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 ‘시간강사’ 현실 왜곡한 발언 논란

비정규교수노조 성명 내 “윤 후보 공개 사과해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15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 관계자한테 물어보세요. 채용 비리라고 하는데, 겸임교수라는 건 시간강사에요. 시간강사는 공개 채용하는 게 아니에요. (이력서 등) 자료 보고 뽑는 게 아닙니다. 그 현실을 좀 잘 보시라고요”(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들을 만난 윤 후보의 발언이다. 부인 김건희씨가 2007년 수원여자대학교 겸임교수 채용 시 허위이력을 제출했다는 논란을 두고 한 반박이다. 하지만 <한겨레>가 이날 현직 학과장과 대학교수 및 연구자들에게 물어보니 이들은 “심각한 경력위조가 발견되면 채용 자체가 될 수 없다”며 “대학의 교원 채용 절차와 시스템을 무시한 발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윤 후보가 언급한 현실과 실제 대학의 현실은 다르다. 시간강사 공개채용은 2019년 6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법제화됐지만, 그 이전에도 대학들은 자체적으로 공개채용 제도를 도입했다. 전공 교수나 학과장 추천으로 채용이 이뤄진다 해도 학위와 경력 관련 서류를 검토한 뒤 교무처장에 이어 총장 결재 절차가 뒤따른다.

 

강사 채용절차를 거론하며 김씨의 허위경력 제출 논란을 가린 윤 후보 태도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2000년대 초반 시간강사 생활을 했던 한 대학교수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것인데, 관건은 허위경력으로 김씨가(겸임교수) 채용이 됐다는 점이다. (윤 후보 발언은) 마치 대학들이 시간강사를 채용할 때 허위경력을 내도 상관이 없다는 것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김진균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 부위원장도 “대학이 (김씨의) 허위경력을 거르지 못한 것이 문제인데 ‘자료도 안 보고 (강사를) 뽑는다’는 등의 윤 후보 발언은 성실하게 연구해 검증받고 강의하는 사람들을 좌절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또한 김씨가 임용된 ‘겸임교수’ 직위는 시간강사와 다른 자격조건을 요구하기 때문에 윤 후보의 발언처럼 둘을 동일시 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등교육법상 겸임교원은 산업체 등 현장실무 경험을 필요로 하는 교과를 가르치기 때문에 유관 기관에서의 근무경력을 중시한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겸임교사와 시간강사가 비정규직이라고 해도 서로 채용 공고와 절차가 다르다. 겸임교수는 관련분야 전문지식을 더 중시하는데, 김씨는 허위 경력을 기재했다는 점에서 겸임교원 임용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수도권 한 대학에서 학과장을 맡고 있는 교수도 “일반적으로 겸임교수는 전문 영역에서 경험을 쌓은 인물을 찾기 때문에 경력을 많이 본다. 한 대학의 교수 타이틀을 부여하는 의미도 있어 보다 엄격한 잣대를 댄다”며 “학교 규모에 따라 운영절차의 차이는 있겠지만 시간강사나 겸임교수 모두 정식 절차를 거치는데 대학이 타이틀을 내어 주는 것처럼 보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윤 후보가 “겸임교수라는 건 시간강사”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 겸임교수의 열악한 처우를 역설적이게도 잘 표현한 말이라는 씁쓸한 반응도 나왔다. 전국교수노동조합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윤 후보 발언은)겸임교수가 사실상 시간강사와 다를 바 없는 현실을 잘 알고 있음을 내비쳤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 노조는 그동안 시간강사와 다를 바 없는데 겸임교수로 채용하는 대학의 잘못된 관행을 시정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며 “대학이 진작에 겸임교수의 자격조건과 사용사유를 철저하게 준수하여 채용해 왔더라면 윤석열 후보의 오늘과 같은 발언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윤 후보 발언에) 전국의 대학 강사들은 심한 모멸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시간강사라도 해보려면 실질적으로 5년 이상의 연구경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고도 1년짜리 비정규직에 불과해 당장 내년을 기약할 수 없고 다음 채용을 위해 배를 곯아가며 학술연구에 몰두해야 한다. 윤 후보는 대학강사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장예지 기자

