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삼성물산’ 5년만에물산-제일모직 합병 총체적 불법

시세조종, 주주매수, 분식회계 조작·은폐·매수시장교란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11명을 자본시장법(부정거래·시세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1일 불구속 기소했다. 201591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해 통합 삼성물산이 탄생하고, 이 부회장이 통합 삼성물산의 대주주로서 삼성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오른 지 정확히 5년 만이다.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배제한 채 이 부회장을 위한 합병이 추진되는 매 단계마다, 허위 자료가 유포되고, 불법 로비·매수작전이 진행됐을 뿐 아니라, 수만 건의 시세조종성 주문을 통한 주가조작과 수조 원대 규모의 분식회계 등 각종 시장질서 교란 행위가 벌어졌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론이다.

이사회 합병 결의단계 시너지·보고서 조작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이 부회장과 삼성 미래전략실이 2012년부터 프로젝트 지(G·거버넌스의 준말)’라는 비밀 프로젝트에 착수해 구체적인 승계계획안을 마련한 사실을 밝혀냈다. ‘프로젝트 지의 일환으로 201212월 작성된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 검토문건(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을 보면, 당시 삼성은 곧 출범할 박근혜 정부의 각종 경제민주화 조처를 회피하고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삼성에버랜드(이후 제일모직) 상장 뒤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제시한다.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에버랜드와 삼성전자의 2대 주주인 삼성물산을 합병해,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확대한다는 얼개가 이미 이때 짜인 것이다.

하지만 수년 전 짠 계획을 토대로 2015년 합병을 추진하면서, 삼성이 합병을 마치 회사 성장을 위한 경영상 판단인 것처럼 정당화하기 위해 허위 명분을 짜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특히 검찰은 당시 삼성이 대대적으로 홍보한 ‘6조원의 시너지 효과가 허위로 산출된 숫자라고 봤다. 또 이 부회장이 대주주인 제일모직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시점에 산정된 합병비율을 합리화하는 안진·삼정 회계법인의 합병비율 검토보고서도 삼성의 요구로 조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15526일 삼성물산 이사회는 합병이 실제로 회사와 주주들에게 이득이 되는지 별다른 확인을 하지 않은 채 불과 1시간 논의를 거쳐 제일모직과의 합병 계약을 체결·공표한다. 검찰은 “(당시) 삼성물산 경영진은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제대로 된 검토 없이 회사와 주주에게 극도로 불리한 시점을 합병을 강행했는데,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미전실의 독단적 지시로 이뤄졌다는 것을 (진술과 물증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주주총회 단계 주주는 로비·매수

이사회의 졸속 결의 뒤 엘리엇 등 삼성물산 주주들의 반발로 합병이 위기에 처하자, 이재용 부회장이 20156월 초 골드만삭스와 미전실 임원들이 참석하는 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해 긴급 대응전략을 수립한 사실도 이번 수사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논의된) 단계별 플랜이 하나씩 점검된 상당히 밀도 있는 보고서가 작성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때 마련된 대응전략에 따라 삼성이 찬성표(의결권) 확보를 위해 주요 주주들을 상대로 불법적인 로비와 매수작업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당시 제일모직의 2대 주주였던 케이씨씨(KCC)가 삼성으로부터 합병 찬성을 전제로 경제적 이익을 보장받는 이면계약을 맺고 삼성물산이 보유한 자사주 전량(5.67%)을 사들였다고 밝혔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우호 세력에게 넘겨 의결권을 부활시킨 뒤, ‘반대급부를 약속하고 찬성표를 행사하게 했다는 것이다. 케이씨씨의 찬성표로 합병안은 가까스로 주총을 통과할 수 있었다.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한 삼성의 여론전 또한 전방위적이었다는 게 검찰의 수사결과다. 검찰은 삼성물산으로부터 당사자 동의 없이 주주명부를 넘겨받은 삼성증권이 물산 주주들에게 투자상담을 해준다며 접근해 의결권 위임장 확보에 나섰다고 밝혔다. 또 삼성 내부적으로는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에 대한 반감을 유발하는 취지의 언론대응 방안이 마련됐고, 경제계 저명인사들의 기고문과 인터뷰가 삼성에 의해 대필 작성됐다고 밝혔다.

