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소니(제작사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는 처음부터 정말 전폭적인 지지를 해 줬어요. 한국 문화와 한국 콘텐츠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매력이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를 만든 매기 강 감독은 "우리 문화에 대해서, 그리고 한국의 관점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22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내한 간담회에서 강 감독은 "옛날부터 서태지와 아이들, H.O.T.를 굉장히 좋아했고, 봉준호 감독님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며 "특히 영화 '괴물'은 저에게 많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케데헌' 후속작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이야기는 없다"면서도 후속작에 넣고 싶은 아이디어는 많다고 귀띔했다.
강 감독은 "한국의 여러 가지 음악 스타일을 더 보여주고 싶다"며 "트로트가 요즘 난리인데 그런 것들(트로트 곡)이나, 헤비메탈도 좀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케데헌'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끄는 비결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강 감독은 "모든 사람은 사랑받고 싶어 하고, 안정을 원하고, 인정받기를 원하지 않느냐"며 "이런 지점들은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강 감독은 '케데헌' 시사회에서 한 6살 아이가 남긴 후기를 언급했다.
그는 "그 아이는 친구들이 자기를 어떻게 볼지 두려웠던 적이 있기 때문에 (극 중 걸그룹 헌트릭스 멤버) 루미가 가진 두려움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며 "이 작품이 다루고자 하는 핵심 주제는 '수치심'"이라고 짚었다.
루미는 강 감독 본인의 모습을 일부 투영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나 같은' 여자를 보고 싶었다"고 했다.
"많은 애니메이션이 여성 캐릭터를 못생기지 않게, 너무 웃기지 않게, 바보 같지 않게 그리려고 하는 것 같았어요. 제 작품에선 음식도 이상하게 먹고, 웃긴 표정도 만드는 그런 여자를 보고 싶었죠."
루미는 강 감독의 딸 이름과 같다. 그는 딸이 직접 루미의 어린 시절 목소리 연기에 나선 과정도 들려줬다.
강 감독은 "모르는 어른들 앞에서 노래하고 연기도 해야 하는데 겁 없이 막 하는 걸 보고 딸이 참 자랑스러웠다"며 "딸이 '내가 잘하면 엄마 영화가 더 훌륭해지니까'라고 말했다"고 웃음 지었다.
제작 돌입부터 공개까지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을 정도로 공들인 작품이지만, 이렇게까지 큰 성공을 예상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강 감독은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고,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대표적인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인 '골든'은 '케데헌' OST 중 작업하기 가장 어려운 곡이었다고 회상했다.
강 감독은 "주인공 루미의 소망과 열망을 담은 대표곡이어서 영화에서 매우 크게 중요도를 가진 곡이었다"며 "최종 버전을 찾기까지 7~8개 버전을 거쳤다. 최종 버전을 들었을 때 '아, 이거다'라고 느꼈고, 눈물이 났다"고 떠올렸다.
한국계 캐나다인인 매기 강 감독은 서울에서 태어나 5살 때 가족과 함께 캐나다 토론토로 이주했다. 드림웍스, 블루스카이, 워너브라더스, 일루미네이션에서 스토리 아티스트 등으로 일했고, '케데헌'은 강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케데헌'은 지난 6월 공개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1위에 올랐고, 넷플릭스 역대 영화 가운데 누적 시청 수 2위를 달리고 있다.
강 감독은 다음 달 부산국제영화제에 맞춰 다시 내한해 관객들과 영화에 얽힌 경험 등을 나누는 특별기획 프로그램에 참석한다. < 정래원 기자 >
강 감독, 국립중앙박물관 방문…생생한 호랑이 영상 "멋있어"
백자 달항아리 마주한 '케데헌' 감독 "아이디어가 떠오르네요"
유홍준 관장, 까치 호랑이 배지 선물…"한국 관련 작업 계속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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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관장으로부터 선물 받는 '케데헌' 매기 강 감독 =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 감독(오른쪽)이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해 유홍준 관장으로부터 부채와 까치·호랑이 배지 선물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8.21
"달항아리는 왕 사발 두 개를 이어서 만듭니다. 잘 보세요. 둥그스름하지만 퍼펙트(완벽한) 원이 아니죠?"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백자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7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보물 백자 달항아리를 가리키며 설명하자 한 여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백자 달항아리를 마주한 관람객은 매기 강 감독. 최근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역이다.
매기 강 감독은 "그런 디테일(detail·세부적인 부분)이 있는지는 몰랐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 새롭게 느껴진다.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말하며 환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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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 인형 답례로 전달하는 매기 강 감독=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 감독(오른쪽)이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해 유홍준 관장으로부터 선물을 받은 뒤 답례로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더피' 인형을 답례로 전달하고 있다. 2025.8.21
매기 강 감독이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건 올해 4월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영화가 공개되기 전 개인 일정으로 박물관을 방문했다는 그는 이날 유홍준 관장 및 박물관 관계자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주요 전시실을 둘러봤다.
