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코로나 진단기준 강화하면 확진자 4배 늘 것       

홍콩대 연구팀, “진단기준 약화로 통계 낮아져

임상진단환자 포함 실제 확진자 232천여명

경증·무증상 환자 포함하면 확진자 규모 더 늘 수도

 

중국이 진단 기준을 강화하면 코로나19 확진자 규모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4배 이상 늘어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23일 홍콩대 연구팀이 의학전문지 <랜싯>에 기고한 연구보고서 내용을 따 지난 2월초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제시한 코로나19 진단·치료기준’ 5차 수정안을 지난해 말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적용할 경우, 지난 220일을 기준으로 확진환자는 공식 집계된 확진자 55천여명보다 4배 이상 많은 232천여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진단 기준이 느슨해 확진자 통계가 실제보다 낮게 발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앞서 중국 방역당국은 지난해 12월 말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보고된 이후 달라진 상황에 맞춰 모두 7차례 진단·치료기준을 수정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기준이 바뀔 때마다 확진자 규모에 큰 변화가 생겼다기준이 처음 개정됐을 때 확진자가 7.1배 늘었고, 네번째 개정됐을 때 4.2배 늘기도 했다고 전했다.

특히 연구팀은 지난 25일 발표된 진단기준 5차 수정안에 주목했다. 당시 중국 방역당국은 진단검사 결과 양성 판정이 나오지 않더라도, 발열·기침 등 임상증상을 보이고 폐 컴퓨터 단층촬영(CT) 결과 폐렴증세가 확인된 이른바 임상진단환자까지 확진자로 분류하도록 했다.

바뀐 기준이 처음 적용된 213일 하루에만 신규 확진자가 전날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난 14840명로 집계됐고, 사망자도 2배 이상 늘어난 242명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중국 방역당국은 1주일 남짓 만인 같은 달 19일 기준을 재개정해 임상진단환자를 확진자에서 다시 제외시켰다. “진단검사의 정확도가 높아졌다는 게 이유였지만, 확진자 규모를 줄이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홍콩대 연구팀은 임상진단환자 외에 경증환자와 무증상 감염자까지 더하면, 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 규모는 훨씬 늘어날 것이라며 진단키트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국가는 임상진단환자까지 확진자로 분류하는 게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보다 정확해 파악하고, 그에 맞게 방역대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

일 전문가 "일본 코로나 감염자, 발표 수치의 12배 가능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일본 보건당국이 유전자 증폭(PCR) 검사 규모를 확대하지 못하는 가운데 증상 없는 감염자가 확산했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쿠다 야스하루 무리부시 오키나와임상연구센터장(임상역학)23일 보도된 마이니치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관해 "현재 발표된 수의 12배에 달하는 감염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염됐음에도 검사에서 정확하게 양성 판정을 받지 않은 사람, 검사를 받지 않는 증상 발현 4일 미만의 경증자, 무증상자의 비율 등을 토대로 이같이 추산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NHK의 집계에 의하면 230시 기준 일본의 누적 확진자는 12706명이다.

도쿠다 센터장의 추산대로 감염된 이들이 발표된 확진자의 12배라고 가정하면 일본에 15만명이 넘는 감염자가 있는 셈이다. 그는 "검사 체제를 갖추지 않은 신흥국도 고려하면 세계에는 공표된 수의 약 10배 수준의 감염자가 있다"는 견해를 함께 밝혔다.

게이오대 병원의 발표를 보면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지내고 있는 환자들이 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게이오대 병원이 코로나19 이외의 치료를 목적으로 병원에 온 환자 67명을 상대로 수술 및 입원 전에 검사를 실시한 결과 6.0에 해당하는 4명이 양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 괴팅겐대학교의 연구팀이 이달 초 발표한 추산에 의하면 세계에는 3월 말 시점에 수천만 명의 코로나19 감염자가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당시 전 세계 확진자는 약 86만명이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연구팀은 중국의 대규모 조사에 토대를 둔 코로나19 치명률을 사용해 잠재적 감염자 규모를 추산했다.

