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이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시간"

윤여준 "경험·능력 부족하지만, 이재명돕겠다"
박찬대 "먹고 사는 걱정 없는 나라 만들겠다"
'경청'이 선거 방식…'위대한 국민에게 듣는다'

 

"성장과 회복, 통합과 재도약이 국민 행복의 길입니다. 6월 3일 반드시 승리해서 오늘보다 내일이 나은 희망 있는 나라를 꼭 만들겠습니다. 국민이 주인이고 행복한 진짜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약속드립니다. 저 이재명은 민주당 후보이자 내란 종식과 국민 행복을 갈망하는 국민의 후보입니다. 민주당의 승리를 넘어 국민 모두의 승리로 만들겠습니다. 함께 손잡을 때 분노의 상처는 아물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어깨동무할 때 정의와 통합의 강물이 흘러넘칠 것입니다. 다시 꿈과 희망이 넘치는 진짜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셨습니까. 위대한 국민의 에너지를 모아서 새로운 민주 공화국을 만들 시간이 됐습니다. 선거대책위원회 공식 출범과 함께 승리를 위한 한 걸음을 내딛게 됐습니다. 위대한 여정에 함께 해주고 계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선거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4.30. 연합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민주당은 30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진짜 대한민국 선대위' 출범식을 열고 21대 대선 선거 체제로 본격 돌입했다.

 

민주당은 이날 선대위에서 상임·공동 선대위원장 인선을 발표했다. 진보부터 보수, 동교동계부터 친문 그룹까지 좌우 진영을 아울러 대통합을 지향했다. 상임선대위원장은 '보수 책사'로 불리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균형감있게 '투톱'을 맡았다. 총괄선대위원장으로는 참여정부 인사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문재인 정부 인사인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동명 한국노총위원장 등이 두루 임명됐다. 

 

공동선대위원장으로는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이 상임위원장으로 중심을 잡은 가운데, 전현희·한준호·김병주·이언주·송순호·홍성국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대거 포진됐다. 아울러 보수 진영에서 브레인 역할을 담당한 이석연 전 법제처장(국민대통합위원장 겸임)과 윤석열 캠프 인사였던 이인기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등까지 영입됐다. 여기에 6선의 추미애·조정식 의원, 박지원 의원, 정동영 의원,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우상호 전 민주당 의원 등 경륜있는 인사를 배치됐다.

 

이러한 통합형 인재풀은 더욱 확장될 전망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취재에 따르면 20대 대선에서 홍준표 경선 캠프인사였던 박창달 전 한나라당 의원도 선대위에 합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홍준표 캠프 인사가 이재명 캠프로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내부적으로 나온다"고 전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이 후보와 동향인 안동 출신의 권오을 전 한나라당 의원도 이 후보 지지선언을 하며 민주당에 입당했다.

 

선대위 위원장들의 소개를 마친 뒤, 윤여준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능력과 경험이 부족하지만 이재명 대통령 후보를 돕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짧은 소감을 전했다. 

 

박찬대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민주당 선대위가 국민의 염원을 모아 출범한다"며 "6월 3일은 대한민국이 위기와 절망에서 벗어나 새롭게 태어나는 날이 될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민생 파탄, 경제 폭망, 안보 위협, 외교 실종, 인권 추락, 생명 경시의 절망을 딛고 민주주의와 헌정 위기를 이겨내 국민 행복의 나라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이 후보의) 89.77% 역대급 득표율은 새로운 대한민국, 진짜 대한민국을 원하는 국민들의 간절함이 응축된 것"이라며 "이제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만의 후보가 아니라 모든 국민의 후보다. 간절한 열망을 담아 압도적 정권교체로 내란을 완전히 종식하겠다고 다짐하고 또 약속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먹고 사는 걱정이 없는 나라,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는 나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나라,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강금실 총괄선대위원장은 "중책을 맡겨줘서 영광스럽고 어깨가 무겁다"며 "굉장히 많은 분들로부터 격려와 축하 인사를 받았는데, 그분들 중에서는 지금이 대한민국의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고 했다. 그는 "지금 국민들은 굉장히 불안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이 선거를 지켜보고 있다"며 "국민들보다 더 절박하고 긴장된 마음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합심해서 국민 승리를 쟁취하겠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6월 3일 그날을 넘어서 진짜 대한민국 국민 승리 쟁취를 위해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30일 비명계부터 보수까지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한 선거대책위원회를 띄우고 선거 체제로 본격 돌입했다. 상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윗줄 왼쪽부터)과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 김부겸 전 총리(아랫줄 왼쪽부터),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동명 한국노총위원장, 후보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 겸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각오를 밝히고 있다. 2025.4.30. 연합

