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8 합의윤미향 미리 알았다? 굴욕적 내용은 발표 전까지 은폐

 

윤미향 외교부 3가지만 사전통보, 책임통감·총리사죄·국고거출

기자들에도 같은 내용 미리 알려일본에 얻은 것만 발췌통보한 셈

            2015년 당시 취재기자가 본 전말

 

일본군 위안부피해자인 이용수(92) 할머니의 7일 기자회견으로 촉발돼 이를 빌미로 한 이른바 윤미향 논란이 일파만파다.

논란은 크게 두 축이다. 한 축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이상한 회계 처리를 둘러싼 언론의 의혹 제기이고, 다른 한 축은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문제와 관련한 박근혜 정부와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20151228일 합의(12·28 합의) 전후 윤미향 당시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의 이른바 말바꾸기논란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자는 정대협 대표를 거쳐 정의연 이사장을 맡은 바 있다.

정의연의 이상한 회계 처리논란은, 언론의 의혹 제기가 쏟아지고 있지만 아직 모금한 돈을 목적과 달리 쓰거나 개인이 유용한 사례는 드러나지 않았다. 국세청 쪽도 일부 잘못 기재된 게 있지만, 재무제표 결산상으로는 정상적으로 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잠정 판단을 내놨다. 한경희 사무총장이 11일 기자회견에서 데이터(회계) 처리에 대해서는 저희가 사과드린다. 고쳐나가겠다고 밝히는 등 정의연 쪽이 거듭 사과개선 노력을 다짐하고 있다.

논란의 다른 한 축인 이른바 윤미향 말바꾸기논란은 그 전개 양상이 아주 고약하다. 이 문제는 ‘12·28 합의당시 한국 사회의 대응 태도와 닿아 있어 정확한 사실 관계 확인과 진실 규명이 절실하다.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한국 시민사회의 합의 기반을 침식하고, -일 관계에서 한국의 입지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어서다.

윤미향은 미리 다 알고 있었나? 언론의 관련 보도를 압축하면, 윤미향 당시 정대협 대표가 한-일 국장급 협의 당사자인 이상덕 당시 외교부 동북아시아국장한테서 사전에 주요 내용을 다 듣고 긍정적 반응을 하고는, 합의 발표 직후 돌연 반대 태도로 돌아서 협상 당사자들이 당혹스러워했다는 것이다.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청와대·외교부 관계자들”(<중앙일보> 9일치 10), “당시 협상 과정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조선일보> 9일치 4), “전직 외교부 최고위 당국자”(<동아일보> 12일치 12), “당시 협상을 총지휘했던 전직 외교부 고위당국자”(<국민일보> 13일치 5) 따위다. 모두 익명 주장이다. 합의 당시 박근혜 정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1차장이던 조태용 미래한국당 당선자가 10“‘위안부 합의에 대해 윤미향 대표에게 사전설명을 했다는 외교부의 입장을 분명히 들었다. (윤미향 당선자의) 말바꾸기를 주목한다고 한 게 유일한 실명 주장이다. 12·28 합의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이병기 비서실장, 외교부의 윤병세 장관과 이상덕 국장이 주도적으로 관여했다.

윤미향 당선자는 외교부에서 실제 일본과 합의 관련 내용을 통보받은 때는 20151227일 저녁이다. 일본 정부 책임 통감, 총리 사죄, 국고 거출 세 가지뿐이라고 밝혔다. 정의연도 11일 기자회견에서 정대협 법률자문위원회가 외교부 통보를 두고 (논의한 결과) -일 정부의 합의 발표 공식 기자회견 이후로 판단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계를 20151228일로 돌리자. 기자는 당시 외교부 출입기자로 합의 발표 앞뒤 상황을 취재해 보도했다. 1228일 낮 12~1시 외교부 1·2차관과 차관보가 세 곳에서 언론사 정치부장·논설위원들을 상대로 ‘12·28 합의를 사전 설명했다.