주식매수청구기간 시세조종으로 주가 부양

합병 성사를 위한 시세조종혐의도 이번 기소로 상세히 드러났다. 합병 직전 삼성 미전실이 작성한 (M)사 합병추진()’ 문건을 보면, 당시 삼성이 짠 시세조종전략은 이사회 결의 전과 후로 나뉜다. 삼성은 이사회 결의 전에 악재를 선반영하고, 이사회 결의 뒤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등 각종 호재를 풀어 주가를 띄우는 전략을 짰다. 특히 주식매수청구기간’(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회사주식을 팔 수 있는 기간)에는 집중적으로 주가를 관리해 주주들의 이탈을 최소화하는 게 문건에 나타난 핵심 내용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로 이 문건에 나타난 전략이 실행된 정황들을 밝혀냈다. 특히 검찰은 삼성이 이사회 합병 결의 뒤 합병안 투표를 위한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까지의 기간(2015.5.26~7.17)동안 발표한 삼성바이오에피스 나스닥 상장 계획과 용인 에버랜드 개발 계획 등이 이 부회장이 대주주인 제일모직의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허위 호재인 것으로 판단했다. 두 계획은 모두 합병 성사 뒤 백지화됐다.

합병안이 주총에서 통과된 뒤 주식매수청구기간(2015.7.18~8.6)에는 제일모직이 자사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하는데, 검찰은 이것 역시 시세조종으로 보고 있다.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주주들의 이탈로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는데, 합병 결의 직후에 삼성물산의 주가가 청구가격에 가까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자본시장법상 이미 케이씨씨에게 자사주를 처분한 탓에 주식을 추가로 사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삼성 미전실은 합병비율이 이미 고정돼 제일모직의 주가가 오르면 삼성물산의 주가도 오르는 동조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을 이용해, 제일모직이 4200억원 규모의 단기대출까지 받아가며 자사주 172만주(2902억원 상당)를 일주일 동안 집중적으로 사들이게 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이 고가매수 주문 7049, 물량소진 주문 13185회 등 수만 건에 이르는 시세조종성 주문을 낸 사실도 밝혀냈다. 실제로 이런 노력으로 제일모직의 주가는 청구가격 위로 유지되다, 청구기간이 끝난 뒤 바로 급락했다.

합병 기간 중 악재는 은폐

반면 합병에 악재가 될 만한 경영상 중요 정보들은 시장과 주주들에게 은폐됐다. 검찰은 합병 뒤 신규 순환출자가 발생해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해야 하며 이 부회장의 상속세 마련을 위해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에 제일모직의 주요자산인 삼성생명 지분 매각을 논의 중이라는 사실 등을 삼성이 합병 기간 중 일부러 숨겼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은 수사의 단초가 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회계사기 역시 합병을 성사시키기고 정당화하기 위한 무리수로 결론 내렸다. 삼성이 합병 전에는 제일모직의 핵심자회사인 삼성바이오가 미국 제약업체 바이오젠과 맺은 콜옵션 계약의 주요 내용을 일부러 숨겼고, 합병 뒤에는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의 콜옵션 부채가 드러나 합병의 정당성이 흔들릴 상황이 되자 회계처리를 변경하는 방법으로 4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결과적으로 당시 합병으로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 지분 16.4%를 차지하며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하게 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은 주가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3050% 상당의 평가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들이 시장과 투자자에게 정확하고 충실한 정보를 제공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개별 법인 독립의 원칙에 따라 회사가 독립적으로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인 경영 판단을 해야 할 임무가 있음에도, 이를 총수의 사익을 위해 저버렸다는 것이다.

