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문제에 이어 '이순신 장군 현수막'서도 일본 주장 그대로 반복

욱일기 사용도 규제 대상으로 확인 소득…IOC 이후 행보 지켜봐야

 

[올림픽] 16일 걸려있던 한국 응원 현수막: 지난 16일 늦은 밤 도쿄 하루미 지역 올림픽선수촌의 한국 선수단 숙소 모습. 외벽에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고 적힌 문구가 걸려 있다. 대한체육회는 17일 오전 이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철거했다.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 기여'를 목표로 동·하계올림픽을 주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또 한 번 형평성을 잃은 조처로 비판을 자초했다.

 

IOC는 대한체육회가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내건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이른바 '이순신 장군 현수막'을 정치적 선전으로 규정하고 올림픽 기간 어떤 장소에서건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을 금지한 IOC 헌장 50조를 위반했다며 현수막 철거를 체육회에 요청했다.

 

16일 IOC 관계자가 선수촌 대한민국 선수단을 방문한 데 이어 서면으로도 두 번이나 철거를 요구했다.

 

예상치 못한 IOC의 압박에 체육회는 긴 시간 고민 끝에 일본 제국주의 시절 전범기의 상징인 욱일기도 IOC 헌장 50조 위반 사항이라는 점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이어 IOC가 대회 기간 욱일기에도 IOC 헌장 50조 위반 사항이라는 점을 똑같이 적용하겠다고 약속하자 상호 합의로 이순신 장군 현수막을 17일 오전에 철거했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무찌른 이순신 장군의 '상유십이 순신불사'(尙有十二 舜臣不死·아직도 제게 열두 척의 배가 있고, 저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장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재치 있게 제작한 현수막은 결전의 땅 도쿄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의 결속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큰 호응을 받았다.

 

* [올림픽] 철거되는 이순신 장군 메시지 인용 현수막: 17일 오전 도쿄 하루미 지역 올림픽선수촌 한국 선수단 숙소에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고 적힌 응원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언론이 정치적 메시지라고 문제 삼고, 극우 세력이 욱일기를 흔들며 16일 선수촌 앞에서 시위를 벌이면서 일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직접적으로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다만, 한일 관계 실체 파악과 두 나라의 역사에 무지한 IOC를 배후에서 움직였을 것이라는 추정은 가능하다.

 

IOC는 도쿄조직위가 공식 홈페이지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기한 것과 관련해 우리 정부와 체육회가 이의를 제기하자 "도쿄조직위원회에 문의 결과 성화봉송로 내 독도 표시는 순수한 지형학적 표현이며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없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답해 사실상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했다.

 

우리 정부와 체육회가 여러 차례 항의 서한을 보냈지만, IOC가 이 문제를 중재하거나 전향적으로 해결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적은 없다.

 

그러다가 이순신 장군 현수막으로 시끄러워지자 또 일본 편을 들었다.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 장군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을 제외하곤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란 문구에선 어떠한 정치적인 냄새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IOC는 일본 언론과 극우 세력의 주장을 이번에도 여과 없이 받아들여 정치적 메시지로 규정하고 IOC 헌장 위반이라고 대한체육회에 통보했다.

 

2024 강원동계청소년(유스)올림픽을 유치해 IOC와 계속 긴밀하게 대화해야 하는 체육회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16일 밤 IOC와 현수막 철거 협상에 임했고, 욱일기 사용을 규제하겠다는 IOC의 약속을 받아낸 끝에 현수막을 떼기로 했다.

 

* 바흐 IOC 위원장의 히로시마 방문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 단체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국가올림픽위원회(NOC) 간 첨예한 갈등을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IOC가 초지일관 일본 편만 드는 현실에 체육회는 부글부글 끓는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체육회 관계자들은 특히 일본 정부나 도쿄조직위가 직접 항의한 것도 아니고, 따라서 IOC가 중재를 위해 개입할 만한 사안이 아니었는데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 직전 동계올림픽 개최 국가인 한국을 표적으로 삼은 것에 상당한 불쾌감을 토로했다.

 

IOC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에도 도쿄올림픽 개최를 밀어붙여 일본에서 손가락질 대상으로 전락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변종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으로 일본 내 코로나19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는데도 대회 기간 상황이 개선되면 관중 입장을 허용해달라고 일본 정부에 요청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16일엔 원자폭탄의 상처가 남은 히로시마를 방문했다가 올림픽을 취소하라는 시민 단체의 시위에 직면하는 등 연일 곤경을 겪고 있다.

