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명 사망·실종‥ 3만2천명 대피소생활
비행기·기름값 폭등, 렌터카·숙박업소 북적

꼭 일주일 전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의 상륙으로 유례없는 물폭탄을 맞았던 휴스턴. 도심의 숨통은 다소나마 트인 듯했다.
외곽순환도로에서는 차량이 속도를 높였고, 도시를 동서와 남북으로 각각 가로지르는 10번(I-10)과 45번(I-45) 인터스테이트 하이웨이의 통제는 해제됐다.
도심을 감싸는 ‘버펄로 바이유’(Bayou)에도 접근이 가능해졌다. 바이유 산책로에는 시민들도 여럿 보였다. 바이유는 일종의 인공수로를 파놓은 휴스턴 특유의 홍수 대비용 지천이다. 여러 개의 바이유를 만들어놓은 덕분에 도심의 수위는 그나마 빨리 낮아졌을 것이다.
시시각각 현지방송에 나와 상황을 전하고 있는 실베스터 터너 휴스턴 시장은 “휴스턴의 비즈니스가 다시 시작됐다”고 다소 자신감을 보였다. 그렇지만 도시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허리케인의 충격은 아직 진행형이었다.


물이 빠진 곳에는 포크레인이 자리를 잡았다. 현지 통신사인 AT&T나 버라이즌 마크를 단 트럭들이 바쁘게 오가고, 도로 곳곳에서 수도·전기·가스 유틸리티공사가 이뤄졌다.
허리케인 ‘하비’는 미국의 4대 도시 휴스턴을 거대한 공사장을 바꿔놨다. 주요 간선도로는 뚫렸지만, 골목골목 도로에는 적잖은 물이 차올라있어 차량 통행을 막았다. 집으로 되돌아갔다가 무너진 지붕과 엄청난 잔해에 허탈해하는 시민들의 표정이 연달아 방송에 나온다.
도로의 ‘실핏줄’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큰 도로마다 차량이 쏟아져나와 엄청난 정체가 빚어졌다. 급한 대로 1~2대씩 차량을 구하려는 시민들로 렌터카 업체에는 북적였고, 숙박업소는 대피객들로 가득 찼다.
조지 부시 국제공항도 영업을 정상화했지만 ‘휴스턴 탈출’ 비행깃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미국 원유생산의 ‘메카’인 텍사스의 기름값도 뛰었다. 보통 갤런당 2달러대인데, 10달러짜리 주유소도 등장했다고 했다. 당국은 “바가지요금을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나마 물이 빠진 지역은 복구 작업이라도 진행할 수 있으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멕시코만과 인접한 남쪽 지역, 대형 저수지의 방류로 예상 밖 타격을 받은 서쪽 지역은 침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케이티(Katy), 메모리얼(Memorial) 지역도 서쪽에 있다.


메모리얼 지역은 침수된 차량과 1층까지 잠긴 집들이 여전하며 경찰이 차량을 막고있다. 이곳 주민들은 저수지 방류로 물이 빠지기는커녕 조금씩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외환위기 직후에 이민 왔다는 최영기 씨는 경상도 억양으로 “슬며시 차오르는데 사람 미치고 환장하는 거라…”고 말했다.
비는 그쳤지만, 평지인 휴스턴 곳곳에 차있는 물은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CNN방송에는 완전히 물에 잠긴 버몬트(Beaumont)의 긴급구조 장면이 끊임없이 보도됐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100마일(160km) 이상 떨어진 텍사스-루이지애나 주 접경지역이다.
휴스턴을 휩쓸었던 허리케인은 버몬트를 기점으로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조금만 더 동쪽으로 갔으면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다. 12년 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1천800명이 숨졌던 뉴올리언스로선 가슴을 쓸어내렸을 법하다.


한편 텍사스주 당국자는 허리케인 하비로 이미 숨졌거나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주민이 최소 44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19명은 실종 상태다. 주 공공안전국은 4만8천700가구가 침수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이 중 1만7천 가구는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며, 1천 가구는 완전히 망가졌다. 가장 피해가 컸던 휴스턴이 속한 해리스 카운티는 면적의 70%가 최소 45㎝ 높이의 물로 덮였다. 집을 떠나 대피한 주민이 100만 명을 넘는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대피소에서 생활 중인 이재민은 3만2천여 명에 달한다.


미, 80만 불법체류 청년 추방 결정

● WORLD 2017. 9. 12. 19:24 Posted by SisaHan

트럼프 정부의 DACA폐지 결정에 항의하는 청년들의 뉴욕 시위.