 

정은경 총괄선대위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평범하고 소중한 일상을 지키길 소망했다"며 "우리는 팬데믹을 극복했지만 폭정과 내란으로 일상이 다시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어렵게 만든 경제와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 분노했다"며 "우리의 미래가 굉장히 불안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평범한 일상을 되찾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지혜롭고 유능한 정부가 필요하다"며 "작은 힘이지만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김부겸 총괄선대위원장은 "진짜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해 국민 경제를 회복시키고 성장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성장의 과실과 기회는 국민이 고루 가져야 한다"며 "진정한 국민 통합을 이루고 진짜 대한민국을 출범시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위원장인 김동명 총괄선대위원장은 "어제 한국노총 150만 조합원의 총의에 따라 이재명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길 결정했다"며 "이재명 후보의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대선 투쟁에 임하겠다"고 전했다.

 

대선 출마 선언을 했던 김경수 총괄선대위원장은 "이재명 후보가 수락 연설에서 '김경수의 꿈이 이재명의 꿈'이라고 했다"며 "함께 고생한 분들이 이 후보의 이 말 한마디에 큰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이재명의 꿈이 국민 모두의 꿈이며 대한민국의 꿈으로 만들기 위해 함께 섰다"며 "이재명의 꿈을 국민 모두의 꿈으로 만드는 것이 선대위의 역할"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나는 꿈 중에서도 청년들의 꿈, 비수도권 지역과 수도권 과밀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꿈도 챙기겠다"며 "이번 대선은 유능한 지도자를 중심으로 선진국으로 갈 수 있냐, 내란과 계엄으로 추락시킨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만든 대한민국으로 돌아가느냐의 싸움"이라고 했다. 또한 "대한민국 운명이 걸린 이 싸움을 압도적으로 이겨내자"고 덧붙였다.

 

국민통합위원장을 겸임하는 이석연 총괄선대위원장은 "이제는 관용과 진실에 기초한 공동체 정신을 헌법적 가치로 회복해야 한다"며 "이재명 후보야말로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헌법이 국민 통합의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며 "이 큰 틀 안에서 이 후보에게 조언도 하고 쓴소리도 하겠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아직도 이 후보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거나 거부감을 나타내는 국민에게 이 후보를 대신해서 한말씀 드리겠다"며 "그분들의 지지를 받지는 못하겠지만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 방법을 '위대한 국민에게 듣는다'로 정했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고 듣겠다는 '경청 캠페인'을 하겠다는 것이다. 김민석 총괄선대위원장은 "이재명 후보가 경청 버스를 타고 전국을 누비게 될 것"이라며 "국회의원, 지역위원장, 당원 등은 거리에 포스트잇을 모아서 경청 노트에 모아서 이 후보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선거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2025.4.30. 연합

 