 

이처럼 인기가 한없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처지라 IOC는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잡음을 최대한 없애고자 서둘러 이순신 장군 현수막 철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올림픽] '이순신 정신' 글귀에 일본 극우 '욱일기' 시위: 도쿄올림픽 선수촌 한국선수단 거주동에 태극기와 함께 이순신 장군의 명언을 연상케 하는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 현수막이 걸리자 16일 일본 극우단체 시위대가 글귀 반대편에서 욱일기를 든 채 시위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이번 대회는 일본에서 개최하는 만큼, 특별한 메시지를 준비했다"며 "선수들의 전의를 끌어올릴 만한 응원 문구를 찾다가 한 직원의 제안으로 해당 현수막을 준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자랑스럽고 유머 넘치는 이순신 장군 현수막은 나흘 만에 아쉽게 사라졌지만, 그간 욱일기에 모호한 태도를 취해 온 IOC의 판단 변화를 끌어낸 점은 소득이다.

 

이번 대회뿐만 아니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2024 파리하계올림픽 등 이후 올림픽에서 욱일기 사용을 규제할 근거가 될 수 있다.

 

다만, IOC가 실제 욱일기에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게다가 사실상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이번 대회에서 욱일기를 흔드는 일본 국민을 쉽게 볼 수 없기에 체육회와 IOC의 상호 합의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이날 대한체육회는 선수촌에 '팀 코리아(Team Korea), '범 내려온다'라는 현수막을 새로 설치했다.

 

'범 내려온다'는 한국 관광공사가 제작한 대한민국 홍보영상에 등장하는 곡 이름이다.

판소리 수궁가, 범이 내려오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지난해 5월 퓨전 국악 밴드 이날치가 편곡해 발표했다.

 

해당 곡은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국내외 팬들에게 폭발적 사랑을 받았다.

 

[올림픽] '여기가 한국선수단 숙소': 17일 오후 일본 도쿄 하루미 지역 올림픽선수촌 한국 선수단 숙소에 태극기와 팀코리아 현수막과 함께 '범 내려온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김보영 대한체육회 홍보실장은 "해당 현수막은 체육회 직원들이 미리 준비해서 가져갔던 것"이라며 "기존 현수막을 대체해서 설치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아울러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용맹스러운 호랑이를 내세워 선수단에 힘을 주고 싶어서 해당 현수막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올림픽위, 일본·IOC 동시비난…"독도 표기는 용납못할 도발“

대변인 담화 통해 일본 행위 비난…"IOC도 공정성 있게 처신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도쿄 올림픽 불참을 통보했던 북한이 독도 표기 문제를 놓고 일본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동시 비난했다.

 

북한 올림픽위원회는 17일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홈페이지 일본 지도에 독도를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로 표시한 것과 관련, "이러한 행위는 전 세계 체육인들과 인류의 평화 염원에 대한 우롱이며 우리 민족의 자주권을 유린하는 용납 못 할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올림픽을 주최하는 기회를 악용해 도쿄올림픽 경기대회조직위가 자행하고 있는 비열한 행위에는 앞으로 국제 체육경기 행사마다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할 수 있는 전례를 마련하고 독도 영유권을 국제적으로 인정시키려는 음흉한 기도가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의 고유한 영토를 강탈하기 위해 신성한 올림픽 운동의 이념과 정신도 어지럽히는 일본 체육계의 파렴치성이 극도에 이르고 있다"며 "이제라도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한 올림픽 봉화 이어달리기 지도를 수정(하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올림픽 반대시위 모습.

 

이 같은 상황을 묵인하고 있는 IOC를 향해서도 "이를 묵인·조장한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이중적인 처사에 대하여서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특히 앞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에는 한반도기에 독도 표기를 놓고 IOC가 정치적 중립성을 들어 "한사코 반대"했었다며 "국제기구답게 공정성을 가지고 처신을 바로 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IOC가 2019년 7월까지만 하더라도 독도 표기 문제를 놓고 엄격한 정치적 중립을 상기했지만, 이달 2일에는 입장을 바꿔 도쿄올림픽 조직위의 '주장에 유의'하라는 편지를 IOC 위원 등에게 보냈다고도 했다.

