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전쟁 마침표

소련이 문 연 강대국 패권 다툼,  9·11 테러로 이어진 미국의 개입

미·소가 내세웠던 서방식 개혁에 부족적 질서 기득권·시민 등 봉기

 

아프간 지원금 4조달러 육박해도 빈곤·기아 여전 … 난민은 1천여만명

 

 미군을 태운 마지막 비행기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에서 떠난 다음날인 31일(현지시각) 탈레반의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가운데)이 공항 활주로에 서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며 탈레반의 승리는 “다른 침략자에게도 교훈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는 미국 그리고 세계와 좋은 관계를 원한다”고도 말했다. 카불/AFP 연합뉴스

 

‘영원한 전쟁’, ‘가장 긴 전쟁’, ‘유령의 전쟁’이 종료됐다.

 

1978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사회주의 정권 성립 이후 43년간이나 계속되던 전쟁이 30일 11시59분(현지시각) 미군 철군 완료로 종료가 선언됐다. 고립되고 빈한한 아프간에는 소련을 시작으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및 동맹국 등이 군홧발을 디뎠고, 파키스탄·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국가들이 개입했다. 이슬람 세계의 무슬림들이 ‘지하드’(성전)를 수행하려고 찾아왔다. 한국도 군을 파견했고, 그 여파로 2007년에 한국의 기독교 선교단이 40여일이나 납치돼 2명이 사망했다.

 

아프간 전쟁 43년은 미·소 제국들의 지정학적 욕망과 오판, 이를 합리화하려는 서방식 가치의 ‘레짐 체인지’(체제 전환) 강요, 이에 저항하는 아프간 주민과 무슬림들의 투쟁, 주변 국가들의 정략적 개입이 뒤섞여, 지독한 모순과 반전으로 점철됐다.

 

첫째, 강대국들의 제국적 욕망과 오판이다.

 

‘제국의 무덤’이라는 아프간의 별칭은 19세기 영국과 러시아가 유라시아 대륙의 패권을 겨룬 ‘그레이트 게임’에서 연유했다. 영국은 당시 유라시아 대륙에서 급속히 팽창하던 러시아제국이 인도양으로 남하해, 인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러시아 공포증’에 시달렸다. 영국은 길목인 아프간을 1839년 선제적으로 침공해 점령했으나, 3년 뒤 현지 부족 세력들의 봉기에 1만7천여명의 군인과 민간인 중 1명만이 생환하는 대재앙을 겪었다. 영국은 두차례나 더 아프간을 침공했다. 애초부터 러시아는 인도를 위협할 의지와 역량이 없었는데도, 영국은 제국적 욕망에 따른 오판으로 아프간을 침공했고, 이에 러시아 역시 주변 지역을 위협하는 치킨게임을 벌였다. 결국 러시아제국이 붕괴한 뒤인 1919년이 되어서야 영국은 아프간을 중립국으로 하는 독립을 허용했다.

 

아프간은 러시아를 계승한 소련의 제국적 욕망과 오판으로 다시 전쟁의 늪에 빠져들었다. 소련은 자신들의 지원으로 성립한 사회주의 정권이 붕괴되면, 자국령 중앙아시아로까지 영향이 파급될 것을 우려해 군사적 개입을 단행했다.

 

다음 차례는 미국이었다. 서방 해양 세력들은 아프간에 전략적 이해관계가 크지 않았음에도 단지 러시아를 막기 위해 영국이 아프간을 침공한 것처럼 미국도 소련을 괴롭혀 늪에 빠뜨리려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및 파키스탄과 손잡고 아프간 주민뿐만 아니라 이슬람 세계의 무슬림들을 동원해, ‘지하드’를 수행하는 무자헤딘 운동을 기획했다. 이는 소련의 철군을 이끌기는 했으나, 미국을 겨누는 이슬람주의 운동을 본격적으로 배태시켰다.

 

알카에다 결성 및 9·11 테러로 이어졌고,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 미국은 이때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등 중동 질서의 재편까지 도모하는 무리수를 뒀다.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키자마자 이라크 전쟁으로 자원을 돌려서 아프간의 재건을 내팽개치고 탈레반의 부활을 불렀다.

 

둘째, 서방식 가치에 입각한 ‘레짐 체인지’의 실패다.

 

아프간 전쟁은 사실 사회주의 정권의 급진적 개혁에 대한 반발로 촉발됐다. 탈레반의 재집권 이후 국제사회에서 가장 문제 되는 여성인권 문제도 사회주의 정권이 현지의 부족적 질서의 타파를 시도하면서 시작됐다. 사회주의 정권은 여성 문맹을 타파하려고 여성의 의무교육, 신부지참금 폐지, 혼인의 자유를 선포했고, 토지개혁까지 단행했다. 이는 아프간의 부족적 질서의 기득권자뿐만 아니라 비도시 지역의 일반 주민들까지 봉기하게 만들었다.

