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리보핵산(mRNA)을 활용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시간이 지나면 체내 중화항체가 줄긴 하지만 필요하면 금방 재생산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페렐만 의과대학 연구진이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담긴 논문을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공개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27일 전했다.
해당 논문은 아직 동료평가를 받지 않았다.
연구진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나 모더나의 백신을 접종받은 61명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 가운데 15명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의 수용체결합영역(RBD)을 중화하는 항체는 백신을 접종받고 1개월이 지났을 때부터 꾸준히 감소했다.
그러나 백신으로 유도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특화 '기억 B세포' 반응은 백신을 접종받은 이후 3~6개월 사이에 꾸준히 강해졌다.
특히 mRNA 백신은 알파·베타·델타 등 변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변화된 '기억 B세포'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백신이 형성시킨 '기억 B세포'는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왔을 때) 신속하게 새로운 항체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라면서 "백신 접종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방어면역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mRNA 백신이 '항원에 특정한 CD8+ T세포'와 '기억 CD4+ T세포'도 형성한다고 밝혔다.
T세포는 백혈구의 일종으로 바이러스 등 항원에 감염된 세포를 찾아 제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mRNA 백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오래 지속하는 면역기억을 형성하며 면역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발달한다는 점이 이번 연구로 입증됐다고 밝혔다.
이번 논문 교신저자인 존 웨리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면역학연구소장은 "부스터샷이 항체를 증가시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더 오래 잘 막게 해주는 것은 맞다"라면서 "다만 우리 몸에는 체내 항체농도가 낮아진 뒤 코로나19 방어를 지원하는 자연적인 방안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탈레반이 (약속과 달리 공항 안으로) 통과시켜주지 않아서 (한국으로 오려는 조력자들이) 버스에 14~15시간을 갇혀 있었어요. 창문을 다 가린 버스 안에서, 에어컨도 없어 덥고, 아이들은 울고…하룻밤을 꼬박 새고 25일 새벽 동이 틀 무렵에야 버스가 공항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사람들이 얼굴이 사색이 돼서 (버스에서) 내려오는데…”
줌 화면 너머 김일응 주아프가니스탄대사관 공사참사관(공참)은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27일 오전 1시간 넘게 진행된 외교부 출입 기자단을 상대로 한 화상 회견에서 김일응 공참은 절체절명의 긴박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는지 여러 차례 ‘울컥’했다. 그럴 만도 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각), 한국행을 꿈꾸며 아프간 조력자들이 통과한 공항 출입구 근처에서 대형 ‘자살폭탄 공격’으로 미군 등 다수가 죽거나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하루 차이가 운명을 갈랐다.
김일응 주아프가니스탄대사관 공사참사관이 27일 오전 외교부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줌’을 활용한 회견을 통해 아프간인 조력자 390명을 한국으로 무사히 데려오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줌’ 화면.
‘15시간 버스 감금’ 사태는, 공항 밖을 장악한 탈레반이 조력자들이 갖고 있던 여행증명서가 원본이 아닌 사본이라며 공항으로 들여보내주지 않아 발생한 것이다. 옥신각신 끝에 김 공참이 여행증명서 원본을 들고 공항 밖으로 나가겠다고 한 뒤에야 탈레반은 버스를 통과시켰다.
아프간인 조력자 390명을 한국으로 무사히 데려온 ‘기적 작전‘(Operation Miracle)은 아프간조력자-한국-미국-탈레반으로 엮인 소통 사슬의 한곳만 문제를 일으켜도 실패의 벼랑으로 떨어질 운명이었다. ‘살얼음판 걷기’가 아닌 과정이 없었다. 7개조로 나뉜 긴밀한 소통으로 조력자들을 미리 카불로 불러모았다. 공항 밖은 탈레반이 장악해 안전한 곳이 없었다. 공항에서 10분 거리에 버스 탑승 지점을 알렸다. ‘늦으면 안 되지만, (30분 이상) 너무 빨리 오지도 마라’가 지침. 탈레반 눈에 띄면 위험하니까.
카불 공항은 “시스템이 없었다”. 비행기만 뜨고 내릴 뿐, 상점도 아무것도 가동되지 않았다. 조력자들도, 이들을 도우려 카불에 다시 들어간 김 공참 등 한국인들도 먹지 못했다. “(모두들) 계속 굶었다, 나도 마찬가지고. 모든 걸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서로 의지하며 버텼다.”
