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오른쪽 둘째)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맨 왼쪽) 등 민주당 의원들이 8일 미 의회에서 경찰개혁 법안을 발표하기 직전 846초 동안 바닥에 무릎을 꿇고 경찰의 과잉진압 도중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 뜻을 담아 아프리카의 전통 문양이 새겨진 스카프를 목에 걸었다.

        

목조르기 금지, 면책특권 제한 등, 공화당은 반대대선 앞 쟁점 부상

        

미국 민주당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와 인종차별적 조처에 제동을 걸겠다며 경찰개혁 입법 추진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이 반대 뜻을 보이고 있어, 미국 대선을 앞두고 경찰개혁 문제가 첨예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8일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저지하고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경찰개혁 법안을 공개했다. 최근 몇년 동안 미 의회가 경찰의 치안활동에 가장 광범위하게 개입한 사례다. <뉴욕 타임스>는 경찰노조와 법 집행 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가 수십년 동안 요구한 많은 제안들이 담겼다고 평가했다.

134쪽 분량의 법안은 과도한 폭력 사용 등 경찰의 직권남용 행위에 대한 면책특권을 제한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CNN> 보도를 보면, 최후의 수단일 경우를 제외하고선 경찰의 총기 등 살상무기 사용을 제한하고 목조르기 제압 방식을 금지하고 있다. 문제적 경찰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관할 구역을 옮기는 것을 막고자 전국 경찰 직권남용 등록부를 만드는 방안 등도 담겼다.

민주당 의원들은 10일 하원 법사위원회에 플로이드의 동생 필로니스 등을 불러 경찰의 과도한 폭력 문제 등에 대한 증언을 청취하는 등 법안에 관한 논의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펠로시 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경찰개혁 법안을 발표하기 직전 미 의회 바닥에 846초 동안 무릎 꿇기를 했다. 플로이드의 죽음을 계기로 분출된 경찰개혁의 목소리를 반드시 법안에 담아내겠다는 의지를 다진 의식이다.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것(경찰개혁 법안)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죽기 살기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미 언론들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경찰개혁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도 일부 제도적인 손질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의회 차원의 광범위한 개입에는 반대한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급진적인 좌파 민주당이 경찰 예산을 끊어버리고 경찰을 폐지하려고 한다고 역공하며 이념 논쟁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강력한 경찰 노조가 분명히 반대할 민주당의 개혁법안이 초당적 지지를 받을지 불명확하다많은 공화당 의원들은 이미 좌파 민주당과의 싸움이라고 묘사하며 정치적 전선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 이정애 기자 >


지난 6일 경기도 파주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손영미 평화의 우리집소장을 기리는 추모의 밤 행사가 9일 밤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려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손영미 위안부 쉼터소장 추모 밤 마지막까지 길원옥 할머니 걱정

서울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서시민 1182명 장례위원 자청

          

지난 6일 세상을 등진 손영미 평화의 우리집소장을 기리는 추모의 밤 행사가 9일 저녁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장례식장은 손 소장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로 가득 찼고, 안에 들어가지 못한 시민들은 바깥에 서서 행사를 지켜봤다. 참가자들은 “16년 동안 할머니들의 동지이자 딸로서 살아온 손 소장의 삶을 잊지 않고 이어받겠다위안부운동에 연대와 지지를 표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위안부운동 활동가들은 2004년부터 위안부피해자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이 계속 운영될 수 있었던 건 손 소장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류지형 정의연 활동가는 길원옥 할머니가 발이 부어 신발을 신지 못할 때 손 소장이 커다란 운동화를 사서 할머니 발에 신겨드렸다. 그게 길 할머니께 드린 마지막 선물이 됐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강혜정 정의연 운영위원은 손 소장은 할머니들의 일상생활을 돕는 것은 물론이고 할머니들의 마음 역시 어루만지고 치유해왔다“50년 이상 침묵하다 세상에 나온 할머니들의 어두운 심연을 어느 누가 이해할 수 있겠나. 손 소장은 할머니들을 품는 언니나 엄마와 같은 존재였다고 돌아봤다.

