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기존 확보한 통화내역으로 통화상대 수사

 

법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개인 휴대전화 3대에 대한 통신기록 영장 신청을 강제수사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7경찰에서 신청한 박원순 전 시장 핸드폰 3대에 대한 통신 영장은 강제 수사의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은 14일 박 시장의 사망 경위 등을 확인하기 위해 통신기록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실종 당시 발부된 영장에 의해 확보된 사망 직전 통화내역을 바탕으로 박 시장의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상대 통화자 등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박 시장 사망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휴대전화 1대의 통화 내역(지난 8~9)을 확보한 상태다.

박 시장의 유족은 경찰이 계획중인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박 시장의 유족이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휴대전화 봉인 해제 시 참여할 예정이고 일정을 조율 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박 시장의 사망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15일 고한석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을 조사한 뒤 16일에는 서울시 관계자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 강재구 기자 >


선거토론 일부 부정확한 표현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없다

 


대법원이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이 선고됐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 지사는 지사직과 함께 피선거권도 유지하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16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의 상고심에서 대법관 7 5 의견으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지사는 2018년 지방선거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친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느냐는 상대 후보의 질문에 그런 일 없다며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무죄가 선고됐지만, 2심은 유죄가 인정돼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이 지사의 당선은 무효가 되고, 30억원이 넘는 보전된 선거비용도 반환해야 하며, 5년 동안 피선거권도 박탈될 상황이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를 열어 대법관 7명의 무죄 의견으로 이 지사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지사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며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관 5(박상옥·이기택·안철상·이동원·노태악)“(이 지사의 발언은) 전체적으로 보아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공표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 김정필 장필수 기자 >

대법 형 강제입원 질문에 해명 발언적극적 공표행위 아냐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주재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고공판이 열리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정치생명이 걸렸던 선거법 재판의 핵심 쟁점은 친형 강제입원 의혹을 해명한 이 지사 발언의 위법성이었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둔 티브이(TV) 토론회에서의 그 발언은 대법관 7(김명수·노정희·권순일·박정화·김상환·김재형·민유숙)의 다수의견으로 무죄로 판단됐다. 항소심의 유죄 판결이 옳다는 반대의견은 5(박상옥·이기택·안철상·이동원·노태악)이었다. 과거 이 지사를 변론했다는 이유로 사건 심리에서 빠진 김선수 대법관을 제외한 12명 대법관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것이다. 이 지사 발언은 동영상으로 남아 있지만, 같은 발언을 놓고 위법성에 대한 양쪽의 판단은 판결문을 통해서도 극명하게 갈렸다.

이 지사 발언 대체 무엇이기에? 2018529일과 65일 열린 티브이 토론회에서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는 이 지사에게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 보건소장 통해서 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물었다. 이 지사의 성남시장 시절 불거진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었다. 이에 이 지사는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부인했다. 주요 발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실제로 정신 치료를 받은 적도 있는데 계속 심하게 하기 때문에 어머니, 저희 큰형님, 저희 누님, 저희 형님, 제 여동생, 제 남동생, 여기서 진단을 의뢰했던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걸 직접 요청할 수 없는 입장이고, 제 관할하에 있기 때문에 제가 최종적으로 못 하게 했습니다. 김영환 후보께서는 저보고 정신병원에 형님을 입원시키려 했다이런 주장을 하고 싶으신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닙니다.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것은 제 형수와 조카들이었고, 어머니가 보건소에다가 정신질환이 있는 것 같으니 확인을 해보자고 해서 진단을 요청한 일이 있습니다. 그 권한은 제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어머니한테 설득해서 이거 정치적으로 너무 시끄러우니 하지 말자못 하게 막아서 결국은 안 됐다는 말씀을 또 드립니다.”

검찰은 이 지사가 관할 보건소장 등에게 친형 강제입원을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고 결국 이 지사의 발언은 선거에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라며 그를 기소했다.

허위사실 공표놓고 유무죄 의견 팽팽 대법원은 다수의견으로 이 지사가 토론회에서 허위사실을 드러내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기에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이 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의혹과 관련된 발언은 김 후보자의 질문에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왔기에 적극적이고 일방적인 공표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견은 항소심 판단과 마찬가지로 이 지사가 당선될 목적으로 일부 사실을 숨겼고 사실을 왜곡했다고 봤다. 또 다수의견이 말하는 적극적·일방적 표명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적극적·일방적 표명과 그렇지 않은 표명을 달리 보아야 할 근본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친형을 입원시키려 했느냐는 김 후보의 질문을 이 지사가 직권을 남용해 불법으로 강제입원시키려고 한 사실이 있느냐로 해석한 것이라며 그런 적 없다는 이 지사의 발언은 상대 후보의 질문 의미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반대의견은 김 후보가 뒤이어 보건소장을 통해서 하지 않았습니까라며 구체적인 질문을 던진 점을 강조하며 맞받았다. “이 지사가 분당구 보건소장 등을 통해 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를 묻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선거인들의 평균적인 인식이라는 것이다.

