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 치르는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

공천권 놓고 윤석열-이준석 갈등 가능성

 

지난 4일 국민의힘 당사에 들어서는 권성동 의원.

 

권성동 국민의힘 전 사무총장이 지난달 절차를 무시한 채 서울 서초갑과 충북 청주 상당 등 3·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열리는 지역의 당원협의회 위원장을 임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후보 핵심 관계자)인 권 전 사무총장의 ‘월권행위’를 두고 공천권을 둘러싼 당 내홍이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비공개회의에서는 서울 서초갑, 충북 청주 상당 등의 당협위원장 임명 건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최고위는 지난달 초, 오는 3월9일 대통령선거와 함께 재보선이 치러지는 서울 서초갑에 전희경 전 의원, 청주 상당에 정우택 전 의원 등을 당협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논의하다가 보류했다. 하지만 당시 사무총장이던 권성동 의원은 지난달 10일 두 사람을 그대로 임명했다. 최고위 의결 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국회의원 지역구별로 있는 당원협의회 대표자인 당협위원장은 공천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된다.

 

권 전 총장의 월권행위는 해가 바뀌어서야 드러났다. 권 전 총장이 임명한 당협위원장 가운데 한명이 지역 당원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며 자신을 당협위원장이라고 소개하는 바람에 ‘당협위원장 무단 임명’이 들통난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최고위원은 <한겨레>에 “(권 전 총장이 당협위원장을 임명한 지역은 재보선이 열리는) 주요 지역인 만큼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 등이 추가로 논의해 결정짓기로 하고 기다리고 있던 것”이라며 “권 전 총장이 임명한 사실이 밝혀져 너무나 황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고위는 조만간 권 전 사무총장을 불러 상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권 전 총장과 이 대표는 지난 6일 이철규 전략기획부총장 임명을 두고 험악하게 충돌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당시 이 부총장이 권 전 총장과 가까운 또 한명의 윤핵관이라며 임명을 반대했고, 이에 권 전 총장이 거칠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총장의 ‘최고위 패싱’은 아슬아슬하게 봉합한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 사이의 갈등을 다시 불거지게 할 가능성이 있다. 대선과 같은 날 열리는 재보선에서 이 대표 쪽은 당헌·당규상 당 대표가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주도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려 한다. 반면, 윤 후보 쪽은 대선 ‘러닝메이트’ 개념에 부합하는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당내에선 윤핵관으로 불리는 윤 후보 쪽 진영이 재보선 공천권 행사를 위해 일찌감치 움직인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권 전 총장이 당협위원장을 임명할) 당시 상황에선 이 대표와 윤 후보 쪽이 ‘핵심 관계자’ 권한을 두고 일촉즉발 상황이었다.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협위원장 임명은) 중요한 사항도 아니고 최고위에서 다시 의결하면 된다. 당대표 쪽도 관련된 문제이고 내부에 다 조금씩 문제가 있는데 어느 일방으로 몰아세우는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는 13일께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재보선 공천 문제를 본격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55년 연기 외길 '깐부 할아버지'의 인생역전

1967년 극단 '광장' 배우 길 들어서

리어왕·파우스트 등 200여편 연극

‘오징어 게임’ 인기에 광고 쏟아져도

"출연 작품과 맞지않다" 거절 화제

 

