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확산 우려로 한때 뒷걸음질을 하던 국제유가가 다시 치솟고 있다. 18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2월 결제 선물값이 장중 배럴당 86달러대에 거래됐다. 예멘 후티 반군이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를 드론으로 폭격했다는 소식에 공급 차질 우려가 고조됐다. 유가는 19일에도 1.79% 올라, 2014년 10월8일 이후 7년 만의 최고치인 배럴당 86.9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9월부터 한단계 뛰어오른 서부텍사스산 원유값은 10월16일 84.57달러까지 오르고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바 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된 11월 하순 들어 급락해 12월1일 65.57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그 뒤 천천히 올라 새해 들어 전고점을 돌파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물가상승률을 더욱 끌어올리고, 연방준비제도의 통화 긴축, 금리 인상을 더욱 재촉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골드만삭스 “배럴당 100달러 넘을 것”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23일 시장에 석유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명령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5천만배럴을 방출할 예정이다. 전략비축유 방출에는 한국과 중국, 인도, 일본, 영국도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효과는 그다지 뚜렷해 보이지 않는다. 오미크론 확산의 부정적인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퍼지자 유가는 다시 오르고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에밀리 혼 대변인은 유가가 급등한 18일 “산유국, 소비국과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가격 상승에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는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9일 발표한 1월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지난해 세계 석유 수요가 전년 대비 548만배럴 늘어난 하루 9638만배럴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또 올해 수요는 작년보다 333만배럴 늘어난 하루 9971만배럴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전망했던 것보다 하루 20만배럴가량 늘려 잡은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의 예측대로 하면 올해 석유 수요는 2019년의 하루 9955만배럴을 넘기게 된다. 물론 국제에너지기구는 올해 원유 공급량도 작년보다 하루 620만배럴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미국의 증산, 주요 산유국의 감산 축소로 1분기에는 공급이 수요를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그리되면 다행이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는 이와 다르다.
지난해 11월 여러 전문기관이 내놓은 올해 유가 전망은 대부분 배럴당 80달러대였다. 그런데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급등할 것이라고 본다. 3분기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고, 상승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18일 내놨다. 수요는 탄탄한 데 비해 공급이 놀라울 정도로 부족하고, 에너지 투자가 재생 가능 에너지로 향하면서 석유에 대한 투자 욕구가 감소하고 있어 선진국의 원유 재고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골드만삭스는 유가 상승 전망 이유를 밝혔다.
월 평균값으로 보면 서부텍사스산 원유값은 11월 78.65달러에서 12월 71.69달러로 9%가량 내렸다. 이런 가격 하락은 지난해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끼쳤다. 미국 노동부는 12일 발표한 ‘12월 소비자물가’ 자료에서 12월 휘발유 가격이 전달보다 0.5% 떨어지고, 전체 에너지 물가는 0.4%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전체 소비자물가는 전달보다 0.5% 오르며, 전년동월 대비 7%나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1982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값은 1월 들어 18일까지 평균값이 80달러를 넘었다. 전달보다 벌써 12%가량 상승했다.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에서 에너지의 가중치는 100 가운데 7.294로 지수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 12월에 전달보다 1% 오른 신차, 3.5%나 오른 중고차와 트럭이 물가 상승을 이끌었는데, 1월에는 여기에 기름값이 그야말로 기름을 부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연준이 1월6일 공개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록에는 ‘거의 모든 참석자들이 첫번째 금리 인상 이후 어느 시점이 되면 연준이 시중에 푼 돈을 회수(보유채권 축소)하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쓰여 있었다. 12월 회의가 끝난 뒤 연준은 ‘내년에 금리를 많게는 3차례 인상할 수 있다’는 위원들의 전망을 공표했지만 ‘보유채권 축소’ 언급은 처음이어서, 시장은 연준의 긴축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조기 긴축 우려를 더욱 키우고, 이는 국채 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10년 만기 미국 재무부 채권 금리는 올해 들어 연 1.6%대로 올라서고, 현지시각으로 19일 장중 1.89%까지 뛰어올랐다. 지난해 12월 0.6%대에 머물던 2년 만기 국채 금리도 1%대로 올라섰다. 금리 급등은 미국 주가를 떨어뜨리고, 미국 주가 하락은 다른 나라 주식시장으로 번지는 불안의 연쇄반응이 일어나고 있다. 당분간은 이런 연쇄고리의 맨 앞에 놓여 있는 유가 동향부터 챙겨야 할 것 같다.
