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거역하는 권력은 국민에게 버림받는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석 최고위원, 이재명 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 본회의 ‘김건희 특검법’ 재투표를 앞두고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했던 국민의힘이 특검을 반대하면 김건희 여사가 범인이고, 국민의힘이 공범이라는 고백으로 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여사가 진짜 떳떳하다고 여긴다면 특검에 찬성하고 진실을 밝혀내 명예를 회복하는 게 더 현명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민심을 거역하는 권력은 국민에게 버림받는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며 “김 여사 한 명 지키려다 전체 보수세력을 궤멸시키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공천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온갖 정황증거가 쏟아지고 있는데 특검을 거부한다고 범죄 혐의가 사라지느냐. 오히려 특검 필요성만 커진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민 10명 중 7명이 특검에 찬성한다”며 “국회가 오늘 재의결해서 특검법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국회의 도리”라고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김민석 최고위원도 이 자리에서 “나라를 위해 우선 물러나야 할 ‘김김여’(가 있다). 김 여사,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여인형 방첩사령관, 우선 퇴진 3인방 중 압도적 1등은 김건희”라며 “우리는 국민 명령을 따르겠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 의원들은 어찌할 건가”라며 “이번에 (특검법을) 막아도 다음엔 무너진다. 자유투표 장막 앞에서 헌법기관의 양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4년 후 다시 ‘윤석열 공천’을 받는 것도 아닌데도 ‘김건희 산맥’ 앞에 모두 꿀 먹었다. 미친 권력의 마지막 칼춤이 두려워서인가”라며 “직언 못 하는 집권당은 무너진다는 게 한국 정치사의 교훈”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가족비리 및 국정농단 규명 심판본부’라는 비상설 특별위원회도 구성했다.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에 “제가 본부장으로 임명받았고, 논리와 전투력 겸비한 9분을 위원으로 임명했다”며 “다음주 초 국정감사 시작 전이라도 바로 첫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 기민도 기자 >

"친윤계-친한계 심리적 분당 상태"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을 마치고 퇴장하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주호영 국회 부의장,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악수조차 하기 싫은 사이가 된 것일까.

검찰 시절부터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이 노출됐다. 윤 대통령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한때 ‘윤석열 정권 소통령’으로 불렸던 여당 대표와 대통령이 대면조차 불편한 사이가 된 것이다. 윤-한 두 사람 갈등 단계를 지나 ‘친윤계-친한계 심리적 분당 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자리 배치 변경에 불참

한 대표는 지난달 30일 열린 한국경제 주최 행사 시작 30분 전 불참을 통보했다. 윤 대통령도 참석하는 행사여서 한 대표의 갑작스러운 불참 통보 이유를 두고 여러 말이 나왔다. 독대 불발 이후 한 대표가 대통령 정무수석을 통해 독대를 재요청하자 ‘윤-한 두 사람이 전화통화도 못 하는 사이가 됐느냐’ ‘시간 한 번 내달라는 하면 대통령이 거절하겠느냐’는 말이 여당에서 공개적으로 나온 터였다. 행사 자리 등을 빌려 독대 요청 기회를 잡으라는 충고였는데 한 대표가 행사 불참으로 이를 차 버린 셈이다.

이는 윤 대통령 옆 테이블에 배정됐던 한 대표 자리가 더 먼 곳으로 옮겨진 것이 이유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4일 한겨레에 “원래 자리와 달리 변경된 자리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악수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자리였다”고 했다. 시사저널은 대통령실 쪽에서 자리 변경을 한국경제 쪽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자리 변경 요청이 윤 대통령 뜻이 아닐 수도 있다. 용산 참모들이 ‘심기 경호’에 나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느 쪽이 됐든 한 대표의 불참은 두 사람 관계가 봉합하기 힘든 지점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두 사람을 잘 아는 한 법조인은 “자리 의전 문제로 대통령 참석 행사에 여당 대표가 불참했다는 것은 윤석열·한동훈 관계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이런 행사는 사전에 자리 배치도를 미리 주는데, 한동훈 성격상 갑자기 다른 자리로 옮겨진 것을 참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신문 창간 60주년 기념식에서 영상을 시청한 뒤 박수 치고 있다. [연합]
 

박근혜 “유승민 배신의 정치” 결말은

의-정 갈등 같은 정책 방향을 두고 여권 내부 의견이 갈리는 것은 정권을 가리지 않고 자주 있는 일이고, 그나마 조율 여지가 있다. 다만 대통령이 ‘얼굴도 보기 싫다’고 할 때는 답이 없다. 박근혜 정부 때 박근혜-유승민 관계가 그랬다.

