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많이 왔습니다. 창문너머 이웃집 지붕도 하얗고 집 앞의 길도 하얗고 저 건너 나무도 하얗고 세워둔 차도 하얗습니다. 밤이 되고 기온이 떨어져 내린 눈이 살짝 얼어붙을지도 모르겠네요. 아침에 나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손이 시립니다. 찬바람 맞으며 차창에 얼어붙은 얼음을 긁어내고 눈을 치울 생각 때문이겠지요. 겨울이 낭만적이기는 합니다만 쌓인 눈을 치우는 것은 그리 낭만적인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거의 자정이 다 되어 가는 시간에 몇 자 글을 쓰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서걱서걱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에는 옆에서 책을 읽고 있던 아이들이 내는 소리라고 생각하고 고개를 돌려서 쳐다보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쓰던 글을 멈추고 가만히 귀 기울여 보니 소리는 창밖에서 들려옵니다. 꼭대기 층에서 창을 열고 내다보았더니 소리 없이 내리는 눈 아래서 제설업체 직원들이 눈을 치우고 있었습니다. 이 늦은 시간에!
누군가는 포근한 잠자리에 들어서 행복한 단꿈을 꾸고 있을 때, 누군가는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씻어내고 내일을 기대하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누군가는 먼 나라의 공주를 구하려고 불을 뿜은 용과 싸우는 기사의 용감한 이야기를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때, 누군가는 고요히 기도하며 하루를 돌아보거나 거룩한 말씀을 새기며 깊은 묵상으로 들어갈 때, 누군가는 골똘히 생각하며 또박또박 하루를 일기장에 담아낼 때.
그렇게 모두가 자기를 위해 시간을 가꾸고 있을 그 때 얼어가는 눈을 서걱서걱 긁어내고 소금을 뿌려 아침이 미끄럽지 않도록 길을 여는 사람들. 그러고 보니 그 분들은 이른 새벽에도 그렇게 길을 내고 있었습니다. 새벽기도회를 위해서 교회 문을 열기 위해서 일찍 나간 새벽에도 너른 주차장 한쪽으로 설산을 만들고 있었고, 걸어야 하는 좁은 길을 말쑥하게 열어가고 있었습니다. 별들도 깜빡이며 졸고 태양은 코를 골고 있는 밤 같은 새벽에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를 접으며 포근하고 따뜻한 곳에 몸을 뉘일 때 김을 내 뿜으며 땀 흘리며 길을 열고, 많은 사람들이 일을 내려놓고 깊이 잠들어 아늑함을 마음껏 누리고 있을 때 분주하게 움직이며 길을 여는, 남들과 다른 시간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세상과 다른 길을 여시고 다른 길을 걸으신 예수님 생각이 났습니다. 모두가 평탄하고 넓은 길을 찾고 오르는 길을 찾을 때 좁은 길을 여시고 내려가는 길을 여신 예수님.
사람들이 캄캄한 세상의 밤이 혼돈과 흑암인줄도 모르고 그 안에서 평안을 구하고 잠을 청할 때 빛을 가져오신 예수님은 캄캄한 하늘 아래에서 십자가로 생명의 길을 여셨습니다. 사방이 고요하고 바람에 날리는 눈마저 숨죽여 흩어지는 오늘 밤에 말없이 서걱서걱 길을 내는 사람들의 어깨 너머로 예수님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말없이 수고하고 땀 흘리며 섬기며 사랑의 수고를 다하는 여러분들의 어깨 너머에도 예수님의 미소가 보입니다. 샬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지난해 12월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손원제 | 논설위원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는 지난해 7월26일 <문화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제 아내는 (저한테) 정치할 거면 가정법원에 가서 이혼도장 찍고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후에도 몇번 “아내가 정치 참여에 아주 질색했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바로 그 2주 전인 7월12일 김건희씨는 ‘서울의소리’ 이아무개 기자와 통화하면서 “나는 기자님이 언젠가 제 편 되리라 믿고, 나 진짜 우리 캠프로 데려왔으면 좋겠다. 진짜 우리가 좋은 성과 이루면서 (…) 사회정의 구현하는데 같이 노력해도 좋을 것 같아”라고 했다.
‘우리 캠프’로 영입하고 싶다, 이게 정치 참여에 질색했다고 한 사람이 한 말이 맞나? 물론 남편의 대선 출마가 결정된 뒤 ‘이왕 하기로 한 거 열심히 돕자’고 마음을 바꿔 먹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윤 후보는 그 5개월여 뒤인 12월22일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부인은 언제 등판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등판) 계획은 처음부터 없었다. 제 처는 정치하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고 답했다. ‘주요 의사결정이나 정치적 결정에 대해 부인과 상의하나’라는 질문에는 “잘 안 한다. 나하고 그런 얘길 안 하기 때문에 (아내가) 섭섭하게 생각할 때도 있다”고 했다. 여전히 김씨는 정치를 싫어하고 상의도 잘 안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사이에 김씨는 이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나한테 그런 거(선거운동) 좀 컨셉트, 문자로 보내줘. 내가 이걸 좀 정리해서 우리 캠프에 적용을 좀 하게”, “우리 남편한테도 다른 일정 같은 거 하지 말고, 캠프가 엉망이니까 조금 자문 같은 거 받자, 이렇게 할 거예요. 담주부터 그렇게 할 거야”(7월21일). 정치 현안과 관련해선 ‘김종인이 (총괄선대위원장) 수락했네’라는 물음에 “원래 그 양반이 오고 싶어 했어 계속. 거 봐 누나 말이 다 맞지”(12월3일)라고 정보력을 과시했다. “홍준표 까는 게 슈퍼챗(유튜브 후원금)은 더 많이 나올 거야”(9월15일)라며 경선 경쟁자를 흠집내달라고 사주했다.