배우 오영수씨가 지난달 12일 오후 경기 성남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배우 오영수(78)는 연극 외길을 걸어오다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됐다. 팔순을 바라보는 원로배우는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안았다. 10일 오전(한국시각)에 열린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오영수는 ‘티브이(TV) 시리즈 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오영수는 <오징어 게임>에 참가번호 001번을 단 ‘오일남’으로 출연해 특유의 인자한 미소로 어린아이처럼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이다가 잔인하게 변한 참가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연기를 펼쳤다. 초반 주목받지 못한 ‘오일남’은 뇌종양 환자란 점을 숨긴 채 극의 마지막 반전을 이끌어 낸다. 치매 노인, 어린아이 같은 모습, 인생을 직관하는 지혜로운 노인 등 다채로운 연기를 펼쳐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는 특히 이정재와 구술치기 장면에선 “우린 깐부(놀이에서 같은 편)잖어”란 대사로 크게 주목받았다.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오영수는 이 장면에서 실제 울었다고 했다. “그 장면을 찍을 때 나도 울었다. 정직하게 살아온 기훈이 살기 위해 속이는 걸 보면서 인간의 한계를 느꼈다.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확 났다.” 50년 넘게 연극 무대를 지킨 노배우의 탄탄한 연기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오영수는 24살인 1967년 극단 광장에 입단하면서 배우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극단에 들어간 뒤 1년 만에 ‘낮 공원 산책’(1968)으로 데뷔했다. 그 뒤 극단 성좌의 <로물루스 대제>에서 조역을 거친 뒤 1971년 극단 여인에 입단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다. 말론 브랜도의 영화로 유명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주인공 스탠리로 무대에 올랐다. 연극에 들어선 지 3년 만이다.

 

오영수는 1993년 연극 <피고지고 피고지고> 무대에 선 뒤 이듬해 백상예술대상 연기상을 받았다. 연극은 70살을 바라보는 왕오·천축·국전 등 세 명의 노인은 ‘신 왕오천축국전’이란 도굴 프로젝트를 만들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보물을 통해 인간 욕망의 질기고 질긴 미련을 기다림으로 풀어냈다.

 

오영수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이 당시 수상 소감에 대해 “상은 배우가 무대에서 연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때는 시상식에 가지는 못했다. 시상식이 열릴 때도 연극을 하느라 못 간 거였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리어왕> <파우스트> <피고지고 피고지고> 등 200편이 넘는 연극에 출연했다. 평생을 무대에 선 그의 연기에 대해 김소연 연극 평론가는 “비중이 높지 않은 배역을 맡더라도 캐릭터 특징을 잘 잡아 제대로 보여주는 원로 배우”라며 “배역을 과하지 않게, 부족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데 뛰어난 배우”라고 평가했다.

 

 <봄 여름…>의 봄 장면. 오영수는 “이 영화가 배우 생활에 획을 긋는 마지막 영화가 되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리아픽처스 제공

 

그는 2003년 고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에 출연해 노스님을 연기했다. 오영수는 이 작품이 자신에게 마지막 선 굵은 작품이 될 거라고 여겼다. “영화를 찍고 난 뒤, 나는 그 영화로 이젠 끝나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다. 내 이름을 알렸고, 영화 자체로도 괜찮은 작품이었으니까. 내 인생에 하나의 획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었다. <봄 여름…>에 나온 오영수를 유심히 본 황동혁 감독이 그에게 출연을 제안했다. 오영수는 일정이 맞지 않아 황 감독의 제안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계절이 이어지듯 인연은 다시 찾아왔다. 2020년 11월 황 감독이 서울 대학로로 직접 찾아와 오영수가 출연한 연극을 본 뒤 또 다른 제안을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었다. 이번엔 인연을 맺었다.

 

오영수는 <오징어 게임> 구슬치기 장면에서 “그 장면을 찍을 때 나도 울었다”며 “가장 인간적인 삶을 보면서 눈물이 확 났다”고 했다.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의 인기로 여러 업체의 광고 모델 제안을 받았지만, 완곡하게 거절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그는 “출연한 작품에 맞지 않는 광고는 사양하고 싶다고 얘기한 거였다. 작품에 맞지 않는 광고에 나와 돈을 버는 게 깐부 정신과도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광보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그를 두고 “연극과 무대를 향한 자부심과 자존심을 간직한 천생 연극인”이라며 “평생 걸어오신 그의 배우 인생이 뒤늦게 가치를 인정받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이번 수상을 함께 기뻐했다.

