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 전쟁 제70주년 행사에서 조국에 귀환한 147구의 호국영령에게 유가족과 함께 헌화하고 있다.

                

  6·25 한국전쟁 70주년 기념식서 국군전사자 유해 147구 직접 맞아

통일 이전에 사이좋은 이웃 되길평화 통한 남북 상생의 길 강조

 고령층 고려해 첫 저녁 기념식 문 대통령 호국영웅 영원히 기억

         

6·25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꺼낸 화두는 종전평화’ ‘번영이었다. ‘삐라 갈등으로 불편한 관계에 놓인 북한을 향해선 종전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25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 전쟁 70주년 기념식에서 전쟁을 겪은 부모 세대와 새로운 70년을 열어갈 후세들에게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는 반드시 이뤄내야 할 책무라며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도 담대하게 나서주길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종전 제안은 지난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 보류 지시를 내린 데 대한 첫 반응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의 신뢰가 손상된 상황에서 기본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끊임없이 평화를 통해 남북 상생의 길을 찾아낼 것이라며 통일을 말하기 이전에 먼저 사이좋은 이웃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의 체제를 북한에 강요할 생각도 없다” “우리는 평화를 추구하며 함께 잘 살고자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통일을 말하려면 먼저 평화를 이뤄야 하고, 평화가 오래 이뤄진 후에야 비로소 통일의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6·25 기념식 사상 처음으로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린 성남 서울공항 격납고에서 진행됐다. 행사에 참석한 6·25 참전 유공자와 유가족이 더위에 취약한 고령층이란 점을 배려한 조처였다. 취임 뒤 처음 6·25 기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의 위협은 계속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뿐 아니라 우리 내부의 보이지 않는 반목과도 전쟁을 치르고 있다. 6·25 전쟁을 세대와 이념을 통합하는 모두의 역사적 경험으로 만들기 위해 이 오래된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거듭 통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북한에서 발굴된 6·25 국군 전사자 유해 147구를 미국 하와이에서 서울공항으로 모셔온 공군 공중급유기 시그너스(KC-330) 기체에 미디어파사드 영상이 투영되고 있다. 태극기를 표현한 드론 불빛들이 보인다.

이날 문 대통령은 7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147구의 국군 전사자 유해를 직접 맞이했다. 돌아온 유해는 1990년대부터 25년여 동안 북한 지역에서 발굴한 것으로 미국에서 신원을 확인한 결과 국군 전사자로 밝혀진 것이다.

유해 봉환을 위해 최신예 공중급유기인 시그너스(KC-330)가 미국 하와이로 갔다.

문 대통령은 조국은 단 한순간도 당신들을 잊지 않았다정부는 호국의 영웅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에서는 6·25 전쟁 당시 유엔 참전 22개국 정상들이 보내온 영상 메시지도 상영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 참전국을 비롯해 많은 도움을 준 모든 분들께 우리가 합심해 이룬 성과는 실로 대단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재확산 탓에 지난해 5천명 규모로 치러졌던 것과 달리 참전 유공자와 주한 외교 사절, 정부 주요 인사 등 300명 규모로 줄여 치러졌다.<성연철 기자>

영웅에게’ 6·25전쟁 제70주년 행사 귀환 전사자들에 최고예우

이름을 역사에 새겨넣겠습니다.

가족의 품에서 편히 쉬시길 기원합니다.”

6·25전쟁 제70주년 행사가 열린 25일 저녁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 격납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함경남도의 장진호 전투에서 산화한 일곱 병사를 호명했다.

북한에서 발굴돼 미국 하와이로 옮겨진 뒤 지난 24일 서울공항에 도착한 6·25전쟁 국군 전사자 유해 147구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전사자들의 이름이다. 문 대통령은 지체되었지만, 조국은 단 한 순간도 당신들을 잊지 않았다예우를 다해 모실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6.25전쟁 70년 만에 조국에 귀환한 147구의 호국영령이 25일 저녁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내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유공자 및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현단으로 향하고 있다.

북한에서 발굴된 6·25 국군 전사자 유해 147구를 미국 하와이에서 서울공항으로 모셔온 공군 공중급유기 시그너스(KC-330) 기체에 투영된 미디어파사드 개식 행사 뒤 신원확인 국군전사자 유해 7구와 미군 유해 6구 유해가 운구되는 동안 가수 윤도현 씨가 늙은 군인의 노래를 불렀다.

이 곡은 김민기 씨가 1976년 작사, 작곡한 곡으로 평생을 푸른 군복에 바친 한 군인의 애환과 설음 그리고 소박한 나라 사랑의 마음이 담긴 노래이다.

청와대는 이날 행사에 `나라를 위해 희생된 분들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국가 무한 책임의지를 담았다고 밝혔다. 현장의 사진을 모아본다.

북한에서 발굴된 6·25 국군 전사자 유해 147구를 미국 하와이에서 서울공항으로 모셔온 공군 공중급유기 시그너스(KC-330) 기체에 미디어파사드 영상이 투영되고 있다. 기체 뒤로 거수경례하는 군인을 형상화한 드론 불빛들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등중사 류영봉 씨에게 복귀신고를 받고 있다. 당시 이등중사였던 류영봉 씨는 미7사단 소속으로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했으며, 고 김정용 일병의 입대 동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 전쟁 제70주년 행사에서 국군 전사자들의 유해에 참전기장을 수여한 뒤 묵념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제70주년 행사에서 고 김명순 이등중사 유족에게 무공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 전쟁 제70주년 행사에서 지체되었지만, 조국은 단 한 순간도 당신들을 잊지 않았다예우를 다해 모실 수 있어 영광이라고 연설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 전쟁 제70주년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국군유해 147구 봉송을 지켜보며 거수경례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


