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진행되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문제는 지위협정을 위배한 특별조치협정을 또다시 위반하면서 주한미군 유지 경비 이외의 비용마저도 한국에 부담시키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미 미군은 지난해 한국이 낸 방위비 분담금 중 134억원을 주일미군 전투기와 탐색구조 헬기 정비 등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방위비 분담금이 왜 문제인가? 언뜻 보면 아무 문제가 없다. 미국이 군대를 파견하여 한국의 방위를 분담하고 있으니, 한국은 그 비용을 분담한다는 것 아닌가. 한국이 경제적으로도 성장했고 국제적 위상도 높아진 만큼 그에 걸맞게 책임을 진다는 건 어떻게 봐도 논박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맞지 않는가.

맞지 않는다. 한국은 2015년 한 해에만도 5.4조원에 이르는 방위비 분담을 했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사업도 총 사업비 11조원 중 90% 이상을 한국이 부담했다. 원래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 개정협정에 따라 미국이 부담하기로 했던 미 2사단 이전 비용까지 한국이 대부분 부담했다. 매해 이미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을 분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양국의 합의에 따라 미국이 부담하기로 한 비용까지도 한국이 지급한 것이다. 한국은 이미 책임져야 할 비용 이상을 분담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한·미 당국자들이 협상하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은 이러한 넓은 의미의 방위분담과는 다르다는 사실에 있다. 방위비 분담금은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 제5조에 대한 특별조치에 대한 대한민국과 합중국 간의 협정’(특별조치협정)에 따라 주한미군에 지급되는 지원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특별조치협정에 따른 방위비 분담금으로는 주한미군의 주둔비용 중 일부를 지원하기로 되어 있다. 현재 트럼프 정부가 요구하는 것은 이러한 항목 이외의 지원도 한국이 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가 바로 문제다.

당장 주목을 받는 문제는 미국이 터무니없이 많은 액수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애초 트럼프 정부는 한국의 직간접 지원비 총액을 넘는 6조원을 방위비 분담금으로 요구했다. 최근 협상에서 미국 쪽은 이 요구액을 13억달러(16천억원)축소했다고 하지만 2019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과 비교하면 거의 50%를 증액하라는 요구이다. 사실 특별조치협정이 체결된 1991년 이후 방위비 분담금은 눈덩이 불어나듯이 커지고 있다. 첫해 1073억원이었던 것이 매년 불어나 지난해 1389억원으로 10배 가까이 커졌다. 그런데 199143천명에 육박했던 주한미군 병력은 계속 줄어들어 현재는 28천명 수준이다. 왜 병력은 줄고 있는데 방위비 분담금은 상승하는 기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특별조치협정이 체결된 배경에 하나의 답이 있다. 이 협정은 1991년 주한미군지위협정의 1차 개정과 동시에 발표되는 바람에 그 중요성이 파묻혔다. 당시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던 것은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의 형사재판권 자동포기 조항과 같은 불평등 조항의 개정이었지만 노태우 정부가 협정을 체결한 이유는 1989년부터 시작된 냉전 해체 과정에 있었다. 미국에서 미군 병력 감축 요구가 강하게 제기되면서 만들어진 3단계 주한미군 재조정 계획안에 따르면 1991년까지 1단계로 7천명을 철수하고 3단계(1996~2000) 이후에는 최소한의 미군만 남긴다는 것이었다. 주한미군을 금과옥조로 여기던 보수 정부에는 날벼락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당황한 나머지 주한미군 철수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방위비 분담금이라는 명목의 돈을 풀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노태우 정부가 얼마나 다급했는지는 이 특별조치협정이 그 모법인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지위협정)을 위반한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지위협정 제5조는 미국이 대한민국에 부담을 과하지 아니하고 합중국 군대의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특별조치협정이 모법을 위반하며 주한미군 유지에 필요한 경비를 한국이 부담하기로 한 것이다. 국회의 비준을 받은 지위협정을 중대하게 위반한 특별조치협정이 국회의 비준을 받지 않은 것도 심각한 절차적 문제다.

