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목소리 내면 ‘엇박자’ 여당 추경논의 제안에도 이견 노출

윤 “소상공인 보상 50조” 공약에 김 “그걸론 부족, 100조대 검토”

 

준비안된 윤석열 ‘후보가 누구냐’

청년 간담회땐 이준석에 답변 미뤄…김종인 “정책창구 원희룡으로 종합”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국민의힘 ‘윤석열-김종인-이준석’ 3두 체제가 딜레마에 빠졌다. ‘킹메이커’를 자임하는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청년층에 소구력이 있는 이준석 대표가 전면에 나서서 ‘정치 초보’인 윤석열 후보를 돕고 있지만 이들의 역할이 도드라지면서 ‘후보가 안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후보가 누구냐’는 얘기까지 나오자 윤 후보가 제 목소리를 키우고 있지만 김종인 위원장의 메시지와 엇박자가 나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당장 코로나19 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둘러싼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의 구상은 논의가 진행되며 이견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을 겨냥해 ”추경을 어떻게 할지 정부와 협상을 해야지 자꾸 야당에 이래저래 이야기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했다. 윤 후보의 50조원 지원 구상을 2배로 올린 100조원 손실보상을 제안한 김 위원장에게 민주당이 추경 협상을 제안하자 “100조원 기금은 윤 후보가 집권했을 때 할 걸 제시한 것인데, 여당 후보와 협상하기 위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며 민주당에 공을 넘긴 것이다. 하지만 윤 후보는 지난 10일 “(추경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여당이 문재인 대통령을 설득해 정부 예산안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 논의는 해야 한다는 윤 후보와 추경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김 위원장이 이견을 고스란히 노출한 것이다.

 

지난 8일 청년문화예술인과 간담회 때는 윤 후보가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 폐지 원인 △공연 대관료 지원 방안 △예술대학 졸업생 진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연신 마이크를 이 대표에게 넘긴 것을 두고 뒷말이 나왔다. 답변을 이 대표에게 미루는 모양새여서 ‘대통령 후보가 이준석이냐’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13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존까지 당에서 해왔던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후보가 저에게 마이크를 넘겨서 기회를 주는 형태였다. 전체적으로 우리 후보는 모든 질문에 답했다”고 윤 후보를 엄호했다. 김 위원장과 이 대표가 ‘정치·정책 초보’인 윤 후보의 약점을 보완해주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대선 후보가 묻히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후보가 안 보인다’는 우려가 크지만 김종인 위원장은 정책 장악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 공개 석상에서 “정책을 각기 다른 창구에서 얘기하면 나중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된다”며 “정책은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이 종합해 한목소리로 나가도록 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 아침 이에 관해 윤 후보와 의논했는데, 윤 후보도 절대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중심으로 한 메시지 단일화를 윤 후보도 동의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선대위 정책본부, 코로나위원회, 후보 비서실 등에서 제각각의 정책이 나가선 안 되며, 특히 후보 비서실의 독자 메시지를 경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선대위 관계자는 “지난 일요일에 후보 비서실에서 공약을 발표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없던 일이 됐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후보 비서실에 조심하라고 경고한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겨레>에 “후보 입에서 뚜렷한 정책이 발표되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매머드급’ 선대위를 꾸리면서 정책 담당자들의 목소리가 일원화되지 못한 것”이라고 짚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김종인 ‘원톱’ 중심으로 한 트로이카 체제가 그만큼의 시너지를 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준비가 덜 돼 엇박자를 내고 있는 모습이 최근 여론조사에도 반영되면서 안정감을 못 주고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격차를 벌리는 데 어려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총선 때는 국민공분에, 대선 때는 남초표심에 붙은 국민의힘

윤석열·국민의힘 ‘엔번방 방지법’ 말바꾸기 보니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지난 3일 저녁 울산시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한 뒤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건과 같은 인권유린 범죄는 우리 모두에 대한 반문명적, 반사회적 범죄라는 인식을 가지고 근본적 대응 방안을 강구하라.”