이재용 변호인단 합병은 경영상 판단수사팀의 일방적 주장

이날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별도의 입장을 내 이 사건 공소사실인 자본시장법 위반, 회계분식, 업무상 배임죄는 증거와 법리에 기반하지 않은 수시팀의 일방적 주장일 뿐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합병이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이뤄졌다는 검찰의 결론에 대해 삼성물산 합병은 정부규제 준수’, ‘불안한 경영권 안정’, ‘사업상 시너지효과 달성등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인 경영활동이고, 합병과정에서의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한 것에 대해서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업무상 배임죄를 인정하지 않는 일관된 대법원 판례에 반한다는 법리적 이유와 합병으로 인해 구 삼성물산이 오히려 시가총액 53조에 이르는 삼성바이오 주식을 소유하게 되는 이익을 봤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의율하지 못했던 것인데, 느닷없이 이를 추가해 피의자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오늘 검찰이 설명한 내용과 증거들은 모두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나 수사심의위 심의 과정에서 제시되어 철저하게 검토되었던 것이고, 다시 반발할 가치가 있는 새로운 내용은 아무 것도 없다이러한 수사팀의 태도는 증거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기 보다는 처음부터 삼성그룹과 이재용 기소를 목표로 정해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91일 검찰이 발표한 공소사실 요지 전문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금일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실장 등 미래전략실의 핵심 관련자들, 구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표와 임원 등 총 11명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위증 등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공소사실 요지에 대하여 말씀드리면,

이재용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은,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을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에 유리한 시점에 삼성물산 흡수합병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각종 거짓 정보를 유포하고, 불리한 중요 정보는 은폐하였으며, 주주 매수, 불법 로비, 시세조종 등 다양한 불공정거래행위를 조직적으로 자행하였습니다.

삼성물산 경영진들은 이재용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의 승계계획안에 따라, 회사와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합병을 실행함으로써, 회사와 주주들에게 손해를 야기하였습니다.

합병 성사 이후에는,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이었다는 불공정 논란을 회피하고 자본잠식을 모면하기 위하여,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산을 4조원 이상 부풀리는 분식회계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미래전략실 전략팀장과 삼성물산 대표가 국정농단 재판 과정에서 합병 실체에 관하여 허위 증언을 한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불기소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 이에 수사팀은 위원회의 권고 취지를 존중하여 지난 두 달 동안 수사 내용과 법리 등을 심층 재검토하였습니다.

전문가 의견 청취의 대상과 범위를 대폭 확대하여 다양한 고견을 편견 없이 청취하였고, 수사전문가인 부장검사 회의도 개최하였습니다. 이를 토대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친 결과,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한 사안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금일 사건 처리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수사팀은 향후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삼성물산 합병 성사 위해 수만 건 시세 조작성 주문 주가 조작

최소비용으로 지배력 확대 목적 ‘6조 시너지등 허위명분 짜내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의 배경이 되는 사건은 2015년에 추진된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소의 비용을 들여 최대한의 그룹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 주주와 회사에 이로운 일인지 검토 없이 분야가 전혀 다른 두 개의 대형 기업을 인위적으로 결합시켰다는 게 의혹의 뼈대다. 5년 전 두 회사가 법적으로 합병을 마무리했던 1, 검찰은 삼성이 조직적으로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수만 건의 시세조종성 주문을 통해 주가조작을 벌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이미 2012년부터 프로젝트 지(G·거버넌스의 준말)’라는 비밀 프로젝트에 착수해 구체적인 승계계획안을 마련했다.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에버랜드(이후 제일모직)와 삼성전자의 2대 주주인 삼성물산을 결합시켜,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확대한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은 삼성이 이를 마치 회사 성장을 위한 경영상 판단인 것처럼 정당화하기 위해 ‘6조원의 합병 시너지와 조작된 합병비율 검토보고서등 허위 명분을 짜냈다고 봤다.

검찰은 합병 발표 뒤 엘리엇 등 삼성물산 주주들의 반발로 합병이 위기에 처하자, 이 부회장이 긴급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등 직접 움직였고 이때 마련된 방침에 따라 삼성이 찬성표(의결권) 확보를 위해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를 상대로 불법적인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삼성이 케이씨씨(KCC)에 경제적 이득을 약속하는 이면계약을 맺은 뒤 삼성물산 자사주 전량을 넘겨 합병에 찬성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가까스로 통과된 뒤, 제일모직이 미전실의 지시로 일주일 동안 자사주 172만주(2902억원 상당)를 집중적으로 사들여 주가부양(시세조종 혐의)에 나선 정황도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합병안 통과 뒤에도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가격(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주식을 회사에 파는 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합병이 무산될 위험이 커지는데, 당시 삼성물산 주가가 이런 상황이었다. 검찰은 합병비율이 고정돼 제일모직의 주가가 오르면 삼성물산의 주가도 함께 오르는 동조효과를 활용해 삼성물산 주가방어에 나선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제일모직이 자사주를 사들이면서 고가매수 주문 7049, 물량소진 주문 13185회 등 수만 건의 시세조종성 주문을 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런 노력으로 삼성물산의 주가는 주식매수청구기간 동안에는 청구가격 위로 유지되다 청구기간이 끝난 뒤 바로 급락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이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 보호 의무를 위배했다는 전문가들 의견을 반영해 구속영장에는 없던 업무상 배임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기소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은 시장교란 범죄의 대상이 불특정 다수로 구성되는 반면 배임은 개별적으로 피해를 본 권리 주체들을 특정하는 차이가 있다업무상 배임죄 적용은 이 부회장이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직접 손해를 입힌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기소 과정에 느닷없이 이를 추가한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수사심의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 임재우 기자 >