이들은 손 소장이 최근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로 인해 고통을 호소해왔다는 사실도 전했다. 임지영 정의연 활동가는 손 소장은 할머니들과 정의연에 쏟아지는 폄훼와 왜곡을 보면서 영혼마저 쓰러지는 것 같다며 괴로워했다. 집 밖으로 나올 수 없다고 괴로워하면서도 마지막까지 길원옥 할머니 걱정만 했다고 전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도 가족도 하기 어려운 짓궂은 일을 그림자처럼 수행해준 소장님 덕분에 위안부운동이 가능했고 피해 생존자가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었다가장 천사 같은 분이 희생자가 되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손 소장을 추모하는 움직임은 온라인에도 번졌다. 정의연이 지난 8일 손 소장의 시민장을 안내한 지 하루 만에 1182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모여 시민 장례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 박윤경 기자 >

극단적 선택앞에서도 왜곡·과장 보도 멈추지 않는 보수언론


[정의연 사태 한달, 보수언론 보도행태 점검]

압도적 보도량에 왜곡·과장·부실 일삼아

민언련 조선 기부금으로 딸 학비완전한 오보

피해자 편드는 척하며 위안부운동 훼손 비판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운영하는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거처인 마포 쉼터’(평화의 우리집)’ 손영미 소장 사망을 계기로 정의연 사태에 대한 언론의 과도한 취재와 보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조··동 등 보수언론은 위안부 피해 당사자이자 인권 활동가인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달 7일 정의연을 공개 비판한 기자회견을 연 뒤 관련 뉴스를 쏟아내며 위안부 운동단체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총공세를 펼쳐 왔다. 정의연의 기부금 유용과 윤 의원의 개인 착복 의혹 등을 제기하는 기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지만, 실체적 진실 규명보단 위안부 운동 폄훼와 인신공격 등 악의적 공세와 왜곡·과장이 심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과도한 보도량에 내용도 부실·왜곡

<한겨레>는 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 분석을 통해 57~67일까지 정의연 사태에 대한 조중동의 뉴스 보도 건수(온라인 포함)를 조사했다. 이 기간에 <조선일보>537, <중앙일보>431, <동아일보>181건의 보도를 쏟아냈다. 조선과 중앙은 보도량 자체가 다른 언론보다 월등하게 많았다.

<조선>8일 치 10<마포쉼터 소장 극단적 선택정의연 압수수색·과도한 취재 탓”> 기사에서 윤 의원은 20174월 위안부 피해자 이순덕 할머니가 별세하자 페이스북에 손씨 개인 계좌를 조의금 계좌라고 공개하며 돈을 걷었다. 윤 의원 외에 개인 계좌로 피해자 장례 비용을 걷은 정의연 인사는 손씨가 유일하다고 보도했다. 연일 이어진 의혹 보도와 취재에 심적 압박을 호소했던 손 소장에게 마지막까지 부정적 이미지를 씌워 흠집 내는 모양새다.

이 신문의 공격적이고 악의적인 보도는 사태 초반부터 이어졌다. 지난달 9일치 1<‘위안부 단체 이끈 윤미향, 30년 동반자 이용수 할머니 공격’>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윤미향 전 대표는 이용수 할머니에 대해 성금 용처를 두고 기억력이 달라져 있다고 했고, 정치권에선 이 할머니를 떠받들던 여권이 불리한 폭로가 나오자 표변했다는 말이 나왔다며 갈등을 부추기는 보도를 했다. 또 이날 사설 <“이용당할 만큼 당했다위안부 단체문제 모두 밝히라>에선 정의연과 시민당도 ‘1억원씩 드렸고 이 할머니도 돈을 받았다’ ‘할머니의 기억이 왜곡돼 있다’ ‘심신이 취약한 상태라고 맞받았다이 할머니가 치매에 걸렸다는 것이라고 마치 윤 의원이 이 할머니를 치매 노인으로 규정한 것처럼 단정적인 언급을 했다. 이어 시민단체들은 어느 순간부터 문제 해결보다 문제 유지와 잿밥에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위안부 운동을 공격했다.