 

오영수는 새해 연극 무대로 다시 돌아왔다. 이달 7일부터 3월6일까지 대학로 티오엠(TOM) 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라스트 세션>에서 지그문트 프로이트 박사를 연기한다.

 

오영수는 그가 좋아하는 프랭크 시내트라 <마이웨이>처럼 그렇게 연기 외길을 걷고 있다. 정혁준 기자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오영수…“생애 처음 내게 ‘괜찮은 놈이야’”

“이제 세계 속 우리 아닌 우리 속 세계”

남우주연상, 작품상은 아쉽게도 불발돼

 

 오영수가 <오징어 게임> 속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서 해사하게 웃으며 결승선을 넘는 장면. 그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그냥 웃은 거”라며 “부담 없이 찍은 장면”이라고 했다. 넷플릭스 제공

 

원로배우 오영수(78)가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 배우 최초 골든글로브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오영수는 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 호텔에서 열린 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티브이(TV)부문 남우조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 배우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징어 게임>은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2개 부문 수상은 불발됐다.

 

지난 7일부터 연극 <라스트 세션>에 출연하느라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오영수는 넷플릭스를 통해 “수상 소식을 듣고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다”며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어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고 했다.

 

오영수는 올해 세번째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에 도전하는 <석세션>의 키에라컬킨을 비롯해 <더 모닝쇼>의 빌리 크루덥, 마크 듀플라스, <테드 라소>의 브렛 골드스타인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수상했다.

 

‘골든글로브’ 누리집 화면 갈무리.

 

오영수의 수상은 2020년 <기생충>, 2021년 <미나리> 출연진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한국계 배우인 샌드라 오, 아콰피나가 연기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한국 드라마나 한국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가 연기상 후보에 오른 적은 없었다.

 

<오징어 게임>은 티브이(TV) 시리즈-드라마 부문 작품상, 남우주연상(이정재) 후보로도 지명됐지만, 아쉽게도 두 부문 모두 수상이 불발됐다. 작품상에는 <석세션>이 선정됐고 남우주연상 또한 <석세션>의 제레미 스트롱에게 돌아갔다. 지난해까지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규정을 두는 등 비영어권 작품에 대해 배타적이었던 골든글로브의 성향을 볼 때,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만도 한국 드라마 초유의 기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그린 작품이다. 오영수는 게임 참가자로 ‘깐부 할아버지’라는 별칭을 얻은 오일남 역을 맡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9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 부문 남우조연상으로 한국 배우 오영수(78)가 호명되고 있다. 베벌리힐스/AFP 연합뉴스

 ‘골든글로브’ 누리집 화면 갈무리.

 

문 대통령, ‘깐부’ 오영수 배우 수상 축하…“존경과 감사의 마음”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영수 원로배우가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받은 것과 관련해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SNS를 통해 “반세기 넘는 연기 외길의 여정이 결국 나라와 문화를 뛰어넘어 세계 무대에서 큰 감동과 여운을 만들어냈다”면서 ‘깐부 할아버지’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오영수 배우는 9일 열린 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티브이(TV)부문 남우조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골든글로브 수상은 한국 배우로는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오징어 게임>이 전하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겉으로는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극한 게임을 보여주지만, 그 이면에서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인간다움을 잃지 말자는 이야기를 들려준다”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도움이 되는 ‘함께’의 삶을 깊이 있게 말하고 있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은 또 “아쉽게 수상이 불발되었지만, 우리의 자부심과 위상을 드높인 황동혁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 여러분과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이정재 배우께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이완 기자

유능한 행정·정책 능력 부각해 설 전까지 ‘마의 벽’ 40% 돌파

11일엔 ‘5·5·5 공약’ 뒷받침할 수치 제시해 정책적 우위 강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손실보상 사각지대 업종 소상공인들을 만나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대부분의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따돌렸지만, 40%의 벽 앞에서 머뭇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안철수 야권 단일화’ 흐름에 빨려 들어가지 않으려면, 이달 말까지 40% 초중반대 지지율을 안정적으로 굳혀 ‘설 밥상 민심’을 장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경제·민생 현안에 밝은, 준비된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통령의 ‘자질’ 면에서 윤 후보와 차별점을 강조하겠다는 태세다.

