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영사콜 작년 24만여 건, 상식 어긋난 요청 잇따라

지난해 사건사고는 5만여 건 상담올해는 코로나19 급증

 

영사콜센터

 

"(해외) 여행을 와 여자를 만나 하룻밤 지냈어요. 30만원 줬는데, 택시비가 필요하다며 10만원을 더 달라고 해요. 10만원은 못 준다고 영어로 통역해 주세요"(민원인)

"선생님. 지금 000에 계시고 현지 여성분을 성적인 목적으로 만나서 금전 분쟁이 생긴 상황 맞습니까?(상담관)

", 맞아요. 10만원은 못 준다고 말해주세요"(민원인)

외국에서 현지인 여성과 성매매를 한 민원인이 "여성이 요구하는 액수를 지불할 수 없다"며 금전 문제로 다투던 중 외교부 영사콜센터에 통역을 요구한 사례다.

불법 행위를 한 뒤 금전적 분쟁까지 해결해 달라고 외교부에 요청한 것이다.

불법 사항, 욕설, 성희롱, 개인 간 금전 분쟁 등은 통역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

외교부 영사콜센터에 부적절한 민원성 전화는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2일 외교부가 국회에 제출한 '영사콜센터 운영실태 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상담 건수는 2419건으로 이 중 사건·사고 관련 상담은 51585건이다.

전년도와 비교해 상담 건수는 2만여건, 사건·사고도 2천여건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상담·조력 범위를 넘어선 민원 사례가 상당수 존재한다는 점이다.

동남아 국가 등에서 성매매를 둘러싼 갈등이 생겼을 때 통역을 요청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면세품 환불 요청 과정에서 시간이 다소 지체되자 현지 직원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는 내용을 그대로 통역해 달라는 민원인도 있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문한 음식과 실제 받은 음식이 다르다며 욕설과 함께 부적절한 내용의 통역을 요구한 사례도 접수됐다.

통역 요청은 아니더라도 '항공기 출발을 늦춰달라', '바가지요금을 해결해달라', '개인 숙식·항공권을 마련해달라'는 등의 요청도 상담 범위를 넘어선 경우다.

상담원에게 폭언하는 사레도 적지 않았다.

한 민원인은 일본군 위안부, 독도 문제와 관련해 외교부에 불만을 제기하며 욕설을 했고, 다른 민원인은 외교부의 조력 범위를 넘어선다는 설명에 폭언을 했다.

정부가 재외국민의 한국 입국을 허용한 것을 두고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있다"며 상담관을 비방한 사례도 있다.

영사콜센터 관계자는 "외교부 차원에서 도와드릴 수 없는 사안인데도 계속 도움을 요청하며 상담관의 본 업무를 방해할 경우, 절실한 영사조력이 긴급하게 필요한 우리 국민이 적시에 도움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사콜센터는 해외에서 사건, 사고나 긴급한 상황에 부닥친 국민에 24시간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현재 상담 인력 75명을 포함해 모두 81명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의 경우 지난 1~6월 코로나19 관련 상담이 62332건에 달할 정도로 코로나19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



다른 생각의대생 · 전공의 공공의료의 뜻 제대로 알라

시민단체 집단행동 유보하라전국 12곳 동시 1인 시위

의료악법 철회 · 의사권한 축소등 청와대 청원도 봇물

 


의료계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파업에 나선 의사들을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3차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의과대학 교수들까지 정부의 전공의 고발 철회, 4대 의료정책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의료계 일각에선 전공의 등 의사들에게 파업을 멈춰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의료계 파업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지난달 31일 게시된 의사집단을 괴물로 키운 2000년 의료악법의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원은 이틀 만인 2일 오후 3시 기준 21만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2000년 개정된 의료악법으로 의료인은 살인, 강도, 성폭행을 해도 의사면허가 유지된다코로나19 위기가 극에 달해 시민들이 죽어가는 시기에도 의사들이 진료거부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이 지적한 법안은 2000년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던 의사 출신 김찬우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다. 기존 의료법은 의료인이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으면 의료인 자격을 제한했으나, 개정 이후 의료법·보건의료법 관련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만 면허 취소가 가능해졌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밖에도 의사 권한을 대폭 줄여달라’ ‘파업 동참 병원을 공개해달라’ ‘파업 참가 의사 처벌 및 면허 취소를 해달라등 글이 이어졌다.

