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의 횃불

● 칼럼 2022. 1. 11. 02:57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최근 ‘멸공 논란’을 빚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갈무리.

 

김남일ㅣ사회부장

 

관심을 가져주면 안 되는 대상이 있다. 이제는 사회문화적 연구 대상이 된 관심종자, 줄여서 관종이 분명할 때다. 어그로 끄는 것이 뻔한데 관종이라 비웃으면 당사자는 오히려 좋아한다. 그게 바로 좌와 우, 진영을 가리지 않고 창궐하는 관종이라는 종의 특징이다. 관종은 외부 시선을 먹고 산다. 관종 행태에 ‘좋아요’를 눌러주는 이들뿐만이 아니다. 관종은 자신의 언행을 두고 부들부들 떠는 사람들로부터도 만족을 얻는다. 너희들이 나를 어쩔 건데라는 심리가 깔렸다. 정치적 지분이 아닌 돈을 특권과 자랑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관종이 될 때 특히 그러하다. 이러면 정말 약이 없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그간 행태를 상식 있는 사람들이 무시한 이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재벌 3세의 관종 행태에 ‘묻고 더블로 가’ 외치기 전까지는.

 

세습으로 취업하는 재벌 3세가 관종을 ‘부캐’에서 ‘본캐’로 삼았다. 짜증은 시민과 주주 몫, 뒤치다꺼리는 신세계 직원 몫이다. “난 콩 상당히 싫다” “콩콩콩콩 콩콩콩”. 멸공의 횃불을 높이 든 1968년생 재벌 3세 부회장이 이런 유치한 글을 인스타그램에 쓰고 있다. 세계 8대 무역국이 된 한국 재계가 다 같이 부끄러워해야 할 수준이다.

 

기업 가치를 총수 이익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제지 등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그의 이런 관종 행태를 그럴듯하게 포장해왔다. ‘마케팅을 위한 철저히 계산된 행보’라는 평가는 그나마 회계장부 테두리 안에 있었다. 장난처럼 보였던 “공산당이 싫어요” 발언이 표현을 바꿔가며 거듭된 뒤로는 짐짓 한국 최대 수출국인 중국 리스크를 언급하기도 했다. 대신 ‘재벌 총수의 이례적 정치적 발언’ ‘과감한 소신 발언’이라며 추켜세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과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정치 4류, 행정 3류, 기업능력 2류’ 발언과 “콩콩콩”을 슬그머니 견주기도 했다. 언론의 질소충전식 과대포장이 더해지니 떨어지는 지지율에 멸치 허리나 콩깍지라도 잡고 싶은 윤석열 후보가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덥석 집은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개+사과도 했는데 멸치+콩이 대수겠는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멸공 구호를 옹호하는 발언이 마지막으로 나온 것은 1988년 1월이었다. “그간 공공건물에는 승공, 반공, 멸공 등 구호가 많이 나붙어 있었다. 그런데 현재 이러한 구호마저 우리 사회에서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마저도 전두환 정권 말기 민정당 의원이 내지르는 단말마에 불과했다. 불과 1년 뒤 본회의장에선 “시대착오적 멸공통일론을 고창하는 극우단체들이 준동하는 현실”을 질타하는 대정부 질문이 나왔다.

 

관종을 자처한 정용진 부회장이야 그렇다 치자. 정권교체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제1 야당 대선 해시태그가 면책특권 넘쳐나는 여의도에서도 34년 전 자취를 감춘 멸공 구호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노태우·김영삼 정부 때도 안 하던 짓을 지금 2022년 국민의힘이 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를 따라 너도나도 멸공 캠페인에 나선다. 공공건물은 어쩔 도리가 없으니 에스엔에스(SNS)라도 멸공 구호로 도배할 기세다. 정 아쉬우면 정권탈환 목표로 16년 만에 사들였다는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전면에 케이(K)-멸공을 내걸지 못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2006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자기 자식 군대 빼돌린 사람들이 국가안보를 외치고 멸공을 부르짖으며, 독재세력에 빌붙었던 무리들이 민주와 자유를 입에 달고 살아도 그리 신경 쓸 필요 없다. 그저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자극적인 언사만 부각되면 그만일 뿐이다. … 과거도 묻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도 묻지 말고 그리고 왜 집권해야만 하는지도 묻지 말고….”