지난 15일 대사관 철수 ‘명령’을 받고 김 공참은 “순간 막막해졌다”. ‘우린 어떡하냐’는 조력자들의 물음에 “한국으로 데려갈 거고, 방법을 생각해서 알려주겠다”고 약속하고 카불을 떠났다. 그리고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다짐대로 다시 카불로 들어갔다. “(외교부) 본부로서는 (우리를 카불에 재진입시켰을 때 발생할지도 모를) 한국인 (인명) 피해도 우려할 수밖에 없는데 결심해줘 다행이었습니다.” “되든 안 되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김 공참은 ‘사지’로 돌아갈 수 있게 승인한 외교부 등 한국 정부의 결정을 ‘다행’이라고 묘사했다.
김 공참은 카불로 다시 들어간다는 사실을 가족한테 알리지 않았다. “걱정할까 봐”. 한국에 들어와 전화통화 할 때 두 딸이 “아빠 뉴스에 나오던데 카불 갔다온 거야? 아빠는 참…”이라며 살짝 질책을 했다고 전할 때 김 공참의 낯빛이 아주 환해졌다.
“모든 이를 데리고 올 수 있어 기분이 좋고, 이번 일로 ’아 우리가 선진국이 됐구나’라고 느꼈습니다.” 김 공참은 “(이른바 선진국이 갖춰야 할) 국격과 책임”을 강조하며 “이번에 그걸 보여준 거 같아 가장 기쁘다”라고 말했다.
그는 “옛 사람들이 왜 ‘생거진천’(진천이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는 뜻)이라고 했는지 이번에 느꼈다”며 “(조력자들의 초기 체류를 받아들여준) 진천분들한테 정말 고맙다”고 인사했다. 이어 “더 높아진 시민의식”을 짚고는, “이게 끝은 아니지 않나. 이분들이 잘 정착해서 한국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27일 낮 1시께 아프간 조력자 13명이 인천공항으로 추가 입국했다. ’미라클 작전’을 통해 ’특별공로자’ 자격으로 한국에 온 아프카니스탄인은 모두 390명이다. 외교부는 “애초 발표는 391명이었는데, 명단에 없던 1명을 발견해 신원 확인을 담당하는 카불 미군에 신병을 인계해 실제 입국자는 모두 390명”이라고 설명했다. 이제훈 기자
아픔을 안아준 진천…‘기적같은’ 여정 푼 아프간인 377명 환영 펼침막
아프간 탈출 기여자 차량 14대 나눠타고 도착
진천·음성 주민 환영, 길목 곳곳에 환영 펼침막
현지서 집계 혼선 378→377명…추가 입국자 13명도 진천으로
미성년자 61%, 6살 이하 어린이 110명…임시 보육시설 운영
코로나 검사 360명 ‘음성’, 경계선 17명 재검, 퇴소 전 2차례 추가 검사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을 도운 아프간 가족 377명이 탄 버스가 27일 충북 진천 혁신도시 안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향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한국정부 활동을 도왔던 아프간인과 가족 377명이 충북 진천 혁신도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국가 인재원)에 여장을 풀고 ‘기적같은’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아프간인 377명을 태운 버스가 27일 낮 12시8분께 비 내리는 국가 인재원에 도착했다. 이들은 전날 오후 4시24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김포에서 첫날밤을 보낸 뒤 이날 오전 9시20분께 버스 14대에 나눠 타고 인재원으로 향했다. 교통 여건 등으로 애초 예정시간보다 30여분 늦게 도착했다.
경찰·군 호송차를 앞세우고 5대가 먼저 도착했으며, 30분 뒤 다시 5대, 마지막 4대는 오후 1시55분께 도착했다. 아프간인들은 이시종 충북지사, 송기섭(진천)·조병옥(음성) 군수와 진천·음성군청 공무원·주민 등 100여명의 환영 속에 인재원에 내렸다. 이날 오후 1시7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한 아프간 추가 입국자 13명도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인재원에 합류한다. 이들은 앞으로 6~8주일 동안 이곳에 임시 체류할 예정이다.