이쯤 되면 헷갈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윤 후보는 정말로 부인의 정치적 행보를 몰라서 저런 말을 했나, 아니면 알면서도 거짓말을 한 건가.
몰라서라면 경우의 수는 다시 두가지다. 첫째, 김씨가 이 기자에게 털어놓은 대로 사실상 배후에서 ‘우리 캠프’를 움직이는데도 윤 후보는 몰랐다. 둘째, 김씨가 이 기자에게 자신의 위상을 뻥튀기한 것이다. 남편이 ‘바보’거나 부인이 ‘허언증’이거나다. 그럴 리야 있겠나. 개인적으로는 알면서 거짓말을 한 것일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게 되는 이유다.
윤 후보가 부인 역할에 대해 ‘동문서답’으로 넘긴 건 또 있다. 지난해 10월 ‘개 사과’ 논란 때, 김씨가 에스엔에스(SNS)팀의 막후 지휘자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윤 후보는 “선거는 ‘패밀리 비즈니스’”라면서도 “제 처는 다른 후보 가족들처럼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아서 오해할 필요 없다”고 피해나갔다.
문제는 윤 후보가 ‘제 아내는 역할이 없다’고 방어막을 친 뒤에서 김씨가 실제로는 영향력을 행사할 때 벌어진다. 이런 인물을 부르는 말이 ‘비선실세’인데, 김씨는 비선실세의 대명사 최순실씨와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최씨야 애초 대통령 옆에 있을 자격이 없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비서관을 부리며 청와대를 무단 출입한 게 발각됐고, 국정농단이 들통났다. 최씨의 존재 자체가 국정농단의 증거였던 셈이다. 그러나 김씨는, 만약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늘 청와대에 함께 머물 자격을 부여받을 존재다. 그때도 윤 후보는 계속 지금처럼 ‘아내는 정치를 질색한다’고 주장할 것이고, 국민들은 김씨가 실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가늠조차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배우자의 대외 활동을 보좌하는 제2부속실을 폐지한다고 ‘비선정치’의 가능성을 봉쇄하지는 못한다. 공개된 ‘비선’ 배우자가 그냥 비선실세보다 더 위험한 이유다.
하물며 김씨는 이 기자에게 특정 언론을 콕 집어 이런 말도 했다. “내가 정권 잡으면 거긴, 하하하, 무사하지 못해.” “얘네들 내가 청와대 가면 전부 감옥에 처넣어 버릴 거다.” 웃으며 한 얘기라 더 오싹하다. 지금이 또 다시 어른거리는 민주공화국의 위기를 차단할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김씨와 윤 후보의 말 사이 간극을 곱씹고, 행간의 진실은 뭔지 묻고 또 캐물어야 한다.
[사설] 추가 공개된 ‘김건희 발언’, 분명한 해명 필요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배우자 김건희 씨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이른바 ‘7시간 통화 녹취파일’과 관련해 <열린공감티브이(TV)>를 상대로 낸 방영금지 가처분신청에서, 서울중앙지법이 19일 “사생활 부분을 제외하고 방송해도 된다”고 결정했다. 대선 후보 배우자의 신분과 발언의 공적 성격을 분명히 적시하면서, 서울서부지법이 14일 공개를 금지했던 내용 대부분을 추가 공개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법원이 인용한 김씨의 발언을 보면 하나같이 헌법적·민주적 가치를 부정하는 내용이다. 김건희씨뿐 아니라 윤석열 후보도 이런 발언들에 대한 분명한 해명을 하는 게 마땅하다.
재판부는 “대통령 배우자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며 “김씨의 정치적·사회적 이슈에 관한 견해, 여성관, 정치관, 권력관 등은 유권자의 투표권 행사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논문 및 각종 학력·경력·수상실적 표절·왜곡·과장 의혹 등도 유권자의 공적 관심 내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봤다. 결혼 전 사생활 의혹도 “기업, 검찰 간부 등과의 커넥션, 뇌물수수 의혹 등과 얽혀 국민의 관심사가 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새로 공개된 김건희씨의 발언을 보면, 앞서 <문화방송>(MBC)이 공개했던 내용보다 더욱 충격적이다. 김씨는 일부 언론사를 지칭하며 “내가 청와대 가면 전부 감옥에 넣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보복의 방안으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놀랍다. “한동훈 (검사장)하고 연락을 자주 하니 제보할 것이 있으면 대신 전달해주겠다”고 한 대목은 검찰 고위직에게 단순한 친분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해왔음을 암시한다. 한 검사장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이던 시절 최측근이었다. 윤 후보는 부인의 이런 행동을 모를 수가 있었던 건지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
김씨가 무속에 심취해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윤 후보 주변에 무속인들이 계속 등장하는 것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국정에 무속이 개입했던 폐단을 이미 박근혜 정부 때 똑똑히 봤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다. <한겨레>는 윤 후보 장모 문제를 제기한 정대택씨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이 철회되는 과정에 김건희씨가 개입한 정황을 녹취록을 근거로 취재해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이것 또한 대단히 심각한 사안이다. 철저한 진상 규명이 뒤따라야 한다.
김종인, 김건희에 불쾌감…“말을 너무나 함부로 한다”
“저런 언행이 대통령 부인 적합하겠냐는 여론 만들어”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21일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7시간 통화 녹취록에서 자신을 거론한 것에 대해 “그 사람이 말을 너무나 함부로 하다 보니까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나”라고 불쾌감을 내비쳤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잘 아시다시피 내가 사실은 선대위에 선뜻 참가하려고 했던 사람이 아니다”라며 “무슨 거기에 보면 잔칫집이니까 오고 싶었을 거라고 그런 얘기가 났는데 나는 그 사람이 그게 말을 너무나 함부로 하다 보니까 이제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나? 이렇게 본다”고 말했다.
