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자 칼럼] 감사와 결단

● 칼럼 2011. 7. 11. 12:57 Posted by Zig

최근에 나는 예전에 보았던 영화 지붕 위의 바이올린 연주자를 다시 보았다. 목회의 분주함 때문이라 해야겠지만 어느 영화관이라도 가서 조용히 영화 한 편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낼 수도 없고 또한 요즘 영화는 너무 복잡하고 총소리가 난무하는 것들 뿐이어서 별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못한다. 그래서 나는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면 고전 영화를 찾아 본다. 그래서 ‘상과 하’ 도 ‘자이언트’도 보았다. 나이가 들어 그런지 고전 영화가 템포는 느려도 감동이 있었다.
이번에는 ‘지붕 위의 바이올린 연주자’ 를 보았다. 세월 때문인지 몰라도 주인공의 자녀들이 결혼하는 과정 속에서 부르는 노래 Sun Rise Sun Set 는 감미로우면서도 슬펐다. 해가 뜨고 지는 세월 속에서 우리는 늙어간다는 이야기를 공감하면서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지붕 위에서 한 사람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으로 시작하여 마지막 장면도 유랑의 길을 떠나는 그들의 뒤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그 지붕은 현대의 빌딩 같은 평평한 지붕이 아니고 삼각꼭대기 지붕이며 그 위에서 연주를 하는데 얼마나 위험하겠는가? 잘못하면 한 쪽으로 떨어져 다치거나 죽을 수 있는 위험한 곳이다.

그것은 바로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모세 시대에는 애급에서 종살이를 했고 바벨론 포로 이후 그들은 계속 쫓기고 협박을 받는 삶이었다. 특히 예수를 죽인 민족이라는 멍에를 지고서. 그러면서 유대인 주인공은 역시 과거 조상들이 쫓기는 삶을 살았던 그대로 자신들도 남의 나라에 유랑민으로 사는 아픔을 고백했다. 때로는 그는 탄식한다. 하나님, 이게 뭡니까? 하는 식으로. 그는 괴로웠다. 아팠다. 그래서 그의 탄식은 독백을 하면서도 힐끔힐끔 하늘을 쳐다보며 하나님께 하소연했다. 너무 가난하고 피곤에 지치다 보니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유대인만 그럴까? 한국도 그랬다. 인간의 탐욕 때문에 전쟁이 나고 그 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컸는가? 멀쩡하던 사람이 노예로 팔리고 가족은 흩어지고 가난으로 전락한 이야기들이 어디 한 둘인가?
 이런 이야기는 나라나 민족 가정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교회 역사 속에서도 능히 볼 수 있다. 특히 이민사회에서 교회의 생성과 부침을 우리는 많이 보았다. 그런 것을 보며 나는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있으니 우리 교회가 창립 30주년을 맞았다는 것이다. 우리 교회보다 더 역사가 깊은 교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나 한 교회에서 30년의 세월을 지난 나와 우리 교회 성도들이 대단한 것이다. 한 목사를 30년이나 모셔온 교회와 성도들 또한 한 교회에서 30년의 세월을 지났다는 것이 신기하고 놀라울 뿐이다.
그동안 지난 세월이 어땠는가? 바로 지붕 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한 것과 같았다고 고백한다. 언제 어느 순간 어떤 사건에 휘말려 미끄러지고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얼마나 많았는가?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절로 입에서 감사가 나온다. 오는 7 월 9일에 우리 교회가 30주년 기념 음악회를 연다. 로마에서 독창자들도 모시고. 그러나 중요한 것은 주제다. 목사의 마음을 아셨던 지휘자는 주제를 ‘감사와 결단’ 으로 잡았다. 그것은 지난 세월 교회에 내리신 하나님의 축복을 감사하고 그 은혜를 받은 우리는 이제 다시금 새로운 30년에 대한 각오를 갖자는 마음으로 음악회를 열게 되었다.
그러니 이 기념 음악회는 사람들이 즐기는 그런 음악회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받으실 예배와 같은 음악회라는 생각에서 지휘자와 나는 찬양대는 물론 로마에서 오는 연주자들이 가곡이나 오페라의 아리아를 부르지 않게 하고 오직 찬송 찬양만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계획이다. 비록 우리가 지붕 위와 같은 삶을 산다 해도 하나님이 우리를 붙드시고 지키실 것을 믿는다.

