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된 국가정보원의 문서가 위조된 것으로 사실상 확인됐는데도 국정원과 검찰 쪽은 이치에 닿지 않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검찰 진상조사팀이 국정원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통해 빨리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특검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3건의 문서가 모두 위조된 것이라는 확인 공문을 2월 중순 우리 정부에 보내온 바 있다. 피고인 유우성씨가 북한 보위부에 포섭됐다는 시기에 중국에서 북한으로 갔다는 내용의 ‘출입경기록’, 중국 화룡시 공안국이 이를 발급해준 사실이 있다는 ‘사실조회서’, 유씨 변호인 쪽이 이 두 문서가 왜 잘못됐는지를 설명한 ‘정황설명서’에 맞서 국정원•검찰이 나중에 제출한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서’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정황설명서와 답변서는 모두 중국 삼합변방검사참(세관)이 발급한 것으로 돼 있는데,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의 조사 결과 두 문서의 도장이 다른 것으로 28일 드러났다. 사실상 답변서가 위조됐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국정원은 ‘도장이 다른 것과 문건의 진위 여부는 별개 문제’라든가 ‘같은 기관이라도 도장이 여러 개 있을 수 있다’ ‘도장을 찍을 때 힘의 강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등의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이 답변서가 우리 정부의 공식 협조요청 공문이 중국 정부에 도착하기도 전에 발급된 것으로 날짜가 적힌 점도 조작 의혹을 높인다. 검찰은 그동안 이 문건 등에 대해 ‘공문을 통해 정식으로 발급받은 것’이라고 말해왔다. 게다가 답변서는 출입경기록 및 사실조회서와 맥락상 연결돼 있어 답변서가 위조된 것이라면 다른 두 문서도 위조됐다고 볼 수 있다.
 
문서가 위조됐다면 국정원이 주도했을 것이지만 국정원과 손잡고 유씨를 기소한 검찰도 공범일 수밖에 없다. 사실상 피의자라고 할 수 있는 수사·공판 관여 검사들은 일상 업무를 계속하고 있으며 나아가 증거조작 의혹 재판에도 참여하고 있다. 검찰의 탈법적인 제 식구 감싸기 행태다. 또한 검찰은 중국 정부로부터 받은 확인 공문의 내용이 분명하지 않다는 등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간첩을 잡아야 할 국정원이 문서 조작 등을 통해 간첩을 만들어내고 정의를 모토로 삼는 검찰이 이에 동참하는 것은 있어선 안 될 일이다. 검찰이 이제라도 불명예를 덜 길은 국정원과 검찰 내부를 막론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신속하게 진실을 밝혀내는 것뿐이다. 검찰은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지역·민족 사이 갈등 고조와 외세의 개입 등으로 복잡한 국면을 맞고 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성숙한 대처가 중요한 때다. 러시아와 미국, 유럽연합 등 관련국들은 분열을 부추기지 말고 평화적 해법 마련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지금 관심의 초점이 되는 곳은 러시아계가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데다 러시아 흑해함대가 주둔하고 있는 크림자치공화국이다. 러시아가 수천명의 병력을 투입해 크림자치공화국의 주요 시설을 장악한 것은 잘못이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동의하지 않은 병력 투입은 사실상 침공에 가깝다. 러시아군의 크림반도 주둔이 두 나라 사이의 협정에 따른 것이라고 하더라도 많은 병력을 주둔지가 아닌 곳에 배치한 것은 불법일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즉각 주둔지 바깥의 병력을 철수하기 바란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물러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의회와 과도정부를 장악한 친서방 세력에 두려움을 가진 크림자치공화국이 친러시아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림반도에 있는 우크라이나군 병력 다수도 크림자치공화국 쪽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게다가 크림자치공화국은 사실상 독립을 지향하는 자치 확대 여부를 두고 오는 5월 주민투표를 치를 예정이다. 지금은 지역·민족 갈등이 크림반도를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크라이나 정국을 주도하는 과도정부와 의회는 사태의 엄중함을 직시해야 한다. 나라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고 적극적으로 국민 화합을 꾀해야 한다. 러시아의 제2공용어 지위를 박탈하기로 한 의회의 법률 폐지안에 대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2일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적절한 결정이다. 다른 나라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나친 개입을 삼가야 한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4일 서둘러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은 친러시아 세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특히 군사기구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까지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위험하다. 과거 서방 나라들이 본의든 아니든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악화시킨 사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1500자 칼럼] 노모(老母)의 깊은 뜻은

● 칼럼 2014. 3. 4. 13:39 Posted by SisaHan
한밤에 하릴없이 집안을 맴돕니다. ‘정신이 멀쩡한 엄마를 요양원에 보낸다.’ 고. 막내 동생의 울음 섞인 한마디가 가시처럼 박혀서 편치 않은 하루를 보낸 끝입니다. 이런 밤은 차라리 어둠이 편할 것 같아 실내등을 끄니 전나무 숲 그림자가 마루 깊숙이 들어와 앉았었군요. 현란한 전등불 아래 감춰졌던 초롱초롱한 달빛이 발길을 창으로 이끌어갑니다. 
쭉쭉 뻗은 전나무 숲 끝에 이제 막 솟아오른 보름달이 저를 내려다보고 있군요. ‘설은 나가서 쇠어도 보름은 들어 와 쇤다.’는 정월 대 보름달을 우러르니 고향, 고향집, 그리고 연로하신 어머니가 그대로 떠오릅니다. 
근데 웬일인가요. 고향집 문설주가 파르르 떨리며 고향도 어머니도 휘청거려 보입니다. 모두 떠난 빈 둥지를 외롭게 지키시던 어머니, 기력이 쇠하여 이젠 더 버틸 재간이 없다고 하십니다. 항상 뒷모습만 보였던 못난 자식은 어머니가 안 계실 고향, 고향집이 여간 당혹스럽지 않습니다.
 