유승민 전 의원은 2005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는 등 줄곧 친박계 중심이었다. 박근혜 정권 3년 차에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선출된 뒤 진보적 의제로 다른 목소리를 내다 박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 공개 낙인이 찍혔다. 친박-비박 갈등이 지속했고 2016년 총선 공천에서 유 전 의원 등이 대거 낙천하자, 이후 심리적 분당 상태가 깊어졌다. 이는 결국 새누리당 내 찬성표를 발판삼은 대통령 국회 탄핵소추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검찰 한직에 있던 한 대표를 윤석열 정부 첫 법무부 장관으로 깜짝 발탁해 재기의 발판을 만들어줬고, 총선을 앞두고는 장관직에서 바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갈 수 있도록 길을 닦아줬다. 한 대표는 비대위원장 임명 직후부터 김건희 여사 논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호주대사 임명 등을 두고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더니, 3년 차로 접어든 윤석열 정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뒤에는 의-정 갈등 해법을 두고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정치권에선 박근혜 정권 때와 겹쳐볼 때 윤-한 두 사람 사이가 ‘배신의 정치 이후’ 단계에 접어들기 시작했다고 본다. 친윤-친한계 인사들이 언론을 통해 거리낌 없이 상대방을 비판·비난하는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은 친박-비박 충돌 때보다 더 심각하다. 국회 탄핵소추 당시 여당에서 30명 정도 ‘반란표’(실제 70표 넘는 탄핵 찬성표가 여당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가 필요했다면, 지금은 단 8명 정도만 등을 돌려도 정권이 위태로울 수 있다. 국민의힘 친한계 의원은 17명 정도다. ‘코어 그룹’은 이보다 적지만, 한 대표와 같은 배를 탄 이들이라 ‘전면전’이 벌어지면 후퇴보다는 전진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여당 내부에서 “사이는 안 좋더라도 보수 공멸은 막아야 한다”며 연일 경고등을 켜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을 마치고 퇴장하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등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
 

국군의날, 순식간에 지나간 악수

가까이하기에 너무 멀어진 두 사람은 자리 배치 논란 바로 이튿날인 지난 1일 오전 10시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어색하게 마주쳤다. 행사 성격상 자리 배치를 바꿔달라거나 불참하기 어려운 자리였다. 비 오는 궂은 날씨에 윤 대통령은 단상에 착석하기 전 참석자들과 빠르게 악수를 했다. 한동훈 대표, 주호영 국회 부의장,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순으로 악수했다. 한 대표와는 손을 잡았다가 바로 뺐지만, 주호영·추경호·박찬대와는 2∼3번씩 악수한 손을 흔들며 눈 맞춤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당인 주호영·추경호 두 사람은 악수가 끝난 뒤에도 웃으며 서로를 쳐다봤지만, 한 대표는 혼자 입을 꾹 다문 채 행사장 정면을 응시했다. 윤 대통령·한 대표 모두 서로에 대한 불편함을 숨기지 않은 자리였다. < 김남일 기자 >

영국FT 위성 레이더 분석 "나스랄라 폭사한 지하벙커는 흔적만"

 

폭격받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인근 다히예 [AP 연합]

 

이스라엘의 전례 없는 융단 폭격에 레바논 전역이 광범위한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위성 레이더 분석 결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이 시작된 지난달 20일 이후 레바논에서 모두 3천100여개 건물이 폭격으로 부서지거나 훼손됐다.

레바논 당국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현재까지 최소 1천336명이 사망하고 100만명 이상이 피난길에 올랐다고 추산하고 있다.

 

사망자 수는 이미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2차 레바논 전쟁 당시를 넘어 최근 30년 동안 최악의 인명 피해로 기록된 상황이다.

지난 2주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 타격한 목표물은 모두 4천600개이며, 하루에 1천개 이상 목표를 노린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이스라엘의 레바논 폭격은 2017년 이슬람국가(IS) 소탕에 나섰던 미군의 고강도 공습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미국은 하루 최대 500개의 목표물을 공격했는데, 그로 인해 최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는 전반적인 미군 정책 재검토로까지 이어졌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무너진 베이루트 다히예 지역의 건물 잔해 [UPI=연합]
 

교전이 진행 중인 만큼 아직 구체적인 인명 피해 상황은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이미 지난달 23일 하루 동안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553명 가운데 상당수가 민간인이라는 것이 레바논 당국의 발표다.