 

북한은 지난 4월 코로나19 사태 속 선수 보호를 이유로 들며 도쿄올림픽 불참을 결정했다고 밝혔으며, IOC도 6월 이를 공식화하고 올림픽 출전권을 재배분한 바 있다.

100년 만의 기록적 폭우가 내린 독일 서부 라인란트팔츠주 바트 노이에나르-아르바일러의 주택가에서 16일 주민들이 홍수로 떠밀려 온 진흙더미를 치우고 있다. 바트 노이에나르-아르바일러 AFP=연합뉴스

 

최근 독일을 포함해 서유럽에서 발생한 홍수로 인한 사망자가 150명을 넘었다고 AP 통신이 17일 보도했다.

 

독일 경찰은 이날 서부 라인란트팔츠주 아르바일러에서 홍수로 90명 이상 숨진 것으로 알려졌고 추가적인 인명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 43명이 희생됐다.

 

벨기에에서도 이날까지 최소 20명이 홍수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홍수 지역에서는 실종자를 찾기 위한 구조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앞서 지난 14∼15일 독일 서부와 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가 접한 지역에 폭우가 내렸다.

 

* 네덜란드 최남단 팔켄뷔르흐의 한 마을이 16일 100년 만의 기록적 폭우로 물에 잠겨 있다.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등 서유럽에 내린 이번 폭우와 홍수로 120여 명이 숨졌으며, 통신두절로 연락이 되지 않거나 실종된 사람도 1천300여 명에 달해 사상자는 더 늘어날 우려가 높다. 팔켄뷔르흐 AFP=연합뉴스

 

이번 피해는 지중해에서 유입된 저기압이 독일 등지에 최근 폭우를 쏟으면서 14~15일 홍수가 발생하면서 일어났다. 홍수는 프랑스에서 기원해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거쳐 바다로 들어가는 뫼즈강 주변으로 번지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5일 “홍수 지역에서 너무도 많은 시민들이 겪어야 하는 재앙에 충격을 받았다”며 “사망자와 실종자 가족들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수천 가구가 집을 잃었고 산사태 우려가 있는 지역도 많다. 벨기에 리에주주에 있는 도시 베르비에에서는 홍수로 차가 떠내려가는 모습이 목격됐고, 약탈 위험 때문에 밤에는 통금령이 내려졌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 집중된 폭우가 유례가 없는 수준이라며 지상에 낮게 깔린 저기압대가 벨기에, 네덜란드 서부 지역 등에 폭우를 쏟았다고 지적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16일 이번 홍수 피해가 “기후변화의 명확한 징후”라고 말했다. 그는 “과학은 이것(홍수)를 기후 변화의 명확한 징후라고 말하고 있다. 정말로 정말로 행동해야 할 긴급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크 발터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도 이날 피해 지역으로 가기 전 수도 베를린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결연한 싸움에 참가해야 우리는 기상 상황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 당국의 늑장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전문가들이 유럽 홍수 시스템(EFAS)이 이번 주 초에 “극단적” 홍수 경고를 내놨는데도 희생자가 이렇게 많은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기상 당국은 지자체에 경고를 보냈고 지자체가 대피 조처 등을 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부장관은 독일이 다음에는 “더 대응을 잘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피해를 “기후 변화의 결과”라고도 말했다. 조기원 기자

 

"유럽 1천년만의 대홍수"…기후변화시대에 20세기 대응체계 참패

 

경보 작동했으나 '불가항력 규모'에 있으나마나

수위상승 속도 상상초월 … "손쓸 틈이 없었다"

기후변화 심화 불가피…대비체계 전면 개편 필요성

 

16일 홍수로 피해를 입은 독일 라인란트팔트주 바트 노이에나어-아르바일러 모습. [EPA=연합뉴스]

 

독일과 벨기에 등 서유럽이 큰 물난리를 겪으면서 대비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후변화로 '기록적인 폭우'가 반복될 가능성이 커서다.

 

16일 뉴욕타임스(NYT)와 BBC방송 등에 따르면 기상당국의 폭우경보는 지난 주말과 이번 주 초 이미 여러 번 나왔다.