연로한 어머니의 마지막 거처를 위해 고국의 오남매는 연일 머리를 맞대었나 봅니다. 합리적인 사고의 아들들은 최신의 의료시설을 갖춘 요양원에 모실 것을 고집하고 비합리적인 딸들은 부족하지만 자식들이 모셔야 한다는 의견이었지요. 하지만 냉철한 이성과 허물거리는 감성 사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어머니의 노환은 요통, 허리통, 관절통 할 것 없이 깊어져 갔고요. 보다 못한 어머니는 아들들의 손을 들어주었다는군요. 
자손들의 화합을 위해서라면 아무려면 어떠리, 하고 내리신 결정이었겠지요. 열외에 있는 저는 이 소식을 접하곤 가슴이 무너져 내립니다. 평생 자식들 위해 헌신하신 어머니,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육남매에 둘러싸여 울고 웃으며 보내고 싶다는 속내는 왜 감추셨는지요. 아니, 노모의 깊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저희들이 모두 바보 멍텅구리입니다. 긴 세월동안 지극 정성으로 할머니를 모시던 당신의 모습을 보며 자란 우리들인데, 왜 그때의 영상은 끊어져 버린 걸까요. 인생을 통 털어 육친의 정이 가장 절실한 시기에 타인에 의한 어머니의 요양원 생활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 옵니다.
 
한동안 부러운 마음으로 지켜보던 옆집 서양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연로하여 의식불명 된 친정 부모님을 널싱 홈에 모셨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곧바로 아버지를 집으로 모셨습니다. 아무리 의식이 없는 부모지만 마지막 길을 타인에게 맡기는 게 자식 된 도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한 분 돌아가시고서야 알게 되었답니다. 자신도 여러 가지 병을 달고 살면서 아버지의 숨이 멎는 날까지 이동식 침대를 뒤뜰로 향하게 하고 옆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신문을 읽으며 마음의 대화를 나누던 그녀가 참으로 위대해 보였습니다.
어머니! 육신이 기울어진다하여 정신까지 놓으시면 안 됩니다. 셋째가 어머니의 곁을 지킬 때 까지 조금만 더 힘을 내세요. 기억 떠올리기는 최고의 명약이랍니다.
 
어머니, 그때를 기억하시는지요. 그날도 오늘처럼 정월 대보름 밤이었지요.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전, 동네 아이들과 보름맞이 놀이를 위해 뒷산으로 갔습니다. 온 동네를 돌며 모은 삭정이며 널빤지들을 얼기설기 맞대어놓고 성냥을 긋는 순간 치솟는 불꽃을 보며 모두 박수를 치며 환호하였지요. 하지만 전 동생들과 불꽃 유희에 열중해 있다가 아랫동네 아이들이 걸어오는 싸움 돌에 맞아 머리를 깨트리고 말았습니다. 흘러내리는 피를 손으로 감싸며 집으로 달려가던 때의 두려움과 어머니를 봤을 때의 안도감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큰 차이였습니다. 어머니의 손길로 말끔해진 전, 달밤의 아름다움을 다시 알게 된 어린 시절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신이며 우주이신 어머니, 부디 쇠락의 길을 조금만 늦추십시오.

< 임순숙 - 수필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에세이스트’로 등단 >

 
한국수자원공사가 기획재정부에 최근 제출한 ‘정상화 이행계획’에서 정부의 재정지원과 물 요금 현실화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4대강과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 사업 과정에 들어간 빚이 너무 많아 자구노력만으로 해결이 어려우니 국민 세금으로 지원해주든지 물 요금 인상을 허용해달라는 것이다. 환경파괴 논란과 국민적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리하게 4대강 사업 등을 추진하다 빚의 수렁에 빠진 수공이 마침내 국민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음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수공이 감당할 수 없는 빚에 허덕이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 정부 때 강행한 4대강 사업과 경인아라뱃길 사업을 떠맡은 뒤부터다. 수공은 4대강 사업비 8조원과 경인아라뱃길 사업비 약 2조원을 대부분 금융부채로 조달했다. 이에 따라 두 사업 시작 전인 2008년에 2조원가량이던 수공의 부채는 지난해 말 약 14조원으로 7배나 껑충 뛰었다. 수공의 매출과 이익 규모로 볼 때 14조원에 이르는 부채는 스스로 감당할 없는 수준임이 분명하다. 2011년 이후에는 영업이익으로 금융부채에 대한 이자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게 됐다. 정부가 4대강 사업에 들어간 부채의 경우 이자를 대신 내주고 있는 실정이다. 경인아라뱃길 사업 또한 물류와 관광 수요가 애초 기대에 훨씬 못 미쳐 부채 누적의 위험을 안고 있다. 이대로 가면 빚으로 빚을 메워야 하는 악순환의 늪에 빠질 게 뻔하다.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스스로 해결할 수 없게 된 공기업은 결국 국민에게 부담을 안긴다. 해당 공기업을 파산시킬 수는 없는 현실 때문에 국민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빚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수공은 국민 부담을 요구하기 전에 부채가 급증하게 된 배경과 원인부터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고 사죄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책 당국자는 물론 수공의 전·현직 경영진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비정상의 원인을 제거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하게 차단하는 것이야말로 공기업 정상화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