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변의 법치농락 카르텔

● 칼럼 2021. 9. 11. 02:1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편집인 칼럼- 한마당]  불변의 법치농락 카르텔

 

법원과 검찰을 출입하던 법조 기자시절 기억나는 이야기다.

아침에 이방 저방을 기웃거리다 보면 얼굴이 부시시 하고 충혈된 눈에 열심히 껌을 씹는 검사를 볼 때가 있다. 야근에 지쳤거나 어떤 스폰서와 밤을 지샌 것이려니 궁금해 슬슬 몇 마디 던져보면 십중팔구는 역시 주취 탓이다. 민망했는지 공연한 선심성 빈말도 빼놓지 않는다. 다음에는 꼭 연락 할테니 같이 한 잔 하자구….

 

그날 검사들을 접대했던 ‘스폰서’는 모 행정관서 공무원들이었다. 그러고 보니 모종의 비리혐의로 그 관서의 장이 몇 차례 검찰청을 들락거렸던 적이 있었지, 그런데 그 후 어쩐지 조용하다 싶더라니…. ‘증거’를 쥐고는 곧바로 차장검사에게 쫓아가 유도질문을 꺼내는 기자에게 차장은 대수롭지 않은 듯 “어 그 친구, 강 검사가 불러서 알아봤는데, 뭐 별거 아니더라구”란다. 부하직원이 승진 청탁을 하며 봉투를 건넸다는데, 수사해보니 이미 돌려주었고, 액수도 미미해서 그 기관장을 혼내주되 기소는 하지 않기로 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그 기관장의 비위는 돈 싸들고 청탁한 부하들이 여럿이라는 소문까지 파다했지만, 알고보니 그의 동생이 정보기관에 있었고, 결국 불문에 부치는 봐주기로 끝냈던 것이다. 어쩐지 수사는 시작했는데 그 뒤 감감 무소식이더니, 슬그머니 덮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선처에 보답하느라 검사를 모셔다 양주에 곤죽이 될 정도로 향응을 베풀었고….

 

공직 기강과 부정부패를 감독해야 할 검사가 공직자의 범죄를 덮어버리고, 형벌권과 기소권을 행사하지 않은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에, 청탁을 들어 준 대가로 접대를 받은 ‘사후 수뢰’까지 아무런 죄 의식 없이 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부정한 금품을 주고 받았던 행정관서 부패 공무원들은 본분을 저버린 부정청탁에 국민의 세금으로 향응을 ‘공여’했으니, 결과적으로는 선량한 국민들과 국가에 고스란히 피해를 전가한 것이다. 검찰도 행정기관도 철퇴를 맞아야 할 사안이 분명했다.

 

취재를 확인한 검찰과 해당 관서가 가만있을 리 없었다. 확실한 팩트의 기사였지만, 분통을 터트리는 기자에게 편집 데스크는 “김 기자, 방법이 없네, 중정(中情)에 보안사에, 총동원됐어, 이해하게!”하곤 달랠 뿐이었다. 신문사도 하루아침에 문을 닫을 수 있는 때 였으니, 언론의 자유와 사명이란 단어는 고상한 수사에 불과했고, 분기탱천을 삭이며 위험한 줄타기에 도전해야 했다.

 

‘인혁당 사법살인’처럼 초대형 공작은 아니어도, 검찰은 물론 법원까지 그런 식으로 크고 작은 민·형사 사건들이 왜곡·조작되거나 묻히는 사례는 당시에 흔치않게 있었다. 언론 역시 재갈이 물린 채 공생의 멍에와 카르텔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 때가 언제적 인데, 그런 법조 안팎의 속성과 풍속도가 바뀌기는 커녕 고착화·지능화 되었다는 사실은, 논란이 되고 있는 근래의 사건들에서 뚜렷하게 그 불편한 실체를 본다. 널리 알려진 노무현 수사와 이명박 BBK사건을 필두로, 김학의 사건, 옵티머스 사건 등 일탈의 사례는 차고 넘친다…흐지부지 덮어버린 ‘나경원 사건’과는 달리, 수사도 하기 전에 기소해버린 ‘조국 사건’에, 최근의 이른바 ‘고발 사주’ 사건까지. 사회정의와는 너무 거리가 먼, 참 교활하고 사악한 선택적 형벌권의 민낯을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변함없이 그 카르텔의 일원으로 헤어나지 못하는 언론까지….