보수언론이 툭하면 덧씌우는 종북 낙인도 빠지지 않았다. 지난달 21일치 1<‘“윤미향 부부, 위안부 쉼터서 탈북자 월북 회유”> 기사에선 2016년 중국 닝보 류경식당 지배인으로서 여성 종업원 12명과 함께 탈북한 허강일씨가 민변 소개로 윤미향 부부를 만났다는 폭로 기사를 담았다. 윤미향 부부와 정대협, 민변 등이 이들에게 돈을 주며 북한으로 돌아가라고 종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변은 월북을 권유했다는 주장에 대해 허위사실을 짜깁기한 것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4일치 <‘문 대통령 행사 4번 동원되고 팽 당한 이용수 할머니’>라는 제목의 김창균 논설주간 칼럼에선 문 대통령에게 위안부 운동은 반일 비즈니스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반일만큼 확실하게 남는 장사는 없다. 그 영업 파트너는 윤미향씨가 대표를 맡아온 정대협·정의연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잘 팔리는 대표 상품이었다. 시이오도 대표 상품도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그중 하나만 선택한다면 답은 정해져 있다며 이용수 할머니는 조연으로 동원됐을 뿐이라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8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운동의 역사다. 누구의 인정도 필요 없이 스스로 존엄하다며 위안부 운동의 대의가 훼손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피해자 뜻을 저버렸다며 윤 의원 공격에 나섰다. 지난달 11일치 <“위안부 지원금 1억원 받으려 하자 윤미향이 못 받게 했다”>(1),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일본 지원금 받으면 배신자 낙인’>(6) 기사에서 “10억엔과 관련해 윤 당선인은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게 이용수 할머니의 주장이다. 윤 당선인 역시 일방적 통보를 받은 것이라고 했지만, 10억엔에 대해 미리 알았다는 점 자체는 시인했다며 피해자의 자발적 의사와 선택권을 무시한 것처럼 몰고 갔다. 하지만 일본의 10억엔 제시는 당시에도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다 알려진 사실이었으며, 일본의 사죄 없는 위로금은 피해자 상당수가 반대한 사안임에도 이를 위안부 운동을 낙인을 찍는 왜곡 프레임으로 이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는 정의연이 코 묻은 어린이 돈까지 횡령한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가는 모양새를 보였다. 지난달 22일치 1<‘영수증도 없이 학생 성금-저금통 받은 정의연’> 기사에서 정의연은 어린이 등이 낸 성금을 받고도 영수증 발급을 하지 않은 사례들이 확인됐다. 중고교생들이 몇 년 동안 전한 기부금도 부실하게 공시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몰아치는 회계 의혹 보도, 문제는 따로 있다보고서를 통해 모든 기부금은 영수증이 발급돼야 하지만 상점에서 물건을 살 때처럼 바로 발급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영수증과 국세청 제출용 기부금 영수증은 다름에도, 영수증도 안 주는 단체로 낙인찍고 기본 도리도 지키지 않는 단체로 묘사했다회계 부정 프레임에 끼워 맞춘 행태로 현실을 못 따라간 보도라고 비판했다.

문창극·이영훈 엄호와 다른 잣대

조중동은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의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던 언론이 아니다. 되레 위안부 관련 망언을 한 뉴라이트 인사들을 엄호하는데 앞장섰다. 지난 20146, 박근혜 정부 시절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되자 <한국방송>(KBS) 등 일부 언론이 식민지배가 하나님의 뜻이었다거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등 과거 그의 발언을 통해 친일·반민족적 역사관을 문제 삼는 것에 대해 조중동은 문 후보를 지원사격했다. 자진 사퇴 논란 와중에 이들은 친일을 강조한 의도적 편집”(조선), “오도여론·왜곡보도”(중앙), “악마의 편집”(동아)이라며 일제히 한국방송을 비난했다. 정부를 공격하려는 정파적 사고로 보도했다는 주장이었다.