 

정용진 부회장은 몸무게 1㎏을 초과한 고도비만으로, 윤석열 후보는 눈이 나빠 군 면제가 됐다. 면제 뒤 몸무게는 줄었다. 면제 덕에 사시 공부를 오래오래 할 수 있었다. 누구나 살은 찔 수 있고 눈은 나쁠 수 있다. 군가 ‘멸공의 횃불’은 유튜브에 있다. 1절 육군, 2절 해군, 3절 공군이다. 따라 부르면 입으로만 하는 멸공이 가능하다.

 

‘여가부 폐지’에 ‘멸공 챌린지’, 윤석열 퇴행 어디까지인가 [사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선거 캠페인이 역주와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을 극적으로 봉합한 다음날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논쟁적 문구를 띄운 데 이어, 이튿날엔 대형마트에서 식료품을 사며 느닷없는 ‘멸공 챌린지’에 불을 붙였다. 아무리 급락한 20~30대 지지율을 회복하는 게 시급한 처지라고 하나, 상황 타개를 위한 시도가 무책임하고 졸렬하기 짝이 없다.

 

윤 후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를 올린 건 지난 7일 오후였다. 다음날 기자들과 만난 윤 후보는 ‘여가부 폐지’가 자신의 대선 공약임을 분명히 했다. 여가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던 경선 후보 시절의 공약을 아무런 설명 없이 여가부 폐지로 바꾼 것이다. 그는 공약 변경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현재 입장은 여가부 폐지 방침이고, 더는 좀 더 생각해보겠다” “뭐든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주시길 바란다”고만 했다. 설명할 논리도 근거도 빈약함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윤 후보가 여가부 폐지로 입장을 뒤집은 배경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추락한 청년층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 등에서 요구하는 부처 폐지론을 서둘러 공약화한 것이다. 윤 후보나 국민의힘으로선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이 득표를 위해 유권자 집단의 요구를 수용해 정책공약을 내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청년층이 겪는 어려움과 고통은 출발선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사회정책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의식과 혐오감정에 편승하는 방식이어선 곤란하다. 대체 여가부 폐지로 청년층의 처지를 얼마나, 어떻게 개선할 수 있다는 말인가. 사태의 본질과 무관한 분풀이성 공약은 사회에 파괴적 분열과 갈등만 조장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대형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공개 구매하며 ‘멸공’을 이슈화하고 이를 ‘문재인 정부 심판’과 연결 짓는 캠페인 방식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전통 지지층인 강성보수의 재결집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하지만, 북한과 주변국에 대한 증오를 불어넣고 집권세력에 색깔론을 덧씌우는 시대착오적 캠페인으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행여라도 그것이 재기 있고 발랄한 캠페인이라 착각하는 건 아니길 바란다. 문화선진국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남부끄러운 일이다.

[대선 칼럼] 윤석열의 ‘황당 언행’과 ‘검찰 DNA’

● 칼럼 2021. 12. 31. 03:22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윤석열 국의민의힘 대선 후보가 30일 대구시당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단체인 전국 친박단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하며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박용현 | 논설위원

 

세무서장이 육류업자한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다. 그런데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을 검찰이 6차례나 기각한다. 그리고 세무서장은 해외로 도피한다. 8개월 만에 인터폴에 체포돼 국내로 압송되지만 검찰이 구속영장을 또 기각해 무사히 귀가한다. 검찰은 2년이나 시간을 끌다가 슬그머니 무혐의 처분한다. 세무서장의 동생은 검찰에서 잘 나가는 특수통 검사다.

 

영화에 나와도 비현실적 설정이라고 비웃음을 살 법한 이야기가 대한민국의 현실이었다. 2012년 시작된 이 비현실적 현실은 2021년 12월29일까지 이어졌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은 사건 발생 10년 만에야 겨우 기소됐다. 검찰 내부의 비호세력 없이 이런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은 0%다. 윤 전 서장의 동생인 윤대진 검사장은 당시 대검찰청 중수2과장이었고, 윤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의혹을 받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당시 서울지검 특수1부장이었다. 윤석열은 ‘대윤’, 윤대진은 ‘소윤’으로 불릴 만큼 막역한 사이였다. 그림은 너무도 뻔한데, 대윤·소윤이 윤우진 전 서장을 비호한 의혹은 모두 무혐의 처분됐다.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다. 10년을 흘려보냈으니 오죽하겠는가.