 

2020년 3월24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엔(n)번방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일자 신종 디지털범죄에 대한 강력 대응을 지시했다. 곧바로 서울중앙지검에 엔번방 사건을 전담하는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티에프(TF)가 구성됐다. 보름 뒤인 4월9일 대검찰청은 처벌 기준을 대폭 강화한 ‘성착취 영상물 사범 사건처리 기준’을 마련해 전국 검찰청에 시달했다. △조직적 성착취 영상물 제작 사범은 가담 정도를 불문하고 전원 구속하고 주범은 죄질에 따라 법정최고형인 무기징역까지 구형한다 △광범위한 피해를 야기한 유포 사범에 대해서는 법정 최고형인 징역 10년 이상을 구형한다 △성착취 영상물을 단순 소지한 사람도 기소한다는 내용이다. 대검은 “성착취 영상물은 지속적인 수요에 따라 공급이 이뤄지는 면이 있으므로 공급자뿐 아니라 소비자에 대해서도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 기존 처리방식만으로는 신종 디지털 성범죄에 효과적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사건처리 기준을 강화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장은 사뭇 달라졌다. 성착취 영상물 유포·소지 통로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 10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엔번방 방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에 대해 “검열의 공포”를 언급했다. “불법 촬영물 유포나 디지털 성범죄와 같은 흉악한 범죄는 반드시 원천 차단하고 강도 높게 처벌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이에 대한 최소한의 조처인 엔번방 방지법을 검열이란 딱지로 무력화할 경우 어떤 방법으로 성착취물 유통을 차단할 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윤 후보는 “통신비밀 침해”라고 했는데, 사적 대화도 아닌 공개된 오픈채팅방에서 이미 불법으로 분류된 촬영물을 걸러내는 것을 통신비밀 침해로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당시 대검찰청이 내놓은 n번방 사건 관련 후속 조처.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이준석 대표는 13일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통신비밀 보장에 위배된다”며 엔번방 방지법 재개정 뜻을 거듭 밝혔다. 앞서 지난 10일엔 엔번방 방지법이 “분노한 여론을 타고 통과된 이슈”라고 했다. 2020년 5월20일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50명이 찬성한 엔번방 방지법에 대해 여론에 편승한 과잉입법이라고 주장한 셈이다. 엔번방 방지법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 중에는 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중책을 맡은 이들이 여럿이다. 김도읍(공동선대위원장), 권성동(종합지원총괄본부장), 윤재옥(후보전략자문위원장), 임이자(직능총괄본부장) 의원 등이다.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 남초 커뮤니티 속 주장을 정치권 공론장으로 끌고들어온 이준석 대표 주장에 윤 후보가 올라타면서 국민의힘 다선의원들은 졸지에 여론에 편승해 마구 찬성표를 던지는 정치인이 됐다.

 

윤석열·이준석 두 사람 행보는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이 내놓았던 “디지털 성범죄와 전면전 선포” 메시지와도 정면 충돌한다. 당시 미래통합당 선대위는 공식 논평을 통해 “왜곡된 성인식이 아이티(IT) 매체와 결합돼 나타난 새로운 사회악” “디지털 성범죄의 엄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제도적 문제”라며 “제2, 제3의 엔번방 사건을 방지할 수 있는 예방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대안으로 “법 개정을 통해 불법영상 제작 및 운영자뿐만 아니라 제작·유포·구매자까지 강력히 처벌하고, 상습 시청자 처벌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미래통합당은 “25만명에 육박하는 엔번방 참여자들 대부분이 아무 처벌도 없이 우리 이웃으로 살아가는 것이 두렵다. 법 개정을 통해 단순 스트리밍이나 시청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재원 희망공약개발단 총괄단장(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맡은 중앙당 총선 공약에는 영상 이용 협박도 성폭력 처벌 대상에 포함시키는 공약이 포함됐다.

 

“검열 공포”를 말하지만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강화된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불법 촬영물 외에 다른 유해 정보까지 유통되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사업자로 하여금 지체없이 이를 삭제하도록 하거나, 유통 방지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김남일 기자

 

새시대위 출범…‘빅텐트’ 구상이나 전·현직 의원 위주에 기존 선대위 조직 중첩

문재인 정부 반대해도 국힘 입당 꺼리는 인사겨냥

최명길·이용호 등 전현직 의원과 전문가 일부 참여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강북구 미아동 미아 4-1 주택 재건축 정비구역을 찾아 현장 설명을 듣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꾸린 새시대준비위원회에 옛 민주당 인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반대하지만 당장 국민의힘에 입당하기는 꺼리는 이들을 위한 ‘빅텐트’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지만, 전·현직 의원 위주에다 기존 선대위 조직과 중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시대준비위원회는 이날 인선·조직 구성을 발표하고 공개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기획조정본부장에는 최명길 전 민주당 의원이, 대외협력본부장에 최근 입당한 이용호 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이 임명됐다. 공약지원본부장은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의 경제 과외 교사로 알려진 왕윤종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가, 지역화합본부장은 김동철 전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맡았다. 미래선착본부장에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비서실장과 대변인엔 각각 임재훈 전 의원과 윤기찬 변호사가 임명됐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이거나 국민의힘과는 무관한 전문가들이 포진한 것이다.