추미애 법무부 장관(가운데)2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선진 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방향' 공청회에서 남기명 공수처 설립준비단장(맨 왼쪽),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사·기소부 분리”vs“분리하면 기능 약화

권력에서 독립·중립이 성공 요건의견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앞두고 열린 첫 공청회에서 공수처 내부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공수처 설립준비단은 2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선진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방향을 주제로 각계 의견을 모으기 위한 첫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현행 공수처법에서 공수처가 판사·검사·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의 범죄에 대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쥔 검찰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제도인데, 그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날 발제에 나선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 내부를 수사부와 공소부로 나누는 방식으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자고 제안했다. 공소부는 법률전문가인 검사가 공소유지를 하도록 하되, 수사부는 기소에 관여하지 않는 수사관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오용규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또한 수사와 기소가 인적으로 밀접하게 운영된다면 공소권이 수사권을 견제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워진다며 기소-수사 분리 방안에 찬성했다.

반면 오병두 홍익대 법대 교수는 공수처가 판사·검사·경무관급 이상 경찰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기소권을 갖는 점을 들어, 공수처 내 수사부·공소부 분리가 공수처 기능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검찰 (입장)에서 보면, 기소권이 없는 사건에서 공수처는 또 하나의 경찰에 불과하다공수처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수사권과 일치하는 기소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기영 전북대 법전원 교수는 한 교수의 수사·기소 분리의 취지에 동의한다면서도 수사부와 공소부로 조직을 나누는 방안은 조직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공수처가 검찰·경찰에 비해 소규모 조직과 인력으로 구성되는 만큼 조직을 나누는 것보다는 기능적으로 수사와 기소 주체를 분리해 운영해도 무방해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공수처의 엄격한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축사에 나선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은 공수처 성공의 필수 조건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특정세력이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인물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인물이 처장을 비롯한 공수처의 구성원이 돼야 한다여당은 공수처를 반대하는 적지않은 국민의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공정한 공수처 조직 구성과 운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축사에서 파사현정’(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의 사자성어)을 언급하며 검찰이 선택적 수사를 해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추 장관은 검찰 스스로가 정치를 하는 듯 왜곡된 수사를 (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파사현정의 정신에 부합하는 공정한 검찰권의 행사가 있었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 임재우 기자 >


 

[특파원 칼럼] 김정은 위원장이 볼턴 회고록을 본 걸까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쓴 <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은 여러모로 씁쓸하다. 세 차례 이뤄진 북-미 정상의 만남에서 비핵화와 제재 해제에 대한 양쪽의 인식 차이가 얼마나 컸는지를 거듭 보여주기 때문이다. 북한에는 체제의 생존이, 한국에는 한반도 평화가 걸린 절박한 문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언론에 얼마나 멋지게 비칠지, 재선에 도움이 될지의 관점에서 주로 다뤄졌다. 더구나 이 과정을 낱낱이 폭로한 이가 2000년대 북-미 제네바 합의를 깨뜨린 뒤 퇴장했던 초강경파 볼턴이라는 점에 또 한 번 씁쓸하다. 북한이 인간쓰레기로 부를 정도로 혐오하는 볼턴이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에 훼방꾼으로 동참했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볼턴의 책에서 남··미 정상의 관계가 눈길을 끈다. 우선,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 행정부 내의 강력한 회의론 속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개인적 친분까지 깨지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요구대로 합의하면 선거에 질 수 있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다치는 일을 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볼턴은 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노 딜이후에는 재무부의 대북제재 관련 발표를 철회하라고 트위터에 올려 혼란을 일으켰는데, 참모들에게 오직 한 사람(김 위원장)”을 위한 트위트라고 하는 등 김 위원장과의 관계 유지에 신경을 썼다.

-미 정상의 관계가 무너지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당장 마주 앉을 여건은 못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대선에 여념이 없고, 뚜렷한 비핵화 성과 없이 또 만날 수는 없다는 생각이 확고해진 모습이다. 북한이 기존 태도에서 양보하면서 미국과 대화를 시도한다 해도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북한의 쇼에 속지 마라는 비판이 거세질 것이다.

그래서 책에서 눈에 띄는 두 번째는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다. 미국의 금전적 이득과 자신의 재선 유불리를 최우선에 둔 트럼프 대통령, 한반도 평화 노력을 한국 통일 어젠다로 치부하는 볼턴 같은 강경파, 미국의 귀를 붙들고 끊임없이 최대한의 압박을 속삭이는 일본 사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그야말로 고군분투한 장면들이 여러 군데 등장한다.

지난해 2월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 딜로 끝난 뒤, 문 대통령은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하면서 그 장소로 판문점이나 미 해군 함정을 예시하며 북-미 대화를 되살리려 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 편에 서 있다고 북한이 보기 때문에 남북 사이에 의미 있는 대화가 그동안 이뤄지지 못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토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제를 돌리는 와중에도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안전보장을 원한다는 점을 집요하게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가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의 중요한 첫걸음이라는 점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백악관에 강조했다.

이런 한국의 노력을 볼턴은 책에서 사진찍기에 끼어들려는 시도라거나 조현병 환자 같은 생각이라고 비하했다. 백악관 참모한테 이런 냉소를 받으면서까지 문 대통령은 중재에 공을 들였다. 그런데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최근 문 대통령을 향해 자기변명과 책임 회피, 뿌리 깊은 사대주의라고 비난했다. 볼턴 책은 북한이 존중하며 협력해야 할 대상이 누군지 명확히 보여줬다. 대남 군사행동 보류를 지시한 김 위원장이 볼턴 회고록을 본 걸까?

< 황준범 워싱턴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