한국은행은 미국 연준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 악영향에 대처해 낮췄던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되돌리고 있다. 지난해 8월과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25%씩 기준금리를 올렸는데, 1월14일 금통위에서 또 한번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이로써 기준금리가 연 1.25%로 코로나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국내선 기준금리 추가 인상 예고돼
시장에서는 한은이 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릴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금융투자협회가 1월 첫주에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보니 응답자 100명 중 57명(57%)이 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한은은 몇차례 암시했던 대로 금리 인상을 밀어붙였다. 이주열 총재는 금통위가 끝난 뒤 연 기자간담회에서 “현 기준금리 수준은 실물경제 상황에 견줘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에 영향을 받아 국고채 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 시장금리가 오르고, 자산 투자자들은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다음 금통위는 2월24일에 열린다. 그 이후엔 4월14일에 다시 열린다. 금통위가 3차례 회의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을 피한다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은 4월 이후에 하게 된다. 미국 연준은 1월25∼2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연다. 방향은 정해졌고, 다만 속도가 관심인 국면에 확실히 접어들었다. 정남구 한겨레 논설위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기자는 지난 1월 19일 사진 한장을 전달받았다. 사진은 1월 18일 오후 8시 34분 캡처한 것이었다. 이날 오전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이 “이 시간부로 해산한다”고 선언한 네트워크본부의 활동 모습이다. 각 본부 본부장 및 SNS 담당자는 오후 8시 34분 기준으로 1시간 전 활동을 했고, 산하 미래정책포럼의 SNS 채팅방은 30분 전까지 관련 논의를 했다. 선대위 차원에서 해산했을지는 몰라도 캡처된 6개 단톡방은 활발히 돌아가고 있었다.
해산 소식에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아래와 같은 하마평이 올라왔다. “표면상 해체하고 뒤로 모여서 쑥덕쑥덕하겠지. 저것들이 하루 이틀 모인 사이겠냐.” 확보한 자료만 놓고 볼 때 이 누리꾼의 지적은 정확했다.
기자가 무속인들과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캠프 핵심 관계자)’ 직속 네트워크본부의 활동 제보를 처음 받은 건 지난해 11월 중순이었다.
제보자는 서울 역삼동 한 음식점에 차린 이른바 ‘굿당’이 사실상 캠프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처음 들은 얘기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무속중독’과 관련한 것이었다. 무속인들의 이른바 신기 ‘영빨’이 떨어지면 바꾸는 식으로 무속인을 끝없이 교체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무속인들의 이름도 여럿 내부 인사들로부터 제보받았다. 마지막으로 제보를 받은 무속인은 지난해 12월 말 새로 들였다는 ○○보살이었다. 앞서 무속인들과 달리 “인터넷을 검색해도 아무런 정보가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귀띔이었다. 실제 검색해도 아무런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무속 의혹과 관련한 윤석열 후보 측 대응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건진법사와 관련한 세계일보 보도가 나온 직후, 원본 영상을 게시 중이던 네트워크본부의 유튜브 영상이 통째로 사라졌다. 그 전 네트워크 본부에서 건진법사가 고문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선대위 측은 “고문으로 활동한 사실이 없다”면서도 네트워크 본부 자체를 해산하는 초강수를 뒀다. 잡음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후보의 결단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증거 인멸에 해당하는 일이다. 이런 경우가 또 있을까. 여럿 있었다.
■ 의혹 대응의 공통점: 활동 흔적 지우기
조선일보는 지난 1월 9일 조용헌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석좌교수의 장기연재 칼럼인 ‘조용헌 살롱’의 1330회 연재 ‘둔갑술과 검법’ 칼럼을 포털에서 삭제했다. 칼럼은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윤석열 캠프에도 도사들이 포진되어 있다. 그중의 하나가 J도사. 승려로 있다가 환속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손바닥의 ‘王’자도 이 도사 작품이다. J는 가끔 면접도 본다. 네모진 얼굴을 지닌 어떤 참모를 발탁할 때도 면접을 보면서 남긴 코멘트. ‘당신은 의리가 있는 관상이니까 윤 후보를 도와도 되겠다.’”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한 것으로 보도된 J도사(건진법사) 사진
논란이 됐던 손바닥 王자가 윤석열 캠프에 포진한 J도사의 작품이라는 주장이다. J도사는 건진법사 전모씨를 말하는 것일까. 1월 17일 조용헌 교수와 통화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 조선일보 ‘둔갑술과 검법’ 기사를 왜 네이버에서 삭제했나.