지금 진행되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문제는 지위협정을 위배한 특별조치협정을 또다시 위반하면서 주한미군 유지 경비 이외의 비용마저도 한국에 부담시키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미 미군은 지난해 한국이 낸 방위비 분담금 중 134억원을 주일미군 전투기와 탐색구조 헬기 정비 등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현실적으로 특별조치협정을 무시하면서 주한미군 경비 이외의 목적에 방위비 분담금을 사용한 데 이어 이제 아예 새로운 항목을 만들어 이를 정당화하려는 것이다.

분담금 액수만이 문제가 아니다. 적폐는 바로잡아야 한다.

<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


이용만 당했다”? 누가 누구를 이용하는가성찰 필요

 위안부 운동사는 다층적·복합적, 여성·인권·평화 국제연대

        

어떤 사태에는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을 고려해 사태를 명명하기 마련이다. 원인은 외부/내부 요인으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외인의 작용으로 인해 오래 봉합됐던 내인이 함께 터져 나올 수도 있고, ‘내인으로 터진 갈등이 외인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 이를 고려해, 지금 이 사태를 뭐라 명명할 수 있을까?

사건사의 시각으로 이 사태를 보자면, 원인은 지난 57일 일본군 위안부피해생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이다. 피해생존자의 고통이 배인 절박한 말과 인권운동가의 지난 운동의 방향과 방법에 대한 비판적인 말이 뒤섞여 토해졌던 기자회견이었다. 일본군 위안부문제가 30년 동안 답보 상태인 현실을 고통스럽게 마주하고 목소리를 냈다. 이용수님의 말은 윤미향과 정의연을 향하기도 했지만, 또한 말잔치 외에 실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한국 정부, 역사부정론에 입각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는 아베 정부를 향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파편화된 목소리 막바지에 돈은 왜 마음대로 할머니들한테 안 쓰고 저거 마음대로 써. 그렇게 당하고 있었다가 섞여 나오면서, 대다수 언론은 약 한 달 동안 연일 윤미향 사태또는 정의연 사태로 명명된 엄청난 양의 보도를 쏟아냈다. 그런 명명은 일본군 위안부운동의 대표 활동가(윤미향)와 단체(정의기억연대)에서 사태의 원인을 찾고, ‘현미경 보도로 제기된 각종 의혹들을 기정사실로 바라보게 한다. 525일 이용수님의 두 번째 기자회견은 그런 보도들이 자기 확증하는 근거가 되었다. 대다수 언론은 할머니들을 팔아먹었습니다란 말을 듣고 이용만 당했다고 헤드라인으로 뽑아내면서 그야말로 적극 이용했다. 증언 연구자라면, 이용수 할머니가 어떤 생각과 감정으로 어떤 맥락에서 말하고 있을까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어렵게 결들을 헤쳐 나가고 있었을 거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은 정해진 프레임으로 그 말을 절취해 우겨넣었다. 요샛말로 흑화폭로 저널리즘의 민낯이 아닐까?

한편, 음모론의 문법으로 기계적으로 대입한 저널리스트와 유튜버들은 이 사태를 이용수 사태로 바라봤다. 이용수 할머니 대 윤미향·정의연 대립 프레임은 그렇게 진영화된 구도로 빨려 들어갔다. 대립적인 사태 명명은 이용수 할머니, 윤미향, 정의연 모두에 대한 혐오·증오 발화의 폭발로 이어졌다. 윤미향·정의연에겐 피해생존자를 앵벌이시킨 파렴치범, (보상)을 못 받게 해서 문제 해결을 방해하고 권력만 쫓은 전체주의자, 반일=종북 낙인, 피해자의 을 따르지 않고 기억을 의심해 일본 극우의 행태를 보인 친일파, 그리고 매춘부라는 혐오가 쏟아졌다. 급기야 이용수 할머니에게도 배후에 의해 조종당하면서 권력만 탐하는 물색없는 대구 사는 노인, 일본군 병사와 영혼결혼식한 친일 매춘부라는 혐오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그 어느 쪽에도 진실이 없다. 양쪽 다 가짜 사실이 넘쳐나고 진실보다는 신념이나 감정이 여론 형성을 주도하면서 같은 의견과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대안적 사실을 진실이라고 우겨대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가짜와 거짓을 계속 듣다보면 진실을 보는 눈을 완전히 잃고, 심지어 지어낸 이야기에 만족하게 되는 상황의 도래가 정말 두렵다.