유 관장은 영화 인기 속에 주목받은 박물관 문화상품 '까치 호랑이 배지'와 부채를 선물하며 매기 강 감독을 반겼다.
유 관장은 '민중 판화가'로 불리는 판화가 오윤(1946∼1986)의 호랑이 그림을 따라 부채에 직접 그림을 그렸고 '신명! 한국인의 흥겨움과 한의 살풀이', '어흥'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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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찾은 매기 강 감독=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은 예방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 감독(왼쪽)이 유홍준 관장과 함께 디지털 실감영상관에서 영상을 감상하고 있다. 2025.8.21
영화 속 호랑이 캐릭터인 '더피'를 연상시키는 '까치 호랑이 배지'는 최근 주목받은 상품이다.
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출시된 '까치 호랑이 배지'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큰 인기를 끌면서 연일 품절 사태를 빚었고, 지난달에만 3만8천104개 팔렸다. 누적 판매량은 7만개가 넘는다.
유 관장이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하자 매기 강 감독은 '더피' 인형을 선물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약 30분간 박물관을 둘러본 매기 강 감독은 연신 '멋있다', '대단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시대 회화, 나전칠기 등에 담긴 호랑이를 디지털 실감 영상으로 펼쳐낸 '어흥, 호랑이 - 용맹하게, 신통하게, 유쾌하게' 영상을 한참 동안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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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로 감상하는 우리 문화'=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은 예방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 감독이 유홍준 관장과 함께 디지털 실감영상관에서 영상을 감상하고 있다. 2025.8.21
김진경 학예연구사가 영상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설명하자 매기 강 감독은 "멋있다"며 "예전에 왔을 때는 못 봤던 영상이라 처음 봤는데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그는 태블릿PC로 자신만의 서재 '책가도'를 만드는 체험을 하며 유 관장과 즉석에서 사진도 찍었다.
유 관장은 매기 강 감독과 함께 박물관의 대표 공간인 '사유의 방'에 들러 두 점의 국보 반가사유상이 나란히 있는 모습을 감상하기도 했다.
매기 강 감독은 "영화를 만들기 전에 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며 "관장님의 설명을 듣고 하나하나 디테일을 알게 돼 새롭게 보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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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 강 감독에게 반가사유상 설명해 주는 유홍준 관장=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21일 서울 용산구 박물관을 예방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 감독에게 사유의 방에 전시된 반가사유상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2025.8.21
그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후에도 한국 문화를 조명하는 작업을 계속할지 묻는 말에 "한국에 대해 계속하게 될 것 같다"며 환히 웃었다.
이날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특별한' 손님에 큰 관심을 보였다.
유 관장이 '더피' 인형을 들고 있는 것을 본 관람객들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감독이 왔나 봐"라고 말하며 유 관장과 매기 강 감독을 쳐다보기도 했다. 휴대전화로 두 사람을 촬영하는 사람도 많았다.
유 관장은 "매기 강 감독은 캐나다에서 생활했으나 자기 몸에 체득된 한국적인 것, 내재한 한국적인 것을 잘 살린 작품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유 관장은 올해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열리는 만큼, 그동안 쓴 글 가운데 경주만 묶어서 영문으로 낸 책을 매기 강 감독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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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뮷즈'는 모두 품절=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기념품샵에서 품절된 인기상품들이 진열돼있다. 2025.8.20 [촬영 이승연]
그는 "매기 강 감독이 '꼭 읽어보겠다'고 했다"고 귀띔했다.
유 관장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흥행을 계기로 국립중앙박물관을 향한 대중적 호응을 어떻게 소화하고 박물관 문화로 소화할지 함께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악령을 물리치고 노래로 세상을 보호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올해 6월 공개된 이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면서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로 꼽혔고, 넷플릭스 영화 부문 역대 1위 시청 기록도 앞두고 있다.
영화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인 '골든'(Golden) 역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 정상에 오르는 등 흥행 중이다. < 김예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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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웃는 메기 강 감독 =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메기 강 감독(오른쪽)이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해 유홍준 관장과 인사하며 밝게 웃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가운데, 넷플릭스가 북미 지역 등에서 특별 이벤트로 마련한 극장 상영 행사 역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미 영화전문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20일 북미 지역에서 예매를 시작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 극장 상영 이벤트의 흥행 분위기를 전하며 "넷플릭스가 늦여름 박스오피스에 깜짝 선물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15일 "특별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 따라부르기(싱-얼롱, Sing-Along) 이벤트가 당신과 가까운 극장으로 찾아온다"면서 극장 상영 이벤트 소식을 알렸다.
