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천안함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할 때

● 칼럼 2014. 3. 31. 16:39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서해 바다를 지키던 해군 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지 26일로 네 돌이 된다.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 사건의 여파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좋든 싫든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고 이 사건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이 사건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북한이 잘못을 인정하고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북쪽 국방위원회가 1월 군사적 적대행위 전면 중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중대제안을 내놓은 직후 ‘진정한 남북관계 발전’의 전제로 이 사건 해결과 핵 포기를 위한 실천적 조처를 제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핵 문제는 여러 나라가 관련된 사안이어서 당장 남북 관계와는 연관성이 약하다. 결국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되는 등 남북 관계가 풀리는 듯하면서도 제대로 진전되지 않는 데는 천안함 사건 처리 문제가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천안함 사건 두 달 뒤 남북 사이의 인적·물적 교류를 전면 중단한 5·24 조치의 완화·해제 여부가 초점이 되고 있다.
 
천안함 사건은 완전한 해결이 쉽지 않은 사안이다. 북쪽이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고 한결같이 주장하고 있어 이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를 받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시 정부는 외국 인사까지 참여시켜 조사를 벌여 천안함이 북쪽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국제사회를 완벽하게 납득시키지는 못했다. 천안함 사건의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으며, 정부 발표에 의문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기존 입장만을 고집하는 것은 남북 관계 개선을 포기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금 나진(북한 함경북도)~하산(러시아 연해주) 물류 사업에 대한 우리나라 대기업의 참여 등을 추진하면서 ‘5·24 조치의 예외’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이런 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하나의 해법은 북쪽이 과거 남북 사이에 있었던 여러 사건에 대해 포괄적으로 사과 또는 유감 표명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연평도 포격과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남북은 이명박 정부 말기의 비밀접촉에서 이런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완전한 진실은 언젠가 드러날 것이다. 남북 사이에 미해결로 남은 사건이 적지 않지만 이것들이 남북 관계의 큰 흐름을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5·24 조치 완화·해제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성립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사설] 성범죄자 감싸는 군의 후진적 성 인식

● 칼럼 2014. 3. 31. 16:38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성범죄에 대한 군의 인식과 대응이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부하 여성장교를 성추행해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혐의를 받는 노아무개 소령 사건에서 군 관계자들이 보인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가해자 편에 서서 성범죄자를 감싸려 드는 태도가 문제다. 군 검찰과 군 법원을 관할하는 육군 법무실장은 24일 ‘노 소령이 피해 여성장교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보도는 소설’이라고 주장했다. 노 소령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는 비판에 대해 해명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피해 여성장교의 유서나 일기를 봐도 성관계 요구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 여성장교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석 달 전인 2013년 7월12일의 업무용 컴퓨터 메모와 일기를 보면, 노 소령이 ‘성관계를 하고 싶다’는 암시를 반복적으로 전달하고 피해자가 그런 말에 치욕감을 느낀 모습이 확인된다. 피해 여성장교의 친구도 재판에서 “노 소령이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피해자의 하소연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군 당국은 엄연한 증거도 외면한 채 가해자 편만 든 것이다. 성범죄는 고통을 받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엄격한 잣대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 그런 원칙과는 정반대였으니 군 당국 스스로 성범죄를 가볍게 여긴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군 간부가 가해자에 대한 선처를 유족들에게 종용하기도 했다. 노 소령의 소속 부대 부사단장은 지난해 10월 피해 여성장교의 유족들에게 ‘여성장교의 영혼이 노 소령을 풀어주라고 했다’는 황당한 말을 했다. 고소를 취하하라는 뜻은 아니었다지만, 성범죄자를 용서해달라는 것 외에 달리 해석할 도리가 없다. 군의 조직문화가 성추행이나 성폭력에 온정적인 탓에 이런 태도가 빚어졌다면 더 큰 문제다. 성폭력에 대한 군의 인권 감수성이 이 정도라면 군내 성범죄를 막기는 어렵다. 실제로 노 소령은 피해 여성장교 말고도 여러 여군 장교와 부사관들에게 반복적으로 성적 모욕을 가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무 제지나 죄의식 없이 그런 행동을 계속하다 보니 이번과 같은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겠다.
군은 이번 일을 계기로 성범죄에 대한 안이한 인식을 일신해야 한다. 시늉뿐인 성범죄 대책도 정비해야 한다. 군은 문제를 억지로 덮고 축소하려 들 게 아니라, 고장 난 인식과 대책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1500자 칼럼] 장님과 코끼리

● 칼럼 2014. 3. 23. 15:42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코끼리 한 마리 얼마나 
다른 모습 가지고 있는지
길다란 코, 부채같은 귀, 
줄같은 꼬리, 기둥같은 다리,
 
당신 손으로 더듬어 만져본 
코끼리가 코끼리라고 
가슴을 닫고 눈을 감은
자신과 옆사람에게 외친다.
 
코끼리는 코가 손이고
기둥같은 다리로 걸어다녀도
코끼리의 눈물을 보았는가
배가 고파 울지만 아파도 운다.