난 이 사태를 탈진실의 맥락에서 바라보고 있다. 2019년 한국 사회에서도 본격화된 일본군 위안부문제의 부정·부인(denial)과 여성혐오로 무장한 <반일 종족주의> 자장 아래에 있는 여러 의도와 기획이 이용수 기자회견을 이용해 윤미향과 정의연을 일점 돌파하는 방식으로 힘들을 쏟아내면서 윤미향 사태또는 정의연 사태가 되었다. 그에 대한 진영화된 반발은 이용수 사태로 이어졌다.

참담한 건 이 사태들을 보도하는 극우 가짜뉴스 매체들은 물론, 보수 일간지들의 프레임과 숱하게 양산된 기사에서도 <반일 종족주의>의 언어들, 그 논리와 방법이 재현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정대협은 그들의 공명심을 충족하기 위해, 그들의 직업적 일거리를 잇기 위해” “개인의 인생사 따윈 아무래도 좋은 것으로 팽개치고위안부를 민족의 성녀로앞세워 시위를 벌이면서 아무도 맞설 수 없는 전체주의적 권력으로 군림하였다”(<반일 종족주의>, 337-338)는 수준의 이해와 내용이 기사마다 넘실거렸다. 이런 기사들은 일본어 온라인판으로 거의 동시에 일본에 출고되었다. 이를 받아쓰는 일본 극우보수 언론은 이 사태를 윤미향, 정의연,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일본군 위안부운동 30년의 역사를 부정하는 사실 근거들로 삼아 보도했고, 한국 보수 언론은 이를 다시 현지(일본) 특파원 칼럼 등의 형식으로 한국어로 보도하면서 결과적으로 부정과 혐오를 진실로 포장해 보도했다.

참담한 상황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511일 이영훈 등이 개최한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 출간 기자회견에 대해선 일부 언론이 비판적인 전문가 코멘트나 기획 기사를 낸 바 있다. 그러나 얼마 전 526일 이영훈과 류석춘 교수, 반일동상진실규명공대위가 주최한 <정대협의 위안부 운동, 그 실체를 밝힌다> 심포지엄을 보도한 기사들에선 기계적인 비판 코멘트조차 아예 없었고, 일방적으로 그들의 주장을 받아쓰고 대변하는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언론이 <반일 종족주의> 시리즈를 집중적으로 다뤄주고 그 과정에서 (의도했든, 안했든 간에) 그 책의 주장이 부각되고 확대 재생산되는 상황이고, 기자들조차 그 주장에 동조하는 상호 참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512일 수요시위 전 날 반일동상진실규명공대위와 위안부인권회복실천연대가 평화의 비(‘소녀상’) 앞에서 연 기자회견의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그들이 내건 펼침막에는 위안부상 철거, 수요집회 중단이란 구호가 새겨져 있었다. 태극기와 일장기를 양 손에 들고 친일이 곧 애국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의 입에서 치욕스런 위안부 이력 속속들이 까발려 모욕 준 정대협과 여가부는 용서 못할 인권침해 집단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 동안 피해생존자들을 조롱하고 모욕한 한국 뉴라이트 부정론자들의 입에서 피해생존자들의 인권이 거론되었던 것이다. 이런 행태야말로 위안부피해자들을 간악하게 이용해먹는 복화술이다. 이렇게 보면, 이 사태는 부정과 혐오의 백래시사태로도 조명되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사태의 외인론 입장에서 보면 말이다.