 

공모를 실시한 ‘진상 배달본부’와 ‘깐부찾기본부’ 본부장 인선은 미뤄졌다. 윤기찬 대변인은 “두 개 부서가 다소 전문적이고 기능적인 측면에서 모셔야 해서 인선 작업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변인은 새시대준비위의 공약지원본부나 미래선착본부 등이 기존 선대위 조직과 차이가 없다는 지적에는 “중도와 합리적 진보로 소구하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기존 선대위와 업무상 명칭 내지 부서가 중첩되는 것일뿐 대상 업무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장나래 기자

 

국힘, 전봉민 · 윤상현 당협위장 임명 보류...박덕흠 · 최승재도 논란

전봉민 아버지, 의혹 취재기자에 3천만원 매수 시도

윤상현 지난 총선 선거법위반 재판서 최근 실형 구형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국회 소통관에서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 증여 의혹과 관련해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각종 의혹에 휩싸인 뒤 탈당했던 박덕흠·전봉민 의원을 선대위에 합류시키려다 내부 잡음에 휩싸였다. 국민의힘은 최고위는 13일 비공개회의에서 '재산 편법증여 의혹'으로 탈당했다가 1년여 만에 ‘기습 복당’한 전봉민 의원의 부산 수영구 조직위원장 임명을 보류했다.

 

또 '특혜수주 의혹'으로 탈당했던 무소속 박덕흠 의원이 충북선대위 공동총괄선대위원장 명단에 올랐다가 40여분만에 빠지게 된 해프닝도 일어났다.

 

앞서 전 의원은 지난 2일 국민의힘에 복당한 뒤 선대위 부산지역 본부장으로 합류한 데 이어, 이날 당협위원장 ‘복권’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당은 의혹이 해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 의원에게 지역 조직을 이끄는 위원장 자격을 부여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의 징계 조처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탈당했던 것이기 때문에 제한할 근거가 딱히 없었다”면서 “복당 과정에서 수사 진척상황이 없었다. 하지만 당협위원장 경우에는 국민의 민심을 세밀하게 챙길 이유가 있어서 보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부친 전광수 이진종합건설 회장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재산을 불렸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자진 탈당했다. 전 의원의 아버지는 이 과정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3000만원을 주겠다”며 보도 무마를 시도하기도 했다. 수사당국은 지난달 전 의원 아버지에 대해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외에도 전 의원은 농지법 위반 의혹 등이 불거진 상태다.

 

이날 4선인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의 당협위원장 임명도 보류됐다. 검찰은 지난 3일 4·15총선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의원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윤 의원은 무소속으로 지난 21대 총선에 출마했다가 당선됐고, 지난 8월 복당했다.

 

가족 명의의 건설회사를 통해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대 공사를 특혜 수주한 의혹에 휩싸여 지난해 9월 탈당했던 박덕흠 의원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박덕흠 의원

 

국민의힘은 이날 중앙선대위 추가 임명 보도자료에서 충북선대위 공동총괄선대위원장에 박덕흠 의원이 합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42분 뒤에 박 의원을 충북선대위 명단에서 제외한 수정 보도자료를 다시 배포하기도 했다.

 

또 국민의힘은 최승재 의원을 대선 후보 직속 '약자와의동행위원회(약동위)' 위원으로 임명했다가 42분 만에 수정 자료를 내고 철회했다.

 

최근 의원실 보좌진 내 '갑질 의혹'과 관련해 임명이 철회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박덕흠 의원의 경우 복당이 안 된 상태에서 선대위 직책을 맡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선대위 인선 결재 과정에서 판단, 당초 명단에서 빠졌다"며 "보도자료가 박 의원을 제외하지 않고 잘못 나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논란이 생기면 탈당했다가 이후 잠잠해질 때 슬그머니 복당 내지 선대위에 합류시키는 행태가 반복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당직자 폭행 논란을 빚고 자진 탈당했지만 4개월여 만에 복당했던 송언석 의원도 선대위 정책총괄본부 내 정책조정본부장을 맡고 있다. 김미나 기자

이해찬 민주당 전 대표, 대선 간접지원 나서

송영길 대표도 발목 부상서 서둘러 당무복귀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2018년 9월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의 후견인 역할을 했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3일 이 후보를 향해 “발전도상인이라는 말이 적절한 표현이다. 자꾸 발전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간 2선에 머물며 잠행해 온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13일 기지개를 켜며 대선판에 본격 올라섰다.