 

‘윤우진 사건’은, 동영상 속 얼굴을 뻔히 보면서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던 ‘별장 성접대 사건’과 더불어 ‘제 식구 봐주기’ 수사의 끝판왕이다. 다양한 법기술과 고도의 뻔뻔함을 발휘해 국민의 공분 속에서도 사건을 덮어버렸다. 국민을 ‘개·돼지’로 보지 않고서는 감행할 수 없는 일이었다. 표적으로 삼은 인물은 수단을 가리지 않고 난도질하면서 제 식구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이중잣대가 검찰의 디엔에이에 새겨져 있는 듯하다.

 

검찰총장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윤석열 후보도 이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윤 후보는 29일 경북 선대위 출범식에서 놀라운 말을 했다. “수사 과정에서의 자살은 수사하는 사람들이 좀 세게 추궁하고 증거 수집도 열심히 하고 그러니까, ‘이게 지금 진행되는 것 말고도 또 내가 무슨 걸릴 것이 있냐’ 하는 불안감에 초조하고 그러다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도 하는 것이다.” 별건 수사로 압박하고 모멸감을 주며 몰아붙여 원하는 진술을 얻어내는 잔인한 ‘수사 기법’을 자인한 셈이다. 그렇게 죽어간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연민이나 자성도 묻어나지 않는다. 그가 검사로서 어떤 태도로 수사에 임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반면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과 재직증명서 위조 의혹과 관련해서는 과거에 그가 수사하거나 수사를 지휘한 신정아씨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씨 사건에서 보여줬던 냉혹함을 찾아볼 수 없다. 장모가 두가지 범죄 혐의로 각각 실형을 선고받은 데 대해서도 남의 일이라는 듯 무덤덤하기만 하다. 정의와 공정, 법치라는 그의 구호가 허망할 뿐이다.

 

검찰과 윤석열 후보는 사과에 인색하다는 공통점도 보인다. 국민이 위임한 검찰권을 잘못 행사했으면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게 당연한 도리다. 그러나 윤우진 사건이든 김학의 사건이든 사과하는 검사가 한 명도 없다. 과거의 수많은 조작 사건, 강압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들도 마찬가지다. 국민을 대신해 권한을 행사하는 공복이 아니라 스스로 권력을 소유한 지배자라는 의식이 깔려 있지 않고서는 이해되지 않는 행태다. 그런 인식이 배어있는 탓인지 윤 후보도 사과해야 할 때 사과하지 않아 물의를 빚는 일이 잦다. ‘개 사과’ 논란에 이어 김건희씨의 대국민 사과도 ‘사과 같지 않은 사과’로 후폭풍에 휩싸였다.

 

그런 윤 후보가 매우 신속하고 전격적으로 사과를 한 대상이 있다. 박근혜씨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 출신인 윤 후보는 정치를 시작하자마자 대구를 방문해 “마음속으로 송구한 부분도 없지 않다”고 하더니 최근 특별사면에 즈음해서도 “대단히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불법행위를 저지른 피의자를 수사해 처벌했는데 미안하다니, 검사로서 자기 부정을 하는 셈이다. 출세를 위해선 알량한 검사의 자존심도 내팽개치고 불의와 손잡던 과거 정치검사들의 굴신이 떠오른다.

 

독재정권이든 부패정권이든 공생관계를 맺어 부역하면서 검찰의 특권을 보장받고 이를 통해 권력과 부를 누린 게 검찰의 폐단이었다. 윤 후보의 요즘 행보를 보면 그런 속성이 뿌리깊게 잠재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반복적으로 독재정권을 미화하고, “토론을 하게 되면 싸움밖에 안 나온다”는 망발로 유권자 국민과 민주적 선출 절차를 비웃는다. 빈곤층과 사회적 약자를 모독하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내놓는다. 민주주의 국가의 대선 후보인가 싶을 정도다. 이런 인물이 검찰총장을 지내고 조직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으니 검찰 조직의 민주적 소양 수준을 알 만하다. 검찰총장이 곧바로 대선 후보가 되는 것 자체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허무는 일이지만 검찰 내부의 비판과 자성은 없었다.

