 등장이다. 트럼프는 달러 패권 체제를 이용한 금융제재를 가장 적극적으로 동원했다.
미국이 이런 독자적인 제재를 할 수 있는 것은 거대한 미국 시장과 함께,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는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으로 기축통화 지위에 올라 지금까지 무역·금융 등 국제 지불결제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벨기에에 본부를 둔 국제결제시스템(SWIFT)과 미국 내 은행 간 결제시스템인 칩스(CHIPS)를 활용한다. 스위프트에는 전세계 200개 이상 국가의 1만1천여개 금융기관이 참여해 자금결제를 한다. 미국의 제재가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제재 대상에 오를 경우 미국 금융시장은 물론 국제결제시스템에 접근이 거부되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정상적인 국제 거래를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렇듯 달러를 사실상 무기화하는 중심에는 재무부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2020년 7월 ‘홍콩자치법’을 제정해 그동안 홍콩에 부여했던 ‘특별지위’를 철회하자, 재무부는 홍콩 전·현직 관료와 중국 관료 등 11명을 ‘특별지정 제재 대상자’(SDN) 목록에 올렸다. 이 목록에 오르면 미국 내 자산동결과 투자제한 등 금융제재를 받게 된다. 같은 해 12월에는 중국 군산복합체 관련 44개 기업을 이 목록에 올렸다. 바이든 행정부도 이를 이어받아 지난해 3월 홍콩자치법 관련 제재 대상자를 34명으로 확대했으며, 6월에는 중국 군산복합체 투자제한 기업을 59개로 확대했다.
이런 제재가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미국이 그동안 북한·리비아·시리아·이라크·이란 등 다른 나라들에 시행한 경험을 보면 긍정적인 답변을 얻기가 쉽지 않다. 미국은 북한·이란의 핵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해 20여년간 제재의 강도를 높였으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대상국들은 사활을 걸고 제재를 회피하며 핵개발에 성공했거나 여전히 진행 중이다. 리비아·이라크 같은 경우는 결국엔 미국의 군사개입으로 귀결됐다. 그렇지만 제재는 한번 시작하면 뒤로 물리기 어렵다. 제재 대상국이 행동을 바꾸지 않았는데도, 제재를 해제하면 유약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생길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금 상대하는 나라가 약소국이 아닌 강대국이라는 점도 변수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 곧바로 보복성 제재로 응수한다. 중국은 2020년 미국이 홍콩·중국 관료 등 11명을 제재하자,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 11명에게 금융제재를 부과했다. 지난해 6월에는 아예 ‘반외국제재법’을 공포했다. 외국이 중국인과 중국 기업에 대해 차별적 제한 조처를 할 경우, 이에 대응해 반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조치 내용도 중국 내 자산동결과 중국인과의 거래 금지 등으로, 미국의 금융제재와 거의 비슷하다. 물론 중국 위안화가 달러 위상에는 훨씬 미치지 못해 미국만큼 위력이 강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무역 부문에서는 세계 최대 수출국인데다 세계 2위 수입국이다. 2020년 기준 중국의 수입 규모는 2조556억달러로 미국(2조4075억달러)을 바짝 뒤쫓고 있다. 시장 규모가 커 유럽이나 아시아 등 국가들이 중국을 무시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미국의 제재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금융의 디지털화 가속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통화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데 중국이 가장 앞서고 있다. 이는 달러 패권을 뒤흔들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마지막 재무장관인 잭 루는 2016년 3월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재가) 비용이 적다고 생각하는 것은 실수다. 제재가 사업환경을 너무 복잡하거나 예측 불가능하게 만든다면, 또는 세계 자금 흐름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면, 금융거래는 완전히 미국 밖에서 움직이기 시작할지 모른다. 이는 앞으로 제재의 효과성뿐만 아니라 국제 금융시스템에서 미국의 중심적 역할을 위협할 수 있다.” 미국에 예외적으로 부여된 달러의 ‘과도한 특권’을 남용할 경우 오히려 미국의 금융 패권을 스스로 침식할 수도 있다는 경고다. 박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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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전의 화웨이 본사 로비. AFP 연합뉴스
미국과 일본이 첨단기술 분야 제품이 중국에 수출돼 군사용으로 전용되지 못하도록 ‘새 규제 틀’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10일 “미·일이 반도체 제조장치, 양자 암호, 인공지능(AI)에 관한 기술 등을 대상으로 수출을 규제하는 틀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며 “가치관을 공유하는 유럽의 우호국과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민간의 첨단기술을 활용해 군사력을 높이는 데 사용하는 중국을 겨냥하기 위한 것이다.
