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 먼저 통일하세요

● 칼럼 2014. 3. 15. 15:18 Posted by SisaHan
박근혜 대통령이 연초에 ‘통일대박’론이라는 큰 의제를 꺼낸 후 이산가족 상봉, 남북 고위급 접촉이 시도되는 등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 국무회의에서는 또다시 통일준비위원회 설치를 강조하였다. 그는 독일방문 일정 등과 결합해서 통일에 관한 또 하나의 회심의 카드를 내놓을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사회복지 영역에서 사실상 공약을 지킬 수 없는 한계를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돌파하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 야당이나 반정부 세력이 평화·통일을 주장하면 ‘종북’으로 공격을 당해도 박 대통령이 이야기하면 극우세력도 달랠 수 있으므로 장차 박 대통령이 미-중 교류를 통해 데탕트를 이끈 닉슨과 같은 역할을 하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특히 지난해부터 박 대통령이 유라시아 철도 연결 프로젝트 등을 통한 경제적 이익을 주로 강조하기는 하나, 디엠제트(DMZ) 평화지대 구상을 밝힌 적이 있고, 부쩍 ‘분단 70년’을 강조하는 점을 보면, 그동안 지난 민주정권과 운동세력이 추진해온 평화통일의 ‘가치’까지도 어느 정도 낚아챈 것 같다.
 
물론 통일대박론은 사실 국내용인데,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국제변수, 곧 정전협정이 엄존하고 미국이 일본을 지원하면서 동아시아에 더 적극 개입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마당에 통일은 남북한 지도자들의 의지 밖에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덮어버리고 있다. 그리고 이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한번 성사시킨 것 외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진전시킬 어떤 구체적인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직은 ‘말’에 머물고 있다.
통일 의제는 너무 인화성이 크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새로운 카드를 내놓을 경우 우리는 어떤 통일, 왜 통일인가라는 물음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남북 단일 경제권 수립은 더 말할 필요도 없는 절실한 사안이다. 실로 더 중요한 것은 장기 경제 효과를 포함한 정치적 결과다. 단순한 국가연합 수준의 낮은 수준의 통일이라고 하더라도, 남북 간의 적대가 종식되고 남북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다면, 미국의 동아시아 정치군사 개입의 명분이 약해지고, 일본 극우세력의 입지도 크게 약화시키는 등 동아시아의 정치경제 지도를 바꿀 것이다. 더 나아가 서구 콤플렉스에 시달려오면서 오히려 서구 자본주의의 단점만 과도하게 수입해온 동아시아를 새 문명의 주체로 거듭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분단은 서구 근대의 극단적 충돌 현장이며, 한반도는 근대 문명의 쓰레기장이기도 하기 때문에, 국가연합과 같은 낮은 단계로 통일이 진행되더라도 결국 국가를 새로 만드는 작업, 사회의 판을 새로 짜는 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통일은 경제적 동기로 출발하더라도 ‘한반도 경제 활력 이상’의 심대한 정치사회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통일 과정에서는 내부의 ‘적’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주민을 겁주고 권력을 누려온 남북한의 두 적대적 공존 세력이 뒤로 물러나야 한다. 북한의 세습전체주의도 설 자리가 없지만, 북한과 적대를 빌미로 만들어진 남한의 모든 법·제도·기관이 없어지거나 변해야 한다.
박근혜의 통일론이 과연 내적으로는 자기 살을 도려낼지도 모르는 이런 통일까지 추진할 비전과 의지를 담고 있을까? 그리고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할 배짱이 있을까? 지금까지 행동과 말로 봐서는 전혀 아니다. 남한 내의 심각한 갈등을 건너뛰는 통일은 불가능하다. “남북통일 미루시고 대한민국 먼저 통일하세요.” 국정원 공작 피해자의 유서에 많은 당부가 담겨 있다.