티브이 토론회의 즉흥성을 놓고도 다수의견은 토론의 경우 공방이 제한 시간 내에 즉흥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다설령 후보자가 부분적으로 잘못되거나 일부 허위의 표현을 해도 국가기관이 아닌 일반 국민이 토론과 후속 검증 과정을 지켜보고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반면 반대의견은 이 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의혹이 20126월에 불거졌고 이 지사가 이를 지속적으로 해명했던 점을 들며 이 지사는 토론회에서 김 후보가 형에 대한 정신병원 입원 절차와 관련해 질문할 것이라는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었기에 답변을 미리 준비했고 그대로 답변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수의견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활발한 토론이 보장돼야 한다며 후보자 토론회 발언을 문제 삼아 수사권의 개입이 초래된다면 수사권 행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선거 결과가 검찰과 법원의 사법적 판단에 좌우될 위험에 처해짐으로써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로 대표자를 선출한다는 민주주의 이념이 훼손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대의견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대의민주주의의 기능과 선거의 공정성, 후보자 간의 실질적 평등 등 선거제도의 본질적 역할과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정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판결문 중 다수의견의 판시 분량은 12, 반대의견 분량은 17장이었다. 치열한 공방의 흔적이었다. < 장필수 기자 >

피말리는 연장전 끝에 되살아난 오뚝이이재명표 정치 날개달다

16일 경기도청 신관에 출근 중인 이재명 경기지사.

피말리는 연장전 끝에 이번에도 되살아난 오뚝이 정치인.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형 강제 입원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의 당선 무효형을 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의 파기 환송 결정을 내리면서 이 지사는 자신을 집요하게 괴롭혔던 4가지 모든 혐의에서 벗어났다. 다시 한번 정치인으로 기사회생에 성공하면서 코로나19 대응으로 높아진 인지도와 지지도를 기반으로 대선가도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 지사는 지방선거 이후인 201812친형 강제 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공표 외에도 성남시 분당 대장동 개발 관련 업적을 과장하고, 2002년 검사를 사칭했던 전력을 부인했다는 공직선거법(허위사실유포) 위반 등 4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친형 강제 입원과 관련한 허위 사실 외에 나머지 3가지 혐의에 대해서는 1,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선 성남시장에서 경기도지사로 당선되면서 시작된 재판과 곧이어 터진 여배우 스캔들, 조폭 연루 의혹 등을 한꺼번에 받았던 지난 2년은, 이 지사의 말처럼 질풍노도와 같은 시기였다. 특히 여배우 스캔들은 대형 악재였다. 이 지사는 사건을 조사중인 경찰에 신체 감정을 요구한 뒤 거부되자, 자신이 직접 아주대 병원으로 이동, 의료 전문가와 언론이 참관한 현장에서 자신의 결백을 입증해내기도 했다.

숱한 고비를 넘겨온 이 지사지만 항소심 재판 이후 대법원 선고가 지연되면서는 단두대에 올라간 심정이라며 극도의 긴장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대법원이 항소심 판결을 확정할 경우, 지사직 상실은 물론 여권 잠룡에서 추락하며 정치적 앞날이 불투명해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 지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수사·재판에 시달려왔던 이재명표 경기도정이 활력을 얻는 동시에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 날개를 달게 됐다.

피말리는 송사 외에도 그의 삶엔 고난을 딛고 일어선 장면이 여럿이다. 경북 안동 출신의 이 지사는 가정의 어려운 형편 때문에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성남 상대원공단에서 5년간 공장 노동자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 시절 산재로 장애인 6급 판정을 받았던 이 지사는 고입·대입 검정고시를 거쳐 중앙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사법고시에 합격,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당시 생활을 담은 책 <나의 소년공 다이어리>에서 그는 고통스럽고 혼란한 미래에 두려움을 겪고 있는 이 땅의 모든 리틀 이재명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고 싶다고 적었다.

이후 시민운동가로 성남시립의료원 건립에 나섰으나 현실의 벽에 부닥치면서 정치의 길로 나선 이 지사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성남시에서 재선 시장을 지냈다. 당시 성남시 모라토리엄 선언과 극복, 성남시 청년수당 등 3대 무상복지를 통해 점차 변방 사또에서 스타 시장으로 전국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이 지사는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 당시 문재인, 안희정 후보에 이어 3위에 그치면서 최종 후보가 되지 못했다.

다음해인 2018년 지방선거에서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를 24%의 큰 표 차이로 누르고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이 지사는 억강부약을 기조로 공정과 평화의 가치가 담긴 자신의 정책을 쏟아냈다. 경기도 청년수당의 지급과 경기도 내 하천 불법 시설물 일제 철거 등의 강력하고 신속한 정책 등이 그 예들이다. 특히 자타 공인 국내의 대표적인 기본소득론자인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명실상부한 대선주자급 정치인으로 체급을 늘렸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재난지원금 지급을 한 것은 물론, 집단 감염의 진앙지로 거론된 신천지 고발과 현장 점검 등의 강력하고 선제적 대처, 남북 간 대치 국면 속에서 대북 전단 살포 강력 대응 등을 통해 대중의 신뢰와 지지를 받아왔다.

이는 이 지사에 대한 지지도 상승으로 귀결됐다. 취임 직후 각종 의혹 등 악재에 시달리며 시도지사 직무수행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29.2%로 전국 17개 시도 단체장 중 꼴찌로 시작했던 그는, 지난달 조사에서는 71.2%1위에 오르는 등 드라마 같은 지지율 변화를 끌어냈다. < 홍용덕 기자 >

이재명 공정한 세상 위해 여러분과 흔들림없이 나아가겠다

대법원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친형 강제 입원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해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의 당선 무효형을 선고한 사건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 결정을 내린 16일 이 지사는 공정한 세상, 함께 사는 대동세상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흔들림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이날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정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려주신 대법원에 감사드립니다.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믿음, 정의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셨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특히 재판 내내 함께해준 경기도민과 지지자, 민주당원, 그리고 가족에 대해 힘들고 고통스러운 고비마다 저를 일으켜준 여러분이 계셨기에 진실 앞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오늘까지 올 수 있었다며 감사함으로 표시했다.