수사 심의위 불기소 권고로 혹 떼려다 붙인이재용 변호인

금융·회계 전문가 80여명 의견청취 업무상 배임혐의 추가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하지 말라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의 권고가 오히려 수사팀의 법리를 더 탄탄하게 만들었다는 말이 검찰 안에서 나온다. 수심위의 결정에 따라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집한 결과 공소 내용이 더욱 충실하게 보강됐다는 것이다.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은 1일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검찰 수사심의위 권고를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당시 수심위에는 삼성을 공개적으로 두둔하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던 대학교수가 참여하는 등 불공정 논란이 일었지만 수사팀으로선 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 검찰개혁 차원에서 도입한 수심위의 결론을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으면 두고두고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사팀은 2개월간 금융·경영·회계 전문가 80여명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들었다. 기소에 찬성·반대하는 전문가가 거의 다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여러 교수가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및 삼성물산 경영진이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 보호 의무를 위배해 법률적 책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어, 이를 이 부회장 혐의에 추가로 반영했다. 수심위 권고로 공소장의 완성도가 더 딴딴해졌다”(검찰 고위 관계자)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외부 전문가들 외에도 금융수사 경험이 풍부한 부장검사들이 1200여쪽에 이르는 주요 수사기록을 사전 검토해 일주일 동안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 수사팀은 객관적 증거로 입증되는 실체가 명확하다며 자신있게 기소를 결정했다. 하지만 재판 결과가 안 좋으면 수사팀은 수심위 권고를 처음으로 불복한 것에 대한 부담도 추가로 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 김정필 기자 >

이재용 기소시장 전문가 장기 투자자에게 좋은 신호평가

1일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고위 임원 여럿을 불구속 기소한 것에 대해 삼성전자는 우려를 표하면서도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자본시장의 공정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날 큰일이다라면서도 삼성 차원의 입장은 따로 내지는 않을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내부적으로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평가하며, 향후 재판 과정에서 시세 조종이나 회계사기 혐의는 벗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재계에선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한 재계 단체 관계자는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를 무시하면서까지 기소한 것은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4대 그룹에 속한 한 그룹의 고위 임원은 위법에 관한 건이니 법의 심판을 깔끔하게 받는 게 향후 삼성을 위해서나 선례 차원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의 고위 임원은 기소로 결론이 났으니 기업엔 가장 나쁜 불확실성은 해소된 것 아닌가 싶다라고 평가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검찰 기소가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투자가나 법률가 등으로 구성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포럼)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필요하고 적절한 조처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류영재 포럼 회장(서스틴베스트 대표)기업 거버넌스나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중요하게 보는 장기투자자들에게는 이번 기소가 좋은 이미지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식 스카이투자자문 고문(변호사)불법적으로 경영권을 세습하려다 보니 30년 가운데 10년은 불법 세습에 몰두하느라 정작 경영전략에는 소홀하게 되었다. 이래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 송채경화 김재섭 조계완 이재연 기자 >

 


파업 방지법발의한 홍준표 의사 파업 옳다

통합당 어정쩡 양비론기득권층과 절연 못해

 


많은 사람들을 선동으로 호도해 코로나 시국에 의사들의 파업을 밥그릇 투쟁이라고 매도하지만 나는 의사들의 파업이 옳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의료계 파업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민경욱 전 의원과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 보수 유튜버 등 주로 강경 보수층에서도 공개 지지 선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평소 파업의 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키던 강경 보수 정치인들이 파업을 공개 두둔하고 나선 것은 다소 이례적입니다. 이번 파업을 지지한 홍 의원은 지난달 강성·귀족 노조 방지 3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법안에는 파업 중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사업장 점거를 금지할 뿐 아니라 파업 결정 시 직장을 폐쇄할 수 있게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사실상의 파업 방지법입니다.