< 김동춘 -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


검찰이 10일 국가정보원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국가정보원의 간첩혐의 증거조작 사건을 밝혀내기 위해서다.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따져 50년 역사에서 세 번째 압수수색이라고 한다. 겉으로만 보면 검찰의 수사 의지를 평가해줘야 할 상황인데, 안을 들여다보면 씁쓸하기만 하다.
지난달 14일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사건의 증거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검찰은 “위조일 리 없다”며 국정원을 감싸고돌았다. 이틀 뒤엔 기자회견까지 열어 위조 의혹이 불거진 문서 3건은 모두 중국 정부기관이 발급한 것이라고 했다. 수사 초기 결정적인 한 달을 흘려보낸 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철저한 검찰 수사와 국정원의 협조”를 지시하자 그제야 압수수색에 착수한 것이다. 한 달이나 시간을 벌었는데 증거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을 범죄인이 어디 있겠는가. 뒷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정원이 갖다준 문서가 위조됐는지 의심할 만한 계기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검찰은 그저 법원에 전달하는 배달부 노릇만 했다. 검찰은 지난해 국정원이 문서를 전달하기 전 외교경로를 통해 문서를 요청했다가 중국 쪽으로부터 “발급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 두 달 뒤 국정원이 바로 그 문서를 검찰에 냈다. 검찰은 자기들이 정식 외교경로를 통해 얻지 못했던 중국 공문서를 국정원이 어떻게 입수했는지 확인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위조된 것임을 알면서도 검찰이 수사를 진행했다면 국정원과 함께 증거조작의 공동정범이 되거나 최소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위조된 걸 몰랐다면 검찰은 대공사건에서 국정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받아쓰기 수사’만 해온 무능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셈이다.
 
검찰은 이미 국정원이 벌인 일을 뒤처리하다가 깊은 내상을 입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검찰총장이 쫓겨나고 수사팀이 징계를 받았다. 검찰은 국정원의 하인이 아니다. 검찰 내부에서도 “더 이상 국정원에 끌려가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정원을 계속 비호하다가는 검찰의 존립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 결국 검찰이 살 길은 철저한 수사와 진실규명뿐이다.
자살을 시도한 국정원 협력자 김씨는 국정원이 고정적으로 관리한 비중 있는 인물이고 국정원 특수활동비에서 자금이 지원됐음을 알 수 있다. ‘윗선’이 알았을 개연성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 윗선이 어디까지 올라가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증거조작에 연루된 대공수사팀은 물론 대공수사를 지휘하는 국정원 2차장과 남재준 원장이 문서 위조를 알았는지, 이후에 보고받지는 않았는지 밝혀야 할 대목이다.


[사설] 한-캐나다 FTA, 철저히 검증해야

● 칼럼 2014. 3. 15. 15:16 Posted by SisaHan
한국-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11일 두 나라 정상회담을 통해 타결됐다. 두 나라 협상 대표들끼리는 무려 9년 가까이 밀고 당기는 지루한 협상이 진행되었다는데 정작 중요한 국내 의견수렴 절차는 거의 밟지 않았다. 경제적 영향 분석작업은 이제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앞뒤 순서가 뒤바뀐 졸속타결이다.
한-캐나다 협정의 의의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두 나라 간 무역 및 투자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가 누리집에 올린 설명 자료는 사뭇 다르다. 구체적인 근거와 추정모형까지 제시하며 경제적 기대효과를 자세히 설명한다. 우리 정부는 2009년 4월 중단했던 캐나다와의 협상을 4년7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갑자기 재개했다. 이후 공식 실무협상은 단 한 차례 열고 협상을 타결했다. 이 과정에서 공청회 등 국민 의견 수렴 절차는 생략했다. 협상 진행 상황과 관련해 국회 보고도 없었다.
 
정부가 캐나다와 협상을 서두른 것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를 염두에 둔 것으로 짐작된다. 미국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TPP 협상에 대해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관심 표명’을 선언했으나 아직 협상 상대국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TPP 협상 당사국들과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을 서둘러 맺어 지지세력을 넓히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지난해 12월 오스트레일리아에 이어 석 달여 만에 캐나다와 협상을 타결했으며 뉴질랜드와도 협상이 진행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TPP 협상은 우리 정부 의지나 요구가 반영되기 어려운 단계까지 이미 진행됐다. 당사국들 간 개별 협상은 거의 마무리됐으며, 협상 타결 여부는 사실상 이를 주도하는 미국과 일본에 달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TPP 참가를 추진하려면 국내영향 분석이나 의견수렴 절차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 졸속 타결된 한-캐 협상이 바로 그 방증이다.
 
자유무역협정은 두 나라 사이의 상품과 서비스 교역 장벽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분야의 법과 제도까지 통합하는 것이다. 국민경제와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며, 특히 우리나라는 헌법에 따라 협정을 특별법으로 인정하는 만큼 수십 가지 법령까지 자동으로 수정해야 한다. 이처럼 중요한 협정을 정부의 밀실 협상으로 마무리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비준 동의안이 넘어오기 전에라도 국회가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문제가 발견되면 재협상도 요구할 수 있어야 통상주권을 가진 나라의 국회 모습이다.