신문은 미·일 양국 정부가 “중국이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한 제품 등을 자국의 기술 개발에 활용해 경제·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에 상당한 경계심을 갖고 있다. 미 의회 등에서도 미국의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가 중국의 무기 개발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실제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일본과 네덜란드의 첨단 장비 등이 중국의 생산력 강화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수출 규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다자간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안보상 우려 등을 이유로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 통신업체인 화웨이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섰지만, 미국 혼자만의 제재로는 한계가 크다고 보고 있다. 이 틀이 만들어져 첨단 반도체 제조장치의 중국 수출이 원천 차단되면, 중국은 사실상 첨단 반도체를 자체 생산할 수 없게 된다. 한발 더 나아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역시 생산 설비를 업그레이드할 수 없어 장기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일본 정부는 이 구상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요미우리신문>은 “미국 주도의 규제에서는 일본의 의향이 반영되기 어렵다. 새로운 수출 규제 협의에 주체적으로 참여해 일본 기업에 대한 영향을 예측하기 쉽게 하거나, 국익에 따른 구조를 만들려는 의도가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유럽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이번 틀이 1949년 옛소련 등 공산권 국가로의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만든 ‘코콤’(COCOM)의 현대판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경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과학기술·산업·교육·국토 대전환 등 4대 대전환을 통해 “이재명 신경제의 목표인 종합 국력 ‘세계 5강의 경제대국’”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경제 비전 선포식에서 “바로 지금이 대전환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대한민국 세계 5강을 이재명 신경제가 해내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디지털 성장 전환을 위해서 물적·제도적·인적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겠다”며 “(이를 통해) 디지털에 특화된 미래 인재 100만명을 양성하고, 궁극적으로 약 135조원의 디지털 전환 투자로 2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4대 대전환만으로는 신경제를 완성할 수 없다며 공공·금융 개혁 등을 ‘2대 개혁 과제’로 제시했다. 공공 개혁과 관련해선, 대선 경선 때부터 주창해온 기획·예산 기능 개편과 과학기술혁신부총리제 도입, 기후에너지부 설치 등을 공약했다. 금융 개혁 방안에는 주가 조작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등이 포함됐다.
이날 발표는 기존 ‘5·5·5(세계 5강, 국민소득 5만달러, 주가 5천) 시대’ 공약을 다듬은 ‘이재노믹스’(이재명+이코노믹스)의 완성본이다. 이 후보는 신경제 비전 선포식 이후 이뤄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핵심은 국가 역할 확대를 통해 (성장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처럼 검은색 목 폴라티를 입고 무선 마이크를 착용한 채 24분 동안 프레젠테이션(PT)에 나섰다. 경제 성장을 위해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는 점을 돋보이게 하려는 것이었다.
이 후보는 이날 발표식 뒤 ‘5·5·5 공약’ 달성 시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임기 내 도달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초장기적으로 지향할 목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어떤 수출 제품을 늘릴 것이냐’는 질문 등에도 “특정한 제품을 지정해 이게 가능할 거라고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거 같다”고 했다.