“윤석열 캠프에서 J도사 부분은 틀리다고 항의했다고 하니 어쩔 수 있나.”
- J도사는 전○○인가.
“그렇다. 그것도 아니라고 (윤 캠프에선) 주장하던데.”
- 王자도 당시 해명이나 지난 1월 16일 공개된 김건희 녹취록을 보면 동네주민 할머니가 써준 것이라고 하던데 왜 J도사라고 확신하는가.
“나는 그렇게 알고 있는데 물증을 들이밀 수 없는 부분이니까. 본인들이 아니라는데 어쩌겠는가. 그런데 도사 이야기가 그렇게 회자되나.”
- 그렇죠. 오늘 세계일보 보도를 봐도….
“알 만한 선수들은 다 아는 이야기다.”
건진법사와 관련한 무속인 의혹은 당사자에 그치는 의혹이 아니다.
김의겸 의원이 2013년부터 코바나컨텐츠 행사를 담당했다고 1월 19일 주장한 딸 전모씨(37세)도 관련이 있다(전씨는 논란이 불거진 다음날인 1월 20일 자신의 SNS 계정을 닫았다). 위의 역삼동 굿당의 주소지에는 건진법사 전씨 부부와 그의 딸, 아들이 등록한 한 회사가 나온다. 딸 전씨는 2015년 설립한 한 화장품회사의 대표로 다시 나온다.
국회 김의겸 의원이 공개한 건진법사 딸의 윤캠프 활동사진
제보자의 주장에 따르면 딸 전씨는 물의를 빚은 뒤 인스타그램 자체를 삭제한 윤 후보 개 사과 사진 촬영과 얽혀 있다.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으로 보이는 화장품회사는 한한령과 코로나19 등 상황악화로 2017년을 전후로 사업을 철수했다고 한다.
이 회사가 내놓은 제품은 아직 오픈마켓에서 검색된다. 하지만 관련한 회사 대표번호 등에 전화를 걸어보면 ‘없는 번호’라고 나온다. 지난 2주 동안 전씨와 연락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수소문을 했으나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건진법사 일가의 윤석열 캠프 개입 의혹은 또 있다.
미국유학생 출신인 건진의 처남 김모씨가 해산된 네트워크 본부 활동을 장악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 일광사 연민복지재단에 쏠리는 의혹
언론을 통해 논란이 불거지자 건진법사 전모씨는 신경림 시인의 시 ‘낙타’를 주변인에 남기고 잠적한 걸로 알려졌다.
그가 속한 일광조계종의 무속 논란은 이 종교법인이 설립한 사회복지법인재단 논란으로 이어진다. 재단의 이름은 연민복지재단이다.
국세청의 공익법인 결산서류를 보면 2017년 법인을 설립했다. 등록지는 일광사가 소재한 충북 충주시다.
국세청이 공시한 출연자 및 이사명단을 보니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다. 상임이사로 이현동 전 국세청장과 임재원 세무법인 이원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재단 소재지는 충북 충주시 삼여울길이다. 연락처는 세무법인 이원과 임 대표의 e메일 주소가 올라 있다.
재단의 대표자는 이현동 전 국세청장으로 돼 있지만 재단의 재무이사는 건진법사의 스승으로 충주 일광사를 만든 혜우스님(원모씨)이 맡고 있다.
1월 20일 민주당 윤석열일가부정부패국민검증특위(TF)는 기자회견을 열고 “연민복지재단 설립 당시 출연내역을 보면 총 6개 업체가 1억에서 7억원씩 출연했는데 그중에는 희림건축과 한무경 의원이 총선 직전까지 대표로 있던 효림에이치에프가 있다”며 “희림건축은 김건희씨가 대표로 있는 코바나컨텐츠에도 3차례나 후원했다고 알려져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TF는 또 “이른바 국정원 특활비 유용혐의로 구속된 이현동 전 국세청장의 경우 기소될 당시 검찰라인은 윤석열 중앙지검장, 한동훈 제3차장, 송경호 특수2부장이었다”며 “이들이 전직 대통령 뒷조사라는 국가적 사안으로 기소된 이현동 전 국세청장에 대해 부실한 봐주기 기소를 해주는 대가로 특수관계인인 혜우스님을 재단의 재무이사로 참여시킴으로써 사실상 17억원 상당의 재단을 이들에게 넘긴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된 건진법사의 무속활동 관련을 보면 산 채로 소가죽을 찢는 행사로 물의를 빚은 2018년 수륙대제 및 국태민안 대동굿 등불 축제뿐만 아니다(당시 이 행사에 대한 항의 게시물을 보면 대한불교종정협의회, 한국불교일광조계종과 함께 연민복지재단과 건진법사의 딸이 대표로 있는 화장품회사가 행사를 공동주최했다).