시민사회단체도 의료계 진료거부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에 나섰다. 참여연대와 전국 1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2일 대구, 부산, 세종, 전주 등 12개 지역에서 의료인 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동시에 진행했다.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 본관 입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 윤홍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통화에서 의사도 단체행동을 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시민 안전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진료 거부에 나설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정책 재논의를 약속한 만큼 코로나19가 안정될 때까지 집단행동을 유보해야 한다의사뿐 아니라 보건의료계 여러 주체와 정부, 시민사회가 참여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는 전날부터 파업에 반대하는 의대생·전공의들의 글을 연속 게재했다. 이들은 2일 글에서 의사 집단행동에서 수도권 중심적인 태도와 지역 차별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의사 단체들은 한국의 의료 접근성이 이미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필요할 때 의료에 접근하기 어렵다. 지역 의료 인프라와 의료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러한 의료 불균등은 건강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의료 접근성이 충분하다는 것은 지역 현실을 외면하는 발언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1일 게시글에서는 의대 교육현장의 문제 또한 크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공병상 수 최하위권에 지역별 의료격차가 극심한 한국의 의학도들이 공공의료의 정의조차 모른다. 공공의료 교육이 없었기 때문에 이들이 공공의대에 반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체행동으로 정부를 압박하고 의료계의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처음의 취지를 충분히 달성했다. 정부로부터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이제는 돌아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 < 김희진 이보라 기자 >

              

수십억 기금 후원까지전공의들 극한 투쟁부추기는 의사들

 

의사총연합 등 3300여개 계좌에서 대전협투쟁기금 명목 20억대 전달

의사 대화방 조직적 실검 띄우기’ ‘공공의대 게이트등 가짜뉴스 유포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특별시의사회에서 열린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은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휴진을 지원하기 위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를 중심으로 의사들이 수십억원대 투쟁기금을 모금하고 조직적으로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

1<한겨레>가 입수한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후원내역을 보면 지난달 15일을 기준으로 3300개가 넘는 계좌에서 대전협에 투쟁기금 명목으로 후원금이 전달됐다. 대한피부과의사회와 전국의사총연합 등 5곳이 1천만원 이상 후원자에 이름을 올렸고, 강남구의사회·부산시의사회 등 10여곳은 500만원 이상을 후원했다. 그 밖에 개인병원 등에서 모인 후원금을 추산하면 1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지난달 20일께 대전협 투쟁기금으로 20억원 가까이 모였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대전협은 지난달 15일까지 후원 내용을 정리해 이튿날 누리집에 공개했지만 지금은 게시글이 삭제된 상태다. 대전협의 적극적인 투쟁기금 모금은 이날도 이어졌다. 의사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박지현 비대위원장 명의로 작성된 안내문에는 대한민국 의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데 이바지하고자 전국의 16천 전공의는 단체행동을 결의했다. 용기와 응원을 부탁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계좌번호가 공개됐다.

현역 의사들은 이처럼 수십억원에 이르는 투쟁기금을 모아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조직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한 개원의 집단휴진 참여율은 10% 안팎에 그쳤지만 막후에서는 의사들이 적극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3천명이 넘는 현역 의사들이 모인 한 메신저 대화방에서는 매일 키워드를 정해 오후 2시께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올리도록 독려하는 실검챌린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0일 오후 2시께 네이버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는 공공의대 게이트였는데 의사 대화방에선 관련 내용을 29일부터 공지했다. 공공의대를 졸업하면 서울대병원 교수로 우선 채용해준다는 등의 가짜뉴스다.

보건복지부가 가짜뉴스로 혼란을 가중시키는 행위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의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인터넷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앱으로 검색하면 실검에 안 오르니 브라우저를 사용해야 한다는 등 구체적인 지침도 내렸다. 실제로 이들 방에서 논의한 공공의대 게이트30일 오후 2시 실검 1위에 올랐고 31일 오후 2시에도 이들이 생산·유포한 검색어(‘북한에 의료인 파견’)가 실검 1위가 됐다. 북한에 재난이 발생할 경우 의료인력을 긴급지원할 수 있도록 한 여당 의원의 법안을 꼬집은 검색어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공의료위원장은 선배 의사들이 전문가 집단으로서 대안을 제시하거나 의협 차원에서 정부와 협상을 시도할 생각은 않고 가짜뉴스만 전파하며 끝까지 싸워봐라며 돈만 보내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 이재호 기자 >

             

서울의대, 박근혜 정부 시절엔 ‘공공의대’ 찬성

용역보고서 "공공의대 700명 규모 배출" 제안

 

서울대병원 소속 전공의들이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공공 의대 설립등 정부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 의대 교수진들이 박근혜 정부 시절 작성한 용역보고서에서는 공공의료 확대 및 의사 정원 확대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2일 나타났다. 최근 전공의 집단 휴업을 지지하는 듯한 태도와 모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이날 서울대 의과대학이 2013년 발표한 의료 취약지역 및 공공의료분야 의사인력 양성방안 연구2015년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연구한 공공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기반 구축 방안보고서를 입수해 공공의료 인력 확대는 의료계에서 필요성을 주장해 온 사안이라고 밝혔다.