기자가 참석한 자리에서 임성남 당시 외교부 1차관은 공식 발표 때까지 보도 유예(엠바고)”를 조건으로 발표 요지를 미리 알려줬다. 당시 군의 관여, 일본 정부 책임 통감아베 내각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국 정부가 재단을 설립, 일본 정부 예산으로 자금을 일괄 거출”, 세 가지가 핵심이다. 윤 당선자와 정의연의 기자회견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당시 윤병세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이 외교부 청사 3층 국제회의장에서 질문도 받지 않는 일방적 기자회견에서 합의 사항을 각자 발표하기 딱 2시간30분 전까지도 박근혜 정부는 얻은 것만 밝혔을 뿐, 일본에 한 약속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

누가 거짓말을 하나? 윤미향인가, 12·28 합의 주역들인가? 익명의 합의 주역은 윤 당선자가 주요 내용 설명을 듣고는 고생했다’ ‘(결과가) 괜찮다’ ‘감사하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까지 보냈다고 언론에 주장했다.(<동아일보> <국민일보>)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데, 설혹 그랬다 한들 윤미향 말바꾸기의 근거가 될 수 없다.

12·28 합의 발표로 상황이 전혀 달라졌기 때문이다. 임 차관 등이 언론에 미리 밝히지 않은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상호 비난·비판 자제한국 정부는 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 노력이라는 숨겨진 비수가 드러난 것이다.

정작 당혹감에 사로잡힌 이는 익명의 12·28 합의 주역들이 아니라 한국 사회와 인권·양심세력이다. 보수지 출입기자는 이거 완전 제2의 을사늑약이네라고 탄식하며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일본군 위안부피해자에 관한 한 일본 최고 권위자인 요시미 요시아키 선생은 합의 발표 직후 이번 합의는 일본이 너무 이겨 버렸다. 피해자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한국 정부의 외교 실패라고 탄식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외교부에 구성된 ·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결과 보고서’(이하 보고서’, 20171227)에서 12·28 합의에 비공개 부분이 있음을 밝혔다. 굴욕적이다 싶게 내용이 고약하다.

태스크포스 보고서를 보면 이런 식이다. 일본 쪽이 3국 위안부 관련 상·비 설치는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함이라 하자, 한국 쪽은 한국 정부로서도, 이러한 움직임을 지원함이 없이라고 답한다. 일본 쪽이 한국 정부는 앞으로 성노예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기를 희망함이라 하자, 한국 쪽은 직답을 피한 채 공식 명칭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뿐임을 재차 확인함이라 답한다. ‘성노예표현 사용은커녕 위안부 합의 이후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외교부에 국제무대에서 위안부 관련 발언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하기도 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일본 쪽이 대사관 앞의 소녀상을 어떻게 이전할지, 한국 정부의 계획을 묻고 싶음이라고 하자, 한국 쪽은 공개 발표 을 재확인한다. 합의 발표 당일 기시다 외상이 일본 기자들한테 “(소녀상은) 적절히 이전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한 배경이다. 일본 쪽이 정대협 등이 불만을 표명하면 한국 정부가 설득해주기 바람이라 하자, 한국 쪽은 설득을 위해 노력함이라 답한다.

박근혜 정부는 이병기-야치 쇼타로(일본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국장)’ 사이의 비공개 고위급 협의가 12·28 합의를 주도했으며, 합의 발표 여덟달 전인 2015411일 이 창구로 최종 합의와 유사한 잠정합의를 한 사실도 끝내 밝히지 않았다.

이른바 윤미향의 말바꾸기가 논란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 12·28 합의 주역들의 굴욕적 대일 약속과 발췌 통보’, 은폐가 문제다.