‘DACA’ 폐지 선언… 한인도 1만명까지 쫓겨날 위기

위헌 주장하며 미국 일자리 침해 강조
재미 한인사회 술렁… 시민단체들 반대운동

어릴 때 불법 이민한 부모를 따라 미국에 들어와 학교와 직장을 다니는 80만 명의 청년들이 결국 미국에서 쫓겨나게 됐다. 특히 재미 한인 청년 7천~1만명도 추방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추산돼 한인 사회도 비상이 걸렸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5일 불법체류 청년의 추방을 유예하는 ‘다카’(DACA) 프로그램을 공식 폐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프로그램 폐지에 따른 당장의 혼선을 막고 의회가 후속 입법조치를 할 수 있도록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이날 법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다카 프로그램은 위헌”이라고 밝혔다. 세션스 장관은 “미국에 오려는 모든 사람을 허용할 순 없다”며 “다카 프로그램은 미국인의 일자리를 침해한다”고 말했다.


다카 프로그램은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불법체류 청년들이 걱정 없이 학교와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추방을 유예한 행정명령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한이 닥칠 때마다 행정명령을 갱신해줬고, 청년들은 갱신이 가능한 2년짜리 노동허가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최대 80만 명이 이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고 있다.
정부 결정에 따라 국토안보부는 즉각 ‘다카’ 프로그램 폐지 절차에 돌입했다. 앞으로 신규 노동허가증 신청 및 발부가 중단되나 유예기간에는 지금의 수혜 청년들에 대한 갱신은 이뤄진다.
세션스 장관은 앞으로 후속입법에 착수할 의회를 향해 “이민정책을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며 폐지입법을 촉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 계정에 “의회, 일할 준비 하라. 다카!”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폐지 결정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의회에서 어떤 결론이 날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 의원 전원이 반대하는 가운데 공화당 일인자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 등 상당수 공화당 의원들도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애플, 페이스북 등 미국의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400여 명도 경제적 타격 등을 우려하며 폐지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청원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같은 다카 폐지 결정에 따른 추방대상에 약 7천~1만 명에 달하는 재미 한인 청년도 포함되는 것으로 추산돼, 한인 사회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LA 총영사관 관계자는 “한인 최대 거주지역인 캘리포니아 주의 한인 다카 수혜자는 2천500명 안팎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정확한 숫자 파악은 어렵다”고 말했다. 한인 불법체류 청년들은 직장인보다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LA 한인회 관계자는 “다카가 적용되는 연령대는 20대 초·중반으로 한인 청년 중에는 미국 내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 취업자보다는 좀 더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카 대상자는 철저하게 신분을 숨기고 있어서 주변에서도 가족이나 정말 가까운 지인이 아니면 알지 못한다”면서 “드러내놓고 도움을 주고받기도 어려운 게 현실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인단체인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는 오는 7일 전화를 이용한 설명회를 열어 다카 폐지 결정의 영향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다음날부터 인터넷사이트(nakasec.org/daca)를 통해 내용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물바다가 된 휴스턴 시가지에 피난과 구조로 오가는 모습.

허리케인 하비 급습… 지역 인프라 초토화, 유가도 급등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들이닥친 허리케인 ‘하비’의 피해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지난 25일부터 이 지역에 폭우와 해일, 홍수가 계속되는 가운데 경제적 손실이 최대 112조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뉴스>는 29일 엔키 리서치의 재난 모델 분석가 척 왓슨을 인용해 전력망과 교통, 피해 지역 산업 규모를 통틀어 하비가 야기한 피해액이 최소 300억달러(약 33조74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임페리얼 캐피탈의 보험분석가 데이비드 헤이븐스는 최종 피해액이 1000억달러(112조47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복구에는 향후 수년간 1000억달러를 웃도는 자금이 투입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된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비슷한 수준이다. 2005년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 상륙한 카트리나는 1180억달러 규모의 경제적 손실을 불러온 것으로 추산된다. 보험 중개업체 아서 갤러거의 데이비드 마커스 상무이사는 “영향권에 든 지역이 카트리나 때보다 넓다는 점을 고려할 때 피해가 2005년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NN> 머니는 피해 금액이 이미 4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향후 얼마나 많은 비가 쏟아질지에 따라 훨씬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에너지산업 심장부인 텍사스주가 강타당하면서 국제 유가도 들썩이고 있다. 휴스턴과 코퍼스크리스티에서만 정유시설이 10곳 이상 폐쇄되면서 원유 가격은 내린 반면 휘발유 가격은 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휘발유 선물가는 장중 한때 7%까지 급등한 갤런당 1.7799달러를 기록했다. 패트릭 더한 가스버디 석유애널리스트는 휘발유 가격이 미국 노동절(9월 첫번째 월요일) 연휴가 지난 뒤 10%까지 오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텍사스 철도위원회의 라이언 시톤 위원은 “하비가 석유와 천연가스, 정유 산업에 수조원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텍사스와 미국, 전 세계 에너지시장이 피해를 볼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밀과 콩의 출하도 지연되면서 식품 가격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하비가 떨어트린 ‘물폭탄’으로 현재까지 휴스턴, 해리슨 카운티, 록포트, 갤버스턴 지역에서 최소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부 지원이 필요한 수재민만 45만명으로 추산된다. 여전히 시간당 1000여건의 구조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휴스턴 서쪽에 위치한 애딕스·바커 댐이 제한 수위를 넘겨 불가피하게 방류를 결정했다. 텍사스주에 이어 루이지애나주에도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하비가 쏟아낼 폭우는 30일에야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 기상당국은 일부 지역에 현재까지 30인치(760㎜)가 내렸고 9월1일까지 15~20인치(380~630㎜)의 비가 더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 김미나 기자 >