 

독일 기상청은 사흘 전인 13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와 라인란트팔츠주에 걸친 아이펠과 모젤강 지역에 최고 등급 이상기후 경보를 내리는 등 여러 경로로 폭우를 경고했고 지역정부에도 대비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펠릭스 디치 독일 기상청 기상학자는 같은 날 유튜브에서 남서부 지역에 수 시간 동안 1㎡에 70L 이상 비가 쏟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홍수조기경보시스템(EFAS)에서도 지난 주말 경고가 나왔다고 한다.

 

EFAS를 설계하고 현재는 자문역을 맡은 해나 클로크 영국 리딩대 교수는 "폭우와 홍수가 오니 주의하라는 경보가 나갔다"라고 말했다.

 

EFAS는 2002년 엘베·다뉴브강 대홍수를 계기로 개발돼 2012년부터 운영됐다.

 

사전경보가 있었음에도 사망자가 100명이 넘게 나올 정도로 피해가 큰 이유는 무엇보다 폭우의 규모가 예상 밖이었기 때문이다.

 

14~15일 독일 서부와 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가 접한 지역에 쏟아진 비는 100~150㎜로 평소 한 달 치 강수량 수준이다.

 

'물 폭탄'이 떨어진 것으로 100년만에 한 번 올 정도의 폭우로 평가됐다.

 

우베 키르셰 독일 기상청 대변인은 더 나아가 '1천년만의 폭우'라고 말했다.

기록적인 폭우에 강과 하천 수위가 너무 빨리 상승해 손 쓸 틈이 없었다는 것이 당국들의 입장이다.

 

라인란트팔츠주 코르델시 메다르트 로트 시장은 일간 빌트에 "강 수위가 위험홍수위에 다다르고 있다는 경보를 받은 뒤 긴급대응에 착수했지만, 수위가 너무 빨리 올라서 통상의 방법으론 소용이 없었다"라면서 "소방당국이 대응 조처를 마련한 지 3시간도 안 돼 모든 것이 물에 잠겼다"라고 말했다.

 

워낙 많은 비가 단시간에 내려 평소엔 범람할 위험이 없던 작은 강이나 소하천에서도 홍수가 일어난 점도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16일 홍수가 발생한 벨기에 리에주에서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물론 경보가 전달되지 않았거나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클로크 교수는 "경보의 의도가 제대로 달성된 곳도 있지만, 일부 지역에선 주민에게 경보가 전달되지 않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라인란트팔츠주 아르바일러에선 강 수위가 역대 최고치인 3m를 넘기 약 3시간 전에야 강가 주민에게 첫 경보가 내려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라인란트팔츠주 환경당국은 큰 강들은 홍수경보가 이뤄지지만, 지천이나 소하천은 자세한 정보가 없다고 인정했다.

 

홍수대책을 지역당국에 맡기는 시스템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독일은 '지역당국이 지역을 가장 잘 안다'라는 이유로 경보에 따라 어떤 조처를 할지 지역당국이 결정하도록 한다.

 

클로크 교수는 "여러 주의 다수 기관이 관여하는 파편화된 체계 때문에 (지역별로) 가지각색 조처가 이뤄졌다"라고 비판했다.

 

이번 홍수를 일으킨 폭우가 온실가스로 인한 온난화 등 기후변화 결과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폭우는 온난화가 진행되면 더 늘어나고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대기가 따듯해지면 더 많은 수분을 머금고 이는 강력한 폭우로 이어진다.

이에 이상기후가 늘어나는 상황에 맞춰 경보·대응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후계자로 꼽히는 아르민 라셰트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역사적 규모의 재앙적 홍수를 겪고 있다"라면서 "독일을 기후에 안전한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독일은 두 달여 뒤 총선을 앞둬 '이상기후 대비'가 주요 정치 의제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 영향을 연구하는 헤일리 파울러 뉴캐슬대 교수는 극단적 이상기후에 대비해 기반시설들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현재 치수능력을 뛰어넘는 대형 홍수가 올 것이기 때문에 경보·비상관리체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풍수해 위험성 '긴급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프리데리케 오토 옥스퍼드대 환경변화연구원장은 "풍수해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사람들이 제대로 모른다"라면서 "집이나 도로를 건설하면서 많은 땅을 (아스팔트 등으로) 포장하는데 이는 물이 범람했을 때 큰 피해를 부른다"라고 지적했다.