<김경진 - 토론토 빌라델비아 장로교회 담임목사>

한나라당이 4일 전당대회를 열어 홍준표 대표 최고위원을 비롯한 새 지도부를 선출했다. 친박근혜 성향의 유승민 의원이 2위 득표를 하는 등 나머지 최고위원 면면도 많이 바뀌었다. 한나라당이 나름대로 변화를 선택한 결과다. 이제 관심사는 한나라당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개혁과 쇄신의 과제를 실천해 나가느냐이다.
홍 대표는 당선 인사말에서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한나라당에서 비주류 성향의 행보를 해왔다. 지난해 당 서민정책특별위원회를 이끌 때는 꽤 급격한 복지정책 도입을 주장하다가 포퓰리즘 논란을 빚기도 했다. 사회·경제정책 공약에서 과감하게 ‘진보 선회’를 한 유승민 의원이 2위를 차지한 점도 주목된다. 반면 친이 성향 옛 주류는 완전히 몰락했다. 원희룡 의원을 내세워 표몰이에 나섰으나 4위에 그쳤다.

이런 권력지형의 변화는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무엇보다 황우여 임시 지도부를 중심으로 추진해온 기존 정책 재평가 작업이 좀더 힘을 얻을 가능성이 커졌다. 아무쪼록 정책 쇄신 작업을 철저하게 펼쳐, 한나라당이 민심의 요구에 부응해 거듭 태어난다는 평가를 받게 되길 바란다. 특히 임시 지도부 시절의 작업 가운데 실효성과 실행력에 의문이 들었던 점이 적지 않았음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가령 등록금 대책은 반값 공약에 미흡하기도 하려니와 당정 사이에 재정 대책이 조율되지 않은 점이 의미를 반감시켰다.
새 지도부는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이 여전하다는 점도 알아두어야 한다. 무엇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과거의 정책적 오류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 크다.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이다. 완공 단계에 이르면서 부작용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데도 그런 문제를 통절하게 성찰한 후보는 없었다. 홍 대표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중단시키자는 주민투표를 강력하게 옹호하기도 했다. 전당대회를 계기로 개혁과 쇄신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는 동시에, 새 지도부가 도대체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한나라당은 전당대회를 계기로 일단 변화의 신호탄은 쏘아 올렸다. 혹시라도 일시적인 이미지 정치에 기댈 생각을 버리고 진정성을 갖고 정책 쇄신에 나서야 할 때다.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가 국민을 위한 개혁과 쇄신을 제대로 실천해 나갈지 지켜볼 것이다.

유럽연합이 1000만유로 규모의 긴급 구호식량을 북한에 지원한다고 엊그제 발표했다. 1차분이 다음달 북한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북 식량지원 재개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뒤 지원 식량의 군사 전용 여부를 둘러싼 갈등으로 중단된 지 3년 만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올해 들어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온 국제사회가 본격적인 대북 식량지원에 나서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본격화할 경우, 대북 교역·교류 전면 중단을 선언한 5.24 조처는 사실상 효력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이 현지 조사를 토대로 610만명의 북한 주민이 기아상태라며 43만t의 긴급 식량지원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게 지난 3월이다. 5월에 러시아가 5만t의 곡물을 북한에 지원하겠다고 했고, 6월 초에는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한국 정부가 반대하더라도 필요하다면 대북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뒤이어 6월6~17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인도지원사무국의 식량평가단이 북한에 갔다. 평가단에 따르면, 북한의 배급 곡물은 4월 초까지 1인당 하루 400g씩 나오다가 6월엔 150g으로 줄었다고 한다. 밥 1공기쯤의 그 열량은 하루 평균 필요 열량의 5분의 1인 400㎉에 지나지 않는다.
유럽연합은 이번 지원이 5살 이하 어린이, 임신부와 수유중인 산모, 노약자 등 “식량부족으로 죽어가는, 최소한 65만명의 북한 주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매월 400곳 이상의 배급 현장을 무작위로 방문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킹 특사도 이런 전용 방지 조처들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따라서 식량부족을 가장한 위장전술, 구호식량의 군사 전용을 우려해온 정부의 지원 거부 논리는 더욱 설득력을 잃게 됐다. 정부는 지난 3월 민간단체의 인도적 지원 재개를 허용했지만 곡물 지원은 여전히 막았고 물자 반출, 방북 신청도 줄줄이 불허했다. 유럽연합 발표 뒤에도 5.24 조처가 여전히 유효하다며 북의 태도 변화 없이 지원은 없다고 거듭 밝혔다. 이런 완강한 태도가 국제사회의 대북 접근도 막아왔다. 이제 그 벽이 무너지고 있는 중이다. 정부도 국제사회의 이런 흐름을 언제까지나 나몰라라 할 수는 없다. 이제라도 스스로 시대착오적인 5.24 조처의 굴레를 풀어버리기 바란다.