 

“인터뷰 때마다 참사”…국민의힘, ‘김건희 리스크’ 골머리

국민의힘 ‘배우자 리스크’ 우려 확산

국힘 ‘내로남불 역풍’ 고심…김종인 “대통령 뽑지 부인 뽑나”

선대위 ‘관리’ 나서… “더팩트 영상, YTN 인터뷰 참사”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15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경력 허위 기재가 드러나며 ‘배우자 리스크’에 직면한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가 대응책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지만 당이 섣불리 김씨 감싸기에만 치중하면 ‘내로남불’이라는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국민의힘은 15일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직접 나서 김씨 경력 허위 기재 파문을 최소화하려 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대통령을 뽑지 대통령 부인을 뽑지는 않는다”며 “지나칠 정도로 후보의 부인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내 상식으로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씨의 허위 경력 기재가 문제없다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물음엔 “허위 경력인지 아닌지 몰라서 얘기할 수 없다”고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와 잣대가 다른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조국 수사 때 어떤 것이 기준에 안 맞는지 나는 납득을 못 한다. 정확히 알면 말하는데 정확히 몰라서 이야기할 수가 없다”고 했다. 껄끄러운 부분은 모르쇠를 한 셈이다.

 

다만 김 위원장은 김씨 관련 의혹을 살피겠다고 했다. 그는 “나름대로 제대로 검토를 해보겠다. 오랜 시간이 안 걸릴 것이라고 본다”며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하루 이틀이면 대략 무엇이라는 게 나타나고, 그걸 그대로 이야기할 테니까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김씨가 이날 오후 ‘사과 의향’을 밝히고 윤 후보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식의 수습은 국민의힘 선대위가 이날 부산하게 논의한 결과로 보인다. 선대위 핵심인사들은 김씨의 <와이티엔>(YTN) 인터뷰 뿐만 아니라 지난 14일 <더팩트> 카메라 앞에서 경호원이 김씨 목덜미를 잡아 고개를 숙이게 하고 얼굴을 가린 영상도 심각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선대위 종합상황본부 관계자는 “와이티엔 인터뷰와 더팩트 영상을 참사로 판단했다. 그런 일이 생기면 안 되니까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지 논의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더팩트> 카메라 앞에서 급히 피하는 김건희 씨 모습.

 

국민의힘 안에서는 언론과 접촉할 때마다 구설에 오르는 김씨를 선대위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6월 <뉴스버스> 인터뷰는 ‘쥴리’ 의혹을 수면에 올렸다. <와이티엔> 인터뷰 뒤에도 취재기자에게 허위 경력 기재 과정을 말하는 과정에서 “학교 진학을 위해 쓴 것도 아닌데”, “그것도 죄라면 죄”, “믿거나 말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며 여론과 동떨어진 말로 비판을 샀다. 한 재선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렇게 커질 일도 아니었는데 배우자가 선대위와 무관하게 혼자 대응하면서 문제가 커졌다”며 “윤 후보도 당당하다고 윽박지를 게 아니라 역풍이 불지 않도록 당 차원의 수습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티비에스>(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캠프에서도 (김건희씨가) 인터뷰한 걸 몰랐다. 곧바로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김씨를) 지금부터 선대위 관할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인 위원장도 이날 본부장급 회의를 열어 ‘배우자 관리’ 방안과 등판 시점 등을 논의하고, 총괄상황본부는 김씨 허위 경력 논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선대위는 아울러 배우자 보좌팀 구성 등을 검토 중이다.