특히 지난 313일 돌아가신 자신의 어머니는 물론 이 사건의 발단이 됐던 셋째 형과 관련해 어머니는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속 한을 풀지 못하고 눈을 감으셨습니다. 애증의 관계로 얼룩진 셋째 형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저희 가족의 아픔은 고스란히 저의 부족함 때문입니다. 남은 삶 동안 그 아픔을 짊어지고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불공정, 불합리, 불평등에서 생기는 이익과 불로소득이 권력이자 계급이 되어 버린 이 사회를 바꾸지 않고서는 그 어떤 희망도 없다오늘의 결과는 제게 주어진 사명을 다 하라는 여러분의 명령임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오전 집무실로 출근해 일상적 자료 보고 등 업무를 보았던 이 지사는 집무실에서 점심을 도시락으로 시켜 먹은 뒤 오후 대법원 선고 과정을 텔레비전을 통해 홀로 지켜보았다.

대법원 선고가 이뤄진 이 날 대법원에는 이 지사의 지지자 100여명이 몰려들었다. 재판정에 입정한 일부 지지자는 선고를 내리고 재판관들이 퇴정하자 박수와 함께 하는 탄성을 보내며 파기 환송을 환영했다.

이 지사의 변호인단인 김종근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 직후 법정을 나와 기자들에게 대법원의 판단에 경의를 표합니다. 토론회에서의 허위사실공포 헌법 합치적인 해석에 관해서 기준을 세워주셨고 그 내용은 종전에 토론회와 관련된 대법원의 판례와도 일맥상통한 그런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1300만 경기도민들의 선택이 좌초되지 않고 지사께서 계속 도정에 전념하실 수 있게 돼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 홍용덕 기자 >

한시름 던 민주당이낙연·김부겸도 천만다행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판결을 받은 뒤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앞에서 재판 결과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법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16일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큰 시름을 던 분위기다. 이 지사의 대선 주자 입지도 탄탄해질 전망이다.

이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민주당은 최악의 1주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속에 마음을 졸였다.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에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등으로 정부·여당 지지율이 급전직하하는 추세가 완연한데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부산시장과 서울시장이 잇따라 공석이 된 상황에서 경기도지사 자리까지 잃게 되면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게 될 거라는 우려였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가 민주당 귀책사유 때문에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지는 상황에서 재보선 성적표가 좋지 않을 경우 대선 정국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 지사의 유죄가 확정됐다면 광역단체장 3명이 공석이 되는 한국 정치사에 보기 힘든 장면이 펼쳐지게 된다. 당에는 굉장한 악재가 될 뻔했다고 말했다.

일단은 피선거권 박탈이라는 짐을 내려놓게 된 이 지사의 대선 도전엔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서울시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이 지사가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리스크를 던 만큼 민주당 대선 후보 구도는 1(이낙연)-1(이재명)-다약 체제에서 이낙연-이재명 2강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대법원 판결로 당권 주자들도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선 가도의 유불리를 따지기 전에, 누가 대표가 되든 최악의 당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은 피했기 때문이다.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모두 대법원 판결 직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개원식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잘됐다. 축하하고, 경기도민들에게도 잘된 일이다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 역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당원의 한 사람으로 오늘은 천만다행인 날이다라며 앞으로 이 지사와 함께 국민 앞에 겸손한 자세로 좋은 정치에 더욱 힘쓰겠다고 적었다.

이 의원 쪽 관계자는 이 지사마저 지사직을 상실하면 여권 지지율의 하락을 막을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이 의원이 당대표에 당선되더라도 최악인 상태의 당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당 분위기가 더 나빠지면 이 의원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올해 안에 돌파하지 못하면 대권을 잡을 기회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경쟁자가 생긴 셈이지만 당의 파이가 큰 상태에서 1등을 해야지, 당의 파이가 줄면서 1등을 하는 것은 의미 없다. 대선을 봐도 잘된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 쪽 역시 당으로서는 큰 다행이라면서 이낙연-이재명 대선 경쟁 구도가 뚜렷해지면 당권 경쟁에선 김 전 의원이 더 유리해질 수 있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이재명 지사의 지지자들로선 이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8·29 전당대회에서 김 전 의원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커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내년 4·7 재보선 판이 더 커지길 바랐던 미래통합당은 대법원 판결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배준영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는 것은 마땅하나 오늘 판결이 법과 법관의 양심에 근거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인지 여전히 의문이라며 비록 사법부는 이 지사에게 법리적으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유죄라 할 것이다. 도민과 국민에게 남긴 상처도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정환봉 김원철 기자 >


임기 시작 47일만에, 문 대통령 4당 상징색 섞인 넥타이 착용

통합, 당정 규탄 리본·검은 마스크대부분 박수도 안쳐

 


21대 국회가 1987년 개헌 이후 최악의 지각 국회라는 오명을 단 채 16일 개원식을 열었다. 21대 국회의원들이 임기를 시작한 지 47일 만이고, 그간 가장 개원식이 늦었던 18대 국회(711) 때보다 닷새 뒤다.