 

대선 본선 레이스가 시작된 후 이 전 대표가 공식 행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재명 후보에 대한 본격적 지원 개시를 알린 신호탄으로 읽힌다.

 

아울러 국민의힘 선대위 원톱으로 등판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도 해석돼 '33년 악연'을 쌓아온 두 사람이 맞붙는 그림도 간간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선대위 상임고문인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TBS 라디오에 출연, 국민의힘 선대위 구성을 두고 "오합지졸이 아니고 오합지왕이다. 전부 다 왕 노릇을 하다 보니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 잘 모르겠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당내에서는 정치적 체급상 김종인 위원장의 '대항마' 역할을 할 인사로 이 전 대표를 내세워야 한다는 기류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다만 이 전 대표를 선대위 전면에 내세우는 데 대해선 일부 우려하는 시선도 있는 만큼 실제 역할은 외곽 측면 지원에 한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이 전 대표 본인도 이날 "상임고문이라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조언을 해주고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간접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의 행보를 두고 여권이 지지층 총결집 시그널을 던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정치평론 은퇴선언을 번복, 지난 9일 라디오에 나와 이 후보에 대한 지원사격에 시동을 건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그는 이 후보의 '조국 사태' 사과 논란을 두고 "그 정도 얘기도 못 하면 대통령 후보라고 할 수 없다"며 엄호에 나섰다.

 

인사하는 이해찬-유시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 두번째)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집 30권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인사하고 있다.

 

여권의 핵심 '스피커'가 약속이나 한 듯 나흘 간격으로 등판한 것은 지금이 지지층 결집을 호소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여권에서는 내년 1월 말 설 연휴를 전후해 형성된 판세가 대선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대다수다. 중도확장에 앞서 일찌감치 내부 지지층을 결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그동안 비공개적으로 했던 일을 이제는 좀 나서서 도와드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선이 약 90일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모든 우리 진영 사람들이 전면적으로 나서야 될 시간이 왔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으로선 국민의힘이 3김(김종인 김병준 김한길)체제를 갖춘 가운데 선대위에 이에 맞설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고민으로 작용해왔다.

 

여기에 '발목 부상'으로 병원 신세를 졌던 송영길 대표도 당초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 이날 당무에 복귀하며 결기를 드러냈다.

 

송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한동안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하고 실밥도 아직 뽑지 않은 상황이다만 밀린 보고서를 검토하고 결재하면서 상임선대위원장 업무를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다.

 

나흘간 험지 누빈 이재명 "TK 출신의 큰 정치인으로 인정 부탁“

박정희 · 박태준 등 산업화 업적 기리며 실용성 부각

전두환 발언 · 양도세 완화 등 논란… 사드 언급 회피

 

이재명 후보에게 집중된 카메라= 13일 경북 포항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죽도시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상인과 시민 등을 대상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3일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를 타고 진행한 나흘간의 대구·경북(TK) 순회방문 일정을 마쳤다.

 

다섯 차례 진행된 주말 전국 순회 일정 가운데 나흘간의 일정이 잡힌 것은 광주 전남에 이어 두 번째다. 나머지는 모두 사흘 일정이었다.

 

민주당에는 가장 공략이 어려운 '험지'를 구석구석 오랫동안 누비며 보수 표심을 돌리기 위해 총력전을 벌인 것이다.

 

이 후보는 고향이 경북 안동이라는 점을 내세워 민주당 후보에 대한 정서적 거리를 좁히는 데 주력했다.

 

부인 김혜경 씨도 상당수 일정을 함께 소화하며 부부가 함께 고향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듯한 이미지도 연출했다.

 

이 후보는 이날 일정을 마치는 소회를 밝히면서 "민주당 입장에서 매우 어려운 지역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다녀 본 바닥 민심은 그와는 좀 달랐다"며 "TK 출신의 큰 정치인으로 인정해주십사 하는 제 부탁에도 상당히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저녁에는 페이스북에 늦은 밤 경북 봉화의 부모님 선영을 찾아 절을 하는 사진을 올리며 "추운 날씨였음에도 고향 분들이 열렬한 환영으로 언 몸을 녹여주셔서 저희 내외가 큰 용기를 얻었다"며 "오랜만에 들러도 따뜻하게 품어주시니 고향이 좋긴 좋다"고 적었다.