 

당내에서는 현실화한 ‘김건희 리스크’에 여론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긴장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윤석열 후보가 과거 검찰총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와 딸 등 가족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지휘했고, 국민의힘 역시 공격의 선봉에 섰던 탓에 우려가 적지 않다. 한 수도권 의원은 “우리가 조국 전 장관을 거세게 비판했던 만큼,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피하려면 안이하게 대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죄’ 아니라는 듯…김건희 “사실 여부 떠나 국민께 사과”

여론악화에 등 떠밀려 후퇴…허위경력 인정 기조 뒤집어

언론 통화선 “등판시기 조언해달라, 난 남자답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15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15일 허위 경력 의혹 논란에 대해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국민께서 불편함과 피로감을 느낄 수 있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사과는 했지만 ‘허위 경력 기재 사실’은 전날과 달리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김씨는 이날 서울 서초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앞에서 <연합뉴스> 기자를 만나 ‘허위 이력과 관련해 청년들의 분노 여론이 있는데 사과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가 곧바로 “사과드린다”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사죄’를 하고 처벌을 받아야 마땅함에도 ‘사과’할 뜻이 있다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전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씨는 앞서 <와이티엔>(YTN)의 취재에 응할 때도 허위경력 일부를 인정하면서도 ‘큰 문제가 아니다’라는 식의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전날 <와이티엔>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대상 경력 허위 기재 의혹에 대해 “돋보이려고 한 욕심”이라며 “수상 경력을 학교 진학을 위해 쓴 것도 아닌데 무슨 문제냐”, “그것도 죄라면 죄”라고 말했다. 2007년 수원여대 교수 초빙 지원서에 경력으로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이사를 기재한 경위에 대해 “믿거나 말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라는 조건을 붙이며 사실 인정 부분에서는 오히려 퇴보한 모습을 보이다 여론니 들끓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김씨는 이날 ‘윤 후보의 배우자로서 공개 활동을 언제 시작하냐’는 <연합뉴스> 기자의 질문에는 “아직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선 외부 공개 활동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최근 김씨와 26분간 통화했다며 김씨가 “언제 등판하면 좋은지 조언해달라. 자신 있으니까 그렇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사람들이) ‘쥴리’라고 오해하고 있는데 나가면 (남편인 윤석열 후보나 국민의힘에) 피해가 되지 않을까, 나가야 하는지,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도 “언제 나가야 좋을지,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지 코치 좀 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공개 행보 방식에 대해 “저는 남자답다. 가식적인 거 되게 싫어한다. 가식적으로 남편 따라다니는 거 싫다. 봉사하고 싶다”며 “지금도 봉사를 많이 하고 있는데 그것을 내세우고 싶지 않다. 후보 부인이 되어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게 싫다. 보여주기보다는 실천하는 성격”이라고 했다고 한다. 향후 공개 석상에 등장해 던질 메시지와 관련해 김씨는 “새 시대에는 진영 싸움을 안 했으면 좋겠다. 이제는 진영을 깨야 한다. 미래에는 진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오마이뉴스>는 전했다. 임재우 기자

 

윤석열, ‘김건희 사과 입장’에 “적절한 태도로 보인다”

잇딴 ‘김건희 의혹’, “여권 기획 공세” 주장

“국민 눈높이에 미흡하다면 송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 가온한부모복지협의회를 방문해 한부모가정에게 보낼 물품을 포장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5일 아내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의혹’ 관련 사과를 두고 “적절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성동구 가온 한부모복지협의회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여권의 공세가 기획 공세고 아무리 부당하다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눈높이와 국민의 기대에서 봤을 때 조금이라도 미흡한 게 있다면 국민께는 송구한 마음을 갖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후보는 또 “ 어찌 됐든 대선 후보의 부인이 아무리 결혼 전 사인의 신분에서 처리한 일들이라 해도 국민이 높은 기준을 갖고 바라봤을 때 미흡하게 처신한 게 있으면, 거기에 대해선 국민에게 송구한 마음을 갖겠다는 뜻으로 사과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일정을 마치고) 나오면서 (아내가 사과했다는 기사를) 봤다. 그런 태도는 적절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15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후보는 기자들이 ‘어떤 부분을 여권의 기획 공세라고 보느냐’고 묻자 “여러분이 판단하시라. 아침에 ‘뉴스공장’(티비에스 라디오 프로그램)부터 시작해서 줄줄이 이어지는 것을 보니 이것은 뭐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대변인이 발표한 내용을 보시면, 우리 가족 쪽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아무리 (우리 가족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국민들 전체가 보셨을 때 대선 후보 부인으로서 과거 처신에서 미흡한 점이 있다면, 국민 기대에 맞춰서 저희들이 송구한 마음을 갖는 것이 맞겠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민주, 윤석열 '김건희 경력 의혹' 사과에 "오만불손한 태도"