경찰 이부진 프로포폴 불법 투약 증거 없어내사 종결

        

이부진 등 4명의 프로포폴 투약 기록만 없어

경찰, 다른 환자 기록·의사 증언 등으로 추정

감정기관 중독·의존성 발생할만한 양 아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을 내사한 경찰이 불법 투약한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로 결론냈다. 프로포폴 투약량이 오남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정작 이 사장의 투약량 기록은 보관돼있지 않아 반쪽짜리 수사에 그쳤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해 3월부터 이 사장이 2016년 서울 강남구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했다는 의혹을 두고, “이 사장이 2016년 이 병원에 방문해 시술을 받았고 프로포폴이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23일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사용된 투약량이 오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문기관 감정결과와 그 외 불법 투약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내사를 종결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사장은 2015년부터 이 병원에 미용 시술 목적으로 여섯 차례 방문해 프로포폴을 투약받았다. 하지만 경찰은 이 사장의 프로포폴 투약 기록을 확보하지 못해 병원장의 진술, 이 사장의 병원 방문기록 등의 정보를 근거로 수사를 진행했다. 이 병원은 이 사장 등 환자 4명의 프로포폴 투약량 기록을 분실했다고 경찰에서 주장했다.

경찰은 대신 수사 과정에서 다른 환자들의 프로포폴 투약량과 병원 전체 프로포폴 반입량, 폐기량 등을 비교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 8개 전문기관은 감정을 의뢰한 경찰에 이 사장이 6회 투약을 받았지만, 각 시술 날짜에 약 7개월의 간격이 있으며, 추정되는 투약량도 의존성이나 중독성이 발생할만 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구재성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프로포폴 오남용 사실을 확인하려면, 의사가 얼마나 처방해서 투약했는가 기록이 있어야 하는데, 이 사장에 대한 기록이 존재하지 않아서 의사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다른 환자들이 투약한 양과 비교 검토해 전문기관에 감정을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해 3월부터 이 병원과 병원의 세무사무소, 금융기관 등 8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내사를 벌여 이 사장과 병원 사이에 금품이 오간 정황을 추적했지만,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다만 경찰은 이 사장의 불법 투약 의혹과 별개로 병원장이 일부 의료기록을 누락한 사실을 발견해 이 원장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같은 혐의를 받은 간호조무사 2명은 불기소 의견으로 넘겼다.

지난해 3<뉴스타파>성형외과에서 근무했던 간호조무사의 말을 인용해 이 사장이 20161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한달에 최소 두 차례 병원을 방문해 프로포폴을 투약했으며, 해당 병원은 이 사장의 투약기록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 채윤태 기자 >

 


'지자체장 또 성추행 쇼크' 오거돈 부산시장 자진사퇴 상보

기자회견 자청 "여성 공무원 면담 과정서 불필요한 신체접촉"

성추행 피해 신고받은 부산성폭력상담소 사퇴 요구에 백기

변성완 행정부시장이 권한 대행내년 4월까지 행정 공백 불가피

 

오거돈 부산시장이 전격 사퇴했다.

오 시장은 23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어 "시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죄스러운 말씀을 드린다. 저는 최근 한 여성 공무원을 5분간 면담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있었고 강제추행으로 인지했다""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저의 행동이 경중에 상관없이 어떤 말로도 용서받지 못할 행위임을 안다""이런 잘못을 안고 위대한 부산시민이 맡겨주신 시장직을 더 수행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고 했다.

오 시장은 이어 "공직자로서 책임지는 모습으로 남은 삶을 사죄하고 참회하면서 평생 과오를 짊어지고 살겠다""모든 잘못은 저에게 있다"며 흐느꼈다.