이들을 태운 버스가 통과한 국가 인재원 앞길에는 ‘여러분의 아픔을 함께 합니다’(덕산읍 기업체협의회), ‘머무는 동안 편하게 지내다 가시길 바랍니다’(덕산읍 발전협의회) 등 환영 펼침막이 걸렸다. ‘따뜻한 마음으로 아프가니스탄 가족들을 맞아주신 주민 여러분 고맙습니다’(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등 이들의 임시 체류를 받아들인 진천·음성 군민들의 결정을 칭찬하는 펼침막도 더러 보였다.
이날 환영 펼침막을 들고 아프간인들을 맞은 진천 주민 박요한(65)씨는 “정치·종교적 이유로 생명의 위협을 받다 한국으로 온 이들에게 용기를 주려고 나왔다. 편안한 마음으로 잘 지내다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프간 기여자들이 6~8주일 동안 임시 체류할 국가 인재원 앞길에 걸린 환영 펼침막.
이날 국가 인재원에는 애초 알려진 378명이 아닌 377명이 도착했다. 이는 긴박한 현지 상황 속에서 인원 집계에 혼선을 빚었기 때문에 생긴 착오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76가구로 남성이 194명(51%), 여성 183명(49%)이다. 미성년자가 5분의 3가량인 231명(61%)이며, 6살 이하 어린이도 110명(29%)이었다.
정부는 국가 인재원 안에 이들 어린이가 이용하는 임시 보육시설을 설치·운영할 계획이다. 주은주 국제라이온스클럽 음성지역 부총재는 “아이들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크레파스·스케치북·학용품 등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27일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앞에서 아프간 기여자들의 임시 체류 생활 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도착 뒤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으며, 17명을 뺀 360명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17명은 재검을 받을 예정이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은 이들이 입소한 뒤 국가 인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 검사에서 17명은 경계선상으로 판정돼 24시간 뒤 재검을 한다. 이들을 포함해 모두 2주간 격리 생활을 하고, 7일째 2차, 입소 해제 직전 3차 코로나 진단검사를 진행하는 등 면밀하게 살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가족 단위로 배정된 방에서 생활하고, 인재원 직원 등 외부 접촉 우려를 고려해 식사는 도시락으로 방에서 한다. 아프간인 가운데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이를 통역으로 선발해 정부 대책반 등과 소통하게 할 참이다. 강 법무부 차관은 “진천·음성 주민 등 국민의 이해·포용으로 이들을 맞을 수 있었다. 경찰 3개 중대와 법무부 직원 등을 상주시켜 주민들의 치안 불안을 해소하겠다. 필요하면 추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충북도 등은 진천군에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아프간 기여자들의 생활 등을 지원할 참이다.
최용우 진천군 행정지원과 주무관은 “법무부 등 정부 대책반과 협의·소통하면서 아프간인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할랄 음식이나 기호품 등 공급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윤 진천군 이장단 연합회장은 “이들이 한국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하면 주변 사회단체 등과 협의해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협의해볼 계획이다. 지난해 중국 우한 교민이 왔을 때처럼 성금·물품 전달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우리도 한국과 인연…도와주세요” 아프간서 온 ‘미라클 SOS’
한-아프간 직업훈련원 교사 호소
2002년 코이카 설립·운영했으나
2006년부턴 아프간 정부에 위탁
직업 훈련원 근무자 모두 33명
아프간인 ㅎ씨가 코이카와 한국산업인력공단 쪽으로부터 받은 직업훈련 교사 연수 수료증. ㅎ씨 제공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와 함께 일한 아프간인 390명이 무사히 탈출한 가운데, 한국과 인연을 맺었지만 이송 대상에 속하지 못한 아프간인 수십명이 여전히 애타게 한국 정부의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26일 <한겨레>와 연락이 닿은 33살의 아프간 남성 ㅎ씨는 “한국 정부에 우리는 매우 두렵고 (우리를) 뒤에 남겨진 느낌(left behind)이라고 전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가 2004년 아프간 지원 사업으로 설립한 ‘한-아프간 직업훈련원’에서 컴퓨터 교사로 12년간 일했다. 자동차정비, 컴퓨터, 건축 등 7개 분야의 과정을 운영하는 이 훈련원을 거쳐간 아프간인은 7000여명에 달한다.