한편 이 후보는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헌법상 평등 원칙이 각 분야에서 실현돼야 하기 때문에 제정하는 게 맞다. 국회에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입법을 실질적으로 할 수 있도록 국민적인 논의를 해주시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이재명 “디지털 산업에 135조 투자, 미래 인재 100만명 양성”
“비대면 사회가 디지털화 가속…대응 못하면 추락 면치 못할 것”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디지털·혁신 대전환위원회 정책 1호를 발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1일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디지털 전환을 한국이 선도하기 위해 관련 산업에 공공과 민간이 총 135조원을 투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교육비를 지원하고 취업·창업 뒤 지원액의 일부를 돌려받는 ‘휴먼 캐피털’ 제도를 도입해 디지털 인재 100만명을 양성하겠다는 구상도 함께 내놨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디지털·혁신 대전환위원회’ 정책 1호 발표회에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유발된 비대면 사회가 디지털화 가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는 추락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영선 위원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이 후보는 디지털 전환 대응의 핵심은 관련 인력 양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기존 학교 교육과 직업훈련 제도와는 별개인 ‘휴먼 캐피털 제도’를 도입하겠고 했다. 이 후보는 “휴먼 캐피털은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등 디지털 역량 확충을 위한 교육비를 정부가 선 지원하고 취직 뒤 일부를 갚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연 20만명씩 총 100만명을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비는 최대 1500만원 범위 안에서 충분히 지원하겠다”며 “취업이나 창업 뒤 예를 들면 70%의 정부가 돌려받는 형태인데, 여기서 갚는 비율이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현재 41개인 소트프웨어 중심 대학을 2배 이상으로 늘리고,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사이버보안 분야 인재를 육성할 ‘계약학과’ 확대를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또 △초·중·고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최소 주 1시간 이상 개설하고 △누구나 소프트웨어·코딩 교육을 원하면 받을 수 있게 전 국민 디지털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정부와 민간이 협업해 주민센터 등 정부나 공공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필요한 업무를 할 수 있는 ‘메타버스 정부’ 구상도 내놨다.
이 후보는 매년 예산의 3%를 디지털 전환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물적, 제도적, 인프라 투자에 5년 동안 총 30조원, 전통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신산업 영토확장, 창업기업 성장지원에 40조원, 디지털 주권 보장에 15조원 등 총 85조원을 국가 재정으로 투자하고,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에서 각각 20조와 30조원의 투자를 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이 후보는 이날 신산업 성장을 위한 규제 완화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행사에 참석한 송재준 컴투스 대표가 “규제 때문에 블록체인을 활용한 피2이(P2E, Play to Earn, 돈 버는 게임) 서비스를 한국을 제외한 시장을 타깃으로 해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하자, 이 후보는 “규제를 만들고 집행하는 전문 관료들이 기업인들만큼 사회 변화를 쫓아가고 이해할 수 있는 게 맞냐.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시장의 변화, 혁신과 창의를 존중해서, 정말 해서는 안 될 것들을 정한 다음에 나머지는 자유롭게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민주 “‘대장동 이재명 지시’ 편파보도 제소”
민주 “반론 같은 비중으로 반영 안돼…선거에 막대한 영향“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대장동 사업은) 이재명 당시 성남 시장이 추진한 방침을 따른 것”이라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재판 발언을 보도하면서 이재명 후보 쪽 반론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11일 밝혔다. 김씨 쪽 주장으로 이 후보의 대장동 특혜개발 책임론이 다시 불거질까 방어막을 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언론을 겁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혁기 선대위 공보부단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김씨 재판 중 변론을 토대로 ‘이재명 지시’와 같은 키워드가 대대적으로 헤드라인에 반영됐다”며 “우리 쪽도 반론을 제기했는데 제목에 같은 크기나 비중으로 반영되지 않았고 기사 내용에도 같은 분량으로 보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볼 때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기사 편집 방향이라고 판단했다”며 제소 방침을 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권 대변인은 “신문과 방송 기사만 모니터링한 결과 20개를 넘는 기사가 (제소 대상) 선정이 완료됐고, 인터넷 기사는 선별 작업을 하고 있다”며 “반론을 충분히 반영한 언론사는 고소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재판장 양철한)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첫 재판에서 김씨의 변호인은 “공사(성남도시개발공사)는 확정적 이익을 얻는 방식으로 (대장동 사업의) 기본 방향을 정했고, 이는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안정적인 사업을 위해서 지시한 방침에 따른 것이다. 민간사업자의 이익은 고위험을 감수한 투자의 결과이지, 배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입장문을 내고 “이재명 시장의 사적 지시가 아닌 성남시 공식 방침”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의 언론사 제소 방침에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위 정책본부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이) 언론을 겁박했다. 조금 있으면 국민에게도 도끼눈을 뜰 기세”라고 비판했다. 원 정책본부장은 “당황한 자가 범인”이라며 “성남시장의 지시에 사적 지시가 어디 있고, 공식 방침이 또 어디 있나. 말장난 하다가 이 후보가 지시했다는 것을 고백해버리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최하얀 기자