그는 "34기로 어렵게 시장이 된 이후 사랑하는 시민을 위해 시정을 잘 해내고 싶었지만,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 너무 죄송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시장 집무실에서 한 여성 공무원과 면담하다가 해당 여성의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진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여성은 부산성폭력상담소를 찾아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렸고, 오 시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이 사퇴함에 따라 부산시정은 변성완 행정부시장이 시장 권한대행으로 이끌게 됐다. 오 시장 취임과 함께 시청에 입성한 정무 라인도 일괄 사퇴할 예정이다.

한편 오 시장 사퇴에 따른 보궐선거는 내년 4월 치러질 예정이어서, 부산시정은 1년간 공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임통지서 시의회 제출"바로 효력 발생"

23일 전격 사퇴를 발표한 오거돈 부산시장의 사임통지서가 부산시의회에 제출됐다.

부산시의회는 이날 오전 1130분께 오 시장의 사임통지서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부산시의회 한 관계자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사임통지서는 접수된 날로부터 바로 효력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미투 의혹 넘겼는데 결국 여직원 성추행으로 자진 하차

한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했다며 전격 사퇴 의사를 밝힌 오거돈 부산시장은 지난해에도 미투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해 10월 모 유튜브 채널이 오 시장 미투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유튜버는 2018년 지방선거 때 오 시장 선거캠프에서 거액의 돈거래가 있었다고 주장한 데 이어 오 시장이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오 시장 측은 이들의 계속된 주장을 '가짜 뉴스'라고 규정하고 관련자 3명을 대상으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오 시장 측은 당시 "개인을 넘어 350만 부산시민을 대표하는 시장과 부산시 명예를 훼손하고 시정 신뢰를 떨어뜨려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강력 대응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당시 미투 의혹은 세간의 기억에서 잊히며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오 시장은 6개월 만에 스스로 다른 성추행 사실을 밝히며 자진 사퇴했다.

오 시장은 23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저는 한 사람에게 5분간의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경중에 상관없이 어떤 행동, 말로도 용서가 안 된다"며 강제추행 사실을 인정하며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오 시장은 앞서 2018년 한 회식 자리에서 여성 노동자들을 양옆에 앉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사퇴 소식에 한 여성단체는 "오 시장이 그동안 보여준 낮은 성 인지 감수성을 보면 어느 정도 예견 가능한 일이었다"고 비판했다.

사퇴로 공석된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내년 47

오거돈 부산시장이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했다며 전격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공백이 된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내년 47일 치러진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부산시로부터 시장 궐위 통보문이 공식 도착하면 보궐선거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오 시장 사퇴가 확정되면 보궐선거일은 내년 47일이 된다.

선관위는 내년 38일 이전에 사퇴 등의 사유로 시도지사, 광역 단체장 자리가 궐위(직위나 관직 자리가 빈 상태)되면 내년 4월 첫 번째 수요일인 47일 보궐선거가 열린다고 설명했다.

부산시장 예비후보 등록은 올해 128일이며 공식 후보등록은 내년 31819, 선거운동 기간은 32546일까지 13일간이다.

34기 신화서 한순간 불명예 하차 오거돈, 그는 누구인가

사퇴한 오거돈 시장은 오뚝이 같은 삶을 살았다. 4번째 도전 끝에 부산시장에 당선된 그의 인생 후반 여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행정고시 합격으로 1974년 부산시 행정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한 그는 이후 내무부와 부산시 요직을 두루 거친 자타가 인정하는 행정 전문가이자 해양전문가로 평가받았다.

첫 발령지인 부산을 잠시 떠나 대통령 정책보좌관실, 내무부 국민운동지원과장 등을 그쳐 1992년 다시 부산시 재무국장으로 부임한 뒤 줄곧 부산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상수도사업본부장, 기획관리실장, 정무부시장, 행정부시장 등 시장직을 제외하고는 오를 수 있는 자리는 다 했다.

그는 언어장애 핸티캡을 선이 굵은 일 처리와 아래 직원과 원만한 소통으로 만회하며 주변으로부터 좋은 평을 받았다.