"궁색한 사족 다 달아 겁박…갈수록 황당한 대응" 맹 비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배우자 김건희씨.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15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부인 김건희씨 '허위 경력 의혹'에 사과한 것과 관련, "윤 후보와 김씨는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이날 공식 논평을 통해 "김씨의 허위 경력 논란에 대한 윤 후보의 대응이 갈수록 황당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윤 후보는 김씨가 이날 허위 경력 의혹에 사과의 뜻을 밝힌 데 대해 "적절해 보인다"며 "여권의 공세가 기획 공세고 아무리 부당하다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눈높이와 국민의 기대에서 봤을 때 조금이라도 미흡한 게 있다면 국민들께는 송구한 마음을 갖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윤 후보가) '결혼 전 사인 신분일지라도', '기획 공세가 부당해도'와 같은 궁색한 사족을 다 달았다"며 "잘못은 없지만 그래도 국민들이 불편하다니 마지못해 사과는 한다는 오만불손한 태도"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언론 보도 이후 제기되고 있는 정당한 여론 검증에 대해 '우연이 아니다' '기획'이라며 겁박성 발언으로 일관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언론인 김건희 씨의 허위경력을 확인해 보도하자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자발적으로 공개적인 증언에 나섰다"며 "도대체 어느 대목이 '기획'이고 '우연이 아닌 건지' 윤 후보는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온종일 언론의 김건희 씨 관련 질문에 '제대로 취재하라. 저쪽 얘기만 듣지말라'며 역정을 내더니 이제는 그것도 부족해 정당한 검증을 '공작'으로까지 몰아붙이느냐"며 "사과는 겁박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의 사과만으로 허위 경력 의혹을 덮을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경협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윤 후보의 사과에 대해 "장관 후보 부인의 표창장 위조 의혹은 80번 압수수색 해 먼지떨이 수사하고, 대통령 후보 부인의 학력-경력-표창 위조는 사과로 끝내자고?"라며 "이게 윤 후보의 공정한 나라인가"라고 말했다.

 

김건희 재직증명서 도장 찍힌 발급자 ‘같이 일한 기억 없다’

당시 한국게임산업협 사무국장 “이미 많은 분들이 확인…저도 마찬가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가 2017년 수원여자대학교 겸임교수에 지원하면서 제출한 한국게임산업협회 재직증명서.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실 제공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과거 수원여대 겸임교수에 지원할 때 제출한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이사 재직증명서’ 진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윤 후보는 “비상근 이사는 출근을 하지 않는다. 무보수 비상근 명예직”이라며 ‘기획이사’ 경력이 허위가 아니라고 옹호했지만, 정작 증명서를 발급하며 도장까지 찍어준 것으로 나오는 당시 사무국장은 <한겨레>에 김씨와 같이 일한 기억이 없다고 했다.

 

15일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재직증명서를 보면 김씨는 2002년 3월1일부터 2005년 3월31일까지 3년1개월 동안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이사로 근무한 것으로 돼 있다. 김씨는 이 증명서를 2007년 수원여대 광고영상과 겸임교수에 지원할 때 증빙자료로 제출했다. 김씨는 수원여대에서 1년간 재직한 이후 안양대 겸임교수와 국민대 겸임교수 자리를 잇달아 맡았다. 게임산업협회 재직증명서가 주요 발판이 된 셈이다.