기자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대선을 앞둔 2011년 11월 29일 충북 옥천 관성회관(옥천문화원)에서 열린 ‘육영수 여사님 86회 탄신 숭모제 및 기념식’ 행사도 ‘한국불교 일광종 일광사(총무원진 건진스님)’이 주관한 것으로 돼 있다.
행사공지에는 가족(근혜·근령·지만)이 참석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였던 박근혜는 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행사에서 박근혜 후보의 참석이 확인된 건 2009년에 열린 84주년 행사였다(사진).
이쯤 되면 궁금한 것이 있다. 윤석열 후보와 김건희를 이어줬다는 심희리(무정스님)는 뭐고 2013년 전후부터 지금까지 김씨 회사와 이른바 비선캠프에 관여돼 있다는 건진은 또 어떤 관계일까.
■ 무정스님과 건진법사 둘 뿐일까
“심 도사를 마지막으로 만난 건 2017년쯤이었다. 강남의 한 전집에서 만났다.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 ‘도사’라고 불렀는데 기분 나빠하더라고. ‘왜 나를 도사라고 하느냐’고 되묻길래 ‘그러면 스님이라고 부를까요’라고 응수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이라고 부르라’ 하더라.”
기자가 최근 들은 심희리의 근황이다. 이 인사에 따르면 심씨는 처음 만난 자리였지만 두세 시간 동안 정치권 인사와 자신의 관계 등 자랑을 끊임없이 늘어놓았다고 한다.
“뭐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인 김옥숙 여사도 만나 자신이 점을 봐줬다고 하던데 영은사에서 도통해 나와서 점을 봐준다는 것도, 무속 같은 것도 믿지 않기 때문에 별로 신뢰하지 않았다.”
특이했던 건 당시 출범한 지 얼마 안 되는 문재인 정부를 심씨가 마구 비판하더라는 것.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김씨를 애초에 이어준 사이라고 들었지만 심씨가 윤 총장도 그리 달갑게 보는 눈치는 아니었다고 했다. 이 인사는 “심씨는 당시 송파 변두리의 원룸 같은 데서 거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예전에도 한번 본 적 있는데 그때 봤었던 총기가 사라진 것으로 보였다”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윤석열 후보 측과 심씨가 갈라섰다는 건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김건희씨의 통화녹취록에도 나온다. 1월 18일 추가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김씨는 “(무정스님은) 문재인 대통령 되고 나서 남편(윤석열 후보) 앞에서 갑자기 ‘문재인은 망한다’고 했는데, 우리 남편 망한다는 말밖에 더 되냐. 그때부터 인연을 끊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과 앞서 심씨를 만난 인사의 전언, 그리고 무속중독 논란 등을 종합해보면 2017년에서 2018년 사이에 김건희씨는 심씨(무정스님)와 인연을 끊고 논란이 된 건진법사·천공스승 등의 무속인들과 서대원씨 등 역술인들을 찾아다닌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커지자 윤 후보는 “당 관계자한테 그분(건진법사)을 소개받아 인사를 한 적 있는데, 스님으로 안다. 법사라 들었다”고 밝혔다.
당 선대위도 네트워크본부 고문 등의 직위를 가진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네트워크본부 영상이 공개된 뒤 건진법사 논란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형국이다.