앞서 공개된 김씨의 통화 녹취록에서 김씨는 김 전 위원장 합류에 대해 “원래 그 양반이 오고 싶어 했어 계속. 그러니까 누나 말이 다 맞지?”라며 “본인이 오고 싶어 했어. 왜 안 오고 싶겠어? 여기가 자기 그건데. 먹을 거 있는 잔치판에 오는 거지”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김씨가 ‘정권 잡으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얘기를 했다. 일반 국민이 ‘과연 저런 언행을 하시는 분이 사실 대통령의 부인으로 적합하겠느냐’ 하는 여론을 만드는 잘못을 일단 저질렀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느냐 안 미치느냐는 누가 단적으로 얘기할 수가 없고 결국은 국민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지 않나”고 평가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이슈와 관련해 “안철수 후보의 지지도가 18% 이상까지 올라가지 않으면 단일화 얘기가 그렇게 이뤄지기 힘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20%에 육박하면 보수 지지층의 단일화 압박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고 “윤석열 후보나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 압력에 의해 단일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안 후보는) 이렇게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해정 기자
법원, 서울의소리 '김건희 통화' 공개 대부분 허용
"공개로 얻게 될 공공이익이 우월"…사생활 관련·제3자 대화 녹음만 금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자신과 이명수 씨의 '7시간 통화' 녹음을 공개하지 못 하게 해달라며 유튜브채널 '서울의소리'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대부분 기각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김태업 수석부장판사)는 21일 김씨가 서울의소리를 상대로 낸 방영금지·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만 인용하면서 대부분 내용의 방영을 허용했다.
방영이 금지된 내용은 ▲ 공적 영역에 관련된 내용과 무관한 김씨 가족들의 사생활에만 관련된 발언 ▲ 서울의소리 촬영기사 이명수 씨가 녹음했지만 이씨가 포함되지 않은 타인 간의 비공개 대화 등 2가지이며 나머지는 방영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김씨가 제20대 대통령선거의 예비후보자인 윤석열의 배우자로서 언론을 통해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공적 인물이고 대통령의 배우자가 갖게 되는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그의 정치적·사회적 이슈에 관한 견해와 언론관·권력관 등은 유권자들의 광범위한 공적 관심사로서 공론의 필요성이 있는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김씨의 결혼 전 유흥업소 출입과 동거 의혹 등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사생활에 연관된 사항이 일부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 문제는 기업, 검찰 간부 등과의 커넥션, 뇌물수수 의혹 등과 얽혀 이미 각종 언론에 수차례 보도되는 등 국민적인 관심사가 돼 있어 단순히 개인적인 사생활에 관한 사항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씨의 음성권, 명예권, 인격권, 사생활의 자유 등이 일부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공개함로써 얻게 되는 그보다 우월한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했다.
전날 열린 심문기일에서 김씨 측은 "서울의소리가 친여 성향 유튜브 열린공감TV와 사전 모의했다"며 "정치 공작에 의해 취득한 녹음파일이므로 언론의 자유 보호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취재윤리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녹음파일의 내용 자체는 김씨의 발언을 그대로 녹음한 것으로서 조작되지 않았다는 점이 기술적으로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씨가 기자 신분을 밝힌 상태에서 대화를 시작했고 대화 내용이 주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보이는 이상 언론·출판의 자유 보호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오로지 사생활에 관한 내용에 대해서는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하고 현저한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며 김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으며, 이씨가 녹음한 타인 간의 비공개 대화는 "누구든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씨 측은 사적으로 나눈 이야기를 이씨가 동의 없이 녹음해 불법이고, 통화 내용이 공개되는 경우 인격권에 심각한 피해를 보게 된다며 서울의소리 등을 상대로 방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3.9 대선이 끝난 후에 한국 국내는 물론 해외에 사는 많은 동포들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것 같다. 국적을 가지고 있어서 직접 투표를 한 ‘재외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투표권이 없는 한인들도 만나는 사람마다 깊은 한숨에 탄식들을 쏟아 놓는다. 왜 그렇게들 아파하는가?
선거가 워낙 치열한 접전이어서 다들 신경이 곤두선 승부였다. 차라리 표차가 컷다면 덜했을지도 모른다. 겨우 0.73%포인트 간발의 차는 그만큼 극적인 충격과 실망을 패자 측에 안겼을 수 있다.
하지만 아예 승자들 얼굴을 쳐다보고 싶지도 않다는 사람들, 그들이 희희낙락하는 TV화면이나 유튜브, 뉴스도 보지않겠다고 꺼버린 사람들, 심지어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례가 없었던 후유증이고 트라우마다.
어차피 선거란 다수결의 원리를 따르는 것이요, 단 1표로도 승부가 갈리고, 거기에 승복하는 게 민주주의의 원칙이며 아름다운 전통일진대, 패자가 즉시 승복선언을 했음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심적 고통이 유례없이 강한 이유는 무엇인가. 차라리 TV화면도 뉴스도 안보는 게 낫겠다고 할 정도의 충격 여진(餘震)을 본다면, 단순한 초접전 패배나 간발의 표차 때문이었다는 풀이만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개표결과에 따르면 해외에 있는 국민들이 참여한 재외선거는 승자와 패자에게 3.6대6 정도로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 살고있는 동포들과 주재원, 유학생들의 평균적 판단으로는 승자에게 3.6점, 패자는 6정도의 점수를 주었다는 이야기다. 재외선거 결과가 가장 합당하고 정확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내의 격한 선거마케팅 소용돌이에 휩싸였던 혼란스런 시각보다는 좀더 객관적이고 차분한 시야의 평가였다고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숲 밖에서 숲 전체를 볼 수 있고, 장기판의 훈수자가 판을 더 잘 읽듯이, 매사가 한걸음 떨어져 보면 윤곽이 더 선명해 보이는 이치다.