일본군 위안부문제의 역사와 30년 운동의 진실은 결코 매끈하지도 납작하지도 않다. 울퉁불퉁하고 다층적이고 복합적이다. 그렇기에 여성·인권·평화 국제연대 운동을 만들었다는 서사에 결코 만족하지 말고, 이 사태를 계기로 삼아 30년이라는 시간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성찰해야만 한다. 그래야 피해자 없는 위안부운동이 가능한 건지, 아니 정말 필요한 건지, 그렇다면 어떤 방향과 방법으로 모색되어야 하는 건지 논의를 모아가면서 부정과 혐오의 백래시에 반격할 수 있는 힘이 더 두터워지지 않을까? < 강성현 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교수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 지원을 위해 이탈리아에 파견된 쿠바 의료진이 지난 322(현지시간) 밀라노 인근 말펜사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의사가 집집마다 방문 점검·의료진 국외파견도

             

쿠바가 풍부한 의료인 자원에 힘입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7일 트위터에 "일주일 동안 (코로나19) 사망자가 없었다""쿠바에선 확산이 통제되고 있다"고 선언했다. 이날 현재 쿠바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191, 사망자는 83명이다.

지난달 301명이 사망한 이후 일주일째 추가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

확진자는 전날 하루 18명이 추가됐다. 일별 증감이 있긴 해도 4월에 비해 하루 확진자 수도 줄었다.

아직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하긴 이르지만 전 세계 코로나19 확산의 중심지가 된 중남미에서는 비교적 모범적인 선방이다. 중남미 내 쿠바의 좌파 우방인 베네수엘라와 니카라과의 경우 정부의 코로나19 통계에 대한 의구심이 안팎에서 제기되는 데 반해 쿠바에 대해서는 딱히 의혹의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쿠바가 성공적인 코로나19 통제 프로그램으로 모범이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관광 의존도가 높은 쿠바는 국경 통제를 비교적 늦게 시작했다. 경제난 속에 마스크 만들 천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들을 딛고 코로나19에 선방한 대표적인 요인은 쿠바의 풍부한 의료진이다.

쿠바는 잘 알려진 '의사 부국'이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쿠바의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는 8.4(2018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 지출도 중남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튼튼한 의료 인프라는 보건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쿠바 정부는 수만 명의 가정 주치의와 간호사, 의대생들이 매일 모든 가정을 돌며 주민의 상태를 점검하도록 했다. 의사 리스 카바예로는 의대생과 함께 매일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자신이 담당하는 328가구를 방문한다. 그는 "뎅기열 유행 때도 이렇게 집집마다 방문한 적이 있어 낯설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아메리칸대의 윌리엄 리오그랜드 교수는 가디언에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나라는 서반구에 쿠바뿐"이라며 "보건 시스템 전체가 국민과 긴밀히 접촉하고 건강 이상이 생기면 곧바로 대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감염을 곧바로 파악하고 추적해 격리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쿠바의 보건체계는 이러한 전략을 수행하기에 매우 적합하다"고 말했다.

감염자 통제에도 철저했다. 중남미 대부분의 나라는 병상 부족으로 확진자 중에서도 중증 환자만 입원이 가능한 상황인데 쿠바는 확진자 전원을 국가 격리센터에 수용하고 치료했다.

이 역시 의사가 많기에 가능했다. 쿠바 정부는 극심한 의료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다른 나라들에 의료진을 파견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마스크 착용에 미온적이던 다른 서구 국가들과 달리 일찌감치 마스크 착용도 의무화했다.

의학저널 메딕 리뷰의 게일 리드는 가디언에 "쿠바의 진정한 성공은 전 세계 학자들이 효과적이라고 인정한 공중 보건조치들을 적용했다는 점"이라며 "성공해야 한다는 정치적 의지도 있었다"고 말했다.


16년 활동가 손영미 씨, 자택서 숨진채 발견

온라인 비난 댓글 등 영향 미친 듯정의연, 언론 비판 성명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운영하는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할머니의 거처인 평화의 우리집’(쉼터) 소장 손영미씨가 경기도 파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7일 파주경찰서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6일 손씨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밤 1035분께 손씨의 집에서 숨진 손씨를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 침입 흔적이 없는 등 현재로서는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까지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8일 손씨의 주검을 부검하고, 휴대전화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하기로 했다.