 

9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대선 후보 지지도(7~8일 전국 성인 1001명 대상 무선 자동응답 조사,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를 보면,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37.6%로, 1주일 전보다 3.4%포인트 줄었다. 윤석열 후보도 전주보다 1.9%포인트 빠진 35.2%를 기록했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9.2%에서 15.1%로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 7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4~6일 18살 이상 1002명 대상,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p)에서 이 후보는 3주 연속 36%를 기록했다. 윤 후보가 1주일 만에 35%에서 26%로 주저앉은 사이, 안 후보는 5%에서 15%로 급상승했다.

 

민주당 내에선 안 후보가 윤 후보에게서 등 돌린 지지층을 흡수하고 있는데다 국민의힘 내홍이 어느 정도 수습되고 있는 국면이라, 야권의 자중지란이 이 후보의 득점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한다.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에서 정부와 차별화하며 수도권 민심, 중도층을 공략한 행보 등이 어느 정도 실효성 있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실용주의 노선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오락가락한다는 인상을 주게 된 점이 이 후보 대세론 형성에 일정 부분 발목을 잡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지지율 상승세를 꾀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대선 후보’임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생활 밀착형 공약부터 굵직한 경제정책까지 가리지 않고 정책 행보를 강화하며 이 후보의 중량감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 후보 쪽은 앞으로 시작될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준비된 후보라는 인식을 굳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4일 ‘이재노믹스’(이재명+이코노믹스)로 이름을 붙인 ‘5·5·5 공약’(국력 세계 5위, 국민소득 5만달러, 주가 5천 시대)을 발표한 데 이어, 오는 11일에는 ‘전환적 공정성장’ 담론과 5·5·5 공약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수치 등 세부적 로드맵을 제시하는 단계까지 나아간다는 계획이다.

 

또 대선 승리의 ‘필수 고지’로 꼽는 서울 민심을 계속 훑으며 주말에는 강원·제주 등 기존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상 방문하지 못한 곳을 찾으면서 표심 공백을 채워간다는 방침이다.

 

이날 이 후보는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뒤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활동을 재개했다. 활동 재개 즉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인원 제한을 적용받고도 피해보상은 받지 못한 웨딩업·전시행사업 종사자, 2차 피해를 본 식자재 납품업자를 만나는 한편, 배달·아르바이트 노동자들과 ‘국민 반상회’를 열고, 비정규직 공정수당의 전국적 확대와 분양가 상한제의 민간 도입 등의 정책 공약을 쏟아냈다. 최하얀 기자

 

이재명, 비정규직 차별 줄일 대안 “공정수당 민간 확대”