ㅎ씨가 <한겨레>에 메신저로 제공한 자료를 종합하면, 그는 지난 5일 주아프가니스탄 한국 대사관에 전자우편을 보냈다. 여러 차례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아 택한 방법이었다. 자신들을 한-아프간 직업훈련원에서 5~16년씩 일한 교사들이라고 소개한 그는 교사 대표 4명과 대사의 면담을 요청했다.
미국 정부의 경우 자신들과 직·간접적으로 일한 아프간인들의 철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ㅎ씨는 한국이 미국의 동맹인 만큼 자신들은 고국에 있는 것 자체가 위협으로 느껴진다고 썼다. 아프간 상황이 나날이 악화하고 있는데 한국 쪽 사업에 관여했던 자신들도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 대사관은 직업훈련원에서 근무했다는 증빙 서류를 보내면 검토 뒤 연락하겠다는 답신을 보내왔다. 이에 ㅎ씨는 자신이 포함된 33명의 이름과 신원 정보가 명기된 직업훈련원 증명서를 발급받아 14일 대사관에 보냈다. 하지만 이때는 탈레반의 수도 카불 진입이 임박한 시점이었고 대사관은 15일 잠정 폐쇄됐다. ㅎ씨는 이후 대사관 쪽과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26일 처음 이들의 소식을 <한겨레>에 전한 국제인권활동가 김여정씨는 “하루 이틀 내로 이들을 구조하지 못하면 모든 게 끝난다. 제발 이 사람들을 살려달라”고 말했다. 26일 저녁 7시께까지 현지에 남아 있던 한국군 수송기 2대에 이들을 태우는 것이 마지막 기회라고 여긴 그는 이날 하루 종일 외교부와 취재진, 현지인들과 소식을 주고받으며 이들의 사연을 알렸다.
김씨는 26일 오후 3시 넘어 외교부로부터 공식 입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외교부는) 이들이 한국 정부와 근로계약(을 한 것)이 아니라 (이들이 근무한 직업훈련원은) 아프간 정부에 위탁해서 운영한 것”이어서 “(이들의 경우 국내 이송) 대상에서 배제됐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실제 ㅎ씨 등이 일했던 직업훈련원은 코이카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1236만여달러(약 144억원)를 들여 설립·운영한 곳이다.
문을 연 2004년부터 이듬해까지는 코이카에서 직접 운영했지만, 2006년에는 아프간 정부로 사업을 이관해 지금껏 아프간 정부에서 운영해오고 있다. ㅎ씨와 동료 교사들은 아프간 정부에 고용됐던 것이다. 그간 정부에서 밝힌 국내 이송 대상은 아프간에서 한국 정부의 활동을 지원해온 이들로, 대사관 및 한국 정부가 현지에서 운영하는 병원과 직업훈련원 등에 직접 고용됐던 아프간인들이었다.
하지만 ㅎ씨가 <한겨레>에 보낸 직업훈련원 증명서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7년까지 교사 22명이 많게는 세차례나 한국을 방문했다. ㅎ씨의 2013년 ‘코이카-산업인력공단 연수’ 수료증 및 한국방문 비자와 함께 놓고 보면 이들도 같은 연수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설립하고 지원하는 시설에서 한국을 오가며 생활한 이들에겐 한국과 인연이 혼돈에 빠진 아프간을 탈출할 마지막 희망인 셈이다.
김씨는 “(직업훈련원은) 초기 2년 한국이 운영할 때 훈련시켰던 직원들이 이양받아서 그대로 운영”하고 있으며 “직원훈련원 졸업식에는 항상 (한국) 대사가 참석하고 코이카로부터 펀딩”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현대차 직원만 데려오고 사내하청 직원은 안 데려오는 꼴”이라며 한국 정부의 이송 대상 선정 기준을 비판했다.
한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것은 이들만이 아니다. 김씨에 따르면 한국 대학에 각종 장학금으로 입학 허가를 받은 대학생 수십명도 9월 새 학기를 앞두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들 역시 대사관에 전자우편을 보내 현지에서 여권을 발급받을 수 없는 사정을 알리며 자신들도 함께 철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26일(현지시각) 저녁 카불국제공항 인근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100여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이들이 기대하던 ‘기적’(현지 조력자 국내 이송 군 작전명)은 더 요원해진 분위기다.