그가 정치권에 발을 처음 내디딘 것은 20046·5 재보선이다. 그는 이때 열린우리당으로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해 낙선했다. 하지만 이때 도전 전력은 헛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2005년부터 2006년까지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한다.

이후 한국해양대 총장을 역임하면서 부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해양·물류밖에 없다며 해양수도로서 부산 역할을 강조하는 등 지역에서 원로로서 걸맞은 역할을 했다.

해양대 총장 시절에는 축제 등 여러 무대에서 평소 말을 더듬는 것과는 달리 멋들어지게 노래를 불러 '노래하는 총장'으로 불렸다.

부산지역 정치에서 그의 행보는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다고 지역 정치계는 평가한다.

그는 20146월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후보로 나서 '통 큰 연대'란 말을 만든 주인공이다.

당시 보수 일색의 부산에서 진보 후보가 당선되기 위해서는 민주당 이름을 달고 후보로 나서기보다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야권 연대를 통해 선거를 치르자는 개념이다.

그는 "20년간 독점해온 새누리당에 대항해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는 '통 큰 연대' 만이 시장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같은 전략에도 당시 서병수 후보에게 눈물을 삼켰다.

하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서 34기 도전 끝에 부산시장 자리를 꿰찼다.

당시 그의 당선은 1995년 처음 시작한 민선 1기 지방선거 이래 23년 만에, 그 이전 보수정권의 임명직 단체장 시절을 합하면 30여년 만에 부산지방 권력이 보수에서 진보로 교체됐다.

그토록 꿈꾸던 부산시장직에 어렵게 오른 그는 취임 2년을 못 채우고 성추행이란 불명예를 안고 자리에서 내려왔다.

측근보내 회유·증인없다 부인터질게 터진권력형 성범죄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시장 자리에서 사퇴했지만, 사퇴에 이르기까지 과정과 사퇴하며 내놓은 입장문은 진정한 사과나 반성과는 거리가 있었다. 지난해 불거졌던 미투 의혹까지 다시 조명되며 시청 안팎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도 나왔다.

오 시장과 피해자 쪽이 밝힌 내용을 종합하면, 오 시장은 부산에 첫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221)한 뒤 부산시 공무원들이 비상근무를 하던 이달 초 수행비서를 통해 피해 여성 직원을 집무실로 불렀고 강제적인 신체접촉을 했다. 조직 상하관계 사이에서 이뤄진 전형적인 권력형 성추행인 셈이다. 이를 두고 오 시장은 이날 회견에서 “5분 정도의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 이것이 해서는 안 될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경중에 관계없이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 직원은 이날 부산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그곳에서 발생한 일에 경중을 따질 수 없다. 그것은 명백한 성추행이었고, 법적 처벌을 받는 성범죄였다.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경중에 관계없이등의 표현으로 되레 제가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비칠까 두렵다고 밝혔다. 또 이런 우려 때문에 입장문의 내용을 사전에 확인하겠다는 의견을 전했지만 오 시장 쪽에서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기자회견도 예상치 못한 시간에 갑작스레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며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내용이나 형식은 최소한의 성찰도 없었던 셈이다.

피해자는 이날 입장문에서 자신은 여느 사람들과 같이 평범한 사람이라며 월급날과 휴가를 기다리면서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평범’, ‘보통이라는 말의 가치를 이제야 느낍니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이번 사건으로 제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또 성추행 뒤 측근을 통해 피해자를 회유하고 목격자가 없다며 성추행 사실을 부인했다. 이달 말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폭로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받은 뒤에야 이날 사퇴를 선언했다.