개원식이 열리는 날이었지만 반쪽 국회의 앙금은 여전했다. 이날 오전 열린 본회의에선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정보위원장에 선출됐다.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은 본회의장에 오지 않았고, 정의당은 본회의에 참석했으나 투표엔 참여하지 않았다. 이날 정보위원장 선출을 마무리함에 따라 민주당은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게 됐다.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개원 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으나 여야 온도 차 역시 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하나로 뭉쳐 국난을 극복하자는 의미로 각 당의 상징색인 파랑, 분홍, 노랑, 주황이 섞인 넥타이를 매고 왔다. 그러나 통합당 의원들은 정부·여당에 대한 항의 표시로 민주당 갑질, 민주주의 붕괴라고 적힌 규탄 리본을 달고 검은색 마스크를 낀 채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문 대통령이 오후 220분께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 통합당 의원들은 기립했지만 주호영 원내대표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박수를 치지 않았다.

앞서 주 원내대표는 개원식을 앞두고 의원들에게 대통령 입·퇴장 시 기립 및 박수 등 의전적 예우를 갖추는 것이 옳다는 것이 원내지도부 의견이오니 참고해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의원들에게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개원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 의원들은 19번 박수를 보냈지만 통합당 의원들은 연설 중에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협치도 손바닥이 마주쳐야 가능하다고 말하자 한 통합당 의원은 협치합시다, 협치라고 외쳤다. 일부는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개원식이 끝난 뒤 본회의장을 떠날 때도 통합당 의원들은 기립했지만 박수는 치지 않았다.

주 원내대표는 개원 연설을 앞두고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윤미향 의원 국정조사,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등과 관련해 문 대통령에게 묻고 싶은 10가지 공개 질문을 발표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 질문지를 문 대통령과 함께 국회를 찾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개원 연설 뒤 박병석 국회의장 등 국회의장단과 정세균 국무총리, 최재형 감사원장,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과 환담회를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개원 연설이 갑자기 잡혀 어제 연설문을 완전히 새로 썼다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한국판 뉴딜 계획을 국회에 먼저 말씀드린 뒤 국민께 발표하려 했는데 국회 개원이 조금 늦어지면서 선후가 바뀌었다며 국회의 이해를 구했다.

문 대통령이 국회를 나서는 도중 소동도 있었다. 60대 남성이 문 대통령을 향해 자신의 신발을 벗어 던지며 문재인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라. 문재인 물러나라고 외치다 경찰에 체포됐다. < 이주빈 서영지 성연철 기자 >

문 대통령 개원연설 부동산 대책 필요한 모든 수단 강구

남북 평화는 무궁한 일자리의 기회국회 협치도 당부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회 개원연설에서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는 더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라며 강한 부동산 문제 해결 의지를 표시했다. 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결코 멈춰선 안 된다라며 남북 관계 개선 의지도 담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한 개원연설에서 지금 최고의 민생 입법 과제는 부동산 대책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부는 투기 억제와 집값 안정을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그는 임대차 3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당부했다. 그는 임대차 3법을 비롯해 정부의 부동산 대책들을 국회가 입법으로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정부의 대책은 언제나 반쪽짜리 대책이 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제21대 국회 개원식이 열린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방문, 개원연설을 하기 위해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과 함께 본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6·17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가파르게 매매, 전세값이 뛰며 비판 여론이 거세자 지난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긴급 보고를 받고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보완책이 필요하면 주저하지 말고 추가대책을 만들라라고 지시했다. 이후 정부는 7·10 부동산 대책을 추가로 내놨다.

문 대통령은 21대 국회에 협치를 당부했다. 그는 20대 국회의 가장 큰 실패를 협치의 실패로 꼽으며 실천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자성했다. 그는 우리는 국민 앞에서 협치를 다짐했지만, 실천이 이어지지 못했다라며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저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공동책임이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21대 국회는 대결과 적대의 정치를 청산하고 반드시 새로운 협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단된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재가동 등 다양한 소통을 하자고 했다.

남북 관계에 관해 문 대통령은 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결코 멈춰선 안 된다라며 임기 후반 관계 개선에 힘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평화는 무궁무진한 일자리 기회를 늘려준다라며 경제 위기가 도드라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평화가 남북이 상생하고 윈윈하는 길이라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국회에는 남북 평화의 불가역성을 담보해달라라며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의 국회 비준동의를 구했다. 국회 비준이라는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남북 관계 개선을 추진할 담보를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검찰 개혁도 거듭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7월 국회 회기 안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검경수사권 조정법 통과를 당부했다. 그는 국회가 법률로 정한 공수처 출범일이 이미 지났다라며 이번 회기 중에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을 완료하고 인사청문회도 기한 안에 열어주실 것을 거듭 당부드린다. 21대 국회가 권력기관 개혁을 완수해주시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공수처장 후보자를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보내는 등 7월 안에 반드시 공수처가 출범해야 한다는 뜻을 표시해왔다. 코로나19를 비롯한 집단 감염병에 대비하는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 등 정부 조직개편안 통과도 부탁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14일 국민보고대회를 한 한국판 뉴딜에 관해서도 미래로 가는 열쇠이자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국가 발전 전략이라며 국회도 규제 혁파에 힘을 모아주고, 변화된 환경에 맞는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주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 연설을 한 것은 지난해 10월 예산안 시정연설 뒤 9개월 만이었다. 문 대통령은 애초 지난달 5일 국회 개원 연설을 예상하고 원고를 준비했지만 개원식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날까지 아홉 번 원고를 고쳤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개원 연설을 하려고 지방 그린 뉴딜 현장 방문을 미뤘다.