한국 사회가 난데없는 윤미향 논란으로 휘청이는 와중에도 13일 정오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1439회 수요시위가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열렸다. 199218일 첫 집회 이후 한주도 거르지 않고 꼬박 29년째다. 12·28 합의 발표 당시 47명이던 생존 피해 할머니(정부 등록 기준)는 이제 18명뿐이다. 12·28 합의 발표 이듬해인 2016년 김숨이 장편소설 <한 명>을 발표했다. 평생을 자책하며 숨어 지내던 피해 할머니가 공식 피해 생존자 두 명중 한 명이 숨져 오직 한 명만이 세상에 남았다는 뉴스를 듣고는 여기 한 명이 더 살아 있다며 세상 속으로 걸어나오는 이야기다. 피해 할머니 없는 세상, 한국 사회가 미구에 맞닥뜨릴 참혹한, 그러나 예견된 미래다. 한국 사회는 허깨비와 씨름할 시간이 없다. < 이제훈 선임기자 >


중국 상하이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지난 7일 마스크를 쓴 채 수업하고 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가을학기도 온라인으로

트럼프는 반드시 학교 열어야주지사들 압박

중국 선양시, 환자 재발에 개학 일정 연기

유럽도 학생들 분산된 시간표 짜서 개학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전세계가 개학 문제를 놓고 씨름하고 있다. 아이들을 계속 집에 붙들어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다시 학교로 보내자니 백신과 치료제도 없는 바이러스 감염과 재확산이 두렵다. 세계 곳곳에서 불안한 개학을 둘러싼 논란과 실험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48개 주와 워싱턴디시의 초··고교와 대학들은 지난 3월부터 원격수업으로 대체하고 있다. 미국 최대 4년제 공립대인 캘리포니아주립대는 12일 가을학기 수업의 거의 전부를 원격수업으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대학은 23개 캠퍼스에 걸쳐 학생 수가 48만명에 이른다. 다른 학교인 캘리포니아대(학생 수 30)도 가을학기에 캠퍼스를 열지 못할 것 같다고 밝혔다.

등교 개학은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어 경제활동 등을 정상화한다는 가장 가시적이며 상징적인 조처다. 이 때문에 조속한 정상화를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부 내 보건 전문가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트럼프는 13일 백악관에서 재러드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 등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당신들이 절대적으로 학교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이 전날 상원 청문회에서 학교 문을 여는 것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한 데 대해,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답변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는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다시 열기를 원한다. 학교들이 닫혀 있으면 우리나라가 복귀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교 문을 열자는 쪽은 이 상태가 지속되면 집에서 가르쳐주는 부모가 없는 빈곤층 아이들이 1년 동안 배울 수 없게 된다”(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고 주장한다. 젊은층의 코로나19 치명률이 낮다는 점도 이유로 든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무증상인 채로 가족에게 전파해 세컨드 웨이브’(2차 폭증)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코로나19와 연관성이 의심되는 어린이 괴질이 유럽과 미국으로 번지는 점도 우려한다.

미국의 각 주와 지역들은 각자 상황에 맞춰 대처하고 있다. 감염자가 적은 몬태나주는 지난 7일부터 지역별로 학교 문을 열 수 있도록 했다. 문 손잡이 소독과 손세정제 제공, 운동장 출입 금지 등이 수반된다. 반면, 미국 내 최악 감염지인 뉴욕주의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는 13, 학교 재개 일정에 대한 질문에 “8, 9월에 우리가 어떤 상황일지 모른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상황이 비교적 안정된 나라들도 마음을 못 놓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의 경우, 수도 베이징이 427일 고3을 시작으로 다음달 8일까지 초등학교 1~3학년을 제외하고 전면 개학에 들어간다. 최대 피해 지역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는 6일 고3 수험생만 먼저 등교를 시작했다. 하지만 랴오닝성 선양시는 13일 하루 신규 확진자 2명이 나오자 15·18일로 각각 예정했던 중·고교 개학을 다시 연기했다.

유럽의 개학 실험도 제각각이다. 독일과 헝가리는 학년말 시험을 보는 고학년부터 개학에 들어갔다. 독일의 일부 고등학교에는 운동장에 학생들이 직접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설치됐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음성 판정을 받으면 마스크를 쓰지 않고 학교에 다닐 수 있다.