 

게임산업협회 초창기 로고(KAOGI)가 인쇄된 재직증명서는 몇 줄 안 되는 내용인데도 근무연도를 ‘2005년’이 아닌 ‘2005월’로 적는 허술함이 드러난다. 증명서상으로 ‘퇴직’한 지 1년3개월이 지난 시점인데 퇴직자용 경력증명서가 아닌 재직자용 증명서를 발급한 점, 증명서 발급 시점은 2006년인데 통상적인 문서 일련번호에 따르면 2004년을 뜻하는 ‘KAOGI04’라고 적힌 점이 의혹을 키운다. 게임산업협회 쪽은 “현재 재직증명서 일련번호 체계는 KGAMES로 시작한다”고 했다.

 

김씨가 제출한 재직증명서에는 당시 김영만 게임산업협회장 이름과 협회 직인, 재직증명서를 직접 발급한 것으로 나오는 임아무개 사무국장의 도장이 찍혔다. 임 전 국장은 ‘김명신(개명 후 김건희)씨와 같이 일한 기억이 있느냐’는 <한겨레> 질문에 “이미 많은 분들을 통해 확인된 상황이다. 저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앞서 김영만 전 회장 쪽은 <한겨레>에 “김씨를 만난 적도 없고,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2004년부터 게임산업협회에서 5년간 정책실장과 사무국장으로 재직한 최승훈씨도 “김건희라는 분과 함께 근무한 적은 물론 본 적도 없다”고 했다. 이우연 고병찬 기자

 

결의안 채택 땐 기후변화발 분쟁에 제재·무력개입 권한

러시아 “서구의 다른 나라 내정 개입 정당화 구실 우려”

 

러시아의 바실리 네벤지아 유엔대사가 1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기후변화를 국제 평화와 안보의 위협으로 규정하는 결의안에 대해 손을 들어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러시아가 1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기후변화를 국제 평화와 안보의 위협으로 규정한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결의안은 기후변화를 “충돌과 위기를 증폭하는 근본 원인”의 한 요인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유엔 사무총장에게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가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한 방안 등에 대한 정례 보고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결의안 표결에서는 유엔 안보리 회원 열다섯 나라 중 열두 나라가 찬성했으나, 러시아와 인도 두 나라가 반대표를 던졌고, 중국은 기권했다. 찬성이 압도적이었으나, 러시아가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 다섯 나라 중 하나여서 부결됐다.

 

결의안은 애초 지난해 독일이 제안했지만 정식 상정되지 못한 채 폐기됐던 것을 올해 안보리 의장국인 니제르와 아일랜드가 다시 공동으로 제안한 것이다. 결의안 채택 불발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단결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기후변화가 국가 간 갈등, 더 심하면 무력충돌의 잠재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유엔과 다른 국제기구에서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예컨대 말리와 니제르 등 아프리카 몇몇 곳에서는 기후변화로 가뭄과 사막화가 악화하면서 물과 식량, 농장, 목초지를 둘러싼 경쟁이 심각해졌으며, 이런 상황이 그 지역의 폭력 발생과 불안의 요인이 되고 있다.

 

러시아의 유엔대사 바실리 네베지아는 결의안에 대해 서구가 다른 나라 내부 문제의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한 구실이 될 것이라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그는 “기후변화를 국제 안보의 위협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그들 나라의 뿌리 깊은 진정한 갈등 원인에서 시선을 돌리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의 유엔대사 티 에스 티루무르티는 “인도는 기후 행동과 기후 정의에 관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열심이지만, 안보리가 이들 문제를 다룰 장소는 아니다”며 기후 문제는 기존의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맡겨 놓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엔 외교관들은 유엔 회원국 193개 나라 중 적어도 113개국이 결의안을 지지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회원국의 전반적인 의사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유엔대사 린다 토머스-그린필드는 러시아가 “기후변화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작고 실질적이고 필요한 조치를 막았다”고 비판했다. 결의안 제안국인 아일랜드의 제럴딘 바이언 네이선 유엔대사는 “이 결의안이 결정적인 시기에 역사적이고 중요한 움직임이었다는 걸 우리는 잘 안다”며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에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는 국제 안전과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개별 국가 등에 제재를 내리고 무력의 사용을 명령할 수 있는 유일한 유엔 기구이다. 결의안이 채택되면 유엔 안보리는 기후변화로 무력충돌 등이 발생한 나라에 개입할 수 있는 합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박병수 기자

호주는 사방이 바다인데…왜 K-9 자주포를 수입?