넷플릭스는 영화 속 내용을 인용해 팬들에게 "당신이 이제 직접 (노래를 부르며) 혼문을 봉인할 기회를 갖게 된다"며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스 팬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 인기 애니메이션 영화의 싱-얼롱 버전에 맞춰 마음껏 노래를 따라부를 수 있다"고 홍보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이번 이벤트는 이번 주말(23∼24일)에만 한정으로 미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에서 진행된다.
할리우드리포터는 북미 지역에서 넷플릭스의 이번 이벤트에 1천700개 극장이 참여하기로 했으며, 상영관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전날 밤 기준으로 벌써 1천회 상영분의 티켓이 매진된 상태라고 전했다.
그동안 미국의 극장 체인 업체들은 스트리밍 업체들과 독점 작품의 상영 기간 문제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으며 특히 넷플릭스 작품은 대부분 보이콧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뜨거운 인기에 경쟁적으로 상영에 나섰다고 할리우드리포터는 짚었다.
이번 행사에는 북미 주요 극장 체인 업체인 리갈 시네마스와 시네마크 시어터스 등이 참여한다.
넷플릭스 측은 이번 상영 이벤트의 수익 전망치를 내놓지 않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사전 티켓 판매와 매진된 회차 등을 고려할 때 북미에서만 500만∼1천만달러(약 70억∼140억원)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인 소니픽처스에서 한국계 미국인인 매기 강이 연출을 맡아 케이팝과 한국 문화를 주요 소재로 제작한 이 애니메이션 영화는 이미 넷플릭스의 역대 최고 시청 애니메이션으로 등극한 데 이어 영어로 만들어진 전체 영화 중에서도 역대 시청 순위 2위에 올라 최고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아울러 이 영화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가운데 8곡이 최근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이름을 올리는 등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이재명 정부가 2026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안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3천억원 편성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연구개발 예산 삭감이 학계의 큰 비판을 받았는데, 이를 복구한 것은물론 더 큰 폭의 예산을 배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보면 과학기술을 존중한 나라는 흥했고 천시한 나라는 망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2일 대통령실에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심의하고 새 정부의 에이아이(AI·인공지능) 정책 방향 등을 점검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의장은 대통령으로, 이날 회의는 이재명 정부 출범 뒤 첫 회의다.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배경훈)로부터 2026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보고받았다. ‘이재명 정부 케이(K)-알앤디 이니셔티브’로 이름붙여진 예산안은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3천억원 규모다. 과기정통부는 “체질 개선과 혁신을 기반으로 ‘진짜 성장’을 실현하고자 하는 정부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 2년차인 2024년 예산안에서 정부 연구개발 예산이 전년 대비 9.4%포인트 깎여나간 26조5천억원 규모로 편성돼 과학계의 거센 비판을 받았던 것과 대비된다. 올해 예산에서 연구개발 예산은 29조6천억원까지 복원됐는데, 내년 예산안은 이보다 19.3%포인트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역사적으로도 보면 과학기술을 존중하고 기술이 발전한 나라는 흥했고 기술을 천시한 나라는 망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과학·기술 지원에 의지를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불행하게도 일종의 오해나 문제로 (과학기술 예산에) 굴곡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예산으로 정상적 증가 추세로 복귀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의견에 따라 조정될 수도 있지만, 이게 아마 대한민국 새로운 발전의 시금석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개발 예산에서 핵심 항목을 차지하는 것은 8조5천억원 규모의 국가 전략기술 관련 예산이다. 지난해에 견줘 3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과기정통부는 “양자컴퓨팅·합성생물학 등의 원천기술 선점을 지원하고 에이아이 반도체, 양자 내성암호 등 공급망·안보에 필수적인 핵심기술도 내재화한다”고 밝혔다. 에이아이 생태계의 독자적 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에는 2조3천억원이 배정됐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분야 연구개발에는 2조6천억원, 국방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엔 3조9천억원이 편성됐다. 기초연구 역시 14.6%포인트 늘린 3조4천억원 규모다. < 엄지원 고경주 기자 >
정부, AI 중심 미래 산업 육성에 100조원 펀드 조성·투자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 구윤철 “성장 하락 반전시킬 유일 돌파구” 참여연대 “기술선도 성장 치우친 이전과 비슷”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성장전략TF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정부가 인공지능(AI) 로봇 개발 등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육성해 이재명 정부 임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일반 국민 공모 자금 등으로 100조원 이상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이런 산업에 투자하고, 투자에 따른 수익을 나눌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는 22일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고 기술 선도 성장을 위해 ‘30대 선도 프로젝트’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14일 중국 충칭에서 열린 ‘2025 중국 의료 장비 전시회’에 수술 로봇이 등장해 시연을 하고 있다. 충칭/신화 연합
프로젝트는 크게 ‘인공지능 대전환’과 ‘초혁신 경제’로 나뉜다. 인공지능 대전환 부문에는 기업·공공·국민의 인공지능 활용을 촉진하고 관련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프로젝트 15개가, 초혁신 경제 부문에는 첨단소재·부품, 기후·에너지 기술, 케이(K)-콘텐츠·식품 등을 지원하는 내용의 프로젝트 15개가 담겼다. 이에 필요한 재원은 조만간 2026년 예산안에서 발표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인공지능 대전환은 인구충격 등에 따른 성장 하락을 반전시킬 유일한 돌파구”라며 “30대 선도프로젝트를 올해 하반기부터 즉시 추진하겠다. 기업이 중심에 서고 정부, 대학과 연구기관, 온 국민이 총력으로 힘을 모아 단기간 내 반드시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도록 지원하겠다 ”고 말했다.
