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미친 거 아닙니까? 귀를 의심하게 합니다.”
14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정색한 얼굴로 쏘아붙였다. ‘5월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해온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지난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또 다시 ‘5·18 북한 개입설’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진실과는 거리가 멀게 5·18 북한 개입설을 또 꺼내 들었다고 한다”며 이렇게 비판했다.
이날 이 대표는 국감장에서 불거져나온 현 정부 인사들의 역사 인식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비판에 나섰다. 그는 “정부 인사들의 발언이 정말로 국민들의 귀를 의심하게 한다. 망언도 이런 망언이 없다”며 정부 인사들의 발언을 열거했다.
이 대표는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 출석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일제 강점기 선조의 국적은 일본’이라고 말한 것을 “극언”이라고 비판하며 “내선일체를 말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11일 교육위원회 국감에서 “2023년 한국 국민 수준은 1940년대 영국보다 못하다”고 말한 걸 두고도 “본인이 그럴지 모르지만 국민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역사 왜곡, 헌법정신 부정이 국민들의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다”며 “국가 정통성을 훼손하는 친일 뉴라이트 바이러스를 공직에서 완전히 뿌리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겐 망언 인사들을 즉각 파면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민주당은 역사 부정 세력이 다시는 발붙일 수 없도록 관련 법안들을 신속하게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친일 행위를 옹호하거나 독도 영유권을 부정하는 등의 행위를 한 사람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장으로 임용될 수 없게 하는 ‘친일인사공직임명방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다. < 엄지원 기자 >
이스라엘 하이파 람밤 병원단지에서 13일 헤즈볼라의 드론 공격에 의한 부상자를 후송한 헬기 옆에서 한 이스라엘 병사가 귀를 막고 서있다. [로이터 연합]
헤즈볼라의 드론 공격으로 이스라엘군 4명이 사망하고 60명 이상이 부상했다. 가자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단일 공격으로 당한 최대 피해이다. 이스라엘의 방공망이 뚫리는 가운데 헤즈볼라의 반격 능력이 손상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12일 이스라엘 북부 한 군 기지가 드론 공격을 받아, 4명의 병사가 사망하고 민간인 등 6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확인했다. 이스라엘방위군은 주요 항구이자 세번째로 큰 도시인 하이파에서 남부로 33㎞ 떨어진 마을인 빈야미나에 인접한 한 기지가 공격받았고, 병사 4명의 사망 외에도 7명의 병사가 부상했다고 인정했다.
헤즈볼라는 이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며, 텔아비브와 하이파 사이에 있는 지역의 골라니 여단의 훈련장을 목표로 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이 공격은 지난 10일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와 베이루트를 폭격한 데 대한 대응이라고 덧붙였다. 헤즈볼라는 “드론이 떼를 지어서” 이 기지를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긴급구호청인 ‘마겐 다비드 아돔’(MDA)은 이 공격으로 중상 3명 등 61명이 부상했고 이 중 37명이 앰뷸런스나 헬기로 지역 병원 8곳으로 후송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이 기지가 레바논에서 날아온 저성능 드론에 의해 공격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드론들은 상대적으로 정교하지 않은 무기임에도, 이스라엘의 조기경보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이날 저녁 내내 텔레비전 속보, 소셜미디어의 포스팅, 온라인 보도 등으로 부상자들이 헬기와 긴급후송 차량을 이용해 이스라엘 북부 병원들로 이송되는 장면들이 전해졌다. 부상자 중 다수는 마을의 공동 식당에 있다가 갑자기 드론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미디어에는 공동 식당의 천장이 드론 공격을 받아서 큰 구멍이 나 있는 장면들이 올라와 있다.
이스라엘 구호 당국은 검열법에 따라 애초 사망자와 공격받은 기지를 밝히지 않았다가, 군 당국의 병사 사망 확인 뒤에야 이를 인정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3주 전부터 레바논 남부 및 베이루트 등을 대대적으로 폭격한 이후 하이파 일대를 로켓포 등으로 공격하며 반격해왔다. 이스라엘은 매일 수십발의 헤즈볼라 로켓포 공격을 방공망으로 막아왔으나, 몇발은 방공망을 통과해 시설물이나 부상자를 발생시켰다.