● WORLD 2021. 12. 15. 02:51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K-9 호주 수출로 본 국제정치

탱크 · 자주포, 언뜻 비슷해도 임무 설계 전혀 달라

탱크는 최전선 돌파, 자주포는 후방에서 전방 지원

호주, 근접 안보위협 없지만 중국 견제 군사력 증강

 

케이-9 자주포.

 

오스트레일리아(호주)를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스콧 모리슨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케이(K)-9 자주포 수출 등 양국 방산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날 정상회담 뒤 호주 정부는 케이-9 자주포 생산업체인 한화디펜스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호주는 케이-9 자주포 30문과 케이-10 탄약운반장갑차 15대를 구매할 예정이고, 금액은 1조 900억원으로 알려졌다. 호주와 계약하기 전까지 한국은 이 자주포를 6개국에 약 600여문(약 2조원 어치) 수출했다. 한국은 2001년 터키를 시작으로 폴란드(2014년), 인도(2017년), 핀란드(2017년), 노르웨이(2017년), 에스토니아(2018년)에 수출했다. 호주는 우리나라까지 합쳐 8번째 ‘케이-9 패밀리’가 됐다.

 

케이-9 호주 수출은 방산업계와 국방 당국이 10년 넘게 추진해온 사안이다. 2010년에도 케이-9 자주포가 호주 자주포 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가 호주가 갑자기 사업을 취소해 무산된 바 있다. 업계와 당국 입장에선 숙원을 해결한 ‘쾌거’이다.

 

사방이 바다라서 가까운데 적성국도 없는 호주가 왜 지상전 무기인 케이-9 자주포를 수입하는 걸까.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케이-9 자주포는 현재 견인포 중심의 호주 육군의 화력 지원체계 운용 개념을 생존성 보장과 신속 타격 지원이 가능한 화력 지원 개념으로 발전시켜서 보다 입체적인 육군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구매 계약 체결 의미를 설명했다. 그런데 무기체계가 낯선 시민 입장에서 견인포, 자주포란 말부터 낯설다. 자주포와 탱크는 뭐가 다른 지도 헷갈린다.

 

국군 K2(흑표) 전차 모습. 국방부 누리집

 

먼저 자주포와 탱크는 얼핏보면 비슷하게 생겼다. 둘다 무한괘도를 바닥에 깔고 사방에 철갑 장갑을 두르고 위에 대포를 달았다. 하지만 둘은 임무와 설계가 전혀 다르다. 탱크는 최전선에서 적의 진지, 탱크 등을 조준 사격해 파괴하며, 전선을 빠르게 돌파해 적진을 무너뜨린다. 2차 대전 때 나치 독일 탱크들이 종심돌파 전격전으로 유럽을 일거에 휩쓸었다. 탱크는 최전선에서 싸워야 하므로 빠르고 민첩한 기동력과 적 탱크의 공격을 견딜 만큼 튼튼한 장갑을 갖춘다. 전차포의 유효 사거리는 3㎞ 안팎이다. 탱크는 기갑병과에서 운용한다.

 

자주포는 전선에서 수십 ㎞ 떨어진 후방에서 운용한다. 자주포는 전방에 대한 지원 사격이 주 임무라서 탱크보다 사거리가 휠씬 길다. 케이-9 자주포는 최대사거리가 40㎞이다. 자주포는 탱크처럼 목표를 정조준해 파괴하는 게 아니라 포탄을 여러 발 쏘아 파편으로 적에게 피해를 준다. 자주포는 적 전차의 포탄에도 견뎌야 하는 탱크보다 장갑의 방호력이 약하다. 케이-9 자주포는 중기관총 총탄과 포탄 파편에 견딜 정도의 장갑을 갖췄다. 자주포는 포병병과가 운용한다.