 

공직 당사자와는 관련없는 일가친족을 ‘멸문’지경으로 내몬 무지막지한 별건·연좌제 수사의 비열한 숫법은 조폭의 칼부림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그런 냉혹한 칼끝이 정작 자신에게 향한다면 어떻게 달라지는가. 검찰총장의 일가를 집적거렸다고 친위검사가 고발장을 만들어 야당과 민간단체에 고발을 ‘청부’했다는 폭로는 그야말로 ‘내로남불’의 극치를 보여준다. 자기방어를 위해 국가사법체계를 악용한 범죄요 법치농락에 다름 아니다.

 

어디 검찰 뿐인가. 사법거래를 일삼았던 대법원장과 행정처의 판사들은 법관의 양심은 팽개친 채 뭘 잘못했느냐고 고개를 쳐들고, 제식구 감싸기 덕에 면죄부를 챙겨 다시 재판을 맡아서는 보복하듯 요상한 판결을 쏟아낸다.

 

과거 독재시대 무소불위로 저지른 정치공작과 조작의 그림자, 멀게는 일제치하 고등계 형사들의 악독했던 행적의 뿌리가, 여전히 21세기 민주정치 시스템의 그늘아래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은 한심하고도 경악할 일이다. 그런데도 당사자들은 죄의식도 미안한 양심도 없다. 오히려 큰소리치며 역정을 낸다.

 

그들은 민주화든 문민화 든 관심도 변함도 없이 손에 쥔 권력을 즐기며 안주해왔기에, 늘상 그런 습벽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자들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되어 국민을 ‘돌보겠다’니, 위장된 양의 손을 내민 늑대처럼, 소름 돋을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래서 검찰 개혁, 사법개혁·언론개혁을 통한 카르텔 혁파는 여전히 미완 상태인 이 시대 최우선의 국가적·국민적 과제다.

                                                                                               < 김종천 시사 한겨레 편집인 >

[목회칼럼] 다시 시작하자

● 교회소식 2021. 9. 11. 02:05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목회칼럼- 기쁨과 소망]  "다시 시작하자"                                    

 

고영민 목사 / 본한인교회 담임목사

 

캐나다에서 9월은 다시 시작하는 분위기입니다. 학교도 다시 시작하고 교회도 다시 시작합니다. 제가 섬기는 본 한인 교회도 9월부터 매주 모이는 소그룹 모임이 다시 시작하고, 각종 성경공부, 영성 훈련, 선교 훈련, 시니어 대학도 다시 시작합니다. 올해는 작년에 이어서 모든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진행합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지금까지 교회 활동에 많은 제한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온라인이라는 목회 도구가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지 모릅니다. 지난 1년 6개월의 코로나 사태를 뒤돌아보면 온라인 덕분에 모여서 밥 먹는 것 빼 놓고는 교회의 모든 활동들을 다 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를 그냥 지나갈 하나의 현상으로 보고 정상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코로나 사태는 단순한 하나의 전염병이 아니라, 인류의 문명을 바꾸어 놓을 문명사적 사건입니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은 역사를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누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코로나를 통해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새로운 시대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새로운 문명 속으로 이미 들어왔습니다. 만나지 않고 쇼핑하고, 수업하고, 예배 드리는 비대면 디지털 문명 속으로 더 빨리 들어왔습니다. 이런 큰 그림 속에서 교회가 어디로 가야 할 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 동안 한국 교회는 교회 건물에 많이 모이고 분주하게 활동하는 것에서 에너지를 모으면서 성장해 온 교회입니다. 그래서 얼마나 큰 건물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이느냐를 기준으로 교회의 부흥을 측정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교회 건물이 닫히고, 모여서 하는 교회 활동이 제한을 받는 전대미문의 경험을 지난 18개월이상우리는 해왔습니다. 한국교회는 지금까지 하던 일을 조금 더 열심 하는 것으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 기회에 다시 본질을 붙잡고,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또한 방법론적으로도 새로운 시대에 맞게 과감하게 혁신해야 합니다. 루터 시대에는 인쇄술은 최첨단 기술이었고, 인쇄업은 요즈음으로 하면 떠오르는 벤처 기업이었습니다. 루터는 하나님께서 시대에 따라 사용하시는 도구에 민감했고, 그것을 적극 활용해서 종교 개혁이라는 위대한 일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우리 시대에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는 도구는 온라인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가지고 예배, 교육, 선교 분야에서 대담한 혁신을 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은 본질을 확고하게 붙잡고, 대담하게 혁신해야 할 때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timeless) 복음을 시대에 맞게(timely) 전해야 할 때입니다. 이를 위해서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교회는 나가야 합니다. 온 라인은 한 때의 도구가 아니라, 앞으로의 방향입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으라.’고 하십니다. 새 포도주 예수님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우리가 붙잡아야 할 본질입니다. 새 부대가 되는 것은 새 포도주 주님을 효과적으로 담기 위한 대담한 혁신입니다. 코로나로 가속화된 교회의 위기 속에서도 한국 교회가 ‘본질과 혁신’을 통해서 다시 시작하면 하나님께서 새로운 영적인 기회를 반드시 주실 것입니다.  