  ‘장님과 코끼리’, 옛날 동화책에서 읽은 이야기다. 
장님들이 서로 다른 부분의 코끼리를 만져보고, 코끼리가 어떻다고 자기 나름대로 만져 본 부분을 이야기한다. 
다리를 만져 본 사람은 코끼리는 기둥 같다고, 꼬리를 만져본 사람은 줄 같다고, 몸통을 만져본 사람은…,
우리는 두 눈을 뜨고있지만, 사물을 판단할 때, 자기가 본 부분만, 또는 알고 있는 사실만 가지고서 전체를 말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생각해본다. 극히 일부분, 그것도 직접 만져본 부분이 아니라 누가 말한, 다른 사람이 발표한, 한 부분을 가지고 마치 그것이 전체인 양, 단정을 내리고 말을 한다.
 
특히 해외에서 살면서 국내 사건을 두고 말할 때, 누가 발표한 몇 마디 말로, 신문 기사나 인터넷 상에 떠도는 이야기를 근거로 모든 것을 단정한다. 누가 말을 하면 그 말의 앞과 뒤를 분석해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중에 뽑아낸 한 두 마디 말로 전체를 판단하는 것이다.  
사실 전체를 다 듣고서도 판단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일인데, 우리는 너무 쉽고 빠르게 생각없이 판단을 내리고 단정을 짓는다. 나 자신 그런 사람 중의 하나다. 굳이 일부분이라도 확인해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또 모르는 사실을 알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가지고 있는 좁은 상식에 의한 편견으로 대부분의 일에 미리 단정을 내린다. 그리고 그 단정을 변호하기 위해, 비슷한 사실들을 끌어 모으는 식이다. 
모든 것은 알고 있는 것만큼 보인다는데, 그렇다면 사실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극히 좁은 셈이다. 특히 이곳 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보는 시야가 상당히 좁아졌음을 느낀다. 어딘지 모르게 제한된 생활을 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근시안이 되었다고 할까? 자신의 하루 생활권에 벗어난 일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리고 이민자여서 그런지 만나 대화하는 사람의 범위가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
 
정치나 사회적인 현상의 실체가 눈앞에 보이는 코끼리를 보듯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특히 정치에서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못할 말 없는 것이 정치인의 말이다. 그들은 대중들의 표로 자리를 얻기에, 어떤 술수를 써서라도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편이 되게 하여, 선거에 있어 자신을 찍도록 만들어야한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정적을 깎아내리기 위해 온갖 음해를 할 것이다. 정치란 권모술수라는 것을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말해왔다. 어느 정치인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은 만들어낸 신화가 아닌가 의심해보아야 한다. 그들의 말과 행동은 고도로 계산된 것일 수밖에 없다. 
사실 떠나와 살면서 모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일일이 관심을 가질 수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 일에 관심을 가질 때,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어느 일부분을 놓고, 그것이 전체인양 생각하고 말하는 실수를 저지르지는 말아야겠다.

< 박성민 - 소설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동포문학상 시·소설 부문 수상 >


[사설] ‘반칙 종편’ 퇴출커녕 면죄부 내준 방통위

● 칼럼 2014. 3. 23. 15:39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편파·막말 보도로 지탄을 받아온 종합편성채널(종편) 3사가 재승인 심사를 사실상 통과했다.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회가 <TV조선> <채널A> <JTBC> 등 종편 3사와 보도채널 <뉴스Y>에 대해 재승인 심사를 한 결과를 보면, 모든 사업자가 재승인 통과 기준점인 650점 이상을 얻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종편 사업자들이 재승인 심사 때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뒤 조건을 달 수 있다며 의결을 이틀 뒤로 미뤘으나, 형식 절차에 불과해 결과가 바뀌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결국 ‘반칙 종편’에 정치적 심사를 통해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종편 심사위원회는 전체 15명 가운데 친여 성향이 아닌 심사위원은 3명뿐일 정도로 보수 편향으로 구성돼 처음부터 불공정 심사 우려를 낳았다. 아니나 다를까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다.
종편 중에서도 특히 채널A와 TV조선은 ‘5.18 북한군 침입설’ 등 몰상식한 보도로 시민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또 채널A는 2011년 출범을 앞두고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방송 허가를 받았다며 지난해 검찰에 고발당했고, 3년간 주요 주주 변경을 금지한 승인 조건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위반 사항이 재승인에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종편들이 보도 편성 비율을 대폭 올린 것을 묵인해준 사실이다. TV조선은 애초 25%였던 보도 편성 비율을 향후 5년간 40%대에서 시작해 점차로 줄이겠다고 사업계획서에서 밝혔다. 종편들은 사업 계획 약속을 지키지 않고 지나치게 많은 보도 편성을 해 방통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는데, 이번에 사업계획서를 통해 아예 종편이 아니라 편파 보도채널을 하겠다고 노골적으로 선언한 셈이다. 다양한 편성을 통해 시청자를 위하겠다는 종편 출범의 본래 취지를 깔아뭉개는 행위다. 그런데도 이런 사실에 눈을 감았다.
 
지난 3년 동안 종편이 보여온 반언론적 행태는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최근에도 채널A 등 일부 종편은 안철수 의원과 야당을 근거 없이 비판하는 극심한 편파보도를 쏟아냈다. 종편을 둘러싼 상황이 이러한데도 방통위가 종편 재승인을 강행한다면 선동적 언어로 여론몰이를 하는 막말·편파 방송을 계속 허용하겠다는 뜻으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 판사 출신 방통위원장 내정에 이어 방통위의 존재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