 

국군 트럭이 155mm 견인포를 끌고 가고 있다. 육군 페이스북 동영상 갈무리

 

자주포(self-propelled artillery · 自走砲)는 스스로 움직이는 대포란 뜻이다. 트럭 같은 차량에 끌려다니는 견인포와 견줘 생각하면 쉽다. 견인포는 적의 공격에 취약하다. 차량으로 대포를 끌고 이동해 차량을 떼어낸 뒤 포 진지를 구축해 사격 준비를 하는데 수 십분 이상이 걸린다. 견인포는 적에게 사격 준비 움직임이 포착되기 쉽고, 적 대포 공격이나 항공기 폭격을 받으면 속무무책이다. 견인포는 자주포와 달리 보호 장갑이 없어 적의 공격에 취약하다.

 

105mm 견인포 사격 장면. 육군 누리집 갈무리

 

자주포는 무한궤도와 엔진, 장갑, 대포를 갖추고 있어 원하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해 복잡한 절차없이 바로 포 사격을 할 수 있다. 1000마력 엔진을 단 케이-9 자주포는 최고 시속이 67㎞ 가량이다. 케이-9 자주포는 자동화 사격통제장비, 포탄 이송과 장전장치가 있어 급속발사시 15초 안에 포탄 3발을 발사할 수 있다. 분당 6~8발 사격이 가능하다.

 

자주포는 사격 뒤 1~2분 만에 원래 포격 위치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달아나 다시 사격을 할 수 있다. 통상 적 포격을 받으면 대포병 레이더로 적 포탄의 궤도를 역추적해 적 포병의 사격 위치를 파악한 뒤 아군이 대포를 쏘아(대포병 공격) 적 포병을 섬멸한다. 자주포는 처음 사격 위치에서 재빨리 이동하는 ‘사격 후 신속한 진지변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포병 공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세계 각국은 자주포를 포병 주력으로 삼고 있다.

 

노르웨이는 2017년 케이-9 자주포 도입을 결정했다. 사진은 노르웨이 현지에서 시험평가 중인 K-9 자주포 모습. 한화디펜스 누리집

 

케이-9 자주포는 1989년 국내에서 연구를 시작해 1999년부터 국군이 본격 사용하고 있다. 케이-9 자주포는 구경 155㎜, 52구경이다. 1대 가격은 40~50억원 가량이다.

 

스톡홀롬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를 보면, 지난 2000~2017년 세계 자주포 수출 시장에서 케이-9 자주포가 절반 가량인 48%를 차지했다. 세계 최고의 자주포로 불리는 독일의 Pzh-2000 자주포보다 점유율이 높다. 케이-9 자주포 성능이 독일 자주포와 동등한데 가격은 20~40억원 가량 싸기 때문이다.

 

그동안 케이-9 자주포를 수입한 터키, 폴란드,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는 지역 안보 위협이 높은 나라들이다. 폴란드,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는 인접한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들은 러시아의 공격이나 위협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이들 나라는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러시아의 팽창정책으로 안보 위기감을 느껴 케이-9 자주포에 관심을 보였다. 터키는 쿠르드족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무장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최대 안보 위협으로 여기고 있다. 인도는 파키스탄, 중국과 분쟁 중이다. 인도는 지난 6월 중국과 국경 다툼을 벌이는 히말라야 라다크 동부지역에 케이-9 자주포를 배치한 바 있다.

 

지금까지 케이-9 자주포를 수입한 나라들은 지역 내 안보 위협이 높은 비서방 국가들이다. 국내 방산업계는 미국의 핵심 우방인 호주 수출을 계기로 서방권 국가에도 수출 확대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캔버라 국회의사당 내 대위원회실에서 열린 한-호주 정상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상들은 케이(K)-9 자주포 수출 등 양국 방산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캔버라/연합뉴스

 

호주는 왜 케이-9 자주포를 수입할까. 호주의 안보 여건은 앞서 케이-9 자주포를 수입한 6개국과 다르다. 사방이 바다인 섬나라이자 대륙인 호주는 주변에 뚜렷한 적성국이 없다. 호주의 목적은 중국 견제란 해석이 많다. 호주는 중국을 포위하는 4개국(미국·일본·호주·인도) 연합체인 쿼드와 중국 위협에 대응하는 오커스(미국·영국·호주 협의체)의 구성원이다. 모리슨 호주 총리는 지난 13일 양국 정상회담에서 오커스와 쿼드 등 중국 견제 협의체의 중요성을 부각했고, 양국 공동성명에는 미-중간 긴장이 높아가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언급이 들어갔다.

