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일인 4일 백악관 인근 BLM 플라자에서 성조기를 불태우는 시위대의 모습

           

"미국은 위대한 적이 없었다"LA서는 인디언 동참한 평화 시위도

트럼프 이틀째 대대적 대선용 행사, 연설도 통합보다 분열로 비판

한국 해운대 해수욕장선 마스크 안쓰고, 야밤 폭죽 터트리며 난동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은 4일 곳곳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성조기가 불태워지고 콜럼버스 동상이 끌어내려지기도 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백악관 인근 BLM 광장에서는 시위대가 성조기를 불태웠다.

시위대는 독립기념일을 맞아 진행된 '미국에 대한 경례'(Salute to America)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설을 마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성조기를 태웠다. 시위대는 성조기를 태우면서 "노예제, 인종학살, 전쟁, 미국은 위대한 적이 없었다"라고 외쳤다.

시위대 다수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불타는 성조기를 둘러싸고 지켜보는 과정에서 거리두기 지침이 지켜지지 않기도 했다.

         극좌단체 '리퓨즈 파시즘'이 트럼프 대통를 그린 널빤지를 도로에서 끌고 가는 모습

극좌단체 '리퓨즈 파시즘'(Refuse Fascism)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그린 널빤지를 뉴욕에 있는 트럼프 타워 앞까지 끌고 가 밧줄로 묶어 넘어뜨리기도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메밀랜드주 볼티모어에서는 콜럼버스 동상이 쓰러졌다.

시위대는 미 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동상을 끌어내려 이너 하버에 던져버렸다. 시위대는 콜럼버스가 인종학살과 미국 원주민 착취의 책임자라고 말했다.

앞서 콜럼버스 동상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도 훼손되거나 쓰러졌다.

그런가하면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이 동참한 평화 시위가 펼쳐졌다.

dpa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올베라 스트리트에 모인 시위대는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했다.

사람들이 모이면서 거리가 좁아지기도 했지만, 주최 측이 6피트(1.8m) 이상 거리를 둘 것을 요청하자 시위대는 좁은 통로를 지나갈 때를 빼곤 대체로 거리를 벌렸다.

시위대는 행진하면서 "조지 플로이드, 안드레스 과르다도, 브레오나 테일러 외 경찰에게 살해된 사람들에게 정의를", "경찰 예산을 끊어라" 등 구호를 외쳤다.

코로나 급증 아랑곳않고트럼프 연이틀 대대적 독립기념 행사

러시모어산 이어 워싱턴서지지율 하락 속 재선용 이용 비판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비상이 걸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이틀 대대적 독립기념일 행사의 전면에 섰다.

메시지도 통합보다는 분열에 방점이 찍혔다. 미국 각지에서 불꽃놀이 같은 기념행사를 줄지어 취소하며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와중에 지지율 하락으로 궁지에 몰린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차 독립기념일을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립기념일인 4 저녁 백악관에서 연설을 했다. 독립기념일을 맞아 연방정부가 준비한 대규모 기념식 '미국에 대한 경례'(Salute to America) 일환으로 연설에 나선 것이다.

행사가 열린 백악관 잔디밭은 참석자로 가득 찼으나 대다수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어 미 해군과 공군의 특수비행팀 '블루 에인절스''선더버드'가 참여하는 에어쇼가 펼쳐졌다.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에 동원된 B-29P-51 등의 전투기가 B-1, B-2 등의 폭격기와 워싱턴DC 상공을 장식했고 미 육군 낙하전문 '골든나이츠'가 성조기를 공중에서 펼쳐드는 장면도 연출됐다.

오후 9시를 좀 넘어서는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미 내무부는 최근 들어 가장 규모가 큰 불꽃놀이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으며 백악관 인근 링컨기념관 등지에 인파가 몰려 불꽃놀이를 지켜봤다.

독립기념일에 워싱턴DC에서 에어쇼와 불꽃놀이가 마련돼 전국의 인파를 끌어모으는 것은 매년 있는 일이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금요일부터 시작된 독립기념일 연휴에 전국에서 80%의 불꽃놀이 행사가 취소됐다. 불꽃놀이를 보려고 몰려든 인파가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이 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매년 독립기념일을 맞아 뉴욕에서 열리는 핫도그 먹기 대회도 군중의 집결을 막기 위해 비공개 장소에서 치러졌다. 플로리다주 일부 지역에선 해변 출입을 금하는 한편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통금령이 내려졌다.

미 보건당국 역시 이번 독립기념일 연휴가 코로나19 확진 급증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에 따라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을 각별히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까지 날아가 전야 불꽃놀이 행사에 참석했다. 조지 워싱턴 등 미국을 대표하는 전직 대통령 4명의 대형 두상이 새겨진 곳인데 7500명의 인파가 운집했지만 마스크를 쓴 이들은 거의 없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켜지지 않았다.