 

이재명, 박태준 동상에 헌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3일 경북 포항시 포스텍 내 노벨동산에 있는 박태준 명예회장의 동상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이 후보는 TK에서 큰 상징성을 갖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업적을 잇달아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날 이 후보는 순회 일정의 마지막 순서로 포스텍을 방문해 박 전 명예회장의 10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다.

 

박 전 명예회장의 동상에 헌화하며 그의 '제철보국', '교육보국' 철학을 기리기도 했다.

 

이 후보는 헌화 후 기자들과 만나 "과거 허허벌판에 제철산업의 토대를 쌓아 올려 산업화에 큰 기여를 하신 분"이라며 "세계 경제의 대전환에 맞물려 대한민국 경제도 질적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황무지 위에 철강산업을 일으킨 박 회장의 도전과 성공이 큰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의 공적을 인정하면서, 대전환기의 성장 전략을 모색하는 자신의 비전과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이 후보는 전날에는 추풍령휴게소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기념탑을 방문하는 등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업적도 적극적으로 인정하며 지역 민심과 주파수를 맞췄다.

 

자신의 신재생 에너지 전환 관련 대표 공약인 '에너지 고속도로'를 박 전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에 견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진보와 보수를 흑백논리로 가를 것이 아니라, 공은 공대로 인정하고 본받을 점은 본받겠다는 '실용성'을 부각한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두고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라고 언급했다가 당내에서까지 "불필요한 말이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후보는 부동산 정책과 소상공인 지원 등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정부와 적극적인 차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오전 경북 성주의 민간 도서관에서 진행한 간담회에서는 자신의 지역화폐 정책의 효용성을 강조하며 예산 확대에 부정적인 기획재정부를 비판했다.

 

전날에는 정부 의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적 완화 아이디어를 꺼내 들었다.

 

'이재명 정부'만의 차별화된 정책을 펴겠다며 보수적인 유권자들에게 인물 경쟁력에 주목해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TK 일정에서 여러 차례 "진영이나 편이 아니라 사람, 능력으로 평가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양도세 완화 등에 대해서는 당내에도 이견이 있는 데다, 향후 당정 갈등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참외 포장 설비 살펴보는 이재명 대선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3일 경북 성주군 다정농원을 찾아 성주 참외 모종 심기 체험을 마치고 참외 포장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한편 이 후보는 반면 TK 지역에서 정치적으로 예민한 이슈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해서는 '로키' 모드를 유지했다.

 

이 후보는 이날 사드 배치 지역인 성주에서 지역화폐 관련 간담회와 참외 농가 방문 행사 등을 진행했고, 사드 반대 활동가가 갑자기 계란을 던지는 소란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관련 언급은 피했다.

 

이후 기자들이 사드에 관한 의견을 묻자 "선택을 강요당하지 말고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강력한 국력 위에 정치 지도자의 용기와 소신, 의지가 중요하다"는 원칙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미·중 갈등 등 미묘한 국제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데다 국내에서도 진영간 갈등이 첨예한 사안인 만큼 민감한 이슈가 부각되는 것을 회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성주 간 이재명, ‘사드 배치 반대’ 주민이 계란 던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3일 경북 성주군 다정농원을 찾아 성주 참외 모종 심기 체험을 하기 위해 비닐하우스에 들어서며 지역 사드 반대론자가 계란을 투척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비닐하우스 문에 계란이 묻어 있다. 연합뉴스

 

경북 성주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이 계란을 던지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후보가 13일 경북 성주 참외 모종 심기 체험을 위해 농원 쪽으로 걸어가고 있던 오전 10시55분께 갑자기 ‘퍽’ 소리가 나며 비닐하우스 쪽으로 계란이 날아들었다. 경호원은 급하게 두 손을 들어 막아섰고, 이 후보는 놀란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 후보는 계란을 맞지 않았지만, 경호원과 수행실장인 한준호 의원에게 계란 파편이 튀었다.

