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1일만에 퇴임"영원한 개혁 있어도 영원한 저항은 없다"

 

이임사 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법무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7"검찰개혁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이라며 "역사에 남을 검찰개혁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지난 1년여를 스스로 평가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일 장관에 정식 임명된 지 391일 만에 이날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는 우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검경 수사권 조정 형사·공판부 강화 등을 자신의 업적으로 꼽았다.

추 장관은 "사문화된 장관의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권한을 행사해 검찰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분명하고도 불가역적인 역사적 선례를 만들어냈다""개혁에 저항하는 크고 작은 소란도 있었지만, 정의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시대정신의 도도한 물결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그는 "검찰개혁의 소임을 맡겨주고 끝까지 격려를 아끼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과 온갖 고초를 겪으며 검찰개혁의 마중물이 돼 준 박상기·조국 전 장관의 헌신과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간 이뤄낸 법·제도적 개혁을 발판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한 분리 등 검찰개혁을 완결지어야 한다""비대한 검찰권을 바로잡고 낡은 관행에 머물러 온 조직문화의 폐단을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추 장관은 "모든 개혁에는 응당 저항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영원한 개혁은 있어도 영원한 저항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추 장관은 자신이 취임식 날 언급한 `줄탁동시'(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날 때 병아리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함께 쪼아야 한다는 뜻의 고사성어)를 재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과연 검찰 내부로부터 개혁적 목소리와 의지를 발현시키기 위해 저 스스로 얼마큼 노력했는지 늘 아쉬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에 대해선 "매우 뼈아픈 일"이라며 "수감자 인권 실태와 수감시설의 열악한 환경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의의 방향으로, 주권자 국민과 함께 걸어가며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가자"면서 자신의 정치적 스승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긴 "후회해야 할 때 낙심하지 말고, 인내해야 할 때 초조해하지 말고, 전진해야 할 때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소개했다.

        

떠나는 추미애뚜렷한 공과 남긴 11개월

윤석열 불복으로 갈등 야권 비판 맞선 강골

검찰개혁 기틀마련상법·체벌금지법 등 성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물러났다. 지난해 12일 취임 이후 약 11개월, 작년 121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힌 지 42일 만이다.

추 장관은 취임식에서 "검찰개혁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됐다"고 밝힌 이후 임기 내내 `검찰개혁'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과제를 완수하는 데 매진했다.

그 결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제한하고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올해부터 시행됐고,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꼽혔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했다.

실제로 추 장관은 임기 동안 적잖은 개혁 성과를 일궈냈다. 무엇보다 무소불위의 검찰권을 감시·견제하고 형사사법제도의 공정성을 높일 공수처를 25년 만에 출범시키는 데 최일선에서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검찰과 경찰의 대립 속에 십수년을 끌어온 검경 수사권 조정을 일단락지어 수평적인 검경 관계를 정립하고 국가·자치·수사로 나뉜 새로운 경찰상을 수립하는 데도 기여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며 정문 부근에서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일명 '3%'이라 불리는 상법 개정안과 부모의 자녀 체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민법 개정안도 성사시켰다. 증권 분야에 한정된 집단소송제를 전 분야로 확대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일반화하는 상법 개정안을 마련해 소비자 보호와 피해구제 강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추 장관은 임기 내내 윤석열 검찰총장의 하극상으로 갈등을 겪으며 보수 정치권과 법조일각의 비판을 한 몸에 받았으나 이에 맞서며 선출된 권력이 임명받은 권력을 통제해야 한다는 문민통제입장을 견지하며 강골 정치인의 면모를 드러냈다.

추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검찰 고위간부급 인사를 둘러싼 의견청취 문제로 윤 총장의 저항에 부딪혔다.

추 장관은 지난해 7월에는 이른바 `채널A 사건' 수사와 관련해 윤 총장이 '측근 감싸기' 논란 속에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강행하려 하자 이를 중단하라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10월에는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 사건과 윤 총장 가족 의혹 사건 등에서 윤 총장을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다시 행사하고 각종 감찰 지시를 내리면서 윤 총장의 반발을 샀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는 2005년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 발동한 이후 처음이었다.

이임식에서 눈물을 보인 추미애 장관.

윤 총장과의 갈등은 지난해 11월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청구를 하며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내리면서 절정에 달했다. 추 장관은 검찰총장도 일개 검사신분인 만큼 비위가 있으면 징계해야 한다며 절차를 강행했지만 판사(서울 행정법원 홍순욱)가 대통령 재가까지 난 징계의 직무집행 정지 효력을 중단해야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결정을 내려, 본안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지만 언제 결정날지 몰라 사실상 빛이 바랬다.

추 장관은 보수야권과 윤 총장 측근들을 중심으로 반발 속에서도 검사징계위원회를 강행,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밀어부쳤다. 하지만 위원회는 정직 2개월의 경한 조치를 내렸고, 법원은 이마저 효력정지를 결정해 복귀시킴으로써 대통령 재가를 법원이 뒤엎었다.”“검찰총장은 절대 징계를 할 수 없다는 말이냐는 비판여론도 일었다.