그런데 이런 그가 의사 파업에 적극 찬성하면서 내놓은 발언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합니다. 홍 의원은 이제 의사도 능력도 안되는 3류들이 좌파 시민단체의 추천으로 되는 3류국가가 된다면 이 나라는 희망 없는 나라가 된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하나의 예시일 뿐이라고 밝힌 공공의대의 시민단체 추천전형을 파업 지지의 이유로 들고 있는 것입니다. 홍 의원은 의료인의 이번 투쟁은 좌파 적폐 척결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고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의사파업을 철저하게 문재인 정부 반대투쟁이라는 정략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민경욱 전 의원도 자유시장경제 체제 아래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간섭하지 말라는 게 의사들의 단순한 요구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인 공공의대 설립이나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언급조차 없습니다.

미래통합당의 입장은 모호합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31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부의 입장 변화가 이번 의사집단 휴진 사태 해결의 핵심이라면서도 의료계에도 동시에 조속히 파업 중단하고 각자 자리로 복귀할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습니다. ‘양비론에 가까운 셈입니다. 문제는 코로나 종식 이후 의료계 다수와 여··정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부터 재논의를 하자고 말할 뿐, -정 갈등의 직접적 계기가 된 공공의대 설립이나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당의 입장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탈진영중도 확장을 시도하면서도 뿌리 깊은 친 상류계급 정서와 절연하지 못한 통합당의 한계가 이번 의사파업 국면에서 어정쩡한 양비론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의약분업 때부터 의료계를 대변해오던 통합당의 기존 정체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의사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 정서 때문에 의사들을 공개적으로 두둔하지는 못하면서도, 이번 파업을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다 보니 모호한 양비론만 내놓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장나래 기자 >

 


20071115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개막한 일본군 위안부와 나치 독일수용소의 강제 성 노동전시회에서 이막달 할머니(맨 앞) 등 위안부 피해자들과 독일 라벤스브뤽 기념관 관계자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이막달 할머니가 2997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피해 생존자는 16명으로 줄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30이 할머니께서 허리를 다쳐 요양원에 계셨지만 식사도 잘하고 건강을 회복하던 중 29일 밤 11시께 숨을 거두셨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1923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17살이었던 1940년께 좋은 곳에 취직시켜 주겠다며 동행을 강요한 일본인 두 명을 따라갔다가 위안부피해자가 됐다. 부산을 출발해 일본을 거쳐 대만의 한 군부대 위안소에서 일본군 성노예 피해를 당한 이 할머니는 일본의 태평양 전쟁 패전 이후 병원선을 타고 부산으로 돌아왔다.

2005년 정부에 위안부피해자로 정식 신고한 이 할머니는 20077월부터 서울 마포구 피해자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생활하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시위에 참가했다. 해외에서 자신이 입은 피해를 증언하는 활동, 인권캠프 참가 등에도 적극적으로 몸담았지만 최근 건강이 나빠진 뒤로는 줄곧 부산지역에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연은 빈소 등 자세한 정보는 할머니와 유족의 뜻에 따라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할머니께서 고통 없이 영면하시길 바라며 할머니의 명복을 빈다. 고인에 대한 장례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애도를 표했다. 이 장관은 이어 “(생존 피해자 할머니들이) 건강하고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한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가 별세하면서 한국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중 생존자는 17명에서 16명으로 줄었다. < 이재호 기자 >


8·29 전당대회, 최고위원 김종민·염태영·노웅래·신동근·양향자

 

29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제4차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자가격리 중인 이낙연 당대표가 영상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이변은 없었다. 29일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는 초반부터 이어진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 판세'를 확인시켰다. 이낙연 신임 대표는 내년 3월까지 당을 이끌며 코로나19로 인한 국난 극복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제4차 전국대의원 대회에서 득표율 60.77%, 김부겸 전 의원(21.37%), 박주민 의원(17.85%)을 여유 있게 제쳤다. 이 대표는 대의원 57.20%, 권리당원 투표 63.73%, 국민 여론조사 64.02%, 일반당원 여론조사 62.80%로 모두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최고위원으로는 김종민 의원, 염태영 수원시장, 노웅래 의원, 신동근 의원, 양향자 의원(득표순)이 당선됐다.