 

검찰의 폐단을 바로잡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인데 윤 후보를 통해 그것이 정치에까지 고스란히 이식된다면, 암담한 일이다.

[목회칼럼] 구유에 누이신 아기 예수

● 칼럼 2021. 12. 30. 03:57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기쁨과 소망] 구유에 누이신 아기 예수

 

송만빈 노스욕 한인교회 담임목사

 

   

    옛날 옛적에, 앞을 못 보는 한 남자가 살았습니다. 그의 유일한 소원은 “한 번이라도 눈을 뜰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원이었는데요. 어느날 이 사연을 부엉이 한 마리가 듣고는 이 사람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파격적인 제안을 합니다.

“아저씨, 난 아저씨의 사연을 듣고 아저씨를 도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찾아왔어요. 나는 밤에만 활동하니까 낮에는 눈이 필요 없어요. 따라서 낮 동안에는 내 눈을 빌려 드릴 수 있어요. 그러나 밤에는 내 눈을 꼭 돌려주셔야 돼요.”

시각장애인은 부엉이의 제안이 믿겨지진 않았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이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눈을 떠보니 정말로 모든 것이 보이는 거예요. 평생 소원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팔짝팔짝 뛰며 눈을 빌려준 부엉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부엉이와 함께 살며, 낮에는 그가 활동을 하고, 밤에는 부엉이가 활동을 합니다. 그런데 몇 일이 채 지나지 않아서 시각 장애인에게 이런 마음이 생깁니다.

“부엉이와 눈을 함께 쓰는 바보가 이 세상에 어디 있나?”  그래서 부엉이가 잠든 낮에 먼 곳으로 도망을 갑니다. 이제 밤이고 낮이고 마음껏 활동할 수 있게 된 그는 자유를 만끽합니다. 하지만 하루 하루 지날수록 이상하게도 그의 시력이 점점 나빠집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아무 것도 볼 수 없게 됩니다.

 

시각 장애인은 힘겹게 부엉이가 있는 집으로 돌아옵니다. 돌아온 그를 보며 부엉이가 이렇게 말합니다. “아저씨! 왜 나를 버리고 도망을 가셨어요. 아저씨가 떠난 이후 눈이 없어서 밤에 사냥을 못했고 그래서 굶고 있었어요. 그 결과 내 눈도 기운을 잃은 거구요.” 가엾은 부엉이는 이 말을 마치고는 숨을 거두고 맙니다. 시각 장애인은 자기 잘못을 후회하며 엉엉 울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욕심 때문에 망했습니다.

 

    올 한해 역시 작년과 똑같이 코비드 19가 우리 삶을 지배했습니다. 일년 내내 마스크를 써야 했고 외출을 자제해야 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사경을 헤맸고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었습니다. 다행히 백신이 나오는 바람에 코비드 19가 진정되어 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한 이후 another wave를 맞이하였고, 12월 들어 확진자 수가 연일 기록을 갈아치웁니다. 이 추세라면 올 겨울에도 또다른 봉쇄 조치가 내려질지 모릅니다. 화이자는 코로나 19가 2024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이 예측이 맞다면 내년 겨울 그리고 내후년 겨울도 암울합니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언제 끝날지도 모릅니다. 이 전쟁에서 변이에 능숙한 적군도 큰 문제이지만, 우리 인간의 욕심이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백신이 남아돌아 폐기하는 부자나라들이 있는 반면, 백신이 없어서 접종률이 한자리 숫자에 머무는 가난한 나라들이 여럿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가난한 나라들이 새로운 변이의 배양지가 되어서 변이 바이러스를 전세계로 퍼뜨리는 것, 궁극적으로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이 빚어낸 결과는 아닐까요?

 

   우리 주님 이 땅에 오신 성탄절입니다. 주님은 웅장한 궁궐이 아닌 허름한 마굿간에서 태어나셨습니다. 만왕의 왕께서 황금 요람에 누이셔도 부족한데, 낮고 낮은 말 구유에 누이셨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늘의 영광과 땅 위의 평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성탄의 의미를 되찾았으면 합니다. 주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 마음을 품었으면 합니다. 욕심은 우리를 망하게 하지만, 낮아짐은 우리에게 영광과 평화를 가져다 줄 겁니다.

“너희가 가서 강보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아기를 보리니 이것이 너희에게 표적이니라 (눅 2:12)”           

[1500자 칼럼] 까미노(Camino) 친구들에게.