선대위 출범식 마무리 연설에서 이 후보는 6월 3일 대선 결과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3년간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며 "물가, 실업, 폐업, 민생 등 전부 벼랑 끝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권의 가치는 땅바닥으로 떨어졌고 국격은 추락했다"며 "끝내 친위 군사 쿠데타라는 황당무계한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불법계엄을 평화롭게 막아낸 위대한 국민이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니 세 가지 약속을 하겠다"며 "내란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며 민생을 회복하고 경제를 되살리겠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이어 "국민을 통합하고 세계로 나아가는 것까지 약속하겠다"며 "이 세 가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민주당 선대위는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제부터 진정한 국민 통합을 시작하겠다"며 "우리는 분열과 갈등을 반복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정당간 대결이 아니라 미래와 과거, 재도약과 퇴행, 희망과 절망의 대결"이라며 "대한민국을 세계 AI 인재가 몰려오는 균형 발전 국가, 문화 강국, 남녀노소가 어우러진 행복 국가로 만들어 보자"고 말했다. 또 "이런 결과를 만들기 위해 민생을 최우선으로 한 정책을 만들며 현장 중심의 선거를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선고가 티브이(TV)로 생중계된다.

 

대법원은 오는 1일 오후 3시 대법정에서 열리는 이 후보 사건 상고심의 티브이 생중계를 허가했다고 30일 밝혔다. 대법원이 자체 유튜브 채널 생중계 결정에 이어 방송사 생중계도 허용한 것이다.

 

이 후보는 2021년 대선을 앞둔 시기에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시절에 몰랐다고 하고, 한국식품연구원의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이 국토교통부 협박 때문이라는 발언을 해 선거법의 허위사실 공표죄로 기소됐다.

 

지난해 11월 1심에서는 이 후보의 일부 발언을 허위로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대로 확정되면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는 중형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항소심 재판부는 “(어떤 발언을 가지고 특정한 뜻을) 암시했다고 쉽게 인정하면 표현의 자유를 쉽게 침해할 수 있고, 하지도 않은 표현에 대해 형사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며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이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면 이 후보의 무죄가 확정된다. < 오연서 기자 > 

 

이재명 선거법 ‘무죄’ 기대감…대법 속전속결 선고에 더 커졌다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인 5월1일 선고 ‘이례적’
“유죄 취지 파기환송은 물리적 시간 부족” 중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에프씨(FC) 뇌물 등 혐의’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1일 나오는 가운데, 법조계 일각과 민주당 안팎에선 이례적으로 빠른 선고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지 일주일여 만에 선고가 이뤄지는 만큼, 유죄 취지 파기환송보단 상고 기각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판사 출신인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은 30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속전속결 선고’에 주목하며 “상고 기각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내다봤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2일 소부에 배당된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뒤 두 차례 합의기일을 열고 이례적으로 빠르게 선고기일을 지정했다. 1차 합의기일에서 절차적 부분을 주되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 만큼 사실상 하루 만에 합의가 이뤄진 셈이라,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하기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전원합의체 성격상 선고기일 지정에 대법관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대법관들 간 의견 차이가 커 합의 과정이 오래 걸리는 결론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과거 이 후보를 변호했던 조상호 변호사는 2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하루 만에 6만 쪽이 넘는 기록을 보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결국 상고기각만이 기록 검토 없이 법률상 선고할 수 있는 유일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한 전 부장도 “사안 자체가 명백해 상고 기각 외에는 법리적, 사실관계 관점에서 달리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면서 대법원의 최신 판례를 적용했다는 점도 상고 기각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해당 판례는 이 후보 사건 전원합의체 주심인 박영재 대법관이 속한 소부(대법원 2부)에서 내놓은 판례다. 판사 출신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박영재 대법관) 본인이 주심이 돼, 과거 본인이 찬성했던 대법원 판결을 인용한 항소심 판결을 깨트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여진다”고 했다. 조 변호사도 “작년에 본인이 선고한 법리를 거스를 수 있는 법관은 없다”고 말했다.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라면, 2심 재판→대법원 재상고 과정을 거쳐야 해 상당한 시일이 걸리므로 대법원이 선고일을 신속히 지정할 유인이 적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인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유죄라면 어차피 2심으로 환송돼 다시 대법원 선고까지 한참 걸리기 때문에 (이 후보의 대통령) 출마 자격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대법원이) 무리하게 빨리 선고할 필요가 없다”고 짚었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