 

계란을 던진 남성은 계란을 던진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민주당 정권이, 이재명씨가 예전에 사드를 빼주신다고 했다. 그런데 사드를 안 빼주셨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말기에 전격 배치된 사드를 민주당이 빼주기로 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대해 이소영 선대위 대변인은 “(해당 남성은) 사드 배치 지역 주민인 것으로 보인다”며 “주민 입장에서 설명하는 차원인 만큼 처벌받지 않도록 경찰에 선처를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3박4일간 진행된 대구·경북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의 마지막인 포스텍의 박태준 명예회장 10주기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구·경북이 생각보다 저에 대한 기대들이 좀 더 큰 거 같다”고 자평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 입장에서 (대구·경북은) 매우 어려운 지역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다녀본 바닥 민심은 그와는 다르다”며 “대구·경북의 큰 정치인으로 인정해주십사 하는 저의 부탁에도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전두환 호평 발언’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이 후보는 이날 “전씨는 국민이 맡긴 권한으로,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을 살해한 용서 못할 범죄자”라며 “그래서 제가 5·18 묘역 갈 때마다 비석도 예외 없이 밟았다. 전씨에 대해 호평한 건 절대 아니고, 역사적 중범죄자라는 사실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또 이 후보는 내년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지역의 무공천 주장과 관련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구 5곳 중 서울 종로구와 경기 안성시, 충북 청주시 상당구 등은 민주당 의원의 당선무효형이나 의원직 사퇴로 인해 공석이 된 곳이다. 이 후보는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 계기가 꽤 여럿 있는데 그중 하나가 스스로 만든 당헌·당규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여하튼 저는 우리가 국민에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고, 앞으로 우리 민주당이 국민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르다는 점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당 소속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돼있었으나 지난해 전당원 투표를 통해 이를 개정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하고 참패했다. 서영지 기자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30주년 기념 학술회의

임동원 전 장관 “인내와 일관성으로 평화프로세스 주도해야”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1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반도평화포럼과 동아시아문화센터 공동 주최로 열린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30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기본합의서’에서 제시한 바 남북관계 개선 발전 노력을 통해 미-북 관계 개선을 견인하고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체하기 위해 인내심과 일관성을 갖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임동원(87) 전 통일부 장관은 1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반도평화포럼과 동아시아문화센터 공동 주최로 열린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30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이날 기조강연에 나선 임 전 장관은 “남북관계는 진전과 후퇴, 성취와 좌절을 반복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며 한반도 문제는 “민족 내부문제인 동시에 미국이 깊이 개입한 국제문제”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남북 간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처절하게 경험해왔”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미-북 적대관계가 해소되고 비핵화와 미-북 관계 개선이 이뤄져야 한반도문제 해결의 길이 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미국의 결단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땅의 주인”으로서 “남북관계 개선 발전 노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전 장관은 1991년 남북 유엔동시가입 관련 실무접촉 대표로 당시 ‘유엔 동시 가입이 잠정적 조치’이며 “통일 지향적 특수관계 유지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논리를 폈는데, 이는 이후 남북기본합의서의 주요한 기반이 됐다.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는 상호 체제 인정, 불가침, 교류협력 등 내용을 담고 남북관계 성격을 공식 규정한 문서로 1991년 12월13일 채택됐다.

 

임 전 장관은 이날 ‘남북기본합의서'가 “분단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해 합의한 문서”라며 그 성격과 의의를 분석했다. 임 전 장관은 우선 남북기본합의서가 “남과 북이 통일을 과정으로 인식하는 기초 위에서 남북관계의 성격을 잠정적 특수 관계로 규정”함으로써 “상대방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분단국을 구성하고 있는 두 정치 실체 간의 관계로 규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남북기본합의서가 “통일에 이르는 `1단계'인 `화해·협력 단계'에서의 남북관계를 규정하는 기본장전이라는 한시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또 남북기본합의서가 민족문제와 관련해 남북의 “자주적 해결 노력의 산물”이라는 데 의의가 있으며,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 2018년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남북공동선언의 “기본틀”이자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길잡이”라고 설명했다. 임 전 장관은 30년 전 경색국면을 타개하고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하게 된 배경에는 1991년 남북 유엔 공동가입과 남한에서 주한미군의 핵무기 철수 및 중국의 권고가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다시 침체기에 빠진 남북관계의 당면과제로 임 전 장관은 “남북 화해와 교류 협력을 촉진하고 내실화해 다음 단계인 ‘남북연합' 단계로 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단계인 남북연합 단계에서는 남북연합을 규율하는 `남북연합헌장'(가칭)이, 그리고 완전통일단계에서는 ‘통일헌법'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를 위해서는 4자 평화회담을 조속히 개최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정전 상태를 끝내고 평화가 왔을 때 평화를 담당하는 주체는 누구겠는가. 그때도 유엔이나 미국이겠나.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학술회의에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 이종석·정세현·홍용표·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지은 기자

 

이인영 "북 종전선언 빨리 호응하길…기본합의서의 초심으로"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30주년 기념 학술회의 축사

 

이인영 통일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13일 남북이 정전상태를 평화상태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명시된 남북기본합의서의 '초심'을 강조하며 북한을 향해 종전선언에 빠르게 호응할 것을 촉구했다.