이번 피해는 이스라엘이 가자 전쟁 이후 지상전이 아닌 폭격으로 입은 피해 중에서는 최대 규모이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 지상전 초기 첫 본격적 교전에서는 하루 만에 7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 정의길 기자 >
북한이 주장한 평양에 살포된 남측 대북 전단= 북한 외무성은 11일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중대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은 지난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대북전단)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 "적무인기에서 살포된 삐라장들과 삐라묶음통"이라고 쓰여 있다. 2024.10.11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
북한이 남한 무인기의 평양 추가 침투 가능성에 대응한다며 인민군 총참모부 지시로 국경 부근 포병부대들에 완전사격 준비태세를 갖추도록 하고 평양 방공망 감시초소를 증강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인민군 총참모부는 지난 12일 국경선 부근 포병연합부대와 중요화력임무가 부과된 부대들에 완전사격 준비태세를 갖추라고 작전예비지시를 하달했다.
작전예비지시에는 "전시정원편제대로 완전무장된 8개의 포병여단을 13일 20시까지 사격대기태세로 전환하고, 각종 작전보장사업을 완료"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총참모부는 한국 무인기가 또다시 국경을 넘었을 때 대상물을 타격하는 상황, 타격으로 인해 무력충돌로 확대되는 상황까지 가정해 각급 부대에 철저한 대처 마련도 주문했다.
총참모부는 이와 함께 각급 부대, 구분대들에 감시경계 근무 강화를 지시했으며, 한국 무인기가 침범했다는 평양에는 반항공(방공) 감시초소를 증강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도 평양에 대한 대한민국의 중대 주권침해 도발행위로 일촉즉발의 엄중한 군사적 긴장사태가 조성되고 있다"고 이같은 조치의 이유를 설명했다.
국방성 대변인은 별도 담화를 통해 "무인기 도발에 한국군부세력이 가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무인기가 다시 한번 출현하면 선전포고로 여기고 "우리의 판단대로 행동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무모한 도전객기는 대한민국의 비참한 종말을 앞당길 것이다'라는 제목의 별도 담화를 내어 한국에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김 부부장은 "서울의 깡패들은 아직도 상황판단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각종 막말을 동원해 불쾌감을 드러낸 뒤, "속히 타국의 영공을 침범하는 도발 행위의 재발 방지를 담보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남한 무인기가 지난 3일, 9일, 10일 평양에 침투해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했으나, 우리 군은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여정은 전날 평양에 다시 한국 무인기가 나타나면 "끔찍한 참변"이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했고, 국방부는 북한이 위해를 가하면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응수했다. < 연합 현혜란 기자 >
'완전단절 선언' 北, 경의·동해선 도로 폭파 준비정황 포착
군 감시장비 포착…도로 완전히 끊고 요새화 공사하려는 듯
북 "南연결 도로·철도 완전단절하고 요새화 공사”= 북한이 남측과 연결되는 도로·철도를 9일부터 완전히 끊고 '남쪽 국경'을 완전히 차단·봉쇄하는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고 선언했다. 사진은 이날 오두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 2024.10.9 [연합]
남북 육로의 완전 단절과 요새화를 선언한 북한이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 폭파를 준비하는 정황이 우리 군 감시장비에 포착됐다.
군의 한 소식통은 14일 "북한군은 총참모부 담화 발표 이후 경의선 및 동해선 일대에서 남북 연결도로 폭파를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활동을 전개 중"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우리 군은 북한군의 이러한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우리 장병과 국민의 안전보호조치를 강구하는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군 총참모부는 지난 9일 보도문을 통해 "9일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를 진행되게 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해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미군 측에 전화통지문을 발송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같은 날 유엔사-북한군 통신선을 통해 보낸 통지문에서 "우리 측은 10월 9일부터 남쪽 국경선 일대에 우리 측 지역에서 대한민국과 연결됐던 동·서부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기 위한 공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사에는 다수의 우리 측 인원과 중장비들이 투입될 것이며 폭파 작업도 예정돼 있다"며 "귀측은 필요한 대책을 책임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군이 포착한 북한의 폭파 준비 활동은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를 완전히 끊고 요새화 공사를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작년 말부터 남북 육로 단절을 위해 도로 주변 지뢰 매설 및 가로등 제거와 철로 제거 및 인접 부속 건물 철거 등을 진행해왔다.