선거 와중에 양측은 상대후보 이력과 행적을 놓고 엄청난 양의 비난과 공격을 가하고 또 받아쳤다. 믿거나 말거나 헐뜯기에 바빴고, ‘인격살인’도 서슴지 않았다. 거기에 ‘되치기와 물타기, 덮어씌우기’로 유권자들은 사실인지 아닌지 헷갈렸다. 후보자를 검증하여 정확히 알리고 판단하도록 유도해야 할 언론은 그토록 떠벌리는 ‘알권리’나 ‘정론직필’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자사 이익에 몰두해 편파보도와 눈치보기로 일관했다. 눈과 귀가 가리워진 유권자들은 답답한 나머지 “다 같은 X들, 추잡한 선거판”하며 정치혐오에 기권과 외면으로 피해갔다. 사상 최고를 예상했던 투표율이 77.1%에 머문데서 그 증상을 읽는다.
하지만, 선거를 한두 번 치른 것도 아니다. 한국의 민주주의와 민족의 고난사, 보수-진보의 속성과 정치행적, 그리고 장래 걸어가야 할 공동체의 비전과 국가 사회의 미래상을 잠시만이라도 생각해 본다면, 그렇게 향학열 높은 국민들이 판단 못할 바도 아니다. 무엇보다 후보자가 걸어온 길과 그 주변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면, 아무리 흑색 마타도어로 가리고 덮어씌운다고 해도,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고 해서, 후보자 됨됨이에 대한 분별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물론 투표란 나 개인만의 손익에 앞서 공동체의 유익에 참여하여 함께 누리는 행위라는 인식과 전제가 있을 때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선거결과는 그런 이타적(利他的) 선택의 기대는 한낱 이상론에 불과함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국가미래라는 거시적 안목이나 후보 함량 따지기는 제쳐놓고, 내 재산, 내 이권, 내 권력 챙기기에 매몰된 졸부성향의 세속적이고 이기적인 투표가 판세를 좌우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른바 부촌의 오불관언(吾不關焉) 묻지마식 쏠림이 그걸 말해준다.
불행히도 선거 후 열흘동안 당선자가 보여준 모습은 예상이 맞아 떨어지는 불길한 앞날을 예고해 준다. 이른바 ‘윤핵관’의 권력 핵심등장을 비롯해, 청와대엔 죽어도 들어가지 않겠다는 샤머니즘적 고집불통, 엿새 전에 국방부에 통보하고 건물을 비우라고 했다는 졸속과 군림, 국방본산을 흔들어 놓고 안보 지장없다는 억지, 현 정부와는 한마디 상의없이 수천억 이전을 결정해놓고 예산 내놓으라는 무법과 생떼…,
선거 후 사람들 가슴앓이가 왜 깊고 오랜가. 너무도 뻔했던 자질과 함량에도 표를 던진 손가락들이 한심해서 일 것이다. 후회하며 고통을 감내할 선량한 시민들이 안쓰러워서다. 곳곳에서 무너지고 뒤틀릴 공적 시스템, 뒷걸음질 민주질서와 거꾸로 갈 역사가 안타까워서다.
아무려나 이제 투표자들은 그 선택의 후과를 기다려야 한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가전회사의 구호도 되씹어야 한다. 검증에 눈감고 비리와 의혹을 가짜로 치부했었다면 뽑힌 자의 일탈에 대해 참회하며 공동책임을 져야한다. 사회갈등이 심화하고, 민족간 대립이 격화하거나 국제적 위상이 타격을 입어도 감내해야 한다. 민주주의 역행과 역사 퇴보에 대비해 후손들에게 사죄할 준비를 해야한다!.
고난을 딛고 역사는 진전한다지만, 순간적 방심과 착시의 댓가는 혹독한 법이다. 다만 간절한 소망은 되돌리기 힘든 추락만은 절대 없었으면 하는 것이다.
의혹은 당락에 덮여선 안된다
[한마당 칼럼] 대선 에서 불거진 의혹들은 당락에 덮이면 절대 안된다.
국내외 한인은 물론 세계인의 주목을 끈 한국 대통령선거의 요란한 레이스가 마침내 승자와 패자를 내고 막을 내렸다. 열광도 깊은 탄식도, 이제는 감정을 달래고 정리하며 추스릴 시점이다.
싸움이 원체 격렬했기에 승자든 패자든 충격의 여진이 오래 갈 테지만, 대개는 승리의 기쁨을 누리기에, 혹은 패배의 분노와 억울함을 누르는 데에 만 관심이 쏠려버린다. 모든 게 결판났고 끝나버렸다는 ‘종결의식’이 대중의 뇌리와 심중을 휘감아 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선거레이스 도중 불거졌던 일들에 대해서는 “선거 때면 의례 그런거야”라는 습관적 관용으로 덮거나 묻어버리고, 거론조차 거북해 하며 잊혀지곤 한다. 이긴 자는 권력의 힘으로 뭉개고, 진 자는 유구뮤언으로 삭이는 악습이 되풀이 되는 점도 있다.
선거 때마다 그런 악습의 전통을 잘 아는 자들은 당연히 오직 승리만을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무차별 공격과 선동전에 몰입한다. 자신의 의혹은 극구 부인하며 덮고 상대의 의혹은 부풀려 기를 쓰고 악선전한다. 물타기, 덮어씌우기, 뭉개기, 되치기 등 별별 술수를 총동원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그저 우기며 내질러서 이기면 그만인 사생결단의 기싸움 판이다. 남녀노소 지역불문 맹위를 떨치는 SNS는 그 악폐의 효과적인 첨단병기가 되었다. 유권자들도 선거 때면 늘 그러려니 무신경해져서 사실인지 아닌지, 누구 말이 맞는지 헷갈려 이성은 마비되고 귀중한 표를 감정에 빼앗긴다. 결국은 사회가 답보하고 역사 또한 그만큼 퇴보하니 국가적 손해가 막심하지만, 뒤늦게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랴.