 

이 장관은 이날 한반도평화포럼과 동아시아문화센터 주최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30주년 기념 학술회의' 축사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교착된 현시점에서 남북기본합의서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건 남북 모두에 다시 중요한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남북기본합의서 5조에는 '남과 북은 현 정전상태를 남북 사이의 공고한 평화상태로 전환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 장관은 "이런 정신의 연장선에서 북한도 한반도 평화의 입구를 다시 만들고, 비핵화의 발걸음을 촉진하기 위한 최근 우리 정부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빠르게 호응해 나오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 보건의료와 기후환경, 재해재난, 민생협력 등 남북 간 협력과제들을 언급하며 "우리는 어떤 주제로든 북측과 언제 어디서나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특히 "남북통신연락선이 복구돼 정상 가동되는 상황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남북 간 영상회담 시스템을 구축하면 코로나19도 장애가 될 수 없는 남북대화의 굳건한 채널 하나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택 30주년을 맞은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해선 "남북 상호체제의 인정과 존중을 통해 남북 화해의 기반을 놨고, 남북 간 무력 불사용과 불가침은 물론 다방면에 걸친 교류 협력에도 합의해 평화공존과 번영의 기초적인 틀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당시 저는 민족·민주 운동체의 활동가였음에도 불구하고 군부 집권 시절의 날카로운 대치 속에서도 남북기본합의서가 지닌 그 역사적 가치만큼은 부정하지 않았던, 아니 인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1년 12월 13일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관계의 성격을 규정하고, 남북 간 화해·불가침·교류 협력의 기본개념을 만들어 남북 평화공존의 기본 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이 장관은 이날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홍보단 발대식 영상축사에서 "지난 2018년 평창의 성과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남북이 공동으로 동계청소년올림픽을 개최하는 새로운 역사까지 이룬다면 세계인은 평화의 감동 속에서 강원도를 주목할 것"이라며 "강원도에서 8천만 겨레가 함께 만드는 제2의 평창의 기적을 꿈꾼다"고 말했다.

 

남북기본합의서 30년…이 "많은 숙제" 윤 "북 도발에 점점 퇴색"

합의서 채택 30주년 포럼서 축사

 

대화하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여야 대선 후보들은 13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30주년과 관련, 지금의 한반도 상황을 돌아보며 남북 합의의 기본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축사에서 "30년 전 남과 북은 기본합의서 채택을 통해 상호 군사적 침략을 하지 않고 교류 협력으로 공동 발전과 점진적 단계적 통일을 실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축사는 같은 당 이용선 의원이 대독했다.

 

이 후보는 "이는 당시 미·소 냉전 종식과 함께 찾아온 대전환 속에서 (기본합의서 채택은) 화해 및 평화 공존의 체제의 지혜를 모은 큰 성과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많은 숙제가 남아있다"며 "남북 기본합의서는 대결과 갈등의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으로 전환하는 과감한 정책이었고, 이런 대승적 결론에 합의한 정책 결정자와 정치 선배님들의 모습을 지금의 정치인들이 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같은 당 조태용 의원이 대독한 축사에서 "남북 기본합의서의 기본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모두의 염원이 평화 통일로 향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는 "노태우 전 대통령은 화해와 협력을 통한 통일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남북 기본합의서를 채택했다"며 "오래된 냉전 구조의 해체라는 국제 질서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한 통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의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실험 등 비상식적인 무력 도발이 연이어 발생하며 남북 기본합의서 채택의 의미가 점점 퇴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3일 기준으로 기존 최대 실적인 2018년의 6천49억달러 기록 돌파

반도체-조선 끌고 바이오-화장품 밀고…66년 무역사에 새로운 한 획

 

수출 활황, 분주한 부산항= 13일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12월 들어 지난 10일까지 수출 금액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0% 넘게 늘었다. 관세청은 지난 1∼10일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이 195억 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20.4%(33억 달러) 증가했다고 13일 밝혔다.

 

우리나라 연간 수출액이 13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은 이날 오전 11시 36분 기준으로 올해 연간 수출액이 기존 최대실적인 2018년의 6천49억달러 기록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올해 총 연간 수출액은 6천4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 수출액은 1964년 첫 1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1977년 100억달러, 1995년 1천억달러, 2018년 6천억달러를 각각 넘어섰다. 이어 올해는 연간 수출액 최고기록을 달성하며 무역통계를 작성한 1956년 이래 66년의 무역 발자취에 새로운 한 획을 그었다.