트럼프 믿고 준동 ‘백인 민족주의’

● WORLD 2017. 8. 22. 19:45 Posted by SisaHan

소총까지 든 대안우익 세력이 12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의 시위 현장에 등장했다.

‘대안우익’ 이름으로 세력 강화‥ 백악관 수석 대표이론가

1명이 죽고 19명이 다친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대대적인 폭력 시위를 벌인 ‘백인 민족주의’ 세력은 그 뿌리가 남북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시위가 남북전쟁 때 남부연합의 영웅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 철거 결정에 항의해 벌어진 것에서도 이런 역사가 드러난다.
남북전쟁에서 패한 남부 백인 세력 사이에서는 여전히 노예해방을 반대하는 인종주의가 남아 백인우월주의로 발전했다. 샬러츠빌 시위에도 등장한 백인 우월주의 단체 ‘큐클럭스클랜’(KKK)이 대표적이다. 이런 인종주의는 연방정부를 부정하는 극우주의 조류와도 결합됐다. 연방정부는 북부의 상공업자 ‘양키’들이 미국을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지배하려는 도구라는 주장이다.


인종주의와 극우주의는 동전의 양면처럼 미국 사회에서 면면히 이어져왔다. 1995년 오클라호마시티의 연방청사 폭탄테러를 저지른 티머시 맥베이는 ‘연방정부는 악’이라는 확신을 가진 극우주의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맥베이 등은 미국 연방정부와 유엔이 미국을 해체하고 세계를 지배하려는 도구라고 본다.
소외된 백인 중·하류층 사이에서 잔존하던 인종주의와 극우주의는 1990년대 이후 세계화 조류 속에서 반세계화 담론과 결합되며 발전했다. 전통적 인종주의 및 극우주의가 세계화는 불평등을 야기한다는 좌파 진영의 반세계화 담론을 차용해 소외된 백인 주민들을 파고들었다. 경쟁력을 상실한 제조업이 주로 위치한 중·남부 내륙 지방 백인들의 소외와 불만이 자양분이 됐다. 소수민족이나 소수인종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공공연한 정치·사회 운동을 벌이는데 주류인 백인도 그에 상응하는 이데올로기와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 ‘백인 민족주의’의 핵심이다.


백인 민족주의는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출마를 전후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대안우익’(alt-right)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대안우익은 기존의 극우주의나 정통 우파와는 달리,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의 기성세력도 적으로 규정한다.
백악관에 입성한 스티븐 배넌 수석전략가 겸 고문이 대안우익의 대표적인 이론가이자 중심인물 중 하나다. 배넌이 창립하고 운영했던 <브라이트바트 뉴스>는 <인포워즈>와 함께 대안우익과 백인 민족주의를 전파하는 대표적인 뉴스 사이트다. 이런 인터넷 매체들은 대선 때 트럼프를 적극 옹호하는 한편 ‘가짜 뉴스’의 진원지가 됐다. 이런 매체들은 얼핏 기득권 세력을 비판하고 그 이익을 폭로하는 매체로 보인다. 조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을 비난하고 클린턴재단의 비리를 폭로한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런 보도의 대부분은 이미 논란이 끝난 사안을 마치 새롭게 드러난 사실처럼 포장해서는 교묘하게 비틀고는 허위 사실을 첨가하곤 한다. 일반인들로서는 기성 언론이 눈감는 거대한 비리가 새롭게 드러난 것으로 착각하게 한다. 이런 유의 폭로 기사를 보도하면서 중간중간에 끼워넣은 가짜 뉴스에 신빙성을 부여한다.


트럼프의 당선은 백인 민족주의 세력에 크게 의지했다. 트럼프가 샬러츠빌 시위를 비난하면서도 백인 민족주의 세력과 단체들을 특정하지 않은 이유다. 시위를 조직한 큐클럭스클랜의 전 지도자 데이비드 듀크는 시위대가 “우리나라를 되돌리기 위한 트럼프의 약속들을 완전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와 백인 민족주의 세력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 정의길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