● 칼럼 2021. 12. 30. 03:5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칼럼] 까미노(Camino) 친구들에게.

 

임순숙 수필가

 

 

크리스마스를 불과 일주일 여 앞둔 오늘, 이곳엔 온종일 눈이 내렸답니다.

예전 같으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꾸며 즐거워했겠지만 녹록하지 않은 현실 앞에 한없이 마음이 가라 앉는군요. 어느날 갑자기 밀어닥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온전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욕심내기보단 현 상태로 유지되기를 염원하며 자신을 다독였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나라 안팎 소식에 마음이 착잡합니다.

 

눈발이 옅어질 무렵 저녁산책에 나섰습니다. 차가운 눈바람에 간간이 휘청거리긴 했어도 폐부 깊숙이 박히는 상쾌함은 집안에서의 우울했던 기분을 전환시켜 주어 그런대로 좋았답니다. 집집마다 개성 껏 멋을 부린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과 소담하게 쌓인 눈과의 조화로움에 한동안 감탄하다 말고 그 마음조차 깊은 고요함에 함몰되었지요. 가가호호 현란한 불빛은 내걸었지만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라는 새로운 난제에 빠져있을 이웃들의 고뇌가 눈바람 속에 실려오는 듯 했으니까요.

적적한 동네의 길모퉁이에서 홀로 눈을 치우고 있는 이웃 주민을 향해 다소 과한 목소리로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적막을 깨는 그 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거든요. 그리고 우리가 염원하는 2022년 4월의 그 길도 누군가 힘있게 열어주었으면 하는 간절함이 명치끝까지 올라왔습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우리를 향해 손짓하는 공통의 길이 있지요. 쉼 없이 온몸으로 기도하게 하는 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말입니다.

우리들은 그 길 위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우정을 쌓았지요. 나헤라 알베르게에서 미주네 가족과 모처럼 푸짐한 한식으로 석식을 함께했던 어느 저녁, 그리고 아껴두었던 누룽지를 서슴없이 꺼내어 아침 식사를 준비한 Mr. 우 부부의 지극한 배려로 인해 만시야에서의 강행군에 큰 힘이 되었지요. 그런 따뜻한 두 가족 옆에서 우리부부는 어떤 보탬이 되었는지, 돌아보니 늘 부족하여 미안함만 가득하군요.

비, 바람, 추위 등 자연의 온갖 심술을 길 위에서 겪어낸 후, 산티아고 대성당 광장에 우뚝 서던 그날의 감격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런지요.

 

우리 부부는 800 km 프랑스 길을 완주하고 돌아와서 오랫동안 가슴앓이를 했습니다. 병명도 모른 채 그쪽만을 바라보며 한동안 그리움을 키웠지요. 얼마 후에야 그곳을 다녀온 경험자들에 의해 우리 같은 대다수의 사람들을 일컬어 까미노 블루(Camino Blue) 환자라고 불리어진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것은 오랫동안 밖에서 길들여진 길을 일상에 들여놓고 하나의 그리움으로 애닯아 하는 현상을 일컬음이라는군요.  

 

프랑스 길을 다녀 온 일년 후, 우리부부는 ‘까미노 블루’ 환자임을 핑계삼아 여러갈래 순례길 코스 중 가장 어렵다는 북쪽길(El Camino Norte de Santiago)을 택했지요. 더 멀고 더 긴 시간동안 비우고 다스리기를 거듭하며 고행을 자처한 끝에 드디어 까미노 블루에서 벗어나는 해답을 얻었습니다.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실행에 옮기자구요. 그래서 또 거룩한 계획을 세웠답니다. 2022년 4월엔 은의 길( Via de la Plata),  장장 1,000 km 넘는 길에 감히 도전장을 겁니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 르퓌에서 출발하기를 희망하는 Mr. 부부, 언제든 출발 날짜만 알려달라던 미주 아버지, 언젠가 그때처럼 위에서 만나지기를 간곡히 희망합니다.

 

우리모두 코로나 바이러스 라는 난적을 물리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부디 건강하소서.

  

-    까미노: 까미노 데 산티아고( Camino de Santiago)는 산티아고 가는 길을 줄여서 까미노라 함.

-    알베르게: 순례자 여권을 소지한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