오 시장의 과거 행적들도 도마 위에 올랐다. 부산성폭력상담소는 이날 성명을 내어 오 시장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성희롱·성폭력 전담팀 구성을 미뤘던 모습이나 2018년 회식 자리에서 여성 노동자들을 양옆에 앉힌 보도자료 등에서 (이번 사건은)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 낮은 성인지 감수성과 이를 성찰하지 않는 태도는 언제든지 성폭력 사건으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0월에도 오 시장은 미투 의혹이 불거졌다. 한 유튜브 채널에서 부산시청 광장 앞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장 근처에서 오 시장이 전 부산시청 여성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오 시장은 가짜뉴스라며, 해당 유튜브 진행자 3명을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부산시 한 직원은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비슷한 추문에 연루돼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으면서 성추행을 저지를 수 있느냐. 정말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은 성폭력 사건 자체가 권력의 상하관계에서 계속 반복되는 문제였다. 권력의 상하관계, 권위주의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분이라며 이를 위해서도 가해자가 정확히 처벌받는 사례를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피해자 쪽은 사건이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경계했다. 피해자는 입장문에서 이번 사건과 총선 시기를 연관 지어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움직임이 있다. 정치권의 어떠한 외압과 회유도 없었으며, 정치적 계산과도 전혀 무관함을 밝힌다. 부디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 부산/김광수 기자 >

         

공증 때 피해자가 사퇴시점 제시회유·협박 없었다

서지율 부산성폭력상담소 상담실장

오 시장 쪽 총선 뒤 사퇴제안보수언론 보도에

사실무근본질과 무관한 정치적 해석유감 표명

정치적 해석으로 사건 본질과 상관없이 불필요한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굉장히 유감이다.”

여성 직원 성추행을 시인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사퇴 시점(23)을 두고 오 전 시장이 총선 뒤로 제안했다는 보수언론 보도와 관련해, 피해자 쪽이 강하게 부인하며 유감을 표시했다.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지원하는 부산성폭력상담소 서지율 상담실장은 24<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피해자가 오 시장의 사퇴일을 ‘4월 말까지로 제시했다. 애초 피해자는 사퇴일을 정한다는 생각조차 없었는데, 상담소와 의논하면서 기한을 정해 (이달 말로) 제안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증 내용도 오 전 시장이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4월 말까지 사퇴한다는 게 전부다. (사퇴 날짜를 정하는) 이 과정에서 회유와 협박은 없었다. 오 전 시장 쪽 관계자와 소통해 협상했다고 덧붙였다.

서 실장은 이 사건의 전말은 가해자가 처벌받고, 피해자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전부다. 피해자는 총선에 관심이 없었다. 자기 삶이 걸린 문제를 마무리하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총선 등 정치적 영향과 엮으려는 개인이나 단체가 있을까 걱정돼 피해자 입장문에서도 이 내용을 썼다. (근거 없는 추측성 주장을) 제발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피해자는 지난 23일 상담소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총선 시기를 연관 지어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움직임이 있다. 분명하게 말한다. 정치권의 어떤 외압과 회유도 없었으며, 정치적 계산과도 무관하다.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오 전 시장을 고소할지 고민 중이라고 한다. 서 실장은 경찰이 내사 착수했다는 상황은 알고 있다. 오 전 시장이 어제 사퇴했기 때문에 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피해자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고민하고 있다. 일단 이번주는 피해자를 추스르는 데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퇴 기자회견과 관련해서는 “22일 오 전 시장 쪽이 내일(23) 사퇴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해 피해자도 동의했다. 다만 문구나 시간은 조율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상담소 쪽은 전날에도 오 시장이 밝힌 불필요한 신체 접촉’ ‘경중에 관계없이란 표현에는 문제가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서 실장은 가장 중요한 부분은 피해자가 빨리 일상으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오 전 시장은 이미 사퇴를 했다. 남은 피해자는 보호받아야 한다. 용기와 지지를 바탕으로 피해자가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이를 위해 부산시가 직속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 구성, 조직문화 개선 등 제도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김영동 기자 >

201911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맨 왼쪽)할머니가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실에서 일본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을 맞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손배 소송에 '국가면제 이론' 반박 의견서

일 사법절차에선 청구 사실상 봉쇄, 한국의 판단이 책임 물을 최후 수단

 일 정부의 국가면제주장에 반박 일본 법원 조직적 패소 판결 정황 짚어

                        