그렇게 ‘승자의 종결’로 덮이고 ‘습관적 관용’에 묻혀온 선거사가 얼마나 나라와 국민 삶에 손실을 끼쳤을지 짐작하기란 어려운 일만도 아니다. 후보자의 중대의혹이 나중에 되살아나 진실이 밝혀지고 징벌에까지 이른 과거 이명박 씨의 BBK 비리처럼 강하게 경종을 울린 사례도 있다.
그런데 이번 선거가 다시 BBK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남겼다. 그런 악습이 되풀이 되는 선거전을 차단해야 한다는 강력하고도 절실한 과제를 던졌다. 설령 당선이 되어도 대통령 취임여부와 상관없이 후보자의 비리의혹과 선거전에 악용한 거짓과 음해, 악랄한 선동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와 규명으로 진실을 가려 당선무효 혹은 탄핵을 강제토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첨예한 대결에서 여러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하나, 이번 선거는 그 도가 지나쳤다. 선거과정에 드러난 수많은 의혹과 비리 사안은 결코 ‘습관적 관용’으로 용납해서는 안될 국가적 해악을 끼칠 심각한 것들이다. 후보자를 급조한데다 그마저 수준미달인 함량을 커버하느라 무리수를 남발한 까닭일 것이다.
이제 선거는 끝났으되, 반드시 사실과 진위를 따져서 응분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냥 유야무야 지나간다면 앞으로 또 다시 반복될 터요 그 정도가 무한 악화할 것이며, 그만큼 정치는 추잡해지고 사람들의 도덕과 가치관은 타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표적 규명 사안은 거의 당락을 좌우한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대장동’건이다. 검찰이 수사하고 당사자의 육성녹음이 나왔어도, 시장 책임인지 사법 부패카르텔의 한탕이었는지, 그야말로 되치기와 덮어씌우기로 뭉개져 버렸다. 어차피 서로가 동의했으니 특검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 거악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후보자 일가의 비리의혹과 권력형 축재의 실상도 낱낱이 밝혀져야 할 중대 사안이다. ‘물타기’와 검찰의 뭉개기로 선거판은 넘겼으나, 앞으로 대통령 후보자의 무자격을 규정하기 위해서라도 명백하게 가려서 범죄와 처벌여부 결론을 내려야 한다. 마찬가지 손바닥 王자로부터 촉발된 후보자 일가를 둘러싼 사이비 무속논란도 실체가 규명돼야 한다. 유세장에서 굿을 한다는 의혹과, 일상사를 무당의 지시에 의존한다는 사람이 국정을 좌우한다면 나라 꼴이 무엇이 되겠는가. 아울러 이단종교로 취급되는 신천지와 통일교가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그냥 넘어가선 안된다.
그밖에도 많다. 온갖 가짜 흑색선전에 동원된 불법 SNS 조직과 댓글 알바 운영 실태, 검찰의 음습한 사찰자료 악용의혹 역시 수사를 통해 밝혀서 처벌해야 마땅하다. 방송토론과 유세장에서 막무가내로 내뱉은 허위사실들의 불법성 여부, 하루아침에 돌변해 배신감을 주며 사퇴한 후보자의 사연과 흑막도 궁금하다. 그리고 대다수 언론은 왜 의혹들을 모른 체 하며 편파와 비호에 급급했는지도, 진상을 밝혀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일국의 최고지도자를 뽑는 선거에서 어떻게 이런 부당한 일들이 횡행하고 덮힌 채 무감각하게 투표를 하고, 왜곡없는 표심이 반영됐다고 말할 건가. 선거가 진정한 민주주의의 축제가 되고, 참된 민의의 대변자를 뽑아 국가사회가 발전하려면 이런 불합리·불의한 일들이 사라져야 함은 물론이다. 따져보면 극한으로 치달은 선거에서 그런 ‘습관적 악습’을 자행한 자들이 바로 원인과 호기를 제공했다. 이들 혐오세력부터 청산하는 작업이 바로 그 해결의 첫걸음이 아닐까.
[한마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실제상황’, 위기구할 한 표
조국을 떠나 사는 우리가 왜 조국의 대통령선거에 관심을 갖고 흥망성쇠 여부에 가슴을 조리는가. 저마다 이유들이 있을 테지만, 역시 ‘뿌리’로 요약되지 않을까. 혈연(血緣)과 민족혼이 우리들 가슴과 뇌리에 스며있고 핏속에 흐르는 때문일 것이다.
세계 각국에 널리 퍼져 사는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놀라운 역량과 단결력으로 막강한 응원군이 된다. 단순히 ‘고향나라’여서 그런가?. 그들은 수천 년 민족의 수난과 이합집산 속에 겪은 쓰디쓴 고난의 경험이 뼈에 사무쳐 있기 때문이다. ‘여호와께 선택받은 민족’임에도 그들은 무려 2천여 년을 찢기고 짓밟히고 흩어졌고, 히틀러에게는 6백만 명이 학살을 당하는 참상을 겪었다. 불신앙과 동족의 분열이 초래한 파멸과 약육강식의 냉혹한 비애를 절감했기에 다시는 그런 악몽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투지로 뭉쳐있는 것이다.
민족사로 보자면 대한민국은 이스라엘 보다는 형편이 나았지만, 일천 번에 가까운 외침(外侵)과 식민의 고통, 내전(內戰)과 분단의 아픔, 그리고 쿠데타와 독재와 학살에 이념대결 등 숱한 고난을 겪었다. 시련 속에 단련되고 강해지련만 아직 그 고난의 경험과 통증이 깊숙이 체화(體化)되지 않은 탓일까.
1백년도 안된 일제치하의 수치와 고통은 잊혀져가며 오히려 미화하는 일도 벌어진다. 전쟁의 참화를 잊은 듯, 선제 타격에 대결과 색깔론이 난무한다. 사찰과 고문 협박의 독재 공포정치를 되살리려는 움직임도 있다. 국가권력을 돈벌이 수단으로 써먹은 자들, 무속측근의 비선권력에 국정이 농락당한 일도 언제 있었느냐는 듯하다. 하기는, 세계를 놀라게 한 2천만 촛불혁명에 동참했던 국내외 동포들의 기억도 벌써 흐릿해져 가고 있으니 무엇을 탓하랴만.