오리건주 산불, 축구장 13만개 넓이 태워

연기 기둥  ‘화재적운’  4일 연속 나타나

 

미국 오리건주에서 발생한 부트레그 산불. AFP=연합뉴스

 

미국 오리건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불구름이 형성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7일 보도했다.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가장 큰 산불 '부트레그'로 잿가루가 섞인 연기 기둥인 화재적운(pyrocumulus cloud)이 4일 연속으로 나타났다고 소방당국이 전했다.

 

기둥 높이만 10㎞에 달하고 160㎞까지 떨어진 곳에서도 볼 수 있다. 이는 약 서울에서 대전까지 이르는 거리다.

 

* 미국 오리건주 산불로 생긴 불구름(화재적운). AP=연합뉴스

 

불구름이라고 불리는 화재적운은 산불에서 뿜어져 나온 거대한 연기 기둥 위로 솟아오른 거대하고 시커먼 적운이다.

 

보통 오후 3∼5시 사이 뜨거운 공기가 상승하면서 구름이 형성되는 원리로 기둥 꼭대기는 통상 대장간에서 쇠를 내려칠 때 쓰는 받침대인 모루처럼 납작한 형태를 띤다.

 

화재적운이 형성되면 기상학자들은 뇌우를 동반하는 화재적란운(pyrocumulonimbus cloud)으로 변모할 가능성을 살피기 시작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화재적란운을 '불을 내뿜는 용'에 비유하기도 했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지난 14일 위성사진에서 화재적란운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한편 최소 70곳에서 산불이 진행 중인 미국 서부는 고온 폭염으로 산불 진압이 더 어려운 상황이다.

 

소방당국은 부트레그 산불 진압에 힘을 쏟고 있지만 강풍을 타고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일주일 넘게 이어진 화재는 20여개 가옥을 비롯해 축구장 13만개 크기인 919㎢를 태웠다.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선수촌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로이터> 등 외신은 17일 “도쿄올림픽 선수촌에서 한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주최 쪽이 토요일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무토 도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의 말을 인용해 “확진자는 올림픽 조직위 업무에 관여한 해외 방문객이며, 개인정보 등의 문제로 국적은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감염자는 바로 의료시설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올림픽 선수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림픽은 개막식(23일)을 6일 앞두고 있다. 선수촌은 13일 개장했고, 각국 선수단이 속속 입촌하고 있다. 도쿄/이준희 기자

 

일본서 우간다 국가대표 1명 실종…우간다팀 확진 2명

‘일본에서 일하고 싶다’ 메모 남겨

 

우간다 대표팀이 지난달 20일 일본 오사카에서 국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교도통신 AP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해 일본에 입국한 우간다 역도 선수가 일본 오사카에서 실종됐다. 우간다 대표팀에서는 코로나 확진자가 이미 2명 발생한 상황이라, 일본 내 불안이 커지고 있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16일 ‘우간다에서 온 20살 역도 선수 줄리어스 세키톨레코가 일본 오사카부 이즈미사노시 올림픽 사전 캠프에 참가하던 중 16일 돌연 실종됐다’고 전했다. 일본 방송 <엔에이치케이>(NHK) 등도 17일 아침 주요 뉴스로 해당 소식을 전했다.

 

세키톨레코는 ‘우간다에서 사는 것이 힘들어 일본에서 일하고 싶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마지막으로 확인된 행적은 나고야로 가는 신칸센 승차권을 구매한 것이다. 나고야시는 일본 내에서 우간다인이 두 번째로 많은 곳으로, 약 150명 정도가 살고 있다.

 

문제는 세키톨레코가 속한 우간다 대표팀에서 이미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는 점이다. 지난달 19일 입국한 우간다 대표팀 선발대는 9명 가운데 2명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우간다 대표팀은 지난 6일까지 격리한 뒤 7일에야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이즈미나노시는 개인 정보를 이유로 세키톨레코가 확진 판정을 받았는지를 밝히고 있지 않다.

 

원칙적으로 올림픽 선수단은 대회 기간 내 외부 활동이 제한되고, 현지인과 접촉할 수 없다. 하지만 이처럼 방역 통제에 구멍이 생기면서 일본 내 불안은 커지고 있다. <교도통신>은 “주최 쪽은 도쿄올림픽이 안전하게 개최될 수 있다고 여러 번 강조했지만, 특히 도쿄에서 코로나19 감염이 급증하면서 대중의 회의론은 여전히 높다”고 전했다. 도쿄/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