김씨는 27일 “혹시나 한국에서 (자신들을 태우러) 또 올까봐 (직업훈련원) 교사들이 기다리다가 새벽부터 모두 이웃 나라로 대피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파키스탄 국경도 넘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 국경을 넘기 위해 금전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파악한 직업훈련원 교사 등 한국과 인연을 맺었고 한국행을 희망하는 아프간인만 수십명이다.
앞서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만일 이후에 추가로 한국행을 희망하는 아프간인이 있을 경우에는 과거의 고용관계, 신원 등을 감안해서 지원 여부 및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최악의 폭탄 테러가 일어난 가운데 추가 테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일부 국가들은 추가 테러를 우려해 대피 작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프랭크 매켄지 미 중부 사령관은 26일 미 국방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슬람국가(IS)의 공격은 지극히 현실적”이라며 “그들은 (우리를) 계속 공격하려 들 것이고, 이런 공격은 계속될 수 있다. 우리는 공격에 대비해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미 국방전문 매체 <스타스앤스트립스>가 전했다.
아직 미국의 철수 작전이 완료되지 않았고, 이슬람국가가 본격적인 공격을 시작한 이상 같은 공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공격의 주체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은 미국 등 서방을 주적으로 하고, 미국과 평화협상을 한 탈레반마저 ‘배신자’로 간주하고 있어, 추가 테러 공격이 이어질 수 있다.
매켄지 사령관은 지난 14일 미국의 아프간 철수 작전이 시작된 뒤 어느 시점에 공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도 말했다. 매켄지 사령관은 “이런 비전투적인 대피 계획을 세울 경우,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한다”며 “우리는 이런 일이 곧, 혹은 조만간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대규모 전투 병력이 대부분 철수했고, 5천여명이 남아 자국민과 아프간인 협력자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작전을 펴고 있다. 실제 아프간 주재 미 대사관과 영국 정부 등은 25일 카불에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다.
아프간 대피자들을 태운 미군 수송기.
영국과 프랑스 등 아프간에 파병했던 주요 동맹들도 긴박한 상황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테러 직후 긴급 안보회의를 열고 철군 시한 마지막까지 구출 작전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존슨 총리는 “이번 공격은 앞으로 남은 시간에 작업을 최대한 빠르고 신속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줬고,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와 벨기에, 덴마크, 폴란드, 네덜란드 등 다른 아프간 파병국들은 테러 첩보 때문에 카불 공항 대피 작전을 종료한다고 이날 발표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전했다. 프랑스도 27일 대피 작전을 중단한다. 최현준 기자
“카불 공항 하수구에 주검 떠다녀…아기도 사망” 생존자 증언
“고막 찢는 듯 폭발음 두 차례
폭풍에 비닐봉지 휩쓸리듯
주검과 신체 조각들 날아다녀”
2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로 다친 피해자를 시민들이 돌보고 있다. 카불/UPI 연합뉴스
두차례 폭탄 테러로 미군 13명 등 90여명이 숨지고, 최소 140여명이 다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은 온종일 아비규환 상태가 지속됐다.
26일(현지시각)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 현장을 목격한 이들은 당시 급박한 상황을 ‘최후의 날’, ‘완전한 패닉 상태’라고 전했다. 이날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의 애비 게이트와 이곳에서 250m 정도 떨어진 배런 호텔에서 두차례 폭탄이 터졌다.
공항 하수구에는 수십구의 주검이 떠 있었고, 외국행 꿈이 담긴 옷가지와 여행 가방 등이 공항 부근 도로에 널브러져 있었다. 부상자와 생존자가 뒤엉켜 탈출 행렬이 이어졌고, 카불 시내의 병원들은 테러 현장에서 실려온 부상자들로 가득 찼다.
테러 현장에 있었던 밀라드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주검과 절단된 신체, 그리고 사람들이 열려 있는 하수구로 쏟아져 들어갔다”며 “완전한 혼란 상태”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프간 남성은 <가디언>에 “최후의 날 같았다. 사방에 부상자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남성은 <로이터> 통신에 “폭발이 일어난 순간 내 고막이 터지는 것 같고 청력을 잃은 줄 알았다”며 “토네이도에 비닐봉지가 휩쓸리듯 주검과 신체 조각들이 공중을 날아다녔다”고 말했다. 미국 특별이민비자를 가진 그는 공항에 들어가기 위해 애비 게이트 앞에서 10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폭탄 테러 과정에서 미군과 탈레반의 대응에 대한 목격담도 이어졌다. 테러 당시 현장에 있던 파힘은 폭발 직후 탈레반과 미군이 사람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하늘로 총을 쏘았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폭발이 발생한 곳에서 1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는 한 남성은 <뉴욕 타임스>에 “(폭발이 발생해) 우리는 땅바닥에 쓰러졌고 외국 군인들이 총을 쏘기 시작했다”며 “사람들이 밀집해 있어 서로 밀치는 상황이었고, 나는 사람들 가운데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 비상 상황임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군중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는 확성기 방송도 계속됐다.