 

아프간은 지금도 인구의 70%가 비도시 지역의 부족사회적 질서에서 사는 사회다. 소련과 미국의 점령을 거치면서 이들이 내세웠던 현대적 개혁은 도시와 비도시 사이의 분리와 격차를 더욱 키웠다. 강대국들이 개혁의 지원을 도시에 집중했고, 저항이 심한 비도시 지역에는 공습과 드론 공격으로 무고한 민간인들의 피해가 가중됐다. 이는 탈레반이 귀환해 재집권하는 배경이 됐다. 또 그동안 현대화의 혜택을 향유했던 도시 지역 중산층, 특히 고학력 여성들이 탈레반의 귀환에 공포를 느끼고 국외로 탈출하는 분열과 비극을 낳은 배경이었다.

 

셋째, 국제질서의 변화다. 전쟁의 문을 연 소련은 그 과정에서 붕괴돼 냉전이 종식됐다. 미국의 일극적 질서가 한때 성립되는 듯했으나, 미국은 아프간 전쟁에서 지원했던 이슬람주의 세력의 성장으로 중동전쟁의 수렁에 아직 빠져 있다. 이는 중국의 부상을 불렀고, 격렬한 미-중 대결로 진입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아프간에서 2조3100억달러(약 2679조원)를 썼고, 참전한 나토 회원국들의 비용, 소련의 비용까지 합치면, 현 물가로 환산한 미국의 2차대전 비용인 4조1천억달러에 육박한다.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으나, 아프간의 국내총생산(GDP)은 2020년에 그 전비의 0.5%에 불과한 200억달러, 1인당 소득은 500달러 남짓한 빈곤과 기아에 시달린다. 미국의 20년 아프간 전쟁 기간에만 미군과 아프간 민간인 등 17만여명이 숨지고 난민 260여만명이 발생했다. 소련 점령 때부터 모두 200만여명이 숨지고 1천여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결국 결과는 탈레반의 재집권이었다.

 

미국 합참의장의 전략담당 특별보좌관이었던 카터 맬케이지언은 <아프간에서 미국의 전쟁>에서 이렇게 묻는다. “탈레반은 결코 좋지 않다. 여성을 억압했고, 교육을 황폐화했고, 표현의 자유를 침묵시켰다. 우리의 개입은 이런 측면에서 숭고한 일을 했다. 그러나 그런 선행이 폭력, 죽음 등을 상쇄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개입이 없었다면, 아프간 주민들은 못살고 억압받았을 것이나,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아프간 주민들을 해방시켰나, 아니면 억압했는가?”

 

그래서 우리도 물어야 한다. 아프간은 ‘제국의 무덤’인가, ‘제국의 질주에 치여나간 희생물’인가를.

정의길 기자

 

아프간전 마지막 미군은 중무장한 투스타 백전노장

카불공항 철군 때 가장 나중에 수송기 탑승 군인

군 30년차…이라크·아프간·시리아 등 17차례 작전 경력

 

아프간을 떠난 마지막 군인 크리스토퍼 노나휴 미국 육군 82공수사단장[EPA=연합뉴스]

 

무려 20년에 이른 전쟁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미군은 군생활 30년차 장성이었다.

 

미 국방부는 30일 아프간 카불 국제공항에서 단행된 완전 철군 때 가장 나중에 수송기에 몸을 실은 미군이 크리스토퍼 도나휴 미국 육군 82공수사단장이라고 밝혔다.

 

그가 개인화기를 지니고 굳은 표정으로 C-17 수송기에 오르는 야간 투시경 사진은 아프간 전쟁사의 마지막 장면으로 공식 기록됐다.

 

도나휴 소장은 1992년 미국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보병 소위로 임관한 뒤 30년째 야전을 누비고 있는 백전노장이다.

 

미국 USA투데이는 도나휴 소장이 아프가니스탄뿐만 아니라 시리아, 이라크, 북아프리카, 동유럽에서 17차례에 걸쳐 작전에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도나휴 소장은 미국 합참의장 특별 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글로벌 대테러 작전의 일부로 아프간에서 진행된 '자유 센티넬 작전'(OFS)을 지원하는 특수작전합동 태스크포스의 지휘관도 역임했다.

 

미 육군 82공수사단은 트위터를 통해 "여러 어려움이 가득해 믿지 못할 정도로 거칠고 압박이 심한 임무였다"며 도너휴 소장의 철수 사진을 게재했다.