경기도지사 시절 도입한 ‘비정규직 공정수당’ 전국 확대 제안

야당 “수당공화국 만들기” “정규직-비정규직 갈라치기” 비판

전문가들 “비정규직 총량 규제 병행하면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 보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맘스하트카페에서 열린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 국민반상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9일 “‘비정규직 공정수당’이 공공을 넘어 민간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국회, 기업, 노동자들과 함께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에서 시행한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고용 불안정 보상수당 제도를 확대 개편해 전국에서 시행할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재명 정부는 경기도 ‘비정규직 공정수당’ 성과를 바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겠다”며 8번째 ‘명확행’(이재명의 확실한 행복) 공약을 소개했다. 그는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상식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안정·저임금의 중복차별에 시달리고, 임금 격차로 인한 일자리 양극화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공약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공약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도입한 비정규직 공정수당 제도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경기도와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이 고용한 기간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 제도는, 근무기간이 짧을수록 더 많은 보상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시행 첫 해인 2021년 기준 2개월 이하 기간제는 기본급의 10%(평균 33만7천원 만기 일시지급)를, 4개월 이하는 9%(70만7천원), 6개월 이하는 8%(98만8천원), 8개월 이하는 7%(117만9천원), 10개월 이하는 6%(128만원), 12개월 일한 경우 5%(129만1천원)를 기존 급여에 추가로 지급했다. 경기도는 2022년 공정수당은 전년보다 5.7% 인상해 지급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어려운 여건과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이런 보상수당은 현행법에 따라 1년 미만으로 일한 노동자들에게는 퇴직금이 지급되지 않는 현실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통상 노동자들은 1년 일하면 한달치 급여가 퇴직금으로 적립된다. 그러나 1년 미만의 경우 사용자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탓에,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11개월짜리 기간제 노동자들을 늘리는 등 폐해가 컸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우리소극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손실보상 사각지대 소상공인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경기도의 비정규직 공정수당은) 퇴직금 차별을 최소화하자는 것에서 출발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며 제도 자체를 확대 개편할 의지도 밝혔다.

 

이 후보의 비정규직 공정수당 확대 추진에 야권에선 “수당공화국”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라치기”라는 비판을 내놨다. 황규환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은 이날 “코로나 방역에는 재난지원금, 양극화 문제에는 기본소득, 이외에도 온갖 수당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 후보의 인식이 개탄스럽다”며 “대한민국을 수당 공화국으로 만들셈이냐”고 논평을 내놨다. 윤영희 국민의당 중앙선대위 부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차별은 철폐돼야 마땅하나 이 후보는 차별과 차등 개념을 교묘히 섞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갈라치기 하며 표 계산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런 비판을 인식한 듯 “(공정수당 도입 당시)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규직=높은 안정성과 고임금’이라는 기존 시스템에 반하는 일이었고, 대한민국에서 처음 시행하는 제도였기에 우려가 컸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손 놓고 있기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며 “공공부문에서 먼저 시작하고, 민간에 확장되도록 인센티브 등을 줘서 정착이 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도 완화되고 기업 입장에서도 오히려 고용 유연성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비정규직 공정수당 제도가 무분별한 비정규직 사용을 억제하는 정책과 적절히 맞물려 돌아간다면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해결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본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실제로는 비정규직의 업무가 정규직과 다를 바 없이 중요한 일인데도 사회적으로는 보잘 것 없이 여겨지는 불합리한 인식이 공정수당 제도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상시·지속 업무는 정규직으로 고용한다는 원칙을 명확하게 하고, 기간제법 보완 등을 통해 비정규직 총량 규제를 현실에 맞게 강화하는 방안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심우삼 최하얀 기자

 

이재명, 여가부 폐지론에 “한쪽 편들면 안 돼”