미 육군의 독립기념일 낙하 시범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겨냥해 "우리의 역사를 말살하고 우리의 영웅을 훼손하며 우리의 가치를 지워버리고 우리의 아이들을 세뇌하는 무자비한 캠페인"이라고 비난, 통합보다는 분열에 방점을 찍은 연설을 했다.

이날 백악관 연설 역시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촉발한 과거사 청산 움직임을 겨냥해 진보진영과 언론을 맹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급진 좌파와 마르크스주의자, 무정부주의자, 선동가, 약탈자를 격퇴하는 과정에 있다""우리는 충실하게 미국의 역사를 지키길 원한다. 결코 화난 무리가 우리의 조각상을 무너뜨리고, 우리의 역사를 지우고, 우리의 자유를 뭉개도록 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부실 대응과 인종차별 반대 시위 강제진압 시도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편가르기' 연설로 지지층 결집을 시도, 재선 승리를 위해 독립기념일을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없던 작년 독립기념일에도 워싱턴DC에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하고 직접 행사장에 나가 연설, 당파성 없이 축제로 치러져 온 독립기념일에 정치색을 입혔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 독립기념일에 현직 대통령이 연설에 나서거나 탱크 같은 군용장비가 동원된 적은 거의 없다.

독립기념일 에어쇼 보러나온 워싱턴DC 주민들

미 독립기념일 부산 해운대서 외국인 폭죽 터뜨리며 난동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부산 해운대에서 미국인으로 추정되는 외국인들이 폭죽 수십발을 터뜨리며 소란을 피웠다. 이들은 건물은 물론 시민을 향해서도 폭죽을 쏘고 출동한 경찰을 조롱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5일 부산경찰청과 해운대구 등에 따르면 4일 오후 7시께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번화가인 구남로 일대에 외국인들이 폭죽을 터트려 위험하다는 신고가 잇달았다.

폭죽 터뜨리기는 2시간 이상 지속했고 이날 접수된 주민 신고만 70건을 넘었다.

목격자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건물이 즐비한 번화가에서 하늘로 소형 폭죽을 마구 쏘아 올렸으며, 일부는 시민을 향해 폭죽을 터뜨리기도 했다.

해운대구는 이들 대부분이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휴가를 나온 미군으로 추정했다.

경찰 순찰차 6대와 형사 1개 팀이 현장에 출동해 경고 방송을 하고 해산을 시도했지만 일부는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폭죽을 쏘아댔다. 이 과정에서 경찰 제지를 뿌리치고 시민을 향해 폭죽을 터뜨리고 달아나던 20대 미군 1명이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경찰은 해당 미군을 인근 지구대로 임의동행 방식으로 데리고 가 경범죄 처벌법 위반(불안감 조성) 혐의를 통보하고 돌려보냈다. 다른 외국인들은 현장에서 자진 해산했다.

하루 전에도 외국인들이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초고층 레지던스에서 창밖으로 폭죽을 터뜨린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민원이 빗발치자 경찰과 해운대구는 5일 긴급 대책 회의를 열어 시민과 관광객을 불안하게 만드는 불꽃놀이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기로 하고 합동 단속반원 200여명을 투입했다.

폭죽 판매업소에 구청 직원이 배치돼 감시에 나서면서 이날 폭죽을 터뜨리는 외국인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해수욕장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행위는 '해수욕장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할 수 있다고 해운대구는 설명했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올해 미국 독립기념일은 주말과 겹치면서 무질서 행위가 더욱더 심했다""주민과 관광객 등이 소음과 화약 냄새 등으로 불편을 호소해 합동 단속을 벌이게 됐다"고 말했다.

해운대해수욕장에도 많은 외국인이 찾았지만 대부분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해운대구는 1시간마다 생활 속 거리 두기 방침을 방송으로 안내했으며, 통역 보조요원을 투입해 계도 활동을 벌였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외국인에게 마스크 2천장을 홍보물로 나눠주며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지만 대부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미 독립기념일에도 일부 주서 코로나19 신규환자 최고치

독립기념일인 4일 미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이 계속되며 일부 주()에서 또다시 신규 환자 수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상 많은 사람이 바닷가로 몰리고, 밤에는 가족들과 함께 불꽃놀이를 구경하거나 친구·친지들과 바비큐 파티를 하는 게 관행이지만 올해 독립기념일에는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불꽃놀이 등 많은 행사가 취소되면서 예년과는 다른 모습이 연출됐다.

신규 코로나19 확산지인 플로리다주에서는 이날 또다시 신규 환자 최대 기록이 나왔다고 CNN은 보도했다.