부총리 바라다르보다 무게감 떨어져…"정파 간 타협 결과" 분석

전 정부 관료·여성도 배제…최고지도자 아쿤드자다 역할 언급 없어

 

7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과도 정부 명단을 발표하는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 재집권에 성공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7일(현지시간) 과도 정부 구성을 공개했다.

 

AFP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 총리 대행 등 과도 정부 내각 명단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대해 무자히드 대변인은 "내각 구성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이것은 그냥 '대행' 내각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대변인 수하일 샤힌도 8일 자신의 트위터에 내각과 주요 보직자 등 30여명의 이름과 직책 명단을 영어로 올렸다. 샤힌은 하산의 영문 직책을 '총리'(Prime Minister)로 표기했다.

 

하산의 총리 대행 발탁은 예상을 깬 인선으로 여겨진다.

 

그간 정부 수반 '0순위' 후보로 거론된 조직의 2인자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에 비하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경량급 지도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바라다르는 과도 정부에서 제1부총리를 맡았다.

 

하산은 탈레반이 결성된 남부 칸다하르 출신으로 지난 20년간 탈레반의 최고 위원회인 레흐바리 슈라를 이끌었다. 군사 업무보다는 종교 관련 분야에서 주로 일했으며 탈레반의 과거 통치기(1996∼2001년) 때는 외무부 장관과 부총리를 맡기도 했다.

 

탈레반의 연계조직인 하카니 네트워크를 이끄는 시라주딘 하카니는 내무부 장관을 맡게 됐고, 탈레반 창설자 모하마드 오마르의 아들인 물라 모하마드 야쿠브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몰로이 압둘 살람 하나피는 제2부총리, 몰로이 아미르 칸 무타키는 외교부 장관으로 각각 임명됐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의 역할이나 세부 정부 체제 형태에 대해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이번 인선은 조직 내 정파들이 경쟁 끝에 타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탈레반은 지난 3일 정부 출범식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정이 미뤄져 왔다.

 

NDTV는 그 이유에 대해 바라다르 측, 하카니 네트워크, 칸다하르 정파, 동부 지역 반독립 조직 등이 권력 투쟁을 벌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탈레반은 그간 새 정부는 포용적으로 구성될 것이며 여성 인권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명단에는 아프간 정부 출신 관료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여성도 배제되는 등 내각 멤버 전원이 탈레반 핵심 강경파로 구성됐다. 조직 창설자 모하마드 오마르 관련 인맥과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출신, 미국 연방수사국(FBI) 수배자도 중용됐다.