 

트럼프 노골적 선거 개입 되레 역효과… 과반 육박

무역 다변화, EU와 경제 및 안보 협력 강화 등 다짐

유럽, 승리 축하하며 다자주의 촉진·자유 무역 지지
위기의 시대, 정치 신인 카니 총리 정치 리더십 확인

 

'강한 캐나다(Canada Strong)'를 내세운 자유당이 28일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자유당은 전체 343개 지역구 중 169곳에서 승리해 과반(172석)에 육박하는 승리를 거두었다. 보수당은 143석으로 제1야당 지위에 머물렀다. 블록 퀘벡(BQ) 22석, 신민주당(NDP) 7석, 녹색당 1석을 챙겼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9일 온타리오주 오타와에서 전날 치른 총선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2025.4.29. AFP 연합

 

자유당, 역전 드라마 

 

2021년 총선에 비해 자유당(160석, 43.2%)과 보수당(119석, 41.7%)이 모두 의석수를 늘렸지만 퀘벡 민족주의 성향의 BQ(32석)와 진보 성향의 NPD(24석)는 의석을 잃어 양당의 의회 지배가 강화됐다. 자유당은 2021년 총선과 달리 득표율에서도 보수당을 제쳤다. 자유당은 2019, 2021년 총선 때처럼 BQ나 NPD 중 한 곳의 '신임-공급(예산안) 지지'를 얻어 소수 정부를 출범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신임-공급 지지는 연립정부와 달리 정부 신임과 의회 내 예산안 표결에서 연대한다.

 

자유당의 승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맞설 적임자로 지목된 마크 카니 총리(60)의 승리이기도 하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이 25%포인트 차로 대승할 것으로 예상됐던 판세가 바뀐 것은 트럼프의 도전과 카니의 응전에 맞물린 결과다.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물리고, "중국산 펜타닐이 북쪽 국경에서 들어온다"라는 트럼프의 말이 민족주의에 불을 댕겼다. 투표 당일에도 소셜미디어에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라며 캐나다 주권을 위협했다.

 

"(캐나다 유권자) 여러분의 세금을 절반으로 줄이고, 국방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무상 증강시켜 줄 사람을 선출하라"며 노골적인 선거 개입을 했다. 미국 공화당의 자매 정당 격인 보수당의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조차 "캐나다의 미래는 오직 캐나다인이 결정한다. 트럼프는 우리 선거에 끼어들지 말라"고 대거리할 수밖에 없었다. 자유당이 BQ의 아성인 퀘벡주에서 선전한 것도 '트럼프 효과'의 하나였다. 유권자들이 작은 민족주의보다 캐나다 차원의 큰 민족주의를 더 중요하게 여긴 것. 이브-프랑수아 블랑셰 BQ 대표가 퀘벡주 유세에서 자유당의 카니 총리를 '존재론적 위협'이라고 지목한 까닭이다.

 

캐나다 자유당의 2025 총선 정강. 2025.4.29. [자유당 누리집] 시민언론 민들레 

 

"빌드, 베이비, 빌드"

 

카니는 29일 승리 연설을 "누가 나와 함께 캐나다를 지킬 준비가 됐는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했다. 이어 "미국은 우리의 땅, 우리의 자원, 우리의 물, 우리의 나라를 원한다"라면서 "여기 캐나다에서 벌어질 일은 우리가 결정한다"고 잘라 말했다. 캐나다는 미국이 아닌, 유럽과 아시아 등지의 믿음직한 파트너들과 관계를 강화, "트럼프와의 무역전쟁에서 이길 것"을 거듭 강조했다. 국내적으로는 "분열과 과거의 분노를 끝내자. 우리는 모두 캐나다인이고 나의 정부는 모두를 위해 일할 것"이라며 통합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원유 시추를 다짐한 트럼프의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구호를 빗대 주택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매년 50만 채의 주택을 건설하겠다는 "빌드, 베이비, 빌드(build, baby, build)"를 약속했다. 