2030남성 반페미니즘 정서 의식

정면 비판 대신 수위 조절 나서며

‘젠더 갈라치기’ 비판 입장 밝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오후 거리에서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기성 세대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한쪽 편을 들면 안 된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론’을 에둘러 비판했다. 2030 남성들의 ‘반페미니즘 정서’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젠더 갈라치기’엔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배달·아르바이트 노동자들과의 ‘국민반상회’에서 “성평등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여성’가족부라 하지 말고,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는 것을) 전에 발표했다”며 “평등의 가치는 어느 영역에서나 중요하고, 어느 누구도 억울하지 않게 국가적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다만 이 후보는 “기성세대 내의 페미니즘 문제는 상당히 타당성이 높은데 청년대 간에는 페미니즘이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면서 “누군가를 밀어내지 않으면 내가 둥지 밑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됐는데, 그러한 극한적인 갈등 상황이 그들(청년)의 잘못은 아니지 않냐”고도 했다. 페미니즘에 부정적인 ‘이대남 정서’를 의식해 젠더 논쟁에서 한발짝 비껴난 태도를 취한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강화’라는 7글자를 올리고 “청년을 성별로 갈라치고,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일마저 서슴지 않는 후보에게 지도자로서 자각이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강력히 비판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민주당도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주장에 대해 사흘째 당 차원의 입장이나 논평을 내지 않는 등 조심스런 모습이다. 민주당은 윤 후보가 추가 대책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 구호만 외쳤다는 점에서 젠더 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 보고 있다. 섣불리 대응에 나서 갈등 전선을 확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특히 이번 대선의 승부처로 2030세대가 꼽히는 상황에서, 이른바 ‘이대남’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여가부 폐지 주장에 섣불리 반대했다가 ‘젠더 논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갈등을 유발하면서 지지를 획득하는 방식의 정치는 지양되어야 하기 때문에 한쪽을 편드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윤석열의 여가부 폐지와 심상정의 여가부 확대 논쟁은 그런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윤 후보가 페이스북에 7글자만 써서 생산적이지 못한 논쟁만 촉발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했다.

 

다만 그간 ‘여성의 권익 향상’을 강조해 온 민주당의 기조를 고려할 때, 당이 과도하게 이대남 눈치를 본다는 지적도 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이대남의 표심이 과대대표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눈치보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젠더 갈등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라면, 대선 후보는 조정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여가부의 설립 취지가 실현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지막지하게 폐지하자는 사람도 문제지만, 눈치보고 회피하는 당의 태도도 당당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심우삼 최하얀 기자

 

이재명 “분양가 상한제 민간에도 도입…원가 공개해 인하 유도”

다양한 주택유형으로 입주자 선택권 확대 공약

“신도시뿐 아니라 기존 도심지도 분양형 공공주택 공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9일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에도 도입하고, 분양 원가 공개를 확대해 분양가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9일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에도 도입하고, 분양 원가 공개를 확대해 분양가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5번째 ‘무한책임 부동산 공약’을 통해 공개하며 “시장 수요를 고려한 질 좋고 값싼 주택 제공, 실수요층의 주택구입에 필요한 자금 제공에 총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부담 능력과 선호에 따라 선택 가능한 공공주택을 다양하게 공급하겠다”며 구체적으로 △평생 거주 가능한 ‘임대형 기본주택’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는 ‘건물분양형 기본주택’ △소유 지분을 적립하는 ‘지분적립형 주택’ △분양전환가격을사전에 확정해 일정 기간 임대 후 분양하는 ‘누구나집’ △주택가격 상승분을 공공과 공유하는 ‘이익공유형 주택’ 등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이런 다양한 주택 유형으로 입주자의 선택권을 대폭 넓히겠다”며 “신도시뿐만 아니라 기존 도심지에도 분양형 공공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무주택자와 서민, 실수요자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공약도 내놓았다. 생애최초주택 구입자를 비롯한 서민·실수요자들이 더 낮은 금리의 금융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정책 모기지’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서민·실수요자의 금리상승에 따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고금리 변동금리 대출을 저금리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대출전환 프로그램도 새롭게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아울러 취약계층에 대한 전세 대출한도 상향 등 공적 보증을 확대하는 한편, 잔금 대출이나 전세 대출 중단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특히 청년층의 주거복지 지원을 위해 미래소득을 고려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최하얀 기자

‘여수 멸치’ 인증 사진 올리고 “달파멸콩”