 

이와 관련해 무자히드 대변인은 다른 분야의 사람들도 등용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 미국의 침공에 의해 정권에서 밀려난 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군의 본격적인 철군을 계기로 공세를 강화했으며 지난달 15일 카불까지 점령하면서 정부 측의 항복을 받아냈다.

 

탈레반은 이전 통치기(1996∼2001년) 때는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Islamic Emirate of Afghanistan)를 국호로 사용했으며 지금도 탈레반은 이를 자신들의 정식 조직 이름으로 활용 중이다.

 

새 정치 체제의 공식 명칭, 국기, 국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보수적 과도정부 발표…원리주의와 현실 사이 모색 계속될 듯

모하마드 하산 아훈드 총리 지명도 떨어져 온건-강경파 타협 산물 관측

각료들 핵심 탈레반 인물 일색 “포용적 개방적 정부 추구” 호언과 달라

대변인 “과도” 정부일 뿐 강조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원리주의 정파 탈레반이 7일 ‘아프간 이슬람 에미리트(토후국)’ 과도정부를 구성했다며 각료 명단을 공개했다. 면면을 보면 보수 강경파의 색깔이 강하지만, 탈레반 1차 집권(1996~2001년) 이후 20년에 걸친 ‘현실적 공백’을 외면할 수도 없어 원리주의와 현실주의 사이 정책 노선을 둘러싼 고민은 계속될 듯 보인다.

 

아프간 현지 언론 <톨로뉴스> 등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모하마드 하산 아훈드를 총리로 하는 과도정부 구성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15일 카불을 장악한 탈레반은 애초 3일께 새 정부 구성안을 밝힐 것으로 예측됐지만 발표가 늦어졌다. 그 때문에 상당한 내부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졌다.

 

 

하산 아훈드를 총리로 내세운 카드는 탈레반 내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 ‘타협의 산물’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는 탈레반 1차 집권 때 외교부 부장관을 맡았던 인물로 군사보다 종교 분야에 영향력이 있다. 탈레반 내 ‘2인자’이자 이날 부총리로 지목된 압둘 가니 바라다르보다 지명도가 낮다. <비비시>(BBC) 방송은 “탈레반 강경파와 상대적 온건파가 내부 분쟁을 벌였다는 보도들이 있었다. 그의 (총리) 지명은 (그에 대한) 타협책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바라다르는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과 종전 협상을 이끈 경험 등으로 인해 온건파로 꼽힌다. 또 다른 부총리는 파슈툰족이 다수인 아프간에서 소수민족인 우즈베크족 출신 압둘 살람 하나피가 임명됐다.

 

강경파는 실권을 쥔 모양새다. 탈레반의 강경파이자 국제 테러 조직으로 알려진 ‘하카니 네트워크’의 수장인 시라주딘 하카니는 경찰 등 치안 업무를 전담하는 내무장관에 임명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하카니가 지난 2008년 미국인을 포함해 6명의 희생자가 나온 카불 호텔 테러와 관련이 있다며 현상금 1000만달러를 내걸고 수배한 상태다. 탈레반 초대 지도자인 무하마드 오마르의 아들 야쿠브는 국방장관에 올랐다. 기존 아프간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나 여성은 이날 각료 명단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외신들은 탈레반이 카불 입성 뒤 밝혔던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정부 구성” 계획과는 거리가 있다고 평했다.

 

탈레반 최고 지도자이며 공개적인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하이바툴라 아훈자다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모든 국민들이 이슬람 통치와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탈레반의 기본적인 방침은 20년 전과 달라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다만 “이슬람 에미리트는 이슬람의 신성한 종교의 요구의 틀 안에서 인권과 소수민족의 권리, 소외된 집단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진지하고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변화 의지도 내비쳤다.