 

미군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협 때문에 자체 설정한 시한 8월 31일이 되기도 전에 심야에 황급하게 아프간을 탈출했다.

 

                 크리스토퍼 도나휴 미국 육군 소장[미국 육군 제공]

 

탈레반, 블랙호크 헬기 띄워 사람 매단 채 순찰

탈레반 선전매체, 다량의 미군 장비 노획 선전

 

     [탈리반 타임스 트위터 캡처]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에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블랙호크 헬기 등 군장비를 탈레반이 실제로 운용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탈레반은 블랙호크 뿐만 아니라 미군과 아프간 정부군이 철군하거나 달아나면서 남긴 장갑차, 수송기, 헬리콥터 등을 아프간 각지에서 다량 노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트위터의 '탈리브 타임스'라는 계정은 지난 30일(현지시간) UH-60 블랙호크 기종으로 추정되는 헬기가 비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유했다. 이 헬기는 탈레반 대원으로 추정되는 남자를 로프에 매단 채 도시 상공을 순찰하고 있다.

 

탈리브 타임스는 이 영상에 대해 "우리의 공군! 현재 이슬람 토후국의 공군 헬기들이 칸다하르 상공을 비행하며 도시를 순찰하고 있다"고 적었다.

 

탈리브 타임스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뒤 국가를 새로 세우겠다고 선언한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토후국'의 공식 영어 뉴스를 표방하고 있다.

 

탈리브 타임스는 또 다른 게시물에서 블랙호크 기종으로 보이는 헬기가 비행하는 영상을 담고 "우리의 첫 블랙호크 비행"이라고 적었다.

 

외에도 미군이 철군 과정에서 버리고 갔거나 아프간 정부군에 원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군수송기, 장갑차, 전투기 등 다수 노획물의 사진이 탈리브 타임스의 여러 게시물에 올라 있다.

 

         [탈리반 타임스 트위터 캡처]

 

미군은 철군 과정에서 막판까지 사용하던 무기를 폐기하고 떠났다고 발표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프랭크 매켄지 미 중부사령관은 3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카불 공항에 설치돼 운영되던 자동 방공요격체계(C-RAM) 등 다수 무기를 폐기하고 철수했다고 밝혔다.

 

매켄지 사령관은 "그런 장비들을 군사 용도로 절대 다시 쓰지 못하도록 불능화했다. 비행기들은 다시는 하늘을 날지 못할 것이며 그 누구도 다시 작동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 미군 떠나자 기다렸다는 듯 저항군 최후 거점 공격

30일 여러 방면서 판지시르 공격…"저항군이 물리쳐"

 

     아프간 판지시르에서 훈련 중인 반탈레반 저항군. [AF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반(反)탈레반 저항 세력의 마지막 거점인 판지시르 계곡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고 현지 언론이 31일 보도했다.

 

톨로뉴스는 전날 밤 트위터를 통해 "탈레반이 오늘 저녁 판지시르의 전초기지를 공격했지만, 저항군이 물리쳤다"고 밝혔다.

 

톨로뉴스는 저항군 사령관인 아흐마드 마수드의 측근을 인용해 "산발적인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프간 하아마 통신도 이날 현지 관계자를 인용해 탈레반이 합의를 깨고 여러 방면에서 공격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은 이에 대해 공식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전날 밤 미군이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마지막 철군 작업을 진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탈레반은 미군 철수 종료에 맞춰 저항군을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

 

판지시르 계곡을 포위한 탈레반은 현지 통신망과 물자 보급망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판지시르는 과거 소련에 항전한 아프간 민병대의 거점 지역이기도 하다.

 

아프간 '국부'(國父)로 불리는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인 아흐마드 마수드가 현재 이 계곡에서 반탈레반 항전 세력을 이끌고 있다.

 

마수드는 전날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와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모든 이와 권력을 나누고 정의 실현과 함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한다면 투쟁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은 보도했다.

 

마수드는 이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끄는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은 외국으로부터 아무런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앞서 AFP 등 외신들은 판지시르에 수천 명의 저항군 세력이 운집했으며, 마수드 휘하에만 9천 명이 집결한 상태라고 전했다.

'여야 의원 4인 + 전문가4인' 8인 협의체 꾸려 추가 협의

9월부터 대선정국 본격화…여권 퇴로찾기·갈등 봉합 성격

 

여야는 31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내달 27일로 미루고 8인 협의체를 꾸려 논의하기로 했다.

 

양당이 벼랑 끝에서 극한 충돌을 피해 퇴로를 찾음으로써 '언론중재법 정국'이 극적으로 파국을 면했다.