우리나라 위안부 피해자들이 우리 법원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일본 변호사들이 국내 소송만이 일본으로부터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 최후의 법적 수단임을 호소하는 의견서를 제출해 힘을 보탰다. 이들은 한국 법원이 다른 나라를 상대로 재판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며 소송 각하를 주장하는 일본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일본 변호사연합회 소속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와 도쓰카 에쓰로 변호사는 최근 길원옥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민사15(재판장 유석동)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22<한겨레>가 입수한 의견서를 보면, 이들은 일본 법원과 정부가 피해자들이 일본 사법체계에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을 원천 차단하고 있으므로, 한국 법원에서의 판단이 일본의 법적 책임을 인정받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다른 나라 법원의 판결로 자국의 법적 책임을 강제할 수 없다는 국가면제론을 들어 우리나라에서 제기된 소송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 201612월 처음 소송이 제기됐지만 일본 정부는 소장 송달부터 거부해 재판은 3년 가까이 멈췄고, 일본 외무성은 국가면제 원칙에 따라 소송을 각하해야 한다는 입장만 전했다. 법원행정처의 공시송달 결정으로 지난해 11월에야 첫 재판이 열렸고 재판부는 위안부 피해자 쪽에 국가면제 이론을 극복할 수 있는 주장을 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재판부가 주문한 일본 정부의 주장에 대한 반박을 일본 변호사들이 의견서를 통해 밝힌 것이다.

이들은 의견서를 통해 한국에서의 재판권을 부정하는 일본이 자국 내에서 제기된 전후 보상 재판에 대해서도 조직적으로 배상 책임을 피해온 점을 지적했다. 도츠카 변호사는 일본 최고재판소의 독립된 두 재판부가 2007년 중국인 위안부 사건과 니시마츠건설의 중국인 강제징용 사건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패소판결을 내리면서 판결문에 적시된 이유가 상당 부분 일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인 위안부 판결 전문 16개 항 중 니시마츠 사건과 문장이 같은 부분이 12개 항에 이른다“(이는) 최고재판소의 방침이 어딘가에서 결정되고, 재판부는 그에 따른 사무처리를 할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두 재판부는 전쟁 피해자의 배상 청구권은 모두 연합국과 일본이 맺은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의 틀안에서 해결됐다며 피해자 개인이 재판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설시했다. 이런 판단은 그 뒤 피해자들의 배상받을 길을 막는 논리로 확립돼 모든 재판의 패소 근거로 사용됐다.

야마모토 변호사는 이를 두고 최고재판소가 더 이상 전후보상재판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판결을 끌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고재판소 조사관이었던 세기 히로시의 저서 <절망의 재판소>도 인용하며 도쿄지법에서 이뤄진 중국인피해자 전후 보상재판에서 재판장들이 비밀리에 회합을 갖고, 각하 또는 기각을 전제하며 심리를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가 일본에서 똑같은 소송을 제기한다면 패소할 것이 확실하다. 일본의 현 사법절차에서 외국인의 전쟁·식민지 피해자의 청구가 인정될 여지가 없고, 피해자의 재판청구권도 박탈된 점은 한국의 법정에서 일본의 주권면제 주장을 인정할지 판단하는 데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최고재판소

2016년부터 피해자를 대리해 온 이상희 변호사는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금전적 배상을 넘어선 일본의 인정과 사과다. 일본 정부의 (전향적) 태도를 이끌기 위해 재판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법원이 일본의 국가면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다면 위안부 피해자들은 우리나라에 있는 대사관 등 일본 재산을 강제집행할 권리를 갖게 된다. 520일 열리는 재판에서는 국가면제이론 관련 변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그 뒤 증인신문과 피해자 법정진술 등을 거치면 912월 중 판결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24일에는 이옥선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이 제기한 또 다른 일본 정부 대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첫 재판이 열린다. < 장예지 기자 >