남북 연결 육로에는 철도 및 도로인 동해선과 경의선, 화살머리고지 및 공동경비구역(JSA) 통로 등이 있다.
북한은 작년 말부터 남북 연결 철도·도로를 물리적으로 단절하는 조처를 하고 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작년 11월 경의선 도로 인근에 나뭇잎 지뢰를 살포했고, 같은 해 12월 동해선에 지뢰를 매설했으며, 올해 3월 동해선 도로 펜스를 철거했고, 4월엔 경의선 도로 가로등을 철거했다.
이어 5월에는 동해선 철도 레일 및 침목을 제거했고, 6월에 동해선 도로 가로등을 철거했으며, 7월엔 경의선 철도 레일 및 침목을 제거했고, 8월엔 경의선 열차 보관소를 해체했다.
김명수 합참의장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동참모본부 국정감사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북한 남북 육로 차단 작업 관련 사진을 공개하면서 "경의선과 동해선은 8월에 차단됐다"며 "이런 움직임은 사전에 감시되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 연합 김호준 기자 >
북, "한국 무인기 평양 상공 침범, 재발 땐 군사 공격" 국방장관 "보낸 적 없다"→"확인해 줄 수 없다" 뭉개
윤정부, 2022 서울 침범 땐 대북 무인기 2대 보내 북한 인민군 무인기 재침투 등 '의외의 도발' 가능성
윤석열 정부 대처 따라 다시 흔들릴 '분계선의 평화'
"한국은 10월 3일과 9일에 이어 10일 심야시간에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반공화국 정치모략선동 삐라를 살포했다. 영공 침범 사건은 (국제법적으로) 자주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이며 자위권행사의 명백한 대상이 된다. 우리의 모든 공격수단은 즉시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게 된다. 대한민국에 최후통첩으로 엄중히 경고한다. 또다시 무인기를 우리 영공에 침범시키는 도발행위를 감행할 때는 즉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다." (11일, 북한 외무성 '중대성명')
"북한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 일련의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오물 및 쓰레기 풍선 부양 등 도발을 자행하고 있는 북한에 있음을 경고한다. 북한은 경거망동하지 말고 자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만약 어떤 형태든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경우 우리 군은 단호하고 처절하게 응징할 것이다." (11일,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북한 외무성이 11일 '중대성명'에서 한국 무인기의 평양 상공 침투, 삐라 살포의 증거로 제시한 사진. 위 동그라미가 무인기, 아래는 삐라 묶음통이라고 표시돼 있다. 2024.10.11. [조선중앙통신 연합]
북한 무인기 쫓는 아군의 항공기 비행모습. 2022.12.26 [KBS 캡쳐] 연합
북한의 내로남불
다시 '하늘'이 불온해졌다. 북한은 남한이 이달 들어 세 번 평양 중구역 상공에 무인기를 띄워 삐라를 살포했다면서 '중대 경고'를 내놓았고, 남한은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가 "확인할 수 없다"면서 북한의 경고를 뭉갰다.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의 용산 대통령실-국방부 상공 침범 사태와 공수가 바뀌었다. 북한이 사회주의헌법에 '영토조항'을 신설하면 위기의 진앙으로 예상됐던 서해'가 아니라 하늘을 두고 격돌한 것이다. 무인기는 2년 전 9.19 남북 군사합의의 폐기로 이어져 긴장 지수를 더했다. 연초부터 한반도 전쟁위기설이 불거졌던 올해 하반기 이번엔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북한의 중대성명은 인민군 총참모부나 국방성이 아닌 외무성이 발표했다. 이는 남한, 북한 내부와 함께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한 것. 성명은 "영공은 다른 나라의 항공기나 비행물체들의 자유비행은 물론 '무해비행'도 허용하지 않는다"라면서 국제사회가 대한민국의 만용을 규탄하고 제지하는 데 한목소리를 낼 것을 촉구했다. 불과 2년 전 무인기 5대가 수도권과 용산 대통령실 상공을 침범했던 북한이 느닷없이 국제법 위반을 지적하는 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국제사회를 상대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가장 중요한 전략공간을 먼저 침범해 놓고, 뒤늦게 호들갑을 떠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와 북한 지도부의 거주 공간인 평양 중구역 상공이 민감하다면,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가 위치한 용산 상공도 중요하다. 