이 대표는 라디오 생방송 스튜디오에 나갔다가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지난 19일부터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 상태라 당선 인사는 화상 연결로 이뤄졌다. 이 대표의 자가격리는 오는 31일 낮 12시에 풀린다. 이 대표는 당선 직후 가장 시급한 일은 코로나19와 그것으로 파생된 경제적 사회적 고난, 즉 국난의 극복이라며 코로나19로 고통에 직면한 민생을 돕기 위한 당정 협의를 조속히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의 방식을 넘는 추석 민생대책을 시행하겠다. 재난 지원금 문제도 함께 논의할 것이라며 고용취약계층과 소득취약계층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전국민 고용보험과 실업부조를 비롯한 사회부조를 확충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에게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준 것은 안정적인 당 관리로 일단 코로나19 등 위기극복에 집중해 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지난달 7일 출마선언을 하며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와 전례 없는 국난극복위원장의 경험을 살려 당면한 위기 극복에 최선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재임 기간 958일의 최장수 국무총리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과 강원도 고성지역 산불 등 재난 상황에 안정적으로 대응하면서 유력 대선주자로 힘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전당대회 초반부터 다른 당권 주자들의 집중 견제를 받기도 했다. 당 대표가 오는 2022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당헌·당규에 따라 내년 3월에 사퇴해야 한다. 이른바 7개월짜리 당 대표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 대표가 이대만(이대로 대표만)’이 되지 않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엄중 낙연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주요 이슈에 대해 언급을 피해갔다는 지적이 많다. 여론조사 업체인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는 처음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1위를 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그동안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표가 되면 또 다른 이낙연이 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문재인 정부의 첫 총리로 친문재인 진영의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는 이 대표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 대표는 동아일보 출신으로 도쿄특파원, 논설위원, 국제부장 등을 지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16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뒤 19대 선거까지 내리 4선을 했다. 지난 2014년 전남지사 선거에 당선된 뒤 문재인 정부의 첫 국무총리가 됐다. 이 대표는 열린우리당 창당에 반대, 민주당에 잔류하면서 한때 노 전 대통령과 관계가 틀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 서영지 기자 >

이낙연 민주당 대표 코로나 위기 극복과 민생이 최우선

22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수도권 온택트 합동연설회에서 이낙연 당대표 후보가 영상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당대표 후보들인 김부겸, 박주민 후보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자가격리 중인 이낙연 후보와의 형평성을 위해 모두 영상 연설로 대처했다.

29일 전당대회에서 거대 여당의 수장을 맡게 된 이낙연 대표는 코로나 19 위기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국난극복을 목표로 당의 인사와 조직 혁신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출마를 위해 내년 3월 중도사퇴한다고 가정할 경우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6개월 남짓에 불과하다. 다음 달 1일 시작하는 정기국회에서 정치인 이낙연의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 연설에서 코로나 위기 극복을 첫번째로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국난극복위원회를 확대 재편해 당 대표인 본인이 직접 위원장을 맡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대표 쪽 관계자는 국난극복총력체제로 전환할 것이다. 이를 위해 당의 인적·물적 자원을 총결집시켜야 한다. 비상 상황인만큼 당직 인선도 통상의 관례를 뛰어넘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수락연설에서 위기 극복과 함께 강조한 점은 민생이었다. 그는 이 고통은 얼마간 더 커질 것입니다. 실업자는 늘고, 여러분의 삶은 더 고달파질 것입니다라고 말하다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다음달 1일 시작하는 정기국회에서 이낙연의 민주당민생에 무게 중심을 둘 것으로 보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검경 수사권 조정 후속 입법 등 개혁 과제는 일정대로 추진하되 무리하게 속도를 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쪽 관계자는 개혁 과제를 미룬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당장 2차 재난지원금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그는 수락연설에도 고통에 직면한 민생을 돕기 위한 당정협의를 조속히 본격화하겠다. 재난지원금 문제도 함께 논의하겠다고용취약계층과 소득취약계층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전국민 고용보험과 실업부조를 비롯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기존의 방식을 뛰어넘는 추석 민생대책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코로나 위기 극복과 민생 지원 외에도 포스트 코로나 준비, 통합의 정치, 혁신 가속화 등을 자신에게 주어진 ‘5대 명령으로 꼽았다. < 김원철 기자 >

[일문일답] "자가격리 중 문대통령 생각 제일 많이 났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신임 대표는 29"자가 격리 중 문재인 대통령 생각이 제일 많이 났다"고 말했다.