두 연구 보고서는 의료 취약지역 및 공공의료 분야에서의 인력 확대가 시급하며, 특히 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위해 지역의료에 특화된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실은 특히 2015년도 보고서에선 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의과대학(공공의대)을 설립해 총 700명 규모로 배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이는 의료정책 방향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서울대 의대에서 오래 전부터 공공의료 인력 확대를 주장해 온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강병원 의원은 서울의대 교수들은 지방의 의료 인력 부족에 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 비대위를 꾸리는 등 전공의 불법 집단휴진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국립대학에 몸담고 있는 책임감을 갖고 제자들을 의료현장으로 복귀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 노현웅 기자 >

               

‘다른 생각’ 의대생·전공의 “공공의료의 뜻 제대로 알라”
시민단체 “집단행동 유보하라” 전국 12곳 동시 1인 시위
“의료악법 철회·의사권한 축소” 등 청와대 청원도 봇물

의료계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파업에 나선 의사들을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3차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의과대학 교수들까지 정부의 전공의 고발 철회, 4대 의료정책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의료계 일각에선 전공의 등 의사들에게 파업을 멈춰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의료계 파업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지난달 31일 게시된 ‘의사집단을 괴물로 키운 2000년 의료악법의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원은 이틀 만인 2일 오후 3시 기준 21만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2000년 개정된 의료악법으로 의료인은 살인, 강도, 성폭행을 해도 의사면허가 유지된다”며 “코로나19 위기가 극에 달해 시민들이 죽어가는 시기에도 의사들이 진료거부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이 지적한 법안은 2000년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던 의사 출신 김찬우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다. 기존 의료법은 의료인이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으면 의료인 자격을 제한했으나, 개정 이후 의료법·보건의료법 관련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만 면허 취소가 가능해졌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밖에도 ‘의사 권한을 대폭 줄여달라’ ‘파업 동참 병원을 공개해달라’ ‘파업 참가 의사 처벌 및 면허 취소를 해달라’ 등 글이 이어졌다.

시민사회단체도 의료계 진료거부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에 나섰다. 참여연대와 전국 1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2일 대구, 부산, 세종, 전주 등 12개 지역에서 의료인 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동시에 진행했다.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 본관 입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 윤홍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통화에서 “의사도 단체행동을 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시민 안전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진료 거부에 나설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정책 재논의를 약속한 만큼 코로나19가 안정될 때까지 집단행동을 유보해야 한다”며 “의사뿐 아니라 보건의료계 여러 주체와 정부, 시민사회가 참여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는 전날부터 파업에 반대하는 의대생·전공의들의 글을 연속 게재했다. 이들은 2일 글에서 “의사 집단행동에서 수도권 중심적인 태도와 지역 차별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의사 단체들은 한국의 의료 접근성이 이미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필요할 때 의료에 접근하기 어렵다. 지역 의료 인프라와 의료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러한 의료 불균등은 건강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의료 접근성이 충분하다는 것은 지역 현실을 외면하는 발언”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1일 게시글에서는 “의대 교육현장의 문제 또한 크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공병상 수 최하위권에 지역별 의료격차가 극심한 한국의 의학도들이 공공의료의 정의조차 모른다. 공공의료 교육이 없었기 때문에 이들이 공공의대에 반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체행동으로 정부를 압박하고 의료계의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처음의 취지를 충분히 달성했다. 정부로부터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며 “이제는 돌아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2009022024005#csidx8a60a49eb0dd9d9a7b87fe4283d7c11

의료계 내부 “지역 격차 외면한 수도권 중심적 주장” 파업 비난

김희진·이보라 기자 hjin@kyunghyang.com

‘다른 생각’ 의대생·전공의 “공공의료의 뜻 제대로 알라”
시민단체 “집단행동 유보하라” 전국 12곳 동시 1인 시위
“의료악법 철회·의사권한 축소” 등 청와대 청원도 봇물

의료계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파업에 나선 의사들을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3차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의과대학 교수들까지 정부의 전공의 고발 철회, 4대 의료정책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의료계 일각에선 전공의 등 의사들에게 파업을 멈춰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의료계 파업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지난달 31일 게시된 ‘의사집단을 괴물로 키운 2000년 의료악법의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원은 이틀 만인 2일 오후 3시 기준 21만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2000년 개정된 의료악법으로 의료인은 살인, 강도, 성폭행을 해도 의사면허가 유지된다”며 “코로나19 위기가 극에 달해 시민들이 죽어가는 시기에도 의사들이 진료거부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이 지적한 법안은 2000년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던 의사 출신 김찬우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다. 기존 의료법은 의료인이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으면 의료인 자격을 제한했으나, 개정 이후 의료법·보건의료법 관련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만 면허 취소가 가능해졌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밖에도 ‘의사 권한을 대폭 줄여달라’ ‘파업 동참 병원을 공개해달라’ ‘파업 참가 의사 처벌 및 면허 취소를 해달라’ 등 글이 이어졌다.

