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들이 내년 3월 9일 치러질 대선에서 우편투표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세계 20여 개국 재외국민으로 구성된 재외국민유권자연대(공동대표 곽상열 뉴질랜드 외 30명)는 6일 "내년 20대 대통령 선거가 이제 7개월 남았다. 우편투표를 도입하는 법안을 심의하고 조율하는데 시간이 아주 촉박하다"며 "국회는 하루빨리 선거법 개정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현재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5월 11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6월 9일), 설훈 의원(6월 18일), 정의당 이은주 의원(7월 27일),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7월 31일)이 재외선거 우편투표를 허용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재외투표 모의선거
재외국민들은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 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3월에 이어 2차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도 계속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내년 대선에서도 다시 재외선거 투표소 업무가 중단돼 참정권을 행사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서영교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코로나19 탓에 재외선거가 중지됐기에 재외국민의 투표권 보호와 투표율 제고를 위해 우편 투표 도입을 강조한 바 있다.
'재외선거법 개정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슬로건으로 펼치는 재외국민 서명은 링크(forms.gle/8WeHhMMmxzTTJBnaA)에서 할 수 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도봉구 강북힘찬병원에서 직원들이 수술실 폐회로텔레비전(CCTV)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7년에 걸쳐 부침을 거듭했던 ‘수술실 폐회로텔레비전(CCTV·시시티브이) 설치법’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를 가릴 근거자료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환자의 권익을 한걸음 진전시켰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시시티브이 설치·운영비를 의료기관이나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어떻게 나눠서 부담할지 등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어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31일 본회의를 열어 수술실 내부에 시시티브이를 설치하도록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135명의 의원이 찬성했고, 24명이 반대, 24명이 기권했다. 개정안은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의료기관은 수술실 내부에 시시티브이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시행일은 2년 유예 기간을 거쳐 2023년 8월30일부터다.
이에 따라 법 시행 이후 환자나 환자 보호자가 요청할 경우에는 의료기관은 수술 장면을 의무적으로 촬영해야 한다. 다만, 응급 수술이나 위험도 높은 수술, 전공의 수련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의료기관장이나 의료인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 수술 장면을 촬영할 때 녹음 기능은 사용할 수 없지만, 환자와 참여 의료인 등 정보 주체 모두가 동의할 때는 녹음도 가능하다.
의료기관장은 촬영 영상이 분실·도난·유출·변조·훼손되지 않도록 저장장치와 네트워크를 분리해야 하며, 접속 기록 보관과 출입자 관리 방안 마련 관련 조처도 해야 한다. 또 범죄 수사, 공소 제기·유지, 법원 재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의료분쟁 조정·중재 절차 등으로 관련 기관이 요청하는 경우나 환자와 의료인 모두의 동의를 받은 경우가 아니면 촬영 영상을 열람하게 하거나 제공해선 안 된다. 의료기관은 영상을 30일 이상 보관해야 하고, 촬영 정보 열람 비용을 요청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수술실 시시티브이 의무화법은 수술실 생일 파티 등의 논란으로 2015년 처음 국회에서 발의됐다. 이후 계속되어온 수술실 내 성범죄와 무자격자 대리수술 등으로 19·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의료계 반발에 부딪혀 진척되지 못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시시티브이 의무화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의 인권 보호에 부합한다며 법안에 찬성하는 의견을 냈다. 이후에도 간호조무사 대리수술 사건 등이 드러나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안규백,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법을 발의했고, 지난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25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2014년 강남 일대 미용성형 병의원 유령수술 실태를 고발한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무자격자 대리수술로 아들을 잃은 경험을 토대로 1인 시위로 수술실 시시티브이 입법화에 앞장선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 등 수많은 이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법안은 지금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환자와 의료인 모두 100% 만족할 수 없겠지만, 유예 기간 2년 동안 머리를 맞대고 환자와 의료인 모두 동의할 합리적 방안을 찾아가길 희망한다. 법안의 국회 통과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저녁 성명을 내어 “2021년 8월31일은 대한민국 의료 역사에 오점을 남긴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 “법안이 시행되기까지 2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지속해서 법의 잠재적 해악을 규명하고, 선량한 집도의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법이 규정하는 직업 수행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헌법소원을 제기해 법정 투쟁도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법은 시행령 제정 등의 과정에서 시시티브이 설치·운영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 등의 쟁점을 두고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에 “국가 및 지자체는 시시티브이 설치 등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했지만, 지원 규모 등을 정하지 않아 정부와 병원 사이에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감시 환경 아래에서 의료 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 환자와 의사 사이 불신 조장 등을 이유로 법 제정에 강하게 반발해온 대한의사협회와 병원협회가 비용 부담에도 소극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신마취 수술이 많은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같은 필수 중증 수술과목을 지원하는 의사들이 법제화에 부담을 느끼면서 정원 미달 상황이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지훈 기자
판사 임용을 위한 법조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여야 합의로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이 부결된 것은 이례적으로, 여당 내 일부 의원들이 ‘사법개혁 후퇴’를 이유로 반대에 나선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 229명 중 찬성 111명, 반대 72명, 기권 46명으로 부결시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상민·우원식·신동근·한준호·황운하 의원 등 수십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대법원은 ‘법조일원화 제도’에 따라 2013년부터 경력 법관을 임용하고 있다. 이전에는 사법연수원 성적만으로 판사를 선발하는 ‘즉시법관제도’를 운영했는데, 이렇게 뽑힌 판사들이 사회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선배 법관 의견에 종속되거나 실생활과 동떨어진 판결을 내놓는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법조일원화 제도에 맞춰, 올해까지 법관임용 때 최소 법조 경력을 5년으로 하고, 점차 7년, 10년으로 최소 필요 연수를 늘릴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유예기간이 끝나는 2026년부터는 최소 10년의 법조 경력을 갖춰야 판사로 임용될 수 있다. 그러나 판사 수급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난달 판사 임용 경력요건을 완화해 최소 법조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낮추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가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사법개혁을 위해 도입한 제도의 취지에 역행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국회 표결에 앞서 진행된 찬반 토론에서 법안을 발의한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소 법조 경력을 10년 이상으로 강화하면 법관 부족에 의한 재판 지연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찬성 의견을 냈다. 하지만 판사 출신 같은 당 이탄희 의원은 “임용 경력을 5년으로 퇴보시키면, 법원은 변호사 시험 성적이 좋은 사람들을 로클럭(재판연구원)으로 입도선매하고 대형로펌은 향후 판사로 점지된 이들을 영입하기 위한 경쟁을 할 것이다. ‘후관예우’가 생긴다”고 반대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도 지난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개정안은 법조일원화 취지에 벗어난다”며 반대한 바 있다.
서선영 민변 사법센터 법원개혁소위원장은 이날 본회의 부결 뒤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본회의 부결을 토대로 법조일원화 제도가 다시 제대로 정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합의한 법조일원화 제도를 퇴행시키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제대로 된 공청회 한 번 없이 3개월 만에 졸속으로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는 일이 되풀이 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 관계자는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현행법에 따라 법조일원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손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