 

호주의 2020 국방구조계획(2020 Force Structure Plan) 뼈대는 중국 부상에 대비해 호주의 아태지역 역내 안보 역할의 확대와 대응 능력 강화다. 호주는 군사력 증대가 지역 내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고 본다. 호주는 인도와 중국,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의 분쟁 사례를 반영해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정부는 지난해부터 10년간 국방에 2700억 호주 달러(약 23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호주는 해공군뿐만 아니라 육군 능력도 키워 중국의 진출을 막으려고 한다. 호주 육군은 550억 호주달러(약 47조원)를 투입해 탱크, 자주포, 장갑차, 기동차량 및 미사일 등의 신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케이-9 자주포 구매는 이 일환이다.

 

호주 정부는 케이-9 자주포 완제품을 한국에서 수입하지 않고 현지에서 자주포를 생산·납품하려고 한다. 호주는 인구 20만명이 사는 질롱시에 자주포 생산시설을 건립할 예정이다. 질롱시에는 미국 포드 자동차 공장이 있었다. 2016년 포드가 철수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질롱 시민에게 스콧 모리슨 총리는 2019년 5월 ‘외국 자주포 공장을 유치하겠다’는 총선 공약을 내놓았다.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은 “질롱시를 한국의 창원처럼 군수혁신도시로 발전시키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2019년 8월 INF 조약 파기 후

유럽 ‘미사일 위기’ 재발 우려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자리한 러시아 대사관의 철조망 너머로 러시아 국기가 보인다. 키예프/로이터 연합뉴스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동유럽에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하면, 자신들도 맞불을 놓겠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동유럽의 위기가 지난 냉전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미사일 배치 갈등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럅코프 차관은 13일(현지시각) 러시아 관영 <리아>(RIA) 통신과 인터뷰에서 나토가 중거리 미사일 배치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는 “간접적 징후”가 있다며 “정치적·외교적 절차에 따라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군사적 대응을 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우리 쪽에도 비슷한 무기가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현재 (이런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겠다는) 일방적인 모라토리엄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나토와 미국도 이 모라토리엄에 동참하도록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선 2019년 8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의 ‘조약 위반’과 중국의 ‘미사일 위협’을 구실로 1987년 12월 옛소련과 맺었던 사거리 500~5500㎞의 중·단거리 탄도·순항 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파기했다. 이후 미국은 중국에 뒤쳐졌던 중거리 미사일 역량을 따라잡기 위해 개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미국이 개발하는 중거리 미사일의 배치 후보지로는 동유럽과 오키나와 등 난세이 제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이 꼽힌다.

 

<로이터> 통신은 럅코프 차관이 언급한 미사일 배치의 ‘간접적 징후’의 예로 제56포병 사령부를 되살려 유럽에 재배치한다는 지난달 미 국방부의 결정을 꼽았다. 제56사령부는 냉전기였던 1963년부터 1991년까지 서독에 배치돼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준중거리 미사일 ‘퍼싱’(사거리 약 1700㎞)을 운용한 역사를 갖고 있다. 나토는 러시아의 이 같은 우려에 ‘미국의 새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러시아는 “나토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은 상태”라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일 화상회담을 통해 “나토의 확장 등에 대한 러시아의 불만을 논의하기 위해” 4개 나토 회원국과 러시아가 만나는 고위급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이 회담에선 러시아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나토를 우크라이나 등에 확장하지 않겠다는 구속력 있는 확약’ 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와 더불어 러시아가 제기하고 있는 미국 중거리 미사이의 유럽 배치 문제도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길윤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