그러나 침범의 주체와 성격이 다른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 서울 침범은 인민군이 지휘했지만, 평양 침범의 주체는 적어도 우리 군이 아니다. 서울 상공의 무인기는 영공 침범에 그쳤지만, (북한 성명에 따르면) 평양 상공의 무인기는 북한 체제를 전복하려는 삐라를 배포했다. 기계적으로 볼 때 무인기 북송의 주체는 △우리 군 △탈북자 단체 △북한 내부 소행 등 세 가지 경우가 거론된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뉴스 속보가 전해진 시점, 국회 법사위 국감장에 있던 김용현 국방장관은 "(우리 군은)그런 적이 없다"고 단언, 첫 번째 경우를 지웠다. 1시간 뒤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번복했지만, 국방장관이 댓바람에 위증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북한 외무성은 11일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중대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은 지난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대북전단)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진은 북한이 공개한 대북전단. 2024.10.11. [연합]
남한의 선제 도발? 탈북자 단체들 부인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대북 삐라를 계속 부양하는 탈북자 단체들도 일단 부인했다. 특히 지난 5월부터 가장 공격적으로 삐라풍선을 띄워 북한 오물풍선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과거) 무인기를 보낸 적이 있는데 이번에 보낸 것이 없다"고 말했다. 언론 인터뷰 발언이 최고 10년 형에 처하는 국회 위증과 다르다는 점은 살필 필요가 있다. "북한 내부에서 할 수도 있다"는 주장은 김 장관이 역시 국감장에서 내놓았지만, 무게가 실린 말은 아니었다.
상황이 모호할 때 '가능성'의 꼬리표를 달고 내놓는 말은 가려들어야 한다. 근거가 없거나, 다른 의도에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많은 언론은 그 의도를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평가하지만, '비전략적 회피' 또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안보 불안은 불확실성을 먹고 커진다. 그런데 국방 수장이 되레 불확실성을 늘린 셈이다. 북한에만 혼란을 주는 게 아니라 대국민 불안도 키우기 때문이다. 북한이 혼란을 느낄지는 희미하지만, 우리 국민이 불안한 건 분명하다. 자칫 우리 발등을 찍는 자충수가 될 수 있는 양날의 칼인 것이다.
세 가지 경우가 다 아니라면, 북한 발표가 가짜뉴스여야 하지만 이 역시 속단하기 어렵다. 북한 외무성이 국제사회를 상대로 가짜뉴스를 '중대성명'으로 발표했다면, 그야말로 제 눈 찌르기다.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역으로 북한이 2년 전 무인기 서울 침범의 주체를 두고 북한이 "남한 내부 소행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면 설득력이 있겠는가.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침범한 26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비서관들과의 티타임 시간에 최근 분양받은 은퇴견 새롬이와 함께 들어서고 있다. 2022.12.26 [연합]
누군가 거짓말 하고 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13일 한국방송 일요진단에 출연, "(북한의 중대성명에 대해) 우리가 확인해준다는 것 자체가 북한이 원하는 우리 내부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면서 "최고의 정답은 무시"라고 주장했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한 꺼풀 들춰내면 남측에서 누가 보냈는지 확인되더라도 그걸 지적하는 것 자체가 '내부 갈등'이라는 억지 논리다. 탈북자 단체의 대북 삐라 풍선이 '표현의 자유'라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2년 전, 북한 무인기가 용산 상공을 침범했을 때 "국가안보회의(NSC)를 열 정도의 사안이 아니다." "북한이 도발할수록 한미일 방위 태세가 강화된다"라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주장을 연상시킨다.