아기의 죽음 등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졌다. 한 아프간 통역사는 미 <CBS>에 “(쓰러져 있는) 한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지만 아이는 내 손에서 숨졌다”며 “지금 일어나는 일이 너무 가슴 아프다. 이 나라 전체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혼란스러운 와중에 그와 부인, 세 명의 아이들이 미국행 비행기에 탈 수 있는 서류를 잃어버렸다. 이 남성은 “나는 다시는 (공항에) 가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 탈출, 비자가 모두 끝나버렸다”고 말했다.
카불 공항에 대한 추가 테러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카불 공항의 수송작전을 총지휘하는 프랭크 매켄지 미국 중부사령관은 “공항을 겨냥한 로켓 공격, 차량 폭탄 공격 등 추가 공격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며 “대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준 박병수 기자
IS-K에 미군이 당했다…바이든 “끝까지 응징”
[이슬람국가 호라산 카불 테러]
공항과 호텔 2곳 자살폭탄 공격 미군 13명, 아프간인 73명 사망
미국 내선 `바이든 책임론' 나와... 추가 테러 우려에 불안감 고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와 관련한 기자회견 도중 고개를 파묻고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서방의 철군·대피가 이뤄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주변에서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하 호라산)이 자살 폭탄 테러를 일으키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응징을 예고했다. 미국이 20년 지속된 아프간 전쟁을 종식하겠다며 오는 31일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철군 및 민간인 대피 작업이 혼돈에 빠져들면서 최대 고비를 맞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카불 공항 테러 소식이 알려진 뒤 7시간여 만인 26일 오후(현지시각) 백악관 연설에서, 이슬람국가의 아프간 지부 호라산을 향해 “우리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고, 잊지 않을 것”이라며 “끝까지 찾아내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호라산 지도부와 자산, 시설에 대한 공격 계획을 마련할 것을 군 지휘관들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가 선택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무력과 정밀성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이슬람국가 테러리스트들은 승리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은 겁먹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의 애비 게이트와 여기서 250m 정도 떨어진 배런호텔에서 두 차례의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이 테러로 미군 13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고 미 국방부는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지역 당국자의 말을 따, 아프간 민간인 73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호라산은 자신들이 공격 주체라고 밝혔다. 호라산은 미국 등 서방을 주적으로 하고, 미국과 평화협상을 한 탈레반마저 ‘배신자’로 간주하고 있어, 추가 테러 공격 우려가 크다.
미국은 자국인과 아프간인 대피 작업을 계속 진행해 31일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바이든은 “우리는 테러리스트들로부터 저지당하지 않는다. 그들이 우리 임무를 관두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필요하면 병력 추가 투입을 승인하겠다고 덧붙였다.
호라산의 테러 공격으로, 바이든은 추가 인명 피해를 막으면서 임박한 시한 안에 대피 절차를 마무리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았다. 아울러 이날 약속한 대로 호라산 지도부와 그 시설을 신속하게 찾아내 정밀타격하는 과제도 안았다. 미국을 또 다른 ‘중동 수렁’에 빠뜨리지 않으면서 테러에 명료하게 보복하는 일이다.
바이든은 이번에 숨진 미군들을 “다른 이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위험하고 이타적인 임무에 복무한 영웅들”이라고 일컬으며 애도를 표하고 묵념을 제안했다. “힘든 하루”라는 말로 연설을 시작한 바이든은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다가 모은 두 손 위에 고개를 파묻고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여, 침통하고 단호한 분위기를 더했다.