앞서 20049<반일종족주의> 저자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과거 진상 규명 논란을 다룬 <문화방송>(MBC) ‘100분 토론에 나와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상업적 공창론에 빗대는 망언으로 파문을 일으키자 조중동은 그의 발언을 제대로 보도하기보다 되레 옹호하거나 해명에 무게를 실어 물타기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도 이번 정의연 사태엔 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 편에 서는 척하며 위안부 단체를 공격하고 있다. “투명성을 확보하되, 30년 투쟁의 성과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이 할머니 발언 취지는 나 몰라라하는 셈이다. 친일 시각에서 반민족주의를 노골화하는 뉴라이트와 극우 유튜버의 프레임을 그대로 따른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봉우 민언련 언론모니터팀장은 이들 언론의 정의연 관련 보도는 부실·오보·왜곡·과장이 많다. ‘정의연 기부금을 윤미향 의원 딸 학비에 썼다는 조선일보 보도는 완전한 오보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단체들의 성과를 뒤흔들며 자신들의 의도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 것이라며 이는 이는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 제기와도 거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 문현숙 기자 >

 


[칼럼] 이게 나라냐”, 미국의 촛불혁명

         

이건 우리 시대의 혁명이야.”

지난달 25일 백인 경찰의 무릎에 짓눌린 채 숨을 쉴 수 없다며 숨져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분노한 시위가 시작된 지 며칠 뒤 미국인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솔직히 좀 과장된 반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십년간 백인 경찰의 폭력에 흑인들이 목숨을 잃을 때마다 항의 시위는 자주 일어났지만 어떤 변화도 없이 곧 사그라들지 않았던가.

이번에는 뭔가 다르다.” 이제 많은 미국 언론들이 이런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9일로 시위는 보름째를 맞았다. 대도시뿐 아니라 소도시, 교외지역까지 미국 전역에서 변화의 함성이 이어지고 있다. 폭력과 약탈이 확연히 줄고 아이들까지 참여하는 평화 시위가 자리잡았다. 흑인뿐 아니라 백인과 아시아계, 히스패닉까지 인종의 벽을 넘은 각계각층이 함께 인종차별 반대와 경찰 폭력을 해결할 제도 개혁을 요구한다. 한인들도 흑인들과 연대해 시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수십년 만에 가장 광범위한 민권운동이다.

잔인한 빈부격차, 인종차별,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무책임하고 무능한 대응, 대량 실업 등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느끼던 미국인들의 절망과 분노에 플로이드의 비참하고 억울한 죽음이 불을 댕겼다. 시위대의 우선 목표는 인종차별 철폐와 경찰 개혁이지만, 정의와 공정과는 거리가 먼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 논의도 확산되고 있다. “숨을 쉴 수 없다는 미국인들의 외침은 몇년 전 한국인들이 촛불을 들고 외쳤던 이게 나라냐와 일맥상통한다.

미국판 촛불시위는 미국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미국은 실패 국가가 되어버렸다. 국민들의 고통에 공감해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고, 남 탓과 거짓말에 급급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지만,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만이 아니다. 트럼프가 집권하기 훨씬 전부터 미국 사회는 여기저기 곪고 썩어가고 있었다.

세계 최강대국 쇠락의 첫번째 전환점은 20019·11 공격에 대한 대응이었다. 부시 행정부는 사태의 원인이 된 중동정책을 반성하지 않고, 근거 없는 대량살상무기주장을 앞세워 이라크를 침공했다. 혼란에 빠진 중동에서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거나 난민이 됐다. 미국이 세금으로 퍼부은 막대한 전비는 군사·에너지 기업들에 막대한 이익을 안겼고, 서민들에겐 큰 부담이 됐다.