‘멸공’ ‘문파’ 정치적 해석…최재형·김진태 등도 가세

“중국 관련 기업 입장 생각해 봤나” 비판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이마트 이수점에서 장을 보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에스엔에스(SNS) 상에서 시작된 ‘멸공’(공산주의 세력을 멸함) 논란이 난데없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신세계 대형마트인 이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멸공’을 상징하는 식품을 구입한 데 이어, 나경원 전 의원이 멸치와 콩 구매 인증샷 올리기에 가세했다. 여권에선 색깔론을 부추기는 듯한 이런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8일 낮,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는 윤석열 대선후보가 이날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며 밥상 물가와 방역패스 문제 점검에 나섰다고 밝혔다. 윤 후보가 찾은 대형마트는 이마트였고, 공개한 사진에는 윤 후보가 여수멸치와 약콩 등을 고르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윤 후보 개인 인스타그램에는 장보는 사진과 함께 해시태그로 ‘#달걀 #파 #멸치 #콩’이라고 적었다.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가 최근 ‘멸공’ 논란에 휩싸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우회적으로 지지하기 위해 이 같은 장면을 연출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에이아이(AI) 윤석열’은 해당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윤석열 공약위키’ 누리집에 공개된 ‘에이아이 윤석열’은 이날 ‘이마트에서 장을 잘 봤느냐’는 질문을 받고 “장보기에는 좀 진심인 편”이라며 “윤석열은 이마○, 위키윤(AI 윤석열)은 쓱○에서 주로 장을 본다. 오늘은 달걀, 파, 멸치, 콩을 샀습니다. 달파멸콩”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 세력을 연상시키는 ‘달파’라는 용어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언급했던 ‘멸공’ 주장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이날 장보기가 의도적인 행보였다는 해석에 쐐기를 박았다.

 

                 나경원 전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윤 후보에 이어 나경원 전 의원도 8일 페이스북에 이마트에서 장 보는 사진을 여러장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오늘 저녁 멸치, 약콩, 자유시간 그리고 야식거리 국물 떡볶이까지 (샀다)”며 “공산당이 싫어요가 논란이 되는 나라는 공산주의국가 밖에 없을 텐데. 멸공! 자유!”라고 적었다.

 

나 전 의원에 이어 이날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인스타그램에 멸치와 콩을 반찬으로 한 아침식사 사진을 올렸다.

 

당 이재명비리국민검증특위위원장인 김진태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윤 후보는 이마트에서 달걀, 파, 멸치, 콩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아예 “문파멸공. 다함께 멸공 캠페인 어떠냐”고 제안을 하기도 했다. 김연주 부대변인도 이마트에서 장 보는 영상을 에스엔에스에 올리며 “주말엔 달파멸콩”이라고 적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9일 인스타그램에 멸치와 콩을 반찬으로 한 아침식사 사진을 올렸다. 최 전 감사원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누리꾼들 사이에선 윤 후보와 나 전 의원이 모두 ‘여수’ 지역 멸치를 들고 있는 것 또한 의도가 있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여권에서는 윤 후보 등의 이런 행보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9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국힘 대선 후보와 정치인들의 ‘달-파-멸-콩’ 일베 놀이. 뿌리가 어디인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멸공’ 퍼포먼스에 왜 하필 ‘여수멸치’냐. 70여년 전 여수에서 ‘멸공’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학살이 이뤄졌는지 아느냐. 우리 집안에도 피해자가 있었다”라고 적힌 글을 리트위트하기도 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이 ‘멸치콩’을 들었기에 나는 왼손에 파를 들었다. 좌파”라는 글과 함께 왼손에 파를 든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태년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 부회장을 향해 “신세계는 앞으로 중국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본인의 그런 한 마디가 중국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수많은 우리 기업과 종사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라”고 경고했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6일 인스타그램에 ‘한국이 안하무인인 중국에 항의 한 번 못한다’는 제목의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기사 갈무리 화면을 올린 뒤 ‘멸공’ ‘승공통일’ ‘반공방첩’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정 부회장은 이보다 앞서 인스타그램이 ‘멸공’ 태그가 붙은 자신의 게시물을 ‘폭력·선동’이라며 삭제한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은 이후 ‘시스템 오류’였다며 삭제된 게시물을 하루 만에 복구했다.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