추 장관은 이로인해 임기 동안 야당 의원들과도 불화를 겪어야 했다. 더구나 국회에서 아들 특혜휴가 의혹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의 거센 공격에 "소설을 쓰시네", "저 사람은 검사 안 하길 참 잘했다"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최근에는 서울동부구치소에서 1천명이 넘는 대규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교정시설 책임자로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 "국민께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문 대통령, 박범계 법무부 장관 임명28일 임기 시작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530분께 문 대통령이 임명안을 재가했다면서, 박 후보자의 임기가 28일부터 시작된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여당 단독으로 전체회의를 열어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며 회의에 불참했다.

        

법무부, '윤석열 징계' 처분 결과 전자 관보에 게재

`직무상 의무 위반 · 검사로서 체면·위신 손상' 적용

 

법무부가 26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결과를 전자 관보에 게재했다.

법원이 윤 총장의 징계처분 집행정지 요청을 받아들였지만,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자체가 취소된 것은 아니어서 검사징계법에 따라 징계 결과가 관보에 실린 것이다. 검사징계법 232항에는 `검사에 대한 징계처분을 한 때에는 그 사실을 관보에 게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보에 따르면 처분 일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의 징계안을 재가한 다음 날인 작년 1217일이었다. 징계 종류는 정직 2개월이었다. 적용법조는 검사징계법 제22호와 3호였다.

검사징계법 2조는 검사 징계 사유들을 나열하고 있는데 윤 총장에게는 2'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하였을 때'3'직무 관련 여부에 상관없이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가 적용됐다.

징계 사유로는 대검찰청의 판사 사찰 의혹과 채널A 사건 수사·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혐의를 적었다.

판사 사찰 의혹과 관련해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하여금 조국 전 장관 관련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작성한 보고서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 다른 부서에 전달하도록 부당하게 지시해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적시했다.

또 채널A 사건 수사·감찰 방해 혐의는 "수사대상자(한동훈 검사장)와 특별한 관계로 사건 지휘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어 회피해야 함에도 대검찰청 감찰부가 감찰 개시 보고를 하자 정당한 이유 없이 감찰을 중단하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검찰청 부장 회의에 수사 지휘를 위임했음에도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강행하는 등 부당한 지시를 했다"고 부연했다.

정치적 중립 훼손 혐의는 "대검 국정감사에서 국민에게 퇴임 후 정치활동을 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인식하게끔 하거나 정치적 편향성을 우려할 수 있는 부적절한 언행 등으로 검찰 업무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관한 신뢰를 훼손시켜 검사로서 위신을 손상했다"고 적었다.

앞서 윤 총장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정직 2개월을 의결하자 서울행정법원에 징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테이 켈러 '호랑이를 잡을 때'한국 전래동화서 영감 얻어

모녀 문학가족엄마는 소설 '군 위안부' 쓴 노라 옥자 켈러

 

2021 뉴베리 메달 수상자 테이 켈러 [테이 켈러 홈페이지]

 

20대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어릴 적 외할머니에게 들은 한국 전래동화에서 영감을 받아 쓴 장편 동화책으로 미국의 아동·청소년 문학계 최고상을 받았다.

미국도서관협회(ALA)25, 지난해 출간된 아동·청소년 도서 중 분야별로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해 소개하면서 테이 켈러(27)'호랑이를 잡을 때'(When You Trap a Tiger)'2021 뉴베리 메달'(John Newberry Medal)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1921년 처음 제정돼 이듬해부터 매년 수상자를 내는 뉴베리 메달은 '아동·청소년 도서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뉴베리상 100번째 수상작이 된 '호랑이를 잡을 때'는 만 8세부터 12세 대상의 총 304쪽 분량으로, 작년 1월 펭귄 랜덤 하우스에 의해 출판됐다.

심사위원단은 이 책에 대해 "한국 전래동화에 생명을 불어넣은 마술적 사실주의(magical realism)의 걸작"이라며 "사랑과 상실, 희망을 생각해보게 한다"고 평했다.

이어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과거를 공유하고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음을 배운다"라고 부연했다.

켈러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주인공) 릴리의 가족이 병든 할머니의 집으로 이사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일"이라며 "할머니가 들려준 한국 전래동화 속의 신비한 호랑이가 나타나 릴리로 하여금 가족의 비밀스러운 역사를 밝혀내게 한다"고 소개했다.

또 자신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김치와 흑미밥, 이야기를 양분으로 자랐다"고 소개했다.

켈러는 앞서 2018년 소설 '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The Science of Breakable Things)을 펴낸 후 "인종과 자아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켈러의 어머니는 소설 '군 위안부'(Comfort Woman·1997)'여우 소녀'(Fox Girl·2002) 등을 쓴 노라 옥자 켈러(54).

2021 뉴베리 메달 수상작 '호랑이를 잡을 때' 표지

어머니 켈러는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나 세 살 때까지 서울에 살다가 하와이로 이주했다.