 

실제, 탈레반은 카불 입성 뒤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보수적인 이슬람 율법을 통치의 기본으로 하면서도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20년 전처럼 여성 교육을 금지하는 대신, 교실에 커튼을 쳐서라도 남녀를 분리하고 눈만 노출할 수 있는 ‘니캅’을 입고 수업을 받으라는 식이다. 여성 취업도 샤리아 안에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실권한 아슈라프 가니 정권에서 일했던 이들에 대한 사면령도 발표한 바 있다. 20년 전과 같은 극단적 샤리아 통치로는 국가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수용한 모양새다. 실제, 아프간 인구의 60%는 탈레반 통치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이고, 여성들은 소수지만 이전과 같은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극단적 통치로 아프간 관료 기구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국가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탈레반이 원리주의와 현실주의 사이에 어떤 쪽으로 방향을 틀지 아직 확신하기는 어렵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번 정부가 “과도 정부”일 뿐이라며 “아프간의 다른 부분에서도 사람들을 발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당에서 초안 받았다는 변호사 “미래통합당 당무감사실장이 줘”

당은 모른다는 ‘사주 의혹’ 고발장 실제 고발장 외 초안까지 거의 같아

 

이준석 “검증 조직 꾸려 다 살필 것”

 

 

지난해 8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이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고발장을 작성할 당시, 참고용 ‘초안’을 전달한 이는 미래통합당 당무감사실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 확인 결과, 이 초안은 지난해 4월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총선의 미래통합당 후보)이 대검찰청 간부한테서 받아 당에 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고발장과 판박이였다. 검찰의 사주 의혹이 제기된 ‘4월 고발장’이 당의 공식 계선을 통해 법률자문위원에게 전달됐고, 실제로 고발이 이뤄진 것이다. 당의 공식 조직이 ‘고발 사주’ 논란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인데, 국민의힘은 자체 검증 조직을 꾸려 진상 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인 조아무개 변호사는 8일 <한겨레>에 “당시 당무감사실장에게 (초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4월 김 의원이 당에 건넨 의혹이 있는 고발장과 판박이로 드러난 ‘8월 고발장’을 쓴 당사자다. 그는 전날 “당에서 초안을 받아 편집했다”며 “다듬어야 할 부분 등을 몇 가지 보고 (검찰에) 접수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에서 초안을 건넸다는 사실에 이어 당의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당직자가 초안 전달자로 드러나면서,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도 ‘고발 사주’ 의혹 연루에 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한겨레>가 확인해 보니, 미래통합당이 조 변호사에게 건넨 초안과 김웅 의원이 받아 당에 넘겼다는 의혹을 받는 ‘4월 고발장’의 내용 역시 거의 똑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문건은 내용뿐 아니라 토씨까지 거의 동일했고, 적용법조와 범죄사실 부분까지는 똑같이 반말체로 쓰여 있었다. 구성 역시 피고발인과 적용법조, 범죄사실과 고발근거, 결론과 증거자료 등으로 동일하게 구성돼 있었고, 형식 역시 각각 네모 표식과 번호가 부여돼 있다는 점에서만 차이가 있고 다른 부분은 같았다.

 

당 초안은 한글 문서 형태였으며, 작성 날짜는 지난해 4월22일, 마지막 수정은 지난해 5월11일로 표시돼 있다. 조 변호사는 지난해 8월 당무감사실장으로부터 고발장 초안을 받아 편집한 뒤 8월25일 대검찰청 민원실에 냈다고 한다. 그는 “(김웅 의원이 4월 전달했다는) ‘손준성 보냄’ 고발장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어떻게 해서 두 고발장이 일부 표현만 제외하고 거의 유사한지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불거진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이런 정치공작, 제가 그렇게 무섭나?”라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도 “공조직으로 접수된 제보는 없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웅 의원이 유일한 제보의 대상이었는지 확실치 않다. 공익제보자로 돼 있는 분이 다른 곳으로 전달했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들이 있어 판단을 조금 늦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9일 네거티브 대응 역할하는 조직을 출범해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판박이) 고발장 부분도 다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날도 지도부의 빠른 대응을 재촉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날 김 의원의 기자회견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이 문제는 정권교체와 당의 존망이 달린 문제”라며 “당이 신속하게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하여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 관련자들은 진상조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의혹으로 수세에 몰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출처 없는 괴문서로 국민을 혼돈에 빠뜨리고 있다”며 거듭 ‘정치공작’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번번이 선거 때마다 이런 식의 공작과 선동을 가지고 선거를 치르려고 해서 되겠냐는 한심스러운 생각이 든다. 국민들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사람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 캠프는 이날 대검 중수부장 출신인 김홍일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한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를 캠프 내에 발족했다. 전광준 장나래 김미나 기자