어차피 북한 '중대 성명'의 진위는 어차피 향후 북한의 대응 내용과 그 강도가 입증할 것이다. 2022년 12월 26일, 북한 무인기 1대가 군사분계선(MDL) 이남으로 넘어왔다는 보고를 받고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도 몇 배의 드론(무인기)을 북쪽으로 올려보내라"고 지시했고, 군은 정찰용 무인기 2대를 MDL 북쪽으로 보냈다. 다만 이 때까지만 해도 대응 수위가 낮은 건 남측이었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띄우는 '비례적 대응'을 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5일 서해 해상완충구역에 포사격을 먼저 한 것도 북한이었다. 그러나 이후 MDL 인근에서 군사적 긴장을 선제적으로 높여 온 건 남측이었다. 서해 포사격(6월 26일, 9월 5일)과 MDL 5㎞ 이내 육군 포사격훈련(7월 2일)을 재개했다. 북한은 외려 MDL 일대에서 '남한의 침략'에 대비한 방어 시설을 강화하고 있다.
도발주체 따지는 게 '내부분열'이라는 정부
탈북자 단체의 지난 5월 삐라풍선에 북한이 오물풍선으로 대응하자 뒤늦게 9.19군사합의 전면 효력정지 절차를 밟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군사작전의 일환인 '심리전 차원'에서 재개했다. 이에 다시 북한이 대남 확성기 소음방송을 내보낸 게 저간의 진행 상황이다. 이제, 다시 '한국이 보낸' 무인기가 악재로 떠올랐다. 남과 북의 행동과 대응 행동이 맞물리면서 긴장고조의 악순환이 계속된 추세로 미루어 우려를 자아내는 까닭이다. 이병철 경남대 교수는 <시민언론 민들레>에 "남북 간 '적대적 공존'의 방정식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존의 공간에 불안 요소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점이다.
1일 오후 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을 위해 사단급 무인기가 한강대교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 2024.10.1 [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7일 김정은국방종합대 연설에서 "문제는 (한국이) 시도 때도 없이 우리를 건드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북한을) 상대로 힘자랑 내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은 올 1월 이후 상대적으로 덜 호전적 태세를 보여 왔다. 지난 7~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에서 예고했던 헌법의 영토조항 개정 사실도 흐렸다. 지난 9일 자 조선중앙통신은 회의 결과 보도에서 5개의 의제 중 '사회주의헌법 일부 개정을 두 번째로 소개했지만, '영토조항'과 '적대적 두 국가' 등을 담았는지 밝히지 않았다. 북한 외무성 중대성명도 내용을 뜯어보면, '만약'을 전제로 한 가정법을 취하고 있다. "또다시 무인기로 영공 침범을 감행할 때는 즉각 (모든 공격수단을 동원해) 즉시 행동에 넘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적대적 공존' 속 높아지는 긴장지수
물론 우리가 2년 전 북한 무인기 서울 침범에 대응해 MDL 이북으로 무인기를 침투시켰듯이 북한 역시 '비례적 대응'을 할 가능성은 상당하다. 탈북자단체 대북 풍선이 삐라를 담았듯이 무인기로 쓰레기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북은 체제 선전을 포기했다. 쓰레기 풍선이나 대남 확성기 방송에 어떠한 '내용'도 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무인기가 다시 서울 상공에 뜬다면 그 자체로 안보 불안지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사안이 있다. 연초부터 '4월 총선, 북한 도발설'을 비롯해 최근의 '7차 핵 실험설 등 정부가 널리 알려 온 북한발 위기는 적어도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실현되지 않았다. 북한이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보 위기를 강조함으로써 기대했을 '정치적 이득'이 없었다는 말이다. 북한 외무성의 중대 성명도 불안하지만, 긴장 완화를 통한 상황 관리를 하기는커녕 불확실성을 높이며 호전적 태세로 일관하는,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도 불안하긴 매일반이다. 공은 다시 남측에 넘어왔다. < 민들레 김진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