대통령 선거를 눈앞에 둔 지금 걱정스러운 바도 다른 게 아니다. 우리 민족의 기억과 망각이 걱정이고, 고통의 역사가 다시 반복될까 조바심 나고 두려워서다. 근대 들어서만도 동학혁명과 3.1운동, 4.19와 5.18. 6.10 등 실패를 거듭하며 피와 눈물로 수난을 극복한 민족사였다. 이제는 촛불혁명으로 성공의 대로를 열겠지 믿었다. 그렇게 모처럼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데, 어쩌랴! 그마저 ‘도로아미타불’이 되어버릴지 모를 위기를 만나 몸살을 앓고 있다.
70여년 권력을 쥐고 군림하며 영화를 누렸던 작폐세력이 촛불로 입은 중화상을 싸매고 다시 권좌를 노리면서 구태가 되살아나고 있어서다. 친일 반공 독재세력의 후예라는 오명을 씻기는 커녕 버젓이 수구본색을 드러내 철지난 옛 노래를 복창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뿌리깊은 기득권으로 법-언-정-재(法言政財)의 강고한 카르텔을 형성해 진격의 나팔을 불어대고 있다.
건강한 민주주의 국가라면 보수와 진보정치가 양 날개 균형을 이루며 국정운영 실적에 따라 정권이 교대되는 정치시스템을 이룬다. 하지만 보수 같지 않은 보수가 압도하는 기형적 상황에서 정권교대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저 권력놀음에 그치는 것이다.
문제는 태생적으로 정의롭지 못한 한국 ‘보수’의 안중에는 백성의 안위나, 민족의 장래보다 오로지 권력 쟁취만 보인다는 사실이다. 정당의 이름이 바뀔 수도 있겠으나 도대체 몇 차례 개명인지, 전혀 민의와 상관없이 난관돌파의 정략으로만 급조한데서 유독 잦았던 그 속셈이 드러난다.
당내 지도자감은 도태시키면서 항상 밖에서 인물을 조달한다. 아무리 인기영합이라 해도, 검찰중립을 뭉갠 도중하차 총장을 대통령 후보로 세운 졸속부터 영혼없는 무뇌(無腦)정당의 자백 아닌가. 그런데, 인물을 둘러싼 하자는 양파껍질처럼 줄을 잇고 저질함량은 갈수록 태산이다. 국정에 대한 비전이나 철학, 준비도 없을 뿐더러 아는 게 없다. 그런데도 지지율이 높다니 걱정과 염려가 커지는 것이다.
사람이 완벽할 수 없고, 대통령에 도덕군자를 뽑는 것도 아니지만, 몇 가지 단순한 예만 보아도 평균적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된다. 유세장의 굿판 소문처럼 무당과 사이비에 너무 의존한다는 증거들이 나돈다. 본인과 가족의 비리를 덮고 남에게 가혹하다는 전형적 내로남불 소리를 듣는다. 스스로 검찰신뢰를 무너뜨리고도 ‘검찰왕국’을 장담하고 있다. 토론을 꺼리면서 불리하면 거짓으로 공격한다. 그럼에도 공정과 상식과 정의를 입에 달고 산다. 거기에 온갖 악담과 독설에 색깔론 까지 입에 올려 국민감정을 긁고 갈라치기하며 수구회귀의 불안과 위기를 키우고 있다.
재외투표는 이미 진행 중이고, 3.9선거도 코 앞이다. 그렇다. 실제상황이다. 조국이 또다시 회복의 고통을 감내해야 할 어둠의 시대로 갈지, 미래로 전진할지, 민의의 한 표 한 표가 결정한다. 간절한 호소의 외침이 들린다. “동포들이여 깨어나라! 분별의 지혜로 시대와 인물을 가려 역사와 후손 앞에 떳떳한 한 표로 대한민국을 구할 때다”
[신년논설] 위기에 빛나는 디아스포라의 조국사랑 해법
[한마당 칼럼] 분수령에 선 조국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
김종천 시사 한겨레 편집인
캐나다는 2백에 가까운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이 사는 다민족 사회다. 지구촌 곳곳에서 이웃나라들이 적대시하며 서로 치고받고 으르렁대는 현실을 보노라면, 이 나라에 그 많은 이민족이 모여서도 큰 탈없이 서로 품고 어울려 사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크고 작은 차별과 소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국가공동체를 이루어 그럭저럭 잘도 굴러간다. 이웃 미국에 비하면 얼마나 유순하고 너그러운 편인가.
그렇다고 그 많은 국가와 민족 출신들이 이 나라에 완전 동화되어 자기들의 태생적 문화와 색깔을 잃어버리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우리 한국 사람들이 그렇듯이, 저마다 자기들끼리 고향풍습과 전통문화를 지키며 후손에게도 말과 음식을 가르치고 전통 옷을 입힌다. 같은 맛과 정서, 비슷한 얼굴의 은근한 동질성이 구심력이 되고 공통관심사를 이끄는 것이다. 그래서 이민 삶에 매달리면서도 고향사람들 소식에 궁금해 하며 모국의 대소사에 신경을 쓴다.
전세계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의 든든한 ‘뒷배’인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리스가 IMF 체제에 고통당하자 캐나다의 그리스출신들은 고국 돕기에 나섰다. 자국민을 학살한 쿠데타에 미얀마인들은 주모자들을 규탄하고 국제사회에 대응을 호소했다. 시리아 전쟁 난민이 발생했을 때나 아프간 사태 때도 자기 고향사람 더 많이 구해 데려오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아프리카계들은 미국에서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거셀 때 캐나다에서 동조시위에 나섰고, 아시안과 그 친구들은 아시아인 혐오 규탄 캠페인에 힘을 보탰다.
