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터널의 끝은...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전염병의 특성상, 사람의 죽음이 매일 더 해지는 통계의 숫자로 취급 되는 것이 무서웠고, 충분히 대처를 했다면 막을 수도 있는 죽음이라는 사실이 슬프게 했고, 그리고 나 자신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불안하게 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번 일로 살아남은 사람도 변해야 한다. 애초 중국 우한에서 발생했을 때는 난 곧 끝나리라 생각했고, 코로나19가 전세계는 물론이고 미국이나 캐나다까지 크게 퍼지리라곤 생각 못했다. 미국과 캐나다가 이렇게 큰 타격을 입으리라 생각하지 못한 이유는 의료시설과 방역제도가 잘 갖추어진 선진국이라고 막연히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벌써 두 달이 넘었지만 언제 끝날지 확실치 않다. 무엇보다 사태가 장기화 되자 병도 병이지만 경제가 심각한 문제이다. 특히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몇 달 동안 문을 닫아놓을 수 없어 위험부담을 안고서라도 서둘러 끝내기를 원하고 있다.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은 여기 사람들이 자주 쓰는 표현이다. 지금 어둡고 힘들지만, 마치 기차가 어두운 터널 속을 달리고 있듯,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지, 곧 밝은 세상을 본다는 뜻이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이제 곧 터널 밖으로 나갈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두려운 것은 이 터널을 빠져 나간다 해도, 이제는 다른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알던 세상과는 다른, 그 동안 우리가 터널 속에 갇혀 있는 오랜 시간 동안,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소형 자영업자들은, 물론 대형 백화점도 포함 된다, 인터넷 쇼핑의 발달로 점점 자신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사람들의 쇼핑 습관이 직접 가게를 찾아가서 만져 보고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 폰 화면으로 보고 물건을 고르는데 익숙해져 가고 있다. 그것이 시간을 절약하고 편리한 쇼핑방법이 되어 가고 있다. 이번 녹다운 기간을 통해 인터넷 쇼핑은 더욱 활성화 됐으리라 생각한다 이 기간 동안 식당도 많은 타격을 입었다.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가족들과 식사시간을 많이 가졌을 테고 그 장점도 깨달았을 것이다. 이민생활을 하며 이제는 가족끼리 모여 함께 식사를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피자처럼 주문 배달하는 사업이 이득을 보았다. 영화도 굳이 영화관에 갈 필요 없이 Net Flex처럼 집에서 컴퓨터로 다운로드 받아 영화를 보는 것이 더욱 성행했을 것 같다.
직장인들이 집에서 근무하는 재테크와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던 일은 전에도 있던 일이지만, 이번 기회로 많은 기술적인 문제들이 해결되고, 더욱 그 방법이 발달되고 향상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하나의 가능성으로 거론되던 방법들이 어차피 나가야 할 방향이었지만, 이제 눈앞에 현실로 다가온 것 같다.
가장 궁금한 것은 새 시대에 있어서의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이다 “우리는 굳이 만날 필요가 있을까?” 친구 없이, 만나는 사람 없이도 우리는 살 수 있다. ‘페친”이란 말이 있다. 페이스 북 친구, 보통 몇 백 명씩 몇 천 명씩 가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하여 쉽게 만나고 헤어진다. 우리는 페친은 많아지면서 정말 만나는 친구는 줄고 있지 않은가? 친구가 없기에 친구 사귀기가 힘들기에 우리는 인터넷에서 친구를 찾고 있을까? 적어도 우리는 점점 직접 만나는 친구보다 한 번 만날지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는 인터넷의 친구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디.
이제 기차가 터널을 빠져 나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 언제를 모르고, 다시 이차 감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사실이 두렵게 하고 있지만 곧 터널을 빠져나가리라 생각한다. 이 시점에 나는 두렵다. 모르기에 두렵다. 내가 터널 밖을 나가 보게 될 세상이 분명 바뀌었을 테고, 어떻게 변한 모습에 내 자신 적응해 나갈지……
< 박성민 시인,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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