석면은 1급 발암물질로 세계 54개국에서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위험물질이다. 이 때문에 석면이 수출될 때 발암성분의 위험성을 수입국가에 알려 주의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다루는 국제협약이 ‘로테르담 협약’이다. 지난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이 협약의 연례회의에서 백석면과 함께 유해한 세 종류의 농약이 유해물질 목록에 올려질 예정이었다. 수출품의 유해정보를 수출국가가 수입국가에 고지하도록 하는 의무조항이다.
그런데 캐나다 등이 반대하여 석면만 목록에서 빠지게 됐다. 이유는 캐나다가 대규모 석면광산을 갖고 있어 석면을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가 수출하는 석면은 전량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로 수출된다. 그런데 캐나다는 자국에서는 석면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캐나다 노동자와 시민들이 발암물질 사용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경기도교육청이 전국 6개 시도의 유치원과 초·중·고교 100곳을 뽑아서 학교의 석면 사용 실태를 조사했더니 무려 96개 학교의 천장 텍스와 화장실 칸막이 등에서 석면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런 시설들을 이용하는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발암물질인 석면에 노출될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들 학교에서 사용된 석면의 대부분이 바로 캐나다가 수출한 백석면이다. 정부 통계를 보면 1991년부터 2007년 석면 사용이 금지될 때까지 17년 동안 한국이 캐나다로부터 수입한 백석면이 전체 수입량의 60%인 44만t을 넘는다. 석면에 노출되면 폐암과 중피종암 등 치명적인 암과 각종 폐질환을 일으킨다.
이렇게 석면이 위험한 물질이라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졌고 1980년대 초 유럽에서부터 사용이 금지되었다. 그런데 캐나다는 자신들은 사용하지도 않는 석면을 대량생산하여 다른 나라에 버젓이 수출하면서 위험한 물질이라는 사실조차 알리지 않고 있다. 이전에도 알리지 않았고 앞으로도 알리지 않겠다는 것이 지난주 로테르담 협약 회의 결과다.
캐나다 정부는 최근 퀘벡의 신규 석면광산을 허가하고 재정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매년 20만t의 엄청난 발암물질이 추가로 생산되어 전량 아시아로 수출될 예정이다. 가난한 아시아 국가들이 값싼 건축자재를 필요로 하는 점을 악용한 캐나다의 공해수출로 수만명의 아시아 사람들이 각종 공해병과 직업병으로 생명을 잃어왔고 또 잃게 된다.

캐나다에서도 이 문제는 뜨거운 사회적 이슈다. 비윤리적인 정부의 태도에 대해 의료 전문가들과 인권 및 환경운동가들이 ‘죽음의 수출을 멈추라’고 거세게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광산업계를 두둔해온 캐나다 노동계도 석면 수출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국과 일본의 석면 피해자와 유족으로 구성된 아시아대표단이 캐나다 몬트리올과 퀘벡 그리고 수도인 오타와를 방문했다. 아시아 석면 피해자들의 호소가 언론에 소개되면서 그동안 이 문제를 외면해온 캐나다 시민사회와 의료계가 자성하기 시작했다. 국내외 많은 시민들과 단체들이 석면 생산을 중단하라는 항의서한을 캐나다 총리에게 보내는 운동도 전개되고 있다.
캐나다는 한국 사람들에게 깨끗한 환경선진국으로 인식된다. 많은 한국 학생들이 유학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캐나다 정부와 산업계는 석면 수출이라는 편협한 자국 이기주의를 버리고 진정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 캐나다산 석면으로 인해 고통받는 아시아의 많은 석면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사과해야 한다.

< 최예용 아시아석면추방네트워크 부조정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