 

김웅 기자회견 7시간 뒤 윤석열 “나 하나 제거하면 정권 창출되나”

 

“제가 그렇게 무섭나“ 회견 내내 격앙

대세론 휘청…하락세 제동 걸기 해석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터무니 없는 소리다”, “제가 그렇게 무섭나”, “국민들이 모르는 그런 데 던져놓지 말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오후 4시30분 국회 소통관을 찾아 본인이 총장 재직 시절 검찰이 야당에 범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격앙된 목소리로 반박했다. 앞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에게서 고발장을 전달받았을 가능성을 열어놓은 기자회견으로부터 딱 7시간 뒤였다.

 

윤 전 총장은 “번번이 선거 때마다 이런 식의 공작과 선동을 가지고 선거를 치르려고 해서 되겠냐는 한심스러운 생각이 들어서 오늘 제가 여러분 앞에 섰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고발장 전달 의혹에 대해 “종이문건이든지 디지털 문건이든 간에 작성자, 출처가 확인돼야, 그것이 어떠한 신빙성 있는 근거로써 그걸 가지고 의혹 제기하고 문제도 삼을 수 있는 것인데, 그런 게 없는 문서는 소위 괴문서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괴문서를 가지고 국민들을 갖다가 혼돈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인터넷 매체, 그리고 인터넷 매체가 한번 보도하면 정당의 전·현직 대표와 의원, 뭐 위원장 이런 사람들이 벌떼처럼 나서서 떠든다”며 “저를 국회로 불러주십시오. 당당하게 저도 제 입장을 얘기하겠습니다. 치사하게 숨어서 하지 말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총장의 분노는 아직 확인·공개되지 않은 제보자에게도 향했다. 그는 “이거를 인터넷 매체에다가 제일 먼저 제보했다고 하는 사람 여러분 전부 다 알고 계시죠?”라고 물은 뒤 “그 사람의 신상에 대해. 과거 그 사람이 어떤 일을 벌였는지 여의도판에서 모르는 사람 없고 저도 들었다. 그렇게 폭탄 던져놓고 숨지 말고, 당당히 나와서 디지털 문건의 출처, 작성자에 대해 정확히 대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또 “6월인가 7월에 나온 저의 엑스(X)파일이라는 것도 출처가 있나, 문서 작성자가 나오나”, “지금 제 처의 주가조작 의혹이라고 하는 게 특수부에서 1년6개월째 (수사)하고 있다”, “경찰청에 2013년 내사첩보보고서인가 <뉴스타파>에 유출됐고 한번 공개하니 메이저 언론이 벌떼처럼 보도를 하고 나갔다”며 과거 자신을 둘러싼 검증 보도에도 불쾌감을 쏟아냈다. 윤 전 총장은 이어 “이런 정치공작, 제가 그렇게 무섭나? 저 하나 공작으로 제거하면 정권창출이 되나? 당당하게 하십시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총장은 15분 기자회견을 끝내고 이동하는 중간에도 격앙된 목소리로 “국민들이 잘 모르는 그런 데 던져놓고 주욱 따라가지 말고 독자들 많은 데 들어가라. <케이비에스>(KBS), <엠비시>(MBC)에서 시작하든지”라고 말했다. 인터넷 매체인 <뉴스버스>에서 고발 사주 의혹을 최초 보도하고 주요 언론들이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 상황에 불만을 나타낸 것이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일 고발 사주 의혹이 처음 보도된 뒤 약식 질의응답을 통해 해명을 한 적은 있지만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반박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홍준표 의원과 수위를 다투는 등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고발 사주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하락세를 멈추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직접 등판’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오늘 기자회견이 갑자기 정해진 것으로 봐선 후보의 결심”이라며 “대변인이 (고발 사주 의혹 관련) 논평을 내도 그걸로 안 되니까 본인이 안 나오면 안되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오연서 기자