 

그러나 법안을 둘러싼 양당간 이견이 워낙 큰 데다 야권은 물론이고 당사자인 언론계의 반발이 거세 촉박한 시일 내에 쟁점 해소와 최종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양당 모두 9월부터 대선후보 경선 일정에 들어가는 등 대선정국이 본격화된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갈등 봉합 또는 여권의 퇴로 찾기 성격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이와 같은 합의서에 서명했다.

 

언론중재법의 본회의 상정을 한 달 미루는 대신에 내달 26일을 활동 기한으로 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법안 내용을 협의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협의체는 양당 의원 각 2명과 각자 추천한 언론계 및 관계 전문가 2명씩 총 8명으로 구성된다.

 

내달 처리 합의한 여야 원내대표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박 의장 주재 회동에서 이같은 내용에 잠정 합의했고, 이후 각각 의원 추인 절차를 거쳤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합의안을 추인했다. 국민의힘도 의원들을 대상으로 '긴급현안 보고'를 소집해 합의안을 "사실상 추인했다"고 전주혜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전날 네 차례 회동을 포함한 여섯 차례 만남에서 가까스로 접점을 찾은 것이다.

 

이날 합의에 따라 여야는 이날 오후 2시 본회의를 열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뺀 다른 법안 처리 및 상임위원장 선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이른 시일 내에 협의체를 구성해 법안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그러나 최대 쟁점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둘러싼 여야 인식의 간극이 여전히 커 협의체 구성과 논의 과정도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날 합의를 두고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 다른 부분에 강조점을 찍었다.

 

윤 원내대표는 "가짜뉴스로부터 피해 받는 국민을 구원할 길을 여는 데 양당이 합의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처리가 한 달 남짓 지연되지만 협의기구를 통해 원만하게 토론하겠다"고 말했다.

 

협의체 논의 내용과 관련해서도 "본회의 처리를 위한 수정안이기 때문에 (기존 법안의 범위를) 벗어나서 수정안을 만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는 "중요한 것은 내달 27일로 못박았다는 것"이라며 "협의체에서 합의가 안 되면 진짜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 원내대표는 "약 한 달 시간을 벌면서 연기하긴 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는 실정"이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나가는 가장 큰 기준이 표현의 자유이고, 국민의 알 권리는 어떤 경우에도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협의체에서 논의하는 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그런 식으로 법안을 놓고 심사하는 게 아니다"라며 "제기된 의제에 대해 논의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론중재법 물밑조율…청와대 "임기말 문대통령 영향력 입증"

 "강행처리, 문대통령 철학과 배치"…설득하며 파국 피해

 '거부권 정국' 부담 덜었지만 강성 지지층 달래기 숙제로

 

여야가 31일 언론중재법을 둘러싼 정국 파행을 피하면서 청와대도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사태가 파국으로 치달으며 문재인 대통령 국정동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게 청와대 내부의 판단이다.

 

발언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이례적 물밑 중재…여당 수차례 설득

 

그동안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국회가 논의할 사안"이라며 이번 문제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정무라인을 중심으로 여당 지도부를 상대로 강행처리를 하지 않도록 수 차례에 걸쳐 설득 작업을 벌였다고 한다.

 

여당의 일방적 처리는 야당의 반발을 불러 국회를 파행시킬 우려가 있는 것은 물론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과도 배치된다는 게 청와대 인사들의 의견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법안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없는지, 피해자 보호에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더 숙고하며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실제로 이날 여야 합의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법안이) 남용의 우려가 없도록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파국 피하며 청와대 존재감 확인…강성 지지층 달래기 숙제

 

청와대 내에서는 여야 간 극한 대치로 국정운영이 '올스톱'되는 사태를 피한 것만으로도 일단 다행이라는 반응이 흘러나오고 있다.

 

청와대 측은 여당이 이번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면 문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라는 야당의 압박이 거세졌을 것으로도 봤다.

 

핵심 이슈에서 여당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대신 나름대로 여권 내부 기류를 주도하며 존재감을 보였다는 점도 청와대로선 고무적이다.

 

임기말임에도 국정 지지율이 40% 안팎을 오가는 문 대통령의 여권 내 영향력을 입증한 것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여당 내 강경파 의원들 및 강성 친문 지지층과 다른 길을 걸었다는 점은 청와대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열성 지지층이 '개혁 후퇴'라며 반발할 수도 있어 '달래기'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 6명... 왼쪽부터 추미애,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김두관 후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지역 순회 투표가 첫 경선 지역인 대전·충남에서부터 31일 시작된다.