프랑스는 가정 내 방치·학대 우려가 큰 유치원생과 저학년부터 등교시켰다. 네덜란드는 지난 11일부터 학년별로 분산된 시간표를 짜 학교 문을 다시 열었다. 덴마크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4월 중순부터 학교를 다시 열었는데, 수천명의 부모들이 감염을 두려워해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 워싱턴 베이징/황준범 정인환 특파원 >


“‘나파모스타트’, 렘데시비르보다 코로나19 치료 효과 ‘600’”

인간 폐세포 실험서 효능 확인특허출원 이어 임상시험 들어가

 

유력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약물인 렘데시비르보다 훨씬 강력한 효능을 보이는 치료제를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연구팀이 발견했다. 연구소는 10개 병원과 함께 연구자임상시험에 들어갔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 김승택 인수공통바이러스연구팀장은 14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는 24개의 약물로 인간 폐세포 배양 실험을 한 결과, 혈액 항응고제 및 췌장염 치료제 성분인 나파모스타트가 가장 강력한 항바이러스 효능을 보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12일 연구 결과를 논문 사전 게재 사이트인 <바이오 아카이브>(bioRxiv)에 보고하고 특허를 출원하는 한편, 관련 분야 국제저널에 논문 게재 승인을 신청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에 진입할 때 이용하는 돌기모양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활성화하는 과정에 티엠피아르에스에스2’(TMPRSS2)라는 단백질 분해효소가 작용한다는 최신 독일 연구 결과를 참고해 이 단백질을 억제하는 약물들을 대상으로 항바이러스 효능을 연구했다.

바이러스는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해 인간 세포 안으로 들어간 뒤 무한 복제를 통해 세포를 감염시킨다. 세포 안에서 바이러스의 유전체 아르엔에이(gRNA)는 자신을 조각낼 단백질 분해효소를 만들어 16조각으로 분할된다. 이 조각 중에는 복제 기능을 맡는 아르엔에이(RNA)중합효소도 있다. 단백질 분해효소를 억제하거나, RNA중합효소를 억제하면 바이러스의 무한 증식을 막을 수 있다. 현재 임상시험 중인 렘데시비르나 아비간은 RNA중합효소를 억제하는 효능이 있고, 칼레트라(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 혼합제)는 단백질 분해효소를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

연구팀은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약물 재창출연구를 통해 24개 약물을 발굴한 뒤 베로세포배양 실험을 했다. 베로세포는 아프리카 초록색원숭이의 신장에서 수립한 세포로, 배양 실험에 많이 쓰인다.

김 팀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간 폐에 침투해 병을 일으킨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베로세포에 감염되는 과정과 폐세포에 감염되는 과정이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추가로 인간 폐세포 배양 실험을 했다고 설명했다. 폐세포는 폐암 세포에서 유래한 칼루-3’(Calu-3) 세포를 사용했다.

실험 결과 베로세포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크지 않았던 나파모스타트가 칼루-3 폐세포에서는 가장 강력한 효능을 보였다. 어느 정도 농도의 약물을 투여했을 때 바이러스 복제를 50%까지 줄이는지로 약효를 나타내는 아이시50’(IC50)이 나파모스타트의 경우 베로세포에서는 13.88마이크로몰(uM)이었지만 폐세포에서는 0.0022마이크로몰이었다. 이는 렘데시비르의 폐세포 IC50 1.3마이크로몰보다 600배 작은 것으로, 그만큼 나파모스타트의 효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파모스타트는 한국과 일본에서 이미 혈액 항응고제와 췌장염 치료제로 승인이 난 약물이어서 동물실험과 임상시험 1상 과정 없이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제 임상시험 2상에 들어갈 수 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배인규 경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를 총괄책임자로 10개 병원이 참여하는 연구자임상시험을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임상시험을 통해 한국 식약청의 승인을 받으면 국내에서는 나파모스타트를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코로나19 치료 가이드라인 심사단은 현재 렘데시비르에 대해서만 산소요법이 필요한 중증 입원환자에 한해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을 뿐, 클로로퀸이나 칼레트라 등 나머지 약물에 대해서는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거나 사용 추천을 유보하고 있다. < 이근영 기자 >

노약자와 기저 질환자, 코로나19에 약한 이유 알아냈다"