신문은 특히 이스라엘의 공습이 주로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남부 국경과 동부의 베카밸리, 수도 베이루트의 남부 일대에 집중됐다고 전했다.

분석 결과 레바논 남부 국경에서는 수십여개 마을에 걸쳐 모두 최소 530개 건물이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공격으로는 국경 지대에서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진 마을까지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레바논 농업의 중심지인 베카밸리 일대의 피해도 컸다. 레이더 자료 분석 결과 이 지역에서도 최소 210개의 건물이 훼손됐다.

베카밸리는 헤즈볼라의 무기 저장고로 지목돼 온 지역 가운데 하나며, 이번 공습 목표물에도 이 같은 무기고가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수도 베이루트의 경우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폭사한 남부 외곽의 다히예를 중심으로 폭격이 집중됐다.

나스랄라를 비롯해 헤즈볼라 지도부가 모여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다히예의 지하벙커 인근에 미사일 공격에 따른 거대한 구덩이가 파여 있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잡혔다. 주변에는 고층 건물의 잔해가 고스란히 확인됐다.

지난 2주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다히예에서만 모두 380개 건물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베이루트 전체적으로는 630여개 건물이 파괴됐다.

분쟁감시그룹 에어워즈의 에밀리 트립은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타격 무기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민간인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 연합 김경희 기자 >

 

"이란 미사일 공격에 이스라엘 공군기지 격납고 지붕에 큰 구멍"

 CNN, 위성사진 분석…"남부 네바팀 기지 건물 최소 3채 손상"

"유도로 등에도 구멍 패여"

 

지난 1일 이뤄진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남부 네바팀 공군 기지. CNN은 상업용 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제공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 기지의 전투기 격납고 등에 파손 흔적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플래닛랩스. AP 연합]

 

이스라엘을 겨냥해 지난 1일(현지시간) 이뤄진 이란의 무더기 탄도 미사일 공격으로 이스라엘 남부 공군기지의 전투기 격납고 등이 파손된 정황이 위성사진에서 드러났다.

CNN 방송은 미국 민간 위성업체인 플래닛랩스의 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이스라엘 네바팀 공군기지에서 최소한 3채의 건물이 손상됐다고 3일 보도했다.

네바팀 기지는 이스라엘의 외딴 네게브 사막에 자리 잡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이 생산한 F-35 라이트닝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이스라엘 공군의 최첨단 항공기가 이 기지에 수용돼 있다.

모하마드 호세인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이 기지와 또 다른 공군 기지를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본부들과 함께 이번 공격의 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 여파로 네바팀 공군기지에는 10여개의 큰 구멍이 생긴 흔적도 위성 사진상에 나타났다고 CNN은 전했다.

CNN이 분석한 사진에는 비교적 큰 항공기를 보관하는 용도인 주요 활주로 부근 격납고 2곳의 지붕에 큰 구멍이 뚫려 구조물 잔해들이 격납고 주변 지상에 흩어져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한, 격납고 바로 옆 공군기지 유도로에 구멍 2곳이 생겼고, 미사일 타격을 입은 유도로 일부에 대한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흔적도 위성 사진에 담겼다.

CNN은 이란이 네바팀 기지의 다른 격납고들도 겨냥한 듯이 보인다면서 미사일 2기가 전투기들을 넣어 둔 것으로 여겨지는 일련의 격납고들을 약 12m 차로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고 설명했다.

이들 격납고 바로 북쪽에 위치한 3번째 건물도 이란의 미사일 타격을 받았다면서, 이 건물의 용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항공기를 두는 곳은 아니라고 CNN은 전했다.

아울러 손상을 입은 유도로와 더불어 네바팀 공군기지의 활주로 1곳과 다른 도로들도 미사일에 맞았으며, 기지 남단의 활주로와 인근의 유도로에는 9m에 가까운 구멍이 패였다고 CNN은 덧붙였다.

AP통신은 플래닛랩스의 사진으로는 파손된 격납고가 미사일 공격을 받을 당시 내부에 항공기들이 있었는지 위성 사진으로는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연합 현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