 

다음 달 4일 대전·충남 합동연설회에서 개표되는 이번 투표는 이 지역 권리당원 대상의 온라인 및 ARS 투표(5일간)와 대의원 대상의 현장투표(다음달 4일) 방식으로 각각 진행된다.

 

현장 투표는 일반당원 및 국민선거인단 가운데 별도로 신청한 사람도 대상이다.

 

민주당은 다음 달 5일 세종·충북 순회 경선 발표를 앞두고 다음 달 1일 이 지역에 대한 투표도 시작한다.

 

민주당은 이후 대구·경북(9월 11일), 강원(9월 12일) 등의 순으로 순회 경선을 진행하면서 해당 지역별 투표도 순차적으로 시작한다.

 

대의원·권리당원과 별개로 일반 당원과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선거인단 투표는 3차례 나눠서 진행된다.

 

민주당은 강원 순회 경선 때 1차 투표 결과를 공개한다. 1차 선거인단에는 약 70만명이 참여했기 때문에 이때가 향후 경선 흐름을 좌우할 '슈퍼 위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경선은 10월 10일 서울을 피날레로 종료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를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이번 경선에는 추미애·이재명·정세균·이낙연·박용진·김두관(기호순) 후보 등 6명이 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일정

탁구 남자단식 사상 첫 싹쓸이.. 장애 1등급 주영대·김현욱·남기원

패럴림픽 연속 메달 달성한 주영대. 한국에 첫 금메달 안겨

김영건도 은메달 추가… 금 1·은 3·동 9

 

금은동 싹쓸이= 30일 오전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체육관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남자 탁구 개인전(스포츠등급 1) 시상식이 끝난 뒤 금메달을 차지한 주영대(가운데), 은메달 김현욱(왼쪽), 동메달 남기원이 함께 태극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 도쿄 패럴림픽 개막 후 6일째 경기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이 나왔다. 탁구 대표팀의 주영대(48·경남장애인체육회)가 주인공이다.

 

30일까지 한국은 총 금메달 1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를 획득했다. 오후 9시 기준 전체 메달 레이스에서 36위를 기록 중이다.

 

주영대는 이날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도쿄 패럴림픽 남자 탁구 단식(스포츠등급 TT1) 결승에서 역시 태극마크를 단 김현욱(26·울산장애인체육회)을 세트스코어 3-1(11-8 13-11 2-11 12-10)로 꺾고 자신의 첫 패럴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생애 첫 패럴림픽에 나선 김현욱은 은메달을 확정했다.

 

앞서 28일 주영대와 4강에서 패한 남기원은 이미 동메달을 획득한 상태였다.

 

이들 세 명이 나란히 시상대에 오른 경기장에는 애국가가 울려 퍼졌고, 동시에 세 개의 태극기가 높이 솟아올랐다.

 

한국이 패럴림픽 장애인 탁구 단식 한 등급에서 금, 은, 동메달을 싹쓸이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뒤이어 대표팀 '에이스' 김영건(37·광주시청)은 남자 단식(TT4) 결승에서 2016년 리우 대회 '디펜딩 챔피언' 압둘라 외즈튀르크(터키)에 1-3으로 패해 빛나는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사격에서는 박진호(44·청주시청)가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 SH1 결선에서 224.5점을 쏴 깜짝 동메달을 획득했다. 자신의 첫 패럴림픽 메달이다.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은 박진호는 혼성 10m 공기소총 복사, 50m 소총 3자세, 혼성 50m 소총 복사에서 추가 메달을 노린다.

 

한편 여자 10m 공기소총 입사 SH1 결선에 진출한 이윤리(47·전라남도)는 183.7점으로 5위를, 혼성 10m 공기소총 입사 SH2 결선에 나선 이지석(47·광주시청)은 7위를 차지했다.

 

또 '리우 수영 3관왕' 조기성(26·부산시장애인체육회)은 자유형 200m를 7위(3분13초81)로 마무리했고, 장애인 역도의 간판 전근배(43·홍성군청)도 역도 파워리프팅 남자 107㎏ 초과급 경기에서 200㎏을 들어 7위에 올랐다.

 

양궁에서는 구동섭(40·충북장애인체육회)이 W1 남자 개인 16강에서 오야마 고지(30·일본)와 슛오프 접전 끝에 3㎜ 차로 패해 8강행이 좌절됐다.

 

5세트까지 두 선수는 129-129로 맞섰다. 과녁 중앙에 더 가까운 화살을 쏘는 선수가 승리하는 '슛오프'로 승부가 이어졌는데 두 명 모두 10점을 쐈지만 오야마의 화살이 구동섭보다 과녁 중심에 3㎜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