대권 경쟁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선 "국난극복 외의 것은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다음은 10개 방송사 인터뷰를 재구성한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요약이다.

-- 당선 소회는.

어려운 시기 막중한 책임을 맡겨 준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 임기 내 목표는.

코로나19 안정화, 민생 지탱, 경제 회복, 미래 준비다.

-- 자가격리 중 누가 생각났나.

대통령 생각이 제일 많이 났다. 민생 고통을 잘 알 텐데 어떤 생각을 할까 많이 상상했다.

--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입장은 그대로인가.

자가격리가 끝나면 23일 안에 당정청 회의를 열고, 예년보다 강화된 민생지원대책을 마련해 추석 이전 시행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 신념으로는 재난지원금은 어려운 분께 더 많이 지원하는 게 맞다. 1차 지급 결과 고소득층에게 더 많은 도움을 드리는 것처럼 됐는데, 참고해 논의하겠다.

-- 의료 파업 문제 해결책은.

환자가 있는데 파업하는 건 의료인 본분을 벗어나는 일이다. 정부의 진정성을 믿고 현장에 돌아와 달라.

-- 하반기 부동산 시장 전망은.

시행 초기인 부동산 입법 영향으로 매매시장은 안정화 길로 가고 있다. 임대차시장은 정책 변화가 커서 전환기 진통을 앓고 있지만, 임차인 주거권을 보장해 포용사회로 가자는 취지를 서로 이해하면 곧 안정될 것이다.

-- 공수처법 어떻게 풀어야 하나.

합법적으로 통과된 것은 지키는 게 옳다. (미래통합당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후보를 추천해달라는 박병석 국회의장 종용에 따라주는 게 옳겠다.

-- 당내 토론이 사라졌다는 말도 있다.

누가 짓눌렀다기보단 과거 열린우리당 전철을 알기에 서로 절제하는 마음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 당 쇄신 방안은.

유능, 기민, 겸손이다.

-- 대선에 출마하나.

내년 39일 대선에 생각이 있으면 누구든지 그만둬야 한다.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

-- 이재명 경기지사와 관계 설정은.

지금은 국난 극복에 집중할 때다. 이외의 것은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

-- '시무 7' 청와대 청원을 한 조은산 씨에게 할 말은.

누구나 비판할 수 있고 말하는 충정도 충분히 알겠다. 사실관계 오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내년 봄 재보선 후보 낼 것인가.

더 급한 일을 처리하며 늦기 전에 책임 있게 결정하겠다.

-- '엄중 이낙연'에서 새로운 이낙연으로 변신을 예고했다.

책임 있는 사람이 신중한 게 나쁜 건 아니다. 집권 여당 대표답게 책임 있게 처신하겠다.

 

염태영 시장 최고위원 당선자치단체장 중 처음

29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제4차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염태영 최고위원 후보자가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9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김종민 의원(재선), 염태영 수원시장, 노웅래 의원(4), 신동근 의원(재선), 양향자 의원(초선)을 최고위원(득표순)으로 선출했다.

이번 최고위원단 선거의 특징은 친문재인 성향' 후보들의 선전과 함께 염태영 수원시장이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당 지도부에 입성한 점이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던 김종민 의원은 6%포인트 이상의 표차로 2위를 여유있게 따돌리며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통과 과정에서 보여준 강경한 태도로 친문 성향의 권리당원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점이 승인으로 꼽힌다.

염태영 시장은 쟁쟁한 현역 의원들에 밀리지 않고 2위를 거머쥐었다. 대의원들의 높은 지지가 힘이 됐다. 지자체장이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2015년 박우섭 당시 인천 남구청장, 2018년 황명선 논산시장이 도전했으나 낙선한 바 있다. 하지만 2년 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출신 기초단체장 등이 대거 당선되면서 이들을 대변할 당 지도부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돼 왔다. 지난 24일 민주당 소속 전국 시장, 군수, 구청장 154명 전원이 염 시장에 대해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염 시장은 그동안 중앙집권적 의사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 국정운영방식도 중앙과 지방이 수평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며 자치분권 등을 강조해왔다.