시민사회단체도 의료계 진료거부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에 나섰다. 참여연대와 전국 1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2일 대구, 부산, 세종, 전주 등 12개 지역에서 의료인 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동시에 진행했다.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 본관 입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 윤홍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통화에서 “의사도 단체행동을 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시민 안전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진료 거부에 나설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정책 재논의를 약속한 만큼 코로나19가 안정될 때까지 집단행동을 유보해야 한다”며 “의사뿐 아니라 보건의료계 여러 주체와 정부, 시민사회가 참여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는 전날부터 파업에 반대하는 의대생·전공의들의 글을 연속 게재했다. 이들은 2일 글에서 “의사 집단행동에서 수도권 중심적인 태도와 지역 차별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의사 단체들은 한국의 의료 접근성이 이미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필요할 때 의료에 접근하기 어렵다. 지역 의료 인프라와 의료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러한 의료 불균등은 건강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의료 접근성이 충분하다는 것은 지역 현실을 외면하는 발언”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1일 게시글에서는 “의대 교육현장의 문제 또한 크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공병상 수 최하위권에 지역별 의료격차가 극심한 한국의 의학도들이 공공의료의 정의조차 모른다. 공공의료 교육이 없었기 때문에 이들이 공공의대에 반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체행동으로 정부를 압박하고 의료계의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처음의 취지를 충분히 달성했다. 정부로부터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며 “이제는 돌아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2009022024005#csidx8a60a49eb0dd9d9a7b87fe4283d7c11

민주당 원점 재검토 명문화 가능한방첩약 급여화는 협의 필요

2일 정세균 총리 의사단체와 간담, 3일 의사단체 내부 의견 조


서울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내과 교수 일동이 2'전공의들에게 행정명령 같은 법적인 처분이 이루어지는 것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 일부가 2일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전공의 고발 조처에 반발하는 대형병원 교수들의 집단행동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의사단체와 만난 데 이어, 이날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전국 시도 의사회 회장단과 비공개 만찬을 하며 의견 조율에 나섰다.

이날 고려대 구로병원 내과 교수 53명이 전공의에 대한 정부 고발 조처 등에 반발하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협의회도 이날 성명을 내어 이날 이후로 필수 진료에만 임하겠다.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에게 실질적 피해가 발생하면 교수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날 근무를 하지 않은 전공의는 85.4%, 전임의는 29.7%에 이른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국회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대한의사협회와 논의하고 있는 부분의 결과를 기다린다정부도 (양쪽의) 합의가 되는 부분들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의사단체의 잠정합의가 전공의의 반발로 무산된 뒤 의-정 협상에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국회의 중재로 합의가 이뤄진다면 이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핵심 쟁점은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정책의 원점 재논의명문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문구는 대전협을 중심으로 의사단체가, ‘정책 철회를 포함한 재검토를 약속하고, 그 이행을 보증하라는 차원에서 줄기차게 명시를 요구해온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의대 정원 확대나 공공의대 신설은 국회에 구성될 특위에서 검토할 문제라, 국회와 의사단체가 체결하는 합의문에는 원점 재검토를 명문화할 수 있다다만 한방첩약 급여화 등은 행정상의 문제여서 앞으로 (의사단체가) 정부와 협의를 계속해야 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의사단체들은 3일 오후 회의를 열어, 합의안에 담을 내용을 두고 내부 논의에 나설 예정이다.  < 김민제 서영지 기자 >

 

 


대통령 사과 안하면 순교할 각오인근 자영업자 교회 탓 유령도시

 

코로나19 치료를 받고 퇴원한 전광훈 목사가 2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변호인단, 8·15집회 비대위 관계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격리입원됐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2일 퇴원하자마자 기자회견을 열어 또다시 정부의 방역조처를 사기극이라고 주장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등 망언을 이어갔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1천명을 넘기는 등 이 교회를 둘러싼 논란 때문에 유령도시가 된 서울 성북구 장위동의 주민들은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전 목사는 이날 오전 11시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음모론가짜뉴스를 뒤섞어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전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을 속이는 행위를 계속한다앞으로 한달 동안 기간을 주겠다. 국민에게 사과하시라. 순교할 각오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또 금번에 중국 우한바이러스(코로나19) 사건을 통해서 전체적인 것을 우리에게 뒤집어씌워 사기극을 펼치려 했으나 국민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으로 실패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마스크를 안 쓰거나 턱에 걸친 평소 모습과 달리 이날은 마스크를 제대로 썼다.