우리 한국 사람들도 그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월드컵 응원 때처럼, 어쩌면 더 극성은 아닌가. BTS·기생충·K한류에 흥이 나고, 손흥민·고진영의 선전에 자랑스러워 한다. 경제·국방력과, 유엔기구가 선진국 공인을 했다는 고국 소식에 뿌듯해 했다. 엄청난 홍수피해가 났을 때 너도나도 성금을 보냈다. 글자그대로 ‘동족상련’(同族相憐)이고 모국 사랑의 발현이다.
역사를 통해 우리는 모국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눈 이민자들의 생생한 발자취를 본다.
삼국시대 백제는 탁월한 문물을 왜국에 전해 준 문화 선진국이었다. 많은 백제인들이 스승나라 사람들로 숭앙받으며 일본 땅에 거주하다 백제가 나당연합군에 의해 갑자기 패망하자, 그들은 왕족인 부여풍 등과 함께 귀국해 부흥운동에 기꺼이 목숨을 내던져 싸웠다.
가까이는 대한제국이 망했을 때, 하와이와 멕시코 등지 한인 이민자들의 애국애족 열정과 눈물겨운 독립운동은 한인 디아스포라 이민사에 훈장처럼 빛난다.
조선 왕국이 기울어진 1902년 최초의 한국인 이민으로 하와이를 향한 인천 ‘내리교회’ 교인들은 101명이 현지에 도착했다. 그 뒤 조국이 망하고 독립운동이 들불처럼 번질 때, 겨우 정착한 한인들은 사탕수수밭 노역으로 번 쌈짓돈을 모아 3·1 운동 당시 3만4,034달러 5센트를 만주 독립군에게 보냈다고 한다. 그후 상해 임시정부에는 하와이 국민회 모금으로 300만 달러가 넘는 거액의 독립자금을 전했다. 1905년 멕시코에 속아서 건너가 ‘애니깽’(Henequen) 농장에서 비참한 노동에 시달린 한인들, 그리고 쿠바로 탈출해 정착한 코리안들도 임시정부의 독립자금 후원자 명부에 올라있다.
이들 미주 한인들은 모국 기근 구제성금, 독립신문 후원금, 광주학생 후원금까지 보냈고, 단체들을 만들어 직접 독립투쟁에 뛰어들기도 했다.
새해를 맞으며 모국 사랑의 장광설을 늘어 놓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설령 싫어서 떠나왔고, 잊고 살겠다 결심했어도 뼈와 살에 스며있는 디아스포라의 ‘피와 물’을 속이고 덮을 수가 있겠는가. 모국이 쇠하면 부끄러워 주눅들고, 흥하면 나 한사람도 절로 흥이 솟는 게 부인할 수 없는 우리들의 속성이다. 이 시대 해외 이민자로 사는 우리 모두 모태를 향한 귀소본능(歸巢本能)을 저버릴 수 없는 숙명을 안고 살진대, “이왕지사 사랑이라면” 조국에 선하고 의로운 영향력을 끼치며 사는 게 현명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올해 한국에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해외거주 국민을 위한 재외선거 예산 수백억원을 투입해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중앙선관위 직원이 파견나와 애타게 등록을 권한다. 하지만 오는 8일 마감을 앞두고 전체 대상자의 겨우 10%선만이 유권자 등록을 한 상태라고 한다. 아직 90%는 투표참여에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다.
모국 참정권 부여의 필요여부는 논외로 치고, 일단 주어진 권리라면, 그리고 형제 자매가 사는 고향 땅이 염려되며 애정이 있다면, 내 소중하고 비싼 한 표가 의미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 보다 당당한 권리의 선택으로 조국의 공의로움과 흥성을 북돋우는 수고쯤이야 뭐가 그리 어렵겠는가.
올해 모국 대선은 실로 중차대한 국민적 선택의 기로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뽑힐 새 지도자가 중요한 것은, 그가 이끌 5년이 나라의 도약과 정체 혹은 퇴락을 가름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만큼의 반열에 오른 국가적 함량과 수준을 더 끌어올리느냐, 아니면 일개 중진 권위주의국으로 후퇴시킬 것이냐를 국민의 한 표 한 표가 결정한다. 감옥에 간 전직 대통령들이 그걸 입증해주었다. 브라질이 이른바 합법적 검찰쿠데타로 대통령을 쫒아내고 보소우나루라는 극우 망나니 지도자를 대통령으로 뽑은 이후 쇠락을 면치 못하는 양상 역시 대표적인 사례다.
한인 이민사 초기 미주동포들의 애절했던 독립운동처럼, 캐나다 동포들도 이미 40여년 전 조국의 민주화를 열정적으로 성원했던 값진 족적이 살아있다.
반세기를 넘긴 캐나다 이민사를 빛내고 그 선배들의 업적을 기릴 뜻깊은 일들을 나부터 주변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소소한 것 같지만 캐나다 삶의 비교 경험을 나누고 전해주는 것도 유의미한 일이다.
가령 ‘교통신호 절대 준수와 음주운전 엄벌의 관행’에서 부터, “무상의료가 좋아 보이지만 한국 의료체계가 부러운 이유”라든가, “‘세금폭탄’ 운운 말고 세금 많이 내 혜택을 누리라”, 또 “COVID-19 봉쇄 대신 넉넉한 지원으로 피해가 적다”…. 좀더 나아가면 “일제에 부역한 자가 아니면 어떻게 친일후예가 되어 일제 때가 좋았다고 감히 떠드나?.” “민주주의를 향유하면서 군부독재 무리들을 편 들 수가 있단 말인가.” “여야가 대립해도 너 죽고 나 살기 식 막말과 발목정치는 없다” “종교인들이 친일과 독재정치를 미화하고 극우정당을 만들어 성조기를 흔들다니 참 불가사의다” “본인과 가족비리로 재판받는 후보의 흥행이란 상상못할 일이다,” “민족 통일의 대화가 필요한가, 대결과 전쟁을 불사해야 하나”….