바이든은 “20년 전쟁을 끝낼 때였다”며 거듭 철군 결정을 옹호했으나, 이날 백악관 기자 브리핑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이번 테러로 대통령의 사임을 주장한다’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젠 사키 대변인은 “정치 얘기 할 날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추가 테러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아프간에 파병했던 주요 동맹들도 긴박한 상황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긴급 안보회의를 열고 철군 시한 마지막까지 구출 작전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캐나다와 벨기에, 덴마크, 폴란드, 네덜란드 등 다른 아프간 파병국들은 테러 첩보 때문에 카불 공항 대피 작전을 종료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프랑스도 27일 대피 작전을 중단한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최현준 기자
탈레반 “우리 대원 28명 사망…공항은 미국 관할” 책임 떠넘겨
의료진이 25일 카불 공항 폭탄테러로 다친 사람을 치료하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발생한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하 호라산)의 자살 폭탄 테러로, 탈레반도 소속 대원 최소 28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관계자는 사건 하루 뒤인 27일 오전(현지시각) “우리는 미군보다 더 많은 사람이 숨졌다”며 탈레반 대원 28명이 숨졌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또 “미군 등 외국군이 이 나라를 떠나는 시한을 31일 이후로 늦출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뉴욕 타임스>는 아프간 민간인 사망자 73이 숨졌다고 보도했으나, 이 중에 숨진 탈레반 28명이 포함된 것인지 아닌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은 미군 13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테러 공격의 표적이 된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이 자신들의 통제권 밖이라고 주장했다. 사건 발생과 관련한 보안 책임을 미군에 떠넘기려는 의도로 보인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수석대변인은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 인터뷰에서 공항 보안을 위해 탈레반이 어떤 조처를 할지에 대해 “불행히도 공항은 탈레반 통제 범위에서 벗어났다”고 답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그는 “공항 인접 지역의 치안 책임은 미국에 있다”며 “공항 주변을 비롯해 우리 병력이 있는 곳은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계자는 이날 <로이터>에 “탈레반이 공항 경비를 강화하기로 했다”며 “안보는 그들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이 카불 공항의 관문 경비를 강화하고, 공항 게이트에 몰린 군중을 관리하기 위한 병력을 증원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민간인의 경우 31일 이후에도 아프간을 출국할 수 있도록 허용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31일 이후 민간인 출국을 허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사정이 허락하면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군 철군에 대해선 예정대로 31일에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병수 기자
‘이슬람 내부의 적’ IS-K 테러…탈레반 통치 첫 시험대 오르다
이슬람국가 아프간 지부 호라산(IS-K) 카불 테러]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 인터넷 선전매체에 올린 사진.
2015년 이슬람국가 아프간 지부로 결성
아프가니스탄에서 재집권한 탈레반의 통치에 대한 첫 도전은 서방 등 외부가 아닌, 그들이 성장했던 이슬람주의 세력 내부에서 나왔다.
이슬람국가 아프간 지부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하 호라산)은 26일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혼란의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인근에서 두차례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해, 정국을 안정시키려는 탈레반에 일격을 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즉각 보복 공격을 다짐해, 미국 등 서방과 탈레반 및 이슬람주의 무장단체들 사이에 복잡하고 미묘한 갈등과 역관계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 이탈 과격대원이 주축
호라산은 이슬람주의 세력 내에서 탈레반의 최대 경쟁 세력이자 적대 세력이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칼리프 국가를 참칭했던 최대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이었던 ‘이슬람국가’(IS)가 극성이던 2015년, 아프간의 지부로 결성됐다. 호라산은 주로 탈레반에서 이탈한 과격 대원으로 충원돼, 아프간에서도 가장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테러 무장단체로 언급된다. 서방 당국에서는 이슬람국가를 이전 명칭인 ‘이라크시리아이슬람국가’(ISIS)로 부르고 있어, 서방에선 이슬람국가 호라산도 ‘ISIS-K’로 약칭한다.
시작부터 아프간 내 탈레반 경쟁 세력으로 출범한 호라산은 탈레반이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과 평화협상을 추진하자 거세게 비난했다. 탈레반이 “화려한 호텔”에서 적들과 내통하면서 지하드(성전)를 포기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들은 최근 몇년 동안 여자학교와 병원을 공격했고, 심지어 산부인과 병동까지 공격해 임산부와 간호사를 죽였다. 2019년 8월 카불의 결혼식장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해 63명의 목숨을 빼앗았고, 지난해 11월 카불대학에서도 총격 테러를 가해 20여명을 숨지게 했다.