전 목사가 이처럼 황당한 주장을 이어가자 지역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장위동 인근에서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하는 씨는 부동산 손님도 여길 기피해 평소엔 문을 잠그고 있다. 가족도 주변에서 가게를 하는데 문 닫은 지 한달이 넘어 월세도 못 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랑제일교회가 있는 장위동 일대는 상인들뿐 아니라 주민들도 사실상 두문불출해 유령도시를 방불케 한다. 주민 방아무개(49)씨는 앞집에 방역복 입은 분들이 들락날락하다 보니 감염될까봐 불안하다. 장위 전통시장에 고객보다 상인이 더 많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 윤아무개(77)씨도 경제적으로 엄청 손해를 보고 있다. 법적으로 (전 목사 활동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회 부근에서 영업을 하는 소상공인 140여명은 기독교 시민단체 평화나무와 함께 사랑제일교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설 예정이다. 6일까지 접수해 9월 하순께 진행한다. 신기정 평화나무 사무총장은 정부에 코로나19 확진 책임을 돌리는 사랑제일교회 때문에 교회 주변이 기피지역으로 인식돼 소상공인 피해가 커 소송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전 목사의 보석 취소 여부와 관련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여전히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이 전 목사를 중심으로 모여들고 있어서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 김태은)보석 조건을 위반했다며 전 목사의 보석 취소를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바 있다. 법원은 보석 취소 심문을 법정에서 할지 서면으로 진행할지를 포함한 심문 방식을 곧 확정하고 전 목사 재수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 전광준 강재구 조윤영 기자 >

보석 조건위반한 전광훈, 재수감 언제?

 법원 심문기일 미정서면심리 대체도

보석으로 석방된 상태에서 8·15 광화문집회에 참석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2일 퇴원함에 따라 그의 재수감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 김태은)는 지난달 16““재판 중인 사건과 관련될 수 있거나 위법한 집회 또는 시위에 참가해서는 안 된다는 보석조건을 위반했다며 전 목사의 보석 취소를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 그러나 이튿날 전 목사가 코로나19로 확진됨에 따라 4·15 총선을 앞두고 정당 지지 발언으로 기소된 선거법 위반 재판은 중단됐고 보석 취소 심문 일정도 잡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법원은 보석 취소 심문을 법정에서 할지 서면으로 진행할지를 포함한 심문 방식을 곧 확정하고 전 목사 재수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검찰과 전 목사 쪽 변호인은 모두 보석 취소와 관련한 의견서와 자료를 이미 재판부에 제출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재판부가 검찰의 보석 취소 청구 이후 자료를 제출 받아 심리 중이고 현재까지 심문기일이 지정되지는 않았다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해야 하는 본안 재판은 조만간 기일을 정할 수도 있지만 보석 취소 사건은 별도의 심문기일을 정할 수도 있고 서면으로 대신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조윤영 기자 >

 

 


통합 삼성물산’ 5년만에물산-제일모직 합병 총체적 불법

시세조종, 주주매수, 분식회계 조작·은폐·매수시장교란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11명을 자본시장법(부정거래·시세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1일 불구속 기소했다. 201591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해 통합 삼성물산이 탄생하고, 이 부회장이 통합 삼성물산의 대주주로서 삼성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오른 지 정확히 5년 만이다.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배제한 채 이 부회장을 위한 합병이 추진되는 매 단계마다, 허위 자료가 유포되고, 불법 로비·매수작전이 진행됐을 뿐 아니라, 수만 건의 시세조종성 주문을 통한 주가조작과 수조 원대 규모의 분식회계 등 각종 시장질서 교란 행위가 벌어졌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론이다.

이사회 합병 결의단계 시너지·보고서 조작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이 부회장과 삼성 미래전략실이 2012년부터 프로젝트 지(G·거버넌스의 준말)’라는 비밀 프로젝트에 착수해 구체적인 승계계획안을 마련한 사실을 밝혀냈다. ‘프로젝트 지의 일환으로 201212월 작성된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 검토문건(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을 보면, 당시 삼성은 곧 출범할 박근혜 정부의 각종 경제민주화 조처를 회피하고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삼성에버랜드(이후 제일모직) 상장 뒤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제시한다.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에버랜드와 삼성전자의 2대 주주인 삼성물산을 합병해,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확대한다는 얼개가 이미 이때 짜인 것이다.