정의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손씨는 2004년 당시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부탁을 받고 쉼터 관리를 맡아왔다. 고 김복동 할머니와 길원옥 할머니가 외국을 방문할 때도 동행해 할머니들의 수발을 들었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할머니들의 손과 발이 되어준 활동가로 알려져 있다. 정의연은 이날 부고 성명을 내고 손씨는 개인의 삶은 뒤로한 채 할머니들의 건강과 안위를 우선시하며 늘 함께 지내오셨다. 기쁜 날에는 할머니들과 함께 웃고, 슬픈 날에는 할머니들을 위로하며 그렇게 할머니들의 동지이자 벗으로, 그리고 딸처럼 16년을 살아오셨다고 추모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할머니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 앞에서 손영미 소장의 부고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손씨, “검찰 수사, 언론 취재경쟁 때문에 힘들다토로

손씨는 정의연의 회계에 직접 관여할 위치에 있지 않아 아직 검찰 조사를 받지는 않았다. 검찰은 최근 정의연의 회계 부실과 윤미향 의원의 개인계좌 등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회계 관련자를 잇따라 소환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손씨를 조사한 사실도 없었고, 조사를 위한 출석 요구를 한 사실도 없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손씨의 극단적 선택 배경으로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감이 거론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하지만 손씨는 자신이 관리하는 쉼터가 검찰에 압수수색을 당한 것에 심한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손씨의 지인들은 이날 경찰에 손씨가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힘들다고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연도 손씨가 검찰의 (쉼터에 대한) 압수수색 이후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다며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을 호소하셨다고 전했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쉼터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정의연 쪽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정의연 쪽은 당시 쉼터에 거주하는 길원옥 할머니의 건강을 이유로 이곳에 보관된 자료를 임의제출 하기로 검찰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임의제출 합의는) 정의연 쪽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손씨가 압수수색 현장에서 어떤 압박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자 서부지검은 이날 지하실에서 실제 압수수색을 할 당시 고인은 그곳에 없었던 것으로 수사팀은 알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의 과도한 취재경쟁도 손씨를 괴롭혔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의연은 손씨는 최근 정의연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무엇보다 언론의 과도한 취재경쟁으로 쏟아지는 전화와 초인종 벨소리, 카메라 세례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셨다. 항상 밝게 웃으시던 고인은 쉼터 밖을 제대로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셨다고 밝혔다. 최근 온라인에 정의연을 비난하는 글이 많이 올라온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에 어떤 영향?차질 불가피

검찰은 지난달 20~21일 정의연 사무실과 쉼터 등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지난달 26일부터 회계담당자 등을 불러 회계처리와 후원금 사용 문제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지난 5일 경기도 안성의 힐링센터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막 속도를 내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손씨의 극단적 선택으로 검찰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손씨가 주변에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수사에 대한 반발 여론이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채윤태 박경만 기자 >

검찰의 정의연 쉼터 압수수색 당시 모습

홀로 가시게 해 미안합니다윤미향 의원, 추모사 올려

복동할매랑 만들고 싶어 했던 세상에서 우리 다시 만나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날 숨진 고 손영미(60) ‘평화의 우리집소장의 추모사를 올렸다. 윤 의원은 이 글에서 생전 위안부 할머니들만을 위해 살아온 손 소장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윤 의원은 “2004년 처음 우리가 만나 함께 해 온 20여년을 너무나 잘 알기에 이런 날들이 우리에게 닥칠 것이라고 3월 푸르른 날에조차 우리는 생각조차 못했다. 우리 복동 할매 무덤에 가서 도시락 먹을 일은 생각했었어도 이런 지옥의 삶을 살게 되리라 생각도 못했다그 고통, 괴로움 홀로 짊어지고 가셨으니 나보고 어떻게 살라고요라고 밝혔다.