지난 2일 처음으로 1만명을 넘기며 1109명을 기록한 데 이어 이날은 11445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했다. 누적 환자는 1952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뉴욕주에서 코로나19가 정점에 달했던 때와 맞먹는 규모다. 이보다 더 많은 신규 환자가 나온 것은 415일 뉴욕주에서 11571명의 환자가 발생했을 때뿐이다.

텍사스주에서도 이날 8258명의 신규 감염자가 나오면서 두 번째로 환자가 많은 날로 기록됐다.

애리조나주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입원 환자가 3113명으로 최고를 기록했고, 중환자실(ICU) 점유율은 90%, 일반 병실 점유율은 85%까지 올라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자체 집계를 기준으로 미 전역의 7일간 평균 신규 환자 수가 이날 48321명으로 집계되며 26일 연속으로 새 기록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 주는 독립기념일인 이날 신규 환자 수 등의 수치를 발표하지 않았다. 연휴가 끝난 뒤에야 신규 환자의 정확한 증감 추이를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

CNN은 이날 기준으로 최근 1주일간 나온 신규 환자가 그 전 1주일보다 늘어난 곳이 37개 주로 늘었다고 집계했다. 그 중 플로리다·조지아·네바다·캔자스·아이다호·몬태나주 등 11곳은 증가율이 50%를 넘었다. 환자가 감소한 곳은 버몬트주 1곳에 그쳤다.

경제 재개의 선봉에 섰던 조지아주는 최근 1주일 새 신규 코로나19 환자가 전주보다 50% 이상 증가한 가운데 1400명이 넘는 의료 종사자들이 코로나19 억제를 위한 더 강한 규제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에게 보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주지사에게 술집·나이트클럽을 문 닫고 종교시설을 포함해 25명 이상이 모이는 실내 모임을 금지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주 전역에 얼굴 가리개를 의무화하고 주지사가 시장·군수 등에게 재량에 따라 규제를 시행하도록 허용할 것도 권고했다.

이처럼 환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코로나19 검사를 수행하는 대형 민간 연구소들에서는 검사 결과가 나오는 게 지연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이런 검사 결과의 지연은 확진 환자를 판명해 격리하고 이들과 접촉한 사람들을 신속히 가려내는 것을 어렵게 할 수 있다.

민간 연구소 '퀘스트 다이어그노스틱스'는 최근 검사 수요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올라가며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 평균 35일이 걸린다고 밝혔다. '랩코프'도 검사 결과 회신이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코로나19가 급격히 퍼지고 있는 마이애미와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해변이 폐쇄됐다. 그러나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머틀비치나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는 뉴욕·뉴저지주의 해변은 이날 방문객을 맞았다.

WP는 이번 독립기념일 연휴가 코로나19의 유행을 억제하려는 노력에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유행이 통제 불능의 상태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갑작스럽게 행동을 바꿀 준비가 된 미국인들이 충분히 있는지를 가늠할 시험대라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하지 않은 채 약 7500명이 참석한 독립기념일 기념행사를 한 데 이어 이날은 백악관 남쪽 잔디밭 일대에서 '2020 미국에 대한 경례'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서는 화려한 불꽃놀이도 진행됐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은 이날 오후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2836764, 사망자 수를 129657명으로 각각 집계했다.

 


이낙연(왼쪽)과 김부겸(오른쪽)

        

홍영표 이어 우원식도 불출마 선언으로 사실상 대선 전초전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3일 불출마를 선언한 홍영표 의원에 이어 우 의원까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차기 당 대표 선거는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이 맞붙는, 사실상의 대선 경선 전초전양상을 띄게됐다.

우 의원은 5일 오후 입장문을 내어 유력한 대권주자 두 분의 당대표 출마로 전당대회의 성격이 너무나 달라졌다민생 위기 극복에 더해 다가올 대선과 정권 재창출에 복무할 공정한 관리자를 자임한 제가 대선 주자들과 경쟁하는 상황 자체가 모순이며, 난감한 일이 되었다고 불출마 뜻을 밝혔다. 이어 “(제가 출마해) 전당대회가 너무 과열되지 않도록 완충하고 경선의 흐름을 가치와 노선 중심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불평등에 맞서는 민주당, 민생제일주의 정당으로서의 집권 여당을 위해 다시 현장에서 뛰겠다고 했다. 우 의원의 이날 불출마 선언으로, 8월 치러지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두 대선 후보 간 양자대결로 펼쳐지게 됐다.