하지만 수년 전 짠 계획을 토대로 2015년 합병을 추진하면서, 삼성이 합병을 마치 회사 성장을 위한 경영상 판단인 것처럼 정당화하기 위해 허위 명분을 짜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특히 검찰은 당시 삼성이 대대적으로 홍보한 ‘6조원의 시너지 효과가 허위로 산출된 숫자라고 봤다. 또 이 부회장이 대주주인 제일모직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시점에 산정된 합병비율을 합리화하는 안진·삼정 회계법인의 합병비율 검토보고서도 삼성의 요구로 조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15526일 삼성물산 이사회는 합병이 실제로 회사와 주주들에게 이득이 되는지 별다른 확인을 하지 않은 채 불과 1시간 논의를 거쳐 제일모직과의 합병 계약을 체결·공표한다. 검찰은 “(당시) 삼성물산 경영진은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제대로 된 검토 없이 회사와 주주에게 극도로 불리한 시점을 합병을 강행했는데,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미전실의 독단적 지시로 이뤄졌다는 것을 (진술과 물증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주주총회 단계 주주는 로비·매수

이사회의 졸속 결의 뒤 엘리엇 등 삼성물산 주주들의 반발로 합병이 위기에 처하자, 이재용 부회장이 20156월 초 골드만삭스와 미전실 임원들이 참석하는 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해 긴급 대응전략을 수립한 사실도 이번 수사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논의된) 단계별 플랜이 하나씩 점검된 상당히 밀도 있는 보고서가 작성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때 마련된 대응전략에 따라 삼성이 찬성표(의결권) 확보를 위해 주요 주주들을 상대로 불법적인 로비와 매수작업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당시 제일모직의 2대 주주였던 케이씨씨(KCC)가 삼성으로부터 합병 찬성을 전제로 경제적 이익을 보장받는 이면계약을 맺고 삼성물산이 보유한 자사주 전량(5.67%)을 사들였다고 밝혔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우호 세력에게 넘겨 의결권을 부활시킨 뒤, ‘반대급부를 약속하고 찬성표를 행사하게 했다는 것이다. 케이씨씨의 찬성표로 합병안은 가까스로 주총을 통과할 수 있었다.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한 삼성의 여론전 또한 전방위적이었다는 게 검찰의 수사결과다. 검찰은 삼성물산으로부터 당사자 동의 없이 주주명부를 넘겨받은 삼성증권이 물산 주주들에게 투자상담을 해준다며 접근해 의결권 위임장 확보에 나섰다고 밝혔다. 또 삼성 내부적으로는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에 대한 반감을 유발하는 취지의 언론대응 방안이 마련됐고, 경제계 저명인사들의 기고문과 인터뷰가 삼성에 의해 대필 작성됐다고 밝혔다.

주식매수청구기간 시세조종으로 주가 부양

합병 성사를 위한 시세조종혐의도 이번 기소로 상세히 드러났다. 합병 직전 삼성 미전실이 작성한 (M)사 합병추진()’ 문건을 보면, 당시 삼성이 짠 시세조종전략은 이사회 결의 전과 후로 나뉜다. 삼성은 이사회 결의 전에 악재를 선반영하고, 이사회 결의 뒤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등 각종 호재를 풀어 주가를 띄우는 전략을 짰다. 특히 주식매수청구기간’(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회사주식을 팔 수 있는 기간)에는 집중적으로 주가를 관리해 주주들의 이탈을 최소화하는 게 문건에 나타난 핵심 내용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로 이 문건에 나타난 전략이 실행된 정황들을 밝혀냈다. 특히 검찰은 삼성이 이사회 합병 결의 뒤 합병안 투표를 위한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까지의 기간(2015.5.26~7.17)동안 발표한 삼성바이오에피스 나스닥 상장 계획과 용인 에버랜드 개발 계획 등이 이 부회장이 대주주인 제일모직의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허위 호재인 것으로 판단했다. 두 계획은 모두 합병 성사 뒤 백지화됐다.

합병안이 주총에서 통과된 뒤 주식매수청구기간(2015.7.18~8.6)에는 제일모직이 자사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하는데, 검찰은 이것 역시 시세조종으로 보고 있다.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주주들의 이탈로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는데, 합병 결의 직후에 삼성물산의 주가가 청구가격에 가까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자본시장법상 이미 케이씨씨에게 자사주를 처분한 탓에 주식을 추가로 사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삼성 미전실은 합병비율이 이미 고정돼 제일모직의 주가가 오르면 삼성물산의 주가도 오르는 동조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을 이용해, 제일모직이 4200억원 규모의 단기대출까지 받아가며 자사주 172만주(2902억원 상당)를 일주일 동안 집중적으로 사들이게 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이 고가매수 주문 7049, 물량소진 주문 13185회 등 수만 건에 이르는 시세조종성 주문을 낸 사실도 밝혀냈다. 실제로 이런 노력으로 제일모직의 주가는 청구가격 위로 유지되다, 청구기간이 끝난 뒤 바로 급락했다.