  

홍준표 ‘분노 폭발’ 윤석열에 “네거티브 대응,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여기는 국민 받드는 정치판…총장 시절 버릇 나와 큰 실수”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를 방문해 가진 코로나19 방역대책 등을 논의하는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8일 ‘고발 사주 의혹’ 해명 기자회견에서 격앙된 어조로 분노를 터뜨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네거티브 대응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 타일렀다.

 

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이) 고발사주 사건에 아직 직접 연루되었다는 혐의도 없는데 갑자기 중대발표 할듯이 언론 앞에 나타나 메이저 언론도 아닌 허접한 인터넷 언론이 정치공작 한다고 언론과 국민 앞에 호통치는 것은 든든한 검찰조직을 믿고 큰소리 치던 검찰총장 할 때 버릇 그대로”라고 썼다. 윤 전 총장이 이날 자청한 기자회견에서 “인터넷 매체, 그리고 인터넷 매체가 한번 보도하면 정당의 전·현직 대표와 의원, 뭐 위원장 이런 사람들이 벌떼처럼 나서서 떠든다”며 자신을 둘러싼 검증 보도와 정치권의 공세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 홍 의원은 “여기는 군림하는 검찰이 아니라 국민을 받들어 모시는 정치판”이라며 “검찰총장 시절 버릇이 나왔다. 오늘은 실언이 아니라 옛날 버릇이 나와 큰 실수를 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오연서 기자

  

박범계 “대검서 유의미한 조사 중…법무부는 죄목 법리검토 마쳐”

 

“수사 전환 여부 · 시점은 대검이 자체 판단할 사안”

손준성 검사에 공무원법 위반 등 5~6가지 적용될 듯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현직 검사가 연루된 범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대검찰청 감찰부에서) 유의미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대검은 이번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가 공익신고자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하고 제보자가 넘긴 자료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

 

박 장관은 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의미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수사 전환 여부와 시점은 대검이 자체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수사 전환시 적용하게 될 법리 검토와 관련해서는 “법무부는 여러 경우 수를 가정해 대여섯가지 죄목에 대해 각각의 수사 주체가 어떻게 되는지 살펴봤다”고 덧붙였다. 대검이 수사에 나설 경우, 현직 검사 범죄 수사권을 갖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의 교통정리가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수사로 전환된다면, 지난해 4월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한 이로 지목된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게 적용 가능한 죄목은 크게 국가공무원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직권남용 등이다. 이 가운데 직권남용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는 공수처 수사 대상이다. 나머지 국가공무원법·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경찰 수사대상이나, 법무부 안팎에서는 검찰이나 공수처가 관련 범죄 혐의와 묶어서 처리할 수 있다고 본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법률 검토를 미리 한 것이다. 어떠한 경우든 대검 감찰부에서 사실 관계를 확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대검 감찰부는 이날 “<뉴스버스> 보도 관련 제보자의 공익신고서 등을 제출받아 관계 법령상 공익신고자로서의 요건을 충족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국가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아직 제보자의 신고자 보호조치 신청을 접수받지 않았다. 현재까지는 제보자에 대한 공익신고자 인정 여부와 신고자 보호조치는 검토된 바 없다”고 했다. 제보자는 김웅 의원과 미래통합당 당직자가 지난해 4월 주고받았다는 고발장, 실명 판결문 등이 찍힌 스마트폰 텔레그램 이미지 100여건 등을 지난 주말 대검 감찰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도 고발 사주 의혹 관련자들을 고발한 시민단체 대표를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두 시간 동안 조사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지난 6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한동훈 검사장, 손 검사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고발인 조사에 대해 “정식으로 사건을 입건한 건 아니다. 입건 및 수사 착수 전 기초 조사의 연장선 상의 일”이라고 했다. 전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