두번째 전환점은 2008년 금융위기였다. 정부와 의회는 천문학적인 세금을 구제금융으로 투입해 월가의 은행들과 금융회사들을 구했다. 무책임한 투자로 시스템을 망가뜨린 월가 사람들은 일자리와 자산을 지켰다. 반면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집과 일자리를 잃고 빚더미에 앉았다. 1%의 상류층과 하층민, 대도시와 농촌, 엘리트와 서민들 사이의 분열은 끝없이 깊어졌다.

분열을 틈타 대통령이 된 트럼프의 무책임과 작은 정부=효율의 논리를 내세우며 정부가 되도록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득권층은 완벽한 공생관계를 형성했다. 트럼프는 사상 최대 감세를 통해 기업과 부유층에 막대한 돈을 벌어주었고, 이익을 얻은 이들은 트럼프의 재선을 위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코로나19 재난 앞에서도 월가는 또다시 거액의 구제금융을 받아냈고 불안정해진 시장을 활용해 큰 수익을 챙겼다. 일자리를 잃고 식량을 배급받으려고 줄을 선 빈곤층과는 딴 세상처럼, 증시는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번 시위는 절망 속의 희망이다. 너무나 거대한 문제 앞에서 무감각해져 침묵해온 미국인들이 인종과 계층의 벽을 넘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사회의 진정한 변화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오지만, 복잡한 선거인단 제도와 백인 중도층 민심은 큰 변수다. 또 트럼프가 퇴장한다고 해도 소수에만 이득이 집중되는 국가 시스템과 군사주의, 관료주의를 고칠 개혁은 쉽지 않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과 기득권을 쥔 정치인들이 변화를 만들어낼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도 불투명하다.

아래로부터 분출한 에너지가 경찰 개혁을 넘어선 사회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미 너무 늦었을까? 알 수는 없지만, 포기할 수도 없다. 이번에도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미국뿐 아니라 세계가 무질서와 갈등이 들끓는 전국시대로 빠져들지도 모른다.

< 박민희 논설위원 >

 


김여정·김영철 지시, 9일 낮 12시부터 직통전화 차단

            

북한이 9일 정오부터 청와대 핫라인과 군통신선을 포함해 남북 사이 모든 연락선을 끊고 대남 업무를 대적 사업으로 전환한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대남사업 부서들이 참여한 사업총화회의가 8일 열렸으며, 이 회의에서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단계별 대적사업을 심의해 이런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지난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휘청이던 남북 관계가 중대 갈림길에 들어섰다.

북한 당국은 이런 결정 사항을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버리는 조처를 취함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조선중앙통신사 보도형식으로 <노동신문><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했다. ‘모든 인민의 필독 매체<노동신문> 2면 머리기사로 이를 공표함으로써, 추가 행동을 예고했다. 다만, 발표 형식만 보면 공적 기관의 성명·담화보다는 공식성이 낮다.

북쪽은 김영철 부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사업부서 총화회의에서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죄갑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단계별 대적사업 계획들을 심의하고 우선 먼저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 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버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측 해당 부분에서는 9() 12시부터 북남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오던 북남 당국사이의 통신연락선, 북남 군부 사이의 동서해통신연락선, 북남 통신시험 연락선, 조선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 통신 연락선을 완전 차단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고는 이번 조치는 남조선 것들과의 일체 접촉 공간을 완전 격폐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첫 단계의 행동이라고 추가 조처를 예고했다.

북한, 9일 오전 군 통신선통화 시도에 응답 안해

북한이 9일 오전 군 통신선을 이용한 남쪽의 통화 시도에 응하지 않았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9시께 서해지구, 동해지구의 군 통신선을 통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북쪽에서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은 함정 간 국제상선공통망(핫라인)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남북 군당국은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4시께 군 통신선으로 정기적인 통화를 해왔다.

앞서 북한은 9일 정오부터 청와대 핫라인과 군 통신선을 포함해 남북 사이 모든 연락선을 끊고 대남 업무를 대적 사업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남북 군당국은 지난 20184·17 판문점 선언 뒤 잇따라 남북 간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과 남북 경비함정간 국제상선공용망을 복원했다. < 이제훈 박병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