문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일어나 박수를 쳤지만,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박수는 치거나, 문 대통령과 악수를 하지 않은 채 가벼운 목례만 했다.

아래는 연설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박병석 국회의장님,

김상희 국회부의장님과 국회의원 여러분,

21대 국회 개원을 국민과 함께 축하합니다.

첫 출발에서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까지의 진통을 모두 털어내고, 함께 성찰하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21대 국회가 출발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21대 국회는 역대 가장 많은 여성의원이 선출되었습니다.

2,30대 청년 의원도 20대 국회보다 네 배나 늘었습니다.

장애인, 노동자, 소방관, 간호사, 체육인, 문화예술인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의 다양한 마음을 대변해줄 분들이

국민의 대표로 선출되었습니다.

국회의사당은 함께 잘사는 나라로 가기 위해

매일매일 새롭게 태어나야 하는 곳이며,

한순간도 멈출 수 없는 대한민국의 엔진입니다.

6선으로 통합의 리더십을 갖춘 박병석 의장님과

헌정사상 첫 여성 부의장이 되신 김상희 부의장님을 중심으로

경륜과 패기, 원숙함과 신선함, 토론과 타협이 조화를 이루는 국회의사당을 국민과 함께 기대합니다.

의원 여러분,

우리 국회는 연대와 협력의 전통으로

위기 때마다 힘을 발휘했습니다.

한국전쟁 시기, 국회는 대구와 부산의 피난 시절에도

계속 문을 열어 민생을 논의했고,

피난민 구호와 장병위문으로 국민과 함께했습니다.

국회의원 제명과 가택연금 속에서도 선배 의원들은

민주주의의 불씨를 지키며 독재를 이겨냈습니다.

코로나를 겪으며 가장 의미깊게 회고되는 일은

15대 국회 때 국민 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한 것입니다.

최소한의 생계와 교육, 의료를 비롯한

기본생활의 보장을 제도화함으로써

외환위기의 어려움 속에서 국회는

국민의 삶을 지키고 복지의 기초를 놓았습니다.

지금 우리가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는 역량도

국회의 민생입법들 속에서 축적되고 길러진 것입니다.

지난 20대 국회도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우리 정부의 임기 3년을 같이 하는 동안,

국민의 삶과 안전을 위해 노력해 주셨습니다.

20대 국회의 많은 입법 성과에 의해

우리는 혁신적 포용국가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수출규제를 이겨내는데도 20대 국회의 역할이 컸습니다.

1,2차 추경을 신속히 처리하는 등

코로나 위기대응에도 임기 마지막까지 애써주셨습니다.

20대 국회의 노고에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하지만 뼈아픈 말씀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대 국회의 성과와 노고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평가가 매우 낮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국민의 정치의식은 계속 높아지는데

현실정치가 뒤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실패는 협치의 실패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약식으로 치러진 대통령 취임식에 앞서 야4당부터 먼저 방문한 데 이어,

20대 국회 중 열 번에 걸쳐

각 당 대표, 원내대표들과 청와대 초청 대화를 가졌고,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열기도 했습니다.

또 여러 차례 국회 시정연설 등 다양한 기회를 통해

소통하고자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국민들 앞에서 협치를 다짐했지만,

실천이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협치도 손바닥이 서로 마주쳐야 가능합니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저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공동책임이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1대 국회는 대결과 적대의 정치를 청산하고

반드시 새로운 협치의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전 세계적인 위기와 격변 속에서 협치는 더욱 절실합니다.

국난극복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바라는 국민의 염원에 부응하면서

더 나은 정치와 정책으로 경쟁해 나가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의원 여러분,

우리 헌정사에 어느 한순간도 중요하지 않은 시기가 없었지만,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특별히 엄중한 시기입니다.

바이러스가 인류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꿨고 세계 경제를 무너뜨렸습니다.

국제질서까지 새롭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온 국민이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지금까지 290여 분의 국민을 잃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수출과 고용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위안이 있었다면

우리 국민들이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을 재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나의 안전을 이웃이 지켜주며

이웃의 안전을 우리가 함께 지킨다는 사회적 신뢰가 쌓였습니다.

연대하고 협력하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공동의 경험과 집단 기억을 쌓았습니다.

우리 국민이 우리 스스로의 역량을 높이 평가하며

우리가 선진국이다라는 자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식민지와 전쟁을 겪고 선진국을 쫓아가는 동안

우리 스스로의 역량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가 부러워하던 나라들과의 비교를 통해,

또한 국제사회가 우리를 보는 눈을 통해,

우리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미 세계의 표준이 된 ‘K-방역을 포함하여

우리 국민들은 민주주의, 경제, 문화, 사회 등 많은 분야에서

세계를 앞서가는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이

전국 단위 선거를 엄두내지 못하고 연기하거나 중단할 때

우리는 국민들의 높은 시민의식으로

방역과 민주주의를 조화시키면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국 단위 선거를 치러냈습니다.

투표에 참여한 2,900만 명의 유권자와

·개표 관리인력 30만 명 가운데

단 한 명도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는 기적을 이뤄냈습니다.