윤 의원은 최근 검찰이 정의기억연대(정의연)회계부정의혹 등을 수사하고, 이를 언론이 보도하는 과정에서 손 소장이 겪은 압박감에 대해서도 미안함을 표했다. 윤 의원은 기자들이 쉼터 초인종 소리 딩동 울릴 때마다, 그들이 대문 밖에서 카메라 세워놓고 생중계하며 마치 쉼터가 범죄자 소굴처럼 보도를 해대고, 검찰에서 쉼터로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하고, 매일같이 압박감(을 느꼈다). 죄인도 아닌데 죄인 의식 갖게 하고, 쉴 새 없이 전화벨 소리로 괴롭힐 때마다 홀로 그것을 다 감당해 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라고 썼다.

생전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살아온 손 소장에 대한 고마움도 함께 표현했다. 윤 의원은 쉼터에 오신 후 신앙생활도 접으셨고, 친구관계도 끊어졌고, 가족에게도 소홀했고, 오로지 할머니, 할머니. 명절 때조차도 휴가 한번 갈 수 없었던 우리 소장님. 당신의 그 숭고한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내 가슴 미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윤 의원은 우리 복동할매랑 조금만 손잡고 계세요. 우리가 함께 꿈꾸던 세상, 복동할매랑 만들고 싶어 했던 세상, 그 세상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하 추모사 전문.

<추모사>  사랑하는 손영미 소장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나랑 끝까지 같이 가자 해놓고는 그렇게 홀로 떠나버리시면 저는 어떻게 하라고요... 그 고통, 괴로움 홀로 짊어지고 가셨으니 나보고 어떻게 살라고요...

할머니와 우리 손잡고 세계를 여러바퀴 돌며 함께 다녔는데 나더러 어떻게 잊으라고요...

악몽이었죠. 2004년 처음 우리가 만나 함께 해 온 20여년을 너무나 잘 알기에 이런 날들이 우리에게 닥칠 것이라고 3월 푸르른 날에조차 우리는 생각조차 못했지요. 우리 복동 할매 무덤에 가서 도시락 먹을 일은 생각했었어도 이런 지옥의 삶을 살게 되리라 생각도 못했지요.

그렇게 힘들어 하면서 대표님, 힘들죠? 얼마나 힘들어요전화만 하면 그 소리... 나는 그래도 잘 견디고 있어요. 우리 소장님은 어떠셔요? “내가 영혼이 무너졌나봐요. 힘들어요.” 그러고는 금방 아이고 힘든 우리 대표님께 제가 이러면 안되는데요... 미안해서 어쩌나요..”

우리 소장님, 기자들이 쉼터 초인종 소리 딩동 울릴 때마다.. 그들이 대문 밖에서 카메라 세워놓고 생중계하며, 마치 쉼터가 범죄자 소굴처럼 보도를 해대고, 검찰에서 쉼터로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하고, 매일같이 압박감.. 죄인도 아닌데 죄인의식 갖게 하고, 쉴 새 없이 전화벨 소리로 괴롭힐 때마다 홀로 그것을 다 감당해 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저는 소장님과 긴 세월을 함께 살아온 동지들을 생각하며 버텼어요. 뒤로 물러설 곳도 없었고 옆으로 피할 길도 없어서 앞으로 갈 수밖에 없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버텼어요.

그러느라... 내 피가 말라가는 것만 생각하느라 우리 소장님 피가 말라가는 것은 살피지 못했어요. 내 영혼이 파괴되는 것 부여잡고 씨름하느라 우리 소장님 영혼을 살피지 못했네요. 미안합니다. 정말로 미안합니다. .

소장님... 나는 압니다. 그래서 내 가슴이 너무 무겁습니다. 쉼터에 오신 후 신앙생활도 접으셨고, 친구관계도 끊어졌고, 가족에게도 소홀했고, 오로지 할머니, 할머니... 명절 때조차도 휴가한번 갈 수 없었던 우리 소장님... 미안해서 어쩌나요. 당신의 그 숭고한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내 가슴 미어집니다.

외롭더라도 소장님, 우리 복동할매랑 조금만 손잡고 계세요. 우리가 함께 꿈꾸던 세상, 복동할매랑 만들고 싶어 했던 세상, 그 세상에서 우리 다시 만나요.

사랑하는 나의 손영미 소장님, 홀로 가시게 해서 미안합니다. 그리고 이젠 정말 편히 쉬소서.  ( 윤미향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