이재명 “여성-남성 갈등, 일부 정치인이 한쪽 편승해 격화”
‘새얼아침대화’ 초청 강연서 발언
여가부 폐지 내건 윤석열 우회 비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쉐라톤 그랜드 인천호텔에서 열린 ‘제20대 대선후보 초청 새얼아침대화 강연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여성 청년과 남성 청년들의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는데 여기에 일부 정치인들이 한쪽에 편승해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에둘러 비판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11일 오전 인천 송도 쉐라톤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새얼문화재단 주최 ‘새얼아침대화’ 초청 강연에서 “어제(10일) 여성 스타트업 간담회를 가서 창업자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 간다고 하니 또 쪽지가 와서 ‘창업에도 여성 우대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물어봐 달라’고 하더라”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후보는 “저에게도 이대남(20대남성)이냐 이대녀냐 양자택일하라는 요구가 많았는데, 제가 ‘왜 선택해야 됩니까’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기회주의자냐’라고까지 얘기하는 쪽이 있었다”며 “왜 (남녀 갈등이) 정치에서 선거전략으로 사용될 만큼 격화됐을까. 정말 가슴 아픈 상황 아니냐”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이 갈등이) 확대돼서 수도권과 지방을 기준으로 편갈이하고 지방청년채용할당제를 폐지해달라는 주장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런 갈등이 벌어지는 이유를 두고 “둥지 안에서 그 밖으로 떨어지면 죽는데 떨어지지 않기 위해, 생존 자체를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 남이 아니면 내가 떨어지니까”라며 “이는 우리 기성세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공정 방치는 저성장이고 저성장은 기회 부족이고 기회 부족 속에서 사회적 약자가 된 청년들이 기회를 찾지 못하니 극렬하게 경쟁이 아니라 전쟁을 겪게 된 것”이라며 “이 잔인한 현실에서 둥지 밖으로 떨어질 사람을 공정하게 결정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우리 정치인과 기성세대가 책임져야 할 몫은 그 공정성을 지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둥지를 키워서 누구도 둥지 밖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성장을 회복하고 기회 총량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 후보는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을 회복하면 단기적으로는 비효율적이라도 장기적으로는 길이 열린다”며 “국토균형발전정책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훈 서영지 기자
이재명 교육공약 “수능 초고난도 문항 없애고 대입 공정위 설치”
민주당, 교육대전환 8대 공약
‘정시 40% 룰’ 적용 수시비율 조정
중3 학습 진단해 역량보완 조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페이스살림에서 열린 '일하는 여성을 위한 스타트업 대표 간담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현 정부의 ‘정시 40% 룰’을 유지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초고난도 문항 출제를 없애겠다고 공약했다. 올해 출범할 국가교육위원회가 큰 틀에서 2028학년도 대입제도를 설계하되 공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보조장치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교육대전환위원회·정책본부는 10일 “이재명 정부, 돌봄에서 평생교육까지 국가책임교육을 확고히 하겠다”며 △돌봄 국가책임 △디지털 전환 교육 △공교육 국가책임 확대 △‘행복한 지요일’(지역학습일) 도입 △대입 공정성 강화 △동반성장 고등교육 생태계 조성 등 8대 공약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발표문에서 “현재 수능은 시행 30년이 됐다. 현실에 맞는 수능으로 재검토해야 할 때”라고 했다. 올해 7월 출범할 국가교육위원회가 큰 틀에서 2028년 대입제도를 설계하되 대입 공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보조장치를 대통령 임기 직후부터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또 문재인 정부가 권고한 ‘정시 40% 룰’을 적용해 수시전형 선발 인원이 지나치게 높은 대학의 수시 비율을 낮추게 한다는 방침이다. 수시전형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입공정성위원회’를 설치·운영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박백범 민주당 선대위 교육대전환위 공동집행위원장(전 교육부 차관)은 “대입공정성위원회는 독립적 위원회로, 입시 전문가나 학생, 학부모, 교사가 참여해 수시전형의 공정성에 대해 검토하고 시정 조치를 요구하거나 권고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 후보는 “중학교 3학년의 기본학습역량을 진단해 보충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향후 고교학점제와 연동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박 위원장은 “단순하게 일제고사처럼 진단해 서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정하는 후속 조치가 뒤따른다”고 덧붙였다.