국민 모두가 방역의 주체가 되면서

개개인의 자유모두를 위한 자유로 확장하며

민주주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국제사회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모범을 보여준

우리 국민에게 찬사를 보냈고,

우리의 성공적인 선거방역을 배우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세계의 경제가 서로 문을 닫고 있을 때

글로벌 공조에 앞장서며

방역과 경제를 함께 해나갈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었습니다.

연대와 협력의 정신으로,

진단키트와 마스크를 비롯한 방역물품을 많은 나라에 지원했고,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국경을 넘어 협력하고 있습니다.

BTS를 비롯한 K-팝과

영화 <기생충>과 같은 K-콘텐츠 등 문화영역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민의 역량과 성숙한 시민의식은 놀랍고도 존경스럽습니다.

이제 정치가 뒷받침해야 할 때입니다.

국민에 의해 재발견된 대한민국을 반석 위에 올려놓아야 합니다.

국민들께서 모아주신 힘으로 코로나를 극복하고,

나아가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를 만들 소명이 21대 국회에 맡겨졌습니다.

그 역사적 과업에 필수적인,

국민 통합을 이끄는 중심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난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고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역사적 변곡점을

함께 만들고, 함께 헤쳐나갑시다.

의원 여러분,

국난극복이 지금 시기 최우선의 국가적 과제입니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범국가적 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모범적으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방역에서 채택한 투명, 개방, 민주의 원칙은

이미 세계적인 모범이 되었습니다.

방역과 일상의 공존도

국민들의 높은 시민의식과 공동체 정신, 의료진의 헌신 덕분에 어느 나라보다 잘 해내고 있습니다.

정부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흔들림 없이 방역 전선을 사수해 나가겠습니다.

국회도 입법으로 뒷받침해주시길 바랍니다.

특히,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계속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체계를 더욱 튼튼히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등의 조직개편안을 신속히 논의하여 처리해주시기 바랍니다.

경제에서도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습니다.

세계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속에서 OECD국가 가운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가장 양호하다는 것이

OECD, IMF 같은 국제기구들의 한결같은 전망입니다. 효율적인 방역과 함께 우리 정부의 강력한 경기대책을 그 요인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다른 나라들처럼 국경봉쇄나 지역봉쇄 없이,

경제를 멈추지 않으면서 효율적인 방역에 성공했고,

경제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사상 최초의 재난지원금과 세 차례의 추경 등

정부의 과감하고 전례 없는 조치들이

소상공인들의 보호와 고용유지에 기여하고,

경제회복의 시간표를 앞당기고 있습니다.

안전수칙을 생활화하면서 경제생활을 정상화하고 있는

국민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의 경제 지표들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4,5월을 저점으로 6월과 7월을 지나면서

수출, 소비, 고용 등에서 경제회복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때를 놓치지 말고

이 흐름을 적극적으로 살려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회의 협조가 더해진다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빠르게 경기반등을 이뤄내기 위해

너나없이 전력투구할 때입니다.

정부는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국회도 힘을 모아 뒷받침해주시기 바랍니다.

의원 여러분,

인류는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세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미래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영원한 2등 국가로 남게 될 것입니다.

정부는

피할 수 없는 변화라면, 변화를 적극적으로 주도하며

오히려 도약의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세계를 선도해 나가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나가고자 합니다.

국회도 함께 손을 잡고 미래로 나아가길 희망합니다.

한국판 뉴딜이 새로운 미래로 가는 열쇠입니다.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 발전전략입니다.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탄소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불평등 사회에서 포용사회로,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대한민국 대전환 선언입니다.

대한민국 새로운 100년의 설계입니다.

한국판 뉴딜은 포용국가의 토대 위에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의 두 축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디지털 문명과 그린 혁명은

세계가 함께 나아가야 할 인류의 미래입니다.

우리는 이 도도한 세계사적 흐름에서 앞서나가겠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는 나라로,

대한민국을 더 이상 세계의 변방이 아니라 세계의 중심에 두는

새로운 역사를 쓰겠습니다.

결코 꿈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디지털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ICT 경쟁력, 반도체 1등 국가로서

디지털 혁명을 선도해 나갈 기술과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대면 산업이 발전할 충분한 토양을 가지고 있고,

혁신벤처 창업 열풍이

역동적인 경제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디지털 역량을 전 산업분야에 결합시킨다면

우리 경제는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세계를 선도하는 디지털 1등 국가를 현실로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린 분야에서도 우리의 장점을 살려낸다면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우리는 이미 세계 1위 태양광 기업과 기술을 보유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차 개발로 수소 경제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전기차와 전기배터리 분야에서도 선두 그룹을 달리고 있습니다.

아직은 뒤처진 부분이 많지만,

우리의 강점인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삼는다면

그린 혁명의 대세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연대와 협력의 세계 질서를 주도하면서,

더욱 엄격해지는 국제환경 규제 속에서

우리의 산업경쟁력을 높여줄 것입니다.

한국판 뉴딜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사회계약입니다.

지금의 위기를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약속입니다.

위기는 곧 불평등 심화라는 공식을 깨겠습니다.

정부부터 앞장서겠습니다.

전 국민 대상 고용안전망을 단계적으로 확대하여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들의 고용안전망을 두텁게 하겠습니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2022년까지 완전 폐지하고,

아프면 쉴 수 있는 상병수당의 시범 도입을 추진하겠습니다.