 

올해 1∼11월 누계 기준 수출액은 5천838억달러로 과거 최대 수출을 기록한 2018년 1∼11월의 5천567억달러보다 271억달러 많다.

 

산업부는 올해 역대 최대의 수출실적을 달성한 원동력으로 주력 수출산업의 주도적 역할, 신(新) 수출 품목의 약진, 수출 품목 고부가가치화 등을 꼽았다.

 

먼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반도체·조선·자동차 등 주력 산업이 국내 생산 차질 최소화와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반도체는 올해 1∼9월 기준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 1위(58.9%)를 유지했고, 자동차는 국제무역센터(ITC) 통계상 국가별 누적 수출액 기준으로 327억달러를 기록해 5대 수출국의 자리를 지켰다.

 

조선은 같은 기간 전세계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친환경 선박 수주량 모두 1위를 차지했다. LNG선은 67척 중 62척(93%), 친환경 선박은 전체 수주량 1천623만CGT(표준선 환산톤수) 중 1천45만CGT(64%)를 우리나라가 수주했다.

 

1∼9월 기준 조선 수출액은 158억달러로 2위이며, 시장 점유율은 20.6%로 전년(17.8%) 대비 확대됐다.

 

     [그래픽] 수출액 추이

 

전기차 배터리는 우리 기업들의 사용량이 모두 전년 동기대비 2배 이상 성장하면서 중국에 이어 국가별 점유율 2위를 유지했다.

 

디스플레이는 1∼9월 OLED 시장 점유율이 83.1%로 1위를 차지했고, 스마트폰은 작년 4분기 2위였던 삼성전자[005930]의 점유율이 올해 들어 3분기 연속 1위를 기록했다.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는 시장 점유율이 2017년 11위에서 올해 1위로 뛰어올랐으며 TV 역시 삼성전자(점유율 28.7%)와 LG전자[066570](18.4%)가 세계 시장 1, 2위를 점하고 있다.

 

전통 주력산업 외에 바이오·농수산·화장품 등 신수출 유망 품목들도 약진했다.

 

시스템 반도체·친환경차·바이오헬스·이차전지·OLED·농수산식품·화장품 등은 모두 2018년 기록을 넘어 최대 수출 규모로 성장했다.

 

특히 바이오·이차전지·농수산식품·화장품 등 4개 품목의 수출이 2018년 대비 123억달러 늘면서 전체 수출 증가분의 45%를 차지해 수출 최대실적 달성에 큰 역할을 했다.

 

이 가운데 화장품의 연간 수출액은 올해 11월까지 85억1천만달러를 기록해 처음으로 화장품 수출 5위국 반열에 진입했다.

 

바이오헬스 중 진단용제품은 9월까지 수출액이 14억6천만달러로 집계돼 수출 순위가 2019년 20위에서 올해 6위권으로 높아졌다.

 

수출 품목의 고부가가치화가 이뤄진 점도 주목할만하다.

 

올해 수출단가는 2018년 대비 12.6% 높아지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LNG선·전기차·OLED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이 커진 것이 주요인이다.

 

선박의 경우 고부가 LNG선 수출이 2018년 23척에서 올해 43척으로 늘어 같은 기간 수출단가가 10.2% 상승했다.

 

자동차와 디스플레이도 전기차, OLED 등 내연기관차와 LCD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들의 비중이 커지면서 전체 수출단가가 각각 17.2%, 38.3% 올랐다.

 

석유화학은 유가가 2018년 대비 올해 2.3% 하락했음에도 고부가 제품인 합성수지(ABS 등)의 수출이 늘면서 수출 단가가 5.2% 높아졌다.

 

우리나라의 올해 수출 순위는 작년과 동일한 7위를 유지했다. 무역 순위는 9년 만에 역대 최고 수준인 8위로 도약했다.

 

정부는 내년에도 글로벌 교역 및 수요 증가 등으로 실물경제 회복세가 지속돼 수출 증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코로나19 변이 확산, 공급망 불안정성, 중국 성장둔화 가능성 등의 위험요인이 상존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수출액 사상 최대실적 경신은 수출입 물류난, 변이 바이러스 지속, 공급망 차질 등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민·관이 함께 이뤄낸 값진 성과"라며 "내년 수출도 증가세를 이어가도록 수출입 현장의 어려움 해소, 중소기업 수출역량 강화, 미래 무역기반 확충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