합병 기간 중 악재는 은폐

반면 합병에 악재가 될 만한 경영상 중요 정보들은 시장과 주주들에게 은폐됐다. 검찰은 합병 뒤 신규 순환출자가 발생해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해야 하며 이 부회장의 상속세 마련을 위해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에 제일모직의 주요자산인 삼성생명 지분 매각을 논의 중이라는 사실 등을 삼성이 합병 기간 중 일부러 숨겼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은 수사의 단초가 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회계사기 역시 합병을 성사시키기고 정당화하기 위한 무리수로 결론 내렸다. 삼성이 합병 전에는 제일모직의 핵심자회사인 삼성바이오가 미국 제약업체 바이오젠과 맺은 콜옵션 계약의 주요 내용을 일부러 숨겼고, 합병 뒤에는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의 콜옵션 부채가 드러나 합병의 정당성이 흔들릴 상황이 되자 회계처리를 변경하는 방법으로 4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결과적으로 당시 합병으로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 지분 16.4%를 차지하며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하게 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은 주가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3050% 상당의 평가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들이 시장과 투자자에게 정확하고 충실한 정보를 제공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개별 법인 독립의 원칙에 따라 회사가 독립적으로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인 경영 판단을 해야 할 임무가 있음에도, 이를 총수의 사익을 위해 저버렸다는 것이다.

이재용 변호인단 합병은 경영상 판단수사팀의 일방적 주장

이날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별도의 입장을 내 이 사건 공소사실인 자본시장법 위반, 회계분식, 업무상 배임죄는 증거와 법리에 기반하지 않은 수시팀의 일방적 주장일 뿐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합병이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이뤄졌다는 검찰의 결론에 대해 삼성물산 합병은 정부규제 준수’, ‘불안한 경영권 안정’, ‘사업상 시너지효과 달성등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인 경영활동이고, 합병과정에서의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한 것에 대해서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업무상 배임죄를 인정하지 않는 일관된 대법원 판례에 반한다는 법리적 이유와 합병으로 인해 구 삼성물산이 오히려 시가총액 53조에 이르는 삼성바이오 주식을 소유하게 되는 이익을 봤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의율하지 못했던 것인데, 느닷없이 이를 추가해 피의자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오늘 검찰이 설명한 내용과 증거들은 모두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나 수사심의위 심의 과정에서 제시되어 철저하게 검토되었던 것이고, 다시 반발할 가치가 있는 새로운 내용은 아무 것도 없다이러한 수사팀의 태도는 증거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기 보다는 처음부터 삼성그룹과 이재용 기소를 목표로 정해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91일 검찰이 발표한 공소사실 요지 전문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금일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실장 등 미래전략실의 핵심 관련자들, 구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표와 임원 등 총 11명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위증 등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공소사실 요지에 대하여 말씀드리면,

이재용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은,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을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에 유리한 시점에 삼성물산 흡수합병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각종 거짓 정보를 유포하고, 불리한 중요 정보는 은폐하였으며, 주주 매수, 불법 로비, 시세조종 등 다양한 불공정거래행위를 조직적으로 자행하였습니다.

삼성물산 경영진들은 이재용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의 승계계획안에 따라, 회사와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합병을 실행함으로써, 회사와 주주들에게 손해를 야기하였습니다.

합병 성사 이후에는,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이었다는 불공정 논란을 회피하고 자본잠식을 모면하기 위하여,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산을 4조원 이상 부풀리는 분식회계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미래전략실 전략팀장과 삼성물산 대표가 국정농단 재판 과정에서 합병 실체에 관하여 허위 증언을 한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불기소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 이에 수사팀은 위원회의 권고 취지를 존중하여 지난 두 달 동안 수사 내용과 법리 등을 심층 재검토하였습니다.

전문가 의견 청취의 대상과 범위를 대폭 확대하여 다양한 고견을 편견 없이 청취하였고, 수사전문가인 부장검사 회의도 개최하였습니다. 이를 토대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친 결과,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한 사안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금일 사건 처리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수사팀은 향후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삼성물산 합병 성사 위해 수만 건 시세 조작성 주문 주가 조작

최소비용으로 지배력 확대 목적 ‘6조 시너지등 허위명분 짜내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의 배경이 되는 사건은 2015년에 추진된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소의 비용을 들여 최대한의 그룹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 주주와 회사에 이로운 일인지 검토 없이 분야가 전혀 다른 두 개의 대형 기업을 인위적으로 결합시켰다는 게 의혹의 뼈대다. 5년 전 두 회사가 법적으로 합병을 마무리했던 1, 검찰은 삼성이 조직적으로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수만 건의 시세조종성 주문을 통해 주가조작을 벌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이미 2012년부터 프로젝트 지(G·거버넌스의 준말)’라는 비밀 프로젝트에 착수해 구체적인 승계계획안을 마련했다.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에버랜드(이후 제일모직)와 삼성전자의 2대 주주인 삼성물산을 결합시켜,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확대한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은 삼성이 이를 마치 회사 성장을 위한 경영상 판단인 것처럼 정당화하기 위해 ‘6조원의 합병 시너지와 조작된 합병비율 검토보고서등 허위 명분을 짜냈다고 봤다.