디지털시대, 그린 혁명 시대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위해

사람투자를 확대하겠습니다.

인재양성과 직업훈련체계를 강화하고,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투자에 특히 역점을 두겠습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에 전례 없는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국고를 2022년까지 49조 원,

2025년까지 114조 원을 직접 투입하겠습니다.

지자체와 민간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가 각각 68조 원, 160조 원에 이를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일자리도 2022년까지 89만 개,

2025년까지 190만 개가 창출될 것입니다.

정부의 과감한 투자는 위기극복을 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 것입니다.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기회의 문이 될 것입니다.

국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국민에게 새로운 일자리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해외에서도 한국판 뉴딜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근 OECD는 우리나라를

2020년 성장률 하락이 소폭에 그친

주목할만한 특이국가라고 지목하면서,

특히 디지털과 그린 중심의 한국판 뉴딜이

고용과 투자를 전망보다 더 개선 시킬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한국판 뉴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정부와 국회의 든든한 연대를 바랍니다.

한국판 뉴딜을 국가발전 전략으로 삼아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도약하는 길을

함께 걷기를 희망합니다.

정부는 더욱 커진 역할과 더 무거워진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국회도 함께해 주십시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규범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혁파에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변화된 환경에 맞는 제도개선에 속도를 내주시기 바랍니다.

미래로 나아가는데 어려움을 줄 수 있는

이해관계의 충돌을 조정하고 통합하는데도 국회의 역할이 큽니다.

더욱 절실해진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입법에도

각별하게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한국판 뉴딜은 앞으로 계속 진화할 것입니다.

지역으로, 민간으로 확산되어

대한민국을 역동적으로 변화시킬 것입니다.

특히, 한국판 뉴딜은

지역 주도의 다양한 뉴딜 프로젝트와 연결될 것입니다.

지역을 디지털 공간, 그린 마을로 바꾸는 힘이 될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께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주신다면

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한국판 뉴딜을 지역으로 확산할 좋은 아이디어를

국회에서 제안해 주신다면,

정부는 여야를 넘어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입니다.

한국판 뉴딜은 이제 막 발걸음을 떼었습니다.

국회가 함께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때

한국판 뉴딜의 구상은 더욱 발전하고 완성되어 나갈 것입니다.

민생공정경제에 대한 국민의 요구에도

국회와 정부가 시급히 답해야 합니다.

지금 최고의 민생 입법과제는 부동산 대책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동자금은 사상 최대로 풍부하고

금리는 사상 최저로 낮은 상황입니다.

부동산으로 몰리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지 않고는

실수요자를 보호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투기억제와 집값 안정을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입니다.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 보유 부담을 높이고

시세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대폭 인상하여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는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습니다.

반면에 1가구 1주택의 실거주자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고

서민들과 청년 등 실수요자들의 주택구입과

주거안정을 위한 대책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주택공급 확대를 요구하는 야당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면서

필요한 방안을 적극 강구할 것입니다.

국회도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임대차 3을 비롯해 정부의 부동산 대책들을

국회가 입법으로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정부의 대책은 언제나 반쪽짜리 대책이 되고 말 것입니다.

아울러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 감독법’,

·중소기업 상생법’, ‘유통산업 발전법

공정경제와 상생을 위한 법안들도

21대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되길 바랍니다.

의원 여러분,

한반도 평화는 여전히 취약합니다.

그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어렵게 만들어낸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성과들은 아직까지 미완성입니다.

아직까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얼음판 위를 걷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이야말로 당파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어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지혜를 모을 때입니다.

평화는 지속가능한 번영의 토대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안전한 삶을 위해서도 평화는 절대적입니다.

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결코 멈춰서는 안 됩니다.

대화만이 남북 간의 신뢰를 키우는 힘입니다.

우리는 대화의 힘으로

이산가족 상봉과, 개성공단과 금강산의 평화경제를 경험했고,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인 평화올림픽으로 치러냈으며,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도 이끌 수 있었습니다.

우리 국민은 그동안 평화를 위해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왔습니다.

또다시 장벽이 다가오더라도 우리는 그 장벽을 반드시 뛰어넘을 것입니다.

남과 북이 합의한 전쟁불용’, ‘상호 간 안전보장’, ‘공동번영3대 원칙을

함께 이행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회도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남북관계의 뒷걸음질 없는 전진,

한반도 평화의 불가역성을 국회가 담보해준다면

한반도 평화의 추진 기반이 더욱 튼튼해질 것입니다.

역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들의 제도화

사상 최초의 남북 국회 회담

21대 국회에서 꼭 성사되길 기대합니다.

남북이 신뢰 속에서 서로 협력하면,

남과 북 모두에게 이득이 됩니다.

남북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고, 대륙으로 이어지는 것만으로도남과 북은 엄청난 물류경제의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평화는 무궁무진한 일자리의 기회를 늘려줍니다.

21대 국회가 힘을 모아주신다면,

우리는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평화·안보·생명공동체의 문을 더 적극적으로 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한반도 비핵화를 영속시키는 방안이 될 수도 있고,코로나 위기 등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는 지역협력 방안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여러분,

지금은 정부와 국회가 빠르게 법 제도를 개선해나가도,

더 빨리 발전하는 현실을 뒤쫓기가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국회의 입법속도를 대폭 높여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국민을 위한 정책들이 적시에 시행될 수 있도록

국회가 주도하여 정부를 이끌어주길 기대합니다.