[1500자 칼럼] 봄은 오는가?

● 칼럼 2014. 3. 10. 17:13 Posted by SisaHan
진짜 금년의 겨울은 왜 이런지 모르겠다. 작년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얼음 폭풍(Ice Storm)이 몰아쳐서 토론토를 암흑 천지로 만들더니 날씨는 어느 때보다 추웠다. 거의 영하에서만 왔다갔다 하고 어떤 때는 영하 20도로 내려가기도 하고 뉴스에서는 한국은 영상 15, 6 도라고 하는데 여긴 아직 영하 10도에서 헤맨다. 지난 주간에는 장례식까지 있어 하관예배를 드릴 때는 모두 코가 빨개질 정도로 추운 날씨였다. 
내가 이민을 온 게 75년도였는데 그 때도 정말 추웠고 늘 눈 속에서 살았다. 그러다가 온난화란 말이 나오면서 눈도 드물어졌고 날씨도 그렇게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또 온난화설에 양극의 빙산이 녹는다 하여 어떤 면에서는 추위는 그대로 있어 빙산이 녹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그 추위와 눈바람에 슬슬 넌더리가 나고 있다.
몇 년 동안 캐나다의 겨울 같지 않은 눈이 없는 포근한 날씨에 아내가 예전의 캐나다의 설경이 그립다고 노래를 했는데 그 그립다는 눈이 폭설로 바뀌고 쉼 없이 쏟아지는 눈에 질리기도 했다. 집 앞의 눈을 치우기도 힘이 들자 아내가 회개(?)했다. 이렇게 될 줄 모르고 내가 공연히 옛날의 겨울 어쩌고 하며 떠들었구나 하고.
 
그런데 아직도 춥다. 어느 날 함께 동역하는 정목사님이 내게 “봄은 언제 옵니까?”하고 물었다. 나 또한 글쎄 할 수밖에 없었다. 여름 겨울 두 계절 밖에 없었던 캐나다. 언제부터인가 사계절이 있었는데 올 겨울은 옛날 캐나다의 날씨 같아 봄을 기대하기는 아직 어렵기 때문이다.
과연 봄은 오는가? 물론이다. 조금만 있으면 한 두 달만 있으면 계절의 움직임은 틀림없이 봄을 오게 하고야 만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옛사람에게도 동일하여 대춘부를 쓰기도 했다.
어느 분의 글에 “산은/ 산대로 첩첩 쌓이고/ 물은/ 물대로 모여 가듯이// 나무는 나무끼리/ 짐승은 짐승끼리/ 우리도 우리끼리/ 봄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다.”하고 썼다. 봄은 이처럼 누구나 기다린다. 그것도 겨울이 추울수록 더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이 추운 겨울 봄 타령을 하는 것은 오늘의 기독교회가 너무나 혹독한 추위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이나 TV에서 오르내리는 목사와 교회들의 이야기를 읽고 들을 때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누구를 탓할 것이 아니다. 교회의 잘못된 관행이나 태도 부정적인 이미지로 교회는 과거 어느 때 겪지 못한 겨울을 지나고 있다. 책임은 교회와 목회자 그리고 성도들에게 있다.
 
목회자의 눈으로 볼 때 이 겨울은 너무 춥고 또 앞으로 얼마나 길게 주어질른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상에서의 봄은 달력과 계절의 바뀜과 함께 틀림없이 돌아오지만 교회가 기다리는 봄은 달력과는 상관없다. 그러나 봄은 온다. 그것은 바로 성령의 바람이 불 때 나타나는 역사이다.
성령의 바람이 불면 얼음짱 같은 우리의 마음이 녹으면서 하나님 앞에 바로 서려고 할 것이며 과거의 잘못된 일들을 뉘우치는 통회의 역사가 일어날 것이다. 문제는 아직까지도 성령의 뜨거운 바람이 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대춘부가 교계에 있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추운 겨울을 탓하지만 말고 하나님의 마음이 교회를 향해 훈풍을 주시면 얼마나 감사하랴.
진정 봄을 기다린다. 계절의 봄이 아닌 기독교의 부흥을.

< 김경진 - 토론토 빌라델비아 장로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