한편 시카고에 본부를 둔 ALA는 이와 함께 '칼데콧 메달'(Randolph Caldecott Medal), '코레타 스콧 킹 상'(Coretta Scott King Award), '마이클 프린츠 상'(Michael L. Printz Award) 등의 수상자를 엄선해 발표했다.

그림동화 부문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칼데콧 메달''우리는 물의 수호자'(We Are Water Protectors)의 그림을 그린 알래스카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미카엘라 고드(30)에게 돌아갔다.

1937년 칼데콧 메달이 제정된 이래 미국 원주민이 이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ALA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부인 코레타 스콧 킹을 기리기 위해 흑인작가를 대상으로 제정한 '코레타 스콧 킹 상'의 작가 부문 수상자는 '비포 더 에버 애프터'(Before the Ever After)를 쓴 재클린 우드슨, 삽화 부문 수상자는 '리스펙트'(R-E-S-P-E-C-T)의 그림을 그린 프랭클린 모리슨이 각각 선정됐다.

청소년 작가 대상 최우수 작품에 주어지는 '마이클 프린츠 상'은 대니얼 네이예리의 '에브리싱 새드 이즈 언트루'(Everything Sad Is Untrue)에게 돌아갔다.

10편 중 맹크4편이 넷플릭스 영화

 

영화 <미나리> 스틸컷. 판씨네마 제공

 

재미동포 리 아이작 정(한국 이름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하는 ‘2020 올해의 영화에 선정됐다.

미국영화연구소는 25(현지시각) 누리집을 통해 2020 에이에프아이(AFI) 어워즈 결과를 발표했다. <미나리>는 스파이크 리 감독의 전쟁영화 <5 블러즈>,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맹크>, 이탈리아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 애런 소킨 감독의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다리우스 마더 감독의 <사운드 오브 메탈>, 배우 리자이나 킹의 감독 데뷔작 <원 나이트 마이애미>, 샤카 킹 감독의 <주다스 앤 더 블랙 메시아>,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 조지 시 울프 감독의 <마 레이니스 블랙 보텀> 등과 함께 올해의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미나리>1980년대 미국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정 얘기를 담은 정 감독의 자전적 영화로,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등이 출연한다. 앞서 정 감독은 저예산으로 르완다에서 촬영한 데뷔작 <문유랑가보>(2007)로 에이에프아이 영화제 대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바 있다.

올해의 영화 10편 중 <맹크> <5 블러즈> <마 레이니스 블랙 보텀>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4편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오티티) 넷플릭스 영화인 점이 눈에 띈다. 넷플릭스는 올해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도 <브리저튼> <더 크라운> <퀸스 갬빗> <그리고 베를린에서> 4편을 올리며 뚜렷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별상에는 디즈니의 오티티 플랫폼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뮤지컬 영화 <해밀턴>이 선정됐다. 동명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로 편집한 것이다.    서정민 기자


1심 독살혐의 유죄 선고받은 피고인들 2심서 무죄

 

칠레 산티아고에 있는 에두아르도 프레이 몬탈바 전 대통령의 동상. AP 연합뉴스

 

군부 독재에 반대했던 칠레 전직 대통령의 사인에 대한 재판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칠레 항소법원은 251982년 에두아르도 프레이 몬탈바 전 대통령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의사 등 6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프레이 전 대통령의 죽음은 제3자의 기만이나 태만, 또는 의료진의 부작위로 인한 것임을 가리키는 증거가 없다그는 살인 피해자가 아니라 의학적 합병증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1964~1970년 집권했던 프레이 전 대통령은 퇴임하고 12년 뒤인 19821월 수도 산티아고의 병원에서 탈장 수술을 받은 뒤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프레이 전 대통령이 군 정보기관에 의해 독살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실제 그의 주검에서 독극물 성분이 발견되면서 논란이 퍼졌다.

2009년 알레한드로 마드리드 판사는 프레이 전 대통령이 독살당했다는 증거를 근거로 재판을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프레이 전 대통령의 아들이 그해 대선에 출마하면서 그의 의문사에 대한 재판이 큰 정치적 논란이 됐다.

이후 10년 만인 2019년 독극물을 주입하거나 사건을 은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프레이 전 대통령의 주치의와 운전기사, 정보요원 등이 각각 310년형을 선고받았다. 두 차례의 시신 발굴을 포함한 15년의 수사 끝에 이뤄진 판결이었다.

프레이 전 대통령이 피노체트 정권에 희생됐다고 주장하는 유족들은 1심 판결을 뒤집은 이번 항소심 판결에 반발하며 즉시 상고할 뜻을 밝혔다.

피노체트 군부 독재 시절에 대한 과거사 청산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칠레는 살바도르 아옌데 전 대통령의 피살설을 규명하기 위해 2011년 유해를 발굴해 조사했으나, 기존에 알려진 대로 자살로 결론 내렸다. 칠레의 민중시인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파블로 네루다(19041973)도 독살설이 제기돼 재조사가 이뤄졌으나 암 질환으로 인한 사망으로 결론이 났다.      최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