시대정신인 공정의 가치를 실현하는데도 국회가 앞장서 주길 바랍니다.

우리 국민이 가진 혁신의 DNA

공정한 사회라는 믿음이 있어야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20년 넘게 이루지 못했던 개혁과제인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을 20대 국회에서 마련하여

권력기관 개혁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국회가 법률로 정한 공수처 출범일이 이미 지났습니다.

정부는 하위 법령을 정비하는 등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공수처장 임명을 비롯해

국회가 결정해주어야 할 일들이 아직 안 되고 있습니다.

이번 회기 중에 추천을 완료하고

인사청문회도 기한 안에 열어주실 것을 거듭 당부드리며,

21대 국회가 권력기관 개혁을 완수해주시길 기대합니다.

국민을 위한 국회의 길을

정부도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습니다.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재개를 비롯해

대화의 형식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국회와 소통의 폭을 넓히겠습니다.

여야와 정부가 정례적으로 만나 신뢰를 쌓고,

신뢰를 바탕으로 국정 현안을 논의하고 추진하겠습니다.

포용과 상생, 연대와 협력의 가치가

국회에서 시작하여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리게 되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큰 기대 속에서

21대 국회의 첫 출발을 다시 한번 국민과 함께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서울고법, 피해자 3명에 배상 판결, 김명수 대법 새 판례낼지 주목

 

유신정권의 긴급조치가 통치행위라는 이유로 국가의 배상 책임 범위를 크게 좁힌 양승태 대법원의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한 첫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상고심 심리 과정에서 대법원이 새로운 판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민사5(재판장 김형두)긴급조치 선포와 그에 따른 수사 및 재판, 형의 집행 등에서 불법성의 핵심은 긴급조치 자체라며 수사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입증되지 않더라도 국가는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유신헌법 철폐 시위 등에 참가해 긴급조치 1·9호를 위반한 혐의로 구금된 피해자 김아무개씨 등 3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다.

재판부는 긴급조치는 그 발령 당시부터 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어서 국민 통제의 도구에 불과한 것으로 법질서 전체의 관점에서 위법하다고 평가돼야 한다고 밝혔다. 긴급조치 발령과 그에 따른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후속조처는 모두 위법하다는 취지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긴급조치가 위헌일지라도 이를 선포한 대통령의 행위는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한 통치행위라며 긴급조치 적용으로 인한 고문, 불법구금 등 형사절차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됐을 경우에만 국가 책임을 인정했다. 또 박정희 정권의 유신헌법이 긴급조치를 사법심사의 대상에서 제외한 점 등을 들어, 긴급조치 위반에 따른 공무원의 수사·재판 등 직무행위를 고의·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로도 보지 않았다.

피해자가 체포나 구금 과정에서 겪은 고문, 가혹행위 등 피해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대부분 배상이 막혔던 이유다. 당시 작성된 법원행정처 문건에는 긴급조치 사건이 정부 협조사례중 하나로 제시돼 사법농단 사태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개별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엄격하게 요구한다면 국가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한 조직적인 불법행위에 대해 오히려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줄어드는 부당한 결론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불법행위를 수행한 공무원을 교체 가능한 부품으로 볼 수 있다고도 했다. “긴급조치에 따른 수사와 재판은 법률을 기계적으로 적용한 측면이 크고 국가작용의 최하단에 있는 수사기관의 고문 등 가혹행위에 대해서만 불법성을 인정하는 것은 그러한 불법의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지시한 기관에 대한 면책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공무원 과실의 인정 범위를 넓혀 국가배상청구권을 확대할 것을 강조한 것이다.

항소심에서 긴급조치의 불법성을 인정함에 따라 정부가 상고하면 대법원에서도 양승태 판례를 다시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2015년 대법원 판례가 나온 뒤에도 긴급조치 발령 자체를 불법으로 본 1심 판결이 종종 나왔지만 2심에서 기존 판례대로 뒤집히는 경우가 많았다. 대법원까지 올라간 사건도 피해자들이 패소했거나 긴급조치 위반으로 입건된 뒤 수사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등의 이유로 다투는 사건이 대부분이라 기존 판례를 정면으로 뒤집는 논리는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과거사 문제에서 국가 책임을 제한하는 대법원 판례는 대부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생산됐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정부기관은 기존 판례에 의지해 상소를 남발했다. 최근에도 긴급조치 피해를 입은 고 장준하 선생의 유족들이 일부 승소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정부는 대법 판례에 반한다며 항소했다. 인혁당 사건 피해자 이창복씨도 재심 무죄 판결을 받은 뒤 국가배상금을 가지급받았지만 대법원이 배상액을 대폭 줄여 수억원을 반납해야 할 처지에 몰렸고, 법원이 조정을 권고했지만 국가정보원은 응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과거사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전향적인 하급심 판결이 나오는 만큼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통해 판례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대법에서 긴급조치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안다법조계와 학계에서 법리적으로도 심층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기존 판례에 대한 반박 근거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을 대리한 김형태 변호사도 사법농단 사태 이후에도 양승태 대법원 체제 하에서 나온 판결에 대한 논의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과거의 자잘못된 판결을 바로잡는 것이 김명수 대법원장이 있는 현 대법원의 과제일 것 같다고 말했다. < 장예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