윤석열 선대위 공보관계자는 “불교계에 확인해보니 건진이 소속돼 있다는 일광조계종이 조계종과 관련 없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또 완전히 사이비라고 보기는 어려운 비주류 종파라고 해서 ‘무속인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해명을 낸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전씨(건진법사)와 관련해 가지고 있는 정보는 일붕신문사 사장이라는 것과 사단법인 대한불교종정협의회 기획실장이라는 것이 전부이며 그것을 넘어서 건진이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는 전혀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전씨 딸 관련 의혹과 관련해서도 “개 사과 SNS 사진을 올린 담당자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SNS엔 손도 안 댔고 사진촬영만 도운 것으로 안다”며 “코바나컨텐츠에서 전씨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지만 잠깐 와서 몇주 동안 사진 찍어주다가 그만두고 나갔다고 들었다”고 했다.
‘건진 처남’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확인해보면 지난해 6월 29일 (윤석열의) 첫 정치참여 선언 현장에 그 사람(처남)이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윤사모 또는 윤공정(공정과 상식 윤공정 포럼) 소속으로 자원봉사 차원에서 일을 도왔던 것으로 보인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하면서 김씨도 최근 들어 이쪽 일을 그만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선대위 측은 심희리(무정스님)와 그를 사내이사로 임명한 강원도 삼척의 한 회사 사장 아들(30대)이 윤석열 캠프에 적극 관여했다는 논란과 관련해서도 “아버지 황모씨는 윤 후보와 오랫동안 형·동생 해온 사이로 아들 황씨는 어려서부터 삼촌처럼 윤 후보를 따른 관계”라며 “윤 후보가 처음 정치활동을 시작하면서 주변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어 초창기 운전을 담당했을 뿐 별도의 비선라인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기자는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을 매개로 윤 후보와 황 사장, 심희리씨가 연결되며, 다시 황 사장 회사의 등기이사로 심씨가 등장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썼다. 캠프 측이 부인하고 있지만 황 사장의 아들이 윤 후보의 수행을 맡기까지의 석연치 않은 과정을 취재해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2021년 7월 31일자 ‘[단독]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과 윤석열 지인 황 사장의 수상한 관계’ 기사 참조)
선대위 측은 “황씨의 경우 학교 졸업하고 정치권 선거판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비선 의혹·윤후보 관계 등 논란이 불거지면서 본인이 못하겠다고 해 캠프 활동을 잠깐 쉬었다”라며 “주위에서 ‘너만 떳떳하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해서 캠프에서 다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 정용인 기자
국힘, '김건희 무속중독' 보도에 "사실무근 … 기사 내려달라"
"역삼동 음식점 '굿당' 캠프 역할? 무속인 끝없이 교체? 사실무근"주장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측은 22일 '김건희 무속중독 논란, 핵심은 비선권력'이라는 제목의 경향신문 보도에 대해 "기사 내용의 근간이 되는 내용 모두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며 반박했다. 하지만 해당 신문이나 기자에 대한 ‘법적 조치’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이양수 선대본부 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에서 해당 언론사와 기자의 실명을 거론, "익명의 제보자들 이야기를 듣고 쓴 것 같으나 기초 사실의 검증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변인은 "작년 11월 무속인 제보자로부터 제보를 들었다며 서울 역삼동 음식점에 차린 '굿당'이 윤 후보 캠프 역할을 하고 무속인들을 끝없이 교체한다는 내용을 보도했는데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기자가 다른 사람이 작성한 칼럼을 인용해 '손바닥의 왕자를 그린 것은 J도사이고, 윤 후보를 도울 사람을 관상 면접을 봤다'는 취지로 기사를 썼다면서 "(작성자가) 사실관계가 다르다며 글을 내렸는데 검증 없이 그대로 옮긴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또 "전 모씨의 딸은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단 한번도 온 사실이 없다"면서 "버젓이 전 모씨의 딸이 코바나컨텐츠에서 SNS 사진을 올린 의혹과 얽혀 있다는 식으로 썼다"고도 반박했다. 앞서 세계일보가 보도한 이른바 '건진법사 전씨 논란'에 대한 지적이다.
이 대변인은 "이 기사는 허위사실 적시로 윤 후보나 배우자의 명예를 훼손할 뿐 아니라 동시에 경향신문의 명예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습니다. 기사가 아니라 기자의 바람 같다"며 "이 기사를 즉시 내려달라"고 했다.
국민의힘당은 그러나 윤 후보나 김건희 씨 등 관련 비판기사가 나올 때마다 “강력한 법적조치”를 강조하고 실제로 고소고발 조치했던 것과 달리 이번 기사와 글을 쓴 기자 등 대한 법적조치 여부는 전혀 언급하지 않아 눈길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