바이러스 증식 막는 마이크로 RNA 수 현저히 감소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 등 코로나19의 위중한 증세가 호중구의 과잉 활성화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많을 땐 전체 백혈구의 70%를 차지하기도 하는 호중구는 NETs라는 독성 DNA (화살표)으로 박테리아 등 병원체를 공격한다.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

 

우리 몸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마이크로 RNA(miRNA)는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는 최전선의 방어군 역할도 한다. 마이크로 RNA는 침입한 바이러스를 단단히 포박해 RNA(유전물질)를 잘라낸다. 이렇게 RNA가 파괴된 바이러스는 복제 능력을 상실해 감염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일으키는 바이러스((SARS-CoV-2)도 당연히 마이크로 RNA의 공격 대상이다.

그런데 고령자와 만성 기저 질환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맞서 싸우는 일군의 마이크로 RNA 수가 현저히 줄어들어 감염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령자와 기저 질환자가 유난히 코로나19에 많이 걸리고 사망자도 많이 나오는 이유를 부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지원을 받아 이 연구를 수행한 미국 오거스타대 조지아 의대(MCG) 과학자들은 14일 저널 '노화와 질환(Aging and Disease)'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이 저널은 국제 노화·질병 협회의 회보로 두 달에 한 번씩 나온다.

마이크로 RNA의 수가 감소했다는 건 전쟁에서 지상군 병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런 조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 세포의 유전체를 이용해 증식하는 능력, 즉 전염력이 더 강해진다.

MCG 연구진은 2002년에 처음 나타난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RNA 염기서열을 관찰하면서, 이들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마이크로 RNA의 염기서열과 대조해 분석했다.

연구에 사용된 바이러스의 RNA 서열과 인간 유전체 서열 등은 NIH 유전자 서열 데이터베이스(GenBank)와 미 국립 생명공학 정보 센터 등에서 받았다. 특히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미국, 독일, 태국 등 5대륙, 17개국에서 분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샘플 29개와 사스 바이러스 샘플 4개도 포함됐다.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퍼즐 조각 맞추기'를 거듭한 끝에, 사스 바이러스의 유전체를 표적으로 삼는 848종의 마이크로 RNA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체를 겨냥하는 873개의 마이크로 RNA를 가려냈다. 이 가운데 558종의 마이크로 RNA는 양쪽 모두를 표적으로 삼았다. 하지만 315종은 신종 코로나만, 다른 290종은 사스만 공격했다.

신종 코로나를 효율적으로 공략하는 마이크로 RNA 그룹은 도합 10개 이상의 공격 목표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를 공격하는 전체 마이크로 RNA는 면역 반응 물질 생성 등 72개 이상의 생리 과정과 연관돼 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당뇨병·심혈관질환 등 기저질환이 생기면 이런 생리 과정의 다수가 비정상으로 변하거나 전체 생리 과정의 수가 감소했다.

일례로 특정 마이크로 RNA(miR-15b-5p)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친연성이 아주 높지만, 관상동맥 질환이 있으면 작용력이 약해졌다. 반대로 건강한 젊은이의 몸에선 이 마이크로 RNA가 타고난 대로 바이러스에 결합해 복제를 차단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29개 신종 코로나 샘플 가운데 19개는 동일한 마이크로 RNA를 갖고 있었다. 이는 코로나19에 듣는 치료 약이나 백신이 개발되면 그 효능 범위가 상당히 넓으리라는 걸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MCG 건강 노화 센터의 공동 소장이자 논문의 수석저자인 카를로스 이살레스 박사는 "비정상 반응을 촉발해 고령 환자를 (코로나19) 더 취약하게 만드는 핵심 마이크로 RNA 그룹이 존재하는 것 같다"라면서 "이런 마이크로 RNA 그룹을 치료 표적으로 가려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여러 개의 핵심 마이크로 RNA'칵테일' 형태로 섞어 코를 통해 분사하는 방법 등을 검토하면서, 합성 마이크로 RNA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향후 연구의 초점은, 가장 효과적인 마이크로 RNA를 가려내 코로나19의 보조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맞춰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