이런 담론은 맹목을 깨우치고 모국 사람들과의 대화에 도움이 될 상식과 보편의 재료가 아닐까.
올해가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한다. 흑호(黑虎)는 정상적인 개체가 아닌 근친번식 반복으로 인한 DNA 돌연변이의 일종이라니, 어쩌면 세태의 비정상과 위험 도래의 신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는 한국의 대선판, 정치판을 보면서, 한국 호랑이의 용맹과 호쾌한 기상 이면에 그런 비정상의 야누스적 일면을 보는 듯한 감이 들어서다. 제발 온 겨레가 하나되어 ‘기형 호랑이’가 아닌 비범한 위용의 호랑이 해로 장식하기를 소망한다.
그런데 우리 조국만 기로에 선 것이 아니다. 세상은 새해에도 암울하다. 상서로움의 기대와 달리 코로나19 팬데믹 2년여, 우리 주변을 맴도는 오미크론의 위세는 불안을 더해준다. 기후변화와 폭증하는 자연재난, 미-중 대결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충돌의 위기, 차별과 불평등의 심화 등 인류 모두와 바로 우리에게, 호혜상생(互惠相生)의 지혜를 요구하는 변곡점이 마주해 있다.
조국에도, 글로벌 공동체에도, 우리 한 사람 한사람의 선택과 분별로 그 활로를 열어가야 할, 깨어서 행동하는 열정의 시대정신이 절실한 때다.
올해는 시사 한겨레가 어려움 속에 16살로 자란 해, 미운 정 고운 정으로 감싸 주신 은혜와 사랑에 감사드리며, 삭풍을 헤치고 청년의 기백으로 전진할 수 있도록 변함없는 성원을 부탁드려 마지 않는다.
지난 한 해는 변종바이러스의 확산에도 팬데믹에 적절히 대응하여 각종 정책들을 시행한 결과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연말이 되면서 오미크론이라는 신종 변이바이러스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다시 크게 확산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새해에도 이 바이러스가 얼마나 더 확산될 것인가에 따라 각종 경제변수들과 경제정책들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는 새해 경제의 핵심 이슈인 물가, 금리인상, 펜데믹에 따른 공급망문제 등을 중심으로 새해 경제를 살펴 보고자 한다.
지난 해 세계 경제는 각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팽창적인 통화정책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였으며 캐나다 경제도 2020년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회복하여 지난 해엔 5%이상의 높은 성장을 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경제가 회복되면서 물가도 크게 올라 캐나다 물가는 2020년 0.7%에서 지난 해에는 5%정도 상승하였고, 유럽과 미국도 5%~7%의 높은 상승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물가가 급등한 배경은 지난 해 유가가 2배이상 오르는 등 에너지 가격이 전반적으로 50%정도 인상되었고,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각종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서비스 업소 및 제품의 공장폐쇄, 선박, 트럭 등 유통 관련 배송망이 붕괴되어 원자재나 부품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없었던 것 등에 기인하고 있다.
반도체 칩의 공급부족으로 세계 자동차 생산업체들은 큰 어려움을 겪었고, 캐나다도 부품공급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량이 수십 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하면서 주요 자동차 공장이 있는 온타리오 경제는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 특히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엄격한 코로나 규제정책을 시행한 결과 도시봉쇄, 직장폐쇄 등으로 공급망이 완활하지 못했고, 더욱이 미국이 중국의 상품수입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한 것도 물가상승에 기여하였다. 또한 북미지역의 주택가격도 20% 내외의 큰 상승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상승을 주도 했던 유가는 주식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쳐 지난 해 캐나다와 미국의 주가를 각각 17%, 24%씩 상승시키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 에너지 분야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각국 정부는 물가 목표를 2%수준으로 정해두고 엄격하게 관리 하고 있다. 금리가 2%라고 해도 물가가 3%라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로 되고, 임금이나 다른 소득들도 물가가 높아질수록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임금인상 등 관련분야로 연쇄적으로 파급되기 때문이다.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등하고 있는 물가를 보고 캐나다에서는 지난 해 G7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통화공급을 줄이는 테이퍼링 정책을 시작하였다. 이어 금리인상을 언제부터 시작할 것인가를 지켜보고 있다.
암울하고 불편한 소식들만 들리는 가운데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연방정부가 펜데믹이 발발한 이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막대한 재정지출을 한 결과 3280억달러까지 큰 폭으로 불어 났던 연방예산적자가 지난 해에는 경제회복 등에 힘입어 1450억달러로 크게 감소했고 올해에는 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최근 급반전되어 확산되고 있는 코비드사태가 언제까지 얼마나 더 악화될지에 따라 새해 경제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견되는데, 최근 확산되고 있는 오미크론 변종바이러스는 전파속도는 기존보다 크게 빠르지만 치사율은 매우 낮다는 점이 불행중 희망적인 소식이다. 향후 백신보급이 크게 확대되어 부스터 백신접종까지 할 수 있게 되고 바이러스 치료제가 본격적으로 보급될 경우 금년 하반기 부터는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러한 요인들을 감안해 볼 때, 캐나다는 건전한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을 위해 빠르면 금년 2/4분기 늦어도 금년 하반기 부터는 경제상황을 점검하면서 금리를 인상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는 현재의 0.25%에서 연말에는 1% 내외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펜데믹 전개와 금리전망이 예상대로 전개 될 경우 유가를 비롯한 물가는 상반기까지는 상승세를 보이다가 하반기부터는 붕괴되었던 공급망이 복구되면서 물가상승세도 꺾여 안정단계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경제는 하반기 부터는 펜데믹상태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회복세로 전환되어 작년보다는 다소 낮은 4%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