두 유력 당권주자는 이번주 이틀 간격으로 출마 기자회견을 연다. 이낙연 의원의 출마 회견은 오는 7일로 예정돼 있다. 이 의원의 회견문에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7개월로 줄어들 공산이 큰 당대표 임기 동안 어떻게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원은 9일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출마를 선언한다. 1990년대 초반 3당 합당을 거부한 꼬마 민주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이 주축이 된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 활동을 했던 점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당을 지키겠다는 메시지가 반영된 것이란 설명이다. 김 전 의원은 당 대표가 될 경우, 대선 출마를 포기해 임기 2년을 채우겠다고 약속하며 이 의원과 차별화를 시도할 계획이다.

당내에서는 이번 당 대표 경선이 이낙연 대표 체제를 대세론 확산과 대선 후보 검증의 기회로 삼자는 흐름과, 이를 견제하려는 흐름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다만 이번 당 대표 경선이 호남(이낙연) 대 영남(김부겸)이라는 구도가 되면, ‘영호남 역할 분담론’, 또는 이낙연 독식 불가론을 확산시켜 지금까지 상대적 약자였던 김부겸 전 의원이 판을 흔들어 여지가 생긴다는 관측도 나온다. < 김원철 황금비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박지원 국정원장 내정자. 사진은 지난 20184월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의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북쪽엔 남북관계 개선 의지, 미국엔 대북 전향적 태도 촉구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의 깜짝 발탁을 두고, 강력한 남북관계 개선 의지와 함께 미국 정부에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는 신호가 담겼다는 해석이 여권 핵심부에서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5일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자를 발탁한 것은 온전히 문재인 대통령의 결심이었으며, 발탁에는 다양한 층위의 메시지가 함께 담겼다고 말했다. 그는 박 후보자는 다양한 경로에서 (안보라인에 기용해야 한다는) 추천이 들어왔다그를 국정원장 후보자로 가닥을 잡고 교통정리를 한 것은 오로지 문 대통령의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은 박 후보자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나서라고 꾸준히 촉구해온 점을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문화관광부 장관이던 20006월 첫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남북관계 경색의 원인은 미국이 제공한 것” “통일부 장관은 미국이 너무 지나치게 (북한을) 제재하고 문제가 있을 때는 미국과도 한바탕해야 한다며 적극적 자주노선을 견지한 바 있다. 실제 박 후보자는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한-미 공조가 필수지만, 우리 정부가 미국의 의지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 때문에 청와대 안팎에선 박 후보자를 국정원장으로 낙점한 데는 남북이 적극적으로 속도를 내서 관계 개선에 나설 테니 미국도 좀 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라는 촉구성 메시지가 담긴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박 후보자를 국정원장에 기용하기로 결심한 시기가 지난달 17일 남북관계 원로들과 오찬을 한 직후라고만 밝혔다. 오찬 당시 박 후보자는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면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청와대는 박 후보자에 대해 이후 2주가량 인사 검증을 진행하면서 보안을 유지하는 데 극도로 신경을 썼다. 청와대 안에서도 극소수 관계자들만 그의 지명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평소 여러 방송에 출연 중이던 박 후보자는 지명 발표 15분가량 전까지 생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방송에서 그동안 감사했다의미심장한인사말을 했지만 아무도 그 뜻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 성연철 기자 >

"박지원 내정, 과거사보다 국정과 미래 생각한 것"

문재인 대통령이 차기 국가정보원장에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을 낙점한 것에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청와대는 이번 인사가 과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5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지난 일은 개의치 않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선거 때 있었던 과거사보다는 국정과 미래를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박 내정자는 '구원'이라고 할 정도로 과거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왔다.

박 내정자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2003년 대북송금 특검법이 공포된 뒤 특검 수사를 받고 옥고를 치렀다.

또한 2015년 민주당 당권 경쟁 과정에서 박 내정자는 문 대통령을 '부산 친노', '패권주의자'라고 몰아붙였다. 2017년 대선 때는 국민의당 소속으로 거의 매일 문 대통령을 비난해 '하루를 문 대통령 비판으로 시작한다'는 뜻의 '문모닝'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박 내정자 낙점은 오로지 문 대통령의 결정"이라며 "지난달 17(대북관계 관련 조언을 듣기 위한) 원로 오찬이 있었는데, (국정원장 후임이) 박 내정자로 정리된 것은 그 이후"라고 전했다.

이어 "오찬이 (인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대통령은 박 내정자를 오래전부터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오찬 이후 발표까지 보름 남짓 청와대도 철저히 (인사 관련) 보안을 유지했지만, 보안의 일등 공신은 박 내정자"라면서 "청와대 내부에서도 아는 분이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정보기관의 수장이 될 박 내정자와 별도의 면담이 있었는가'라는 물음에 그는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대답했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북 특사로 파견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묻자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앞으로의 일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