인간형 로봇, 물류부터 전산업에 확산
우선 제조업에 인공지능을 융합하는 피지컬 인공지능과 관련해 로봇·자동차·선박·드론·반도체·팩토리·가전 등 7개 제조업 분야에서 과제를 추진한다. 과제마다 설정한 목표를 보면, 인공지능 로봇은 범용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해 물류 분야부터 실증·보급한 뒤 제조·건설·서비스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부분 자동화 수준인 자동차 자율주행은 2027년에는 특정 구역 완전 자율주행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당장 하반기부터 7개 분야별로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관련 부처 등이 참여하는 추진단을 꾸리고 연구·개발(R&D), 실증, 규제, 금융 등을 지원한다. 에이치디(HD)현대로보틱스, 삼성전자, 엘지(LG)전자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5개 초광역권별로도 30대 선도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가령 인공지능·미래 모빌리티, 우주항공, 재생에너지 등을 ‘성장엔진’으로 선정해 지원한다. 구체적인 성장엔진은 지자체와 관계 부처가 협의해 선정한다.
CCTV 데이터, 자율주행 개발 등에 제공
이 같은 미래전략산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100조원 규모의 가칭 ‘국민성장펀드’도 조성한다. 정부 보증 기금채와 산업은행 자체 재원을 활용한 기금 출연으로 만들어진 첨단전략산업기금과 일반 국민 공모 자금·연기금·민간 금융 등 민간 자금이 각각 50조원 이상씩 투입된다. 지원 내용은 중소·벤처기업 장기 지분투자, 설비투자를 위한 대규모 자금 저금리 대출 등이다. 특히 인공지능 산업은 별도로 할당해 지원한다. 구체적으로 재원을 어떤 분야에 얼마나 할당할지 등 운영 방안은 조만간 금융위원회가 발표할 예정이다. 강기룡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은 “세제 (혜택), 손실이 났을 때 재정에서 우선 좀 충당하는 방안 등 민간 자금 유입을 촉진할 수 있는 내용을 펀드 운용 방안에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인공지능 전환을 위한 기반으로 데이터 활용 등을 확대한다. 가령 기존에는 시시티브이(CCTV) 원본 데이터는 활용할 수 없어 자율주행차 개발 등에 한계가 있었는데, 연구·개발 목적에 한해 허용하기로 했다. 공공 저작물을 인공지능 학습에 활용할 때도 ‘출처 표시’, ‘변경 금지’ 등의 제한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 특례를 적용한다. 또 공공·민간의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제공하는 국가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케이티브이(KTV) 등 문화 분야부터 공공데이터 개방을 확대한다.
전국민에 AI 교육
이 외에 초·중·고등학생, 대학생, 일반 국민, 전문가 등 대상별로 맞춤형 인공지능 교육을 시행해 전 국민의 인공지능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인재 유출 방지를 위해 인공지능 분야 석·박사를 전문연구요원으로 우선 배정하도록 병역특례를 지원하고, 국립대 인공지능 교수에 금전적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처우를 개선한다. 외국 인재 유치 지원을 위해서는 연구 분야 우수인재 특별비자를 신설해 현재 첨단산업 분야에 한정된 탑티어 비자를 연구 분야로 확대하고, 국내로 복귀하는 재외한인 박사후연구원 복귀트랙을 만들어 연구비를 지원한다.
정부가 이번 전략에서 인공지능 산업 지원을 강조했지만, 실제 산업 육성에 효과를 낼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최한수 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는 “정부가 인공지능 산업에 집중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는 있어 보인다”면서도 “인공지능 산업은 결국 기업의 역할이 크고 시장이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는데, 정부가 특정 산업을 5년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오히려 자원 배분을 왜곡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어 “성장전략의 무게추가 기술선도 성장에 과도하게 쏠려 있어, 기술만능주의와 대기업 지원이라는 과거 성장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며 “인공지능의 잠재력이 공익으로 작동하려면 규제 공백이 아니라 노동권·개인정보·사회안전망을 전제로 한 민주적 통제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 정책을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김윤주 박수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