 

지난 3월 초 저스틴 트뤼도 전 총리에 이어 당을 이끈 카니 총리는 캐나다와 영국 중앙은행장을 역임한 정치 신인. 그러나 '트럼프의 순간'에 당당하게 맞섬으로써 강한 리더십의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총리 취임 사흘만인 지난 17일 사상 처음으로 미국이 아닌, 프랑스와 영국을 먼저 방문해 캐나다가 "비유럽국 가운데 가장 유럽적인 나라"임을 선언했다. 캐나다 최북단 누나부트의 주도 이카루이트도 찾아 프랑스와 영국, 원주민이 캐나다 정체성의 3축임을 거듭 확인하기도 했다. 캐나다의 천연자원을 넘보는 트럼프를 겨냥한 행보였다.

 

북극권. 러시아와 캐나다, 그린란드, 알래스카, 노르웨이 등이 포함돼 있다. 2025.4.6. [미국 국무부 누리집] 시민언론 민들레 

 

"주권 수호" 국방예산 GDP 2%로

 

이번 캐나다 총선에 유독 세계의 관심이 쏠린 것은 그 결과가 캐나다 내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대미 의존도를 줄이면서 미국 밖에서 교역-안보 협력 강화를 다짐하는 자유당의 대외정책은 트럼프 구상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트럼프가 지난 2일 발표한 상호관세를 일단 유예했지만, 캐나다와 EU는 미국이 기왕에 부과한 품목 관세에 보복 관세로 맞서고 있다. 트럼프가 부과한 145% 관세에 중국이 맞불 관세로 대응하는 한편, 협상 제안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미 수출 1조 달러가 넘는 EU-캐나다가 가세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2024년 대미 수출액 기준으로 캐나다(4130억 달러)는 유럽연합(EU, 6060억 달러), 멕시코(5060억 달러), 중국(4390억 달러)에 이어 4위다. 캐나다-EU는 2017년 포괄적 경제무역협정(CETA)가 발효된 뒤 교역량이 66% 늘었다. 캐나다와 유럽이 아직은 '탈 미국'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지 않았지만, 트럼프의 도전이 강할수록 관계의 폭과 깊이가 넓어지고 깊어질 수밖에 없다. 천연가스 등 캐나다의 자원과 북극권 경제는 유럽에도 매력적인 미래다.

 

카니는 자유당의 총선 정강에서도 "미국 대통령은 해롭고 부당한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자국 경제를 근본적으로 구조 조정하려고 한다. 위기의 시대, 자유당 정부는 미국의 관세에 싸우고, 우리 노동자와 산업을 보호하며, 무엇보다 이 기회를 새로운 캐나다 경제 건설에 활용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강은 사회기반시설 건설과 국방력 강화에 올해 당장 352억 달러를 투입하고, 향후 4년간 309억 달러를 들여 2030년까지 국방예산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기준인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취임 뒤 첫 방문국으로 프랑스를 택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왼쪽)가 지난 17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 자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2025.3.17. UPI 연합
영국을 방문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왼쪽)가 17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악수하고 있다. 2025.3.17. EPA 연합

 

한국에 주는 함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9일 X 계정 메시지를 통해 카니와 자유당의 총선 승리를 축하하면서 "EU-캐나다 간 유대는 굳건하며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라면서 "함께 공동의 민주적 가치를 수호하고, 다자주의를 촉진하며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니는 경제 관료 출신이라고 모두가 영혼 없이 현실에 순응하는 건 아님을 보여준다. 별다른 전략도 결기도 없이 미국과의 협상을 서두르는 동아시아 분단국의 국무총리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트럼프의 오만방자한 선거 개입은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캐나다 총선이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대한민국에 주는 각별한 의미의 하나다. < 민들레 김진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