검찰은 합병 발표 뒤 엘리엇 등 삼성물산 주주들의 반발로 합병이 위기에 처하자, 이 부회장이 긴급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등 직접 움직였고 이때 마련된 방침에 따라 삼성이 찬성표(의결권) 확보를 위해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를 상대로 불법적인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삼성이 케이씨씨(KCC)에 경제적 이득을 약속하는 이면계약을 맺은 뒤 삼성물산 자사주 전량을 넘겨 합병에 찬성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가까스로 통과된 뒤, 제일모직이 미전실의 지시로 일주일 동안 자사주 172만주(2902억원 상당)를 집중적으로 사들여 주가부양(시세조종 혐의)에 나선 정황도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합병안 통과 뒤에도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가격(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주식을 회사에 파는 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합병이 무산될 위험이 커지는데, 당시 삼성물산 주가가 이런 상황이었다. 검찰은 합병비율이 고정돼 제일모직의 주가가 오르면 삼성물산의 주가도 함께 오르는 동조효과를 활용해 삼성물산 주가방어에 나선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제일모직이 자사주를 사들이면서 고가매수 주문 7049, 물량소진 주문 13185회 등 수만 건의 시세조종성 주문을 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런 노력으로 삼성물산의 주가는 주식매수청구기간 동안에는 청구가격 위로 유지되다 청구기간이 끝난 뒤 바로 급락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이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 보호 의무를 위배했다는 전문가들 의견을 반영해 구속영장에는 없던 업무상 배임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기소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은 시장교란 범죄의 대상이 불특정 다수로 구성되는 반면 배임은 개별적으로 피해를 본 권리 주체들을 특정하는 차이가 있다업무상 배임죄 적용은 이 부회장이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직접 손해를 입힌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기소 과정에 느닷없이 이를 추가한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수사심의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 임재우 기자 >

수사 심의위 불기소 권고로 혹 떼려다 붙인이재용 변호인

금융·회계 전문가 80여명 의견청취 업무상 배임혐의 추가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하지 말라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의 권고가 오히려 수사팀의 법리를 더 탄탄하게 만들었다는 말이 검찰 안에서 나온다. 수심위의 결정에 따라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집한 결과 공소 내용이 더욱 충실하게 보강됐다는 것이다.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은 1일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검찰 수사심의위 권고를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당시 수심위에는 삼성을 공개적으로 두둔하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던 대학교수가 참여하는 등 불공정 논란이 일었지만 수사팀으로선 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 검찰개혁 차원에서 도입한 수심위의 결론을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으면 두고두고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사팀은 2개월간 금융·경영·회계 전문가 80여명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들었다. 기소에 찬성·반대하는 전문가가 거의 다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여러 교수가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및 삼성물산 경영진이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 보호 의무를 위배해 법률적 책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어, 이를 이 부회장 혐의에 추가로 반영했다. 수심위 권고로 공소장의 완성도가 더 딴딴해졌다”(검찰 고위 관계자)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외부 전문가들 외에도 금융수사 경험이 풍부한 부장검사들이 1200여쪽에 이르는 주요 수사기록을 사전 검토해 일주일 동안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 수사팀은 객관적 증거로 입증되는 실체가 명확하다며 자신있게 기소를 결정했다. 하지만 재판 결과가 안 좋으면 수사팀은 수심위 권고를 처음으로 불복한 것에 대한 부담도 추가로 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 김정필 기자 >

이재용 기소시장 전문가 장기 투자자에게 좋은 신호평가

1일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고위 임원 여럿을 불구속 기소한 것에 대해 삼성전자는 우려를 표하면서도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자본시장의 공정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날 큰일이다라면서도 삼성 차원의 입장은 따로 내지는 않을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내부적으로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평가하며, 향후 재판 과정에서 시세 조종이나 회계사기 혐의는 벗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재계에선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한 재계 단체 관계자는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를 무시하면서까지 기소한 것은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4대 그룹에 속한 한 그룹의 고위 임원은 위법에 관한 건이니 법의 심판을 깔끔하게 받는 게 향후 삼성을 위해서나 선례 차원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의 고위 임원은 기소로 결론이 났으니 기업엔 가장 나쁜 불확실성은 해소된 것 아닌가 싶다라고 평가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검찰 기소가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투자가나 법률가 등으로 구성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포럼)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필요하고 적절한 조처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류영재 포럼 회장(서스틴베스트 대표)기업 거버넌스나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중요하게 보는 장기투자자들에게는 이번 기소가 좋은 이미지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식 스카이투자자문 고문(변호사)불법적으로 경영권을 세습하려다 보니 30년 가운데 10년은 불법 세습에 몰두하느라 정작 경영전략에는 소홀하게 되었다. 이래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 송채경화 김재섭 조계완 이재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