교육계에서는 ‘입시 경쟁 해소’를 위한 근본 대책이 빠졌다고 평가한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수능에서 초고난도 문항을 없앤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수능의 쓰임새 자체가 변별을 위한 것인데 그 목적을 그대로 유지한 채 해당 문항만 없애면 동점자 양산 등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수시 40% 유지와 관련해서도 김 대표는 “수시전형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수시는 불공정하고 정시는 공정하다는 식의 프레임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중3 기본학습역량 진단 평가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는 획일적 기준에 제한적 문항으로 평가하는 일제고사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 각종 편법 동원과 강제 보충수업 부활이 우려된다”고 짚었다. 반면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순위가 매겨질 위험성이 있지만 미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단위 학교별이나 교사별 자율성을 갖고 하는 등 진단 자체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고 말했다. 조윤영 김지은 기자
이재명 “고용보험 넘어 장기적으론 전국민 소득보험으로 가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페이스살림에서 열린 ‘일하는 여성을 위한 스타트업 대표 간담회'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전국민 소득보험’을 장기 과제로 제시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동작구 스페이스살림에서 열린 ‘일하는 여성을 위한 스타트업 대표 간담회’에서 “최근에 고용보험을 전국민 고용보험화하자고 했는데, 사실 저는 전국민 고용보험을 넘어 장기적으로 전국민 소득보험으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부담도 많이 늘어나고 공적 책임도 강화해야 하겠지만, 가야 할 길 아닌가 생각한다”며 “언제 될지 몰라도 방향은 그렇게 잡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전국민 소득보험은 자격요건이 아닌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징수해 ‘불안정 취업자’도 사회보험에 포괄하는 개념이다.
전국민 소득보험은 정의당이 오래 전부터 당론으로 채택한 정책이다. 심상정 대선 후보도 지난달 16일 “전국민 소득보험은 실시간 소득 파악으로 고용 지위를 넘어서 소득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사회보험에 가입하는 ‘소득기반 사회보험’”이라며 “일하는 시민 모두가 4대 보험 체제 안으로 들어와 고용 단절, 출산, 산업재해, 은퇴 등 어떤 경우에도 소득을 보장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영지 기자
민주, '열린민주당 합당' 당원투표 가결…찬성률 83.69%
12일 민주 중앙위 의결 후 양당 합동회의
민주·열린민주, 합당 합의=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와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지난달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양당 통합 관련 회동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들에게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에 찬성하는지를 묻는 투표가 10일 저녁 가결됐다.
민주당은 지난 7일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나흘간 온라인투표를 진행한 결과, 국내·외 당원 총 83만1천434명 중 26만5천254명이 투표했으며 이 중에서 22만1천979명(83.69%)이 찬성했다고 밝혔다.
반대 의사를 표한 당원은 4만3천275명(16.31%)이었다.
앞서 지난달 29∼30일 먼저 진행된 열린민주당의 더불어민주당 합당 투표는 72.54% 찬성률로 가결된 상태다.
민주당은 오는 12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합당 안건을 의결하고, 열린민주당과 협의해 수임기관 합동회의를 조만간 개최할 계획이다.
열린민주당은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이들을 중심으로 생긴 비례대표 정당이다.
두 당은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연일 여권 대통합을 강조하면서 본격적인 합당을 추진, 지난달 26일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하는 당 대 당 통합에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