미국과 협상한 탈레반도 적대시
호라산의 근거지는 아프간 동부의 파키스탄 접경주인 낭가르하르이고, 이 지역 마약 밀매와 연관되어 있다. 전성기였던 2016년에는 무장대원이 3천여명까지 달했으나, 미국과 아프간 정부군의 소탕 작전이 시작되고, 탈레반과 충돌하면서 그 수가 급감해 현재 500~1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호라산은 기존의 탈레반 대원 중 경험이 많은 무장대원으로 구성된데다, 비타협적인 지하드를 추구하는 이들이다. 유엔 보고서를 보면, 2020년 6월 새로운 지도자로 샤하브 무하지르가 등극해, 미국과 평화협상을 추진한 탈레반의 온건 노선 선회에 불만을 품은 대원들을 빼오는 일에 더욱 박차를 가해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탈레반과 호라산은 아프간 동부에서 직접적으로 충돌했지만, 두 세력 사이의 연계성이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다. 탈레반 내의 한 분파인 하카니 네트워크가 그 고리로 알려져 있다. 하카니 네트워크는 탈레반 내에서도 국제적인 테러 네트워크가 강한 세력이고, 일찌감치 알카에다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하카니 네트워크는 탈레반과 호라산 사이의 회색지대로도 분석된다.
아시아태평양재단의 테러 분석가 사잔 고헬 박사는 <BBC>에 “2019년과 2021년 사이에 벌어진 테러 공격 중 일부는 이슬람국가 호라산, 탈레반의 하카니 네트워크 및 파키스탄에 기반을 둔 다른 테러 단체들 사이 협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카불의 치안은 하카니 네트워크의 수장인 할릴 하카니가 맡고 있다. 미국은 현상금 500만달러를 걸고 할릴 하카니를 국제테러분자로 수배 중이다. 탈레반이 카불로 진공하는 과정에서 풀에차르히 교도소에서 많은 수감자들이 석방됐는데, 그중에는 호라산과 알카에다 대원들도 있었다.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 인터넷 선전매체에 올린 사진.
탈레반, IS-K 소탕 땐 안팎 갈등
미국은 이미 며칠 전부터 호라산의 테러 공격을 경고해왔다. 외국인 및 아프간 협력자들의 소개를 놓고 탈레반과 미국 등 서방이 갈등하는 상황인데다, 카불 공항 주변의 아비규환 상황 자체가 테러 공격을 감행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번 테러 공격 이후 탈레반에는 당장 이슬람주의 무장세력들을 통제하는 것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탈레반은 미국과의 도하 평화협정에서 ‘아프간을 알카에다 등 국제테러단체의 테러 발진기지로 이용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합의했다. 미군 철수를 이끌어낸 핵심인 이 사안은 탈레반이 정상국가의 정권으로 인정받고, 전후 재건에 필요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서도 관건이다. 하지만 탈레반이 호라산 소탕 작전을 강화하면, 내부의 하카니 네트워크나 알카에다 등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이는 탈레반 안팎에서 큰 반발과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보복 다짐’ 미국과 협력 고리될 수도
성급한 철군 결정으로 탈레반의 카불 조기 입성을 초래했다는 국내외 비판에 직면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역시 사면초가로 몰리고 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아프간에서 모든 미국인의 철수 때까지 철군을 연장하는 입법을 촉구하고, 벤 새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미군이 카불 공항 주변 밖으로 통제권을 확대하거나 바그람기지를 재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오는 31일인 철군 시한을 고수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철군 시한을 연장하는 것은 카불의 혼란을 지속하고, 테러의 조건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어서 미국이나 탈레반이나 현재로서는 수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때까지 소개 작전을 무사히 완료하는 한편 이번 테러에 대한 응징도 보여줘야 하는 ‘딜레마’ 상황에 놓여 있다.
다만 이런 상황이 오히려 미국과 탈레반 사이에 ‘공통분모’를 찾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다짐한 보복은 탈레반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고, 탈레반도 차제에 알카에다 등과의 관계를 차단하는 명분으로 삼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탈레반 지도부의 온건화를 더욱 촉진하고, 서방과의 협력 고리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다분히 낙관적인 전망이다. 정의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