4선의 노웅래 의원도 최고위원단에 이름을 올렸다. 노 의원은 <문화방송>(MBC) 기자 출신으로 당 대변인, 서울시당 위원장, 민주당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신임 최고위원 중 유일하게 비주류로 꼽힌다.

치과의사 출신 신동근 의원은 대학생 때 경희대 삼민투 위원장을 맡아 반독재 투쟁을 벌였다. 2002년 재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도전한 뒤 계속 낙선하다가 20대 총선에서 45기 끝에 당선됐다.

유일한 여성 최고위원인 양향자 의원도 당 지도부에 무난하게 안착했다. 양 의원은 유일한 여성으로 순위에 상관없이 최고위원으로 당선되게 돼 있었지만, 득표율도 5위로 당선권에 들었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양 의원은 지난 201620대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표 시절 영입 인재로 민주당에 입당해 이번에 처음으로 당선됐다.

민주당이 이번 전대를 앞두고 당헌·당규를 개정함에 따라, 이낙연 대표가 오는 2022년 대선 출마를 위해 내년 3월에 대표직을 그만두더라도 최고위원 임기는 2년으로 보장된다. < 서영지 기자 >

 

사상 첫 온라인 전당대회지도부 등 불참, 현장엔 10명만

      

29일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낙연, 김부겸, 박주민 후보.

29일 당선이 확정된 (왼쪽부터) 염태영, 신동근, 양향자, 김종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최고위원. 민주당 유튜브 갈무리

최근 극심해진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전면적인 온택트’(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치러진 더불어민주당의 8·29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29일 오후 마무리됐다.

당사에 마련된 스튜디오에 모인 인원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지난 2년 동안의 임기를 마친 이해찬 대표는 물론 이날 최종 득표율 60.77%1위에 뽑힌 이낙연 신임 당 대표도 현장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 신임 대표의 수락 연설은 집에서 화상 연결로 이뤄졌다.

유력한 당권주자였던 이낙연 후보는 전당대회를 열흘께 앞둔 시점에 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전당대회 당일을 사흘 앞두고는 이해찬 대표 등 현재 당 지도부가 대거 코로나19 능동감시 대상자로 지정됐다. 애초 민주당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기준을 적용해 50명이 채 되지 않는 규모로 전당대회를 준비했지만, 최근 확산 상황이 악화되면서 결국 10명 안팎의 인원만 참석하는 소규모 방식으로 치러졌다.

이날 온택트 전당대회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식 유튜브 채널인 을 통해 생중계됐다. 수화로 동시 통역이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본격적인 전당대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사전 녹화 영상으로 인사말을 전했다.

29일 민주당 전당대회 시작에 앞서 인사말을 전하는 문재인 대통령.

전당대회가 진행되는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들은 연단에 올라 연설을 할 때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는 모습이었다. 후보들은 당사에 마련된 별도의 공간에서 대기를 하다 차례가 오면 마스크를 낀 채 연단에 올라 연설을 하고 내려왔다. 취재진의 접근도 제한됐다. 영상기자 한 팀 정도만 전당 대회 현장에 들어갔다.

자가격리 중인 이낙연 후보는 정견 발표를 사전 녹화 영상으로 대체했다. 수락 연설은 집에서 화상 연결로 생중계됐다. 이 후보는 생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갔다가 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중이다. 격리는 전당대회가 끝나고 난 뒤인 31일 오후에야 풀린다.

지난 26일 오전 진행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던 이해찬 대표를 비롯해 김태년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는 대부분 이날 전당대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 등을 취재하던 한 기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회의에 참석한 이들 대부분이 자가격리 또는 능동감시 대상자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이해찬 대표와 윤호중 사무총장 등은 대신 미리 녹화해 둔 영상으로 발언을 대신했다.

29일 민주당 전당대회에 사전 녹화 영상을 통해 인사말을 전하는 이해찬 대표. 민주당 유튜브 갈무리

< 노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